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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2 19:36
굿나잇과 함께 저택에 도착했을 때 기분 좋은 기대감이 나를 감쌌어. 사실 나는 빌리를 되찾는 일에는 관심조차 없었지만 굿나잇이 빌리 남편을 언급할 때 사용한 몇가지 단어가 내 호기심을 자극했어. 용사. 괴물.

구청에서 일하는 굿나잇은 우연히, 아주 우연히 빌리의 혼인 신고서를 발견했어. 빌리는 서른, 남편은 빌리의 아버지뻘. 누가 봐도 답이 나오는 부부관계였어. 굿나잇은 날 찾아와서는 우리가 빌리를 구해줘야 한다고 말했어.

나는 전생의 의리 때문에 굿나잇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야.

나는 내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궁금했어.

저택은 매우 인상적이었어. 튼튼하게 설계 되고 위엄이 넘쳤지만 왠지 음울한 기운이 감돌았어. 창가에 화분이 놓여 있거나 하는 천박한 장식은 아예 찾아볼 수 없었어.

문을 열어 준 건 집의 외양과 어울릴 법한,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집사가 아니었어. 반대로 최근에 본 누구보다 눈이 번쩍 뜨일 만큼 잘생긴 젊은 놈이 문을 열어 주었어. 금발에 키가 큰 이 집사는 영화배우라고 해도 믿을 것 같았어.

우리는 빌리 남편을 만나러 왔다고 말했어.

“이쪽입니다. 선생님.”

집사는 우리를 안내하며 복도를 걸었고 계단을 지나 복도 맨 끝의 방문 앞까지 갔어. 그리고는 문을 열면서 우리에게 도착했다고 말해 주었어.

우리가 들어간 방은 서재인 것 같았어. 벽마다 책이 빼곡히 꽂혀 있었어. 짙은 빛깔의 육중한 가구들은 다소 무거워 보이기는 했지만 고급임을 단번에 알 수 있었고 의자들은 딱딱해서 편안하게 앉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어. 그리고 책장에는 많은 책들이 있었어. 나는 책장의 책들을 바라보았어. 사드 백작 뭐시기 하고 그리스 동상의 탐구, 아폴로, 헤르메스. 그러고 보니 집사가 그리스 동상처럼 생긴 것 같았어. 굿나잇도 그 책들을 봤는지 얼굴이 창백해졌어. 왜? 왜 창백해진 거냐? 사드 백작이라는 놈이 뭐하는 놈인데? 하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우리를 위해 의자에서 일어난 남자 때문에 나는 입을 꾹 다물었어.

빌리 남편은 50세가량의 키가 큰 사내였어. 회색이 간간이 섞인 검은 머리카락, 홀쭉한 얼굴에 냉소적으로 보이는 입 매무새를 갖고 잇었어. 그는 곧 폭발할 듯 신경이 날카로워 보이는 게 한껏 인상을 쓰고 있었어. 눈에는 음산하고 비밀스러운 기운이 흘렀어. 나는 보자마자 특히 그의 눈이 왠지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어.

나는 남자를 보면서 우리가 미리 연습한 연극을 머릿속으로 떠올렸어.

‘굿나잇 로비쇼 씨죠? 이쪽은 조슈아 패러데이 씨입니까? 여기 앉으십시오.’

굿나잇은 앉지 않는다. 그는 앉는 대신 주머니에서 총을 꺼낸다.

'돈으로 빌리와 강제로 결혼했나? 그렇다면 돈을 주겠어.'
'로비쇼 씨.'
'싫다면 나는 당신을 죽일 거야.'

그리고 탕! 나는 너무 유치하다고 몇 번이나 말했지만 굿나잇은 듣지 않았고 나에게 열심히 연습하라고 시켰어. 나는 대사 한마디도 없는데.

“집사에게 얘기 들었습니다. 아내 때문에 찾아왔다...”
“맞아요.”

굿나잇은 주머니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어. 그리고 그때 남자는 갑자기 무릎을 꿇었어. 생각지도 못한 남자의 행동에 당황한 나와 굿나잇은 서로의 얼굴을 보고는 입으로 대화했어. 무슨 일이지? 무시하고 그냥 연극을 시작할까?

“저는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네?”

짧게 대답하는 굿나잇의 얼굴은 난처한 기색이 역력했고 생각을 쥐어 짜내느라 잔뜩 찌푸려져 있었어.

“빌리는 내가 이제 늙어서 만족을 못하겠다고 노력하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합니다.”
“그 순하고 순한 빌리가요?”

순하기는 개뿔. 나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지만 내색하지 않았어. 그저 조용히 측은한 눈으로 빌리 남편을 바라봤어. 안 봐도 뻔했어. 이 남자는 굿나잇 대용품이야.

“굿나잇은 이것보다 더 큰 물건을 갖고 있어. 굿나잇은 더 긴 시간을, 더 많이 할 수 있는데 등등.”

빌리 남편이 건조하게 말했어.

“전 이제 이혼하겠습니다. 위자료는 받지 않을 생각입니다. 다만...”
“다만?”

굿나잇은 조심스럽게 말했어.

“당신 물건이 궁금합니다. 한 번 볼 수 있을까요? 빌리가 그렇게나 극찬하던!”
“싫어요!”

굿나잇은 총을 꺼내면서 대답했어.

“아쉽군요. 바게트라고 하던데 믿을 수 있어야죠. 사람의 성 기가 바게트라고요?”

나는 내가 기대했던 일 대신 멍청한 일들이 일어나자 답답해서 창문을 열기 위해서 창가로 갔어. 한 남자가 방으로 들어왔어. 고개를 돌리고 보니 빌리야. 빌리는 굿나잇을 발견하고는 그에게로 뛰어갔고, 빌리의 남편을 바닥에서 일어났어. 남편은 날 보고 웃었고, 나 역시 그를 보고 웃었어. 오늘 밤 비싼 위스키 한 병을 이 남자에게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욱 크게 웃었어. 내가 할 일은 정해졌어. 이 남자와 술을 마시면서 빌리와 굿나잇을 욕하는 일. 그건 내가 아주 잘하는 일이야.
2017.10.22 22:0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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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폐커플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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