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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20 00:37
"훈아, 인났나-."

동준이 부르는 소리에 훈은 자리에서 부스스 일어나 머리를 벅벅 긁었다.

"니는 새끼야, 그 지랄만 안 해도 아침에 한 시간은 더 잔다. 머리털한테 안 미안하나? 맨날 그래 괴롭히쌌노."

추운 날씨에 팬티 한 장만 걸치곤 엉덩이를 긁적이며 걸어온 훈은 채 눈도 뜨지 못하고는 거울 앞의 동준에게 다가와 동준이 건네 준 고데기를 집어 손바닥 근처에 가져다 댔다.
온도를 확인한 다음 익숙하게 머리칼을 집어 웨이브를 넣고 나서 오일이며 토닉으로 마지막 정리를 해 준 훈은 꽂혀 있던 잔빗을 뽑아들 즈음에야 겨우 하품을 하곤 눈을 제대로 떴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머리를 싹 빗어 고무줄로 꽉 묶은 뒤에야 손에 묻은 각종 헤어 제품을 닦아내는 훈의 허리를 꼭 끌어안은 동준이 훈의 뺨에 모닝 키스를 남겼다.

"니가 해 주는 게 젤 이쁘다 안 카나."
"치아라 문디야. 눈 뜨고 양치는 했나."

궁시렁대면서도 순순히 내민 입술에 뽀뽀를 한 훈이 샤워를 위해 욕실로 들어가자, 동준은 훈이 벗어던진 팬티를 주워 세탁기에 넣고는 칫솔에 치약을 짜 입에 물었다.

매일 있던 아침의 시작이다.





"자야, 니 여 있나?"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점심을 먹던 훈은 뒷문으로 들어온 동준의 잔뜩 헝클어진 사자머리를 보곤 입을 딱 벌렸다.

"뭐꼬?"
"하 씨, 2교시에 축구 차다가 딴 노마 옷 자꾸에 걸리뿟다."

이미 4교시가 끝나고, 점심시간도 절반 이상 지났으니 벌써 두 시간은 저 꼴로 있었다는 동준의 말에 훈은 한숨을 삼키며 가방에서 휴대용 빗이며 고무줄을 꺼내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드릅게 손 마이 가네. 여 앉아 바라."

방금 전까지 자신이 앉아 있던 의자에 앉은 동준의 뒤에 책상을 끌어 온 훈은 접이식 빗을 펴서 익숙하게 동준의 머리를 빗어 주었다.

"그지꼴이 따로 없구마."
"계속 이동수업이라 바빴다."
"니가 빗어 쫌매믄 될 거 아이가."
"내는 꼬무줄 없다카이."
"쫌 들고 댕기라 쫌!"

깔끔하니 빗어넘긴 머리를 단단히 묶어 준 다음 등짝을 후려치자, 동준은 죽겠다고 앓는 시늉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선 훈을 끌어안고 이마에 입을 맞췄다.

"우리 각시 밥 묵다 말고 욕봤데이. 마저 무라."
"돼아따. 잠이나 잘란다."

도시락 뚜껑을 덮으려는 훈의 앞으로 동준의 손이 불쑥 들어오더니 도시락 안의 미트볼을 하나 집어들곤 훈의 입 앞에 갖다댔다.

"굶지 말고 아~ 해라."
"...미친 기가."
"쓰읍-, 퍼뜩! 아~!"
"...아아-."

벌린 입 안에 미트볼을 쏙 밀어넣은 동준은 소스가 묻은 손가락을 쪽 빨고는 내친 김에 숟가락을 집어 밥도 한 숟가락 크게 퍼서 훈의 입가로 날랐다.

"그그만 묵으믄 짭다. 자, 아아~."

이번엔 순순히 입을 벌리는 훈의 입 속에 밥까지 밀어넣은 다음, 오물대는 훈의 입가에 묻은 밥풀을 떼서 제 입에 넣은 동준이 다음 숟가락을 준비했다.
그렇게 순식간에 설거지라도 한 것처럼 싹 비운 도시락을 착착 챙겨 훈의 가방에 넣어 준 다음에야 동준은 후련하게 웃으며 훈의 머리를 헝클이듯 쓰다듬었다.

"다 뭇으믄 인자 쫌 자라. 이따 뛸라믄 쉬어야제."
"니는. 갈끼가."
"와. 팔베개 필요하나."

일어나려다 돌아서서 묻는 동준의 말에 훈이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자, 동준은 바로 자리에 앉아 팔을 내밀어 주었다,

"요 누버라. 십분이라도 자자. 눈 때끈한 거 보래이."
"주디 쫌 닥치 바라. 씨끄러바서 골 울린다."

툴툴대는 말과는 다르게 동준의 팔을 벤 훈은 순식간에 곯아떨어졌고, 흐뭇한 눈으로 곤히 잠든 훈을 보던 동준은 주변의 시선을 눈치채고는 살짝 인상을 썼다.

끄지라.

입모양만으로 남긴 경고에 모두들 슬슬 자리를 비킨 교실에서 나지막이 울리는 숨소리가 간지럽다.



#슬램덩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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