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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2 23:01

나 이번에 장학금 떨어져서 그냥 휴학하려고 했거든 아 미안해 완전히 다 끝내고 말하려고 했지 응 아 일단 들어봐봐 그래서 학비도 좀 벌고 돈도 모아두고 그러려고 쨌든 휴학하려고 교수 면담 하려고 했는데 교수가 이유 물어보더라고 그래서 그냥 솔직하게 말했지 그거 다 형식상이라며? 그래서 장학금을 놓쳐서 이래저래 그렇게 됐다- 하니까 되게 미안해 하더라 응응 그 교수 어어 나 조별과제 독박 쓴 거 그대로 다른 애들이랑 같이 점수 날아간 전공 그거 때문에 내가 그래 그래서 장학금 놓친 거 자기도 알겠지 그러니까 되게 미안해하면서 막 내 칭찬을 하는 거야 응 허니 학생 이번 레포트도 역시 흥미로웠느니 우리 연구소에 자리가 웅앵 와 나 거기서 진짜 식겁해서 그냥 웃는 척하면서 하하... 네 근데 제가 사정이요... 이랬더니... 나한테 일자리를 소개해주더라? 자기 친한, 예전에 교수 했던 사람인데 지금은 쉬는 사람이고 주말에 비서처럼 간단한 문서 잡일 해줄 사람 찾는다고 아르바이트 개념으로 복지 장학금 받으면서 이번 학기는 그렇게 일하면 휴학 안 해도 되지 않겠냐고
 

 

이거 괜찮은 건가?

 

허니는 손에 놓인 작은 종이 쪼가리를 바라보았다. 간결하게 적힌 주소는 허니가 사는 집에서 그다지 멀지는 않은 부촌이었다. 살면서 평생 이쪽으로는 갈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차창으로 보이는 집들의 형태가 점점 좋아지기 시작하자 꽤 실감이 나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이거 괜찮은 거 맞나? 휴학하지 않으면 허니야 좋은 입장이었다. 이미 같은 이유로 휴학을 몇 번 한 적이 있는데 더 시간을 지체하며 낭비할 수는 없었다. 원래는 친구 제이든이 일하는 레스토랑의 남는 자리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체력이 유치원생만도 못한 허니에게 앉아서 하는 사무직이면 더욱 좋은 일이다. 그런데 알 수 없는 괜한 찝찝함이 자꾸 입 안에서 꺼끌거렸다. 이거 정말 괜찮은 건가? 교수가 꽂아주는 일자리는 절대로 하지 말라던 항간의 소문이 음산스럽게 허리를 타고 올라왔다.

 

혹시 성격이 무진장 더럽다든지... 아니 근데 자기랑 친한 사람이라고 했잖아? 그 교수가 아주 난리인 인간은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나보고 연구실에 들어오라고 할 정도로 악담을 했으면 나를 나쁘게 보는 것 같지는 않은데 엄청난 사람을 소개해줄 리가... 그런데 잠시만, 사람 성격은 모르는 거잖아. 알고 보니 무진장 성격 더러운 사람이면 어쩌지? 그러다가 교수한테 끽하는 소리라도 했다간, 괜히 나만 피 보는 거 아니야? 아니 그렇다고 이제와서 안 하겠다고 하기도 뭐하고, 그래 돈 벌어야지 또 휴학 할 거야? 이미 말도 끝나서 제이든 레스토랑도 다시 못 가고... 아 미쳐버리겠다

 

정장까지 사입는 건 좀 그렇지만 그래도 비서 일이라길래 캐주얼 정장 하나 사두긴 했는데 이거 아까워서라도 가야지. 허니는 그렇게 생각하며 어색하게 올려 묶은 머리를 괜히 손으로 한 번 정리해보았다. 제아무리 간소화된 옷이라고 해도 평소에는 전혀 입지 않을 법한 스타일의 옷을 입자니 몸이 적응하지 못하고 답답함을 호소하는 것 같았다. 구두는 신지 말 걸 그랬나? 후회를 해봐도 벌써 버스는 쪽지에 적혀진 주소지에 근접해가고 있었다. 그리고 버스에서 내린 순간, 광활하게 펼쳐진 부촌 저택들을 보며 허니는 생각했다.

 

씨발 구두는 신지 말 걸

 

욕 끊었는데, 욕 나오게 만드네. 허니의 손 안에서 종이가 사정없이 구겨졌다. 이런 곳에 오기라도 할 줄 알았던가. 허니가 매번 다니는 대학가 근처 학생들 자취촌의 정 반대 방향에 있는 곳인데. 이럴 줄 알았으면 구글 맵이라도 찾아보고 올 걸, 아 젠장.

 

신지도 않던 구두를 신고 먼 길을 다 걷자니 발가락이 벌써부터 쌍욕을 해대는 소리가 들린다. 다행히 뭐 아주 끄트머리에 있는 건 아니라 그으나마 괜찮기는 한데 정문에서 주소지까지 앞으로 구두를 신고 오다닐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허리가 다 휘는 기분이었다. 앞으로 운동을 좀 해야 하나 생각하며 초인종을 누르니 바로 옆에 딸린 스피커에서 한 번 잡음이 들렸다.

 

, N 교수님 소개로 왔는데요.”

 

보통 드라마에서는 이렇게 말하던데.

 

허니 비라고 하는데요.”

 

그리고 문이 열렸다. 아마도 가정부처럼 보이는 여자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면서 허니를 안내했다. 꼭 예전에 자주 뵈던 수녀님 같네. 잡다한 생각을 하며 허니는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갔다. 간결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집안 곳곳에는 아마도 무지하게 비쌀 법한 장식품들 몇 개가 전시되어 있었다. 나도 꼭 돈 벌어서 이런 거 막 전시해둬야지. 여기에는 턴테이블을 놓고 저기에도 턴테이블을 놓고- 허니는 그제서야 자기가 입을 반 쯤 벌리고 멍청한 표정을 지으면서 이곳저곳을 구경하고 있었단 것을 깨달았다. 자신의 바보같은 표정을 내내 보고 있었을 가정부는 친절하게도 여전히 온화한 미소를 지으면서 서재 앞까지 자신을 데려다 주었다. 허니는 머쓱한 표정을 지으면서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리고 허니는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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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거대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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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무섭게 생긴 자신의 고용주를

 

다음부터는 편하게 입고 와요.”

 

무슨 지구 내핵은 가볍게 뚫을 것 같은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 그렇군요. 제가 너무 차려입었나요. 저따위가 뭐라고 하하, 제가 생각해도 주제 넘기는 했습니다. 

 

신발도 편한 거 신고 오고.”

 

고용주의 시선이 자신의 발치을 한 번 훑었다. 그리고 허니는 그제서야 자신의 발이 발등까지 시뻘겋게 부어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을 보고 허니는 생각했다. 편하게 입을게요, 살려만 주세요.

 




교수가 꽂아주는 일자리는 절대로 하지 말라는 거 진짜야?
응 진짜야 진짜인 것 같아

살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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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란옹너붕붕으로 생각보다 많이 쫄보인 너붕붕이랑 다이하드 때 와꾸라 의도치 않게 너붕붕 겁먹인 알란옹으로 시작이 순탄치는 않은 연애사 보고 싶다 대학알못인데,,, 몰라 잉국 머학은 저렇겠지,,, 개연성은 알란옹 와꾸임

2020.07.12 23:07
ㅇㅇ
모바일
허미 센세 예민미 넘치는 알란옹이라니...너무 조아요ㅠㅠㅜ
[Code: c931]
2020.07.13 00:14
ㅇㅇ
모바일
미챴다 진짜 셍새 씨발 사랑한다고 얼마나 말해야 센세한테 닿을까 존나 사랑해ㅠㅠㅠㅠ알란옹너붕붕이라니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cdbf]
2020.07.13 01:32
ㅇㅇ
모바일
누가 죽이냐고ㅜㅜㅜㅜㅜ근데 알란옹이면 죽어도 좋을 거 같아ㅜㅠㅠㅠㅠ
[Code: 856c]
2020.07.13 07:01
ㅇㅇ
모바일
센세 가뭄에 단비내려주셔서 감사해요ㅜㅠㅠㅠ억나더주시면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Code: 52c8]
2020.07.14 00:42
ㅇㅇ
모바일
????? 내가 지금 뭘본거야!!! 알란옹너붕붕이라니!!!! 와씨!! 선생님 선생님 진짜 감사해 사랑해 와아아아 진짜 좋다
[Code: f2e2]
2022.04.18 04:1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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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ㅠㅠㅠㅠㅠㅠㅠㅠ 대박
[Code: 5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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