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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7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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걍 보고싶은거 싸지르는거라 군알못ㅈ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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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뭘 이렇게 빼입었어?"
"가던 길이나 가라."
"데이트 가냐?"
"가던 길이나 가라니까."
"이거봐라? 진짠가보네? 누구야? 너 또 누구 꼬셨어?"
"아이씨, 가 쫌!"

가뜩이나 예민한데! 현재 시각 8시 40분. 관사에서 내려오는 길에 마주친 동기는 알겠다는듯 실실 웃으며 놀려오기 시작했다. 내가 니를 본게 몇 년인데~ 데이트구만 이거~ 평소였다면 그 놀림에 별거 아니란 투로 대꾸했겠지만 오늘은 달랐다. 천하의 칼럼 터너도 '긴장'이라는걸 하는 데이트였다. 너무 오바했나. 너무 차려입었나? 그냥 캐주얼하게 갈걸 그랬나?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나 혼자 오바하는건...... 재수없는 생각이 스멀스멀 치고 올라오자 칼럼은 고개를 저으며 다시금 오늘의 코스를 복기했다. 외출에서 돌아와야 하는 시간이 6시니까. 점심 먹고. 그 주변에 카페 갔다가.. 아니다. 산책을 먼저 할까? 근데 걷는거 싫어하면 어떡하지. 모든게 뒤죽박죽이었다.

"잘 되면 나한테 제일 먼저 말해줘어-!"
"출근이나 해 새꺄."

팔을 휘적휘적 흔들며 사라지는 동기를 뒤로 하고 칼럼은 빠르게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었다. 9시. 예상 도착 시간 9시 50분. 하지만 칼럼이 정작 학교 후문에 도착한 것은 9시 40분의 일이었다. 손에 땀이 나 운전대까지 축축한 기분이었다. 물티슈를 꺼내 쓱쓱 손도 핸들도 닦은 칼럼은 시간을 확인하고는 휘유우우우- 하고 그제사 숨을 조금 돌렸다. 떨린다. 미치게 떨렸다. 여태껏 이런 적이 단 한번도 없었는데. 이번에는 떨렸다. 무언가 다른 느낌이었다. 9시 40분, 9시 50분, 9시 55분... 시간이 점점 흘렀지만 그게 칼럼에게 지루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점점 줄어드는 시간이 마치 타임어택마냥 느껴졌더랬다. 10시. 왜 벌써 10시인건데?! 식당 예약을 다시 확인하고, 루트를 복기하고. 아마 군사 작전훈련 과정도 이정도로 복기하지는 않았을텐데. 칼럼은 지금 제 486,932,583차 데이트 시뮬레이션을 머릿속에서 돌리는 중이었다.

허니의 상황 또한 칼럼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어제 밤 늦게까지 있는 옷장 없는 옷장 뒤져가며 사복의 조합을 생각해봤지만 워낙 편한 차림을 선호하는 터라 마땅한 옷이 없었다. 게다가 하필 색상들도 거의 어두운 색들. 이럴줄 알았으면 내일 쇼핑 갔다가 그 다음주에 보자고 할걸! 빈약한 옷장에 울고 있는 사이 허니의 요정 대모, 아니, 동기인 룸메이트가 방에 들어와 소리를 질렀다.

"미쳤어! 우리 오늘 점호 때 전체 검사 있는데 방을 이렇게 어지럽히면 어떡해 너!"
"몰라. 몰라. 다 몰라... 망했어..."
"...너 진짜 데이트야?"
".............."
"3초 안에 대답 안하면 안 도와줘. 데이트야 아니야."
"맞아."
"너는 남들 다 놀때 뭐하고 왜 졸업 앞두고 이 지랄이야?"
"나도 몰라아아아아-"

흐어어어엉, 남들 다 놀던 시절엔 공부만 하겠다며 도서관과 기숙사만 오가던 애가 갑자기 이러니 룸메이트는 도통 허니의 속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대로 냅뒀다간 방 검사 때 같이 불량으로 찍힐 판이니. 오늘 하루만 허니의 요정대모가 되어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애가, 옷이. 이게 다 뭐야. 빨리 다 정리해서 집어넣어. 내 사복 빌려줄테니까."
"..진짜?"
"생활점수 깎이고 싶어?"
"아니. 아닙니다!"

허니는 재빠르게 어질렀던 옷들을 다시 옷장에 빠르게 정리하기 시작했다. 각까지 잡아가며 다시 옷장으로 복귀한 허니의 옷들은 그대로 봉인되었고, 룸메이트는 캐리어 한개를 가져와 열었다. 형형색색의 옷들이 가득한 캐리어는 작은 의상실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너 맨날 주말마다 옷 바꿔입으러 들어왔던게 이거구나?"
"그래서 불만이야?"
"아닙니다."
"데이트 맞아 진짜?"
"아직..은 아니긴 하지."
"그럼 적당히 입자. 적당히."

빠르게 캐리어의 가득한 옷들 속에서 쏙쏙 허니가 입을 옷들을 골라낸 룸메이트는 곧 허니에게 빠르게 옷을 입혔고, 아예 뿌리고 나갈 향수까지 손에 쥐어줬더랬다. 머리는 이렇게, 옷은 저렇게 코칭까지 해가면서. 그렇게 칼럼과 별반 다르지 않게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이리저리 바빴던 허니는 10시 15분을 향해가는 시계를 힐끗 바라보았다. 11시에 만나자고 했는데.. 조금 미리 나갈까. 근데 또 너무 먼저 나가서 기다리다가 누가 보는거 아냐? 걸리면 어떡해! 이런 탈선은 인생 처음이었던 허니는 쪼그라들 것 같은 심장에 결국 10시 40분이 되어서야 기숙사를 빠져나왔다. 전방 주시. 좌우 살피고. 매복 군사작전에서 빠르게 이동하는 것처럼 기숙사에서 후문까지 사람들의 눈을 피해 나온 허니는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10시 50분. 10분 정도 일찍 도착하는건.. 괜찮겠지? 하고 생각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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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그렇게 바쁘게 가요."
"아, 앗. 아니. 그게. 그러니..까...어..음.."
"타요. 누가 볼라."
"네, 네네네네네넵."

네네네네네넵.은 또 뭐냐 이 멍청아. 허니는 제 머리를 쥐어박고 싶은 충동에 휩싸이면서도 후다닥 재빠르게 조수석 문을 열고 탔다. 연노랑색의 하늘한 원피스. 칼럼은 혹시 몰라 뒀던 뒷자리의 담요를 허니에게 슬쩍 건냈고, 허니는 앗 아앗- 어, 감..감사- 감사합니다. 하며 후다닥 담요를 무릎 위로 올렸고, 벨트까지 매는 것을 보고 나서야 칼럼은 방금의 허니처럼 좌우 전방주시를 하며 경계태세를 유지하고는 천천히 출발했다. 이 미션 임파서블 두번은 못하겠다 싶었다. 쫄려서.

"많이.. 기다리셨습니까?"
"나도 금방 왔는데요 뭐. 도착한지 얼마 안됐어요."

얼마 안됐긴 개뿔이. 도착한지 1시간도 넘었었다. 하지만 칼럼은 구태여 그걸 말하려 하지 않았다. 때론 모르는게 약인 것들도 있지.

"아.. 죄송합니다. 더 빨리 나올걸 그랬습니다."
"괜찮아요. 말 편하게 해요."
"어, 음.."

네에- 천천히..요. 하고 느릿하게 대답한 허니의 귀끝이 빨개진걸 눈치챈 칼럼은 마찬가지로 빨개진 귀끝을 애써 감추려 노력하며 앞을 바라보았다. 집중. 운전에만 집중. 그 노력이 무색하게 허니 또한 곁눈질로 칼럼의 빨개진 귀끝을 보고야 말았지만. 서로 제 꼴이 얼마나 빨개져있는지도 모른채 속으로만 노심초사하는, 꼭 진공과도 같은 시간들이 지나갔다. 사관학교 근처에서 나돌아다니는 것은 미친짓이었고, 이전부터 칼럼은 옆동네가 아닌 옆옆동네까지 진출을 하곤 했더랬다. 그래봤자 차로 거리가 얼마 멀지 않은 곳이었지만. 인생 최대의 일탈을 하고 있는 허니의 입장에선 생소한 동네였다. 차는 그렇게 도로 위를 내달렸다. 쿵쾅쿵쾅. 눈치없이 뛰어대는 심장 소리를 엔진에 감추어 가면서.

"아. 메뉴는.. 뭘 좋아할지 물어본다는게. 미안해요."
"아닙니다. 저 아무거나 잘 먹습니다.......요."

큭큭. 허니의 애매한 말투에 결국 칼럼이 먼저 웃음을 터트렸다. 쪽팔려! 진짜 쪽팔려! 허니는 당장이라도 어디엔가 머리를 박고 싶은 심정이었다. 쪽팔려..!

"자대배치 받으면 선임들이 좋아하겠네."
"그렇습, 아니, 그래요?"
"네- 내가 군대 가보니까 귀여운 애들을 더 좋아하더라고요. 난 딱히 귀엽지는 않아서 욕이나 수집하고 다녔지만."
"......운데."
"응? 못 들었어요."
"아니, 제 말은, 그게, 그........."

..귀여우시다고요. 허니 비 이 미친년. 허니는 그대로 고개를 푹 숙여 두 손에 얼굴을 묻어버렸다. 쪽팔려! 미쳤어! 까마득한(생각보다 군번 차이는 크지 않지만)사관학교 선배에게, 어쩌면 후일 필드에서 만날 수 있는 선배에게 이 무슨 망발인지. 다 망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빨간불로 바뀐 앞의 신호등에 맞추어 차가 끼익- 하고 멈춰섰다. 정지선에 아슬아슬 걸친 상태였다. 또 다시 고요함. 칼럼이 틀어두었던 라디오에서는 컨트리 팝송이 작게 흘러나오는 중이었다.

We're drivin' down the road
I wonder if you know
I'm tryin' so hard
not to get caught up now


내가 너무 막말해서 화났나. 허니 비 이 미친 주둥아리...! 고요한 차 안의 공기에 파묻었던 고개를 슬쩍 들어 옆을 본 순간, 허니는 아까보다 더 얼굴이 화르륵 불탈 수밖에 없었다.

And I don't know
how it gets better than this
You take my hand
and drag me head first, Fearless


저와 별반 다를거 없는 상태로 얼굴이 잔-뜩 빨개진 칼럼이었기 때문이다. 방금의 여유로운 모습은 어디로 가버렸는지 잔뜩 굳은 모습. 아무리 이런 쪽으로 경험도 눈치도 없는 허니라지만 이것조차 모를 정도로 눈치가 없지는 않았다.

And I don't know
why but with you I dance
In a storm in my best dress, Fearless


사거리인지라 길어지는 신호에 결국 칼럼은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쉬더니만 운전대에 그대로 머리를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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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요. 나 티 많이 나요?"
"어떤..거요?"
"..관심있는거."

허니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칼럼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실없이 웃고는 바뀐 신호에 다시 부드럽게 악셀을 밟았다.

You pull me in and I'm a liitle more brave

"내가 원래 이정도로 양심없, 아니. 내 말은. 이렇게 막.. 누구를, 그니까. 이렇게... 하는게 처음이거든요. 내가."
"네."
"불편하면 말해요. 불편하다는 사람 붙잡을 정도로 뻔뻔한 사람은 아니니까."
"....저는."

It's a first kiss- It's a flawless
Really something


"저도, 저도- 쪼오오금... 아니 쪼금보다는 쪼금 더. 있어요."

It's fearless.

관심이. 이미 둘의 귀에 라디오 속 팝송은 들려오지 않았다. 하지만 한가지는 분명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팝송보다, 두근거리는 서로의 심장소리가 차 안을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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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았어요 오늘?"
"네. 밥도 맛있었구, 케이크집도 맛있었고-"

해가 저물어가는 탓에 붉은 노을이 얼굴을 비췄다. 그 탓에 칼럼은 허니가 좋아서 얼굴이 빨개졌는지, 아니면 노을 탓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딱히 중요하지는 않았다. 꼼지락거리는 손은 정답을 말해주고 있었으니까. 살짝 올라간 입꼬리의 미소도.

"그러면 나 합격이죠?"
"...네."
"연락할게요. 얼른 들어가요. 추운데."
"저기, 대위님-"
"칼럼."

칼럼이라고 해도 괜찮아요. 칼럼은 어깨를 으쓱이며 웃었다. 나 생각보다 엄-청 프리한 사람이기도 하고.. 허니랑은 딱딱하고 싶진 않아서요. 남이 봤더라면 칼럼에게 능글맞은 소리 좀 작작 하라며 등짝을 때렸겠지만, 이미 홀라당 넘어간 허니에겐 중요하지 않은 사실이었다. 외출 복귀 시간까지 얼마 남지 않았지만 빠르게 걷는다면 무리없이 복귀가 가능했다. 더 붙잡고 있지는 못하겠지만.. 허니는 잠시 고민하다, 용기를 내어 칼럼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It's fearless.

"조, 조심, 조심해서!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쪽.

쪽?

벙찐 칼럼을 버려둔채 허니는 죽을 힘을 다해 기숙사로 뛰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지만 부끄러움이 더 커서 평소보다 더 빠른 속도로 뛰었다. 아주 빠르게. 순식간에 쌩- 하고 후문을 지나 사라져버린 허니의 뒷모습을 눈으로 좇던 칼럼은 그만 그 자리에 주저앉고야 말았다.

모범생이라매! 수석이라매!
그냥 선수잖아 선수!

칼럼이 겨우겨우 운전석에 올라 부대로 복귀한 것은, 한참 어둑해진 뒤였다.












중간에 라디오에서 나온다고 설정한 노래는 수1입1이의 노래임! 뭔가 가사랑 상황이 잘 맞는 것 같아서 부분부분 넣었음

용기있는 모범생이 날라리를 얻는다

칼럼너붕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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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7 01:1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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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센세 나 진심 너무 좋아서 킬킬대다가 입술 끝 부분 찢어졌어ㅠㅠㅠㅠㅠㅠ진짜임 방금 약 바르고 왔어
[Code: 14d2]
2024.03.27 01:1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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햐 달달하다 증말 ㅜㅜ
[Code: 9093]
2024.03.27 01:3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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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허니 뽀뽀 갈기고 튀었냐고 개귀엽다 진짜...!!!!!!!!!
[Code: 6405]
2024.03.27 02:19
ㅇㅇ
존잼이햐! 그 와중에 용기있는 모범생이 날라리를 얻는다를 용기있는 모범생이 날라리를 먹는다로 봤네...
[Code: 94eb]
2024.03.27 05:5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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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아 간질간질해ㅜㅜ 첨부터 쌍방이었자나 근데 허니 그렇게 직장에서 파워철벽친거냐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귀여웤ㅋㅋㅋㅋ큐ㅠㅠㅠㅠ
[Code: d8f1]
2024.03.27 07:0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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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다 너무 ㄱㅇㅇ...
[Code: 5b09]
2024.03.27 07:2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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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ㅊ!!! 달달햐
[Code: 675a]
2024.03.28 06:0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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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쌍으로 개귀엽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83c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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