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하고싶어'란 연락을 했을 때 본인의 연인이 얼마나 빨리, 어떤 답을 하는지.
뭐 그런 챌린지가 있었더랬다 칩시다.



치수준호

휴일 오전에 울린 휴대전화를 살펴본 치수의 얼굴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치수야 나 하고 싶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저 얌전하기 그지없는 권준호가 먼저 욕망을 드러내는 걸 처음 본 채치수는 그저 얼어붙어 있기만 했다.

전화라도 해야 하나. 일단 물어는 봐야겠지.
아니 그런데 이걸 뭐라고 말을 터야 할까.
그 전에 이게 나한테 보낸 건 맞지?

수십만분의 일 초 사이 정말 수십 가지 생각을 다 한 치수가 보낸 답은.

[어디야]

그래.
이게 보통 정석이지.
그런데 원래 플레인이 제일 귀한 법이다.



대협영수

[하고싶어]

집에서 느긋하게 음악이나 듣던 휴일 점심 즈음의 연락에 대협이 미간을 찌푸렸다.

"또 뭐야..."

솔직히 그다지 동적이지 못한 인간인지라 쉴 땐 쉬고 싶은 대협의 입장에선 그리 반갑지 못한 연락이었지만, 그래도 인정 상 꾸역꾸역 몸을 일으킨 대협이었다.

그리고 n시간 뒤.

해가 다 질 때까지 농구코트 한가운데 주저앉아 있던 대협이 짜증스럽게 휴대전화를 꺼내들고 통화 버튼을 누르려다 소스라치게 놀라며 손에서 전화기를 떨궜다.

안영수.

"....서태웅 아니었어?"

영락없이 1on1 신청인 줄 알고 매번 가던 코트에 죽치고 앉아 있던 대협이 뒤늦게 영수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정환호장

솔직히 정말 충동적으로 보내긴 했다.

[형 저 하고 싶은데]

보내고 나서도 바로 머리를 쥐어뜯으며 허겁지겁 삭제 버튼을 찾는 순간.
상대가 메시지를 확인했다는 표시를 본 호장은 그야말로 발 아래로 피가 싸악 빠지는 기분을 느꼈다.

그런데.

한 시간, 두 시간.

아무런 답도 없는 전화기의 상태를 확인한 호장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푹 숙였다.

역시 난 안 되나.
괜히 쓸데없는 소릴 했구나.

이렇게 자책이 늘어 갈 즈음.

딩동, 하고 울린 현관 벨소리에 흠칫 하고 일어난 호장은 현관문을 열자마자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집 앞에 대령된 택시에서 기사 분이 내려 문을 열고 기다리는 중이다.
물론 그 뒤로는 뻑적지근한 호텔의 눈이 돌 것만 같은 방에 끌려가 싹 벗겨진 채 잡아먹히는 일만 남았다는 건 저 연락을 받은 이정환만 알고 있을 사실.



현준수겸

[하자]

이게 뭐야, 란 생각이 들기도 전에 뒤통수에 거한 충격이 내리친다.

"밥상머리에서 전화기 만지지 말랬지."

아버지의 참교육이 있었다.

"아니 왜 나만!!"

방금 전 바로 마주앉은 식탁 앞에서 제게 연락한 수겸의 손에 아직도 쥐어진 전화기를 가리키며 억울한 변명을 하는 아들에게 코웃음을 치고는 수겸의 앞에 국그릇을 가져다 주는 어머니였다.

"쟤는 바쁘잖니. 어디 비교할 데가 없어서. 그러고 보니 너 요즘 유독 버릇없어졌다? 어디 여자라도 생겼어? 전화기 내놔 봐."

뺏겼다간 죽는다는 심정으로 전화기를 사수하는 현준을 빤히 보던 수겸이 어느새 빈 밥그릇을 싱크대에 내려두곤 현준의 어깨를 쥐었다.

들어와라. 말로 할 때.



태웅백호

"야."

드물게 몸이 아닌 말로 거는 시비에 이미 땀으로 흠뻑 젖은 태웅이 도끼눈을 떴을 때.

"하고 싶다."

끄아아아아아악!!!!!

그 말을 들은 모두는 귀를 막고 비명을 질렀다.

백호야 그거 아니다 그거 아니라고.
아니 가르치려면 제대로 가르쳐야지 왜 저걸???
아닙니다 저는 아무 것도 듣지 못했어요...

온갖 절규가 난무하는 사이 덥석 백호의 손목을 잡은 태웅 왈.

"가도 되죠?"

응, 가라 가.
우쥬라잌 꺼져줄래.

그 아무도 태웅에게 끌려가는 백호를 말리지 않았다.



#슬램덩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