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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31 15:18
#슬램덩크


각각 해남과 상양의 기둥이라 할 이정환과 김수겸이 졸업하고 말 그대로 기둥뿌리가 뽑혀나간 듯 휘청대기 시작한 두 학교
이대로는 위험하다 느낀 두 학교 교장들이 필두가 되어 쑥덕대다가 겨우 끄집어낸 묘수가
"그럼 뽑힌 기둥뿌리 도로 가져다 묻어버려!!"였음ㅋ

이렇게 영문모르고 불려온 이정환과 김수겸
김수겸이야 자기 후임 면접부터 감독직 인수인계 등까지 아직도 한발은 상양에 묶인 상태라 자주 불려다녀서 이번엔 또 뭐지 정도 생각으로 편안하게 왔지만
3학년 인터하이 끝나고 은퇴한 뒤론 신준섭이나 전호장 등에게 전권을 위임하고 물러난지라 대학생인 지금은 아예 해남부고와 연이 끊긴 지 오래인 이정환은 괜히 불안했겠지

그리고 이번만은 이정환의 촉이 맞아떨어짐
인터하이 전에 치를 친선경기 a.k.a. 라이벌전에서 둘이 나란히 앉아 중계를 해보라네
심지어 단파라디오와 교내방송 정도긴 하지만 둘이 하는 중계가 전교 및 인근 반경 n킬로미터까진 방송된대

단, 조건이 하나 있는데
편파중계니까 상대팀은 까고 내 팀은 콩깍지 쓰고 응원해야 되잖음?
그게 김수겸이 해남을, 이정환이 상양을 맡아서 서포트해야 된다는 조건이라 둘다 내가 지금 이순간 잡아야할건 교장의 멱살인가 아니면 나의 뒷목인가 깊은 고민에 잠겼음

그런데 이정환은 사실 잘 몰랐지만 아직도 상양의 노예인 김수겸은 해남이고 상양이고 본인들이 현역일 때와는 분위기가 백팔십 도 다르단 걸 아니까 그래 그냥 내 뒷목을 잡고말지 하고 이정환을 살살 어르고 달래고 때론 긁어가며 꼬시기 시작함

이럴때 아니면 너랑 나 둘이서 이런거 언제 해보겠어
왜 설마 말발에서까지 나한테 못이길거 아니까 피하는거냐

드리블을 손이 아니라 혓바닥으로 했나 싶은 쩌는 말빨에 결국 홀랑 넘어간 이정환이 콜을 외치고 이렇게 간만의 빅매치가 성사된다는 소리가 졸업생들이며 타교 농구부원들 등등 입소문으로 번지기 시작하는데

판이 이렇게 커질줄 몰랐던 학교 관계자들은 어.. 음.. 잘해보시게! 하고 발을 쏙 빼 버리고
발등에 불떨어진건 두 임시 해설자들 뿐

뭐야 상양 스타팅 중 왜 아는 얼굴이 하나도 없어
이것들은 농구부원을 농구실력이 아니라 신장만 보고 뽑나 뭔 센터만 다섯명이야
이정도면 해남이 유리할 것 같은.. 아차 나 상양 응원해야 되지
- 이정환 마음의소리

전호장 많이컸네 이젠 내가 한참 올려다봐야겠는데
신준섭 얘는 아직도 매일 슛연습 수백개 안빼먹고 하나 주장이란 애가 그렇게 한가한가
골밑은 우리가 나을... 아 나 해남 편이구나
- 김수겸 마음의소리

이렇게 말도안되는 빅게임 5판 3선승제의 첫날
고작 친선경기인데 산왕 풍전 능남 등 외부인들까지 더해져 미어터질 것 같은 해남 체육관과
한쪽에 마련된 간이 중계부스에서 방송기기 최종점검하며 나란히 한숨쉬는 오늘의 해설진들
각자 해남 4번 김수겸과 상양 4번 이정환이라는 생소한 유니폼 받아들어 껴입은 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아이고 내신세야 하며 서로 어깨한번 두드리고 꽉 껴안아주는데
밖에선 두 라이벌의 아름다운 모습이라며 짝짝짝 박수치지만 실상은 서로 귓속말로
우리 애들 이름 일부러 잘못 부르기만 해봐라[김수겸]
중계하다 말고 마이크로 경기지시내리면 파울이다[이정환]
기싸움은 이미 시작되었고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시작된 경기

그리고 중계는 역시나 빵 터졌다

- 전지적 이정환시점
확실히 상양은 신장이 장점이죠
아.. 그런데 스피드가... 생각보다, 어...?
원래 상양이 파워게임에 능한 팀이 아닌데? 무모합니다 저 몸싸움.
우리 호장이가 최근에 증량을 많이 했거든요. 아, 아! 전호장 이녀석 그걸 왜 거기다 패스를 해!!
넌 임마 내가 그러라고 지금까지 밥을 사준 줄 아냐!!!!

- 전지적 김수겸시점
어어 전호장 패스미스! 상양 수비진이 세 명이나 포진한 곳에 정확히 볼을 넘겼습니다.
자 이젠 뛰어야죠!! 아니 신준섭 누가 너보고 뛰랬냐!!
크흠, 큼, 신준섭처럼 외곽슛이 강점인 선수는 살짝 뒤에서 기다려 주는 게 대량득점에 더 낫다는 말입니다.
그르늬끄 븨킈르그.... 그긔 싀 읬즤 믈그.....

대략 이런 꼬라지로 4쿼터까지 쭉 이어져서
관중석에 있던 익현이 1쿼터 끝나자마자 더는 못보겠다 나가버리고 민구는 집에서 라디오로 방청하다가 2쿼터 끝나자마자 라디오 코드 뽑아버림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채 절교하고싶다 한마디를 주문처럼 외우는 성현준 옆에서 나란히 어깨 두들겨 주는 오창석 임택중 장권혁의 시선은 이미 출구쪽에 붙박혀있고
내내 ㅇ_ㅇ한 보기드문 얼굴 돼있던 서태웅은 3쿼터 마지막쯤 육성으로 웃음터뜨리고
정대만은 이미 1쿼터 시작전부터 이정환 김수겸 콤비가 서로 쳐다보며 지은 극혐표정 보는순간 무너져버림
저것들 앞에서 무 한번 더 깎아야하나 변덕규
너희들한테는 졸업하고 나서도 화가 난다 채치수
야 우리도 저기 끼워달라고 할까 3파전 어때 윤대협과 저 수치심을 견딜 자신은 있고? 묻는 안영수
경기는 경기인데 중계가.... 할말하않 신현철
...개판이네뿅 하고 신현철 말 받는 이명헌
쟈 미친거 아이가 묻는 강동준 팔 잡아끌며 내는 안볼란다 저 꼬라지를 먼정신으로 견디라꼬 거의 웃다 우는 남훈

그래도 결과적으로 세간의 이목만은 확실하게 끌었고
경기 과정 내내 두 서포터 겸 중계진들의 피아 안가린 전방위 멘탈공격에 선수들 심리만은 제대로 단단해졌기에
해남이고 상양이고 농구부에선 양쪽다 건진게 있어 행복했지만
저 경기 거의 한달에 걸쳐 총 다섯번 중계한다고 멘탈이 박박 갈린 이정환과 김수겸만 전혀 행복하지 못한 엔딩
2023.12.31 17:47
ㅇㅇ
모바일
개웃겨 ㅋㅋㅋ
[Code: a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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