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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4 22:47
ㅅㅅㅊㅈㅇ ㄴㅈㅈㅇ





딱히 수인이라고 대놓고 차별하는 일은 없지만 그래도 은근한 차별이 존재하는 세계에선 제 입으로 본인의 출신을 말하지 않거나 말하더라도 속이는 일이 많았다.
그래도 역시나 눈에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지라 대충 다들 알음알음 저건 뭐구나 알고 지내긴 하는데.
도통 모르겠다 싶은 존재도 역시나 있는 법.



1.

"황태산 아냐?"

지금 능남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건 태산의 수인형이다.
애초에 말이 많지도 않고 지인들과 깊은 교류를 나누지도 않는 태산의 수인형을 아무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저 추측만이 가득했다.
일반적으로 구기종목 선수에게 흔한 개과 혹은 고양잇과의 동물 아닐까 추측하던 즈음.

"해남에선 알지 않을까."

덕규 - 불곰 - 의 말에 모두가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그럴 것이 태산의 절친 준섭이 있는 해남이라면 무언가 정보가 있을지도.
그렇게 정찰 차 해남을 찾은 미어캣 경태가 어렵게 준섭을 찾아 물었을 때.

"글쎄. 예쁜 거?"

예쁘다니까. 그냥 예뻐.
생글생글 웃으며 저 이상의 답을 내주지 않은 준섭 덕에 정찰의 효과는 0에 가까웠다.

"하여간 사슴 능글맞은 거 알아줘야 해."
"생긴 것만 예쁘지 유해조수라니까."

꽃사슴 - 추정 - 준섭과 고라니 - 역시나 추정 - 수겸을 떠올리며 능남의 모두가 깊게 한숨을 쉬었지만 사실.

"저 부르셨나요?"

길거리에서 태산과 어깨가 부딪히고 괜히 시비를 거는 무리들을 돌아본 준섭이 싱긋 웃으며 손을 몇 번인가 쥐었다 놓았다.
그리고 그 등 뒤에...

"으아악!!"
"죄송합니다악!!"

준섭의 실체를 본 녀석들이 사색이 되어 줄행랑을 쳤다.
준섭의 뒤로 일렁이는 수인형을 본 태산이 한숨을 쉬며 준섭의 어깨를 잡았다.

"그만."
"어, 나 또..?"

멈칫 하고 돌아본 준섭에게 태산이 머리를 짚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캥거루.

준섭의 뒤로 아직까지 드러난 수인형을 지우려는 듯 태산이 훠이훠이 손을 젓자, 준섭이 어색하게 웃으며 태산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네가 예뻐서 그러잖아. 그러게 왜 그렇게 대책없이 예쁘래."

끼 많고 예쁜 코카투를 절친 겸 애인으로 둬서 삶이 한껏 예민해진 준섭을 빤히 보던 태산이 결국엔 길게 한숨을 쉬었다.

"...캥거루는, 사람을 찢어."

체지방률 0%래도 믿을 것 같은 울퉁불퉁 근육질의 캥거루 남친의 가식적인 미소를 본 태산은 도저히 웃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친절하니 됐나.

문장 사이에 '나한테만' 이란 단어 하나를 추가해야 한다는 사실을 아직도 모르는 태산이었다.



2.

"저요? 저-."

악어인데요.
네, 악어. 그 늪에 사는 그거.
와아악-.

입 벌리는 시늉을 해 보이며 하하 웃는 대협은 아예 제 정체를 숨기려는 시도 자체를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다녔다.
농구와는 어울리지 않지만서도 언뜻 느긋해 보이는 성품 속에서 간간히 보이는 무서운 모습에 다들 아, 윤대협은 악어구나, 라고 납득할 즈음 생겨난 하나의 의문.

"안영수, 개 아니었어?"

능남의 치와와.
영수를 부르는 별칭에서 혼란이 오기 시작했다.
떼어 놓고 보면 그 누가 봐도 개같던 - 욕이 아니다 - 영수가 대체 어떻게 악어인 대협과 제일 친한 사이가 되다 못해 그런 의미로 사귈 수가 있는 건지 모두가 의아해했다.

쟤는 악어래매. 쟤는 강아지고.
그게 돼?

네, 그게 됩니다.

보란 듯이 예쁘게 잘 사귀고 있는 윤대협과 안영수의 실체는.

"영수야."

윤대협은 악어가 맞다.
거짓말 한 적 없다.

"아, 왜애!"

짜증을 내면서도 냉큼 다가와 내민 대협의 손을 쥔 영수는.

"그냥."

.....악어새다.

악어와 악어새.

사실 아는지 모르겠는데, 악어와 악어새는 절대 공존할 수 없다.
그저 모두가 착각하고 있을 뿐.
악어는 당장이라도 닫을 수 있는 입을 그저 다물지 않고 있을 뿐이다.
언제든 먹을 수 있는 먹이의 재롱을 즐기듯이.

지금도 아가리 앞에, 아니, 혀 위에서 놀아나는 예쁜 새의 혀와 입술을 즐기던 대협이 아무도 몰래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



3.

용호상박이라지만, 여긴 좀 아니다.

"더워...."

축 처져 있던 정환은 이마 위로 올라온 차가운 캔음료에 진저리를 쳤다.

"아, 물!"
"거 한 방울로 안 죽어."

좋구만 왜.

같은 음료캔에 뺨을 부비며 씨익 웃는 수겸의 얼굴에 드러난 이겼다, 란 느낌에 정환이 미간을 구겼다.

사자와 호랑이.

물을 혐오하는 사막의 제왕과 물에 친숙한 설원의 제왕이 앙숙인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넌 서핑은 어떻게 하냐?"

어이없다는 듯한 수겸의 질문에 정환이 티슈로 캔 표면을 둘둘 말며 답했다.

"물에 안 닿으려고."

아아.
묘하게 납득 가는 대답을 들으며 결국 손에 물을 묻히기 싫어 진저리치는 정환의 캔을 대신 따 준 수겸이 손에 묻은 시원한 기운이 아깝다는 듯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싸쥐었을 때.

"계산은 하고 마시냐."
"아니."

당당한 수겸의 말에 어이구, 하며 수겸의 머리를 쥐어박은 현준이 자연스레 카운터로 가는 걸 보던 정환의 입가에 야릇한 미소가 박힌다.

"넌 아냐? 성현준-."
"개."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돌아온 대답에 정환이 입을 다물고 눈만 크게 떴는데도 수겸은 그 사인을 알아채지 못했다.

"잘 뛰지, 공에 집착하지, 말 잘 듣지, 그냥 개라니까."
"..개... 개애...??"

그리고 마침 계산을 마치고 나온 현준이 옆의 빈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제 몫의 음료수 뚜껑을 열려고 할 때.

"아 이 테이블 진짜!"

다리가 꺼떡대던 테이블이 현준이 앉는 반동에 휘청 하면서 수겸의 앞에 있던 음료가 넘어져 바지를 적셨다.
있는 대로 짜증을 부린 수겸이 젖은 옷을 수습하기 위해 자리를 비우고 난 다음.

"너보고 개란다."

어이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흘린 정환의 말에도 현준은 태연했다.

"어, 개다."
"엉?"
"갭니다. 개요."

개 맞아요. 개라니까요. 개개개개개.

시커먼 날개가 등 뒤에서 펄럭대고 큼직한 깃털이 날리는 게 뻔히 보이는 것 같은데도 개라고 우기는 자 앞에서 정환은 그저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야 했다.
어이가 없어 내버려 뒀더니 한 술 더 뜬다.

"멍멍. 됐냐."

김수겸이 개라면 개야.

머리 좋기로는 어디 내놔도 안 빠질 까마귀 친구의 지능이 왜 저 호랑이 놈 앞에만 가면 바닥을 칠까.

그래도 성대모사 잘 하기로는 이름난 까마귀답게 개소리도 개같이 잘 내는 걸 들은 정환은 그냥 이 상황을 전부 납득하기로 마음먹으며 마지막 한 마디를 뱉었다.

"그래, 이 개새야."



#슬램덩크
준섭태산 대협영수 현준수겸
2023.11.25 14:09
ㅇㅇ
모바일
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샛이 존나 알콩달콩하네ㅋㅋㅋㅋㅋ준섭이 캥거루에 태산이 코카투인거 개찰떡이곸ㅋㅋㅋㅋㅋ대협이랑 영수 악어랑 악어새인거 존나...존나임 현준이 수겸이가 그러라면 그러는거도 걍 둘 그자체임
[Code: 8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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