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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5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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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주의 소설체주의 비문주의 오타주의 암튼다주의




 

"이런 소식을 전하게 되어, 정말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FDR, 드미트리 노 요원은……."

 

 

아직 겨울이 다 지나지 않아 내뱉은 숨이 하얗게 얼어붙었다. 곧 봄이 온다던데. 

올 봄에는 마당에 꽃을 심기로 했었다. FDR은 장미를 권했고. 화려하게 핀 꽃을 보며 차를 마시는 것은 꽤나 운치 있을 것이라 덧붙였다. 드미트리는 한참 생각하더니 역시 라일락이 낫겠단다. 장미 가시때문에 아직 어린 이웃집 토마스가 다칠수도 있다는게 그 이유였다. 라일락도 나쁘지 않지. 자라는데 시간이 꽤나 걸리겠지만. 그건 꽃이 아니라 나무잖아. FDR이 툴툴거리자 드미트리는 낄낄거리며 그의 뺨을 붙잡고 새가 모이를 쪼듯 쪽쪽 두번의 키스를 했다. FDR이 저에게 약하다는 사실을 다 알고 영악하게 군 것이다. 좀 자란 묘목을 데려오면 되지. 2, 3년이면 충분할거야. 드미트리가 조곤조곤 FDR을 설득했고 들으면 들을수록 그럴사한 그의 말에 FDR은 쉽게 납득하고 말았다. 대신 튤립도. 그렇게 말하면서 반대쪽 뺨을 내밀었다. 드미트리는 그래, 라고 대답하지는 않았지만 내밀어진 뺨에 다시 한 번 쪽, 하고 키스를 했다. 그것은 무언의 약속이었다. 라일락과 튤립. 둘이 함께 가꿔나갈 정원. 그는 약속을 하면 꼭 지키는 사람이었기에 FDR은 조급해하지 않았다. 그렇게 너무 낙관적으로 생각했던 탓일까. 곧 봄이었지만, 그보다 먼저 드미트리의 부고가 그의 집을 방문했다.

 

 

 

 

 

 

 

FDR은 드미트리의 죽음을 영민하게 받아들였다. 마치 드미트리라는 사람이 FDR의 인생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의연한 모습이었다. 드미트리의 장례식에서는 가슴팍을 쥐어짜내며 짐승처럼 울부짖다가 실신해서 응급실 신세를 져놓고는 그의 죽음 이후 정확히 일주일 뒤, 너무도 번듯한 얼굴으로 사무실에 나타났다. 괜찮냐는 터크의 말에 씩 웃으며, 뭐가? 하고 대꾸할 정도로 멀끔한 모습이었다. 일해야지. 걱정하는 동료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낸 FDR은 평소처럼 제 책상에 앉아 서류를 뒤적거렸다. 동료들은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저마다의 추측을 내놓았다. 드디어 FDR이 미쳤다. 슬픔에 돌아버린거다. 애써 괜찮은 척 연기하는 건지도 모른다. 

 

어떤 이들은 그의 화려했던 과거를 떠올리고 악의적으로 짐작한 것을 사실인양 떠벌렸다. 다 쑈였던 거지. 죽고 못 산다고 그 난리를 피웠지만 저 바람둥이 자식이 사랑에 대해 뭘 알겠어? 그 소리를 듣자마자 소문의 근원에게 달려간 터크가 대신 녀석을 흠씬 두들겨 패주었지만 정작 당사자인 FDR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말에 힘을 실어주기라도 하려는 듯 발길을 뚝 끊었던 클럽에 나돌기 시작했다. 임무에 나가서는 보란듯이 여자 둘을 꼬셔서 호텔방을 잡기도 하고 다른 팀 요원과 묘한 기류를 띄우기도 했다. FDR을 동정어린 눈으로 바라보던  사람들은 그럼 그렇지 하고 그에 대한 관심을 거두었다. 난 이제 너를 이해하지 못하겠다. 내가 알던 프랭클린 포스터가 맞긴 해? FDR의 곁에서 오랜 시간 함께해온 터크조차 혀를 내둘렀다. 그러거나 말거나. FDR은 멋대로 살았다. 매일 다른 상대로 빈 침대를 채우면서. 훤칠하고 멀끔한 외형과 청산유수인 말솜씨덕을 톡톡히 봤다. 

 

12번째. 임무가 끝나자마자 그 자리에서 웬 미녀를 꼬셔낸 FDR이 결국 가까운 호텔방을 잡고 올라가버리자 남겨진 동료중 한 명이 감탄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FDR포스터가 돌아왔다'고.

 

 

 

 

 

 

 

 

그래. FDR은 멀쩡해보였다. 대외적으로는 그랬다는 이야기다. 호텔방으로 들어오자마자 입술을 맞대오는 상대를 밀어내고 FDR은 한참 말이 없었다. 뭐야? 왜그래? 당황한 상대가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때까지도 FDR은 꿈을 꾸는 듯 멍한 표정으로 서있었다. 어디 아파? 상대의 물음이 끝나기도 전에 FDR은 주저앉았다. 그리고 이내 거칠게 눈가를 문지르더니 그런다. 나가. 뭐? 나가라고. 야, 꼬신건 너야! 약이 잔뜩 오른 상대가 어깨를 퍽소리가 나도록 쳐도 FDR은 같은 소리만 반복했다. 미안한데 나가줘. 결국 지친 상대가 씩씩거리며 떠나갔다. 미친새끼. 병신. 개새끼. 온갖 욕이란 욕은 다 하면서. FDR은 비틀거리면서 커다란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흐허허. 그리고는 실성한 사람처럼 웃었다. 허… 흐…… 웃음은 이내 울음으로 바뀌고 만다. 울보. 그가 살아있을때. 어울리지 않게 로맨스 영화를 보고 울던 FDR을 보고 한 말이다.

 

 

너는 피도 눈물도 없냐? 

 

 

FDR은 잔뜩 약이 올라 가자미눈을 하고 되물었다. 벌게진 눈가덕분에 썩 위협은 되지 못했다. 오히려 그 모습이 얼마나 웃겼는지 드미트리는 본격적으로 손가락질 하며 놀려댔다. 

 

 

야 너 콧물나왔다! 

크응. 안 나왔어! 

코 먹었냐 드럽게. 

안 먹었어!! 

 

 

한참 영양가없는 실랑이를 하다가 결국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입을 맞췄다. 혀를 섞고 입천장을 두드리다가 치아를 부드럽게 훑고는 떨어져나간 작은 틈새로 드미트리가 말했다. 

 

 

너는 나 없으면 어떡할래? 이 울보야.

어떡하긴 뭘 어떡해. 너따라 죽는거지. 

미쳤네. 왜 죽어. 내가 죽는댔냐? 만약에 우리가 헤어지기라도 하면…….

내가 너 죽을때까지 안 놔줄건데? 

…내가 미저리랑 사귀었네. 

그래서 미저리랑 사귀게 된 소감은? 

…끝내주지. 

 

 

썩 마음에 드는 대답에 싱글벙글 웃으며 다시 입술을 맞대는데 드미트리가 속삭였다. 그래도 약속해. 만약 내가 죽으면. 그 빌어먹을 약속. FDR의 흐느낌은 이내 오열로 바뀌었다. 내가 죽으면.

 

 

절대 멍청한 짓은 하지마. 

 

 

빌어먹을 호기심. 되물어서는 안됐다. 하지만 과거의 FDR은 행복에 젖어 현장에서 쌓아올린 영민함을 잃고 멍청하게 되물었다. 어떤 멍청한 짓? 드미트리, 그 고약한 것이 때때로 얼마나 저한테 잔인하게 구는지 새카맣게 잊어버린채로. 드미트리는 까만 눈을 두어번 깜빡거리더니 환하게 웃었다. 

 

 

나따라서 죽네 사네 염병떨지 말고 FDR 포스터, 너답게 살라고. 알았지? 

 

 

그때는. 이렇게 될 줄은 몰랐지. 너무 행복해서. 함께 살아간다는 것에 벅차올라서 죽는 날도 함께 일줄 알았지. 그래서 멍청한 FDR은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하는거다? 수차례 되묻기에 코웃음을 치고는 새끼 손가락까지 걸었다. 그럼 이제 하던거 마저 해도 돼? 눈 앞의 드미트리에게 너무 심취해버렸던거다. 간식을 앞두고 기다려. 하고 명령받은 개처럼 안절부절 못하고, 그의 명령에 따라 지키지도 못할… 그러나 지켜야 할 약속을 해버린 것이다. 고작, 고작 드미트리가 죽기 일주일 전의 일이다.

 

 

 

 

잔인한 새끼. 넌 진짜 나쁜 새끼야. 지옥에나 가라. 아니야. 어디도 가지마. 내 곁에 있어. FDR은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무너져내렸다. 그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했던 노력들이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 너답게 살아. 그 한마디를 지키기 위해 지난 몇 주간 했던 모든 행동들이 전부. FDR은 드미트리를 만나기 전, 자신의 삶이 어땠는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일을 했고, 이따금씩 아무와 만나 몸을 섞었던 것 같았다. 그래서 한 달정도는 어찌어찌 그런 삶을 살았다. 다시 직장에 나갔고, 들어오는 업무들을 해결했고, 발길을 끊었던 클럽에 나갔다. 눈이 익은 얼굴들, 아니면 전혀 새로운 사람과 몸을 섞기도 했다. 그리고 그 이후엔 치밀어오르는 구역감을 참지 못하고 화장실로 달려나가 토를 했다. 위액만 넘어왔다. 아. 그러고보니. 밥을 제대로 챙겨 먹지 않았다는 사실도 그때 알았다. 밥을 챙겨먹는 것도 '나다운 삶'인가? 멍청한 생각이 떠올랐다. 당연하지 멍청아! 드미트리가 살아있었다면 등짝을 때렸겠지. 그제야 억지로 식사를 욱여넣었다. 빵 한 조각, 유통기한이 언제였는지 모를 우유 한 잔도 식사라면. 

 

 

모든 기준이 드미트리가 말한 '너다운 삶'이었는데 그것이 어떻게 '나다운 것' 인지 모르겠다. 

이젠 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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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아 너는 내 가슴에 아직도 눈에 익은 별처럼 박혀 있고 나는 박힌 별이 돌처럼 아파서 이렇게 한 생애를 허둥거린다.
<door정희 비mang록> 





파인존조 엪뎀 엪디알드미트리
2020.02.15 (15:43:49) 신고
ㅇㅇ
모바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센세 왜 날 울려 ㅠㅠㅠㅠㅠㅠㅠㅠ 엪디알 어떡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4449]
2020.02.15 (15:55:35) 신고
ㅇㅇ
모바일
센세ㅠㅠㅠㅠㅠㅠ 붕붕이 가슴 뜯겨나갔어ㅠㅠㅠㅠㅠㅠㅠ뎀의 말이 세상을 잇는 유일한 끈이 됐는데 그 끈이 너무 아파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566f]
2020.02.15 (16:03:04) 신고
ㅇㅇ
모바일
센세 웨날울려 책임져 어나더로 책임지란말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내찌찌 ㅅ뷰ㅠㅠㅠㅠㅠㅠㅠ
[Code: d6c2]
2020.02.15 (16:05:53) 신고
ㅇㅇ
모바일
센세 나 두번봤는데 웨 두번울려 책임져 책임지라고 어나더론 안돼..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나더로 책임져..
[Code: d6c2]
2020.02.15 (16:43:40) 신고
ㅇㅇ
모바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뎀 잔인하다ㅠㅠㅠㅠㅠ뎀이 맞는데ㅠㅠㅠㅠ엪디알 어떡하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맴찢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f28c]
2020.02.15 (16:54:02) 신고
ㅇㅇ
모바일
아 찌통ㅠㅠㅠ 뎀을 잃고 나다운게 뭔지도 잃어버린 엪 어뜩해ㅠㅠ
[Code: 894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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