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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5 13:55
#버질에게해감받는매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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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쇼팽 - 에튀드 Op25-11 겨울바람
 
 

***

 
버질은 이제 마지막 수술을 앞둔 상태였어. 그 수술만 잘 끝나면 눈에 오는 고통도 완전히 없앨 수 있고, 실명도 막을 수 있지만 실패하면 실명은 고사하고 목숨까지 위험할 수 있는 도박과 같은 수술이라서 망설이고 있었음. 하지만 피트의 스케이팅을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수술을 준비하기 위해 가족들과 더 많이 대화하고 혹시 모를 마무리를 하려 하는데 아이스는 그날 이후 미묘하게 태도를 달리하고 있었어. 허물없이 대하던 작년 무렵과 달리 버질에게 조금 거리를 두고 대화를 이어가던 중에도 피트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면 서둘러 대화를 끝내버린다던가 하면서 말이지. 버질은 아이스의 변화를 이해했어. 자신이 피트와 사귀게 되면 아이스가 그 과정을 보고 깨닫는 것을 넘어서 상처받을 것도 알고 있었지만 버질의 원 성정이 너무 선하다 보니 자신의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순간을 두고 동생에게 이런 못난 모습밖에 못 남기는 형이라는 게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음.
 

버질의 수술에 대해 전혀 모르는 피트는 귀여운 악동, 미워할 수 없는 꼴통으로 불리며 대중의 관심과 사랑 속에 나날이 성장해갔음. 왜 꼴통이냐면 다른 건 다 완벽한데,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 시절 버릇을 버리지 못해서 속력을 내는 구간에서 실수를 했어. 자꾸 스피드 스케이터처럼 허리를 숙이고, 코너링 때 빙판을 짚는 버릇에 감점 당하는 경우가 있었거든. 모두 그것만 고치면 완벽하다고 이야기하는데 이건 내가 무엇으로 시작해서 이곳에 왔는지 보여주는 것이라며 의식적으로는 고치고 싶지 않다고 단언하는 피트를 보고 모두 말문이 턱 막혔음. 무슨 국대가! 자기의 약점을 드러내놓고 다니는지! 하지만 정말 중요한 대회에서는 피트도 실수하지 않았고, 쇼에서나 보이는 모습이라 다들 피트의 트레이드 마크 취급하며 귀엽게 넘겼음.

 

"This is our maverick."

 

mav(매브) 라는 애칭을 얻은 피트는 여기저기 인터뷰를 나가는 것을 좋아했는데, 특히 라디오 매체에 나가는 것을 더 좋아했어. 남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숨기지도 않았고, 그가 라디오를 좋아해서 라디오에 나오면 하루에 한 번이라도 더 통화를 나눈다면서 연습 외에 라디오 출연이 잡히면 빠지지 않고 출연했음. 17살 정말 하이틴다운 연애를 하는 국가대표라니! 정말 디즈니 청소년 드라마가 따로 없었지. 피트의 이야기는 올리기만 하면 불티나게 조회수가 올라가고 광고가 따라붙었어. 피트가 원하는 스포츠 스타의 튼튼한 발판이 생긴 거야.

초반의 매버릭은 허리를 숙이는 버릇 때문에 점프 축이 흔들릴 뻔하기도 했지만 남들과 다른 속도를 기반으로 하늘을 나는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막힘없이 시원시원한 연기를 펼쳤고, 원체 건강한 몸을 만들어 놓았기에 다른 여린 선수들과 달리 단단한 힘으로 자신의 기술들을 버텨냈어. 그건 바로 시합 성적으로 나타났지. 매브는 17살에 바로 시니어에 무대에 오르는 대상이 되었음.

이례적인 등장과 성장이란 건... 눈먼 시기, 질투를 불렀음. 얼마나 실력이 없었으면 15살까지 감독이 선수권에 보결로만 두냐고 말이지. 팀장이었다는 전적 보면 미모로 오른 자리 아니냐며 매브를 이해하려 하지도 않고 비난을 이어갔음. 매브의 이름이 들어가면 조회수도 잘 나오고 아주 잘 팔린다는 말대로 사람들은 자신들의 상상을 써 내린 기사를 불티나게 팔면서 매브에게 흠집 내는 것을 즐겼어.

매브는 이런 일에 의연하게 대처하고 싶었지만 매브도 겨우 17살인 걸 마음이 흔들리는 것 까지 막진 못했어. '정말 내가 실력도 없는데 스피드 스케이팅을 하겠다고 나대서... 팀을 부진하게 만든 걸까' 하는 의심이 마음속에 자리하게 됐지. 버질이 곁에 있었다면 바로 눈치채고 매브가 절대 이런 생각 못하게 사랑으로 감싸주겠지만 버질은 아파서 병원에 있잖아. 피트는 감히 제 아픈 연인에게 이런 안 좋은 이야기를 어떻게 할 수 있겠어. 이걸 초장에 잡아야 하는데 매브는 그런 대처를 할 줄 모르고, 지금 팀은 겨우 1년 된 매브의 모든 것을 시험하고 감시하는 중이고, 매버릭이 아닌 피트 미첼을 알아줬고 감싸줘야 할 집도 정상적이지 못해서 유야무야 넘어갔음. 그래도 지금까지는 시합에서 전혀 흔들리지 않았는데... 결국 선을 넘은 기자와 전 팀원들의 질투로 매브의 원정 첫날이 완전 엉망이 되어버리는 날이 와버리고 말았어.

 

 

"전 팀원들에게 몸을 대줬다가 쫓겨났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사실인가요!?"

"감독과 잤습니까!!"

"그게 무슨 소리예요! 그럴 리가 없잖아요!"

"피트 너 팀원이랑 잤잖아."

"...A?"

"너 아이스랑 사겼자나~ 사귀는 사이면 별짓 다 했을거고? 니네 사기는 거어 팀이 모를 거라 생각한 건 아니지? 어이없네."

"A 너 지금 술 많이 취했네. 무슨 말 하는지는 알고 하는 거야?"

"본인의 주장 자리가 위태로워질 것 같으니 유망주에게 기생하려 한 겁니까! 대답해주세요!"

"아니야! 안 그랬어! 안 그랬다고...!"

 

 

시합이 열릴 경기장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카메라와 전 팀원의 매서운 눈초리에 갇혀 패닉에 빠진 매브가 결국 자신을 밀어오는 힘을 이기지 못하고 넘어졌고 조여 오는 발걸음에 밟힐 지경이 되었음. 사람이 너무 많아서 매브의 코치나 감독이 구하러 들어오지도 못할 정도였는데 그걸 뚫고 누군가 매브를 안아 들었음.

 

 

"A 네가 선발에서 떨어졌다고 이렇게 품위 없게 구는 게 용인될 거라고 생각했나. 피트가 부당하게 팀에서 나가게 된 일은 우리 모두의 판단 미스였어."

"와 왕자님 등장이네? 너~어는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니냐?"

"그래. 내가 앞장섰고, 그 책임은 지금 내가 지고 있어. 미첼에겐 전혀 문제 없으니까. 그만해."

"...나중에 봐."

 

 

아이스는 미첼이 우는 모습 보이는 것을 싫어하는 걸 아니까 제 가슴팍에 고개를 묻은 미첼의 우는 얼굴이 보이지 않도록 겉옷으로 가려주면서 그 인파를 뚫고 피겨 시니어 국대 팀 관계자 구역으로 향했음. 겨우 열걸음 거리였는데, 그 거리를 오지 못하고 갇혀서 해괴한 소리에 시달린 미첼의 마음이 가라앉을 때까지 아무도 없는 복도에 앉아서 기다렸어. 버질과 형제인 만큼 아이스도 기본적으로 다정한 사람이기도 하고, 미첼과 사귀었던 만큼 힘들다 아니다 정도는 구분할 줄 알았으니까.

 

 

"...고마워."

"점심시간 지났어. 나가지 말고 관계자 카페 가서 미트 파이 먹자."

"...응."

 

 

방금 전 있던 일은 한마디 언급도 없이 자신의 훈련을 제외하고는 계속 매브의 곁에 와서 그를 매스컴이 말하는 '매버릭' 이 아니라 피트 미첼로 불러주면서 미첼을 살폈음. 그 덕에 엄청난 일이 있었음에도 피트는 흔들림 없는 쇼트와 프리로 개인 신기록을 갱신하며 메달권에 올랐고 아이스의 헌신과 전 팀의 응원에 다들 황색언론에 지지 않은 어린 우정에 집중 보도 했음. 남자 싱글 경기가 끝나고 갈라를 기다리는 며칠 사이에도 톰은 미첼의 곁을 떠나지 않았어. 버질이 보여주던 다정함과 톰이 보여주던 섬세함이 모두 녹아든 보살핌은 지켜보는 사람의 마음마저 조금 설레게 만들었음. 매브는 아이스가 버질의 빈자리를 채우며 다정하게 자길 달래주면서도 선을 넘지 않는 태도에 오히려 과거의 향수를 느끼면서 조금 흔들리고 있었는데 그 흔들림은 매번 버질과 통화 횟수가 줄어들수록 더 커지고 있었어.

 

 

"나한테 왜 잘해줘? 난... 네 말대로 감독님에 ㄱ..."

"우리 올 해부로 감독 교체됐어. 그런 놈에게 존칭 붙이지 마. 이제 와 하는 모든 말은 변명에 지나지 않겠지만... 네가 그런 취급을 받고 있는 줄 몰랐어. 네 연인이었던 시간에 널 충분히 사랑하지 못한 내 후회를 주워 담고 있을 뿐이야."

"토미... 난..."

"알아. 형이 잘해줘?"

"...응"

"다행이네. 형이 곧 수술이라서 난 응급 수혈 대기해야 하니까. 이번 선수권 일부 종목에는 나 대신 A가 나갈 텐데 마주쳐도 겁먹지 마. A도 많이 미안해하고 있어. 늘 선발이다가 미끄러진 게 충격이었는데 그걸 두고 너에게 해선 안될 말을 했다고 자책이 심해. 너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대."

"어? 뭐라고?"

"나 대신 A가 시합에 나갈 텐데 마주쳐도 놀라지 말라고...?"

"아니 그거 말고! 형? 버질? 버질 수술받아? 저번에 만났을 땐 이제 남은 수술 얘긴 없었어! 회복만 좀 기다리면 눈도 다시 보일 거랬는데!"

"..."

"토미, 너, 마... 말 똑바로 해. 버질은 나한테 거짓말 한 적 없어!"

"...내가 실수했다. 그건 버질에게 네가 직접 묻는 게 좋겠어."

 

 

피트 미첼은 지금 세상이 무너지는 느낌이었어. 버질에게 전화를 걸어 그가 말하지 않은 수술에 대한 정체를 들었을 때 버질과 처음으로 싸웠음. 수술은 피트의 갈라쇼 날로 예정되어 있어서 수술 전에 만나러 갈 수도 없었고 애초에 버질은 피트에게 알릴 생각조차 없어 보였어. 버질은 피트에게 네게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다며 계속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울었고, 그의 사과는 피트에게 엄마를 연상시켰어. 아버지를 잃고서 자신에게 미안하다고 연신 사과를 내뱉으시던 어머니 말이야. 피트는 그대로 전화기를 내려놓고 정말 뭘 해야 할지 아무것도 모르겠는데 누가 숙소 문을 똑똑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어. 밖으로 나가보니 조각 케이크와 커피가 있었고... 저 먼 곳에 아이스가 보였어.

피트는 제정신이 아니었어. 그냥 지금 혼자 있으면 죽을 것 같았거든. 그래서 맨발로 톰에게 달려가 안겼고 횡설수설하며 이상한 말을 늘어놓았어. 방에 귀신이 나왔다, 벌레를 못 잡겠다, 이불이 너무 얇아서 춥다 하나도 통일되는 얘기가 없었는데 요점은 하나였어. 혼자 있기 싫다는 거였음. 피트의 발에 상처가 생길까 걱정하며 그를 안고 그의 숙소로 들어와 문을 잠갔음. 따듯한 물을 수건에 적셔 피트의 발을 닦아주고, 아주 작게 얘기했음.

 

 

"나 형이랑 닮았잖아... 버질이라고 불러도 괜찮아."

 

 

아이스의 목멘 그 말에 참았던 무언가가 터지듯 피트의 눈에서는 주르륵 눈물이 흘렀고, 그날 두 사람은 연인 때도 시합에 지장을 줄까 걱정하며 넘지 않았던 그 선을 넘었어. 충동적이었지만 두사람은 취하지 않았고 자신들이 뭘 하고 있는지 정확히 인지 하고 있었음.

 

 

"흣, 아..거,거기... 시러어"

"정말 싫은 거야? 오물오물 잘 먹고 있는데?"

"아응! 쳔쳔히..하으읏...앙, 앗 아윽! 읏!"

"여길 쳐올리면 작은 네 발이 더 작아지고 싶은지 꽤 모습을 숙이는 거 진짜 귀엽다."

"조..용히 해!"

"아직 대화할 정신이 남아있어서 다행이야. 그렇지?"

 

 

톰은 인정사정없이 몰아쳤어. 자신보다 한참 작은 미첼의 달롱거리는 팔다리만 보일 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음. 톰은 자신의 아래에 맥없이 풀어져 웃는 미첼이 너무 좋았어.

 

 

"하응...버, 질! 버질...!"

"..."

 

 

톰은 이제 완전히 정신을 놓고 자신을 버질이라 부르며 허리를 움직이는 피트를 피하지 않았어. 오히려 바라온 일이니까. 그래서 콘돔이 떨어지고 나서는 별 생각도 없이 그냥 피트의 안에 파정했고, 연이은 절정으로 결국 기절해버린 피트의 모습을 한참 동안 감상했지. 의식도 없이 바르작거리는 모습은 처음 봤는데, 지금의 버질은 피트의 이런 모습을 절대 모를 것이란 점에 희열마저 느껴졌지. 아이스 맨은 매버릭이라는 트로피를 아주 꼼꼼하게 씻겨주고 편히 쉴 수 있게 포근히 정리한 침대에 함께 누웠음.

 

그리고 미첼은 다음날 눈을 떠서 걸을 수도 없는 자신의 몸 상태와 옆에 누워있는 톰을 보고 눈을 질끈 감아버렸어. 저질러선 안되는 최악의 실수를 저질러버렸거든. 피트는 거짓말을 할 줄도 모르고 이런 일을 숨겨서도 안된다고 생각했고 바로 버질에게 장문의 문자를 남겼음. 어찌나 울었는지 목소리도 안 나오는 지금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는데... 몇분 지나지 않아 버질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음.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받았는데...

 

- 피트 괜찮아? 물은 마셨어? 내가 널 너무 놀라게 했나 봐...

 

버질의 목소리는 평소랑 다름없이 온화했고, 심지어 애정이 가득한 목소리로 자길 걱정하고 있었음.

 

"왜, 화..를 안, 내, 나 다른 흑, 사람이랑 잤, 잖아... 널 두고, 바, 바람핀건데... 미안해애..."

- 울지마, 피트. 난 괜찮아. 그리고 톰에게 들었어. 너네 한 번도 헤어지자고 말한 적 없다면서 그럼 네가 충분히 나랑 닮은 톰을 두고 혼란을 겪을 수 있다고 생각해. 우린 서로 가까우니까...

 

말도안되는 말을 늘어놓고 있지만 그 말을 내뱉고 있는 목소리가 너무 차분하고 다정해서 피트는 버질이 하는 모든 말에 긍정으로 답했어.

 

 

- 네 이야기를 들어보면 톰을 나로 생각했단 거잖아... 난 그걸로 기쁜데. 사실 어제 우리 처음 싸운 거 난 사실 좋았다? 우린 사귄다면서 한 번도 싸워본 적이 없잖아. 싸움이 좋다는 게 아니라... 이렇게 서로의 걱정으로 감정이 격양된 게 기뻤어.

"버질... 난..."

- 알아. 날 걱정해서 하는 일이라는 것 정도는. 피트 네 몸이 만족했다면 톰과의 관계에 죄책감 갖지 않았으면 해. 하지만 톰 외엔 안돼. 알겠지?

"응. 절대 안 해!"

- 그래도 조금 질투 나니까... 작은 소원 들어줄 수 있어?

"뭐든, 말만 해!"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네가 보고 싶어. 바람을 가르던 네가...

"내일모레 열릴 갈라쇼에서 내 순서는 맨 마지막이야. 네 수술 시간에 방해되지 않는다면..."

- 충분히 여유로워.

"누구보다 빨리 얼음을 가르고 달릴게, 최고로 아름다운 것이 되어 보일게...!"

- 사랑해, 피트.

"...나도 사랑해, 버질"

 

 

피트는 버질이 해준 말을 곱씹으면서 다시 침대로 돌아갔어. 침대에는 '버질을 대신해주는' 톰이 있고, 버질 말대로라면 안심해도 되는 상대니까.

톰은 피트가 일어나기 전에 먼저 깨어있었고 이 모든 과정을 지켜봤음. 버질이 무슨 말을 했는지는 들리지 않았지만 피트의 반응을 보니 웃음이 나오는 걸 겨우 참았을 거야. 한평생 옐로카드 100개는 끌어안고 사는 골든 리트리버 취급을 했다고 해서, 자기가 진짜 노란 털의 개가 된 줄 아는 건가? 또 혼자 속으로 삭혔다고 여기며 연인도 못 지키는 형을 속으로 바보 취급했음. 그런데 아이스의 기쁜 망상은 오래가지 못했어.

 

미첼의 갈라쇼를 보고 미첼이 자길 받아들인 것이 버질의 큰 그림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거든...

 

미첼의 갈라쇼는 원래 쇼팽의 에튀드 메들리 연주를 배경으로 한 디즈니 왕자님다운 귀여운 용맹함을 그려낸 기승전결이 확실한 구성이었는데, 지금 이 갈라쇼는 곡부터 달랐어. 쇼팽의 에튀드인 점은 같았지만, 모두가 알고있던 피트의 갈라곡이 아닌 피아노 선율과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겨울바람 소리가 들렸지. 사람들은 음원이 잘못 나온 게 아니냐며 웅성댔고 스태프들은 맞게 틀었는데 사람들이 웅성거리니까 무대를 잘 못 세운 줄 알고 이리저리 뛰어다녔음. 이런 혼란 속에 바람 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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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트라이트가 조금 늦게 '매버릭'을 비추자 왕자님 같은 귀엽고 화려한 갈라 의상이 아닌 마치 연습복처럼 보이는 검은 상,하의와 장갑 그리고 조금 긴 머리를 흐트러트린 피트가 서 있었어.

 

피트는 강하게 불어오는 겨울바람 소리를 타고서 스피드 스케이팅을 하듯 경기장을 빠르게 돌았고 바람 소리 사이사이 피아노 소리가 들려왔음. 아주 빠른 스피드를 담고 시작한 피트의 연기에 다들 숨을 죽였고, 그의 첫 점프는 더블이 아닌 쿼드 러플로 포문을 열었음.

 

 

- 우리의 악동! 피트 미첼군이 처음 쿼드로 문을 여네요! 이건 새롭게 준비한 프로그램일까요? 이어지는 스텝 시퀀스 아주 빠르게 바람 소리를 타고 흐릅니다. 머리카락이 세차게 흩날릴 정도로 빠른 속력에 비해 아주 나긋나긋하고 손동작들이 바람에 흘러가는 선율들을 아주 잘 캐치하고 있어요!

- 두번째 점프는... 트리플 토룹 싱글 오일러 트리플 플립! 깔~끔해요!

-  잦아드는 바람 소리에 맞춘 이나 바우어 길고 아름답게 이어가네요. 평소랑 느낌이 아주 달라요! 정말 우아합니다.

- 지금 이나 바우어 보고 떠올랐는데... 이거 새로운 갈라쇼 아니에요! 저 이거 본 적 있어요! 유튜브에서요!!

- 여러분 우리는 이 갈라쇼의 이름을 모두 알고 있었네요. 소개가 늦었습니다. '피트 미첼 군의 for. 버질 아담슨'

 

 

제대로 된 프로그램 소개와 함께 뛴 마지막 점프까지 성공적으로 내보인 피트의 표정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미소를 머금고 있었음. 자신이 사랑하는 상대에 대한 확신으로 가득 차 온몸으로 사랑을 이야기하는 17살 소년의 마음에 감동한 관객들과 달리 톰은 깊은 패배감에 젖어버렸어.

자신이 흔한 들꽃 취급하며 버린 꽃봉오리는 형이 내어주는 품에서 아주 크고 튼튼한 해바라기로 피어났으니까. 나와 같은 얼음 위를 가르며, 미첼이 가지지 못한 체격 조건을 가진 나를 태양처럼 다시 쫓고 마음을 주더라도 그 뿌리는 버질에게 있었음. 미첼이 언제고 고개 숙인다면 그 끝에는 버질에게 돌아가겠지. 이건... 오늘 수술로 버질이 죽더라도 변하지 않을 이야기였어.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 버질은 거의 보이지 않는 눈으로 티비를 바라보며 피트가 타는 스케이팅 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그날의 겨울이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찾아왔음을 느꼈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버질은 겨울바람 소릴 듣자마자 알았어 이게 어떤 프로그램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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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트 넌 여전히 아름답네."

-소개가 늦었습니다. '피트 미첼 군의 for. 버질 아담슨'

"...나도 사랑해."

 

 

버질은 피트의 마음이 제게 향해 있음을 확인했음. 그리고 안심하고 수술실로 들어갔지. 50/50의 위험한 수술이지만 전혀 걱정되지 않았어. 

 

피트는 모든 쇼가 끝나고 클린 연기와 후련해진 마음에 바로 톰에게 달려가 안겼음. 하지만 톰은 피트와 달리 복잡한 감정이 앞섰는데... 그 감정을 미첼에게 드러낼 순 없으니 버질을 흉내내며 다정하게 그를 맞아주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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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박히지 못한다면 해바라기의 시선이 닿는 태양이라도 되고 싶으니까.





아이스매브
버질매브 
매버릭텀
2022.11.25 14:13
ㅇㅇ
모바일
내 센세 오셨다.. 존나 정좌하고 읽어야지
[Code: 5ceb]
2022.11.25 14:20
ㅇㅇ
모바일
오히려 그렇게 하는게 확실히 뿌리내릴 수 있는 방법이란걸 알기에 그냥 받아들인거였구나 버질..... 아 근데 존나 버질도 아이스도 둘 다 너무 좋은데 어떡하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어름아 그러게 그때 왜 그랬냐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5ceb]
2022.11.25 14:20
ㅇㅇ
모바일
삽입된 곡 들으면서 보니까 존나 과몰입됨.... 동계 올림픽에 꼴통 나와줘......
[Code: 5ceb]
2022.11.25 14:30
ㅇㅇ
센세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머라 할 말이 없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사랑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4d02]
2022.11.25 14:33
ㅇㅇ
모바일
ㅜㅜㅜㅜ센세
[Code: ace8]
2022.11.25 14:45
ㅇㅇ
미친삼각이다... 버질 수술 차도에 따라 또 무슨 변화가 있을지도 궁금해ㅠㅠㅠㅠㅠ
[Code: 1cba]
2022.11.25 23:45
ㅇㅇ
모바일
ㅁㅊ내센세다
[Code: 843b]
2022.11.26 01:24
ㅇㅇ
음악 틀고 읽으니까 스포츠 다룬 영화 한편 보고 있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영화 필링 러브 감성 느껴져서 지금 과몰입 상태 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
[Code: 2fc0]
2022.11.26 01:24
ㅇㅇ
버질 수술 제발 잘되게 해주세요 ㅠㅠㅠㅠ
[Code: 2fc0]
2022.11.26 05:58
ㅇㅇ
모바일
센세ㅠㅠㅠㅠㅠ 버질 수술 어떻게 될까 ㅠㅠㅠㅠㅠㅠㅠ
[Code: 4097]
2022.11.28 21:33
ㅇㅇ
모바일
버질에게 뿌리가 박혀버린 매브 ㅌㅌㅌㅌㅌㅌㅌ 버질이 하늘로 떠나도 그 뿌리는 버질이고 톰이 아무리 흉내낸다해도 매브의 뿌리는 버질이라니 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 버질이 살아도 죽어도 이 맛은 정말 최고에 ㅌㅌㅌㅌㅌㅌ 왜냐면 아이스는 이제는 매브의 태양이라도 되고싶을테니 ㅌㅌㅌㅌㅌㅌㅌ
[Code: edc7]
2022.12.04 00:08
ㅇㅇ
모바일
아이스랑 선을 넘어버렸는데 그마저도 버질이 받아들여주니까 맵이 단단해지는구나 ㅠㅠ
[Code: e5f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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