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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이누이 주운 가루베
이어지는 세계관
(읽어두면 좋지만 안 읽어도 이해하는 데 크게 지장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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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마유가 해맑게 웃는 얼굴로 유치원을 빠져나와 쿄스케에게로 달려갔다. 아이 특유의 위태로운 뜀박질이었다. 쿄스케는 그러다 다친다고 말하면서도 마유를 안아 들 수 있도록 몸을 낮추고 팔을 벌렸다. 순식간에 달려와 쿄스케의 품에 안긴 마유가 잔뜩 상기된 얼굴로 쿄스케를 바라봤다.


“선생님 엄청 보고 싶었어요!”
“정말? 선생님도 마유 엄청 보고 싶었는데.”
“마유 선생님 보고 싶어서 엉엉 울었어. 선생님 없어서 유치원도 안 갈 거라고 막 그랬어.”


주먹 쥔 손으로 눈을 비비는 시늉을 하며 우는 척을 하는 마유에 쿄스케는 웃음이 나다가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손으로 마유의 머리칼을 쓸어 넘겨주며 말했다.


“선생님이 미안해. 이제 마유 보러 자주 올 거야.”
“정말요? 그럼 유치원에도 다시 올 거예요?”
“음, 그건 아니고...”
“집으로 자주 오실 거야.”


어느덧 다가온 요스케가 뻔뻔한 얼굴로 말했다. 손에는 마유의 가방이 들려 있었다. 요스케의 말에 그새 볼을 붉힌 쿄스케가 부끄러움에 어버버거렸다.


“제, 제가 언제 그랬어요...!”
“유치원 아니면 마유 볼 수 있는 곳이 우리 집밖에 없는데, 안 온다고?”
“그거는 그렇지만...”
“게다가 이미 와 봤으면서 뭘 그렇게 부끄러워해.”


장난스러운 얼굴의 요스케가 검지로 쿄스케의 볼을 톡톡 두드렸다. 그에 쿄스케의 얼굴이 복숭아처럼 한껏 달아올랐다. 마유 앞에서 그런 말 하지 마세요! 빽 하고 소리를 질렀지만 요스케의 눈에는 자그마한 토끼가 삑삑 신경질을 내는 모습으로밖에 안 보였다. 그저 허허실실 웃고 있는 아빠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선생님 사이에 낀 마유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다.


“그리고 이제 선생님 아니지 않나. 다른 호칭을 좀 찾아봐야 할 것 같은데.”


요스케가 말했다. 그 말에 마유가 하늘이 무너진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쿄스케를 쳐다봤다.


“선생님 이제 선생님 아니야...?”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입술을 비쭉 내미는 모습에 쿄스케가 당황한 얼굴을 했다. 열심히 마유를 어르고 달래며 요스케를 슬쩍 째려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냐, 선생님 계속 선생님이야. 마유가 부르고 싶은 대로 불러도 돼.”


어쩔 줄 모르는 얼굴로 마유를 달래는 쿄스케를 보며 요스케는 웃음을 꾹 참았다. 건드리면 건드리는 대로 화르륵 달아오르는 쿄스케가 귀여워 자꾸 장난을 치게 됐다. 나중에 쿄스케에게 한 소리를 듣게 될지라도 그랬다.


“모르지. 나중엔 선생님이 아니라 엄마라고 부르게 될지도.”


그러니까 굳이 이런 말을 덧붙이는 건 쿄스케의 반응을 보고 싶어서 그런 거라고.

저 혼자 폭탄 발언을 던지고선 주차된 차로 향하는 요스케의 뒷모습을 쿄스케가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쳐다봤다. 진짜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아까처럼 그런 말 하지 말라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얼마나 부끄러운지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저 터질 것 같은 얼굴로 마유를 안은 채 요스케의 뒤를 총총 따라갈 뿐이었다. 와중에 마유는 그새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마유 엄마 있는데?” 같은 말이나 했다.


-


연애를 시작하고 가장 먼저 알게 된 건 요스케가 생각보다 능글맞은 사람이라는 점이었다. 요스케를 처음 봤을 때나 지금이나 다정하고 점잖은 사람이란 생각은 변함없다. 하지만 그토록 덤덤한 얼굴로 짓궂은 장난을 칠 때마다 쿄스케는 어떻게 반응하면 좋을지 몰랐다. 차라리 처음부터 그가 능글맞은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면 면역력이라도 생겼을 텐데. 요즘 쿄스케는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식히기 위해 손부채질을 하는 일이 잦았다.


“마유 자요?”


쿄스케의 물음에 조심스럽게 방문을 닫고 나오던 요스케가 고개를 끄덕였다. 팔다리를 대(大)자로 뻗고선 색색 자고 있을 마유를 생각하니 괜히 웃음이 나왔다. 닫힌 방문을 보며 살풋 웃은 쿄스케가 탁자 위 노트북으로 시선을 옮겼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졸업 논문이 화면에 켜져 있었다.


“서재 가서 하라니까.”


요스케가 말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굳이 제 등 뒤에 앉아 두 팔로 허리를 끌어안는 것에 쿄스케가 소리 없이 웃었다.


“여기가 편해요.”
“출출하지 않아? 뭐라도 줘?”
“괜찮아요. 어차피 좀 있으면 집에 가야 되고...”
“자고 가도 되잖아.”
“저 요즘 거의 만날 자고 가는 거 아세요? 집에 들어갈 때마다 괜히 눈치 보인다구요.”


쿄스케가 입을 비쭉 내민 채 투덜거렸다. 그게 꼭 마유가 칭얼거리는 모습 같아 웃음이 난 요스케였다. 둘이 은근히 닮았다니까.

두 사람의 데이트 장소는 주로 요스케의 집이었다. 데이트도 데이트지만 마유를 신경 쓰느라 편히 갈 수 있는 곳이 정해져 있기도 했고, 무엇보다 대학 졸업반인 쿄스케가 졸업 논문을 쓰느라 바빴다. 그러다 보니 이곳저곳 다니는 대신 요스케의 집에서 편히 식사를 하고 휴식을 취하는 게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러워졌다. 실은 연애를 시작하고 처음 맞이한 주말 논문이다 뭐다 바쁜 탓에 오늘은 만나기 어렵다는 쿄스케의 말을 듣자마자 그를 잘 구슬려 제 집에 앉힌 요스케의 계략이 가장 컸지만.

그렇게 대부분의 시간을 요스케의 집에서 보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외박을 하는 일이 잦아졌다. 학창시절 수학여행이나 새내기 때 엠티를 제외하고는 외박을 해 본 적 없던 쿄스케에겐 요스케의 집에서 보내는 밤과 새벽이 꼭 엄청난 일탈처럼 느껴졌다. 매번 요스케의 집에 발을 들일 때마다 오늘은 외박을 하지 않을 거라고 다짐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면 요스케의 품에 안긴 채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곤 했다.


“시간도 늦었는데 자고 가는 게 더 안전하잖아.”


무엇보다 요스케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살살 구슬리듯 말하면 그새 마음이 약해져선 홀라당 넘어가는 자신이 가장 문제였다.

쿄스케가 말없이 타자를 쳤다. 싫다는 말이 나오지 않는 게 괜히 부끄러웠다. 그런 쿄스케를 어깨 너머로 본 요스케가 낮게 웃었다. 그러고는 그의 어깨에 턱을 괸 채 잘 알지도 못하는 용어들이 줄줄이 써져 있는 화면을 바라봤다.


“언제까지 제출해야 돼?”
“개강하자마자 바로 제출하는 게 제일 편해요.”
“개강하면 더 바빠져서 나랑 안 놀아주는 거 아닌가 몰라.”
“그렇게 말할 때마다 마유랑 똑같은 거 아세요?”
“마유도 나도 당신 없으면 안 되니까 그렇지.”


어리광을 부리듯 말하는 것에 쿄스케가 작게 웃었다. 그러더니 고개를 돌려 요스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본다. 그 시선에 요스케가 “왜?” 하고 물었다.


“...계속 생각했던 건데요.”
“응.”
“요스케상이 반말 하시는 거 들을 때마다 기분이 이상해요.”


요스케가 천천히 상체를 세웠다.


“싫어?”
“그게 아니라...”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새 얼굴을 붉게 물들인 쿄스케가 시선을 피한 채 말했다.


“뭔가 진짜로 사귀는 느낌이 나서...”
“가짜로 사귀는 것도 있어?”
“아뇨, 그러니까... 우리 사귀기 전까진 존댓말 쓰셨잖아요. 그래서인지 요스케상이 반말 하시는 거 들으면 제가 진짜로 요스케상 애... 애인이 된 게 실감이 나서요.”
“...”
“좀 웃기죠. 그래도 우리 만난 지 꽤 됐는데...”


쿄스케가 어색하게 웃었다. 처음 하는 연애라 그런지 모든 게 다 이상하고 낯설고 간지러웠다. 정작 제가 첫사랑이라 말한 요스케는 늘 여유로워 보이는데. 역시 내가 아직 너무 어린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며 손가락만 꼼지락거리고 있는데, 별안간 몸이 붕 뜨는 감각에 깜짝 놀란 쿄스케가 눈을 크게 떴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요스케의 품에 안겨 있었다.


“안 되겠다. 당신 오늘도 자고 가야겠어.”
“네?”
“설마 그렇게 귀여운 말 해 놓고 도망갈 생각하고 있던 건 아니지?”


입꼬리를 올려 웃는 요스케에 등 뒤로 소름이 돋는 게 느껴졌다. 오늘은 진짜 안 되는데! 쿄스케가 내려달라며 몸부림을 쳤지만 요스케는 듣는 척도 하지 않았다. 긴 다리로 집 안을 척척 걸어 침실로 들어간 요스케가 방문을 걸어 잠갔다.


*


어디선가 시끄러운 진동 소리가 들렸다. 뚝 끊겼다가도 다시금 울리는 진동에 요스케가 눈을 떴다. 주말 아침부터 누가 이렇게 전화를 해.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가도, 코앞에서 색색 잘도 자고 있는 쿄스케를 본 순간 바보처럼 표정이 풀어졌다. 요스케는 쿄스케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팔만 뻗어 협탁 위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여보세요.”


그토록 요란스럽게 전화를 울려댈 때는 언제고, 수화기 너머 상대방은 말이 없었다. 괜히 신경질적으로 마른세수를 했다.


“여보세요. 말씀하세요.”
─...쿄스케 핸드폰 아닌가요?


긴 침묵 후 들려온 말에 마른세수를 하던 손이 뚝 멈췄다. 그제야 핸드폰을 확인한 요스케가 아랫입술을 짓씹었다. 쿄스케의 핸드폰이었다. 더군다나 발신인은 ‘엄마’였다. 낮게 한숨을 쉬며 상체를 일으켜 앉았다.


“...맞습니다만.”
─전화 받은 분은 누구시죠?


요스케가 고개를 돌려 잠든 쿄스케를 내려다봤다. 아직 집에는 말 안 한 것 같은데. 내가 말해도 되나. 그런 고민을 하느라 이어진 정적 사이로 “여보세요?” 상대방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더 시간을 끌었다간 이상해질 것 같아 하는 수 없이 입을 열었다.


“애인입니다.”


-


요스케가 눈치를 봤다. 입이 바싹바싹 타들어갔다. 오픈 전 가게엔 손님은커녕 직원도 없는 탓에 물 한 모금 마시는 것조차 조심스러울 정도로 조용했다. 맞은편에 앉아 있는 쿄스케의 아빠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수명이 깎이는 기분이 들었다. 누가 봐도 당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단 시선이었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지. 그냥 좋아한 것밖에 없는데. 아니, 근데 나 같아도 마유가 사귀는 사람이라며 애 딸린 이혼남을 데리고 오면... 혼자서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느라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아빠 너무 무섭게 쳐다보는 거 아니에요...?”


쿄스케가 말했다. 쿄스케의 말에도 가루베의 표정이 풀릴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입을 꾹 다문 채 한숨을 쉰 쿄스케가 테이블 밑으로 요스케의 손을 잡았다. 그 손길에 반사적으로 눈이 마주치면 걱정하지 말라는 듯 웃어 보였다.

의도치 않게 통화로 먼저 통성명을 한 요스케와 이누이 때문에 쿄스케는 그날 집에 들어가자마자 연애 사실을 밝혀야만 했다. 남들이 보면 다 큰 아들 연애하는 게 뭐 그리 큰일인가 하겠지만, 그 상대가 열두 살이나 많은 것도 모자라 애 딸린 이혼남이란 얘기에 가루베는 뒷목을 잡고 쓰러질 뻔했다.


“우리도 띠동갑 차이잖아요. 너무 오버하지 마요.”


정작 옆에서 듣고 있던 이누이는 이런 말이나 했지만.

물론 이누이도 걱정이 되지 않는 건 아니었다. 나이 차이야 그렇다 쳐도 아이가 있는 사람과 연애를 하는 게 그리 쉬울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혹시라도 쿄스케가 이상한 사람한테 코가 꿰인 건 아닐까 걱정이 들기도 했다. 차라리 엄마랑 아빠한테 소개시켜줘. 직접 보고 판단할게. 그래서 그런 말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가게 문이 열리고 이누이가 들어왔다. 요스케는 발걸음 소리가 들리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잰걸음으로 총총 달려온 이누이가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


“미안해요. 촬영 때문에 좀 늦었어요.”


부드럽게 웃는 이누이를 요스케가 가만히 바라봤다.


“...혹시 가루베 카즈오미 감독님 아니십니까.”
“어? 어떻게 알았어요?”
“팬입니다.”


예상치 못한 말에 쿄스케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누이는 웃는 얼굴로 고맙다고 말하며 가루베의 옆자리에 앉았다. 쿄스케가 슬그머니 가루베를 쳐다봤다. 아빠 표정이 묘하게 풀어진 것 같은데? 잘못 본 건가 싶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쿄스케한테 얘기는 대충 들었어요. 차라리 직접 만나보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자리 마련한 거구요.”
“걱정하시는 부분이 뭔지 잘 압니다. 저 같아도 그럴 것 같고요.”
“나도 아이 아빠도 쿄스케가 고생하는 건 보고 싶지 않거든요. 물론 아이가 있는 사람과 만난다는 게 무조건 힘든 일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어쩌면 하지 않아도 될 고생을 하는 건 아닐까 싶어서요.”


쿄스케가 눈동자를 도륵도륵 굴렸다. 아직도 가루베는 험한 얼굴로 말없이 팔짱을 낀 채 앉아 있을 뿐이었다. 쿄스케의 눈에 가루베는 언제나 자신과 이누이에게 다정하고 뭐가 됐든 이누이의 말을 따르는 사람이지만, 바꿔 말하면 누구에게나 상냥한 사람은 아니라는 뜻이었다. 쿄스케는 가루베가 마치 시한폭탄 같다는 생각을 했다.

별안간 테이블 밑으로 느껴지는 움직임에 쿄스케가 고개를 내렸다. 제 손가락 사이로 파고드는 요스케의 손이 보였다. 평소처럼 부드럽지 않고 뚝뚝 끊기는 움직임만 봐도 얼마나 긴장을 했는지 알 정도였다. 맞닿은 손바닥 너머로 땀이 차는 것 또한 느껴졌다.


“저도 쿄스케가 고생하는 건 보고 싶지 않습니다. 섣부른 말로 들리실 수도 있겠지만, 제가 절대로 그렇게 만들지 않을 거고요. 행복하게만 해 줄 자신 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확신할 수 있습니까.”


내내 침묵하던 가루베가 말했다. 낮게 가라앉은 가루베의 목소리에 쿄스케가 침을 꿀꺽 삼켰다.

요스케가 대답 대신 고개를 돌려 쿄스케를 바라봤다. 갑작스러운 눈길에 쿄스케가 눈을 깜빡였다. 그 어리둥절한 얼굴을 보며 요스케가 말했다.


“못 믿으시겠지만, 제가 이 사람이 첫사랑이라서요.”


예상치 못한 말에 이누이가 눈을 크게 떴다. 가루베 또한 묘하게 놀란 얼굴로 요스케를 쳐다봤다.


“빈말이 아니라 정말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 게 쿄스케가 처음입니다. 쿄스케 없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제발 옆에 있어달라고 애원하고 빌었고요. 그렇게 만나게 된 사람이라 행복하게 해 주는 것만으로도 벅찹니다. 제가 무슨 말을 해도 마음에 들지 않으실 테고 걱정하시겠지만, 그것도 제가 기꺼이 감당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분이 저를 마음에 들어 하실 때까지 제가 노력할 테니, 못마땅한 그대로 지켜봐 주실 수 없을까요.”


쿄스케는 말없이 요스케의 옆모습을 바라봤다. 긴장감 너머로 단단한 요스케의 마음이 보였다. 섣불리 잘하겠다 말하는 것보다 기꺼이 미움 받기를 택하는 요스케가 쿄스케의 눈에는 든든하기만 했다. 그게 진짜 사랑 같았다. 슬그머니 요스케에게로 기울어진 몸이 톡 하고 닿았다. 잡은 손을 움직여 더 단단히 깍지를 낀 쿄스케가 맞은편의 두 사람에게 말했다.


“나도 요스케상이 첫사랑이에요. 그러니까 엄마 아빠가 헤어지라고 해도 절대로 안 헤어질 거예요.”
“아빠가 그런 말은 안 했는데.”
“그리고 엄마랑 아빠도 결혼하기 전에 나 가졌잖아요. 솔직히 뭐라고 하면 안 돼.”
“그, 그거랑 이건 다르지...!”


쿄스케의 폭탄 발언에 당황한 이누이가 아무렇게나 손사래를 쳤다. 한숨을 쉬며 그 손을 잡아 내리는 가루베가 아니었더라면 계속해서 파닥거렸을 것이다. 그 와중에도 요스케는 이누이의 얼굴이 복숭아처럼 붉게 달아오르는 게 쿄스케랑 똑 닮았다고 생각했다.


“엄마 말이 맞아. 그거랑 이건 달라.”
“그래도...”
“그래도 일단 지켜는 볼게. 못마땅한 그대로.”


가루베의 말에 시무룩한 표정을 짓던 쿄스케는 뒤이은 말에 눈을 크게 뜬 채 가루베를 바라봤다. 누가 토끼 수인 아니랄까 봐 제자리에서 몸이 살짝 튀어 오른 쿄스케를 보며 가루베가 소리 없이 웃었다. 그 시선이 닿은 순간, 요스케도 그제야 웃을 수 있었다.


“우리 카즈 팬이라고 하는 거 보니 안목도 있어 보이고.”


그리고 가루베가 그렇게 말했을 때, 쿄스케는 사실 그 부분 때문에 가루베가 허락한 건 아닐까 싶었다.


*


“잘 풀려서 다행이에요. 그죠.”


쿄스케가 꼭 잡은 손을 가볍게 흔들며 말했다. 요스케는 말없이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가게에서 나와 차가 주차되어 있는 곳까지 걷는 그 잠깐의 시간도 신이 날 정도로 둘 다 기분이 좋았다.


“사실 우리 아빠가 무슨 말 할까 엄청 겁먹고 있었어요.”
“나도 무섭긴 했어.”
“우리 아빠가 나쁜 사람은 아니에요. 저랑 엄마한테만 다정해서 그렇지...”
“좋은 아버지시네. 본받아야겠어.”
“요스케상은 지금도 다정하신걸요.”
“더 노력하려고. 아까 말씀드렸잖아.”


쿄스케가 조용히 웃었다. 요스케의 말이 빈말이 아닐 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상기시켜주는 게 좋았다. 머지않아 주차된 차 앞에 선 요스케가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그만 들어가. 오늘은 논문 쓰는 거 방해 안 할게.”
“마유 어머님이랑 있다고 그랬죠?”
“응, 데리러 가야지.”


연락할게. 쿄스케에게 가볍게 입을 맞춘 요스케가 운전석에 올라탔다. 쿄스케는 벨트를 매고 시동을 거는 요스케를 차창 너머로 가만히 바라보다, 무언가 결심이라도 한 얼굴로 조수석 문을 열더니 차 안으로 몸을 쏙 넣었다. 난데없는 상황에 요스케가 눈을 끔뻑였다.


“뭐야?”
“저도 같이 갈래요.”


요스케가 헛웃음을 흘렸다.


“바쁘다며.”
“그치만...”


호기롭게 탈 땐 언제고, 안전벨트를 두 손으로 꼭 쥔 쿄스케가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같이 있고 싶어요.”


아, 진짜 어떡하지. 사랑스러워 미치겠다. 요스케가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끅끅거리며 웃었다. 한참을 그렇게 무너져 웃다 조수석 쪽으로 팔을 뻗어 쿄스케의 안전벨트를 채워 주웠다. 멀어지기 전 그에게 입을 맞추는 것도 잊지 않았다.


“가자.”


핸들을 손에 쥐는 요스케를 보며 쿄스케가 배시시 웃었다. 두 사람이 탄 차가 도로를 시원하게 달렸다.




마치아카 요스케쿄스케 약가루베이누이
2022.12.03 07:5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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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헤헤 ㅋㅋㅋㅋㅋㅋㅋ가루베이누이한테도 들켰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센세 사랑해
[Code: 9a68]
2022.12.03 08:3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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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달다 요스케 노빠꾸노빠꾸했지만 즈그 애기 앞에서도 너무 노빠꾸아니냐고 갑자기 엄마라고 부르게 될지도라니 무슨 소리를 하시는거에요 아무것도 모르는 애앞에서ㅋㅋㅋㅋㅋㅋ
[Code: 7105]
2022.12.03 08:3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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쿄스케도 쿄스케지만 요스케가 진짜 첫사랑티난다 하는짓이ㅎㅎㅎㅎ존나 들떠가지고 시종일관 붙어있고싶어하는게 ㄹㅇ사랑꾼인데 거기다 거침없이 애인이라고 밝히는것까지 브레이크가 없는 놈이라는게ㅎㅎㅎㅎㅎ
[Code: da3d]
2022.12.03 08:5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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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Code: 9008]
2022.12.03 08:5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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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연애지 요스케 얼굴은 못봤지만 입찢어질거 같은데 저렇게 좋나ㅋㅋㅋㅋ누가보면 연애경험도 없는줄 알겄네 이누이 팬이라 하자마자 묘하게 표정풀리는 가루베도 못말리는 팔불출임ㅋㅋㅋㅋㅋㅋ
[Code: 9008]
2022.12.03 09:1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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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최고 ㅜㅜㅜㅜ 존잼 ㅜㅜㅜ 이제 가루베이누이한테도 허락 받은 사이니까 안심되네 ㅎㅎㅎ
[Code: 30dd]
2022.12.03 09:1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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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루베가 어떻게 나올까 조마조마했는데 요스케가 이누이 팬이라서 점수 크게 얻었네 ㅋㅋㅋㅋㅋㅋ 다행이다 ㅠㅠㅠㅠ
[Code: 2fe6]
2022.12.03 10:3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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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이제 진짜 행복해질 일만 남았어ㅠㅠㅠㅠ
[Code: b8c6]
2022.12.03 10:3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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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도망안가고 연애다운 연애를 하는구나 ㅜㅜㅜㅜㅜ요스케 얼굴도 못본 장모님한테 냅다 쿄스케 남친밍아웃하고 마유한테도 엄마웅앵해버리는거ㅋㅋㅋㅋㅋ저렇게 좋을까 ㅜㅜㅜ
[Code: c4f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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