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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7 23:39
첫번째 악몽 https://hygall.com/557129649
두번째 악몽 https://hygall.com/557333117



[세번째 꿈]


오랜만인 호출에 로버트는 ‘버니’의 처리를 기다리는 동안 가방에서 종이봉투 하나를 꺼내 카운터 위로 올렸다. 저울에 얹어진 갈색 카디건의 무게를 읽던 초록색 동그라미가 저울과 봉투를 몇번 번갈아보다 봉투로 먼저 팔을 뻗는다. 신이 났는지 위아래로 울렁거리던 몸이 내용물을 확인하자 더 밝게 빛을 냈다.

“저번에 알려줘서 고마웠어 버니.”
“버터쿠키랑 치즈스콘도 넉넉하게 넣었어. 그것도 좋아하잖-”

로버트? 카운터에 몸을 기대고 발을 동동거리던 로버트가 제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상체를 세우고 뒤돈다.

“… 마일스?”
“어, 오랜만이네요. 로버트”
“그러게요? 참, 마일스도 버터쿠키 좋아해요?”

카운터 안으로 불쑥 들어온 로버트의 손등을 ‘버니’가 아프지 않게 쳐냈다. 욕심쟁이! 넉넉하게 구워왔잖아! ‘버니’의 팔이 스친곳을 매만지며 말하자 마일스가 손을 저으며 경쾌하게 웃는다. 품이 큰 셔츠자락 아래로 마른 몸이 들썩였다.

“나참, 정말… 물건이나 넘겨줘 버니.”

‘버니’가 쿠키를 들고 있지 않은 팔로 쭉 밀어낸 카디건을 끌어안은 로버트가 뚱한 표정으로 메모는? 하고 묻자 ‘버니’가 고개를 흔든다. 웃음을 추스른 마일스가 잠깐 생각하는 듯 하다 로버트의 곁으로와 말했다.

“가끔 이런 경우가 있었어요. 엘리베이터 투입구에 물건을 넣으면 그래도 제대로 도착하더라구요.”
“… 저도 꽤 오래 ‘미아’였다고 생각하는데 이런적은 처음이네요.”
“저도 그동안 두어번밖에 못본 것 같아요.”

그래도 투입구에- 커다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공간을 건너뛰던 마일스가 덧붙여 말하던 것이 끊어진다. 물음표를 띄우고 다음말을 기다리던 로버트도 어? 하고는 말을 멈춘다.

“버니! 투입구가 없어!”

엘리베이터 밖으로 소리친 로버트를 향해 ‘버니’는 닫히는 문틈으로 태연히 팔을 흔든다. 마치 작별 인사를 하는 것 처럼.


-

“악몽이 없는 꿈이겠죠?”
“… ‘맥’ 없이 처리팀만 불렀다면 그러길 바래야죠.”

마일스의 대답을 끝으로 비상정지도, 열림버튼도 없는 엘리베이터에서 둘은 RE-151층이 찍힌 알림판을 올려다 봤다. 자동으로 열리지 않는 엘리베이터 문은 마일스에게도 처음인 듯했다. 로버트가 몇번 한숨을 내쉬었다. 이 곳에서의 꿈은 크게 둘로 나뉜다. 악몽의 형태가 존재하는 꿈과 그렇지 않은 꿈이다.

첫번째 종류는 제이크와 같은 ‘맥’이 악몽을 처리하고 몇명의 처리팀이 그 뒤를 마무리하는 경우인데, 주로 현장을 깨끗하게 보존하거나 아예 없던 꿈으로 만드는 류의 마무리였다. 후자는 ‘맥’ 없이 처리팀 단독으로 움직이지만 종종 일이 더 고되고는 했다. 인간의 마음을 갉아먹고 자란 악몽이 형태로 발현되기 전 예방하는 일과 유사한데, 악몽이 형태가 있어 깨부수면 끝나는게 아니라 꿈 그 자체가 가진 고통을 알아야 해결이 가능해서 이렇게 적은 인원수로 꿈에 도착한 것도 전부 처음이었다. 품에 들고있던 카디건을 더 세게 끌어 안은 로버트를 보던 마일스가 그의 앞으로 선다.

“그래도… 부딪혀봐야겠죠?”

그말에 묘하게 용기를 얻은 로버트가 허리를 세우고 그 옆에 바짝 붙어 섰다. 근데 문을 어떻게 열죠? 하는 로버트의 말에 마일스가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문이 열리며 엘리베이터 공간 안으로 따뜻한 바람이 불어와 둘 사이를 휘감고 나간다.

“첫인상은 딱히 나쁜꿈 같지는 않은데…”
“… 그러게요.”

조용히 복도로 빠져나오자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며 그 위로 비상탈출구 초록빛이 반짝인다. 잠깐 위치를 기억한 로버트가 앞서나가는 마일스를 따라 잰걸음으로 걸었다. 뚜렷하지 않은 형태의 복도를 이리저리 살피면 어느 공간부터 꼭 영화 세트장에 들어선듯 명확해진다. 안내 데스크와 쉴틈없이 울리는 전화벨 소리, 로버트와 마일스를 통과해 스쳐가는 얼굴없는 인간들, 가끔 들리는 흐느낌과 웃음소리. 걔중 그나마 완전한 형태를 가진 존재를 뒤따라가던 마일스가 불현듯 걸음을 멈춘다. 무거워 보이는 미닫이 문 앞에선 마일스 옆으로 붙은 로버트가 문 한켠 작은 유리창 너머로 방 안을 살핀다.

“여기가 꿈 주인이 가진 고통의 근원인가요? 여기 꼭…”

병원같죠? 이렇다 할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로버트는 방 안에 인물들을 찬찬히 살폈다. 침대 옆 의자에 몸을 구겨 앉은 금발의 사내가 붕대가 감긴 마른 손목에 연신 입을 맞추며 이야기하지만 환자의 얼굴은 벽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우두커니선 마일스대신 미닫이 문을 당기는 로버트의 손을 마일스가 저지했다.

“내가… 내가 열게요. 로버트.”
“마일스?”
“… 내가 열게 해줘요.”

로버트가 한걸음 뒤로 물러서자 몇번 쉼호흡한 마일스가 떨리는 손으로 문을 민다. 마일스가 그 방으로 들어서자 재생되던 꿈이 멈추고, 주변을 부유하던 먼지마저 반짝인다. 간이 의자에 앉아있는 사내 곁으로 다가간 마일스가 이내 무릎의 꿇고 그의 허벅지께에 얼굴을 묻는다. 조심히 따라 들어가던 로버트가 코너를 돌며 침대 위의 환자의 얼굴을 마주했다.

“여기는 당신의 꿈인가요. 마일스?”
“…. 아니요.”

얼굴이 온통 눈물로 젖은 마일스가 아주 귀한 것을 만지듯 손끝으로 금발사내의 턱과 입술을 훝는다. 아무런 표정없이 죽은 듯 누워있는 마일스와는 다른 사람인듯한 착각마저 일었다.

“… 나는 당신같은 ’미아‘인걸요. 이건… 이 사람의 꿈이겠죠.”
“…”
“나를 사랑해주던 사람이요.”

떨리는 작은 등위로 로버트가 ’버니‘에게 받은 카디건을 펼쳐 얹었다.

“... 버니가 인사를 건넨게 당신이었어요. 마일스.”

어깨에 걸린 카디건 자락을 움켜쥐고 한참을 울던 마일스가 사내의 발치에서 토해내듯 그의 이름을 내뱉는다. 존, 존…. 이제 돌아가고 싶어요. 당신 곁으로. 내가 잘못했어요… 미안해요… 이렇게 이기적으로 당신만 남겨두면 안되는 거였어. 제발… 돌아가고 싶어요...

"존..."

오랫동안 쓰지 않은 듯 잠긴 목에서 꿈에서조차 제 안녕을 비는 이의 이름이 흐른다.

“… 마일스?”

마일스, 세상에, 신이시여. 신께서 제 기도를 들어주신게 분명해요. 옅은 잠에서 깨었어도 여전히 다정한 눈빛과 꿈이 아님을 알리듯 뜨거운 눈물이 글렌의 뺨을 타고 흐르다 그의 입술과 마일스의 손등으로 녹아든다.

“신께 당신을 돌려달라 얼마나 빌었는지 모를거예요.”
“…”
“그동안 좋은 꿈 꿨나요, 마일스?”

마일스가 봄볕에 이내 녹아버리는 눈같은 기억을 더듬다 눈을 몇번 깜빡인다. 눈물 젖은 입술로 제 손바닥에 입맞추는 글렌에 고개를 끄덕이며 힘없이 웃었다.



-

띵! 하는 알림음과 함께 복도에 도착한 엘리베이터에서는 검은 정장을 차려입은 사내가 쏟아질듯 내린다. 곧장 카운터 앞으로 걸어가 안주머니에 들어있던 메모를 ’버니‘에게 넘기고 뒤돌다 인사한다.

“헤이, 제이크.”
“안녕, 어거스트”

물건을 기다리는 제이크 옆으로 카운터에 삐딱하게 기댄 어거스트가 ’버니‘가 한구석에 아껴둔 쿠키 하나를 뺏어 물었다. ’버니‘가 당황으로 물들어 팔을 흔든다.

“버니껀 뺏어먹지 않는게 좋아.”
“그렇게 먹이니 저렇게 둥글둥글 살이 찌지.”
“쟨 원래 저렇게 동그라미였어.”

뭐 아무튼. 과자 부스러기가 붙은 손을 큰 동작으로 터는 모양을 보던 제이크가 눈을 찌푸린다.

“할말이라도 있는거야?”
“넌 역시 눈치가 빨라. 제이크.”
“빨리하고 꺼져.”
“싸가지 없는 것도 여전하고.”

제이크의 미간이 좀전보다 좁혀지자 어거스트는 더없이 가벼운 말투로 말했다.

“가끔 말이야… 악몽의 근원이 없어지면 편해지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지 않아?”
“똑바로 말해.”

때마침 도착한 물품에 ’버니‘가 움직인다.

“오늘도 악몽을 하나 죽였는데.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
“…”
“이런새끼 악몽까지 친히 해결해줘야하나? 하고 말이지.”

좋은 꿈만 있었으면. 하는 생각? 오래살다보니 이런 생각도 하고 말이야. 웃음과 함께 ’버니‘의 과자하나를 더 집어먹으려던 어거스트의 손등을 제이크가 내려쳤다.

“그럼 은퇴를 해.”
“…”
“네가 좋아하는 좋은 꿈에 둘러 쌓일 수 있잖아.”
“무서워라-. 그냥 생각이라니까 제이크?”

제이크가 대꾸없이 물건을 받아들고 메모를 훑자 손등을 쓸던 어거스트가 미련없이 몸을 일으켜세운다. 나는 버터쿠키는 영- 별로더라. ‘아이‘들이나 먹는거라 그런가? 싸늘하게 식은 녹색 눈동자에도 빙글빙글 웃다 제이크를 스쳐간다. 그가 복도 끝에서 사라지고도 한참을 노려보던 제이크 뒤에서 ‘버니’가 불안한듯 흔들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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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맨밥 존글렌마일스 파월풀먼

1화에서 나이차때문에 로버트외형을 마일스로 써서 혹시나 덧붙임
재생다운로드938b864f77d4e23c9e98189410b7291e.gif
현재 로버트는 이정도 이미지에 가까울듯 어릴때는 무덤덤했는데 제이크가 키우(?)면서 깨발랄한 면이 좀 늘었을듯 ㅇㅇ
그리고 어거스트는 걍 지금이 8월이길래 따옴ㅜ
오탈자 지적 대환영 제발

+ 악몽/꿈 순서 조져지길래 제목 수정함
#꿈을먹는괴물
2023.08.07 23:54
ㅇㅇ
헐 어나더다! 센세ㅠㅠㅠㅠㅠㅠ '미아'는 돌아갈 수 있는 건가요? 그래서 마일스는 존이 기다리는 곳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건가ㅠㅠㅠㅠ 다시 존글렌에게 돌아가서 정말 다행이야 마일스ㅠㅠㅠㅠㅠㅠ
[Code: 8c8f]
2023.08.08 00:01
ㅇㅇ
헉헉 센세오셨어ㅠㅠㅠㅠㅠ 성실수인 내센세ㅠㅠㅠㅠㅠ
[Code: e2d5]
2023.08.08 00:20
ㅇㅇ
모바일
아 환상같고 진짜 꿈같다ㅠㅠㅠ 미아 마일스는 결국 존 곁으로 길을 찾아갈수 있게된거지? 아ㅠㅠㅠㅠ 이세계관 진짜 너무좋다
[Code: d037]
2023.08.08 00:38
ㅇㅇ
모바일
와 센세 오셔따!!!!!!
[Code: 2581]
2023.08.08 00:39
ㅇㅇ
모바일
센세 기다리고 있었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2581]
2023.08.08 00:48
ㅇㅇ
버니는 꿈을 먼저 알 수 있으니까 작별인사한거였구나ㅠㅠㅠㅠㅠㅠㅠ 존 마일스를 포기하지않고 기다리고 있었어ㅠㅠㅠㅠㅠㅠㅠㅠ 다시 만나서 다행이야ㅠㅠㅠㅠㅠㅠㅠㅠ 꿈 주인이 죽는 사건들 공통점이 현실세계에서는 죽어마땅한 인간들이라 헀잖아 어거스트 말하는거 보면 굉장히 의심스럽다...
[Code: 87fd]
2023.08.08 01:3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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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거스트쉑이 전에 꿈 주인들 죽인 놈인가
[Code: edda]
2023.08.08 01:3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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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스!!!!! 마일스의 영혼이 꿈의 세계에서 떠돌았구나 그래도 잘 지내고 있었네ㅠㅠㅠㅠ 다시 존이랑 만나서 다행이야ㅠㅠㅠㅠㅠ아 센세 너무 재밌다ㅠㅠㅠㅠㅠㅠ미드 보는 거 같아 에피마다 작은 에피가 숨어 있고 큰 맥락으로 돌아가는 이야기줄기도 있고 센세 작가맞지?????
[Code: a4de]
2023.08.08 01:3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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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맥이라고 부르는 것도 뭔가 신비해.. 버니는 뭔가 내 상상속에서 큰 토끼탈을 쓰고 있는 사람으로 생각중인데 앞으로 더 나오려나????
[Code: a4de]
2023.08.08 01:3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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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으로 보는 것 같은 묘사다 센세 사랑해
[Code: a4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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