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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9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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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이런 얘기 + 보고 싶은 장면만 압함 



위무선이 함광군의 도려로 산 지 어느새 30여년이 지났다. 위무선의 집은 언제나 남망기였으나, 이제는 운심부지처도 위무선의 집이라 할 만 했다. 장성하여 하나같이 고명한 수사가 되거나 한 세가의 어엿한 종주가 된 옛 소년조의 일원들은 애정어린 놀림으로 그를 '위부인'이라고 부르기도 하였으나, 그것이 결코 모욕의 의미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들은 감히 그리 부르지 못했다. '이릉노조'를 '이릉노조'가 아닌 그 어떤 이름으로 부를 수 있으리. 이릉노조의 악명이 함광군의 위명을 덮지 못했듯, 고소 남씨의 위세도 이릉노조의 오롯함을 가리지는 못했다. 정식 제자를 둔 적 없고 그 어떤 문파도 창시한 적 없어도 무상사존이 무상사존이 아닌 다른 것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당연히 위무선이 고소 남씨의 희고 푸른 옷을 입고 있을 리도 없다. 고소 남씨의 사람 취급을 받으며 30년을 운심부지처에 적을 두고 살았지만 위무선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고자 한 적이 없었다. 남망기가 그걸 두고 볼 리도 없었을 것이다. 까마귀의 깃털처럼 윤기나는 검은 비단은 빛이 비치는 방향에 따라 언뜻 푸른 빛을 띄기도 했으나 어디까지나 밤의 하늘처럼 어두웠고 소매와 깃을 장식하고 권운 무늬를 수놓은 실은 적색보다는 자색에 가까웠지만 그가 입은 옷은 언제나 검고 붉었다. 붉은 천의 머리끈 대신 홍옥과 붉은 산호로 장식한 상투관으로 머리를 올리고 액을 막고 삿된 것을 물리치는 주술을 새겨넣은 호박과 강옥반지를 양손에 두개씩 낀 위무선의 자태는 과거 천하를 두려움에 떨게 했던 무상사존의 위엄에는 미치지 못한다하더라도 부와 권위를 표상하기에는 충분했다. 

그래도 그 손에 들린 다완은 흰 백자에 푸른 당초무늬가 들어간 것이었다. 다완의 뚜껑으로 찻잎을 밀어내며 뜨거운 차를 마시는 위무선의 모습에는 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의아하게 여길 만큼 엄격한 기운이 맴돌았다. 특히 그의 앞에 꿇어앉은 것이 위무선과 남망기의 하나뿐인 아들, 남사윤이라는 사실이 더더욱 의아한 일이었다. 

온가족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자라 오만하지는 않으나 방만하고 분방하다는 말에는 항의할 수 없는 것이 남사윤의 성품이었다. 그런 남사윤이 두 시진째 모친의 앞에 죄인처럼 무릎을 꿇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불평 하나 없이 침묵을 지켰다. 이 자리에 부친인 남망기나, 백부인 남희신이 있었다면 애를 태우며 어쩔 줄을 몰랐을 테지만 위무선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이 일은 위무선으로도 쉽게 물러설 수 없는 일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하나뿐인 아들의 원이라 하더라도. 

위무선은 잔정이 많은 모친은 아니었다. 남사윤의 행실을 지적하며 부친이 항상 하는 말은 어머니의 이름에 누가 되는 짓을 하지 말라는 것이었고 너그럽고 다정하기만 한 백부도 남사윤의 옷차림이나 위생에 대해서는 잔소리를 하였으나, 위무선은 얼핏 보면 아이에게 관심이 없나 싶을 정도로 입을 대는 법이 없었다. 그래도 사윤은 언제나 어머니가 자기 편임을 알았다. 사윤이 사고를 쳐도 어른이 수습해줄 수 있는 수준의 일이라면 크게 혼내지 않았고 어른의 눈에 무가치해보이는 일이라 해도 사윤의 도전정신을 존중해주었다. 그런 모친이 최초로 빈 말조차 하지 않고 달래주려는 흉내도 내지 않았다. 위무선은 차갑고 준엄한 눈으로 남사윤의 욕망과 희망을 재단하고 있었다. 

녹지 않는 얼음과 부서지지 않는 돌로 지어진 성벽처럼 완고하고 그만큼 가혹했던 그의 사제가, 지금은 호수 속의 소금기둥처럼 붕괴만을 기다리고 있어서, 그의 하나뿐인 아들이 그 붕괴를 부추기려는 것은 아닌지 의혹을 지울 수가 없어서. 

"남사윤."
"예, 어머니."
"아니 된다."
"........"
"납득하지 않을 셈이로구나. 하지만 내 허락을 구하러 온 것은 너다. 그리고 이 어미는 허락하지 않겠다."

남사윤은 침묵했다. 대들거나 반박하지 않았으나 수긍의 기색을 보이지도, 자리를 뜨지도 않았다. 모자는 또 한참동안 기싸움을 했다. 그러나 마침내 위무선이 마시던 차가 다 떨어졌고 해가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자식을 이기는 부모는 없는 바, 결국 위무선은 한숨을 쉬며 아들에게 먼저 말을 걸고야 말았다.  

"대관절 나의 허락을 얻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 네 사숙이 그리 만만한 이더냐? 왜, 가서 내 허락을 받았으니 숙부께서 내 마음을 받아주셔도 된다 읍소할 요량이었더냐?"
".....그 비슷합니다."
"남사윤!"
"사숙께서는 어머님과의 관계가 다시 틀어지는 것을 그 무엇보다 두려워하십니다."
"그걸 아는 놈이...!"
"불효자가 입이 열개라도 어머님께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하지만 하늘과 사람의 도리를 모두 저버릴 정도로 그 분을 원합니다."
"........"
"어머님께서 고개만 살짝 끄덕여주셔도 사숙은 안심하실 겁니다. 어차피 어머님께서도 홀몸도 아닌 사숙을 버리실 수 없지 않으십니까? 자식처럼 아끼던 조카를 잃은 그 분에게서 어머님과 저까지 앗아가실 수 있으십니까?"
"자식처럼 키우던 조카를 잃은 네 사숙에게, 하나 남은 다른 조카까지 앗아갈 마음으로 내 앞에 꿇어앉은 놈이 뚫린 입이라고 말은 잘하는 구나. 그래, 네 말이 맞다. 저 금가의 패륜아가 네 사숙의 몸과 마음을 난도질해놓은 이 상황에서 그 무엇이 나를 내 형제에게서 떼어놓을 수 있으랴. 내 배로 낳은 새끼가 금수의 마음을 품었어도 그 금수를 떼어놓는 것보다 내 사제를 잃는 것이 더 두려운 마음을 감히 네가 짐작이나 할 수 있겠느냐?"
"........."
"너는 운심부지처 못지 않게 연화오에서도 귀한 아이였다. 고소 남씨에게야 하나있는 직계손이니 당연히 귀한 아이겠지만 운몽 강씨와 네가 무슨 상관이라고 강징이 너를 이뻐했겠느냐. 그 이처럼 강팍하고 고집스러운 인사가 네가 태어났다고 내게 먼저 손을 내밀었는데, 그것만으로도 이 어미는 네가 고맙고도 고마웠는데, 지금와서 그 고단한 애정을 인질로 잡고 사숙을 제 음인으로 삼고 싶다 이리 당당하게 떠들다니!"

결국 위무선은 참지 못하고 비어있는 연적을 아들을 향해 던졌다. 

"썩 꺼지거라! 가서 네 마음대로 강징을 구워삶아보려무나! 나는 사저의 아들은 버릴 수 있어도 너는 버릴 수 없고 강징도 버릴 수 없다! 그 패륜아보다 네가 훨씬 유리하니 가서 울며 매달리든 개처럼 기며 애걸하든 네 마음껏 해보아라!"



이 뒤에 사윤 연화오 가서 강징이랑 희락기 보냄. 이럴때만 아빠닮아 노빠꾸 

스아실은 북당묵염 짤보다가 남가 대부인 느낌나는 위무선이 보고 싶어서 씀


재생다운로드B1746C6A-B745-447C-BBD7-495BB66C543C.gif 
2020.02.29 17:5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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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아아아아
[Code: 52ae]
2020.02.29 18:2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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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오셨다!
[Code: efd0]
2020.02.29 18:37
ㅇㅇ
모바일
필력 뭐야;;;; 이렇게 학력셀털해도 되는거임? 하버드 나왔다고 필력오지는것 좀 봐;;;; 사윤이 하늘과 사람의 도리를 모두 저버릴 정도로 원한다는 고백 하는데 내 심장 터져버림. 위무선 장난기 쏙 빼고 다다다다 말로 따발총 쏘는데 매운맛 속에 제 자식만큼이나 아끼는 강징 걱정 들어있어서 강징맘 운다ㅠㅠㅠ
[Code: d9c8]
2020.02.29 20:06
ㅇㅇ
센세 왜 나사다니는거 숨겼어....... 사윤이 무선이한테 굳이 허락받으려고 하는거 왜이렇게 좋냐ㅠㅠㅠㅠㅠㅠㅠ
[Code: d17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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