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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16 10:43
농구부에선 주장으로 또 감독으로 뛰다 보니 말도 많고 말하는 템포도 빠른 편이라 다들 수겸이 말 많네 지레짐작하고 24시간 저거 다 받아줘야되는 현준이가 안됐다 생각하지만 실상은 아닌거 보고프다

하루에 정해진 단어 개수 이상 떠들면 두통오고 짜증나는 성격이지만 그래도 일이니까 하고 매번 한계치 이상까지 말하다가 농구부 일정 끝나는 순간 방전되는 김수겸
집에 돌아오면 현관문 닫히는 순간 더이상 감독 김수겸이 아니어도 된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밀려와 더는 입 안 열고 생활할듯

오히려 말수 적은 것처럼 보이는 성현준은 밖이건 안이건 쭉 그 텐션 유지하고 지내는 편이라 집에서 주로 말하는건 현준이고 수겸인 대충 손짓이나 고갯짓 정도로만 의사표현하고 마는 거

김수겸 집에서 제일 자주, 제일 길게 하는 말이
현준아 그만 좀 떠들어 머리아파 그렇게 종일 입 움직이면 안 힘드냐 하고 핀잔주는거라
매번 일정한 텐션인 현준이만 아 미안 하고 잠시 입다물었다가
또 조금 있으면 그런데 수겸아 하고 입 떼서 결국 지친 수겸이가 귀막는 엔딩





ㅡ 찰칵

등 뒤에서 현관문이 잠기는 소리를 듣자 마치 전원 꺼진 기계처럼 몸에서 힘이 쭉 빠져나가는 느낌에 수겸은 그 자리에 그대로 주르륵 무너지듯 주저앉았다.
두 손바닥에 얼굴을 묻고 가만히 심호흡만 하고 있는 수겸의 머리 위로 현준의 손길이 조심스럽게 올라앉았다.

"고생했다."

외향적이고 살가운 성격이 아니라 사람들과 어울려 말을 섞는 걸 과업 혹은 스트레스로 여기고 사는 수겸이기에 오늘도 수겸이 얼마나 스스로를 쥐어짜며 버텼는지 빤히 보였지만, 현준이 해 줄 수 있는 건 그저 저 한 마디 뿐이었다.

대답 대신 제 머리를 쓰다듬는 손등을 툭툭 두드린 수겸이 현준의 손목을 쥐자, 현준은 그대로 수겸의 손을 잡고 주저앉아 있는 수겸의 몸을 당겨 일으켜세웠다.

몸에 배인 버릇대로 짐과 가방 정리를 하고, 씻고 나와서 저녁 식사를 마치고, 널부러지듯 거실 소파에 드러누울 때까지 수겸의 입에서는 단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하루 종일 들었던 사람 소리가 더는 듣기 싫다며 TV나 라디오는 물론 음악조차 듣지 않는 수겸이기에 집은 생활 소음을 제외하면 적막 그 자체에 가까웠다.

"아, 그러고 보니 너희 반 내일 수업 시간표 바뀐다고 하는 것 같던데. 물리 대신 영어로."

가방 속에 들어 있던 교과서며 노트를 뒤적대던 현준의 말에 수겸은 감고 있던 눈을 뜨고 자기를 바라보는 현준과 눈을 맞췄다.
깜박, 하고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뜨는 걸 확인한 현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아마 내일 쪽지시험 볼 걸. 챕터 하나 마치면 숙제 대신 확인 테스트 하잖아."

끄덕, 하는 고갯짓에 현준이 정리해 치우려던 영어 교과서를 다시 끄집어냈다.

"알려 줘? 어차피 나올 건 몇 개 없어서 문제 순서 좀 바꾸고 예문만 조금씩 고쳐서 다 비슷하게 나올 텐데."

수겸이 손을 들어 집게손가락으로 허공에 주욱 줄을 그었다.

"밑줄만 그어 놔? 그래 두고 보지도 않을 거면서."

결국 교과서와 펜을 든 현준이 다가오자, 수겸은 머리를 들어 현준이 앉을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제 다리를 벤 수겸의 눈 앞에 교과서를 펼친 현준이 펜으로 밑줄을 긋기 시작했다.

"여기, 여기하고... 이 문장은 그대로 나올 테니 그냥 통째로 외워서 쓰면 될 걸. 이 문단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이상 쭉 읽어 보고. 여기 스펠링 조심하고. 또.."

거기까지 설명했을 때 제 허벅지를 탁탁 때리는 손짓에 현준이 고개를 숙이자, 잔뜩 인상을 쓴 수겸이 손을 뻗어 현준의 입술을 위아래로 꾹 집었다.

"...입 안 아프냐?"

코트에서와는 전혀 다른 속삭이는 듯 낮은 톤의 차분한 목소리.
수겸이 질렸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작게 저으며 현준의 입을 막고 있던 손으로 이번엔 제 귀를 막아 버렸다.

"난 머리가 깨질 것 같다. 어떻게 된 애가 밖에선 얌전하더니 집에만 오면 잠깐도 안 쉬고 떠들어 대."

좀 조용히 하라는 말 대신 입술 앞에 세로로 세웠던 집게손가락을 뻗어 교과서를 톡톡 치는 손짓에 현준은 다시 한 번 책 위에 줄을 긋기 시작했다.
밑줄 곁에 짧은 메모를 덧붙이는 설명에 그제서야 수겸은 고개를 끄덕이며 책에 집중했다.

펜이 종이를 긁는 사각대는 소리와 종이가 넘어가는 소리.

이제 한두 페이지 정도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갑자기 멈추어 버린 펜끝만 보던 수겸이 고개를 돌리자, 현준이 쓴웃음을 지은 채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도 김수겸 목소리 좀 제대로 듣고 싶다."

뭐? 라고 묻듯이 한쪽 눈썹을 찌푸린 채 위를 올려다보는 수겸의 머리를 펜을 쥔 손이 천천히 어루만졌다.

"감독 김수겸 말고... 그냥 네 목소리가 듣고 싶다고. 너랑 사적으로 대화한 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

그랬나.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얘길 나눈 게 언제였지.

기억을 더듬는 것처럼 수겸의 시선이 현준을 떠나 천정 어디께쯤을 빙 돌다가 다시 한 번 현준에게로 돌아왔다.
아까 전의 뾰족한 것이 아니라 한층 누그러든 눈빛에 담긴 감출 수 없는 피로와 미안함에 현준이 수겸의 코끝을 톡 쳤다.

"내가 말하는 것까지 듣기 싫다고 입 다물라고 하는 건 좀 심하지 않아? 네가 조용히 있는 거 이해할 테니까, 적어도 난 입 좀 열게 해 줘. 하루 종일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 얼마나 많이 쌓여 있는데."

정곡을 찌르는 말에 입술을 삐죽인 수겸은 손을 뻗어 현준의 뺨을 감싸쥐어 제 쪽으로 당기고는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내가 너니까 이만큼 참았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이미 한 대 때렸어."

그러니 제발 좀 다물어라.
타이르듯, 달래듯, 가벼운 키스가 이어진다.

"할 말은 쉬는 날 몰아서 해. 그 날은 하루 종일 너랑만 얘기할게. 전화기 꺼 두고, 딴 짓도 안 하고."
"지키지도 못할 말 막 하는 거 아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릴 들었다는 것처럼 설레설레 고개를 젓는 현준의 눈 앞에 수겸이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뭐 해? 얼른, 하고 재촉하듯 까딱대는 손가락에 손가락을 마주 걸자, 수겸이 씨익 웃으며 현준의 손등에 입을 맞추고는 손바닥에 글자를 적기 시작했다.

'주말에 뭐 할지 생각해 놔.'

아마 말은 이렇게 해 놓고도 채 반나절을 견디지 못한 채 제발 그 입 좀 다물라며 버럭 성질을 낼 수겸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진 현준은 짧게 한숨을 쉬고는 다시 펜을 들었다.



#슬램덩크
하나후지 현준수겸
2023.11.16 11:32
ㅇㅇ
모바일
현준이 찐사다 사랑이야...
[Code: a128]
2023.11.16 12:57
ㅇㅇ
[작성자가 삭제한 댓글입니다.]
[Code: a80a]
2023.11.16 14:01
ㅇㅇ
모바일
이 댓글도 좋다 모두들 달의 앞면만 볼 수 있으니 달은 밝고 환하다고 하겠지 한 사람만 빼고...
[Code: b712]
2023.11.16 16:51
ㅇㅇ
모바일
둘 다 이해 가서 맘 아파ㅜ
[Code: 55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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