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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20 11:17
실제론 김수겸이랑도 친해서 그런 거였음 좋겠다





"어, 여기다."

손을 들어 반기는 수겸의 앞자리에 앉은 대협이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잘 지내시죠?"
"보시다시피. 넌 피곤해 보인다?"
"아무래도. 아시잖아요. 4번의 무게."
"아아, 잘 알지."

구 4번이 신 4번을 보고 피식 웃으며 격려차 어깨를 두드렸다.
대협이 도착할 시간을 가늠해 수겸이 미리 시켜 둔 레몬티가 테이블 위에 놓이자, 대협은 따뜻한 찻잔을 감싸쥐고 후후 불어 한모금 넘기고는 영화 팸플릿을 넘기는 수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럼 이젠 뭐라 부르지? 전 4번? 올해 백넘버 뭐예요?"
"남는 거 중 고르라는데. 익숙한 9번 아니면 남는 것 중 제일 앞번호인 7번 둘 중 하나?"
"7번 해요, 7번. 행운의 럭키 세븐."
"네 백넘버였었던 거라 싫더라고."
"에이~, 우리 사이에 왜 그래."
"우리 사이라 그런다."

말은 매정하게 하면서도 눈빛만은 다정한 수겸을 보고 있으니 저절로 편안한 미소가 떠오른다.
사람을 휘어잡는 카리스마와 품어줄 수 있는 너른 포용력에 코트 위에서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에너지를 가지고 돌진하는 겁없는 사람.
윤대협이 설명하는 김수겸은 그런 사람이었고, 그래서 대협은 수겸을 좋아한다.

4번이란 애칭도 그런 존경심을 담은 부름이었다.
어느 팀에서라도 4번의 자리란 쉽지 않은 곳이건만 그 등번호를 지고도 심지어 감독에 에이스란 칭호까지 거머쥔 사람.
거기가 현내 톱3인 상양임에도 전혀 기죽지 않다 못해 오히려 쭉 든든한 기둥으로 그 자리를 지키던 수겸을 눈에 담고 있으니 살짝 가슴이 무거워졌다.

"나 잘 할 수 있으려나, 4번."
"왜."
"형은 어떻게 했어요? 상양의 4번씨."

한숨섞인 대협의 질문에 수겸이 팔짱을 끼고는 미소지었다.

"뭘 어떻게야. 그냥 죽어라 했지. 그러니까 너도 해. 할 수 있다. 능남 4번아."
"와아.. 이제 반대로 내 이름 안 부르고 졸업할 때까지 그렇게 놀릴 거죠? 모옷됐다 진짜아~."
"먼저 내 이름 안 부른 건 너야."

퉁명스럽게 대꾸한 수겸이 건넨 시사회 티켓을 받아든 대협은 자리 번호를 확인하곤 눈을 크게 뜨며 수겸을 돌아보았다.

"엄청 좋은 자리네. 그런데 이런 걸 왜 나랑? 남편 뭐 해요?"
"강백호 보러 간다더라. 요즘 둘이 노느라 바빠. 덕분에 나 서태웅한테 멱살 잡혔잖아. 데이트 훼방놓지 말라고."
"강백호랑 서태웅이 만나는 것까진 이해했는데, 거긴 의외의 조합이네."
"지켜보는 사이에도 성장하는 가능성이 소름돋는다고. 눈을 못 떼겠대."

그거 말고 다른 말도 했지만.

- 우리한테도 안한수 같은 감독님이 계셨다면 딱 네 모습이 저랬을 것 같아서.

어딘지 안타까움이 담긴 현준의 말에 수겸은 말없이 웃음으로만 답했다.

"너는 어때? 그 친구랑."
"영수요? 아아.."

자신에게 돌아온 화제에 대협의 표정이 부드럽게 풀렸다.
마악 연애를 시작한 남자의 얼굴에 수겸이 흥미진진한 듯 테이블 앞으로 몸을 기댔다.
역시나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건 불구경과 남의 연애 얘기지.

"일단 아직은 괜찮은지 삐걱대는지 모르겠는데, 나쁘진 않다 정도?"
"그런데 이 시간에 나랑 영화를 본다?"
"이미 임자가 확실해서 경계할 필요 없는 상대니까? 오늘은 핑계김에 혼자 집에서 자고 싶대요."

말은 저러지만 표정은 이미 입이 귀에 걸린 대협을 본 수겸이 결국은 참던 웃음을 터뜨렸다.
저렇게까지 표정이 안 숨겨지는구나.
세상에 절대 숨길 수 없는 게 재채기랑 사랑이라더니 진짜인가보다.

대놓고 사랑에 빠진 대협의 눈빛과, 끊임없이 대협을 바라보다 그런 대협이 자신을 향하는 타이밍에 맞춰 귀신같이 몸을 돌려 버리는 영수를 보는 순간 우리도 저랬던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라도 응원해 주고 싶어 가볍게 등만 밀어 줬는데, 생각보다 후한 결과에 보는 쪽까지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다.

영수의 얘기에 하도 웃어서 경련이 오는 뺨을 문지르던 대협은 잔을 들어 목을 축이며 원래대로라면 현준의 대타로 자신 대신 이 자리에 있어 마땅한 다른 사람의 안부를 물었다.

"정환 형은요?"
"전호장이랑 필리핀. 서핑하러 간다는데, 과연 가서 보드만 탈까 싶다. 보드 올라탈 시간에 다른 거 탈 사심 가득한 눈이었거든."
"하핫, 그렇겠죠."

남자가 다 거기서 거기지.
애인과의 첫 여행, 그것도 해외 여행에 신이 났을 정환의 칼같은 거절로 자신에게 돌아온 티켓을 챙겨든 대협이 시간을 확인하고는 잔에 남은 레몬티를 홀짝 마셔버린 뒤 빈 잔을 내려놓았다.

"슬슬 일어날까? 영화 끝나고 한가하죠? 밥 O.K.?"
"영수도 불러라. 오해 사기 싫다."
"나올지 모르겠는데.. 형 남편도 불러요."
"걔야말로 나올지 모르겠다만, 불러는 볼게."

각자 애인에게 연락을 남긴 뒤 휴대폰을 무음 상태로 돌린 대협과 수겸은 나란히 일어나 영화관이 있는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슬램덩크
대협영수 현준수겸
약 정환호장 약 태웅백호
2024.01.20 23:58
ㅇㅇ
모바일
윤대협 반존대 뭔데 설레ㅋㅋㅋ
[Code: 60f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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