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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07 23:55

공포게임 괴이증후군 스토리 ㅅㅍ주의/괴담ㅈㅇ

 

 

-

 

 


"대체 소금이 어디있는거야.."


남의 집 소금 찾기란 생각보다 쉬울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일이었다. 찬장을 하나하나 다 열어보고 싱크장을 열어보던 마코토는 설탕, 밀가루, 전분, 미원 하다못해 국내기용 조미료까지 찾았지만 어디에도 소금은 없었다.


"간장도 어차피 소금이랑 물 아니야?"


거의 울먹이는 목소리로 찬장을 뒤지던 마코토는 결국 가스레인지 냄비 옆의 작은 소금통을 찾아낼 수 있었다. 혀에 하얀 가루가 닿았을때의 그 짠맛이 주는 감동이란. 마코토는 훌쩍훌쩍 울며 통에 담긴 소금을 몽땅 컵에 때려넣고는 싱크대의 물을 틀어 소금물을 만들었다.


"...진짜냐, 이거"


끼릭, 끼릭, 손잡이를 아무리 양쪽으로 돌려봐도 나올 기미가 없어보이는 메마른 수도꼭지에 마코토는 눈에서 흐르는 눈물조차도 그치는 것만 같았다. 제발, 이러지 마 제발. 모든것이 절망이었다. 이 수도꼭지가 마코토에게 이렇게까지 잔인하게 굴지않아도 이미 이 집안에 들어온 이후부터 마코토에겐 희망같은건 없었다. 그러니까, 여기서 물이 제대로 나왔다고해도 '와! 정말 일이 술술 풀리는군' 따위의 희망을 갖는 일은 없었을텐데, 그러니까 이렇게까지 나한테 가혹하게 굴지않아도 좋았을텐데. 마코토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저 가만히 앉아서 죽을 수 없으니까 발버둥을 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 술래라는 놈을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이 아니라 저렇게 끔찍한 모습으로 죽고싶지않다는 절망. 그 힘으로 마코토는 힘겹게 일어섰다.

화장실에 가면 물이 나올지도. 아니면 욕조에 물을 받아뒀다던가. 그것도 아니라면 화병을 다 털어보면 한컵분의 물 정도는 나오겠지. 이대로 죽을 수는 없으니까. 죽기 싫어. 살고싶어.

살금살금 2층에 오른 마코토는 루카의 방을 지나 욕실로 향했다. 끔찍한 모습일거라는걸 알면서도 루카의 방을 흘깃 훔쳐보았으나 어느샌가 문이 닫혀 모습을 볼 수 없게되었다. 훔쳐보려고했던 주제에 그 문을 열고 다시 루카의 시체를 볼 용기는 없었어서, 마코토는 킁 코를 먹으며 발걸음을 옮길 수 밖에 없었다.

욱, 우웩..!! 들어가자마자 변기가 있어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마코토는 손에서 컵을 떨구지않은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화장실 벽에 완전히 뿌려지다시피 덕지덕지 붙은 살점들. 머리가 담긴 싱크대에서 줄줄 떨어지는 핏물. 욕조에 머리를, 아니 목을 담군채로 걸쳐져있는 상체와 거의 뼈가보일만큼 살점이 떨어진 엉덩이아래의 하체부분. 화장실안을 가득채운 피비린내에 마코토는 변기를 부여잡고 구역질을 하면서도 코를 틀어막아야만 했다.

이제 눈물도 나지않을 정도였다. 더이상 어리광은 허용되지않는다고 말하는것만 같았다. 살고싶으면 진심을 다하라고 누군가 마구 윽박지르는것만 같았다. 이젠 제발이라는 목소리도 나오지않았다. 누구에게도 빌어봤자 소용없으니까. 그저 열심히 살아남는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샤워기를 틀어봤자 물은 나오지않았다. 이정도라면 저 '술래'가 수도를 끊어버렸다고 해도 좋은거겠지. 소금물이 본인의 약점이라는걸 알고있을테니까. 주춤주춤 세면대에 다가 선 마코토는 세면대를 가득 채운 피를 손가락으로 스윽 훑었다. 손에 묻어나오는 피가 현실감이 없었다.

욕조가 넘칠정도로 찬 핏물은 세면대보다는 상황이 나아보였다. 뭐 여전히 핏물이지만 피 그자체보다는 나을테니까. 마코토는 컵을 욕조의 아주 깊은 곳까지 넣은 뒤, 물이 컵에 들어찼을때 입구를 막은채로 들어올렸다. 희미하게 피가 섞여 옅은 분홍빛을 띄는 물 안으로 소금이 녹아들어가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이걸 입에 머금어야한다니 최악이야. 하지만 망설일 수 없었다. 마코토는 컵을 욕실 바닥에 둔 뒤 거의 빠질듯 덜렁거리는 허리에 매달린 카케야마씨의 바지 주머니 안으로 손을 쑤셔넣어 라이터를 챙겼다. 축축하게 피로 젖은 주머니속에서도 용케 지포라이터는 부싯돌이 젖지않아 칙칙거리며 불길을 뿜었다.


"이제 이정도면 됐....흐아아아아아아악!!!!!!!!!!!!!!!!"


컵을 들고 욕실을 나서려던 쯔요시는 세면대의 머리가 철벅하고 떨어지는것에 기함을하며 비명을 질렀다. 뒤늦게 입을 막았지만 뒤이어 꿈틀거리는 카게야마씨의 몸을 보자 온 몸의 털이 쭈뼛 서는것만 같았다. 아마도 카케야마씨는, 그러니까 목이 없는 카케야마씨의 몸뚱아리는 바닥을 딛고일어나 마코토에게 다가가고싶어하는 듯 보였으나 아까도 언급했듯 엉덩이 아래로는 너덜너덜한데다가 곧 허리에서 분리될 듯 덜렁거려 균형을 잡기가 어려운 듯 욕조를 타고 바닥으로 미끄러져내렸다.

조금씩 뒷걸음질을 치던 마코토는 끝내 카케야마씨가 팔로 바닥을 딛고 다리를 끌면서 제게 다가오자 욕실문을 박차고 도망칠 수 밖에 없었다. 술래를 마주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입에는 소금물을 반쯤 머금은채로. 입에 남의 핏물이 가득차는 느낌은 끔찍하기 그지없었으나 지금의 이 아수라지옥에서 끔찍함이란 여름의 더위정도와 비슷한 것이어서 거슬리기는 해도 영 못견딜정도는 아닌, 사실 지금껏 마코토가 겪은 모든것중에서는 오히려 쾌적한 기분에 속했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다시금 들려오는 스산한 목소리에 마코토는 입안의 물을 삼키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멈춰서 호흡을 골랐다. 일단 1대1로 대면하기엔 마코토가 너무 불리했다. 어쩌지, 어떡해야 그 곰인형을 붙잡을 수 있지?

소금물을 뿌린다고해도 '놀이'가 완전히 끝나기 전까지는 곰인형은 자아를 가지고 움직여댈 것이다. 그러니까, 마코토는 소금물에 절여진 곰돌이에게 난자당해 죽을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내가 이겼다라고 두번만 말하고 죽는다면, 그건 술래의 승리. 확실하게 덫을 놓아야했다. 하지만 어떻게? 끽끽거리며 나무계단이 울었다. 점점 다가오고있는게 분명했다. 어떡하면 좋지, 어떡하면.

일단 아무방에나 몸을 숨긴 마코토는 잔뜩 쌓인 상자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여기는.. 창고인가, 작은 방의 벽에 붙은 미닫이문. 마코토는 제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에 모든것을 걸어보기로 했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얇은 미닫이 옷장너머로 들리는 의기양양한 목소리. 마코토는 더욱 몸을 웅크렸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곰인형의 부드러운 천가죽이 쌓인 박스에 쓸리는 소리가 들렸다. 점점 쌀이 곰인형의 배 안에서 이리저리 쏟아지는 소리가 가까워졌다.


어디어디 숨었나


톡 톡, 곰인형이 걸을때마다 배에 뚫린 칼자국 사이로 쌀알들이 떨어지는 소리가 마치 쿵쿵 뛰는 마코토의 심장소리만 같았다.


찾았다.


술래가 문을 열어젖히려는 순간 마코토는 빠르게 미닫이문을 발로 차서 넘어트렸다. 우지끈 얇은 나무살이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문이 반대쪽으로 넘어갔고 문에 발린 순간 접착제에 몸의 털이 붙은 인형은 종이문에 깔린채로 버둥거렸다.

컵의 물을 붓고 입안의 물을 뱉어내자 곰인형이 버둥거리며 들고있던 칼을 마구 바닥에 쑤셔댔다. 꺄아아아아아악!!!! 소름끼치는 비명을 지르며.


"내가 이겼다!"

하지마!!!!!

"내가 이겼다!!"

오오바!!!!!!!!!죽일거야!!!!

"내가 이겼다!!!"


쿡 바닥에 박힌 칼이 다시 들어올려지지않고 곰인형의 팔이 바닥으로 툭 털궈졌다. 마코토는 급하게 곰인형과 종이문 위로 잡동사니가 든 박스를 마구 무너트렸다. 구석에 있던 난방용 기름을 끼얹은 채로 그 위에 카케야마씨의 지포라이터로 하나하나 박스에 불을 붙였다. 종이문 위에도, 그리고 곰인형 위에도. 몸이 약간 그슬리는 듯 뜨거웠지만 조금의 실수도 있어서는 안됐다. 곰인형의 배 안에서 열기에 튀겨지는 쌀이 타닥타닥 튀고, 곰인형을 휘감은 붉은 실이 금방 타올라 사라지고, 끝내 상자무더기가 벌건 불똥을 튀며 무너져내리고서야 마코토는 지포라이터를 든 채로 복도에 고꾸라지듯 주저앉았다.

이제 이 집에 불이 옮겨붙을텐데.. 어떡하지, 힘겹게나마 몸을 끌어 난간에 기댄 마코토는 가득 뿜어지는 검은 연기에 결국 그대로 정신을 잃고야 말았다.


-


"정신이 들어?"

"...."


마코토가 눈을 뜨자 하얀 천장위로 누군가가 불쑥 머리를 들이밀었다. 잘 돌아가지않는 머리로 그저 눈부신 형광등을 가려주어 고마운 그 사람은 머리를 짧은 모히칸 스타일로 쳐올리고 구렛나룻을 길럿음에도 안경으로도 가려지지않는 동그란 눈에 삐죽 솟은 작은 입술, 그리고 통통한 볼이 귀여운 이미지를 풍겼다.


"...네,"


한숨처럼 내뱉은 대답을 용케 캐치했는지 히죽 웃은 남자는 그제서야 허리를 펴고 문 밖의 누군가에게 소리치는 듯 했다.


"경사님!! 오오바 마코토 일어났어요!"


-


"나는 이번 카케야마 일가족 살인/살인미수 사건을 전담하게 된 히무로 코자부로라고 한다"

"살인 미수면, 누가 살아있어요?"


기껏 타온 코코아가 책상에 놓이기도 전에 달려들듯이 물어오는 마코토에 히무로가 흠칫 놀란듯 몸을 뺐다. 달각, 머그잔이 마코토의 앞에 놓여지고 히무로는 벌떡일어난 마코토를 바라보며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좀 앉아, 카케야마 루카는 살아있으니까"


털썩 자리에 주저앉은 마코토의 눈에서 금새 닭똥같은 눈물이 후두둑 떨어져내렸다. 아 제발, 이마를 짚은 히무로가 곤란한 기색을 표하자 마코토는 억지로 입술을 꾹 물어 울음을 삼켰다. 그 모습에 히무로가 더 가슴을 퍽퍽 치는것도 모르고. 히무로는 여전히 어린아이같은건 다루기 어려웠다. 본인의 어린시절엔 저렇게 여리지도 않았을뿐더러 기억도 나지않는 까마득한 얘기였으니까.


"역시.. 오오바 마코토군은 카케야마 루카군을 사랑하고있었군요."


맙소사. 진지하게 턱을 짚고 비범한 표정을 짓는 로쿠로를 보며 히무로는 눈알이 돌아가는것을 참을수가 없었다. 누가 얘 좀 끌어냈으면.


"한마디만 더 하면 쫓아낼거야"

"그럴거면 전 왜 부르셨죠!!"

"그러니까 아까부터 가라고 하잖아!"

"이 사건은 분명한 귀신의 짓입니다"

"아 그러니까 제발 좀!"

"...맞아요"


언성을 높이던 두사람이 조용히 깔리는 마코토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두사람이 제 이야기를 듣고있는지는 신경쓰지않는다는 듯 어느새 눈물이 멎은, 잔뜩 가라앉은 마코토는 고개를 푹 숙인채로 중얼거렸다.


"분명 경사님정도 되는 분이라면 믿어주시지 않겠지만, 정말로 이 일은 분명한 귀신의 짓이예요"

"...."


봤죠?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팔짱을 낀 로쿠로를 뒤로한 채 히무로는 마코토와 눈을 맞춰왔다. 마구 흔들리는 동공, 정신적 트라우마를 자극해서 좋을건 전혀 없었다.


"오오바군의 말을 믿어. 아니, 일단 지금 우리가 얻은 증언은 '귀신' 이야기 뿐이니까. 우리중 아무도 오오바군을 범인이라고 생각하지않아"

"...그래요?"

"일단 죽은 아이들의 시체를 살펴본 결과 오오바군이 집에서 출발하기 전에 이미 살해당했고, 오오바군같이 왜소한 학생이 카케야마씨를 그렇게.. 그래, 잔혹하게 살해할거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무엇보다 경찰이 도착했을때 살에 불이 붙어 허우적거리던 카케야마씨의 머리가 없었더라고는, 히무로는 굳이 덧붙이지않았다.



"..."

"무엇보다, 카케야마 하루양이 자백했기때문에"

"하루가요?"

"혼자하긴 무서웠기때문에 본인 친구들과 함께 지하실에서 찾은 고서에 적힌 '나홀로 숨바꼭질'을 시도했다. 한사람이 술래에게 잡힐 기세가 보이면 남은 사람들이 소금물을 뿌려주고 내가 이겼다고 세번 외쳐주면 된다고 친구들이 우기는 바람에 참가하기는 했지만 무서운 마음에 본인만이 아는 다락방으로 피신, 끔찍한 목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지만 견딜 수 없었기때문에 다락방문을 책장으로 막은 뒤 숨어있었다.

중간에 오오바군이 문을 열려고하는걸 들었지만 문을 열어주면 두사람 다 죽을것이라고 생각했기때문에 열어주지못했다고도 했어"

"...하루가, 거기 있었군요"

"조금 주제넘은 말일지는 모르겠지만 하루양을 이해해줬으면 해. 정신적으로 위험할정도로 오오바군에게 미안해하고있거든. 외상은 없어서 일단 할머니댁으로 보내지긴 했지만.. 가족을 잃은쪽은 하루양이기도하고, 또 오오바군은 어떻게든 살았으니까.."

"그럼요"


마코토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중학생밖에 되지않은 하루가 안전한 피신처를 버리고 나와 저를 돕기를 바라는것은 분명 무리일것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다락방으로 향했더라면 둘 다 무조건 죽은 목숨이었을테고.


"일단 대외적으로는 마코토군도 일가족 살인에 휘말린 피해자로 뉴스가 나갈거야. 일반인들은 이런 괴의현상들을 믿어주지않기도 하고, 국가적으로도 귀신같은게 실존한다고 알려지면 좋을건 없으니까. 다만 그쪽방면 전문가를 하나 불러놨으니까 약간의 면담을 나눠주면 더 좋을거같은데"

"아, 그게 쿠라마씨인가요?"

"아니 이녀석은 그 어느부문에도 전문가가 아니야"

"전문 탐정이라구요 전!문! 저의 추리가 여태껏 경사님께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따지자면 때려맞추기 전문가야. 오컬트는 이 녀석의 형쪽"

"아아.."

"라고 해봤자 둘 다 도긴개긴이지만"

"경사니임!!!!!!!!!!"


아아.. 또 시작된 두사람만의 꽁트에 오오바는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었다. 새로오신다는 전문가님은 조금은 더 제대로 된 사람이면 좋겠다. 적당히 뜨끈하게 식은 핫초코를 마시며 마코토는 아주 작은 소원을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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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있으면 말해줘 킨키kt

2020.08.08 01:16
ㅇㅇ
모바일
센세의 필력에 숨도 안쉬고 읽었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추천은 왜 한번뿐인가ㅜㅜㅜㅜㅜㅜ
[Code: 86d0]
2020.09.06 03:45
ㅇㅇ
모바일
로쿠로 환장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근데 곰인형은 마코토 성은 어떻게 알고 오오바라고 부르냐 존무 ㄷㄷㄷ
[Code: fb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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