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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10 19:13
ㄴㅈㅈㅇ ㅌㅈㅈㅇ ㅅㅅㅊㅈㅇ


선녀들이 인간계에 내려올 때마다 꼭 들르는 핫스폿이 한 군데 있다.
이름하야 선녀탕이라 불리는 노천온천인데, 피로회복이며 상처 치유에 좋다는 약수가 샘솟아 천계의 일에서 지친 선녀들이 놀러 내려와 뜨끈하니 몸을 지지고 가는 그곳.
하지만 이 온천이 유명한 이유는 따로 있었으니.

ㅡ 이 고얀 사슴새끼를 어찌하면 좋으냐...

이정환 옥황상제의 시름이 나날이 깊어가고 있다.
안 그래도 귀해진 선녀들이 지상에 목욕하러 갔다가 사슴자식 눈에 걸리면 죄다 인간 놈들에게 홀랑 시집을 가버리는 바람에 천계가 텅텅 비어가고 있었다.

최고참 대만선녀가 송태섭이란 자에게 스토킹을 당하다 두손두발 다 들고 시집가면서 안 그래도 일손이 모자라 죽을 지경이건만, 어렵게 구해 온 백호선녀마저 며칠 전 서태웅이란 놈의 공재간에 홀려서 지상에 눌러 살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은 상제가 앉아 있던 옥좌의 손잡이를 꾹 쥐고 한숨만 푹푹 내쉴 때, 눈 앞에 향기로운 차가 담긴 잔이 하나 내밀어졌다.

ㅡ 사슴 수작질이 안 통한 이들도 있지 않습니까.
ㅡ 그래, 있지. 있는데!!

지금껏 사슴의 꼬드김에 안 넘어갔던 (신)준섭 선녀가 내민 찻잔을 받아든 정환상제는 아직 김이 펄펄 나는 차를 원샷하더니 준섭선녀에게 삿대질을 했다.

ㅡ 명헌이는 몰래 내려가 사슴놈을 냅다 포획하더니 정우성이네 집이 어딘지 불지 않으면 산채로 가죽을 벗겨 버리겠다 협박해서는 제발로 그 집에 들어가 안방마님 돼서 살고 있고!! 넌 사슴 녀석이 수작부릴 틈도 안 주고 내려가자마자 옷부터 벗고 황태산 녀석 꼬셔서 자빠뜨리더니 네가 다 책임지겠다며 보쌈해서 여기까지 데리고 온 거 아니냐!! 결론적으로 둘 다 혼인한 건 마찬가지인데!!
ㅡ 그 정도면 삼신보다 용한데 아예 불러와 연맺음 선녀로 채용하시죠.
ㅡ 그게 내 앞에서 할 소리냐!!
ㅡ 혼인률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바람에 비혼에 처녀만 채용하던 선녀 기준 싹 갈아엎고 유부 선녀들도 인정해 주신 마당에 사슴 하나쯤 뭐 어떻습니까. 애들은 연애금지령 풀렸다고 오히려 사슴씨에게 감사드리던데 상 준다 치시고요.

말문이 막힌 정환에게 준섭이 쐐기를 박았다.

ㅡ 사슴 잡는다고 내려가셨다 애먼 막내선녀 호장이만 임신시켜서 부인 삼은 상제님은 반성 안 하시고요?
ㅡ ....나가아아아!!!

순진하게 웃는 얼굴로 속을 박박 긁는 소리만 해대는 준섭의 말을 참다 못한 정환상제가 기어코 버럭 소리를 치고 나서야 준섭은 콧노래를 부르며 밖으로 나갔다.
간만에 사슴이랑 만나 목욕이나 한판 때려야겠다 생각한 준섭은 미리 차게 식혀 두었던 선도(仙桃)를 몇 개 챙겨 목욕바구니에 집어넣었다.

ㅡ 뜨거운 물에 푹 잠겨 있다 나와서 시원하게 먹는 복숭아가 최고거든.

역시 선계 최고 맛잘알이다.

++++++

하지만 그런 사슴에게도 약점은 있었으니.

ㅡ 아니 저 인간은 세상에 사냥감이 나밖에 없냐고!!

언젠가부터 끈질기게 자신을 잡으러 다니는 사냥꾼 때문에 미칠 노릇인 사슴수인 수겸은 발목을 챌 뻔한 올무를 저 멀리 치워 던지며 땅을 쳤다.
보통 도망칠 땐 사슴 모습으로 다녔지만 지금처럼 덫을 처리할 때는 인간의 모습이 훨씬 편했다.

ㅡ 드릅게 많이도 설치했네...

혀를 차며 덫을 제거하느라 정신이 팔려 있던 탓일까.
평소라면 귀신같이 알아차리던 인기척을 까맣게 모르던 수겸의 뒤에서 누군가가 거칠게 손목을 잡아챘다.

ㅡ 헉!!

아 오늘 재수 옴 붙었네.
수겸은 손목을 붙든 남자가 활을 든 사냥꾼임을 확인하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다행히 인간 모습이었을 땐 마주쳤던 적이 없으니 시치미 뚝 떼고 모르는 척 하자 마음먹은 수겸은 만면에 미소를 띠며 슬슬 거짓말에 시동을 걸었다.

ㅡ 아 저기 혹시 저 덫이 그쪽 분 거였나? 사람 지나는 길에 이런 위험한 걸 놔두면..

그런데 문짝만한 사냥꾼이 주절대는 수겸의 얼굴을 뚫어져라 훑으며 입을 열었다.

ㅡ 잡았다, 사슴.
ㅡ 네??
ㅡ 너잖아. 사슴.

어디 귀나 꼬리가 튀어나왔나 황급히 몸을 내려다봐도 분명 인간 모습 그대로인데 어떻게 알아챈 건지.
너무 놀란 나머지 말을 멈추고 눈만 굴리는 걸 본 현준이 씩 웃으며 검지손가락으로 수겸의 턱을 들어올려 저를 보게 했다.

ㅡ 사슴일 때랑 똑같이 생겼네.

괜히 짐승 잡으러 다니는 게 아니었구만.
귀신같은 눈썰미에 혀를 내두른 수겸은 얼른 플랜B를 끄집어냈다.

ㅡ 그쪽도 선녀 보러 왔나? 따라와, 가르쳐 주지.

요즘 시집보낸 선녀들이 너무 많아서 당분간은 자제하려 했지만 내 코가 석 자인 마당에 어쩌랴.
나부터 살고 봐야지, 암.
부킹하러 가는 웨이터의 심정이 되어 현준을 끌고 선녀탕에 온 수겸은 인근에 몸을 숨긴 채 선녀들을 가리켰다.

ㅡ 저기, 저기, 저긴 이미 임자 있는데 자신 있거든 뺏어가던가. 다른 선녀는 미혼이니 맘에 드는 분 하나 찍어 봐. 날개옷 물어다 줄게.

지금까지 실패한 적 없는 방법이니 이번에도 통할 게 뻔하다.
혈기 넘치는 사내놈들 앞에 벌거벗은 선녀들을 떼로 선보여 줬는데 반응이 없을 수가 없지.

ㅡ 뭐야. 왜 조용해?

그런데 있었다. 그런 별종이.

ㅡ 마음에 드는 애 없어? 한 명도?

여전히 묵묵부답인 채인 현준에게 잡힌 손목이 슬슬 아려 올 즈음, 수겸은 아까부터 현준의 시선이 선녀들이 아닌 자신에게 꽂혀 있음을 깨닫고 등골이 서늘해졌다.
뭐지, 잘못 짚었나.
재빨리 도망칠 구석을 찾으려 눈을 굴리던 수겸은 갑자기 몸이 확 잡아들리는 느낌에 헉 하고 숨을 삼켰다.

정말 뭔 잡아온 멧돼지 한 마리 지고 가듯 자신을 멘 현준이 온천과는 반대쪽인, 숲 가장자리 민가가 있는 곳으로 걷기 시작한 걸 눈치챈 수겸이 어떻게든 벗어나 보려고 발버둥을 쳤다.

ㅡ 야, 내려! 내려놔! 난 왜 끌고 가는데! 봤잖아! 나 그냥 사슴 아니라 잡아도 고기 못 먹고 가죽 못 팔고 박제도 못 해!! 그리고 그 전에 수인 거래는 블랙마켓에서나 이루어지는 불법거래인 거 몰라?!

하지만 현준은 시끄럽단 듯 버둥대는 수겸의 엉덩이를 철썩 내리쳤다.
발버둥치고 쨍알댈 때마다 그렇게 몇 대를 더 맞고 난 수겸은 결국 저항을 포기하고 현준의 어깨 위로 축 늘어져 버렸다.

아직 못 해 본 것도 많은데 이 어린 나이에 이렇게 죽는구나.
내가 전생에 무슨 업을 그리 많이 지었을까 기억도 없는 전생까지 참회하는 수겸이 끌려온 건 숲의 초입에 덩그러니 있는 집이었다.
집 앞의 나무등걸에 꽂혀 있는 도끼의 시퍼런 날을 보는 수겸의 목이 저절로 꿀꺽 울렸다.
보통 사냥꾼들이 잡은 짐승을 손질할 때 분명 발목을 찍어내 매달아 걸어서 피부터 뽑는다 하는 소릴 떠올리자 벌써부터 발목이 시려오는 느낌이다.

하지만 의외로 도끼를 지나치길래 안심했던 것도 잠시, 집으로 들어가 문을 걸어잠근 뒤 수겸을 내려놓은 현준이 제 손목을 여전히 붙들어 결박한 채 집어든 날선 칼을 본 수겸은 그 자리에 스르르 주저앉았다.

ㅡ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니이...

살려주라 좀.
아니, 살려주세요 제발요.

속사포랩이라도 하듯 살려달란 말만 반복하던 수겸이 얼굴 근처로 온 칼날에 눈을 질끈 감자마자 머리칼 몇 올이 사락 하고 잘려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이제야 포획한 사냥감을 찬찬히 뜯어보던 현준은 만족스럽게 웃으며 칼을 천천히 가느다란 목덜미 쪽으로 내리그었다.

지익.

살이 갈리는 것과는 다른 소리에 살그머니 눈을 뜬 수겸은 현준이 해체하는 것이 제 몸뚱아리가 아니라 그 위에 걸친 옷이란 걸 확인하고 일단은 안도했지만 여전히 도망칠 곳 따위 없었다.

날카로운 칼에 썩둑썩둑 잘려나가 이제는 옷이 아닌 천조각이 돼 버린 것들을 치우기 위해 현준이 잠시 수겸에게서 손을 뗐을 때, 파드득 일어난 수겸이 방 한켠으로 뛰어들어갔다.
방구석에 깔린 이불 안으로 뛰쳐들어가 벗은 몸을 겨우 가린 수겸은 칼을 내려두고 자신을 따라들어온 현준에게 읍소하기 시작했다.

ㅡ 대체 뭘 어쩌시려고요...

셔츠를 벗어던진 현준이 이불 뭉치를 걷어내고 눈가며 코끝이 새빨개진 수겸을 보며 빙긋이 웃었다.

ㅡ 선녀 소개해 줄 때마다 좋은 걸 가르쳐 줬더라고.
ㅡ 내가요? 뭘요?
ㅡ 일단 옷부터 처분해 도망가지 못하게 발가벗긴 채 데려와서는.

꾸준한 운동량 덕에 탄탄하게 잔근육이 잡히긴 했지만 납작한 수겸의 배 위를 현준의 손가락이 스윽 내리그었다.

ㅡ 여기에, 씨를 배게 하라고.
ㅡ 으, 어어..
ㅡ 수인은 남자라도 발정만 나면 임신된다던데.
ㅡ 그건 그렇지만..
ㅡ 내 눈엔 선녀들보다 네가 제일 예쁘거든.

어느 새 이불 위에 눕혀진 것조차 모르고 있던 수겸의 위로 묵직한 체중이 겹쳐졌다.
벗은 몸 위로 닿는 딱딱한 윤곽같은 무언가에 수겸이 입을 딱 벌렸다.

ㅡ 저걸로 쑤셨다간 진짜 죽을 것 같은데...

차라리 칼에 찔리는 게 덜 아프겠다.
혼이 나가 중얼대는 수겸이 귀엽단 듯 이마에 가볍게 입맞춘 현준이 수겸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ㅡ 죽겠지.
ㅡ 진짜, 로?
ㅡ 응. 좋아서 죽을 거야.

커다란 손이 다리를 넓게 벌리는 걸 멍하니 내려다보던 수겸이 억울하다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ㅡ 처녀인데, 나.
ㅡ 그래서 뭐.

무심한 질문에 수겸이 몸을 가리려는 듯 제 다리 사이에 자리잡은 현준에게 달려들어 폭 안겼다.

ㅡ 무섭단 말야, 살살 해 줘.

++++++

그렇게 몇날 며칠을 밤낮없이 집 안에 갇힌 채 발정에 허덕이던 웬수같은 사슴놈의 배가 슬슬 불러오기 시작하며 바깥 마실을 끊었다는 얘기를 지상에 내려갔다 허탕만 치고 온 선녀들을 통해 들은 상제님은 앓던 이가 빠지는 시원함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느끼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ㅡ 나이쓰!!

그래, 이리 수월한 방법이 있는 걸 왜 몰랐을까.
세상천지 차고 널린 게 인간인데 개중에 저 고얀 사슴이 취향인 특이한 자가 없으란 법이 없지.
이런 게 천벌이고 인과응보란 거다.
꼬시다 요놈아.



#슬램덩크

정환호장 태섭대만 준섭태산 우성명헌 태웅백호 현준수겸
2023.12.11 08:4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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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존잼
[Code: 43ab]
2023.12.11 19:2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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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존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덫 설치한거 상제아니냨ㅋㅋㅋㅋㅋㅋㅋ
[Code: 578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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