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존조로 선대가 정한 정혼자 찾으러 펄럭국에 온 칼어빵이 bgsd 11
두 번 말해서 입아픈 88스탈 ㅈㅇ, 그냥 이거저거 몽땅 다 ㅈㅇ





아침 식사 후 그의 일과인 신문 독파를 마치고 나서 우리는 나갈 준비를 했다. 오늘은 내가 계획한 외출이니 옷차림은 가볍고 편안한 복장이면 된다. 그가 주도하던 다른 날과는 역전된 입장이다. 이런 셔츠 말고요!  바지도 좀 더 편한 거 없어요? 아무튼 이런 슈트 비스무레한 건 절대로다가 안 된다니까요?! 그가 골라낸 옷들을 모두 퇴짜 놨더니 드레스 룸에 널려진 옷들을 허망하게 바라본다. 히말라야 등반이라도 할 거 아니면 적당히 입어도 되는 거 아니냐고, 대체 뭘 입으라는 거냐고 어지간한 그가 도리질을 친다. 겨우 뒤지고 뒤져서 언제 입었는지 기억에도 없다는 청바지와 티셔츠를 찾아냈다. 머리도 세팅 않고 그냥 자연스럽게 두어 번 주물럭 만졌고 시계도 파텍필립 대신 지쇼크로 교체하고 나서야, 이제 됐다고 허락해줬더니 아침 먹은 거 벌써 다 소화되었다고 너스레를 떤다. 그렇게 아저씨를 먼저 준비시켜 놓고 내 방으로 달려갔다. 배낭을 탈탈 털어 책을 꺼냈다. 대신 같이 나가자는 말을 꺼냈을 때부터 생각한 물건을 챙겨 넣었다. 그러고서 방을 나오자 복도 벽에 등을 기대선 그의 모습이 참… 모델 따로 없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했던 아저씨가 신사복 화보 모델이었다면 지금 모습은 자유분방하고 산뜻한 캐주얼 화보 모델같다.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더니 저 얼굴이면 거적대기를 입혀도 하이패션이라고 속을 지 모른다. 평소 익숙했던 슈트 차림보다 오늘은 조금 더 젊어 보인다는 말은 차마 할 수 없었지만 어쨌든 거기에 살짝 내 기분이 들떴다. 이제 가는거지? 하고 등 돌리는 그의 뒷주머니에서 어라, 지갑 발견!
 

"그건 반칙. 놓고 가기로 했잖아요."
"아, 맞다. 버릇처럼 챙겼네."


내 지적에 의아스러운 얼굴로 돌아본 그가 작게 어깨를 으쓱거린다. 오만 원이라고 했지, 하며 지갑에서 빳빳한 지폐를 다섯 장 뽑아 바지 주머니에 넣고 지갑은 그대로 자기 방안으로 휙 던진다. 그리고 내가 든 배낭을 보고 손을 내민다. 자기가 들어주겠다는 뜻이겠지만 나는 사양했다. 내가 꺼내기 전까진 안에 뭐가 들었는지 몰랐으면 좋겠다. 이것도 일종의 서프라이즈니까 말이다. 그럼 진짜로 갈까요? 그와 나란히 복도를 나섰다. 앞치마에 손을 닦으면서 나온 이모의 재미있게 놀다 오라는 인사까지 받으며 막 나가려는 순간, 마지막 점검할 것이 눈에 들어왔다.


"신발, 그거 신고 가게요?"
"응?"


그는 당연히 구두를 꺼내고 있다. 아니 그정도라면 저 복장에 딱히 어울리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은 안 된다. 분명히 미끄러질 수도 있고 발목에 무리도 갈테니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그래서 운동화 같은 것 없느냐고 물었다. 곰곰이 생각하다가 신발장 제일 위 칸으로 손을 뻗어 조금 낡고 더러워진 상자를 꺼낸다. 이거 아직 신을 수 있으려나, 중얼거리는 그의 손에 쥐어진 상자에 조금 놀랐다. 내가 아직 초등학생일 무렵에 한때 유행했던 그 하이탑 스니커즈는 지금은 수집가들 사이에서나 찾을 수 있을까 하는 모델이다. 그것을 신고 발가락으로 톡톡 지면을 차며 오래간만에 신으니까 느낌이 이상하네, 이런다. 저런 걸 모을 사람 같지도 않고 설사 그런 취미가 있다고 해도 저건 새 신발도 아니니 언제고 저걸 신었었단 소리다. 이제 다 됐지? 하고 쳐다보는데 난 다시 아저씨에 대해 확실히 모르는 게 많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지하 주차장이 아닌 건물 정문으로 나왔다. 바로 조금 떨어진 전철역을 목표로 걸었다. 그가 신기한 듯이 주위를 바라보며 내 뒤를 따라온다. 이 근방은 나무도 많고 공기도 맑다. 차만 타고 움직이던 사람이니 자신이 사는 동네를 걷는 것도 처음일 거다. 들뜬 마음에 조금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큰 돈을 들이지 않아도 얼마든지 즐거운 것은 널려 있다. 그에게 이런 첫 경험을 알려줄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 전철역에서 도착해 표를 샀다. 자동판매기에 쓰인 문구 하나하나 허리까지 숙이고 뚫어져라 읽어보는 모습이 마냥 모든 게 신기한 아이처럼 천진하게 보인다. 잔돈을 챙겨 받고서야 지갑을 두고 온 것을 깨달은 그가 곤혹스러워하며 주위를 둘러본다. 나는 바지 주머니를 팡팡 두들겨 가리켰다. 아, 하고 알았다는 듯이 바지 주머니에 잔돈을 구겨놓고 이러면 되냐는 듯 나처럼 팡팡 두드린다. 전철을 타고 가는 내내 그가 손바닥 위의 작은 표를 감탄스럽게 바라본다. 생각치도 못한 곳에서 발견한 아저씨의 귀여운 면을 몰래 훔쳐보다가 갑자기 고개를 올린 아저씨와 맞은 편 창문을 통해 눈이 마주쳤다. 그가 픽 웃는다. 바로 광고판으로 고개를 돌렸다. 얼굴이 달아오르지 않았길, 설사 그랬대도 눈치채지 않았길 속으로 빌고 또 빌었다.

그는 가는 곳마다 즐거워했다. 가장 맛있는 떡볶이 가게에서 생일 파티를 열어서 몇 달치 용돈을 날렸던 일, 인형이 잘 뽑히는 오락실에서 나만 인형 하나 못 뽑아서 뿔낸 일, 아버지와 처음 같이 갔던 이발소에서 얻어 먹은 요쿠르트,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다가 우연히 영화 촬영을 구경했던 추억. 그리고 시내에 있는 작은 사찰 앞의 피로시키와 러시안 티로 유명한 가게는 언제나 손님이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인데 아버지가 어렸을 때엔 러시아인 주인이 진짜 간첩이라는 소문이 돌았다는 얘기까지. 화살보다 빠른 내 설명을 그는 귀 기울여 듣는다. 가끔 놀라기도 하고 즐겁게 웃어주며 맞장구를 치니 왠지 모르게 뿌듯하다.


"이 거리에 대해서 모르는 게 없구나."
"그럼요. 평생을 살았는걸요. 아니, 왜 웃어요? 평생을 평생이라고 했는데? 아무튼, 여긴 우리 집 마당 같은 곳이에요."


그 유명하다는 거 들러서 먹고 가자고 조르기에 오만 원 투어라는 것을 잊지 말라고 경고하며 그의 팔을 끌고 사찰 안으로 들어갔다. 러시안 티 대신에 입구에 있는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하나씩 뽑아 근처 의자에 앉아 쉬기로 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사람이 적다. 사실 여긴 봄에 오는 게 제격이에요, 목련이 장관이라 그때들 많이 보러 오거든요, 조금 더 지나면 저쪽으로 벚꽃도 많이 펴서 꽃놀이 오는 사람들도 많고요. 그 말에 그가 웃으며 말없이 손을 뻗어 내 머리카락을 휘젓는다.


"에잇, 갑자기 뭐에요."
"그럼 그때 같이 보러 오자."
"…그건… 그때 가서… 오든지."


처음 만났을 때 생각하면 이렇게 함께 한 몇 주도 놀랍다. 아저씨와의 미래를 계절과 해를 넘어 생각해 본 적 없는 내게 내년 봄은 아직 먼 이야기다. 하지만 생각치도 못한 권유에 은근한 기대감이 차오르며 가슴이 두근거린다. 어디보자, 목련이 제일 예쁘게 필 때가 언제더라, 날짜를 헤아리다가 속마음을 들킬세라 괜히 헝클어진 머리카락만 계속 만지작거렸다. 마시던 음료수를 빠르게 비우고 아직 가야 할 곳이 많다며 그를 재촉했다. 이제 어디로 갈 거냐는 말에 둘러볼 예상 경로를 손가락을 꼽으며 대답했다. 하루에 다 돌 수 있느냐고 놀라는 눈치다. 하루가 아니고 저녁 전에 다 돌아볼 거라고 하니 정말 가능하긴 하냐며 되묻는다. 오늘은 드물게 아침부터 한낮처럼 덥다. 하지만 토요일이라 점심 즈음이 되면 사람들이 죄다 시내로 나올 테고 그때는 지금보다 더 더울 테니 그 전에 외곽으로 빠지는 게 좋다고 하자 요리사 말고 가이드로 나서도 자기 먹여 살릴 수 있겠다며 그가 감탄하고 휘파람을 분다. 오믈렛 정도로 만족할 수 있다면 그것도 한 번 생각해보겠다고 하니까 대답보다 더 듬직하게 마주 웃어준다.







"설마 버스를 타는 것도 처음은 아니죠?"
"가까운 곳은 차, 먼 곳은 비행기로만 가봤다니까."
"…아무튼, 부잣집 도련님이란…."
"그 부잣집 도련님이 버스 타고 다녀도 좋게만 보지는 않을걸."


분하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 가볍게 혀를 차며 둘러본 시외버스 안은 아직 승객이 몇 명 없다. 그럼에도, 그는 그 몇 안 되는 승객의 주목을 온몸에 받고 있다. 그게 단순히 외국인이라서가 아니라는 걸 안다. 아무튼 어떤 모습을 하고 무얼 해도 쓸데없이 눈에 띄는 사람이다. 창밖을 보면서 진기한 듯이 구경하는 자신에게 향한 시선은 전혀 깨닫지 못한 무방비한 모양새, 그걸 바라보는 내 시선도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겠지 하는 생각이 들어 우습기도 하면서도 마음 한쪽은 지근거리며 쑤셨다.

시가지를 벗어나자마자 넓게 펼쳐진 논이 가득 들어온 시야가 시원하다. 이는 바람에 따라 선명한 푸른 벼들이 이리저리 물결을 치며 만들어내는 그림자도 장관이다. 속도를 내어 달리는 순간부터 꺼진 에어컨 대신 차창이 열린 버스 안의 바람 가르는 소리를 타고 그의 여름이구나, 하는 중얼거림이 들렸다. 여름, 종일 에어컨이 돌아가는 사무실에 앉아 결재 서류에 도장을 찍고, 냉방이 확실한 건물에서 건물로 이동할 때도 운전기사가 모는 차를 타고 다니는 그에게 있어서 여름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는 계절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 반대의 겨울도 마찬가지일 테니, 계절의 변화라는 것 자체가 그의 생활을 비집고 들어갈 여지가 없어 보인다. 송송 땀이 밴 그의 이마로 살짝 눈을 돌렸다. 아마 땀을 흘리는 것도 피트니스 클럽 같은 한정된 공간에서만 접해 봤을 테다. 그가 몸을 움직여 얻는 땀과 그냥 배어오는 땀의 차이를 알 수 있을까.


"무슨 생각 하니?"


문득 그가 창밖으로 향했던 시선을 내게 되돌린다. 눈이 마주치면 포근한 미소를 짓는다. 최근 들어 함께 자주 시간을 보낸 탓인지, 그를 관찰하기 시작해선지 몰라도 그는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자신만만하게 드러내는 편이다. 말도 그렇지만 행동이나 표정에서 더욱 뚜렷하게 알 수 있다. 그는 대략 세상 남자들이 열망하는 것을 모두 가지고 있다. 부와 권력, 그저 빠지지 않는다고 말하기엔 넘치는 외모에 보장받은 미래까지. 그래서 그가 상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유롭고 너그러우며 다정한 성격, 그리고 그것을 감추지 않고 내놓는 당당함은 모두 가졌기에 보일 수 있는 사람만의 특권이다. 그런 그가 이런 철없는 놀이를 진심으로 즐겨 줄까. 그가 스스로 내가 서 있는 이 장소까지 다가와 줄까. 오늘의 외출은 그런 의미에서 내 도박이기도 하고 바람이기도 하다. 모든 걸 움켜쥔 채 하늘 꼭대기에서 바라보는 세계의 전망이 나쁘지는 않겠지만, 땅에 내려와 걷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것도 있다. 사시사철 변화에 따른 기온의 변화, 바람의 질감과 땅의 냄새, 그리고 세상의 소리까지. 거리를 걷고 사람들과 부대끼고 적은 돈으로 계획을 짜서 즐거움을 얻는 사소한 것들은 지금까지 그의 인생에 없던 일일테다. 그러나 그건 내게는 당연한 일상이다. 내가 그를 알려고 노력하듯이 그도 내가 사는 세상의 여러 가지를 경험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머리 꼭대기까지 오른 태양 빛에 눈이 부시다. 운전기사 아저씨의 다시 에어컨 켰으니 창문 닫으라는 소리와 함께 귀를 두드리던 바람 소리가 한 단계씩 잦아든다. 머리 위에서 불기 시작한 인공적인 바람을 맞으며 내 옆에서 땀을 톡톡 닦는 그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그런 거리, 그렇지만 쉽게 손을 내밀 수도, 내민 손을 맞잡을 수도 없다. 그가 내게 한없이 맞춰올 때에 기쁘지만 안타깝기도 하다. 사랑받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했다는 아저씨가 사실 대다수의 보통 사람들이 모두 아는 가장 솔직하고 제일 단순한 감동과 감정을 알지 못하고 살아왔다는 기분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이 사람에게 원하는 것은 돈이나 명예, 권력이나 지위가 아니다. 서로에 대해 알고 이해하고 바라봐 주는 것, 같은 장소에서 같은 물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그런 작은 마음의 연결들. 그러니까 나를 정말로 좋아한다면, 나란 인간을 만들고 자라게 한 아주 평범한 이 세계를 그가 보고 느끼고 접하면서 무엇인가를 알아줬으면 좋겠다. 이번에 눈이 마주치면 내가 먼저 환하게 웃어 줘야겠다. 내가 아저씨를 보듯이 날 봐줘요. 아저씨도 날 알아주세요. 그런 마음을 한껏 담아서 말이다.







설명충은 오늘도 고작 버스만 태웠을 뿌니고....
요한은 그냥 얼빠인거로.
본즈술루 칼존조 그날을 위해!

2017.03.26 08:3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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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붕은 그냥 센세빠인걸로.
[Code: 0070]
2017.03.26 09:21
ㅇㅇ
모바일
존나조은것....미쳤다....허미....ㅠㅜㅜㅠㅠㅠㅠㅠ어나더ㅠㅠㅠㅜㅜ
[Code: 5e08]
2017.03.26 10:25
ㅇㅇ
모바일
간질간질 좋다ㅠㅠㅠㅠㅠ
[Code: 2aa1]
2017.03.26 11:37
ㅇㅇ
모바일
요한이 계획한 데이트! 칼에게는 신기하고 즐거운 경험이되겠네요ㅋ 칼은 바지 주머니에 돈을 넣고 다닌 적이 없다니 새삼 도련님답네요 요한의 배낭 안에는 무엇이 들었나 궁금하고! 서로를 알아가며 더 사랑에 빠지는거니까 칼은 요한의 세계로 기꺼이 갈듯 저런 마음을 담아서 요한이 웃어주면 칼은 더 환하게 웃어주겠죠ㅠㅠ 센세 어나더!
[Code: a143]
2017.03.26 17:26
ㅇㅇ
막줄ㅜㅜㅜㅜㅜ으응 배콰한다ㅜㅜㅜㅜㅜㅜ달달한게 너무 좋아요 센세ㅜㅜㅜㅜㅜ
[Code: d71b]
2017.03.27 08:36
ㅇㅇ
모바일
으아악 나붕 달달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런 시내 데이트 너무 좋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센세 사랑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b29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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