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24205210
view 3427
2017.03.28 04:11
굿빌은 자취 같이 하는 학식들임ㅇㅇ.
굿나잇은 빌리의 이마에 손을 얹어보았음. 확실히 지난밤보다는 열이 떨어진 것 같았지. 굿나잇은 안도인지 불안인지 모를 한숨을 내뱉으며 손을 떼어냄. 빌리는 여전히 더운 숨만 색색 내뱉으며 누워있었음. 열 오른 얼굴에 맺힌 식은 땀을 닦아주던 굿나잇은 제 애인이 이렇게 아픈데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고작 옆에서 지켜보는게 다인 자기자신에 대한 해일같은 무력함을 느꼈음. 할 수만 있다면 내가 대신 아프고 싶은데. 하지만 조물주는 빌리의 고통을 빌리가 그대로 감내하기를 원했는지 그런 굿나잇의 쟈근 소망따위 짓밟아버림. 굿나잇은 울상을 지었지.
지난 밤, 그러니까 다른 날과 다름없이 거하게 한판 뛰고나서 헐 벗은 몸으로 서로를 꼭 끌어안은 채로 잠든 날의 밤. 굿나잇은 잠결임에도 불구하고 빌리의 호흡이 불안정하다는 것을 느낌. 그러고보니 품안 가득 들어온 빌리의 체온이 평소와는 다르게 좀 더 뜨거운 것도 같았음. 맞닿은 피부에서 더운 열이 차올랐지. 뭐지. 쁘띠 몸이 왜 이렇게 뜨겁지. 보통 이렇게 뜨겁지는 않은데. 열이라도 나나? ...열 나면 아픈 거 아니야? ......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굿나잇은 용수철처럼 몸을 일으켰음. 굿나잇은 허겁지겁 스탠드의 불을 켜 어두운 방을 밝힌 뒤 사랑하는 제 연인의 얼굴을 확인했지. 빌리는 밭은 숨을 내뱉으며 식은 땀을 흘리고 있었음.
굿나잇의 얼굴이 빌리보다 더 창백히 젖었음. 밝은 빛 아래 드러난 빌리의 안색은 누가봐도 아픈 사람의 그것이었음. 빌리! 빌리가 아파. 어떡, 어떡하지. 어떡해? 쁘띠가 아픈 거 같아. 어떡하면 좋아? 어떡하긴 뭘 어떡해, 병원에 가야지. 하지만 지금은 새벽인데? 굿나잇의 머릿속에서 수십명의 굿나잇이 동시에 떠들어댔음. 그도 그럴게 평소 빌리 락스는 건강한걸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울 인물이었음. 아픈 빌리의 모습은 n년 동안 사귀었지만 처음보는 것이었기에 굿나잇의 머릿속은 패닉 그 자체일 수 밖에 없었지. 혼파망 속에서 대부분의 굿나잇들은 빌리!!!8ㅁ8 하고 그저 울어댔음. 그래도 그중에 몇몇 정신머리 제대로 박힌 굿나잇들이 외쳤지. 당장 약부터 찾아보라고. 굿나잇은 벌벌 떨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온 집안을 뒤졌음. 그런데 마침 해열제가 딱 떨어진 참이었음. 굿나잇은 다급해진 마음에 신경질적으로 서랍을 뒤져봄. 하지만 그럼에도 약 상자는 나오지 않았지. 굿나잇은 다시 안방으로 돌아가 빌리의 상태를 확인해보았음. 색색, 숨을 몰아내쉬는 게 당장이라도 위험한 고비를 넘길 것 같아서 (물론 굿나잇의 과장된 시선이었지만) 굿나잇은 겉옷을 걸칠 생각도 못하고 다짜고짜 밖으로 뛰쳐나감.
아직 봄이라기엔 이른 계절 덕에 굿나잇의 얇은 셔츠 사이로 서릿발처럼 차가운 바람이 파고들었음. 하지만 굿나잇은 추운 줄 몰랐지. 쁘띠가 아프다는데 추운 게 뭐가 그럮게 중요해욧?! 굿나잇은 당장 집 근처에 있는 약국으로 뛰어나갔음. 허나 휴일의 새벽에 문을 연 약국이 있을리 만무했지. 병원도 마찬가지였음. 굿나잇은 불 켜진 상가쪽을 둘러보았지. 군데군데 24시간 편의점들이 영업중이었음. 다급한 마음에 굿나잇은 편의점으로 뛰어들어감.
편의점에 들어가고 나서야 굿나잇은 밖이 장난아니게 추웠다는 것을 피부로 깨달았음. 허나 아까도 말했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었지. 굿나잇은 카운터에 있는 허니비에게로 감. 허니는 굿나잇을 보자마자 살짝 주춤하고 놀란 기색을 보였음. 그도 그럴게 웬 키 큰 성인 남성이 이 추운 새벽에 셔츠 바람 하나인채로 숨을 헉헉 거칠게 몰아 내쉬는데... 표정은 무슨 사람 둘 죽이고 도망나와 쫓기는 살인마마냥 초조해보였음. 시발.. 야간 편의점 알바는 하는 게 아니라는 친구의 말을 들었어야했는데... 허니는 존나 쫄았지만 쫀 기색을 최대한 숨기기 위해서 어색하게 웃어보였지. 뭐 필요한 거 라도...?
약.
네?
약. 여기 있는 약 다 주세요.
굿나잇은 토씨하나 안 틀리고 저렇게 말했음. 허니는 당황해서 굿나잇을 보며 말했지. 약이 한두개도 아니고 무슨 약인 지 말해야한다며, 혹시 어디 아프시냐고. 어디가 아프신 지 말씀해주시면 제가 약 찾아드리겠다고.
어디가, 아프신지, 하는 말에 굿나잇은 빌리를 떠올렸지. 열이 나는 것 같았고 숨도 색색 거리며 쉬고...... 별안간 굿나잇의 얼굴이 일그러졌음. 눈가가 벌겋게 달아오르는가 싶더니 뜨거워졌고 이내 곧 굿나잇이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함. 눈앞에서 잘생긴 남자(지만 뭔가 존나 수상해보이는)가 우니 허니도 당황스러웠지. 어디 아프냐고 물었는데 존잘남이 울기 시작함; 이거 실화냐. 허니가 당황하든 말든 굿나잇은 그저 소리없이 눈물만 떨구었음. 눈물이 뺨을 타고 바닥에 후두둑 떨어졌지만 굿나잇은 그걸 닦을 생각도 하지 못 했지. 그리곤 울음을 참으려는 듯 젖은 목소리로 말함. 그러니까, 아파요. 빌리가. 열도 나고... 몸이 막 뜨거워요.
그리고 나선 굿나잇은 고개를 푹 숙여 눈물을 닦아냈음. 허나 눈물샘은 마를 기미가 안 보여서 굿나잇은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지. 다 자란 성인이 어린 애처럼 어깨를 들썩이며 우는 게 일반적인 일은 아니었지만 굿나잇한테 빌리만큼 소중한 것은 더 없었기에 난생 처음으로 느껴본 '빌리가 이유를 모르게 아플때' 에 대한 두려움은 굿나잇을 무섭도록 잠식해왔음. 그만큼 무서운 것도 없었지. 그건 곧바로 어마어마하게 자라나서 '빌리의 부재' 로까지 이어졌고 그에 대해 말도 안되는 상상이 절로 머릿속이 그려지자 두부멘탈 뽐내는 거 제일 잘하는 굿나잇이 눈물을 터트릴 수 밖에... 요컨대 '엉엉 빌리 죽지마 8ㅁ8', 하는 어린 애 같은 심상이었음.
그 사이에 허니는 굿나잇이 얼버무리며 말한 얘길 용케도 알아 듣고 침착하게 해열제와 구급상자를 부랴부랴 들고나옴. 이거, 이거 들고 가시면 돼요. 이거는 성인 두알 씩 먹으면 되고 이건... 그리고 이건... 또 이건... 듣는 굿나잇은 눈물 닦기 바쁜데 허니는 친절하게 막 설명하느라 바빠짐. 이 눈물 많은 존잘남이 제 말을 들을 생각이 없는 듯하자 허니는 약상자들을 굿나잇 품에 떠넘기며 말했지. 빨리 이거 들고 가보시라구요! 그제서야 굿나잇이 얼 빠진 얼굴로 허니를 바라보았다가 코맹맹이 소리를 내면서 감사,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를 함. 그리고 다급하게 뛰쳐나갔지. 허니는 멍하니 그 뒷모습을 바라봄. 돈을 안 받았다는 걸 한참 뒤에야 깨달았지만 존잘남 얼굴이 너무 잘생겨서 화도 그렇게 나지 않았음. 약 그거 까짓거 내가 샀다고 치지 뭐... 얼굴 잘하네 저 학생..... 빌린지 발린지 어떻게 생겨먹은 놈인진 몰라도 존나 부럽네...
.
https://hygall.com/24205210
[Code: 1b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