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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7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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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에 크게 불만을 가져본 적은 없었다. 원래 허니는 집안을 더 편안해하는 성격이고, 남자애들은 시끄럽거나 더럽거나 위험하거나, 아무튼 셋 중 하나였다. 가끔 허니도 사람인지라 사무치게 외로운 나날이 있었지만 별로 오래가진 않았다. 허니 비는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혼자 있는 시간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여자였다.

그러니까 비록 허니의 인생에서는 희귀하게 남자와 술을 마시고 밥을 먹고 동네 산책도 했다 한들 이쯤에서는 종료되어야 하는 이벤트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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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허니. 다음엔 어디 가고 싶어?”


… 종료가… 안되네…?








어두운 조명만이 반짝거리는 회장에서 해리 스타일스는 무료하게 서 있었다.

보통 이런 자리는 최대한 피하는 편이지만 가끔은 어쩔 수 없는 때가 있다. 어쨌거나 그도 완연한 일족의 성체이니까. 하도 요즘 낌새가 심상치 않다고 난리여서 상황도 체크할 겸 한번 얼굴 비춰본 건데 역시나, 아주 지루하고 다 자란 시커먼 놈들이 풍기는 지독한 허세가 몹시 거슬린다.

하기야 상황이 수상하든 수상치 않든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지금 자기 몸뚱이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데.


“여, 스타일스.”

내일도 허니와 만나기로 했는데. 좀만 더 뭉개다가 대강 들어가야만.


“요새 얼굴 보기가 힘드네?”
“또 누구 하나 옆구리에 끼고 다니느라 바쁜가보지.“
”이번엔 제대로 찾았냐?“

이새끼 매번 별거 없는 인간들하고만 놀잖아. 키득거리는 말소리에 해리 스타일스는 눈깔을 사납게 뜨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허니와 가까워지려 그가 정한 선을 넘어 다가간 지 몇주 째. 티는 안내려고 해도 자주 연락하는 해리를 흰눈으로 보던 허니 비는 언젠가부터 제가 가고 싶은 곳에 해리를 불러냈다. 그러다가 결국 시내의 명소-허니 기준-을 다 격파하고 드디어 이제는 교외로 같이 놀러가는 정도가 되었다.

그건 기쁜 일이지만, 도시의 명소라는 게 거기서 거기고 일족의 눈과 귀는 사방에 퍼져 있으니 결국 허니 비가 이들의 눈에 띄고 말았다. 하지만 그만 침착하다면 별 일 없을 것이다. 어차피 평범한 인간의 얼굴 따위야 구분도 못하는 놈들이고 이번에도 해리 스타일스의 유난한 변덕 정도로만 여길 테니까.


“용건이나 말해.”
“이새끼 쌀쌀맞은 건 여전하네.”
“…관둬, 모건. 우리가 아쉬운 처지에.”

돌연변이의 동태가 심상찮아, 파수꾼이 더 필요해. 조심스러운 제안에 해리는 고개를 저었다. 알잖아, 컨디션 별로야. 단호한 거절에 모건이 얼굴을 찌푸렸다.


“그러니까 좀, 제대로 된 파트너를 찾으라고.“
”모건, 그쯤 해둬-“

안 찾아지는 걸 어쩌겠냐. 선심 쓰듯 동정을 던진 일족이 나머지 하나를 추슬러 자리를 떠났다. 해리는 손에 든 잔을 느긋이 돌리며 생각했다.


못 찾았다고 한 적은 없는데. 하지만 컨디션이 쭉 별로인 건 사실이니까…

그는 오늘도 ‘진실의 서약’을 어기진 않았다. 잘못이 있다면 독소 조항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은 머나먼 선조의 탓이지.








허니는 운전석에 앉은 남자를 홀깃 쳐다보았다.

그 남자, 해리 스타일스는 반쯤 내린 차창 문에 느슨하게 팔을 걸친 채 운전하고 있었다. 옷소매를 슬쩍 걷어올린 팔에는 낙서 같은 타투가 가득했다. 차 안은 약간 더웠지만 에어컨을 켤 정도의 날씨는 아니라서 그들은 창문만 약간 내린 채로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미안, 바람 너무 세게 불어? 열린 운전석 창문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정리하던 허니는 해리의 물음에 고개를 저었지만, 그는 곧 뒷좌석 창문만을 내린 채로 운전을 계속했다.

그야말로 나른하고 기분 좋은 4월의 오후였다. 허니는 자신의 것과는 대조적으로 양이 거의 줄지 않은 커피컵을 내려보았다. 먹을 건 내가 책임진다! 의기양양하게 내민 커피를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인 것 치고 해리는 거의 입에도 대지 않았다. 지난 몇 주의 관찰 결과 결코 커피를 싫어하는 건 아니고, 기준 미달이라는 뜻이겠지. 까다로운 입맛이로고, 따위의 생각을 하며 허니는 남은 커피를 홀짝 마셨다.


그러나 입맛 까다로운 남자 답지 않게-혹은 어울리게, 라고 해야 하나? 보통은 무던한 사람일수록 말이 없는 편이니-해리 스타일스는 무난하게 대화를 이끌어가는 중이었다. 둘 사이에 침묵이 가라앉는 시간도 있긴 했지만 그는 대체적으로 편안해 보였다. 하기야 해리 스타일스는 예전부터도 그랬다. 사람들 사이에 파묻혀있는 게 전혀 어색해보이지 않는 부류였다.

반면에 허니 비는? 허니는 속으로 한숨을 푹 내쉬었다. 허니야 당연히 사람 많은 자리를 기피하는 유형이었다. 늘 생각하지만, 해리 스타일스와 연락을 유지해 왔다는 게 놀랍다. 그리고 요즘 들어 부쩍 스타일스가 허니에게 접근해 오는 것 또한…

허니는 순진할망정 아주 낙관적인 사람은 아니었다. 분명히 이유가 있을 거였다. 그는 해리의 이전 여자친구들이 누군지 알았다. 허니와는 정반대인, 하지만 해리와는 정말 잘 어울리는 섹시한 스타일들. 하지만 해리는 두어 달이 지날 동안 허니에게 무언가를 부탁하지도 얻어내지도 않았고 심지어 돈을 빌려달라고-이건 허니가 가장 유력한 이유로 추측했던 종류였다-하지도 않았다.

대신 그는 정말 허니와 보내는 시간 그 자체가 목적인 사람처럼 보였는데 그거야말로 허니가 제일 믿지 않을 종류의 알리바이였다. 뭐, 우선은 라포 형성이 목적일 수도 있지. 그 다음에 원하는 걸 달라고 할 수도… 하지만 허니는 이제 복잡한 생각은 그만두기로 했다. 어찌 됐든 해리 스타일스와 함께하는 시간은 꽤 즐거웠다. 게다가 그가 허니를 필요로 하는 동안은 허니도 그를 이용하면 되지 않겠는가? 솔직히 이제는 어디까지 하나 보자, 싶어서 허니는 이 기묘한 동행을 최대한 질질 끌어 볼 생각이었다.


허니가 옆에서 조용히 칼을 가는 동안 해리 스타일스는 언젠가의 일을 생각했다. 사람은 사계절을 다 지내 봐야 알아, 라는 허니 비가 언젠가 한 말을. 그것은 심지어 해리에게 한 얘기도 아니었지만 그는 그 말을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아무튼 그는 그 말대로 할 작정이었다. 계절이 네 번 바뀌는 동안 허니 비의 옆에 있을 생각이다. 그래서 허니가 마침내 마음을 먹을 때까지, 빗방울이 옷에 스며들듯이. 그때쯤이면 허니 비도 그가 최선의 선택지라는 걸 알 수밖에 없을 거다. 어차피 다른 선택지는 허니에게는 별로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테니까.



지루해진 해리는 카세트의 음악을 틀었다. 그것마저도 취향에 딱 맞아서, 허니는 솔직히 감탄해버렸다.








해숙너붕붕
2024.03.27 01:38
ㅇㅇ
모바일
햐 세상에 내 센세 오셨다 오늘도 필력 미쳐따...!
[Code: 6405]
2024.03.27 02:09
ㅇㅇ
모바일
해리 뭐야 대체 어떤 존재야…?
그리고 허니비 사람은 맞지…? 아닌가…?
센세 진짜 신기해 나붕 취향이 위험하게 들이맞아…
[Code: 8206]
2024.03.27 02:16
ㅇㅇ
모바일
미친 센세 존나 재밌어요최고ㅠㅠㅠㅠㅠ
[Code: 832b]
2024.03.27 09:2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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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며들 작정인 해리 진짜 순정이다ㅜㅜㅜ
[Code: 3c66]
2024.03.27 13:5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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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이게 바로 스며든다는거구나 최고다
[Code: 09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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