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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12 15:08
부치는 족족 낼름낼름 다 주워먹다 뒤집개로 등짝맞고 부엌에서 내쫓기는 순간까지도
아 왜때려요 고만 때려 아파 근데 이거 맛있다? 하며 입엔 전 하나 더 물고 도망칠듯





빗소리와 기름 소리는 왜 이렇게 닮은 걸까.
다시 한 번 확인해 보아도 구름 한 점 없이 화창하기만 한 하늘을 창 너머로 올려다보던 수겸의 귀에는 여전히 배경음악처럼 빗방울 튀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김수겸."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돌아보자, 입술 근처에서 따끈한 온기가 느껴진다.
아- 하고 벌린 입 속으로 막 건져올린 새우튀김을 밀어넣어 준 현준이 수겸을 따라 창 밖을 기웃거렸다.

"밖에 뭐 있어?"

고개를 저으며 김이 오르는 냄비를 한 번, 그 다음 본인 귓가를 한 번 가리키는 손짓만으로 수겸의 말을 알아들은 현준은 아아, 하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불 앞으로 돌아와 섰다.

"다음 건 뭐 해 줄까."
"연근. 그 다음 오징어."

자연스레 재료를 가리키는 수겸의 태도에 기가 질린 건 현준이 아니라 그 옆에서 재료 손질을 하던 수겸의 어머니였다.
들고 있던 식칼로 도마를 탕 소리가 나도록 내리친 어머니의 입에서 기어이 잔소리가 터져나왔다.

"네 입만 입이지? 건지는 족족 집어먹으면 밥은 어떻게 하게?"
"밥 들어갈 자리 남아 있어."
"너도 수겸이 버릇 나빠지게 해 달란 대로 오냐오냐 다 들어주지 말고. 네가 말도 꺼내기 전부터 알아서 다 해 주니까 쟤가 점점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하잖니. 김수겸 너 밖에서도 이러고 다니니?"
"아 내가 뭐어얼~!"
"요게 진짜! 매를 벌어요, 매를!"
"아! 아퍼! 아 엄마 식칼 들고 사람 때리는 게 어디 있어!! 아빠! 엄마 좀 말려 봐, 악!!"

아들이 맞거나 말거나 튀김용 새우 껍데기를 까는 데 집중하고 계신 아버지 대신 현준이 웃으며 대답했다.

"깨작대며 투정 안 하고 잘 먹으면 됐죠. 저희 집에서 수겸이 얼마나 예뻐하시는데요. 잠시도 안 쉬고 여기 쪼르르 저기 기웃 하면서 입에 뭐 물고 다니는 게 알밤 까먹는 다람쥐 같다면서."
"..너희 식구들 비위도 참 좋다. 쟤가 어딜 봐서 다람쥐니? 돼지면 모를까."
"와, 우리 엄마 막말 수준 봐? 눈이 있거든 봐요. 이 얼굴이 돼지야? 한 마리 우아한 꽃사슴이면 모를까."
"돼람지라고 안 한 걸 감사하게 여기거라, 꽃돼지야."
"아빠까지 그러냐. 집구석에 내 편은 아무도 없어."

툴툴거리면서 집어 주는 오징어 튀김을 받아 입에 넣은 수겸이 손에 묻은 기름을 닦는 김에 현준의 앞치마 자락을 당기며 푸념하자, 현준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집 와라. 네 편 잔뜩이다. 내 편이 없어서 그렇지."
"집 바꿀래? 네가 이 집 아들 해라."
"침대 좁아서 싫다아-."
"침대 빼고 바닥에서 자."
"등 결려."

영양가 없는 대화를 주고받는 동안에도 손은 바쁜 아들 하나와 입만 바쁜 아들 하나.
하는 것 없이 받아먹기나 하는 얄미울 법도 한 그 꼬라지를 눈 앞에 하고도 그저 좋다고 실실 웃는 속도 없는 녀석이 옆에 있어 줘서 다행이란 말밖에 할 수 없는 부모님의 마음을 알기나 할까.

"김수겸! 고만 집어먹고 일어나서 쓰레기나 버리고 와!!"
"아 그만 좀 때려!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린다는데!!"
"개였으면 한 대 맞았을 때 눈치보고 그만 먹었겠지! 에이그, 됐다. 내가 나가고 말지."

잔소리를 하다 못해 손을 털고 일어난 어머니가 코트를 꺼내들고 나오시자 그제서야 수겸이 슬쩍 눈치를 보며 뒤따라나온 아버지에게 작게 물었다.

"나가게? ....요오..?"
"밥반찬 할 걸 혼자 다 집어먹어 놓고도 그런 태평한 소리가 나오는 거 보니 네가 엄마 아들이 맞긴 맞는 모양이구나."
"다녀오세요. 나가서 맛있는 거 먹고 놀다 와~."
"집에 있게?"

수겸은 의자에 걸터앉아 다리를 건들대며 방금 전 건져낸 튀김을 한 개 더 입에 물었다.

"난 얘 밥이 사먹는 거보다 맛있어. 둘이 데이트 하고 와요. 우리 신경쓰지 말고 실컷 놀고 늦게 와. 아예 안 들어오면 더 좋고. 야, 이거 맛있다. 아- 해."

한 입 크게 베어문 단호박인지 고구마인지 모를 것을 현준의 입에 넣어 준 수겸이 참 잘했어요 칭찬하듯이 현준의 엉덩이를 토닥거렸다.

저것이 저렇게 철없이 굴다 어느 날 갑자기 소박이나 안 맞아야 할 텐데.

쯧쯧, 하고 혀차는 소리가 집을 나서는 부모님의 뒷모습에서마저 들리는 듯 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부엌에서는 재잘재잘 떠드는 소리 하며 웃음 소리가 끊이질 않고 들려온다.
집 안을 채운 고소한 내음이 참기름 냄새인지 신혼 냄새인지 알 수가 없다.



#슬램덩크
현준수겸 하나후지
2023.11.12 17:42
ㅇㅇ
모바일
나 이커플 좋아하네.. 현준수겸은 물흐르듯이 자연스러운 느낌이 있어..
[Code: 9659]
2023.11.13 14:55
ㅇㅇ
모바일
영원히 현준이 앞에서는 철없었으면 좋겠다
[Code: 2ae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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