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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1 16:30
누가 누굴 만나?
너랑 누구?
에라이, 말이 될 소릴 해라.

어디 개가 풀 뜯고 북극곰한테 에어컨 팔고 사바나 한복판에서
나일악어한테 전기장판 파는 소릴 해라 하는 같잖은 축하인사를
수없이 들으면서도 감독 겸 주장과 부주장이라 오늘도 꼼짝없이 밥값은 뜯겨야 되는 이 입장을 원고지 3천자 내외로 서술하시오.

이게 대입 논술 시험문제였으면 만점 받았지...

김수겸과 성현준의 입에서 동시에 한숨이 나왔다.





"어. 나 임신. 당분간 건드리지 마라. 문다."

너무나도 상큼한 수겸의 말에 모두 할 말을 잃고 머뭇거리던 중 독박을 쓰게 된 건 차기 주장 준섭이었다.

"아니 그럼... 누구랑...?"

호각을 다투던 이정환.
마각을 드러낸 윤대협.
잊지 못할 상처를 얼굴 위에 남긴 남훈.

상대에 대한 예측만 깊어지고, 그에 따른 수겸의 미간 주름도 깊어져만 갔다.
결국.

"어, 여보!"

지쳐서는 터덜터덜 걸어들어오던 현준을 향한 일갈에 모두는 그대로 멈춰 버렸다.

여보요?
저게?
아니다, 저분이요?

모두가 혼돈 속에 빠져 있는 걸 알기나 하는지 무거운 발을 질질 끌며 다가온 현준이 수겸을 흘끗 보고 대꾸했다.

"왜. 뭐 해 줘."

갸아아아아악.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





고양이?
저게 고양이겠어. 최소한 카라칼이나 삵이지.
표범 아니에요?

아무리 봐도 천상 육식동물 상인 수겸인데 그걸 임신시킨 게 누가 봐도 인정할 초식동물이라니.
저 선한 눈동자만 봐도 이 현실이 믿겨지지 않습니다.

이분이 임신한 자고 저분이 임신시킨 자란 게 거짓말 같은 지금 이 상황을 누가 좀 설명시켜 주세요.

...라고 누군가 속으로 외쳤을 때.

"정글에선 사자가 제일 약자야."

수겸이 입을 열었다.

"얼룩말이나 기린이 뒷발로 차면 죽고, 코끼리 무리한테 밟힐까 죽기살기로 도망치고, 코뿔소한테 받히면 끝이고, 하마? 악어도 찢는 애한테 물리면 죽는다고. 대체 누가 사자가 최상위 포식동물이래?"

그래서 나도 잘못 걸려서 잡아먹혔다.
뼈까지 쪽쪽 빨아먹혔어.

으르릉컁컁대는 수겸의 곁으로 다가와 뒤에서 귀를 꼭 막은 현준이 가만히 고개를 저으며 소리없이 입만 움직였다.

내가 먹은 거 맞다.

더 이상 묻지 말란 현준의 기세에 모두 기가 막힌 사이 현준은 손 안의 수겸을 챙기기 바빴다.

"수겸아, 자기야, 여보? 들어가 쉴래? 피곤해 보이는데. 남은 건 내가 할게."
"...같이."
"같이 가야 돼? 어... 여기 정리하려면 조금 시간 걸릴 텐데... 안아 줄까?"
"너 옷 좀 줘. 나 잠깐 자게."
"뭐, 이거? 이렇게 하면 돼? 이렇게?"

입고 있던 옷을 벗어 수겸을 감싸매며 어쩔 줄 모르는 현준의 목에 수겸이 답싹 매달렸다.

"으응, 이렇게 해 줘어."

재판장님 검사님 뭐가 됐건 전 아무 것도 보지 못했습니다.
얼룩말 뒷발에 채인 사자도 코뿔소에게 받힌 표범도 못 봤다고요.

이 눈이랑 고막 누가 좀 사 가요.
뇌도 팝니다.



현준수겸
#슬램덩크
2024.02.02 09:0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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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값 뜯기는값으로 당당하게 염천떨기로 하기라도 한거냐고ㅋㅋㅋ
[Code: 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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