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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2 12:38
더불어 원래 서로 훗키 진진 불렀으니까
로컬라이징한 이름으로도 애칭 불러줬으면 좋겠네

#슬램덩크 준섭태산





황태산!!

자신의 이름을 외치는 감독님의 노호성이 아직도 귀에 달라붙어 있는 것만 같은 태산은 손으로 귓가를 문지르며 터덜터덜 발걸음을 옮겼다.
연습시합 중 있었던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해도 될 만큼의 패스미스였고, 실점으로 이어질 정도의 실책도 아니었지만 감독의 질책은 전에 없이 날카로웠다.
그리고 이어진 가장 듣기 싫은 말.

뺀들대는 윤대협보다 못 해서 되겠냐!

노력 부족을 탓하는 걸로도 모자라 비교까지 당하고 나니 괜히 애꿎은 팀 동료마저 얄밉게 느껴진다.
그 뒤로 눈에 띄게 뾰족해진 태산의 플레이에 시합의 분위기는 점점 안 좋게 흘러갔고, 결국 여느 때보다 이른 시간에 연습이 끝나고 말았다.


- 치링 치링

마악 교문 밖을 빠져나가는 태산의 귀에 이번엔 조금 다른 소리가 들렸다.
귀에 익은 금속성의 자전거 벨소리에 고개를 들어 보니, 자전거에 기대 선 준섭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산아."

가까이 다가온 준섭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두 손으로 태산의 뺨을 감싸쥐었다.

"아픈 거야? 표정이 안 좋은데."

열은 없는 것 같고, 감기인가? 하고 혼잣말을 하며 제 얼굴을 만지작대는 준섭의 손을 태산이 가만히 잡아 얼굴에서 떼어냈다.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 연습은."
"정환 형이 호장이 데리고 갈 곳이 있다고 해서 오늘은 자율연습이야. 남고 싶은 사람은 남고, 아니면 귀가. 그래서 너 보러 왔지."
"언제 나올 줄 알고."
"기다리면 언젠가는 나오지 않겠어?"

준섭이 해사하게 웃으며 태산의 손을 끌어 자전거 쪽으로 데려갔다.
준섭의 가방을 받아든 태산이 뒤에 올라타자, 준섭이 가볍게 페달을 밟았다.
하지만 주택가가 아닌 시내 쪽으로 핸들을 돌리는 준섭을 확인한 태산이 잡고 있던 준섭의 허리를 가볍게 꼬집었다.

"어디 가는 거야?"
"모처럼 이른 시간에 나왔잖아. 너 만나서 기분도 좋고. 어디 가서 잠시 얘기나 하자고. 그리고."

횡단보도 앞에서 멈춘 준섭이 신호를 기다리는 사이 어깨 너머를 돌아보며 빙긋 웃었다.

"너 목소리 가라앉은 거 보니 감기 올 듯 한데, 따뜻한 거 한 잔 마시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렇게 도착한 카페에서 마주앉은 두 사람은 찻잔을 사이에 둔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차의 온기를 느끼듯 잔을 감싸쥐고 간간히 콧노래를 흥얼대는 준섭을 빤히 보던 태산이 한숨과 함께 레몬이 동동 떠다니는 생강차를 한 모금 넘겼다.

"...오늘-."

연습 중 있었던 일들을 가만히 들어 준 준섭이 고개를 끄덕였다.

"유감독님은 굉장히 채찍질하는 스타일이시구나."
"너희는 어떤데."
"반반일까? 심하실 때도 많지. 난 심지어 농구에 자질이 없다는 말도 자주 들었는데. 매번 비교당하고, 뒤로 밀려나고."

하하 웃는 준섭의 말에 태산이 불만스레 고개를 저었다.

"너만큼 노력하는 애가 어디 있다고."
"노력만으로 따라잡기 힘든 것도 있잖아. 체격조건이라거나 동물적인 감 같은 거. 특히나 해남엔 이정환이란 괴물 선수가 있으니까 어떻게 해도 비교되는 게 사실이지."

한 김 식은 허브티 잔을 손에 든 준섭의 입가에 서운한 미소가 맺혔다.
찻잔을 입가에 가져다 댄 준섭이 눈을 내리깔고는 크게 심호흡을 했다.

"인정하고 더 뛰는 것 말고 방법이 없잖아. 나도 익현이 형 보면서 많이 생각해. 너희 팀엔 없어?"
"...덕규 선배."

누구보다도 모진 질책을 들어 가면서도 지금은 능남의 주장이자 기둥으로 인정받은 덕규를 떠올린 태산이 자기도 모르게 두 손에 얼굴을 파묻자, 준섭이 손을 뻗어 태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우리에겐 우리의 롤모델이 있잖아. 너무 휘둘리지 말자. 능남의 윤대협, 해남의 이정환, 상양엔 김수겸이 있는 것처럼 어찌할 수 없는 벽도 있는 거야. 아, 최근엔 북산이 무섭긴 하더라. 정대만에 서태웅이라니. 거기다.."
"...강백호."

태산의 대꾸에 준섭이 쓰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런 애가 진짜 타고난 천재지."
"시합 중에 존재감이 거대해지는 녀석은 처음이었어."
"그러니까."

다시 한동안 침묵이 이어지던 테이블에서 서서히 찻잔이 바닥을 드러낼 즈음.

"그럼 오늘 연습 덜 한 거지? 들어가기 전에 나랑 좀 더 뛸래?"

준섭의 제안에 태산이 눈을 크게 뜨자, 준섭이 미안한 듯 웃으며 머리를 헝클이듯 긁었다.

"나도 아직 오늘치 슛 연습 못 끝냈으니까. 너만 괜찮다면."

어때? 란 제안을 거절할 이유 따위 없었기에 자전거를 달려 도착한 근처 공원의 코트에서 태산은 준섭의 가방 속에 있던 농구공을 꺼내들고 가볍게 드리블을 시작했다.

오랜만에 이루어진 1on1은 꽤나 짜릿했다.
끊임없이 시도하는 3점슛을 막기 위한 수비와, 아깝게 림을 맞고 튕겨나온 공을 빼앗기 위한 공중전.
한참 동안 몸을 부딪히며 싸우다 진이 빠질 무렵 동시에 바닥에 주저앉았을 즈음엔 이미 해도 얼굴을 감춘 뒤였다.

허억, 헉.
너나할 것 없이 거친 숨을 몰아쉬던 중 준섭이 시원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아하하!! 역시 넌 못 이기겠다. 정말 대단해! 나 좀 더 노력해야겠는데?"

연신 웃으며 잘했어, 멋있다 하는 말과 함께 손을 뻗어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준섭의 손길을 태산은 말없이 느끼며 눈을 감았다.
텅 비어 있던 마음 속 공동이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린 뒤 이번엔 자전거를 타는 대신 끌면서 둘이 나란히 걸어서 도착한 태산의 집 앞.
집으로 들어가려는 태산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준섭이 손을 내밀어 태산의 소맷자락을 잡았다.

"아까 고맙다."
"응?"

어리둥절해서 돌아본 태산의 눈 앞엔 쑥스럽게 웃는 준섭의 모습이 있었다.

"나 열심히 하고 있다고 해 줘서 고맙다고. 지칠 때 너처럼 예쁜 말로 위로해 주는 사람이 있어서 정말 좋다고."

내 옆에 있어 줘서 고마워.

쪽, 하고 손등에 붙었다 떨어지는 입술을 멍하니 내려다보던 태산이 준섭을 바라보았다.
어쩔 수 없이 입가에 맺히는 웃음을 숨길 수가 없다.
그 모습을 본 준섭이 다시 한 번 밝게 웃으며 태산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이제 웃네. 예쁘다."
"...."
"나 갈게."

못내 아쉬운 것처럼 맞잡은 제 손을 달랑달랑 흔드는 준섭의 손에 태산이 손깍지를 끼었다.
그대로 꾸욱 쥐면서, 태산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조심해서 가라, 섭아."

그 말에 한 번 더 웃으며 태산의 손등에 입을 맞춘 준섭은 태산이 집에 들어가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끌고 왔던 자전거에 올라 페달을 두어 번 탁탁 찬 뒤 천천히 발을 굴렀다.
차갑게 식은 공기가 싫지 않도록 온 몸에 스치는 걸 즐기던 준섭이 갑자기 고개를 숙이며 터지는 웃음을 삼켰다.

"하루치 연습 소화해 내는 것보다 네 웃는 얼굴 보는 게 더 어렵고, 또 더 기분 좋다."

아무쪼록 내일은 조금 더 나은 하루이기를.
너에게건, 또 나에게건.

기원을 담아 페달을 밟는 발이 점점 더 가벼워지고 있었다.
2023.11.22 12:56
ㅇㅇ
이 준섭태산 친구 사이에서 연인이 된 사이에서 느껴지는 풋풋함이 있다.. 다정한 준섭이랑 다정한 사람에게 약한 속 여린 태산이가 넘 맛있어요
[Code: 9693]
2023.11.22 15:13
ㅇㅇ
모바일
아이구 이뻐라
[Code: 08b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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