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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23 19:03


본편


 

번외 ver.1

(1) (2) (3) (4) (5) (6)






1. 만약에 다른 사람이랑 결혼 직전인 허니를 만났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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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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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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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



허니는 눈을 반달로 뜬 채 꽃꽂이 하는 제리 가만히 바라봤음. 영화보고 싶어도 티비 선마저 뽁 뽑아버려 자기가 하는 일에 집중하게 만들었음. 그냥 책이나 보고 일찍 잘까 싶어 2층 방으로 올라가려 해도 제리가 들고 있는 가위를 챠캉챠캉 움직이며 티비 선 잘라버릴거라 협박했지. 왜냐면 내일은 수리기사가 못 오는 주말이고, 약혼자가 기다리는 축구 시합이 있는 날이라. 하는 수 없이 허니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제리가 흠~ 흠~ 콧노래 부르며 예쁘게 꽃바구니 꾸미는 걸 구경할거임.


이런 일이 비슷하게 이번주 내내 발생했겠지. 허니는 일찍 퇴근하는 편이고 약혼자는 늦게 퇴근하고 어느날은 아예 못들어오기도 하니까 완전 제리 세상이나 다름없었음. 허니는 매일같이 집에 오는 제리가 시간 맞춰 약혼자에게 들키지 않고 제 집으로 넘어가는걸 보고 꼭 제가 두 집 살림하고 있는 것 같다고 느껴졌음.


"이러고 있으니까 너랑 바람 피는것 같아."


툭...


제리 충격 받고 전지가위 떨궜음. 어떻게 나한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냐는 얼굴로 허니를 보는데 정말 많이 상처 받아보여서 허니 저도 모르게 이건 심했나 생각했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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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제리를 세컨드로 둘 생각을 해요...?"
"음."
"누가봐도 내가 조강지처고, 내가 정실인데...?"


누가봐도 내연남인데. 허니 입밖으론 내뱉지 않고 삼키며 우울해진 제리 얼굴 보고 꽃 하나를 콕 찝었음. 다른건 못하고 계속 제리 하는 짓만 봐야하는 상황을 우울하게 보내기엔 시간이 아까워서.


"이건 뭐야? 장미인가?"
"...제라늄이에요. 제라늄 중에서도 꽃 피는게 장미랑 비슷해 보이는 품종이에요."
"꽃말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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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한 애정."


그 상황에서도 허니한테 예쁨 받고 싶어서 제리 질문에 대답해주며 힘들게 입꼬리 올렸다가 내렸음. 허니는 입을 다물었고 제리 꽃대만 만지작 거리다가 다시 가위 들고 꽃꽂이 하기 시작했음. 허니 단정한 제리 옆 얼굴 가만히 보다가 말했음.


"나는 너랑 바람필 생각 없어."
"저도 싫어요. 허니의 두번째가 될 바에는..."


잠시 말을 멈춘 제리가 가위를 든 손을 파르르 떨었음. 다시 심호흡하고 싹뚝싹뚝 가위질을 했음. 허니 제리 뒷말이 뭔지 짐작이 갔음. 남에게는 가차없게 구는 제리가 저한테만 이만큼이나 인내심을 발휘해 양보해주고 시간을 준다는 걸 알 수 있었지만 안되는건 안되는거지.


"그럼 이런 계획은 어때."
"...무슨 계획이요."
"나 이혼하면 그때 만나보자."


탁. 가위 내려둔 제리 잔뜩 화가나서 허니 노려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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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해요?"
"진심이야."
"아는데, 아니까 더 화나요."
"왜? 나는 기회를 준거야."


허니는 제리가 수위조절하며 제 주위를 뱅글뱅글 맴도는게 신기하기도 했고 어떤 점은 흥미롭기까지 했음.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약혼자를 두고 선택할 정도는 아니었지. 


"그럼 하나 물어볼게요. 왜 이혼할 남자랑 결혼해요?"
"나는 이혼할 생각 안해. 근데 내 남편은 할 수도 있으니까."
"안하면? 안하면!!"


제리 화를 참지 못하고 테이블 위에 있는 것들 다 쓸어 떨어트려버림. 꽃잎이 날리고 흙도 튀고... 심각한 상황에 맞지 않게 싱그럽고 단 향기가 훅 끼쳐서 허니 속으로 조금 웃었음. 제리만 청천병력같은 소리에 붉어진 눈을 하며 울기 직전이었지.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데 손가락 빨면서 기다리라고?"
"아니, 그정도 시간이면 다른 사람이 눈에 들어올거라고."
"허니, 날 진짜 모르는구나."
"그럼. 이제 일주일 봤는데 어떻게 알겠어. 3년 본 남편도 아직 모르는 점이 많은데."


계속 약혼자를 남편이라 확정지어 부르고 제리에게 기회를 주는 척 보낼 생각만 하는 허니가 제리는 너무 미웠음.


"내가... 내가 말했잖아요, 나는 기회를 주고 있는거라고."
"나도 마찬가지야."


제리는 말이 통하지 않는 허니에 답답해져 되려 울컥 눈물이 차올랐음.


"나는 지금당장이라도 허니 데리고 이 집 나갈 수 있어요. 아무도 우리 모르는 곳에 가서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게요."
"날 데리고 나갈 순 있어도 행복하게 살 순 없을거야."
"할 수 있어요."
"넌 못 해."


단정지어 확언하는 허니에 제리가 결국 눈물을 떨궜음. 뭐 저렇게 울 일이 많을까. 제리의 눈물에 대한 허니의 짧은 감상이었음.


"니가 나 납치해서 산다고 쳐. 나 밖에 나갈 순 있어?"
"..."
"일은 할 수 있고?"
"..."
"친구들 만나러 나혼자 다른 주로 놀러가는건?"


이것 보라며 허니는 어깨를 으쓱했음.


"난 그렇게 못 살아."
"...허니가 날 사랑해주기만 하면 돼요."
"글쎄. 나중에 내가 너 사랑한다고 해도 넌 못 믿을걸."
"..."
"니가 한 짓이 있으니 언제나 불안에 떨면서 평생을 의심하며 살겠지."
"..."
"다시한번 말하지만 나는 그렇겐 못 살아."


허니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제리가 제지했음. 뭐하는 건가 물끄러미 보니까 제리 닦아도 닦아도 계속 흐르는 눈물 훔치면서 저쪽에 벗어둔 허니 실내화 가지러 간거였음. 허니 발 앞에 놔주고 아무말 없이 훌쩍인 제리를 허니가 잠깐 올려다봤음. 제리 허니가 일어나자 졸졸 뒤를 쫓았음. 뒤쫓은 이유는 다름 아니라 실내화 다시 돌려받으려고. 이대로 신고 올라가면 윗층이 더러워져 허니 고운 발에 흙이 묻게 되니까, 그건 싫어서. 허니 맨발로 계단 올라가다가 밑을 내려다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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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츠리고 고개 숙인 뒷모습이, 훌쩍이는 소리가 안쓰럽다는 마음이 들어서. 허니 저도 모르게 제리를 먼저 만났다면 어땠을까 생각했을 것 같다.


















 

2022.05.23 19:1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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셍세 사랑해요 움쪽... 센세만 기다렸어요... 스크롤 아까워서 읽었단 줄 다시 읽고 또 다시 읽고 얼마나 반복했는지 아실까요...? 오늘 하루도 행복하세요... ❤️💖💖❤️💖❤️💖💖
[Code: 16d0]
2022.05.23 19:2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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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 서서히 감긴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제리파이팅
[Code: 442f]
2022.05.23 19:2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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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며든다..제리 거부 못하지 저렇게 귀여운데 암암
[Code: 72eb]
2022.05.23 19:3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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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제리ㅋㅋㅋ 귀엽고 안쓰러운데 허니가 하는 말 보면 틀린 말이 없어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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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23 19:4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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닦아도 닦아도 흐르는 눈물🥺🥺제리 넘 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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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23 19:52
ㅇㅇ
"누가봐도 내가 조강지처고, 내가 정실인데...?"

아 제리 맞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b1af]
2022.05.23 21:1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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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 점점 약해지는데?
감정묘사 쩐다잉
[Code: 1bbd]
2022.05.23 21:1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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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구ㅠㅠㅠㅠㅠ 이 시점의 둘은 또 다르게 안쓰럽네... 허니가 제리 어떻게 사랑하게 될까... 행복해질수 있을까? 행복했음 좋겠다ㅠㅠㅠㅠㅠ
[Code: 2420]
2022.05.23 23:2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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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 점점 제리한테 약해지는거 아니냐고ㅋㅋㅋㅋ
[Code: 7f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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