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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8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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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닥터. 사적인 질문 해도 돼요?"
"그럼요, 아나킨. 이제 우린 친구사이가 아니었나요? 뭐든 물어봐요."
"헤헤. 그럼, 닥터의 가족은 어떻게 되나요?"
"제 가족이요? 그런게 궁금했어요?"
"음, 사무실에 친구나 지인들 사진은 많은데 가족처럼 보이는 사람은 없어서요."
"전 외동딸이에요. 형제자매는 없고 양친은 일찍 돌아가셨어요."
"아....."
"교통사고였죠. 운전 드로이드에 프로그램 오류가 있었어요. 그것만이라면 크게 잘못될 일은 없었을 텐데 하필이면 그때 맞은 편에서 비행 중이던 화물선이 드로이드가 아닌 사람에 의해서 운행 중이었고 운전자는 불행히도 각성제 부작용으로 인사불성 상태였어요. 한가지 문제만 발생했더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인명피해가, 두 요인이 겹치는 바람에 발생했죠. 부모님은 즉사하셨어요. 유일한 위로예요."
"미, 미안해요, 닥터."
"아니요. 아나킨에게 말해줄 수 있게 되어 기뻐요. 친구에게나 할 수 있는 말이잖아요."
 

#7
"부대 배치가 끝났다고 들었어요, 아나킨. 이제 곧 출전하겠군요. 나는 싫지만 그래도 당신을 위해서 축하한다고 할게요."
"....제가 좋은 지휘관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시나요?"
"당신은 훌륭한 지휘관이에요. 그건 공화국의 복이죠. 하지만 당신이 공화국을 위해 희생하는 것에 비해 공화국이 당신에게 해주는 것은 없군요."
"...대가를 바라지 않는 헌신은 제다이의 사명이에요."
"전 그런 건 견딜 수 없어요."
".........."
"하긴, 그래서 전 제다이가 아닌 거겠죠. 포스 센서티브도 못되지만."


#8 
"저... 닥터, 닥터는 연애상담같은 건 싫죠?"
"무슨 말을, 아나킨. 제 고객들 중 대부분이 돈많고 할 일 없는데 고민만 많은 사람들인걸 몰랐나요. 얼마나 시시콜콜한 문제까지 다 나에게 들고 오는지 알면 놀랄 걸요. 그런 문제들에 비하면 연애야말로 상담의 가치가 있죠."
"하지만 전 더이상 닥터의 환자가 아닌 걸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연애문제로 친구에게 상담을 요청해요. 우정의 순기능이자 역기능 중 하나죠. 당신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내게 큰 기쁨을 줍니다, 아나킨. 당신은 제 고객이 아니니 싫으면 정말로 싫다고 이야기할 겁니다. 어서 말해봐요."
"........나중에요."
"좀 더 생각이 정리가 되면?"
"....네, 그래요. 좀 더 정리가 되면 말할게요."


#9
"이런 생각을 하는 제 자신이 끔찍해요. 부정하려고 애썼지만 전 배은망덕한 떼쟁이가 맞는 것 같아요."
"마스터 케노비에 대한 당신의 감정에 대해서 존중하겠어요. 그리고 그러한 감정을 느낀다는 것 자체에 죄책감을 품는 것도 존중할게요. 마음은 마음이에요. 제다이 오더에서 뭐라고 가르치든 심리학 박사의 입장에서 단언컨대 한번 먹은 마음과 느낀 감정이 사라지는 법은 없어요."
"....어떻게 해야하죠? 이런 마음은 옳지 않아요."
"다시 한번 심리학 박사의 입장에서 말하건데, 옳지 않은 마음이란 없어요. 감정은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이 아니예요."
"하지만, 하지만 전 이런 걸 느끼는 제 자신이 싫어요. 이런 감정을 느끼고 싶지 않아요."
"아나킨, 그를 사랑하나요?"
"물론이에요. 제겐 아버지와 같은 분이에요. 스승이자 친구이고 형제와 같아요."
"하지만 인간의 발달과정 속에서 자식은 숙명적으로 부모와 대립해요. 그것은 사랑과는 별개에요. 순종과 복종은 결코 사랑과 동의어가 될 수 없어요. 최후에 돌아올 지언정, 모든 자식은 부모와 다른 삶을 다른 방식으로 추구해요. 그 과정이 없다면 진정한 성장이란 있을 수 없어요."
"........."
"당신이 고통스럽고 혼란스러운 것은, 아나킨, 모두가 가장 제다이다운 제다이라고 인정하는 마스터 오비완 케노비가 당신에게만은 맞지 않는 본보기임을 납득하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저는.... 특별히 오비완을 따라하려고 하는 건....."
"당신은 아주 예민하고 섬세한 마음을 지녔어요, 아나킨. 제가 말할 수 있는 건 제다이는 당신의 기질을 소중히 여기기보다는 억압하는 편이고 그러한 억압 속에서 당신은 마스터 케노비에게 느낄 필요가 없는 열등감과 반감을 가지게 되었다는 거죠."
"........."
"어렸을때부터 지속적으로 주입된 사상에 의문을 품는 건 쉬운 일이 아니죠. 하지만 아나킨, 당신은 이미 성공한 적이 있죠. 팰퍼틴 의장에 대한 제 충고를 받아들였잖아요. 그 사람에 대해 조금 떨어져서 생각해보게 됐죠. 의장님에 대한 제 생각이 옳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제가 제시했던 가능성, 그 사람이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조금 다른 사람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받아들였고 다만 그 가능성의 정도를 가늠해보기 위해 판단을 유보한채 지속적으로 관찰 중이죠. 마스터 케노비에 대해서도 똑같이 해볼 수 있어요."
".....마스터를 그런 눈으로 보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아요."
"......."
"미안해요... 닥터를 믿지 못한다는 뜻은 아니에요....."
"당신에게 서운해서 침묵을 지켰던 게 아니에요. 오히려 반대랍니다. 마스터 케노비에 대한 당신의 애정과 믿음은 곁에서 지켜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져요. 이런 순수한 감정을 목도할 수 있다는게 저처럼 사람에게 실망하는 일이 잦은 사람에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아나킨은 모를거예요. 당신과 함께 하는 모든 순간이 제게는 기쁨이고 행복이에요. 의회가 당신을 감정할 사람으로 저를 지정한 건 제 인생 최고의 행운이었어요."
"......저도요."
"음? 미안해요, 잘 못들었어요."
"저도, 저도 그래요....."
"고마워요. 그럼, 우리 다른 사람으로 해볼까요? 최종적인 판단없이 지속적으로 관찰할 대상으로 누가 가장 좋을까요? 기왕이면 높은 지위에 있는, 중요한 결정권을 행사하는 사람이면 좋겠군요. 저는 민간인이라 선거로 뽑히지 않은 제다이 위원회 구성원에 대해선 잘 모르니, 아나킨이 아무나 한 사람 골라주겠어요?"
".....마스터 메이스 윈두가 좋을 것 같아요."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아니요."
"올바른 사람인가요?"
"....예."
"아주 좋아요. 딱 적당한 샘플이네요."

 
#10
"용서는 그 위대함에도 불구하고 제다이의 세계관 속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미덕인 것 같지는 않아요. 용서가 위대한 미덕으로 인정받는 것은 그 전제나 되는 증오나 복수심, 억울함과 같은 감정의 격렬함과 무서움 때문인데 제다이는 처음부터 그런 감정의 존재 혹은 중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쪽이니까. 하지만 개인적으로 누군가를 격렬하게 증오해본 적이 없는 사람은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고통을 부정하는 자가 어떻게 고통을 이해하고 고통에 빠진 사람을 위로하고 구원하죠? 사랑에는 이유가 없을 수 있어요. 사람들은 온갖 시시한 이유로 사랑에 빠지는데 증오는 정반대예요. 거대한 증오에는 항상 그에 어울리는 원인이 있어요. 그걸 알지 못한 채론 결코 사람의 본성에 대해 이해할 수 없어요. 이 증오는 정당한 것이라고 100% 확신하고 있다해도 오물을 뒤집어쓴 듯한 찜찜함은 가시지 않아요. 몸 안쪽 중심이 계속해서 타오르는 것 같은 그 어두운 열정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진정한 용서가 얼마나 위대하고 희귀한 것인지 이해할 리가 없어요. 사람의 최저를 알지 못하는 자는 사람의 최고에도 도달할 수 없어요. 제다이란 공화국 수호를 위해 인위적으로 모아놓은 고만고만한 평균치들이에요. 현상유지를 위해 가능성을 희생시킨, 기실 위대함의 정반대편에 서있는 존재죠. 당신이 그들의 일원이라는 건 제가 마주한 중 가장 큰 부조리에요. 당신은 제다이에 어울리지 않아요! 제다이는 당신을 가질 자격이 없어요!"
"닥ㅌ..... 멜리트."
"예?"
"....저보다 주량 약한 사람은 처음 봐요."
"저 안취했어요!"
"취했어요. 눈이 풀렸는 걸."
"안취했어... 안취했다고.....쿠울...."
"멜리트, 언젠가 당신에게.... 제 어머니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요...."



2017.03.28 00:50
ㅇㅇ
와씨 센세 아나킨 심리상담 관음하는느낌이라 너무좋아요.. 상담 녹음파일 틀어보는기분 ㅎㅇㅎㅇ
[Code: 0dda]
2017.03.28 01:28
ㅇㅇ
모바일
지짜 아나킨ㅜ ㅠㅜㅜㅜㅜㅜㅜㅜ
[Code: 8bd9]
2017.03.28 02:21
ㅇㅇ
모바일
아 개조오오온재에에엠빼에에엠!! 담편은 물논 있겠죠???
[Code: dc0a]
2017.03.28 02:26
ㅇㅇ
모바일
마지막 부분 구구절절 맞는말이라 넘 좋았다..감정차단이야말로 유리멘탈되기 딱 좋은 조건인데 제다이들은 왜 애덜을 글케 키웠을까...
[Code: dc0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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