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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4 22:18
[첫번째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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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럽게 클래식하군.”

검은색 코트를 입은 사내가 담배 필터를 송곳니로 문채 중얼거렸다. 코트만큼이나 어두운 색의 가죽장갑을 벗을까 고민하는 듯하다 눈높이쯤에 달린 룸 넘버 마크를 툭툭 건드리다 세게 튕긴다. [999] 녹슨 철제 마크가 나무문을 둥글게 긁으며 제 자리로 돌아갔다 이내 다시 뒤집혔다. 그제야 장갑을 벗은 사내가 문간에 서서 담배를 깊게 빨아올렸다.

“불러놓고 왜 다 끝나있어?”
“세러신씨가 늦은거예요.”

쓰리피스 정장 차림의 사내와 달리 조금 가볍게 차려입은 둥근 얼굴의 남자가 손으로 담배연기를 쫓으며 퉁명스럽게 반박했다. 응접실 탁자에 어질러진 서류 몇장을 추슬러 건내는 손목이 여전히 가늘어서, 부러 받지않고 팔짱을 끼자 눈을 한번 굴린 남자가 팔뚝 사이로 서류를 쑤셔박았다.

“나는 준거예요. 알았죠?”
“세상에 로버트, 내가 널 이렇게 키웠니.”

구겨진 서류를 펼치며 걸음을 옮기는 제이크의 뒤에서 아 진짜! 하는 불평이 들려와도 그는 입꼬리를 당겨 소리없이 웃을 뿐 뒤돌아보지 않는다.

“꿈 주인은 32세, 남성체… 악몽은… ”

침실까지 죽- 걸어와 침대 아래깔린 검은 형체 앞에선 제이크가 보고서 몇줄을 더 읽다 무릎을 굽히고 그 형체를 살폈다.

“내가 늦은게 맞네.”
“그쵸? 하여간 제시간에-”

물고있던 담배를 근처 마룻바닥에 지져끈 제이크가 주머니 속에서 꺼낸 가죽장갑으로 그 형체의 머리로 추정되는 것을 슬쩍 움직였다. 온통 새카맣게 타버려 작은 자극에도 부서져내리는데 멀쩡하게 남은 두 눈동자가 달그락 움직인다.

“… 현장에 몇이나 있지?”
“세러신씨 포함 다섯이요.”

몸을 일으킨 제이크가 뒤에 서있던 로버트의 허리를 감싸고 잰걸음으로 침실을 벗어난다. 무슨 일인데요? 하는 물음에 대답없이 감식팀을 향해 소리친다. 전부 꿈 밖으로 나가! 실제 상황이다. 모두 본부로 복귀해! 거의 떠밀려나가던 로버트가 그제야 제이크와 엇비슷한 속도로 걷기 시작했다. 얕게 떨리는 몸을 더 강하게 끌어안은 제이크가 말한다.

“어디까지가 꿈일지 몰라 더 빠르게 걸어 베이비.”
“이게 무슨 상황이예요 진짜!”
“저건 악몽이 아니야. 꿈 주인 본인이지. 곧 사망할거야.”

그말에 저도 모르게 뒤돌아본 로버트가 이미 붕괴되고 있는 문과 마주했다. 두려움에 달려나가려는 몸을 더 강하게 붙드는 제이크에 짜증이 돌아왔다.

“그냥 뛰면 안되는거냐구요!”
“주인이 아직 의식이 있어. 눈에 띄지 않는게 좋아.”

메뉴얼 정도는 다 외운다고 하지 않았나? 귓가를 스치는 웃음에 로버트는 그저 더 빠른 걸음으로 호텔 로비를 가로지르며 걷는다. 안전거리를 어느정도 확보한 제이크가 그제야 팔을 풀고 최근 지나치게 늘어난 사망자를 헤아렸다. 와중에 ‘젠장, 가방도 잃어버렸네요’ 하고 조그맣게 지나가는 목소리에 제이크는 부러 크게 웃었다. 어차피 내거 아녔어? 라고 답하며.




*

천둥이 치면 곧 집이 흔들린다. 실로 그 짙은 바람에 흔들렸을까만, 소년은 제 작은 방 창문을 부술듯 내리치는 빗방울에 습기를 먹어 눅눅한 이불속으로 작은 몸을 감추었다. 방 한구석을 차지한 새카만 옷장 벌어진 문 틈새가 반짝인것 같았으나 또 다시 번개가 내려쳐, 아이는 그것이 제 착각이라 생각한다. 커다란 소리에 엄마가 알려준 자장가가 기억나지 않았다. 이불속에서 귀를 막고 눈을 꼬옥 감자 다시 천둥이 번개를 따라 다시 한번 울린다. 언제쯤 이 폭풍이 끝날까, 아이는 오늘도 악몽을 꾸려나 싶어 제 엄마를 부르려 이불에서 빼꼼 머리를 내민 그때. 번쩍거리는 빛과 함께 아이의 앞에 금빛 머리칼의 사내가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

“쉿-”

엄마를 부르려는 아이의 입을 손으로 막아선 사내가 나머지 손 검지로는 자신의 입을 가린다. 어느새 열린 옷장 문이 삐걱거리며 비명을 질렀다.

“안녕 아가. 소리지르지 않을 수 있겠니?”

퍽 다정한 목소리에 아이가 홀린듯 고개를 끄덕이자 옳지, 착하다. 서늘한 목소리와 함께 사내의 손이 아이의 얼굴을 떠난다.

“…누구세요?”

몸을 일으킨 사내가 잔뜩 과장된 행동으로 인사를 건냈다.

“나를 정식으로 소개하지. 나는 맥, 꿈을 먹고 사는 괴물이지.”

아 물론 진짜 괴물은 아니야. 몇번 휘저어지는 손끝으로 다시 번개가 내리친다.

“내 꿈을요?”
“응. 너의 꿈.”
“제 꿈은 늘 나쁘기만 한걸요?”
“맥은 우울하든, 기쁘든, 행복한 꿈이든 상관없어. 다만 우울한 꿈을 잘못 처리하면 탈이 나긴해. 뭐랄까 꼭… 쓰레기같아. 찐득거리고 눅눅한, 녹은 아스팔트처럼 머릿속에 끈적이며 달라붙거든.”

사내는 뭐가 우스운지 작게 키득거렸다.

“네가 악몽을 꾸는건 네 꿈을 욕심내는 것들이 좋은 것만 가져가서 그래. 나쁜 녀석들이지.”
“….”
“너 같은 존재가 우릴 부르곤 해. 살려달라고.“

사내가 동화를 들려주듯 나긋하게 말한다. 버릇인지 본인의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제 입술을 핥았다.

”… 엄마가 그랬어요. 내 우울이 너무 깊다구요. 내 우울이 자꾸만 주위사람들을 잡아먹는대요.“
”…“
”그러니까 엄마말곤 아무도 나를 원하지 않는다고…“
”이런”

사내가 탁- 하는 소리와 함께 손가락을 튕기자 열린 옷장, 그 속에서 양초들이 따뜻한 온기를 내며 켜진다. 언젠가 엄마가 쌓아 두었던 잡동사니는 전부 어디로 사라졌는지, 양초의 불빛을 따라 어두운 계단이 그속으로 이어졌다.

“아가, 현실이 불행할수록 누구든 좋은 꿈만 꾸고 싶어해. 꿈속에서는 뭐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까.”
“…”
“정말로 뭐든지 가능하지.”

사내가 한번 더 손가락을 튕기자 깨끗하고 밝아진 방안에 아이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부러 누군가를 현실속에서 불행하게 만들기도 해. 그래야 꿈이 더 달콤하고 강력해지니까. 영원히… 꿈속에서 살고싶어 하니까.”
“…”
“너에겐 두가지 선택지가-”

로버트?
문밖에서 제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자 아이는 저도 모르게 네, 엄마. 하고 답한다. 녹슨 자물쇠 속을 긁는 열쇠가 기괴한 비명소리를 내자 아이의 엄마가 문을 열고 들어섰다.

“로버트 플로이드. 아직도 안자고 뭐하니?”
“아-”

아이가 옷장으로 눈을 돌렸으나 금빛 머리칼의 사내도, 따뜻한 촛불 그 무엇도 보이지 않았다.

“… 악몽을 꿔서 일어났어요. 엄마랑 같이 자면 안돼요? 무서워요…”
“로버트, 그건 당연한거라고 했잖니. 네가 온갖 불행을 가지고 태어나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열린 방문으로 거실 TV소리와 방청객들의 녹음된 큰 웃음소리가 문지방을 넘어 들어온다. 그만하고 얼른 자렴. 제 엄마가 문을 닫으려 문고리를 잡아 당겼을 때, 사라진 줄 알았던 사내가 문 그림자 속에 숨어 아이와 눈을 맞췄다. 무언가 이상한 공기를 눈치 챈 여자가 나가려던 몸을 돌려 문을 완전히 밀어 벽을 쾅- 하고 치자 아이는 놀라 속으로 숨을 삼켰다. 하지만 그 사내는 다시 사라진 듯 문뒤의 그림자는 고요했다.

“로버트? 엄마한테 뭐 숨기는거 있니?”
“… 아뇨.”

여자가 화난 표정으로 방으로 들어서자 어느새 여자의 그림자에 숨어있던 사내가 그 뒤로 천장을 밟고 거꾸로 선다. 허나 머리칼 한올도 아래로 흐르지 않았다. 아이가 그를 올려보다 사내가 입술을 당겨 웃어 보인다. 문득 뒤로 고개를 돌리려는 여자의 행동에 사내는 그 뒤통수에 총구를 가져다 대었다.

“이런 뒤돌아 보지마. 쏠지도 모르니까.”
“…”
“아가, 궁금한게 있어.”

저를 부르는 소리에 아이가 눈을 빠르게 깜빡였다.

“어디든 네가 가장 사랑하는 것 한가지는 있을거야. 그렇지? 여기선 어때?”

손을 꼬물대던 아이가 제 잠자리로 고개를 돌렸다가 다시 사내와 눈을 맞춘다.

“담요요.”
“나참, 그런거 말고.”

사내가 한숨을 쉬듯 웃자 아이가 그럼 엄마요. 하고 답했다.

“…그래? 그럼 가져갈 수 있는건지 확인해도 될까?”

사내가 고갯짓으로 묻자 아이는 별 수 없이 끄덕였다. 사내가 다시 입꼬리를 끌어당겨 웃자 번개가 내리쳤다.

“아가, 곧 천둥이 칠거야. 놀라지 않으려면 귀를 막아야겠지?”

아이가 사내의 말에 따라 손을 들어 귀를 막았다. 여자가 아이를 노려보며 분을 참지 못하고 숨을 몰아쉬자 사내는 총을 쥐지 않은 손으로 제 눈가를 톡톡 두드렸다. 그 모습에 아이가 눈을 꼭 감자 곧이어 천둥이 손 틈새를 넘어 들어오고, 그탓에 놀란 아이가 주저앉아 바들바들 떨었다.

“아가.”

서늘한 손이 아이의 눈물을 닦아주자 소년은 본능적으로 제 엄마를 찾았으나 보이지 않았다.

“난 괴물이 아니라고 했는데 꼭 괴물보듯 하네. 서운해라.”
“… 엄마는요?”
“음… 그런건 애초에 없었다고 하면 네가 믿을까? 아무튼 아까 하려던 말을 계속할게.”
“…”

됐어, 대답을 기대한건 아니었으니까. 사내가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선택지가 2개 뿐이더라도 이해해줘.“
”…“
”여기, 아니면 저곳.“

사내가 손끝으로 언제 다시 열렸는지 모를 옷장과 아래로 향하는 계단을 가리킨다.

"네 ‘엄마’가 말했듯 너의 우울이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네방, 아니면 어디든 여기보단 나을 것 같은 저곳."
"…"
"어렵니?"

아뇨… 아저씨 따라갈래요. 사내가 저를 부르는 호칭에 크게 웃었다.

"잠깐 여기서 기다려줄래? 일이 남아있거든."
"얼마나요?"
"번개가 치고, 천둥이 그 뒤를 따라올때까지. 아주 잠시란다."

아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사내는 구불거리는 머리칼을 몇번 더 쓰다듬고는 방을 나섰다. 아이는 몸을 돌려 유리창을 긁고 지나가는 빗방울을 응시했다. 까치발을 하고는 창문에 붙어 처음으로 번개를 기다렸다.



-

밖으로 나온 제이크는 제 앞으로 기어오는 시커먼 악몽에 인상을 찌푸렸다. 아직 켜져있던 텔레비전이 번개가 내리치자 지직-거리는 화면으로 그의 귀를 괴롭혔다. 속으로 숫자를 세던 제이크가 아까 전 사용한 총을 꺼내들며 남은 총알의 개수를 확인했다.

"나도 엮이기 싫었는데 어쩔 수 없었어."

얄쌍한 총신을 말아쥐고는 빵! 하고 장난치듯 두어번 흔든다.

"누가 시작했는진 모르겠는데, 슬슬 뒤질 때가 된 모양이야. 그치?"
"말 좀 전해줄래? 관심이 생겼다고."
"아… 못하겠구나?"

이윽고 천둥이 내리쳤다.

-



"어때? 담요라도 가져갈래?"

제이크의 물음에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안아줄까? 계단이 무척 길거든. 아이는 대답없이 팔을 뻗어 그의 품에 안겼다.

"이런, 불이 또 꺼진 모양이네."

제이크가 손가락을 튕기자 촛불이 다시 따뜻하게 타들어갔다. 아이를 안은 채 계단으로 걸음을 옮기자 촛대에 얹힌 촛불이 앞으로 달려와 밝게 길을 텄다.

"아저씨는 이름이 뭐예요?"

아이가 졸린듯 눈을 비비며 묻자 제이크가 조용히 아이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제이크. 제이크 세러신."
"… 바람이 부는 것 같아."

제이크… 세러신… 아이가 웅얼거리며 제 목덜미에 고개를 묻자 제이크가 아이를 바짝 고쳐 안았다. 담요를 끌어당겨 아이의 작은 등에 온기를 더했다.

"이제 저는 행복한 꿈만 꿀 수 있나요?"
"… 물론"
"내 꿈에는 아저씨도 나올까요?"
“그렇겠지만 아마 기억하지 못할거야.”
“…”
“꿈을 꾼 것 같은 날이 있었을거야. 아무리 기억하려해도 선명하지 못한 날.”
“…”
“보통 그런 경우가 아저씨같은 ‘맥’이 일을 한거란다.”
“어떤 일이요?”
“꿈을 처리하지. 나쁜 꿈만”
“그러고 나면요?”
“결과에 따라 사라지는 경우도, 좋은 꿈으로 다시 살아나는 경우도 있단다. 우린 좋은 것을 더 좋게 만들 뿐이야.”

잘 모르겠어-. 아이가 칭얼거리며 사내의 목덜미에 이마를 부볐다. 나선형으로 만들어진 계단이 끝을 모르고 이어졌다. 계단과 구두가 부딪히는 소리만 가득하던 길에 잠든 아이의 숨소리가 더해진다.

“잘자렴 로버트.”

좋은 꿈만 꾸렴.
아이의 밝은 이마를 매만지던 제이크가 고요히 아이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ㅡㅡㅡㅡㅡ
나도 내가 뭘썼는지 모르겠고 암튼... 생각한 행맨밥 외형은 이정도 근데 실제로는 nnn살정도 차이가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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햎에서 비슷한 글 읽었으면 내가 쓴거 맞음 ㅇㅇ
타싸에 업로드 ㅇ 첫짤은 국을줍 문제1시 삭제함
행맨밥 파월풀먼

#꿈을먹는괴물
2023.08.04 22:29
ㅇㅇ
ㅁㅊ 이 대작은 뭔가요 센세 불금의 선물인가요? 나 여기 누워있으면 어나더 오는 거죠? 눕자 누워
[Code: 8b44]
2023.08.04 22:34
ㅇㅇ
모바일
미쳤다
[Code: cde8]
2023.08.04 23:42
ㅇㅇ
모바일
제이크가 로버트 구해준거지ㅠㅠㅜㅠㅜㅜㅠㅜ로버트 행복해ㅠㅠㅠ
[Code: a08d]
2023.08.05 00:17
ㅇㅇ
모바일
와 이게 뭐지ㅠㅠㅠㅠㅠㅠㅠ분위기 어떻게 이럽니까 센세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3482]
2023.08.05 00:17
ㅇㅇ
모바일
실제로 학대 속에 있던 것일수도 있고 그게 사실 로버트의 꿈에서만 일어난 일일 수도 있는 건가 와
[Code: 3482]
2023.08.05 00:37
ㅇㅇ
모바일
다시 읽었는데 처음엔 밥의 악몽을 잡으러 왔다가 만나게 돼서 같이 일하게 된건가 아 존맛도리ㅠㅠㅠㅠㅠㅠ
[Code: 3482]
2023.08.05 01:50
ㅇㅇ
모바일
헐 이게뭐야 미친 와....홀린듯이 읽었어 분위기 개쩐다..제이크가 악몽에서 구해줬구나ㅠㅠ
[Code: 015c]
2023.08.05 02:33
ㅇㅇ
로버트는 현실도 꿈속도 달콤한 곳은 없었던거네ㅠㅠㅠㅠㅠ 최근 지나치게 늘어난 사망자? 무슨일일까 궁금하다... 거기다 nnn살 차이라니 미친 개존맛
[Code: e850]
2023.08.05 09:41
ㅇㅇ
모바일
와 센세 대작의 시작 ㅠ
[Code: 2a74]
2023.08.05 16:22
ㅇㅇ
오 로버트를 데려가는건 계획에 없던거구나 어린 로버트 덤덤하게 말하는게 찌통ㅠㅠㅠㅠㅠㅠ 그이후로 꿈속에서 같이 일하게된 제이크 로버트 개좋다ㅠㅠㅠㅠㅠㅠㅠ
[Code: 1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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