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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붕붕이는 어릴때부터 몸이 병약해서 잘 뛰지도 못했음 


아니 뛰는건 고사하고, 오랫동안 서있거나 좀 걸어도 금세 숨이 차서 쉬어야 했고, 갑자기 현기증이 일어서 쓰러진다거나 하는 일도 많았고 조금만 무리를 한다 싶으면 금세 열이 오르거나 감기에 걸려 콜록대기 일쑤에 그 감기마저도 건강한 사람보다 족히 오일은 더 앓아야 겨우 나을만큼 몸이 약했음



날때부터 버려졌던 너붕붕이 운좋게 입양 되었는데 그 집의 유일한 아들이 바로 빌슼이었음 


빌은 마치 친동생이라도 되는 마냥 극진히 보살폈음 



아플때마다 약을 먹이고, 음식을 잘 넘기지 못하는 너붕붕을 위해 스프를 만들어 직접 먹여주고, 아파서 칭얼대는 너붕붕을 직접 안거나 업어서 어르며 재우는것도 빌의 몫이었음 



너붕붕으로썬 너무도 바빠 집에도 겨우 들어와서 잠만 자고 다시 출근하시거나 출장을 나가는 일이 잦은 부모님보다 빌과 붙어있는 시간이 훨씬 많아서 자연스레 빌을 엄청 의지하고 따르게 되었음 



하지만 빌을 좋아하는 것과는 별개로 너붕붕은 밖에 나가서 평범한 이들처럼 생활하는게 너무 해보고 싶었음 


몸이 너무 약해서 학교도 제대로 나가지 못하다 결국 홈스쿨링을 받아야 했었기에, 자기와는 다르게 건강한 몸으로 학교에 다녀오거나, 친구들과 농구라도 한판 하고 왔는지 땀냄새가 베인 몸으로 농구공을 든 채 집으로 뛰어들어오는 빌이 너무 부러웠음 


하지만 너붕붕은 어릴적부터 아파서, 게다가 너무나도 다른 외양때문에 스스로가 입양아이며 어딘가 이질적인 존재임을 너무나 잘 알아서, 묘하게 현실적이고 또 포기가 빠른 아이가 되어버렸기에 입 밖으로도 그런 말은 잘 꺼내지 않았음 


너붕붕이 혹여라도 자기도 밖에 나가고 싶다거나, 학교에 가고싶다는 말을 할때에 너붕붕보다도 더 아파하는게 빌슼이었기 때문이었음 


너붕붕이 그런 말을 하면 빌슼은 너붕붕을 꼭 안아주면서, 허니가 건강해지면, 그러면 꼭 자기랑 같이 학교에 가자고 말해주곤 했었음 



기억에 시작 하는 순간부터 늘 집에 틀어박혀 빌을 기다리는게 일상이었던 너붕붕은 빌이 그렇게 말할때마다 응, 나 건강해질게. 하며 본인도 언제 이뤄질지, 혹은 정말 이룰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약속을 빌과 하곤 했음. 


물론 빌은 자기와 약속한거니 얼른 건강해져야 한다며 새끼손가락을 걸고 도장까지 찍어준 뒤 너붕붕의 혈색없는 뺨에 입을 맞춰주었음. 




그러다 너붕붕이 스무살이 되던 해, 너붕붕은 대학 합격을 알리는 편지를 받았음. 집에서는 워낙 할게 없는지라 책을 많이 읽고 공부만 했던 탓인지 이름있는 학교에 합격하게 된 것이었음. 하지만 사실 너붕붕도 자기가 합격할 줄은 몰랐었음. 게다가 합격한다고 해봤자 갈 수 있는것도 아니었고. 


그럼에도 합격했다는 편지는 너붕붕에게 어떤 희망을 갖게했음. 머리로는 그래봐야 대학에 갈 수나 있겠냐고, 괜히 기대하지 말라는 목소리가 가득했지만 내심 나도 대학에 가고싶다는, 그래서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생활하고 싶다는 생각이 점차 고개를 치켜들었음. 



그래서 너붕붕은 집에서조차 얼굴 보기 힘든 부모님보다, 심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훨씬 가까이 있는 빌에게 그 합격편지를 보여주었음. 


오빠, 이거 봐...


...대학 합격증? 


응, 나 여기 합격했어. 


......


빌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음. 너붕붕은 하다못해 잘했다라던가, 수고했다라던가, 그런 종류의 칭찬을 기대했는데 빌이 무표정한 얼굴로 그 종이를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자 조금 불안한 마음이 되어서 조마조마하게 빌이 입을 열기를 기다렸음. 



허니, 갈 수 없는거 알잖아, 응?


......나도 알아. 근데 내가 대학 가고싶다고 한것도 아니고, 그냥 합격편지 하나 받은건데 왜 말을 그렇게 해?


허니, 난-


내 몸은 내가 가장 잘 알아. 지금 당장 밖에 나가도 채 삼십분도 못걷고 쓰러질것도 알고, 조금이라도 조심안하면 금세 기침하느라 잠도 못 잘거 잘 알아. 그래도, 그래도 기뻐할 수는 있는거잖아. 




너붕붕은 말을 하다 복받치는 감정에 빌의 손에서 합격편지를 빼앗아 들고, 침대에 누워 이불을 목 끝까지 끌어올리며 이미 울음에 젖어 떨리는 목소리로 빌에게 나가달라고 말했음. 빌은 아무말 없이 몸을 일으키고는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갔음. 


속상한 마음에 너붕붕은 훌쩍훌쩍 울다 잠들면서, 그래도 엄마랑 아빠한테 얘기해볼거라고 다짐했음. 



그 다음날, 너붕붕이 울어서 조금 부은 눈을 하고 일어났을때에는 여느때처럼 빌이 음식이 담긴 트레이를 들고 너붕붕의 방에 올라온 뒤였음. 바로 어제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빌은 평소와 똑같은 태도였고, 너붕붕만 민망해서 누운채로 한쪽 팔을 들어 눈을 가렸음. 



허니, 일어나봐. 응? 오빠랑 밥먹자, 착하지...... 


싫어, 싫어......  나 눈 부었단 말야, 그러지 마- 


자, 이렇게 하면.... 나 안보고 있어. 하나도 안 보여. 



넓은 방 한쪽에 놓인 둥근 테이블에 트레이를 올려놓은 빌이 침대에 앉아 너붕붕을 달래어 일으켰음. 눈이 부어서 얼굴을 보이기 싫다는 너붕붕 때문에 빌은 아예 너붕붕을 안아들었고, 자기 어깨위에 너붕붕이 고개를 올리게 한 뒤에 너붕붕을 안은채로 방을 서성였음. 



어제는 오빠가 미안해. 물론 우리 허니가 그렇게 공부를 잘해서 너무 기쁘고 자랑스러워. 다만 어제는 너무 걱정스러워서 그랬어. 허니 말이 맞아. 오빠도 어제는 엄청 기뻤는데, 그렇게 말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나도 미안.


아냐, 허니가 미안할게 뭐 있어...... 오빠가 미안하지. 



빌이 그제야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하는 너붕붕의 이마와 콧잔등, 입술에 차례로 입을 맞추었음. 아기에게나 하듯 가벼운 뽀뽀였음에도 너붕붕은 얼굴이 조금 발개져서 욕실에 내려다달라고 다리를 내저었음. 너붕붕도 아파서인지 또래보다 체구가 작긴 했으나, 벌써 성인이 다 된 나이에 오빠랑 뽀뽀하는게 일반적인 일이 아님은 알았음. 하지만 정작 뽀뽀를 해대는 빌은 아무렇지도 않았고, 너붕붕도 그게 싫지는 않아서 이렇듯 별 효과없는 반항만 하는거였음. 


너붕붕은 욕실에서 가볍게 샤워를 하면서 그래도 부모님께는 얘기해봐야겠다는 다짐을 굳혔기에 빌과 나란히 앉은 식사자리에서 빌에게 물었음. 



저기, 빌, 엄마랑 아빠 언제 오셔?


엄마랑 아빠? 이번달엔 아마 말에나 한번 오실텐데. 왜?


저거, 대학 합격한거... 말해드리고 싶어서...... 


......응, 그렇구나. 


가, 가고 싶어서 그러는거아냐! 아니, 가고싶지 않은건 아니지만, 그럴수 없으니까...... 그래도 엄마랑 아빠한테 말하고 싶...어서... 


그래, 내가 부모님한테 연락해서 더 빨리 오실 수 없겠냐고 물어볼게. 그리고 허니, 양파 빼놓지 말고 먹어야지? 자꾸 편식하면 간식 없어.



빌이 다정하게 웃는 얼굴로 말하자 너붕붕은 소심하게 옆으로 치워놓았던 양파까지 꾸역꾸역 입에 밀어넣어야 했음. 



그리고 며칠이 더 지나서, 너붕붕은 내심 기다리던 부모님의 소식이 들리지 않자 조금 초조해졌음. 대학 합격이후에 등록기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기때문이었음. 빌에게 지나가는 투로 물어봤지만 빌은 부모님이 많이 바쁜가보더라며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기에 결국 너붕붕은 스스로 부모님께 전화하기로 마음 먹었음.  


이 커다랗고 웅장한 저택에는 의아하게도 전화기가 그리 많지 않았음. 거실에 한대, 너붕붕의 방에 비상용으로 한대, 너붕붕이 주로 전화를 거는 빌의 방에 또 한대뿐이었음. 너붕붕이 가지고 있는건 꽤 구형 스마트폰이었는데, 빌이 새걸로 바꿔준다고 했지만 애초에 연락할일이 가족에게 밖에 없던 너붕붕이 그걸 거절했었음. 


아무래도 이런 이야기는 엄마한테 하는게 더 편할것 같아서 너붕붕은 조금 고민하다가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음. 


잠깐 연결음이 들리다가, 이윽고 약간 낮고 허스키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음. 



여보세요? 


여보세요, 엄마! 


....으응?


엄마, 나에요. 있지, 엄마. 나 엄마한테 할 말 있는데 집에 빨리 와주면 안돼? 진짜 급한거라- 


저기, 죄송한데 전화 잘 못 거신것 같은데요. 


어? 어... 아, 네. 죄송합니다. 죄송해요.



너붕붕은 신나게 떠들다가 당황해서 서둘러 전화를 끊어버렸음. 핸드폰 액정에 뜬 번호는 분명 너붕붕이 알고있는 엄마의 번호가 맞는데, 너붕붕은 뭐가 잘못됐나 싶어서 백스페이스로 번호를 모조리 지워버리고 꾹꾹 다시 번호를 눌렀음. 이번에도 엄마♡ 라고 저장된 이름이 떴음. 너붕붕은 통화버튼을 누르고 기다렸음. 이번에도 금세 전화를 받은 상대방은, 다시 아까의 그 여자였음. 그 여자는 아까 전화를 잘못걸었던 너붕붕임을 알고는 짜증스런 목소리로 전화를 잘못걸었다고 하곤 끊었음. 



뭐야, 엄마...... 번호를 바꿨나?


너붕붕은 이상함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통화버튼을 눌렀다가, 예의 그 여자로부터 이 번호는 지난 육년간 내가 쓰던 번호니까 확인 좀 똑바로 하라는 소릴 듣고 황급히 죄송하다는 말을 연발하며 통화를 끊었음. 



그 다음으로 혼란스러운 너붕붕이 전화를 건 곳은 아빠였음. 몇번이고 전화번호부에 저장된 번호와 너붕붕이 알고있는 번호를 비교해가며 통화를 눌렀던 너붕붕은, 이번엔 꽤나 젊은 나이의 남자의 목소리가 나오자 결국 전화를 끊을수 밖에 없었음. 



둘다 번호를 바꿨나? 근데 왜 나한테는 말도 없이...... 


너붕붕은 하도 이상한 상황에 고개를 갸웃거리다 이번엔 빌에게로 전화를 걸었음. 고작 두번의 신호음이 가고, 빌은 곧바로 전화를 받았음. 혹시나 이번에도 엉뚱한 사람이 받는게 아닐까 두려워하던 너붕붕이는 귓가에 울리는 익숙하고 다정한 목소리에 크게 그의 이름을 외쳤음. 


빌!


응, 허니. 무슨 일 있어? 어쩐일로 전화를 먼저 해주고.......


있지, 오빠. 혹시 엄마랑 아빠랑 전화번호 바꿨어? 지금 전화해봤는데 둘 다 이상한 사람들이 받아...... 내가 전화번호를 잘 못 알고 있는것도 아닌데......


아....... 응. 맞아, 두분 다 바꾸셨어. 너에게 말해준다는걸 내가 깜박했나봐. 근데 왜? 왠일로 엄마랑 아빠랑 통화하고 싶어? 


아, 어, 그냥... 하도 오래 못봤으니까, 목소리도 좀 듣고싶고 그래서...... 


...그렇구나. 내가 들어가서 번호 다시 알려줄게. 아, 뭐 먹고싶은건 없어? 지금 다운타운이니까 너 먹고싶은거 있으면 사갈게. 


나 케이크! 


응, 케이크? 또? 


그리고 치폴레랑 맥너겟 먹고싶어. 


인스턴트는 안되고, 케이크랑 치폴레만 사갈게. 햄버거는 수제 햄버거집 있으니까 거기서 사갈까?


햄버거 말구, 맥너겟. 


...딱 네개만이야. 대신 집에서 얌전히 기다려야 해. 알겠지?


응!



너붕붕은 결국 너붕붕에게 져주고야 마는 빌에게 그러겠노라 확언하고는 전화를 끊었음. 물론 넓다란 집안은 다시 적막해졌음. 너붕붕은 그대로 뒤로 몸을 제껴 침대에 몸을 뉘였다가, 이윽고 부모님을 못 만난지 정말 꽤 됐다는 생각이 들어 자리에서 일어섰음. 



너붕붕이 알기로 부모님은 저기 아프리카의 어디에서 보석과 관련한 일을 한다고 알고있었는데, 그래서 출장도 잦고 일도 많은거니 귀찮게 하면 안된다고 늘 빌에게 주의를 들었었음. 너붕붕은 갑자기 충동적으로 부모님의 방에 들어가보고 싶어졌음. 



그러고보니 어릴때도 잘 안 들어가봤네. 



어릴때, 열이 나고 몸이 아파서 누군가가 옆에 있어주길 바랬을때엔 늘 빌이 함께했었음. 빌은 늘 그 커다란 몸으로 너붕붕을 안아들어서 아프지 말아라, 아프지 말아라- 하며 이마에 키스를 해주었음. 너붕붕은 문득 떠오른 어린시절 기억에 배시시 웃으며 부모님 침실의 문을 열었음. 



...어? 


침대, 테이블, 협탁, 스탠드. 참으로 단출한 구성의 방은 너붕붕의 생각과는 전혀 틀린 것이었음. 어릴때 문틈너머로 엄마 아빠를 보고싶어서 들여다보았던 방은 분명 이 방보다 한참 크고 넓었고, 가구도 보다 많았고 더욱 견고했었음. 일례로 방 한가운데 위치한 커다란 사주식 침대에서는 보드라운 천개가 늘어졌었음. 그 침대 위에 길게 몸을 뉘인 아빠는 가만히 문틀을 잡고 안을 들여다보던 어린 너붕붕과 눈이 마주치면 너붕붕을 손짓으로 부르고, 너붕붕은 그러면 신나게 뛰어가 팔을 벌린 아빠에게 안겨들곤 했었음...... 



어? 



너붕붕은 정말 이상한 기분이 들어 작고 단출한 방을 둘러보았음. 원래 저기엔 테이블이 있었는데. 아빠가 나 주려고 샀다던 설탕과자 단지가 놓여있어서, 꼭 한개씩만 먹어야 한다며 아빠 한개 나 한개, 그렇게 줬었는데...... 너붕붕이 느낀 위화감은 그 뿐만이 아니었음. 어릴때 기억으로는 분명 창문 갯수도 이 방보다는 많았고, 출입문의 오른쪽으로는 또 다른 문이 있어서 거기엔 커다란 욕조가...... 



너붕붕은 천천히 방을 둘러보았음. 그러나 그 방에는 앞서 말했던 가구들이 전부고, 또 다른 문같은것도 없었음. 너붕붕은 찝찝한 기분을 느끼며 부모님 방의 문을 닫고 1층으로 내려왔음. 그리고 때 마침, 밖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렸음. 



빌! 


허니, 마중나와 준거야? 



너붕붕이 단숨에 현관문 밖으로 뛰쳐나가자 막 빌이 차에서 내리며 너붕붕을 끌어안고 입을 맞추었음. 스멀스멀 몸을 잠식해들어오는 꺼림칙한 기분이 빌을 보자 단숨에 사라졌음. 빌이 다정하게 너붕붕의 허리를 감싼 채 다른손으로는 큰 손 가득 먹을게 든 봉지들을 들고 집으로 들어왔음. 



거실에서 티비 보면서 먹을까? 


응, 그럴래.


그래, 그럼 이것만 거실에 가져다 놔. 내가 금방 옷갈아입고 와서 접시같은거 챙겨놓을테니까. 알겠지? 가져다만 놓는거다?


으응, 알겠어. 



아직도 어린애보듯 한다니깐. 너붕붕은 밉지않게 눈을 흘기곤 손에 든 음식들을 거실 테이블에 내려놓았음. 이렇게 군것질거리를 사오는 날이면 빌과 너붕붕은 영화나 티비를 보며 먹곤 했었음. 너붕붕은 뭔가 재밌는게 하나 싶어 티비채널을 돌리다가, 별다른게 없는걸 깨닫고 영화를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2층, 빌의 방으로 올라갔음. 




오빠, 아직 옷 갈아입어? 나 들어간다? 있지, 티비에서 재밌는거 하나도 안 해! 영화나 보고싶은데 오빠는 뭐 볼거야? 또 멜로 이런거 볼거면 나는-....어? 



가볍게 노크를 하고 문을 연 너붕붕은 놀라서 눈을 깜박였음.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방 중앙의 커다란 사주식 침대, 화려하고 고풍스러운 가구들, 그리고 막 오른쪽 문에서 허리에만 수건을 감은채 나오는 빌...... 


오...빠?


응? 허니, 왜 그렇게 놀란 얼굴로 서있어? 내가 너무 늦었나? 샤워 좀 간단하게 한다는게- 허니?



빌이 너붕붕을 부르며 점차 거리를 좁혀왔음. 허니, 하고 부르는 이름은 평소 빌의 목소리와 똑같았지만 지금 너붕붕에겐 아주 먼 과거의 어떤 목소리와 겹쳐들리고 있었음. 그 목소리는, 어린 시절 너붕붕을 다정하게 달래주던 아빠의 목소리와 똑같았음. 



허니!



순식간에 다리에 힘이 풀린 너붕붕이 주저앉는것을 빌이 간신히 붙들어 안았음. 



왜 그래, 어디 아파? 어지러운거야? 이리 와, 일단 침대에 좀 눕자. 허니, 나 봐봐. 나 보고.... 옳지, 열은 없는데 왜...... 허니, 숨 똑바로 쉬어야 해, 허니, 허니? 



너붕붕은 저도 모르게 빠르게 숨을 헐떡이던 것을 알아챘지만 그걸 원래대로 돌릴 수가 없었음. 문득 어떤 깨달음이 섬광처럼 너붕붕을 스치고 지나갔기 때문이었음



빌, 빌... 흐윽, 빌, 오빠- 


응, 나 여깄어. 나 여깄으니까...... 세상에, 허니. 숨 쉬어, 숨 들이쉬었다가 하나 둘 셋, 하고 내뱉는거야, 응? 허니, 제발....


왜, 나, 왜....!


허니...?


나, 나 부모님 얼굴이 기억 안 나.


....허니- 


목소리도, 얼굴도 기억 안 나! 엄마랑 아빠 방이라고 생각했던 곳은 내 기억이랑 완전히 딴판이고, 오히려 여기, 여기랑 똑같아. 게다가, 게다가 오빠는, 빌은-......



어째서, 어째서 내가 어릴때와 똑같은 모습이야? 새하얗게 질린 얼굴이 마침내 그 물음을 내뱉었음. 너붕붕을 진정시키고자 노력하던 빌의 얼굴이 점차 굳어지는걸 보며 너붕붕은 어찌할 바를 몰랐음. 어째서 깨닫지 못했는지 의아할 정도로, 여지껏 외국에 출장 가 계셨다고 생각했던 부모님이 실존하고 있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음. 어릴적 너붕붕을 달래주던 빌은 정확히 지금과 똑같은 체형을 하고 있었음. 너붕붕이 네살때에도, 고작 열살이었을 빌이 너붕붕을 안고 얼러줄 때마다 너붕붕은 한참 높아진 시야에 즐거워하며 빌의 목을 끌어안고는 했었음. 어째서 알아채지 못했던걸까, 어째서. 



....그래, 결국 알았구나.


빌......?


결국 알아버렸어...... 뭐, 어쩌겠어. 언젠가는 탄로날 일이었으니. 그래도 용케 이십년이나 버텼네.


빌, 잠깐만..... 그게 무슨소리야? 나는, 난- 


쉬이, 허니. 사실 말하자면 너에게 별로 알리고 싶은 생각은 없었어...... 가엾은 내 허니. 몸이 약한 만큼이나 네 마음도 약해서, 가능하면 오랫동안 숨기고 싶었지. 


빌...... 


걱정마, 허니. 그래도 달라지는건 없을거야. 


그게 대체 무슨, 빌. 나 하나도 모르겠어. 대체, 대체 이게 어떻게 된......아윽!! 



너붕붕은 갑자기 목을 확 틀어쥔 손에 놀라 몸을 버둥거렸음. 하지만 목을 쥔 손이 얼마나 쎄던지, 너붕붕이 아무리 밀어내거나 치워내려고 애써도 빌의 손은 꿈쩍도 하지 않았음. 대신 너붕붕의 얼굴 바로 앞으로 빌의 얼굴이 다가왔음. 평소에도 늘 잘생겼다고 생각했던 빌의 얼굴이었는데, 무언가 아주 달랐음. 마치 성난 야수처럼, 그 눈이 너붕붕을 사로잡았음. 금빛으로 번쩍이는 눈이었음.



부모같은거 없어도 상관 없잖아, 응? 언제나 네 옆에 있던건 나였어. 이 커다란 저택에서, 언제나 너와 나 뿐이었지. 그리고 허니, 그건 앞으로도 마찬가지일거야. 



그 아름다운 금빛눈에 사로잡혔던 너붕붕은, 이윽고 목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정신을 잃었음. 















햄록그로브 1화만 겨우 봤는데 빌슼 와꾸 실화냐ㅠㅠㅠ 1화 보니까 갑자기 이런거 보고싶어짐....


뱀파이어 빌슼이 어릴때 갓난 아기였던 너붕붕이 보고 한눈에 반해서 데려오는데, 계속 자라는 너붕붕을 보고싶어서 너붕붕의 오빠인척 하고 키웠던거지. 일단 너붕붕을 위해서 대충 부모가 있다는 가짜 기억을 만들어줬지만 사실 어릴때부터 너붕붕을 돌봐왔던건 빌슼이었음.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너붕붕이 위화감을 깨닫자 온갖것들이 다 이상해보이고, 결국 자기가 어릴때 자기를 안아주던, 자기가 아빠라고 생각했던 덩치 커다란 남자가 아빠가 아니라 빌슼이었다는걸 깨달은거지. 더이상 숨길 이유가 없어진 빌슼이 그때에 너붕붕을 물어서 자기랑 동족으로 만들고, 멘붕해서 한동안 엉엉 울기만 하던 너붕붕은 결국 빌슼의 말대로 자기에겐 빌 뿐이라는걸 인정하고 빌이랑 붙어먹는데, 자기 오빠이자 아빠였던 빌한테 안길때마다 뭔가 배덕감에 어쩔줄 몰라하고, 빌은 그것마저도 예뻐서 어쩔줄 몰라하는거 보고싶당...













2017.06.23 01:0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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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샌세 압축률이 너무 자비리스한데 어나더어나더 ㅠㅠ
[Code: 6e7f]
2017.06.23 01:2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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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막문단 압해ㅠㅠㅠㅠㅠㅠㅠ
[Code: 8650]
2017.06.23 01:2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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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ㅜㅜㅜㅜㅜㅜㅠㅠㅜㅜ어나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4bbc]
2017.06.23 01:3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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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25에서 30 으로 뛰는 놀라움을 봤어요 어 나 더
[Code: 4dba]
2017.06.23 03:1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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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시발!!!!!!! 아니 센세한테 욕한건 아니야 어나더ㅠㅠㅠㅠㅠㅠㅠㅠ어낟더ㅠㅠㅠㅠㅠㅠㅠㅠ 내가 1 주워왔어 센세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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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23 03:59
ㅇㅇ
아니 노잼햄록 1화를 겨우 봤는데 ㅠㅠ 이런 금무순이면ㅠㅠㅠ 시즌3 마지막까지 보시면 무순의 퀄이 어디까지 올라갈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센세..?? 그러니깐 붕간적으로 발기차게ㅠㅠㅠ 억나더로 찌면서 지켜봐요 우리ㅠㅠㅠㅠㅠ
[Code: 57e3]
2017.06.23 09:1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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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재재재재쟂ㅁ꿀대재재재재재재ㅐㅈㅁㅋ
[Code: 7ab7]
2017.06.23 13:5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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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가보는 그것 나도 보고싶다.
우리 같은곳을 바라봐 볼까????
기다리고이쓰케
[Code: ddee]
2017.06.25 00:0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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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칭걸까 와 미친듯이 빠져서봤어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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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02 02:1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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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ㅠㅠㅠ돌아와조
[Code: 70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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