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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6 17:57
ㅌㅈㅈㅇ
약 정환호장 약 현준수겸



"우린 만나서는 안 되는 사이였어."

양푼 가득 팝콘을 튀겨 온 수겸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소파에 등을 기대자, 정환이 가져온 DVD를 플레이어에 집어넣고는 소파에 걸터앉으며 리모컨을 집어들었다.

"이 좋은 날에 남자 둘이 텅 빈 집에서 만나 뭐 하는 짓이냐."

플레이 버튼을 누르고 잠시 뒤, 그제서야 제목을 확인한 수겸이 정환의 허벅지를 철썩 내리쳤다.

"때려부수는 거나 빌려오지 너랑 나랑 로맨스물을 왜 봐!!"
"신작 중 안 본 게 저거밖에 없더라."

시작부터 핑크빛 기류가 흐르더니만 풋풋한 남녀 주인공이 마주보고 키스를 하는 장면에서 수겸은 으어억, 하고 질끈 눈을 감아 버렸다.

"차라리 야한 걸 틀어라.. 그게 덜 소름끼치겠다..."
"방에 숨겨둔 거 꺼내 와라. 틀어 줄게."

한 마디도 지지 않는 정환의 입에 수겸이 팝콘을 한 주먹 밀어넣을 때까지도 화면 속 로맨스는 따끈하기만 했다.

너무 맑은 물에선 고기가 살 수 없다던가.
그와 마찬가지로 너무 잘난 사람은 연애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걸 몰랐던 시절 친구가 된 게 문제였다.

언제나 구심점이 되어 사람들을 몰고 다니지만 정작 바로 근처엔 원이라도 그리듯 공동 현상을 만들어 버리고 마는 정환과 수겸 덕분에 혜택을 보는 건 늘 가까운 지인들이었다.

커플메이커 이정환과 여친제조기 김수겸.
옆구리가 시릴 땐 저 둘을 찾으면 해결된다는 명성과 달리 정작 본인들은 풍요 속의 빈곤에 허덕인다는 걸 누가 알까.

"뭐가 문제래?"

한 주먹 씹어댄 팝콘 덕에 목이 막힌 정환이 켁켁대며 탄산수를 찾자, 옆에 있던 페트병을 집어 건넨 수겸이 한숨을 쉬었다.

"재수없대."
"뭐?"

의외의 대답에 정환이 뚜껑을 열던 손을 멈추고 수겸의 뒤통수를 쳐다보았다.

"자긴 샵에서 풀메이크업 받고 나왔는데 운동장 세시간쯤 뛰다 와서 땀내 풀풀 나는 사내자식한테 얼굴로 꿀린다면 어떤 여자가 같이 서 있고 싶겠냐더라."

얼굴을 갈아엎기 전에는 해결되지 않을 문제점에 절레절레 고개를 젓는 정환을 돌아본 수겸이 정환의 손에서 탄산수 병을 빼앗아 들어 벌컥벌컥 들이키곤 뾰족한 눈으로 정환을 훑었다.

"넌."
"눈치없대."

한숨섞인 대답에 수겸이 저항 없이 웃음을 터뜨렸다.
제 무릎을 때리며 숨이 넘어가도록 웃던 수겸은 결국 눈물을 찍어내며 정환의 무릎에 팔을 걸쳤다.

"그래, 네 눈치가 심각하게 없긴 하지. 너 전에 전호장 데리고 성지 경기 보러 갔다면서."
"갔지."
"그럴 거면 시합 끝나고 성지 불러서 따로 인사 시키고 시내 구경도 좀 하고 맛있는 거 먹이고 눈치봐서 방부터 잡았어야지 그걸 그냥 오냐. 어차피 상견례 느낌으로 간 걸 텐데."

너 성지한테 짝사랑 상대 검증받으러 간 거잖아.

심리 밑바닥에 깔려 있던 불순한 의도를 정확히 짚어낸 지적에 정환이 인상을 쓰자, 수겸이 거 봐라 하듯 혀를 차며 고개를 흔들었다.

"강백호 눈치 보였으면 나 부르지 그랬어. 백호는 내가 따로 데리고 관광을 하건 먼저 돌아오건 전담마크 해 줬을 거 아니야."
"네 뭘 믿고 강백호를 맡겨. 둘이 똑같은 수준이라 사방팔방 사고치고 다닐 게 뻔한데."
"그런 게 눈치없다는 거다. 진짜 간만에 네 바운더리에 저항감 없이 들어온 앤데 그러고 있다 또 놓칠래?"

이건 떠먹여 줘도 못 먹어요.

마치 뭘 안다는 것처럼 툴툴대는 수겸의 말에 정환이 짜증스레 수겸의 등을 걷어찼다.

"떠다 입 앞에 갖다 줘도 숟가락 밀어내는 자식한테 그런 말 듣고 싶지 않다. 너야말로 성현준 어쩌려고?"

제일 듣고 싶지 않은 이름에 수겸의 손이 반사적으로 빈 페트병을 콰지직 소리가 나도록 찌그러뜨렸다.

"나랑은 다르게 끊임없이 고백받으면서도 그 고백들 죄다 쳐내는 애한테 뭘 더 어쩌라고. 자긴 연애할 생각 전혀 없으시단다."
"생각은 만들면 되지."

정환이 코웃음을 치며 소파에서 내려가 수겸의 곁에 앉았다.

"눈 딱 감고 그냥 한 번 자."
"뭐?"
"사고치고 난 다음에 너 잘 하는 거, 순진한 척 나라 잃은 표정으로 울망한 눈 해서는 올려다보면 성현준 성격에 입 닦고 모른척 하겠어? 심지어 여자고 남자고 너 전부 처음일 거 아냐. 걔는 그 말 들으면 책임감 때문에라도 못 그런다."

그럴 듯한 말에 수겸의 표정이 아리송하게 변했다.

호장에게서 끊임없이 정환의 취향이며 습관 등 개인적인 사생활 관련 질문을 받아 온 수겸이 눈치챈 사실.
더하기.
살면서 김수겸만큼 예쁜 앨 못 봐서 아무도 성에 안 찬다는 현준의 지나가는 말에서 정환이 느낀 감정.

역시나 커플메이커와 여친제조기란 별칭답게 오늘도 남의 연애에만 빠삭하고 정작 본인들의 플래그는 까맣게 모르는 두 사람에게 과연 오늘의 만남은 바람직한 것이었을까.



#슬램덩크
2023.11.26 20:0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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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망한 사람끼리 모여서 서로 연애 조언해주고 있어ㅋㅋㅋㅋㅋㅋ 둘중 누가 먼저 연애사업 성공할지 너무 궁금하구요ㅋㅋㅋㅋㅋ
[Code: 4735]
2023.11.26 23:11
ㅇㅇ
모바일
둘이 지금 딴 맘 먹게 생겼는데??? 정환이랑 현준이가 뺏기지 않으려면 정신 바짝 차리고 들이대야되겠다고 ㅋㅋㅋㅋㅋ
[Code: 3001]
2023.11.29 03:34
ㅇㅇ
모바일
풍요 속의 빈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재수없는 김수겸이랑 눈치없는 이정환 미치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니네 서로 해준 조언대로 좀 하라고 얘들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23c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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