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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8 11:27
영화 달빛라이트처럼 마이애미에 사는 민호랑 토마스 보고싶다. 그냥저냥 약 팔면서 돈벌어 살아가는 민호랑, 민호한테 한눈에 반한 고딩 토마스로. 토마스네 엄마는 약 중독이었고 토마스는 학교에서 왕따겠지. 마이애미 사람답지않게 창백한 토마스 처음 보고 민호가 마이애미에서 그렇게 창백하기도 쉽지않은데, 하고 갸웃 거릴것같다. 애들한테 쳐맞아서 입술 다 터지고 퉁퉁 부어있는 토마스였음. 

토마스가 입술 슥 닦으면서 일어나려는데 민호가 손 내밀겠지. 일어나, 하고 내밀어진 손을 보다가, 토마스가 손 잡고 몸 일으킬듯. 일어나니 민호와 눈높이가 비슷했어. 옷에 가려진 몸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어깨도 꽤 넓었고. 잡았던 손은 아주 차갑고 단단했어. 길고 하얀 손가락이 다시 주먹으로 감기는걸 민호가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아무렇지않게 고개를 돌렸어. ...따라와, 민호가 제 차로 고개를 끄덕였어. 새까맣고 반들거리는 차가 길가에 서있었음. 마이애미의 오후의 햇살은 눈앞을 하얗게 점멸시켰음. 길거리는 한적했어. 도로에는 차도 거의 없었고. 토마스는 조수석에 앉아 열린 창문밖으로 늘어진 풍경을 응시햇음. 짓다 만 건물, 다 부서진 콘크리트벽, 무성하게 자란 잡초 틈으로 깨진 맥주병이나 담배꽁초들이 뭉쳐있었고, 낮부터 약을 한 채 늘어져있는 사람들도 보였음. 후덥지근하고 짠 바람이 내민 손을 스쳐갔어. 민호는 지직거리는 라디오를 자꾸만 돌렸음. 시끄러운 음악이 몇개 지나가고 무던한 목소리로 날씨를 알리는 목소리가 들렸음. 민호는 토마스를 옆눈길로 쳐다봤어. 갑자기 마이애미에 뚝 떨어진듯한 소년이었음. 민호는 약 창고 근처에서 소란이 나는게 싫어서,애들 패거리가 몰려가는걸 보고 따라갔던 거였음. 애들은 가버리고 토마스 혼자 남았겠지. 길고양이 쫓아버리듯 쫓을 수도 있었는데, 민호는 그냥 이렇게 하고싶어졌어. 짧은 브라운의 머리카락을 가진 소년을 보자마자. 오래된 다이닝펍과 샌드위치가게가 듬성듬성 놓여있었어. 민호는 펍에 차를 세웠음. 

데려가서 음식도 먹이고 사는데까지 데려다줄듯. 백인 쓰레기들이 많이 사는 동네였어. 거기서 아까 민호가 있던 곳까지 들어오려면, 해변가를 한참 지나야했음. 학교가 그쪽이냐고 묻자 토마스가 끄덕거렸어. 문이 열리고 추레한 인상의 여자가 토마스를 끌어당기고 문을 쾅 닫았음. 민호는 허, 하고 한번 웃고는 돌아가겠지. 

그뒤로 민호 눈앞에 자꾸 나타나는 토마스 보고싶다. 민호가 사는 집은 바닷가 근처였어. 오래된 아파트였고 옆집은 비어있었어. 지저분하게 자란 잡초와 언제 묶인지도 모를 고장난 자전거와 난간을 지나 바닷가로 나갈수 있었음. 민호는 수영을 혼자 익혔어. 낮보다는 밤의 바다가 더 맘에 들었음. 토마스는 자꾸만 민호 앞에 나타났어. 밤에 무작정 달려나와 민호한테로 온적도 있었어. 맨발로, 바닷가를 달려왔는지 발엔 온통 흰 모래였어. 민호는 무슨 일이냐 묻지도 않고 집안으로 들였어. 그뒤로도 종종 그랬을듯. 민호는 토마스를 침대에 재워놓고 옆에서 물끄러미 쳐다봤어. 조용하게 파도에 모래가 쓸리는 소리가 바람과 함께 들어왔고, 파란 빛이 어슴푸레하게 토마스의 얼굴을 비췄음. 민호는 바닷가를 맨발로 걸어오는 토마스를 문득 상상했음. 달빛에 반사되어 푸르게 빛나는 피부와 검은 머리칼을. 새까만 동공과 커다란 눈을. 

언젠가 한번은, 싸웠다고 치고 넘어가기엔 너무 크게 다쳐서 오는게 보고싶다. 아마 유리병으로 머리를 맞았을듯. 민호는 유리가 박혔나 싶어서 전등 밑에 세워놓고 상처를 꼼꼼히 뒤졌어. 턱을 잡고 얼굴을 이리저리 돌려보다가, 한숨을 푹 내쉬고는 소파에 끌어당겨 앉혔음. 민호의 찡그려진 미간은 펴지질 않았음. 토마스는 민호의 얼굴을 가만히 응시할 뿐이었음. 민호가 소독약을 적신 솜을 조심스레 상처에 가져다댔어. 토마스는 민호의 무상하게 찌푸려진 얼굴을 올려다봤어. 솜을 조심스레 누르던 민호가 이내 손을 내렸음. 

...이 정도면, 신고해야하는거 아니야?
당신도 경찰을 찾아요?

민호는 다시 입을 다물고 고개를 저으며 아래로 떨어트렸음. 도대체가 이런게 어디서 굴러와서는. 민호는 슬쩍 한숨을 쉬고는 다시 상처에 집중했음. 

난 아니지. 너는 아직 학생이잖아. 보호받을수 있다고.
싫어요.

민호가 뭐? 하고 되물을 수밖에 없었어. 

민호가 있잖아요.

토마스가 깜빡이며 민호를 쳐다보던 눈을 감았음. 민호는 들고있던 손을 멈췄어. 그러자 토마스가 다시 눈을 뜨고 민호를 쳐다봤어. 그리고는 못들었다고 생각한건지, 다시한번 꼭꼭 누르듯이 말했어. 

나한테는 민호가 있잖아요.

민호는 그 말에 굳어서 움직일 수가 없었어. 토마스가 민호의 혼란스러운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가, 움직일 생각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손에서 솜을 가져갔어. 익숙하게 약을 찾아 꺼내는 토마스를 보다가 민호가 뻐끔대다 입을 열었어.

너...
나한테는 민호 뿐이에요. 

토마스가 선수치듯이 말했음. 민호는 이때까지 토마스가 그렇게 생각한다는걸 몰랐겠지. 아니, 모르는게 아니라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을거임. 아무렇지 않게 집에 들이고, 왜 왔냐고 묻지도 않고 방에 재우고, 먹을걸 내놓고, 아침에 학교가는 모습이 익숙해졌으면서도. 민호는 그제서야 머리가 좀 복잡해진 듯 했음. 내가 왜 그랬지? 이 자식이 언제부터 이렇게 익숙해진 거지? 내가 왜 처음 토마스를 집에 들이기 시작했더라? 

생각하지 마요.

토마스가 급히 말했어. 민호의 복잡해보이는 표정을 읽었는지. 민호는 토마스를 쳐다봤어. 처음처럼 다 터지고 상처난 얼굴에, 퉁퉁 부은 한쪽 눈에. 민호는 토마스가 왜 경찰을 부르지 않는다고 하는지, 왜 자꾸 상처입은 모습으로 제 앞에 나타나는지 그제서야 조금 이해가 되겠지. 그래야만 민호한테...

생각하지 말라니까요. 

토마스가 얼굴을 찡그리며 민호의 어깨를 덥석 잡았어. 민호는 퍼뜩 정신이 들었어. 생각하지 말라니, 뭘? 내가 왜 너를 집에 들이기 시작했는지를? 아니면, 네가 왜 경찰을 부르지 말라고 하는지를? 민호는 혼란스러웠음. 

도망가지 마요.

토마스가 낮게 으르렁거렸어. 생각하지도 말고. 내가 왜 여기있는지 그런거, 반문하지 마요. 도망갈 생각은 더더욱 꿈도 꾸지 말아요. 민호는 등줄기가 오싹했어. 커튼새로 비치는 노을빛에 눈동자가 거의 금색으로 빛났음. 평소에는 말랐다고만 생각한 토마스가, 가까이서 보니 꽤 단단하게 보였어. 왜 맞고다니는지도 모를 정도로. 어깨를 감싸고있는 마르고 긴 손도, 뼈마디가 불거져 말라보일 뿐이지 길고 컸음. 민호는 그 손이 그대로 자기 목을 쥐는 상상이 들었어. 민호는 꽉 말아쥔 손에 땀이 나는것 같았어. 민호는 처음 토마스를 만났을 때부터 뭔가의 스위치를 내린거였어. 그게 위험을 감지하는 스위치였든, 이상함을 느끼는 것이었든지. 실제로 눈앞에 드러난 토마스는 이질적이고 위협적이었어. 민호는 토마스가 주먹을 휘두른다면 추호도 맞아줄 생각은 없었는데, 그런 종류의 위협과는 달랐음. 

민호는 자기가 토마스를 안으로 초대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토마스가 비집고 들어와 자기 자리를 만들어낸 거였음. 그게 민호의 외로움으로부터 시작되었던지, 토마스로부터 시작되었던지, 그 시작은 토마스한텐 더이상 의미가 없었어. 민호가 옆에 있다는 것만 중요할 뿐이었음. 하지만 민호는 달랐어. 자기가 아무 책임감 없이 그저 외로움때문에 토마스를 만나기 시작한 걸 깨달으면, 분명히 책임감 같은 이유로 토마스를 부담스러워할 게 분명했어. 아니면 토마스가 그를 만나기 위해 일부러 상처를 입고 나타난다는 걸 깨닫게 된다면, 그것 또한 토마스를 무서워하고 도망칠 게 뻔했어. 토마스는 둘 중에 어느것도 용납할 수 없었음. 절대로, 민호가 도망가게 내버려두지 않을거야. 민호는 여전히 머리가 복잡해보였어. 

토미, 늦었어. 이제 집에 가.

민호가 토마스의 눈을 피하며 어깨를 잡은 손을 슬쩍 밀쳐냈어. 토마스가 밀어내진 손을 꽉 쥐었어. 아직은 안돼. 참아야해. 

...나한테 집에 가란 말, 처음 하는거 알아요? 

토마스가 겨우 웃음 띤 목소리로 말했어. 민호는 뒤돌아선채로 고개를 저었어. 

그래, 가봐. 
어디를요?
집에 가라고! 네가 원래 있던 자리로!

민호가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쳤어. 토마스가 튀어올라 민호에게 덤벼들었어. 민호가 놀라며 뒤로 넘어졌음.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크게 들렸지만 민호는 놀라 아픔을 느낄 새도 없었음.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는 사람과 붙잡아두려는 싸움이 잠시 이어졌어. 몸에 올라타있는 토마스가 양손을 다 바닥에 고정시키고 나서야 멈추겠지. 민호가 분노에 떨어지라고 소리지르자 토마스도 지지않고 소리쳤어. 내 자리는 이제 당신 옆이라고. 

...내 자리는, 이제 여기야. 밀어내도 소용없어.

토마스가 복잡한 감정을 담은 민호의 눈을 잠시 내려다봤어. 이렇게 아름다운 눈을 하고 자길 쳐다보는 사람을, 어떻게 포기하란 말이야. 집안에는 둘이 숨을 고르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어. 어느새 해가 다 떨어져 어슴푸레한 빛이 새파랗게 서로의 옆얼굴을 비췄음. 민호는 자길 내려다보는 토마스의 얼굴에 울고싶은 기분이었어. 자길 내리누르고 있는 악력은 괴물같이 센 주제에, 대체 저 눈빛은 뭐야. 눈을 감았다 뜨며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는것까지 보였어. 유려하고 예쁜 선의 얼굴에 어울리지않는 이 힘은 대체 뭐냐고. 토마스가 잠시 민호를 내려다보다가 떨어져나갔어. 민호는 그제서야 뒤로 몸을 물리며 겨우 몸을 일으키겠지. 

...갈게요.

토마스가 말했어. 민호가 이마를 문지르다 토마스를 쳐다봤음. 

오늘은 그만 갈게요.

토마스가 셔츠를 챙겼어. 그리고는 민호를 다시 쳐다봤음.

다시 생각해보세요, 그 말. 

민호는 멍한 표정으로 되물었어. 뭘...? 그러자 토마스가 입모양으로 말했음. 네가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 하고. 토마스가 미련없이 집을 나섰어. 뒤에서 민호가 주저앉든 머리를 뜯고 괴로워하든 상관없었어. 결국은 다시 돌아오게 될테니까. 누가 뭐라해도, 심지어 민호가 거부해도, 제 자리는 여기였어. 민호의 옆이, 처음부터 정해져있던 제 자리였어. 
2018.02.18 11:3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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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아ㅏㅏㅏㅏㅏ아아ㅏ아아ㅏㅏㅏ아아
센세 어나더어너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
[Code: f6dc]
2018.02.18 11:32
ㅇㅇ
분위기...............
[Code: 4238]
2018.02.18 11:5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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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센세 분위기 최고에요..ㅠ 억나더가자
[Code: d735]
2018.02.18 12:0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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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분위기 미친다
[Code: 806c]
2018.02.18 12:09
ㅇㅇ
모바일
지렸다센세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나더가 있어야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토마스 고딩주제에 카리스마 미쳤넼ㅋㅋㅋㅋㅋㅋ센세 사랑해요 어나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3cc0]
2018.02.18 12:1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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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영화같은 느낌이에요,,,,,분위기 오져따리,,,,ㅠ
[Code: 55b9]
2018.02.18 13:4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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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ㅁㅏ스 민호 옆자리 놓치면 안돼ㅠㅠㅠㅠㅠㅠ
[Code: d90a]
2018.02.18 14:4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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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개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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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8 14:4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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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어나더와 함께 다시 오시는거죠....?와진짜 대박이다 ㅠㅠㅠㅠㅠㅠㅠ
[Code: 9e25]
2018.02.18 20:4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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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 글 진짜 영상 보는 거 같다;;;
센세 표현력 대체 무엇;;
[Code: e28c]
2018.02.18 20:54
ㅇㅇ
와 씨 분위기 오졌다;;;; 열기가 식어서 시원하기까지 한 여름 밤에 인적 없는 바다 걷고 있는 기분이야ㅠㅜㅠㅜㅠㅜㅠㅜ 여름 싫어하는데도 그 분위기가 그립다 선생님이 내 취향 개조한듯 하니 어나더 책임져주시겠지 ㅇ<-<
[Code: 1aeb]
2018.02.18 22:2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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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문체 대체 무엇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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