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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3 22:06
사귀는 사이답게 간질대나 싶다가도 급 찐친바이브로 변해서 놀리고 까대고
사귄 기간이 긴 만큼 찐한 스킨십에도 데면데면하게 굴다가 갑자기 뭐에 꽂혔는지 눈 마주치는 건 또 수줍음타고
중구난방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감독님 말고 그냥 18살 김수겸이랑
김수겸이 어떤 모드여도 응 그래 수겸아가 자동으로 나오는
김수겸 한정 타의적 납득충 성현준 ㅂㄱㅅㄷ

ㄴㅈㅈㅇ ㅋㅂㅈㅇ

#슬램덩크
현준수겸 하나후지






학생이건 사회인이건 아침에 이불 밖으로 나오기 싫은 건 누구나 다 같은 마음 아닐까.

"아으으~ 오늘은 왜 수요일이지?"
"어제가 화요일이었으니까."
"누가 몰라서 그러나, 답답아. 진짜 주중에 하루 정도는 더 법정공휴일을 늘려야 돼. 월, 화, 쉬고, 목, 금, 쉬고 하는 식으로."
"입 다물고 발을 움직이자."
"아아, 밀지 말.. 어!"
"와악!"

어지간히도 등교하기 싫은 건지 연신 한숨을 쉬는 수겸의 옆에서 걷던 현준이 재촉하듯 수겸의 어깨를 가볍게 밀자, 수겸이 몸을 돌리며 현준의 손을 뿌리치려 했다.

그 때 조금 운이 나빴던 건 하필 휘두른 팔이 좀비처럼 걷던 사람 중 한 명과 스쳤다는 사실.
조금 더 운이 나빴던 건 그 사람의 손에 모닝커피가 들려 있었다는 사실.
가장 운이 나빴던 건 커피가 한가득 담겨 있던 일회용 컵이 날아가 부딪힌 곳이 하필 수겸의 어깨 언저리라는 사실.

"괘, 괜찮아요 학생?"
"네에... 뜨거운 게 아니라 괜찮습니다. 제가 갑자기 부딪히는 바람에 놀라셨죠?"
"교복이 엉망이네. 세탁비 드릴게요."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내가 안 괜찮아요. 자."

받아라 안 받는다 팽팽하던 실랑이 끝에 출근 시간을 핑계로 떠맡기듯 돈을 건넨 행인이 도망치고 나자, 수겸은 어휴 하고 이마를 짚으며 받은 돈을 최대한 젖지 않도록 집어들어 아무런 피해도 없는 현준의 주머니에 넣어 버렸다.

"집에 가면 한소리 듣겠네. 정신 빼고 다닌다고."
"학교 가서 적당히 빨면 얼룩은 안 남을 걸."

갈색 자국이 스민 수겸의 셔츠를 한 번 살핀 현준이 그 위에 제 교복 재킷을 벗어 덮어 주자, 수겸이 자연스레 재킷 소매를 팔 길이에 맞도록 접어올리곤 가방을 집어들었다.
커피가 가방에도 튄 건지 아래쪽 바닥으로 검은 동그라미가 두어 개 생겨나는 걸 본 수겸이 피식 웃으며 손으로 가방을 툭툭 털었다.

"아침부터 땀내 대신 커피향 풍기고 다니라고 배려해 준 거라 생각해야지. 성질 내서 어쩔 거야, 이미 다 젖은 거."

입은 긍정적이지만 바닥에 내팽개져진 빈 컵을 걷어차는 기세에만은 짜증이 가득한 걸 본 현준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침 연습 시간에 넉넉히 맞춰 이른 새벽에 나왔기 때문에 수업에 지각은 하지 않겠지만, 너저분해진 교복을 손보려면 아무래도 오전 연습은 자율에 맡기고 나란히 땡땡이를 쳐야 할 것 같다.





교문을 지나치자마자 지금은 쓰지 않는 가장 가까운 화장실로 직행한 수겸은 축축하게 젖어 피부에 들러붙은 셔츠 단추를 풀어내며 살짝 진저리를 쳤다.

"우와, 시럽 왕창 타 넣었었나 봐. 끈적끈적하네."
"갈아입을 건 챙기고 벗는 거지?"
"있겠냐. 이따 체육복이나 빌려 줘."

문 근처에 어설프게 세워져 있던 '고장 - 이용금지'란 패널을 대충 발로 밀어내고 들어온 현준은 가방 속의 타월에 물을 적셔 끈적대는 몸이며 머리칼을 벅벅 닦아내는 수겸을 흘끗 보고는 집어들었던 수겸의 셔츠를 내려놓고 제 교복 셔츠를 벗어 수겸의 머리 위로 던졌다.

"입고 있어."
"왜. 볼장 다 봤으면서 이제 와 새삼스레 내외야?"
"너 분명 바지도 벗을 거잖아. 위아래 중 하나는 걸쳐라. 풍기문란으로 학교에 경찰 불러오지 말고."
"여자도 아니고 남자 벗은 걸, 심지어 여기까지 누가 일부러 찾아와서 구경한다고. 나도 여긴 입학하고 처음 와 보는구만."

귀찮다고 투덜대면서도 일단 던져 준 셔츠를 꿰어입은 수겸이 미련없이 벗어버린 바지를 건네받아 세면대에 담그던 현준의 손이 그대로 멈추었다.

"너 진짜 경범죄로 신고해 버린다. 어쩌려고 죄다 벗냐."
"부실에 속옷 있어. 그리고 어차피 네 셔츠 걸치고 있으면 허벅지까지 가려져서 입었는지 벗었는지도 모른다."
"셔츠 단추 달랑 두 개 잠그고 할 말이야 그게?"

현준의 잔소리를 한 귀로 흘리며 몸에 남은 커피의 흔적을 지우는 내내 궁시렁대던 수겸은 군데군데 옅게 갈색 물이 든 스포츠타월을 들고 버릇처럼 냄새를 맡아 보다 눈을 돌려 거울을 바라보았다.
이쪽을 등진 현준의 앞모습이 거울에 비친다.

교칙에 아슬아슬 걸리지 않을 정도로만 대충 교복을 걸치고 다니는 자신과는 달리 언더셔츠까지 꼼꼼하게 챙겨입고 다니는 현준인지라, 와이셔츠를 제게 준 지금도 흰색 반팔 셔츠를 단정하게 입고 있다.
셔츠 소맷부리 아래로 언더셔츠가 나오면 안 되고, 받쳐 입은 셔츠의 색이 비쳐도 안 된다는 교칙에 맞춰 하복에는 민소매, 긴소매엔 반팔로, 똑같은 하얀 티셔츠만 서랍 안에 십수 장은 들어 있던 걸 떠올리자 괜히 웃음이 났다.
남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크다 보니 교복이나 체육복도 매번 따로 주문해야 해서,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얼마 동안 사복 차림으로 등교하느라 쟤는 뭐지 수군대며 다들 쳐다봐서 스트레스라고 하소연도 했었는데.
최대한 속으로 삼키는 웃음소리에 현준이 시선을 들어 거울 속 수겸을 살핀다.

"이제 좀 살 만한가보다. 내내 투덜거리더니, 웃음이 나냐."
"아까보다는 훨씬 낫지. 그래도 양말이랑 신발은 건져서 다행이다. 신발에까지 얼룩 졌으면 진짜 골치아팠을 걸."
"그 모습으로 서성대지 마. 자꾸 보여서 정신 사납다."

저기 저쪽, 하는 현준의 턱짓에 수겸은 반은 창고가 된 화장실 구석에 처박혀 있는, 왜 가져다 두었는지 용도를 모를 낡은 의자에 대충 걸터앉았다.
움직일 때마다 몸을 감싼 셔츠에서 서늘한 건지 따뜻한 건지 모를 감촉이 간지럽게 전해진다.
자꾸 흘러내려오는 셔츠 소매를 좀 더 넓게 접어올려야 하나 생각하며 손등을 덮은 소맷자락을 내려다보던 수겸이 작게 아, 하는 소리를 흘렸다.

"뭐야. 이거 교복 아니네."
"어?"
"우리 와이셔츠 소매 단추 한 개잖아. 이건 더블버튼인데. 그리고 여기 소매 끝에 자수. 우리 왼쪽 가슴 포켓에만 명찰 대신으로 이름 수놓지, 소맷부리에 왜 이름이 박혀 있는데?"

그 말에 눈으로 수겸이 걸친 셔츠를 주욱 훑던 현준이 세면대를 짚으며 고개를 떨궜다.

"아 진짜.. 다림질하고 난 셔츠 내 거랑 섞어두지 말라고 그렇게 말을 하는데 또!! 이 아저씨 오늘도 내 교복 입고 출근하셨네..."
"그러게 누가 매일 아침마다 그렇게 칼각으로 다림질 쫙 해 두래? 나였어도 네가 다린 셔츠랑 우리 엄마가 다린 셔츠 있으면 네가 다린 거 꺼내입고 가겠다."
"아니, 소재가 전혀 다른데 그걸 왜 바꿔 입고도 몰라. 싸구려 합성섬유랑 천연 실크가 구분이 안 될 정도면 비싼 옷을 왜 사시는 거냐고."
"실크였어? 어쩐지 닿는 느낌이 영 다르더라니. 나 이거 입고 있어도 되는 거야? 실수로 뭐 묻힐까 봐 무섭다."
"알 바야. 바꿔 입고 간 사람 잘못이지. 편하게 입고 있어."

괜찮다 소릴 들었지만 그래도 역시나 찜찜한 기분에 벽에 붙여 두었던 의자를 끌어다 탁 트인 빈 공간으로 옮긴 수겸은 어느 새 커피의 흔적이 거의 사라진 채 세면대 위에 펼쳐진 교복 셔츠를 보고 작게 탄성을 흘리며 현준의 등을 바라보았다.
한동안 구부정한 자세로 있느라 불편할 텐데도 여전히 집중력을 흐트러뜨리지 않는 걸 보고 있자니 괜스레 장난기가 치밀어오른 수겸은 눈치를 보며 신고 있던 운동화에서 살그머니 발을 빼냈다.

"새벽에 나온 게 다행이었네. 락커룸에 걸어 놓으면 1교시 시작 전까지 대충 마르겠는데. 그래도 조금 축축할 테니 체육복 가져다 줄게, 여기서 잠깐.."

발목 언저리를 간질이는 이질적인 느낌에 말을 멈춘 현준이 거울을 통해 확인하자, 등 뒤의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은 수겸이 비죽비죽 웃고 있었다.
양말을 신은 발끝이 발목에서부터 슬금슬금 위로 올라갈수록, 다리 위를 덮고 있던 셔츠 자락이 미끄러져 올라가며 허벅지가 점점 드러나는 꼴에 현준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침부터 뭐 하자는 거야."
"왜. 이제 좀 정신이 드나? 아니면 좀 더 정신 번쩍 들게 해 줘?"

수겸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손을 뻗어 뒤에서부터 현준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등 뒤로 느껴지는 뜨거운 숨결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애인한테 이런 야한 옷을 입혀 두고서는 손도 안 대고 쳐다만 보시겠다?"

흐흥, 하고 코웃음을 치는 수겸의 손톱이 벨트 버클을 톡톡 두들겼다.

"아니다. 쳐다도 안 봤지. 그렇지? 나랑 눈 마주칠 때마다 피했잖아. 왜, 나랑 눈 마주치면 내가 널 잡아먹기라도 할 것 같나?"
"수겸아, 여기 학교다."
"집이었어도 내가 도발하기 전까지는 안 건드릴 거면서."

이젠 대담하게 지퍼 부근으로 내려가려는 수겸의 손을 홱 낚아챈 현준이 수겸을 안아올려 세면대 위에 앉히더니 거울 쪽으로 밀어붙이며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거울 위에 짓눌린 채 잠시 갈 길을 잃었던 수겸의 손이 곧 현준의 셔츠 등 언저리를 꽉 쥐었다.

"참고 있는 거 알면 얌전히 있어야지. 왜 자꾸..!"

딱히 대답할 말도 없었지만, 대답을 할 틈조차 없이 다시 한 번 틀어막혀 버린 입술은 떨어질 줄을 몰랐다.
한계까지 억눌러 두던 걸 터뜨려서일까, 입술이 풀려나 겨우 숨통이 트이자마자 평소라면 흔적이 남을까 싶어 건드리는 것조차 조심스러워하던 목덜미 언저리에 몇 번이고 짜릿한 통증에 가까운 쾌감이 일었다.
새어나오는 신음소리가 사방이 막힌 좁은 공간을 웅웅 울린다.

"아무 것도 없어. 어쩔 거야."

흥분에 살짝 긁힌 현준의 목소리에 그나마 남아 있던 이성을 수겸의 한숨 섞인 신음이 덮어 버렸다.

"가방, 가방에, 흐응-!"

제대로 뒤질 여유조차 없는 손길로 가방을 그대로 뒤집어 엎어 버리자, 안에 들어 있던 것들이 우르르 쏟아져나왔다.
손끝의 감각만으로 더듬어 손톱 관리용 바셀린을 찾아낸 현준이 뚜껑을 연 튜브를 짜며 본능적으로 양을 가늠했다.
손가락에 묻어난 양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충분히 길들여 주기 어려울 듯 싶다.
아직 뻑뻑한 몸 안을 강제로 비집어 여는 손가락에 수겸이 숨을 삼키며 더듬더듬 손을 내려 현준의 손목을 잡았지만, 저항은 딱 거기까지였다.
오히려 두 손으로 현준의 손목을 간신히 그러쥔 채 주어지는 자극에 덜덜 떨며 몸을 뒤채는 모습은 마치 수겸이 현준의 손가락을 장난감 삼아 스스로 뒤를 푸는 것처럼도 보였다.

"흐으, 하아, 뭐야아.. 응?

하반신에서 갑작스레 몰려오는 쾌감에 수겸이 고개를 저으며 간신히 눈을 떠 보자, 현준이 반쯤 일어선 수겸의 것을 슬슬 만지고 있었다.
미끈하게 젖은 손가락이 예민한 곳을 쓸고 지나가는 감촉에 자기도 모르게 꾹 깨문 입술 위로 현준이 입을 맞췄다.

"가만히 있어. 이대론 안 끝나."

이런 식으로 몸을 만져진 건 처음이어서일까, 여느 때보다 쉽게 고조되는 흥분감이 머리 끝까지 차오른다.
그리고 순간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무언가가 몸 속 어딘가에서 툭 끊어지는 듯한 느낌과 함께 힘이고 정신이고 모든 것이 한순간에 썰물처럼 쏴아 하고 빠져나가 버린 수겸은 방금 전 제가 토해낸 정액이 허옇게 엉긴 손이 벌어진 다리 사이로 다시 한 번 침입하는 걸 멍하니 내려다보기만 했다.
몇 차례 심호흡을 하며 이물감에 익숙해지고 나니 이번에는 바글바글 타는 진한 갈증이 밀려왔다.

"그마안, 그만 하고... 너, 줘, 응? 네 거 줘어.."

티셔츠 자락을 끄집어올리곤 어깨며 가슴을 쓸다 천천히 몸을 타고 내려가 벨트를 당겨 푸는 손길에 조급함이 가득해 연신 헛손질을 했다.
짜증을 부리기 직전까지 온 손등 위로 손을 겹친 현준이 제 옷을 마구잡이로 헤친 수겸의 손을 당기자, 흥분한 수컷의 눅눅한 열기가 손바닥 안에 가득 찬다.

"네 손으로 넣어 봐. 갖고 싶다며."

실컷 도발해서 판을 만들어 놓고는 막상 눕히는 순간부터 수동적으로 변하는 수겸이니 이번에도 진저리를 치며 못 한다고 밀어낼 걸 예상했는데, 의외로 수겸의 고개가 순순히 세로로 움직였다.
아까 전부터 걸리적대는 셔츠 끝을 집어올려 입술 위에 대 주니 곧 벌어진 입술이 옷자락을 물었다.
입에 물려진 천조각 때문에 웅얼대는 발음으로 뜨거워, 빨리 하는 단어들을 간간히 뱉는 수겸의 다리가 현준의 허리를 점점 더 세게 감아당겨 제 안으로 이끌었다.
그렇게 한참을 힘겨워하면서 현준을 받아들이던 수겸은 결국 눈 앞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작게 흐느끼기 시작했다.

"못 해, 못 하게엤, 흑! 더는, 안 돼애.. 나, 그만, 응?"

애절한 부탁이었지만 지금의 현준에겐 그 목소리마저 달콤한 재촉으로 들렸다.
품 안의 수겸을 힘주어 안은 현준이 몸을 돌려 자세를 고쳐 앉자 수겸이 다시 한 번 숨을 삼키며 몸부림을 쳤다.
온 몸을 옭아맨 현준의 팔 때문에 밀어내지도 벗어나지도 못 하는 상황에서, 방금 전까지 현준의 허리 언저리를 감고 있던 다리마저도 이젠 무릎이 어깨 부근에 닿도록 들어올려진 상태라 수겸이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결합은 점점 더 깊어지기만 했다.
두 사람 분의 열기로 뿌얘진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수겸의 시선이 멈췄다.

저게... 나야?

생경하리만치 낯선 사람과 눈이 마주친 순간 수겸은 참지 못하고 다급히 현준의 뺨을 감싸쥐어 당겼다.

"나 봐. 응?"
"수겸아? 갑자기.."
"키스해 줘. 눈 돌리지 마 제발. 지금은, 그냥 나만 보고.. 나만.. 나만 느껴."

넌 나만 안아.

나지막한 경고 뒤로 목에 휘감기는 수겸의 손이 물귀신이라도 되는 양 섬찟했지만 이런 물귀신이라면 괜찮을지도 모르겠다는 한심한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었다.
이렇게 아무 생각도 없이 뒤엉켜 그저 서로를 탐했던 적이 있었던가.
이젠 어떤 것도 상관 없을 것 같다.





간신히 숨을 고르던 현준의 손이 등줄기를 쓸어내리자 수겸이 작게 비명을 질렀다.

"하지 마, 움직이지 마아! 나 아직, 빼면 안 돼! 으윽!"

방금 전까지 몸 안을 쑤셔대던 것이 느릿하게 빠져나가는 느낌을 억지로 참아내느라 벌겋게 달아오른 눈에 눈물이 고인다.
순간 뒤로 넘어질 뻔 한 수겸의 몸을 현준이 급하게 받아 안았다.

"..몇 분이야."

진이 다 빠진 질문에 현준이 반사적으로 손목을 내려다보며 답했다.

"25분 정도 남았어. 아슬아슬하겠는데."
"난 1교시 땡땡이다. 보건실에나 데려다 줘."

자신을 훑는 현준의 시선이 뭘 묻는 건지는 뻔했다.

"지금도 안에 고인 거 다 흐를 것 같은데 수업이 되겠냐. 진정되면 들어갈 거야."
"사유서엔 뭐라고 써서 제출하면 되는데."
"간만에 밤새 공부한다고 안 쓰던 머릴 썼더니 스트레스로 온 몸이 다 아프다고 해. 그 정도면 믿으실 걸."

아닌 게 아니라 저 김수겸이 자발적으로 공부란 말을 꺼낸 것 만으로 오늘의 땡땡이에 대한 합법성은 충분했다.
현준이 단단히 문단속을 한 뒤 젖은 옷가지를 챙겨서 뒤처리 차 자리를 비우고 난 다음, 혼자 남은 수겸은 뒤늦게 밀려드는 오한에 퍼드득 떨며 어깨 위를 덮은 교복 재킷을 여며쥐고 세운 무릎 위에 턱을 괴었다.
무심코 던진 시선 앞에 여전히 뿌연 거울이 들어온다.

뽀드득-.

손을 뻗어 길게 문지르자, 사라진 열기 뒤로 차분하게 가라앉은 한 쌍의 눈동자가 머무른다.
하루에도 수십 번은 마주쳤을 익숙한 눈빛.

빤히 자기 자신과 눈싸움을 하던 수겸은 눈이 시릴 즈음이 되어서야 킥킥 웃으며 재킷을 머리 위로 당겨 쓰고 고개를 푹 숙여 버렸다.

"..사람이 저기까지 미칠 수도 있구나."

분명 같은 걸 보고 있었을 텐데.
상대의 눈엔 그저 뱃속 깊은 곳에서부터 욕망을 부추길 뿐인 선정적인 모습이 왜 스스로에겐 바닥의 바닥까지 긁어 내보인 것만 같은 감추고 싶은 모습인 걸까.
오롯이 나에게 미쳐 나를 갈구하는 모습을 보는 건 뭐라 표현하기 힘들 만큼 짜릿한 일이지만 그 반대는 낯부끄럽다 못해 죽어도 들키기 싫은 꼴이라니.
남자의 정복욕이란 게 이런 거구나 새삼 느끼며 다시 한 번 거울을 통해 흘끔 확인한 행색은 여전히 후줄근하기 짝이 없었다.
빌려서 입고 있던 셔츠마저 각종 얼룩으로 더럽혀진 걸 보니 자신이 매달리며 내내 잡아뜯었을 현준의 매무새도 지금쯤 정상은 아닐 게 분명하다.

두 사람 모두 옷을 버린 건 둘째치고 목덜미며 어깨, 등, 허리 등 전신에 붉고 푸르게 남은 흔적 덕에 집이며 학교에서 한동안 잔소리를 듣겠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을 주워담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오늘은 우선 집에 돌아가자마자 온 집안의 거울부터 다 엎어 놓던지 해야지.

아까 전 눈이 마주쳤던 자신의 모습 때문에 당분간은 꿈 속에서까지 거울 귀신에 시달릴 것만 같은 상상에 수겸은 아픈 이마를 짚으며 최대한 거울을 피해 몸을 돌려 거울에 등을 기댔다.
2023.11.18 23:43
ㅇㅇ
아니 이런 대작이 있었는데 이제서야 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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