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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26 17:39
그 고개는 '밤에 우는 고개'라고 불리고 있었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는 유명한 심령 스팟으로 이 고개의 정식 명칭은 모르지만 '밤에 우는 고개'라고 말하면 지방 사람들은 누구나 다 알아듣는다.

그날 밤, 11시 정도. 나는 친구 K와 S, 두 명과 함께 그 문제의 고개를 향해 차를 타고 갔다.

"현도라고 해서 마음 단단히 먹었는데, 꽤 좋은 길이잖아."

그렇게 말한 건 K다. 토박이가 아닌 나는 이 길을 사용한 적이 없지만 그 말대로 아스팔트도 비교적 최신이고 계속되는 2차선 도로는 심령 스팟으로 이어진 산길치고는 조금 맥빠질 정도로 평범했다.

"유령 나온다고 들어서 얼마나 황량한 길인지 두근거렸는데 고작 이거냐고. 아아, 아쉽다. 아쉽, 아쉽, 아쉽다!"

"으악. 바보야, 그만해."

뒤를 보니 K가 뒷좌석에서 운전석 시트를 잡고 흔들고 있다. 운전하고 있는 건 S였다. 조수석에는 내가 타고 있었다. S의 아버지 차라는 경차가 흔들흔들 반대편 차선으로 넘어간다. 마주 오는 차는 없다. 있었다면 죽었을지도 모른다.

"여기서 사고 내면 우리도 유령이 되어서 나오겠지. 그렇다면 여기가 전국적인 심령 스팟이 될지도 몰라."

내가 그렇게 말하자 '기가 막힌 생각인걸'하고 K가 웃는다. 내 옆에서 S는 커다랗게 한숨을 내쉬었다. 덧붙여 그때 K는 취해있었다. 나도 취해있었다. 애당초 일이 이렇게 된 건, 취해버린 나와 K가 술기운에 어딘가 무서운 곳에 가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운전을 부탁하기 위해서 S를 급히 부른 거고.

"...그것보다 도로정비는 기본이잖아. 그만큼 이 길에는 수요가 있는 거야. 우리 마을에서 00(다른 지역 이름)로 갈 때도 이 길을 지나는 게 빠르지."

이 차 안에서 혼자만 취하지 않은 S는 냉정했다. 그것보다 삐쳐있었다. 그 얼굴에는 빨리 이 바보 두 명에게서 벗어나고 싶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미안하다 S. 그래도 귀찮아하면서도 어울려주는 것이 이 녀석의 좋은 면이다.

"내 휴대전화 녹음되니까 이걸로 아기 울음소리 저장할 수 있지 않을까?"

"휴대전화 음질로는 안 된다니까. 좀 더 가까운 데서 우는 걸 들어야 해. 그것보다 그런 거 녹음해서 뭐에 쓸 건데?"

내가 그렇게 말하자 K는 씩 웃더니 말했다.

"당연히..."

"응?"

"당연히 여자애들을 놀래는 거지!"

K의 목소리가 차 안에 울린다.

"...네가 어린애 울렸다고 생각해서 네 인생 끝장 날 거다. 멍청아."

옆에서 S가 중얼거렸다. K는 아하하, 하고 웃으며 듣지 않았다.

K가 말한 '아기 울음소리'는 우리가 지금부터 갈 예정인 폐차 고개에서 들리는 소리다. 심야, 밤에 우는 고개를 지나면 아기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소문으로 제법 유명하다. 내 주위에서도 들었다는 사람이 좀 있다. 거짓말인지 아닌지, 잘못 들은지 환청인지는 차치하고서라도.

고개까지는 바로 코앞이었다. 우리 이야기는 자연히 밤고개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바뀌었다.

어느 날 가족이 탄 차 한 대가 이 고개를 넘으려고 할 때, 엔진이 고장난 탓인지 차가 불에 붙었다. 남녀는 차에서 도망쳤지만 아기 혼자만 차 안에 남겨졌다. 그 사고 이후 이 고개를 지나면 아기 울음소리가 들린다. 그것도 그 '소리'가 들린 사람은 반드시 차 사고를 당한다는 것이다. 이게 내가 들은 이야기다.

"야야야! S, 돌아갈 때는 조심해라."

K의 말에 S는 커다란 하품을 대신했다. 그러고 보니 전화로 S를 불렀을 때 꽤 졸려 보였다. 자고 있었던 걸까.

"괴담이라는 건... 군더더기밖에 안 남는 거야."

하품을 한 후에 S가 말했다. S를 보면서 K와 나는 '그게 뭐야?'라고 물었다.

"여기서 사고가 일어나면 유령 탓. 저것도 유령 탓. 이것도 유령 탓."

거기서 말을 끊고 S는 한 번 더 하품을 했다.

"군더더기뿐이야... 즉, 알맹이가 없는 이야기지. 기억해둬. 그것보다 너희들 아까부터 진짜 시끄러워."

나와 K는 얼굴을 마주 보았다. 둘 다 술기운이 남은 머리로는 잘 이해가 안 된 모양이다.

"자, 도착했다."

그러던 중에 차는 목적지인 고개에 도착했다. 갓길에 차를 세우고 3명 모두 밖을 나왔다. 가로등이 멀어서 생각보다 어둡다. S가 한 번 차 안으로 돌어갔다가 손전등을 가지고 나왔다. 백열전구의 새하얀 빛이 '밤에 우는 고개' 주위를 비춘다.

뭐라고 해야 할까, 심령 스팟이라서 그런지 독특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길 양쪽에는 나무가 자라 있었고 사락사락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가 난다. 그 시끄럽던 K가 어느새 조용해졌다.

"어떡할래?"

S가 물었다. 그 말투로 보아 '빨리 돌아가자, 그것보다 돌아가게 해줘'라고 말하고 싶은 것 같다. 나도 밤바람과 이 고개의 분위기를 느낀 순간, 술기운이 날아가서 무서워져 돌아가고 싶었다.

"으음. 그러네. 아무것도 없어 보이고."

돌아가자고 겁먹은 내가 말하려고 할 때

"위험해..."

K가 말했다.

"나, 들었어."

뭐가? 그렇게 말을 건 내 귀에도 그 소리가 들렸다. 고양이 쉰 울음소리 같다. 하지만 고양이가 아니다. 고양이는 응애, 응애하고 울지 않는다. 이건 사람의 목소리다. 아기 울음소리다.

"야야, 이거 농담이지?"

K가 떨고 있었다. 나는 더 떨고 있었다. S도 들은 것 같다.

"음... 저쪽이려나."

S가 그렇게 말하고 손전등 빛을 그 방향으로 향했다. 우리가 차를 세운 갓길 반대쪽에 차 한 대가 지나갈 정도의 샛길이 있었다. S가 비춘 건 그 좁은 길이었다.

"좋아, 가볼까."

S가 그 샛길을 향해 가기에 나와 K는 얼굴을 마주 보았다. S가 제정신인지 의심된다. 하지만 차 열쇠도 손전등도 S가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황급히 S의 뒤를 따라갔다.

샛길 끝에는 자그만 공터가 있었다.

S가 가진 손전등 빛이 공터를 비추었다. 풀이 듬성듬성 자라있고 공터를 둘러싸듯이 폐차가 몇 대 있었다. 오래되고 녹슨 트럭도 있는가 하면 비교적 새 차도 있었다.

아기 울음소리가 커졌다. S의 뒤에 있던 나도 울 것 같았다. K는 '위험해, 위험하다고'라고 계속 중얼거리고 있었다.

S가 차 한 대를 비추었다. 그 차는 밖도 안도 검은 차였다. 유리는 없었다. S가 손전등을 차에서 신중히 밑으로 내렸다.

차일드 시트.

그 차 옆에는 땅에 차일드 시트가 놓여 있었다. 옆 차와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새 거다. 울음소리는 그 차일드 시트에서 들리고 있었다. 누구도 앉아 있지 않은데. S가 그 차일드 시트를 향해 한 발자국 내디뎠다.

"야, S. 위험해. 위험하다고!"

K가 말릴 새도 없이 S는 차일드 시트 앞까지 가더니 그 뒤 풀숲을 향해 손을 뻗었다. 나는 그때 울음소리의 주인이 S를 집어삼키는 게 아닌가 진심으로 생각했다.

".... 있었네."

우리 쪽을 향한 S의 손에 들린 것은 기계였다. 그저 멍하니 서있는 우리 앞에서 S는 손에 든 기계 위에 있는 스위치를 눌렀다. 그 순간 아기 울음소리가 딱 멈추었다.

"CD 라디오 카세트다."

S가 말했다.

"처음에는 나도 놀랐는데 울음소리가 규칙적이었어. 뭐, 이런 거라고 생각했어. 장난이지. 건전지가 다 되기 전에 울음소리가 계속 나오도록."

나는 아연했다. K는 멀뚱멀뚱 바라보았다. S여. 너는 왜 그렇게 침착한 건가.

"... 우오, 진짜냐고 바보 같아!"

K가 양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감싸 쥐고 온몸을 꿈틀거리며 정체를 알 수 없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 나름대로의 부끄러움을 표현하는 것이다.

"나 바보야! 위험해, 위험해라고 외친 내가 바보다!"

그리고 K는 차일드 시트에 가까이 가서 한 대 걷어찼다. 그리고 무슨 생각에서인지 쓰러진 차일드 시트를 다시 원위치시켰다.

"너희들 사진 찍어!"

그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차일드 시트에 다 큰 남자가 앉아있다. 한밤중에 이런 곳에서. 그 기묘한 광경에 아까까지 느꼈던 공포가 사라지고 나는 소리 내어 웃었다. '바보 같아'라고 말하면서도 S가 자신의 휴대전화를 꺼내서 카메라로 찍었다. 플래시. K는 폼 잡고 앉아있다. 나도 웃으면서 그 모습을 휴대전화로 찍었다.

"...응애, 응애!"

K가 외쳤다. 앉은 자세로 팔다리를 퍼덕거린다. 나는 또 웃었다. S도 웃었다고 생각한다.

"응애, 응애애, 응애애."

내가, 어라, 라고 생각한 건 그 무렵이었을 것이다.

"응애, 응, 응애애, 응애애애애!"

"야, K. 이제 됐잖아."

하지만 내가 그렇게 말해도 K는 계속 울어댔다. 모두 K의 원래 울음소리와는 완전히 틀렸다.

".....응, 응애, 응애...큭, 응애애, 응애애애! 응애애!"

"야, K?"

"아아아아, 응애애애! 응, 윽, 큭, 으애애앵! 윽, 응."

어느샌가 K의 울음소리는 심상치 않게 변했다. K는 정말로 눈물을 흘리며 울고 있는 것이다. 얼굴을 일그러뜨리면서. 손발을 퍼덕거리며, 큰 소리로 울고 있다. 그 목소리도 K의 목소리에서 마치 진짜 아기의 울음소리처럼 바뀌어 있었다.

"응애애애응애애애애응애응애애애애응애애애앵"

"야, 야...케, K."

내가 K를 향해서 손을 뻗으려는 그 순간. S가 옆에서 차일드 시트를, K의 몸을 걷어찼다.

"...야! K를 데리고 가. 도망치자!"

S가 소리친다. 땅에 쓰러진 K는 정신을 잃었다. 나는 S와 함께 K를 부축하고 차를 향해서 일직선으로 달렸다.

"S, S! 어떻게 된 거야?"

"내가 알겠냐!"

뒷좌석에 K를 밀어 넣고 S가 차 열쇠를 찔러 넣었다.

"야, 야. S. 잠깐만!"

차 시동이 걸린다. 하지만 난 떠올렸다. 밤에 우는 고개에 관한 이야기.

아기 울음소리를 들은 사람은 반드시...

S도 그걸 눈치챈 것 같았다. 사이드 브레이크를 내리려던 손이 멈춘다. 하지만 망설임은 한순간이었다.

"... 그건 군더더기다."

S는 차를 출발시켰다. S의 뺨에 떠오르는 대량의 땀과 정반대로 차는 이상할 정도로 천천히 안전운전으로 산을 내려왔다. K는 산을 내려갈 때 의식을 되찾았다. 다시 울음소리를 낼 줄 알고 걱정했지만 힘겹게 일어난 K는 평소의 K였다.

"어...? 뭐야 이거. 그것보다 왠지 옆구리가 무척 아픈데..."

그건 S가 걷어찼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 사실은 없었던 걸로 치부되어 전부 아기 유령 짓으로 결론을 지었다. K의 옆구리를 유령이 깨물었기 때문이라고.

그렇게 적어도 그날은 우리는 사고를 일으키지 않고 산을 내려올 수 있었다.

후일 3명이 모여서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의 연줄을 거쳐 멀리 떨어진 신사에 액막이를 받았다. 그때 신주 같아 보이는 사람이 일단 3명 다 무사하지만 다시는 그 고개에 가지 않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액막이가 통한 건지 애초에 아무것도 들러붙은 게 없었던 건지. 그 밤에 있었던 체험이 있은 지 몇 년이 흘렀지만 지금까지 3명 모두 아무 사고 없이 지내고 있다.

'밤에 우는 고개'를 지나면서 아기를 보았다거나 목소리를 들었다는 이야기는 지금도 들을 때가 있다. 이 전에도 직장 후배가 여자친구와 같이 갔다가 울음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후배는 그때 일을 자세히 이야기해주었다.

"사고는 안 났는데 말이죠. ....그, 뭐냐, 옆구리 물렸어요. 여기."

진지하게 말하는 그의 옆구리에는 확실히 누가 이로 문 자국이 남아있었다.

그거, 군더더기다.

그렇게 말하면서 웃어넘겨도 좋은 건지 조금 망설였다.


3인조 괴담 시리즌데 심심할때 보면 소소하게 잼임
출처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qord★b6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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