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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4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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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환은 아침 일찍부터 부산스럽게 움직였음. 이제 상처는 생각보다 아프지도 않았고 둔한 근육통처럼 좀 욱신거리는 정도였음. 그는 화장실의 물소리가 꺼지는 것을 듣고 그릇 가득 밥을 담았음. 곧 화장실 문이 열리며 머리를 바짝 세운 대협이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밖으로 나왔음. 그는 곧장 방으로 가더니 더플백에 유니폼과 신발을 챙겨 넣고 학교 저지를 걸쳤음.

"...어딜 그냥 가? 아침 먹어."
"저 원래 시합 날에 아침 잘 안 먹는데..."
"웃기는 소리 하지 마. 시합 전일 수록 배를 채워야 한다고."
"......"

대협은 조금 떨떠름하게 정환이 가져온 밥상 앞에 앉아서 숟가락을 들었음. 식탁에는 간단하게 쌀밥과 된장국이 준비되어 있었음. 원래 몸 움직이기 전에 탄수화물을 잘 챙겨 먹어야돼. 정환의 말에 대협은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밥을 입에 밀어 넣었음. 평소 안 먹던 걸 먹으려니 오히려 입맛이 더 떨어지고 입안이 깔깔했음.

그래도 잘 삼켜지지 않는 밥을 꿀떡 밀어 삼키고 나니 어느 정도는 먹을만한 것 같아서 된장국이랑 같이 밥 반공기 정도를 먹었음. 그렇게 배를 채우고 밖으로 나가면서 그는 정환을 흘끗 돌아봄. 정환은 그릇을 정리하면서 대협에게 말했음.

"시합 시간 맞춰서 갈테니까 걱정마."

그렇게 말함에도 불구하고 대협은 신발장 근처에서 조금 안절부절 못하다가 겨우 발걸음을 떼었음.




분명히 연습시합이라고 했는데 학교 입구에서부터 엄청난 열기가 느껴졌음. 고교 농구에 열정적인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는지 놀라울 정도임. 보통 학교 스포츠라고 하면 학부모들이나 볼 것 같았는데. 정환으로서는 잘 모를 일이었음. 주변에 자식 키우는 놈이라도 하나 있었으면 모르겠는데 그의 부하들은 대부분 다 그와 동갑이거나 어렸기 때문에... 정환은 문득 부하들이 그리워지는 것을 느낌. 다들 몸 건강하게 있어줬으면. 아마 주 타겟은 자신이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자신이 사라진 이상 부하들은 어쩌면 크게 타격을 입지 않았을 거임. 개개인의 능력이 뛰어나서 조직 내부의 다른 파벌에서도 노리고 있었으니까...

정환은 머리에 쓴 캡을 좀더 깊이 눌러쓰고는 다른 관객들과 같이 체육관 안으로 들어감. 앞줄은 학교 체육복을 입고 있는 애들이 단체로 있는 것으로 보아 벤치에 앉지 않는 다른 학생들인 것 같았음. 그렇게 앞 좌석은 대부분이 채워져 있었고, 정환은 중간쯤에 적당히 자리를 잡고 앉았음. 몸풀기는 이미 끝난 것 같았고, 코트는 지금 학생 몇명이 커다란 대걸레로 밀고 있었음. 걸레가 한번 지나갈 때마다 매끈하게 닦인 바닥에 조명이 반사되어 눈이 부셨음.

벤치 쪽에는 심판으로 보이는 사람들과 물과 점수판을 준비하는 학생들 몇이 보였음. 선수들은 아직 락커룸에서 나오지 않은 것 같았고. 제법 본격적인데. 정환은 주변의 열기를 느끼며 어쩌면 생각하던 것보다도 더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음.

"윤대엽이라고요?"
"대엽이 아니고 대협이."
"걔가 그렇게 농구를 잘한답니까?"
"어. 잘 하더라. 있다가 그 녀석 앞에선 그런 질문하지 마."

와글거리는 소음 사이로 익숙한 이름이 들리는 것에 정환의 신경이 그 쪽으로 확 쏠렸음. 딱 보기에도 학부모랑은 거리가 멀어보이는, 덩치가 산만한 남자들이 앉아 있는 것이 보였음. 정환은 직업 특성상 그들이 경찰이라는 걸 바로 알아볼 수 있었음. 아니 무슨 경찰들이 고등학교 농구, 그것도 연습시합을...까지 생각하던 정환의 머릿속에 사람 한명이 스쳤음. 아, 옆집 남자.

모여 있는 사람들 중에는 그가 보이지 않았음. 뿔테안경을 쓴 남자가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돌리는 것을 보고 정환은 아무 것도 아닌 척 관중석을 휘둘러보고 다시 코트로 시선을 옮겼음. 그때 마침 선수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음.

윤대협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음. 그렇게 머리를 뾰족하게 세우고 있는 애는 윤대협 뿐이었으니까. 그는 7이라는 숫자가 붙은 남색 유니폼을 입고 있었음. 반대쪽의 학생들은 흰색 유니폼이었고. 가볍게 팔을 풀며 코트 위로 올라가는 윤대협은 집에서 보는 것과는 또 전혀 다른 사람 같아 보였음.

심판이 호각을 불자 시합이 시작됨. 해설 없이 스포츠 경기를 보는 건 어쩐지 허전한 느낌이었음. 코트의 바닥과 농구화 바닥이 마찰하며 나는 높은 소리와 공을 튕기는 소리, 응원 소리가 어지럽게 뒤섞임. 적응하기 어려운 속도로 진행되는 경기에 정환은 오로지 윤대협의 움직임만 눈으로 쫓았음. 넓은 코트를 마음대로 누비는 그가 공을 받을 때마다 관중들의 함성 소리가 높아졌음. 그가 엄청난 힘으로 덩크를 내리 꽂았을 때, 정환도 흥분감을 감추지 못하고 주먹을 꽉 쥐었음.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있던 경찰들은 엄청나게 우렁찬 목소리로 윤대협의 이름을 부르며 환호했음.

그 소리를 들었는지 자기 팀 쪽으로 가던 대협의 시선이 관중석으로 향했음. 그는 자리에 앉아 있는 수겸과 그의 팀원들을 보고 쑥쓰럽게 웃었음. 그러다 문득 그 근처에 앉아 있는 정환을 발견하고는 가볍게 손을 흔들었음.

눈이 완전히 마주쳤기에 짧은 손인사가 자신에게 향하는 것이라는 걸 모를 수가 없었음. 정환은 작게나마 마주 손을 흔들어줌. 그날 연습 게임의 스타가 손을 흔들어주는 사람에 대해 궁금했는지 근처 사람들이 흘끗흘끗 정환을 보기 시작해서, 그는 금방 손을 숨기고 모자의 챙을 살짝 내렸음. 그를 쳐다보는 시선 중에 수겸의 시선도 섞여 있었기 때문임.

정환은 그 시선을 못 느낀 척 그냥 팔짱을 끼고 경기에 집중하는 것처럼 정면만을 바라봤음. 수겸은 그런 정환을 빤히 쳐다보다가 옆에 앉은 현준이 그의 옆구리를 툭 치는 걸 느끼고 고개를 돌렸음.

"경기에 집중해야지."
"현준아, 저기 앉은 남자."

수겸의 말에 현준이 티 나지 않게 몸을 살짝 빼서 정환을 확인함. ......학부형인가.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원자세로 앉은 현준에게 수겸이 나지막하게 말을 건넸음.

"뒷조사 좀 했으면 좋겠는데."
"갑자기?"
"뭔가...좀 수상해서. 윤대협 말로는 아는 형이라는데."

학부형이 아니었군.

현준은 어째서인지 조금 실망하며 고개를 끄덕임. 알아볼게. 현준이 아는 수겸은 촉이 좋고 신중한 편이었기 때문에, 그가 아무나 뒷조사를 시키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음.








정환대협 수겸대협
2024.04.24 11:4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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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겸이 계속 경계모드인거 좋다...아 너무 흥미진진해 센세
[Code: 553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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