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하비 사막 한가운데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격납고에 주소가 있을리도 만무하고 주소가 있다해도 어느 집배원이 거기까지 가겠냐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매버릭에게 오는 우편물들은 모두 매버릭이 소속된 부대로 오겠지

루스터는 일 때문에 잠깐 다른 주에 나가있는 매버릭이 부탁한 서류를 챙기러 매버릭의 부대에 왔음 루스터와 매버릭의 관계를 아는 사람들이 루스터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넸음 둘의 관계는 이제 해군에서 거의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지 부대에서 가장 안쪽에 위치한 매버릭의 사무실은 협소했음 방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책상 서랍을 위에서부터 열어보며 매버릭이 필요하다고 말한 서류를 찾았음 '서류는 아마 책상 서랍 어딘가에 있을 거야.' 그리고 루스터가 그 서류를 발견한 곳은 책상 옆에 자리한 작은 책장 사이였지 하여튼... 대령씩이나 돼서 서류를 어디에 두고 다니는지도 모르면 어쩌나. 루스터는 속으로 혀를 끌끌 차며 나중에 중요한 건 꼭 시건한 서랍에 두고 다니라고 잔소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지

서류를 챙기고 팩스를 보내기 위해 책상에서 빠져나올 때 루스터는 그만 책상 모서리에 부딪히고 말았음 그리고 책상 위에 놓여있던 우편물들이 바닥으로 우수수 떨어졌음 루스터는 얼얼한 치골을 매만지며 허리를 숙여 우편물들을 하나씩 주웠음 모두 매버릭 앞으로 온 우편물이었지 대부분은 쓸데없는 것들이었음 핸드폰 요금 고지서라든가, 보험사에서 나온 새로운 상품에 대한 홍보책자... 무심하게 우편물을 휙휙 넘겨보던 루스터의 눈길을 사로잡은건 단 한 통의 편지였음

깨끗한 흰색 봉투는 질 좋은 종이를 썼는지 도톰한 두께감이 느껴졌고 겉면에는 Pete Maverick Mitchell 이라는 이름과 주소가 필기체로 쓰여있었음 우표를 보니 미국이 아닌 해외에서 온 국제 편지였음 이게 뭐지? 루스터는 호기심에 사로잡혔음 매버릭에게 온 정체모를 편지를 자신이 함부로 열어보면 안된다는 것쯤이야 알고 있지만, 동시에 그렇게 해도 매버릭이 자신에게 화내지 않을 거란 사실도 알고 있었음 결국 양심과 호기심 중 호기심이 이겼고 루스터는 천천히 봉투를 열어보았음

봉투 안에는 폴라로이드로 찍은 사진 두장과 편지지 한 장이 들어있었음 사진 속에는 루스터가 알지 못하는 여자와 십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아이 한 명이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었지 모자관계인듯 싶었음 근데 이게 매버릭과 무슨 관련이 있는거지? 루스터는 인상을 찌푸리고 편지지를 펼쳐보았음

[매버릭에게. 잘 지내요? 당신 덕분에 우리는 잘 지내고 있어요. ...]

편지를 읽는 루스터의 눈이 점점 가라앉았음. 사랑을 담아, 이탈리아에서. 메그와 브라이언. 긴 편지의 마지막 줄까지 다 읽고 루스터는 다시 사진을 들어 남자아이를 빤히 쳐다보았음 ...알고나니까 조금은 매버릭의 얼굴이 보이는 것도 같았지

브라이언이라는 이름의 남자아이는 매버릭과 메그의 아들이었음 사진 속 나이로 추정하건데 루스터와 매버릭이 연락을 끊고 살았던 시기에 태어난 것 같았지 현재 메그와 브라이언은 이탈리아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 같았음 그 유학 비용을 충당하는 것은 매버릭이었음 편지의 요는 이번 달 말에 미국으로 입국할 예정인데, 시간이 되면 만날 수 있냐는 것이었음 나도, 브라이언도 당신을 보고 싶어한다고. 루스터가 한쪽 입꼬리만 올려 날카롭게 웃으며 주먹을 꽉 쥐었음 편지지가 사정없이 구겨졌지

이 편지를 매버릭보다 먼저 발견해서 다행이었음 매버릭에게 자신 말고 다른 가족이? 말도 안되는 소리였음 매버릭은 절대 브래드쇼가 아닌 다른 가족을 만들지 못해. 그건 마치 브래들리에게 있어서 해가 동쪽에서 뜨고 서쪽으로 지는 것과도 같은 진리였음 루스터는 편지와 사진을 챙겨 부대 밖으로 나왔음 그리고 라이터를 빌려 그것들에 불을 붙였지 건조한 공기에 편지와 사진은 빠르게 불타올랐음 불길이 지나간 자리는 까맣게 오므라들었고 금방 까만 재가 되어 형태도 알아볼 수 없게 부서져내렸음 군화로 남은 재를 짓밟으며 루스터는 속으로 계산을 해보았음 매버릭이 있는 주까지 얼마나 걸릴려나. 과거일에 대해 매버릭을 추궁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지만,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하게 각인시켜줄 필요가 있었음. 당신은 나 이외에 다른 가족을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을.



루버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