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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27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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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피터도 18이 된다. 몸은 이미 성인이 된 녀석은 13에 형질발현을 모두 끝냈다. 알파의 이차성장은 열감기처럼 찾아온다. 일주일 내외로 고열과 심한 근육통이 이는데 우성에 가까울수록 그 증상이 심하다. 때문에 드물게 우성알파가 태어나도 형질발현 중에 죽는 경우도 있었다. 오메가의 이차성징이 히트싸이클인데 반해 알파는 목숨을 건다곧 볼 수 있다. 또 그래서 우성알파의 수가 희박한지도 모른다. 그러나 피터는 홍역같던 시간을 무사히 넘기고 육체적으로 완벽히 우성알파가 됐다. 알파들은 형질발현이 일어나는 며칠사이에 육체가 완전히 성장한다. 또 이 시기는 본능만 남기에 철저히 격리되며 그보다 강한 형질의 알파만이 제압할 수 있다. 때문에 스팁은 열흘만에 방에서 스스로 나온 피터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직 소년티가 남아있던 아이가 며칠새 키도 골격도 어른이 됐던 것이다. 그럼에도 땀에 절은 머리와 고통으로 내려앉은 볼살이 안쓰러워서 스팁은 피터를 품에 끌어안고 울음을 참아야 했었다. 그리고 현재, 18의 피터는 누가 봐도 토니를 빼다박았다. 특히 성격이.

맘? 맘! 왜 이렇게 오래걸려? 얼른 나와!

럼로우와 대화중이던 스팁이 돌아봤다. 피터는 럼로우와 눈이 마주쳤다. 둘 사이에 알 수 없는 긴장이 멤돈다. 여기서 아무것도 모르는 건 스팁뿐이다. 우성알파는 원래 빨리 성장해 노화가 느렸고 스팁은 수퍼솔저로 노화가 느렸다. 덕분에 토니와 스팁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곁의 럼로우는 외양만 보면 스팁과 열살은 차이나 보였다. 실제 중년의 나이기도 했으나 그만큼의 깊이에 녹슬지 않은 자기관리로 그는 현재 쉴드 내 독보저인 핫가이였다. 젊은 시절에는 여자도 많이 갈아치웠는데 언제부턴가는 염문조차 없었다. 간혹 왜 아직도 혼자냐는 질문에 그는 첫사랑을 잊지 못했다는 로맨티스트적 발언으로 쉴드 내 여심을 뒤흔들었다. 그네들은 첫사랑을 알아내려 고군분투했지만 그는 철벽이었다. 그정 한결같았던 애인들로나마 첫사랑이 금발에 하얀 피부, 글래머였을 거라 유추할 뿐이다.

끝나면 먼저 가래도.
싫어, 같이 가. 올 때 내 차로 타고 왔잖아. 걸어오려고?
내가 데려다주면 돼, 꼬맹아.

럼로우가 끼어든다. 피터는 눈을 부라렸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소년의 레이더망에 럼로우는 위험인자다. 금발에 글래머였다는 첫사랑이 스팁일거라는데 피터는 전재산을 걸 수도 있었다. 토니가 그랬듯 피터도 눈치가 빠르다. 천재인 토니를 그대로 닮은 아들은 역시 스팁에 대한 집착도 남달랐다. 예전 출산을 도왔던 의사는 배안에 있었을 때의 일이 모체에게 집착하는 형태로 영향을 줬을 거라고 했다. 임신중일 때는 모체와 붙어있어야만 살 수 있는데 여러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며 그런 감정을 고착화시킨거다. 실로 피터는 어릴적에도 스팁과 떨어지면 유난히 예민해졌었다. 덕분에 스팁이 장기임무라도 가면 돌봐주러 온 콜슨을 괴롭혀 나중에는 원형탈모까지 생겼었다. 물론 그 뒤로 콜슨을 괴롭히는 건 줄었지만 그에 대한 불만은 어떤식으로든 표현되고는 했다.

필요 없어, 아저씨.
피터.
얼른 나와, 맘. 저 아저씨 기분 나쁘다고.
피터! 버릇없이!
괜찮습니다, 캡틴. 꼬맹이한테 뭘 바라겠어요. 이번은 제가 한번 참죠. 대신 다음에 밥이나 한번 사요.
미안하네. 원래는 저렇게 버릇없지 않은데.

빤한 수작에 스팁은 정말 미안해했다. 럼로우가 피터를 향해 씩 웃었다. 더 참지 못한 소년이 발을 울리며 다가왔다. 피터는 스팁의 손을 낚아채 끌고갔다.

피터! 뭐하는 짓이야!
저자식 재수없어.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끌려가주면서도 스팁이 미안하게 쳐다봤다. 저런 짓을 하고도 스팁에게 미움받지 않는 건 피터기 때문이다. 소년은 미움받을까 전전긍긍할 필요도 없었다. 날 때부터 스팁이 끝없이 사랑을 퍼주지 않았던가. 그 사실에 럼로우는 입이 썼다.



피터가 또 그랬다고?
자네가 말 좀 해보게. 내 말은 듣지도 않아.

집에 돌아오기 무섭게 쉴드에서 벌어진 일을 말하는 스팁에 토니가 웃었다. 알만했던 것이다. 원래 알파는 소유욕이 강한데 젊어서는 왕성한 혈기에 참을성도 없다. 이것도 나이를 먹으며 나름의 방식과 여유가 느는 거였다. 그래서 토니는 젊은 알파의 치기가 우스웠다. 그에 반해 스팁은 유독 럼로우에게 그러는 피터에 때늦은 사춘기가 왔나 걱정했다. 더욱이 화낼 사람이 누군데 저가 더 성내며 내동 제 작업실에 박혀 있다. 나름 시위한다고 밥까지 굶은 터라 스팁은 내심 걱정이었다. 이렇게까지 스팁을 휘두르는 것도 피터뿐이었다.

지 엄마가 다른 놈이랑 말하는 게 싫은가 보지. 피터가 원래 당신 집착이 유별나잖아. 내가 말해볼테니 걱정하지 마.
토니.

스팁은 감동한 듯했다. 토니가 윙크를 하더니 재킷과 타이를 침대에 두고 방을 나섰다. 와이셔츠 단추를 느슨하게 풀어둔 그가 아래층의 작업실로 갔다. 작업실은 피터가 7살 때 토니가 만들어준 거다. 원래도 거기 박혀 있는 걸 좋아했지만 제 기분이 꽁하다 싶으면 더 처박히는 녀석이다. 토니가 안에 들어서니 피터는 작업대 앞에서 돌아보지도 않았다.

오늘도 한 건 했다면서?

피터는 침묵했다. 뭘 하는지 작업에 열중이다. 토니가 다가오니 요즘 몰두중인 초소형 전송기의 뼈대를 구성하는 중이다. 설계대로라면 광범위 스캔 기능을 포함해 기계 홀로 지정 장소에 들어가 전체적인 내부구조를 전송받을 수도 있고 실시간으로 눈이 돼줄 수도 있을 것이다.

스팁이 걱정 많던데. 이쯤하면 충분히 엄마 속 끓이지 않았어?
대디는 알고 있지? 그런데도 아무렇지 않아?
흠... 뭘 말하는지 모르겠네, 꼬맹이.
아, 쫌!

럼로우가 저를 두고 하는 말에 피터가 신경질적으로 쳐다봤다. 토니는 씩 웃었다. 그가 손가락으로 피터의 머리칼을 툭툭 쳤다.

이러니까 꼬맹이라는 거야. 언제까지 엄마 속 썪일래? 너니까 엄마한테 특혜받는 줄이나 알아. 나나 녀석은 이런 건 꿈에도 못 꿔, 임마.
....엄마 많이 걱정해?
너 한끼 굶었다고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안다.

피터가 슬그머니 일어섰다. 그러더니 의자에서 일어서기 무섭게 재빨리 뛰어나간다. 화났음을 알리듯 시위한다고 틀어박힌 동안 스팁이 보고 싶던 피터다. 내일이면 열여덟 생일을 맞는 아들놈의 모습에 토니는 그저 쓰게 웃었다. 무슨 짓을 해도 스팁에게 미움받지 않는 저 특혜가 부럽기는 그도 마찬가지다.



혈청이 피터에게도 작용됐는지 이상 징후가 나타난 건 아이가 열살 때였다. 덕분에 그때부터 쉴드에서 조금씩 훈련 받게 됐는데 또래에 비해 월등한 실력에 피터는 스파이더맨으로 조금씩 현장에도 나갔다. 스팁이나 토니는 이를 썩 반기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둘은 피터가 평범하게 살기를 원햇다.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의 아들이란 타이튼부터가 평범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덕분에 피터는 쉴드의 출입이 잦았고 꼭 그런 이유가 아니라도 스팁을 태우며 다니기도 했다. 피터가 15 되던 해 스팁이 바이크를 타다 사고가 크게 난 적 있다. 그 이유로 피터는 스팁이 바이크를 타지 못하게 했다. 그러니까 피터의 스팁 과잉보호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도 그때부터다.

어디 가려고?
아... 쉴드에.
태워다줄게.
괜찮아. 혼자 가도....
가자, 엄마.

피터가 키를 들고 앞장섰다. 원래 행동반경이 정해진 스팁이라 외출이 많지 않다. 그럼에도 그 잠깐을 놓지 않는 피터에 스팁은 할 말이 없다. 그렇다고 그가 운전을 못하는 것도 아니다. 바이크 사고를 이유로 피터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스팁은 아들이라도 조금은 답답했다. 근처 공원이라도 가려면 피터에게 꼭 말해야 했기 때문이다. 피터의 과보호는 토니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페퍼는 토니 스토커가 더 진화돼 나왔다며 무서워했었다.

저녁에 생일파티 있는데 주인공이 미리 준비해야지. 이렇게 나와도 돼?
옷만 입으면 돼. 엄마야말로 내 생일파티 안 올 거야?
가야지 왜 안 가겠어. 그냥 얼굴만 비추고 올게.
대디 불러줘? 아님 내가 앞에서 기다릴까?
괜찮다니까. 늦겠다, 얼른 가.

쉴드 앞에서 스팁을 내려주며 피터는 못마땅해보였다. 제 생일파티만 아니면 기다릴 테세다. 스팁의 성화에 피터가 마지못해 출발했다. 멀어지는 차에 스팁은 시선을 떼지 못했다. 이러나저러나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아이 아니던가. 스팁에게 피터는 여전히 어린 아들이었다.

녀석 여전하네요.
아, 콜슨.
갑자기 불러내 죄송합니다. 국장님이 상의할 게 있으시다네요.

마중나온 콜슨이 미안한 듯 웃는다. 둘은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마침 퇴근하려던 럼로우가 우연찮게도 둘을 보고 걸음을 멈췄다. 어제 다 상의 못한 작전시 팀내 보안체계에 관한 대화가 떠올랐다. 그가 무의식에 둘의 뒤를 은밀히 밟았다. 이것도 직업병이라면 직업병이었다.



...괜찮나?
안 괜찮습니다.
그러니까 왜 미행은 해서.
아 나도 모르게 그런 겁니다. 직업병 아닙니까.

스팁의 물음에 이어 콜슨의 타박에 럼로우가 코맹맹이 소리로 대꾸했다. 미행을 느낀 스팁이 모퉁이에서 기다렸다 팔꿈치로 가격했는데 하필 코에 맞았다. 다행이 코뼈는 무사한데 터진 코피가 쉽게 멈추지 않았다. 럼로우는 현재 양 콧구멍에 휴지를 끼운 채다. 기다려도 안 오는 둘에 직접 찾으러 온 퓨리는 의무실까지 와서는 럼로우의 꼬라지에 금방 나갔다. 스팁에게 얘기는 내일 하자고 말한 뒤 말이다. 럼로우는 아직도 찡하니 울리는 통증에 정신이 혼미했다. 캡틴에게 정통으로 맞은 건 처음이다.

젠장. 쪽팔려서 이꼴로 어떻게 다닙니까?
미안하네.
그러니까 누가 미행을...
아, 나도 모르고 한 거라니까요!

스팁의 사과에 이어 콜슨이 편을 든다며 한소리 거들었다. 그러자 럼로우가 소리를 빽 지른다. 코뼈는 무사하나 콧잔등에 불그죽죽한 멍이 들었다. 울컥하는 마음이 드는 것도 당연했다. 덕분에 콜슨이 얌전히 찌그러졌고 스팁은 더 미안해했다. 이렇게 된 마당에 일이고 뭐고 다 귀찮아진 그는 의무실 침대에 벌렁 누웠다.

가보십쇼. 전 여기서 잘랍니다.

아까 먹은 진통제가 도는지 럼로우는 몸을 벽쪽으로 돌렸다. 뒤에서 스팁이 안절부절못하는 기색에 기분이 좋아지는 걸 보니 저도 어지간하다 생각이 드는 럼로우다. 그렇게 달콤씁쓸한 기분으로 그가 잠에 빠지는 사이, 한쪽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스팁에 열여덟 생일을 뒤집어엎기 전인 피터가 전화 중이었다. 럼로우는 잠결에 어디선가 징하고 진동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2


스팁이 간신히 도착했을 때였다. 통째로 빌린 클럽 앞에 피터가 있었다. 택시에서 내리는 스팁을 발견한 피터가 한걸음에 다가갔다. 미처 돌기도 전에 손목이 잡히고 돌려졌다. 익숙한 알파향에 스팁은 방어하지 않았다. 제법 손끝이 다부져진 걸 느끼며 쳐다보니 피터는 제대로 화난 얼굴이다.

왜 늦었어? 지금이 몇신 줄 알아?
전화로 설명했잖아. 손부터 놓고 말하자.
내 생일이잖아!

한창 사람 많은 금요일밤 번화가에서 피터가 대뜸 소리쳤다. 외관상 둘은 나이차가 그리 나 보이지 않는다. 거기에 알파와 오메가니 어떻게 보일지 충분하지 않은가. 주변은 이미 성난 알파의 기세에 눌려 주춤거리는 이들도 있었다. 우성알파다. 베타가 아닌 이상에야 본능이 움츠러들기 마련이다. 그러나 스팁에게는 잔뜩 토라진 소년이 보였다. 덩치만 컸지 속은 덜 여문 어린 아들은 이제 18이 됐지 않은가.

늦어서 미안해. 급해서 선물도 못 사왔는데 어쩌지? 우리 아들 한번 안아주고 싶은데 손 좀 놔주면 안 될까?
쳇! 그런 걸로 넘어가려고....

그러면서도 놔준 손에 스팁이 얼굴을 잡더니 볼키스를 해줬다. 피터는 말도 잃고 얼굴이 붉어졌다. 큼큼 헛기침을 하는 피터는 애써 굳은 표정을 짓지만 누가 봐도 기분 좋다는 걸 안다. 어릴적에는 스팁이 끌어안고 볼도 부벼주고 입도 맞춰줬었다. 크면서 자연스레 그런 스킨십이 줄었지만 이따금 그립기도 한 피터다. 그는 말 그대로 마마보이 아니던가. 오랜만의 스킨십에 기분 좋아진 피터가 이제는 스팁의 손을 부드럽게 잡고 앞장선다.

선물은 내일 사줄게. 뭐 갖고 싶은 거 없어?
됐어. 방금 받았으니까.

쑥쓰러운듯 귀끝이 빨개진 피터에 스팁이 따라가며 웃었다. 부끄러우면 이렇게 귀까지 달아오르는 건 스팁을 닮았다. 어른인 척 굴어도 이럴 때 보면 어릴적 모습 그대로였다.



친구들과 맘껏 즐기라고 클럽을 대여하며 토니는 잠깐 얼굴만 비추고 갈 생각이었다. 물론 깜짝 선물도 주고 말이다. 좀전 선물을 공개한 여파로 전면 무대의 빨간 스포츠카 주변에는 잡다한 쓰레기들이 많았다. 선물을 공개하며 터뜨린 종이 꽃가루들이다. 스팁 때문에 있는 대로 골난 피터는 좋아하는 둥 마는 둥이었지만. 덕분에 토니도 기분이 별로였다가 잠깐 사이에 금새 업되고 말았다. 피터 또래의 쭉빵한 여자들에 둘러싸인 덕분이다.

아저씨가 정말 피터 아빠라고요? 말도 안 돼. 이렇게 젊은데?

탱크탑에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자가 말했다. 풍성한 금발을 가슴까지 늘어트린 여자는 대놓고 섹슈얼한 긴장감을 조성했다. 이런 것어 휘둘릴 나이가 아님에도 토니는 기분이 좋았다. 아직 제가 먹힌다는 생각 때문이다. 솔직히 파티 갈 시간에 스팁과 있는 게 더 좋아 이런 분위기도 오랜만이었다. 그래서 그는 스팁이 올 때까지의 유흥거리 정도로 여겼다.

아저씨가 그 아이언맨 맞죠? 생각보다 훨씬 멋있다.
거기에 돈도 많지. 실컨 즐기라고. 오늘 여기서 즐기는 건 모두 공짜니까.

장단 맞추듯 부러 능글맞게 하는 소리에 여자들이 웃었다. 팔짱을 끼며 가슴을 밀착하는 여자를 알면서도 토니는 모른척했다. 그러자 더 대범해진 그녀가 토니의 목덜미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싸구려 향수 냄새와 함께 오메가향이 풍긴다. 토니는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이제 이런 짓도 정말 자신과는 안녕인가 보다 싶은 생각만 든다. 그래서 토니가 자연스레 몸을 물리던 때다.

대디!

음악으로 가득찬 클럽 안에서 유난히 귀에 박히는 소리가 있었다. 토니가 돌아보니 피터였다. 그리고 옆에는 스팁이다. 모든 걸 다 본 모양이다. 그때 눈치없는 여자가 토니의 목에 팔을 감는다.

나 아저씨 마음에 들어요.
잠깐, 잠 웁!

막무가내로 입술을 들이미는데 순식간이라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차려입은 수트가 덕분에 잔뜩 구겨졌다. 여자를 떼어내니 입술은 립스틱 자국이 남았다. 그렇다고 여자한테 함부로 굴 수도 없어 토니는 그저 묵묵히 자리를 벗어났을 뿐이다. 스팁은 이미 자리에 없었다. 피터가 한심하게 토니를 봤다.

엄마 화났어.
알아, 임마.
쟤 내 친구들이야. 딸뻘이라고. 하려면 들키지나 말던가.
너 눈 없냐? 당한 거다 이놈 자식아. 명색이 토니 스타크 아들인데 여자 보는 눈도 없어가지고.
왜 없어? 대디, 잘 봐봐. 쟤가 얼마나 쭉빵인데.

피터가 어이없다는 얼굴이다. 토니가 다시 쓱 돌아보니 외모가 죽여주기는 했다. 그러나 토니는 픽 웃으며 고개돌렸다. 무시당했다는 생각에 피터의 눈가가 꿈틀했다.

너 크려면 아직 멀었다, 아들아. 잘 놀아라. 콘돔 꼭 챙기고.

토니가 피터의 어깨를 툭툭 치고 지나갔다. 피터는 그게 뭐냐며 항의했지만 토니는 대꾸하지 않았다. 스팁 생각이 간절하다. 그는 얼른 기분 나쁜 향을 씻고 스팁의 향으로 몸을 가득 채우고 싶었다. 오늘은 피터도 안 들어올테니 오랜만에 스팁을 울려볼까 하는 생각에 토니는 벌써부터 흐뭇해졌다.



이미 많이 늙은 콜슨은 스팁의 얘기에 한숨부터 쉬었다. 휴대폰 영상으로 콜슨을 보던 스팁이 미안함에 말을 돌렸다.

럼로우는 집에 잘 갔나?
네, 잘 갔어요.
내일 한번 더 가보는 게 나을까? 얼굴을 그리 만들었으니.
그러지 마세요. 다 엄살이더라고요. 또 굳이 가봐야 그도 창피할 거예요.
그런가.

콜슨이 그렇다며 인자하게 웃는다. 피터 때문에 스팁은 콜슨에게 럼로우를 부탁했다. 스팁 이외 까칠이가 따로 없는 남자는 콜슨의 데려다준다는 말에 질색을 했다. 친절을 베풀고자 했을 뿐인데 아직까지 혼자인 게 이유가 있는 거냐면서 자신은 게이가 아니라고 지껄이는 통에 콜슨은 총손잡이로 럼로우를 내려칠 뻔했다. 십수년 전 콜슨 발기부전설의 원인이 럼로우였던 것이다. 일일이 해명하기도 뭐해서 가만있었더니 진짜로 굳어져서 그는 여전히 결혼을 못한 것으로 돼있다. 그러나 콜슨은 안 한 거다. 일이 좋아 매진하다보니 혼자도 나쁘지 않았다. 간간이 연애도 즐겼고 스스로 나쁘지 않은 인생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럼로우가 또 망발을 지껄이니 사실은 그냥 조용히 잠재우고 싶었다. 다만 이성이 본능을 눌렀을 뿐이다. 그래서 콜슨은 먼저 의무실을 나와 그가 갔는지 어쨌는지도 모른다. 그저 눈 하나 깜짝 않고 선한 얼굴로 하는 말에 스팁이 고개를 주억였다. 참고로 콜슨은 럼로우의 첫사랑이 누군지 아는 사람 중 하나다.

계속 거기 있을 거예요?

스팁은 답하지 않았다. 그가 있는 곳은 평소 그림을 그리러 나오는 공원이다. 콜슨은 걱정됐는지 그리 갈까요 물었고 그제야 스팁이 말했다.

금방 갈거야. 자네도 피터 닮아 걱정이 느는군.
녀석만큼하려고요.

콜슨이 웃으며 말했다. 토니야 노련함의 대명사라 알게 모르게 집착한다지만 피터는 돌직구가 따로없다. 스팁도 피터라 싫지 않게 느끼는 걸테다. 콜슨이 보기에도 피터의 집착은 좋게 말하면 근성 있었고 나쁘게 말하면 한끗 차이로 범죄가 아닐 뿐이었다.

그래도 이해가 전혀 안 가는 건 아니지만요. 스팁 교통사고 났을 때 녀석 얼굴을 봤어야 해요. 예전에 피터가 놀다 다쳐서 수술 받은 적 있잖아요. 수술실 들어가면서도 능글거렸던 녀석이 얼굴이 새하얘져서는 엄마를 잃는 줄 알고 정말 겁먹었었다고요.
그랬었나.

스팁은 몰랐다. 당시 사고는 꽤 컸다. 음주운전 차량이 바이크를 들이받았고 일반인은 생사를 판가름하기 어려웠을 사고였다. 다행인 건 스팁이 수퍼솔저였다는 점, 혈청이 늘 그렇듯 작용해줬다는 점이다. 덕분에 약 일주일간 의식이 없었던 그가 회복하기까지는 반년이 채 안 됐다. 후유증도 없고 말끔히 나은 뒤라 스팁은 이제 까마득히 잊었다. 또 피터는 스팁이 걱정할까 그 앞에서 충격 받은 티를 내지 않았다. 그래서 스팁은 피터가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 체감키 어려웠다. 그러나 곁에서 지켜본 토니나 콜슨, 나타샤 등은 알았기에 피터의 스팁에 대한 집착을 어느정도 묵인하고 넘어가는 거였다.

피터가 좀 별난 데는 있지만 스팁이 이해해요. 말 안 해도 이미 충분히 그러고 있긴 하지만.
자네는 꼭 피터 보모같군.

스팁이 소리내 웃었다. 콜슨은 굳이 반박하지 않았다. 피터를 돌보다 중요한 자리에 지각한 것도 몇번이었다. 전 상원의원 중 하나는 피터 때문에 한 시간 넘게 콜슨을 기다린 적도 있었다. 그것도 모자라 콜슨은 피터를 앞에 메고 기저귀가방까지 들고 나타났었다. 상원의원은 경악도 잠시, 당당하다못해 뻔뻔하면서도 대범한 콜슨의 언변에 홀랑 넘어갔더랬다. 순박한 옆집 아저씨 같은 외모의 콜슨도 알고 보면 일적으로는 토니 스타크가 따로 없다.

시간이 너무 늦었어요. 계속 거기 있을 거예요?
아니, 나랑 갈 거야.
토니!

갑자기 나타난 토니가 휴대폰을 불쑥 뺏었다. 휴대폰의 와이파이 기능으로 위치를 추적해 온 거다. 콜슨과 스팁이 동시에 제 이름을 부르자 토니가 씩 웃는다. 토니 스타크가 매력적인 남자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웃음이다.

이 아줌마가 다저녁에 남편 전화는 쌩까고 외간남자랑 영상통화나 하고 말이지.
당신 얘기는 이미 들었어요! 그래서 난 이 결혼 애초에 반,
어, 끊겼네? 이런.

노발대발하는 콜슨의 영상이 사라졌다. 이어 그는 넉살 좋게도 다시 울리는 폰을 꺼버리기까지 했다. 그제야 토니가 벤치에 앉아 있는 스팁을 내려다봤다. 스팁은 토니를 보지 않았다. 토니가 곁에 털썩 앉더니 벤치 등받이에 팔을 걸쳤다. 바람에 스팁의 향이 났다.

화났어?

토니의 물음 뒤 침묵이 흘렀다. 토니가 등받이의 손을 꾸물거리더니 슬쩍 어깨에 대본다. 그는 재빠르게 스팁의 어깨를 감쌌다. 근육질 몸은 의외로 이럴 때는 착 안겨서 토니는 더 좋았다. 스팁은 보기에 큰 것 같은데 작은 데도 많고 생각보다 품에 안기 좋았다.

방심해서 당했어. 설마하니 그 새파란 어린애가 달려들 줄 알았나. 피터 또래라고. 여자로도 안 보였어.
알고 있네.
그럼 왜 그렇게 꽁한 거야?
별로...
질투했어?

아니라고 대답할 줄 알았는데 스팁이 순식간에 귀까지 달아오른다. 토니는 스팁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살 섞은 세월이 얼만데 이런 모습에 새삼 가슴이 두근거린다. 토니가 거리를 좁히며 스팁의 턱을 잡아 돌렸다. 입술끼리 부드럽게 닿았다 떨어졌다. 서로의 호흡이 느껴질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토니가 속삭였다.

여기서 하고 싶다고 하면 때릴 거야?

그러나 스팁은 말할 수 없었다. 토니가 바로 혀를 얽어오며 키스했기 때문이다. 그사이 차에 던져둔 토니의 휴대폰은 콜슨이 줄기차게 해대는 전화로 연신 울어댔다.




외전 완



-엄마 죽는 거 아니지?

피터가 토니를 향해 말했다. 토니는 연락을 받고 막 병원에 도착했다. 피투성이의 녀석은 충격에 넋이 빠진 듯했다. 토니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아들을 끌어안을 뿐이었다.



운이 나빴다. 친구들과 늦게까지 논 피터가 어리광으로 스팁을 불렀다. 저를 데리러오라는 말에 못 이기는 척 나간 스팁이다. 그리고 막 스팁과 마주친 대로변에서 피터는 뒤에서 다가오는 차를 봤다. 일은 순식간에 벌어졌다. 벤츠가 바이크와 스팁을 덮쳤다. 차주는 자리에서 즉사했고 스팁은 바이크와 함께 몇미터나 밀려나갔다. 하필 바이크에 깔려 함께 밀려나는 통에 상처가 컸다. 구급차 안에서도 피터는 정신차리지 못했다. 그러다 토니가 오고 저를 안아줬을 때에야 통곡했다. 그리고 이런 일들은 스팁은 모르는 이야기다. 스팁이 깨어났을 때 피터는 걱정시키지 않으려 애써 밝은 척했다. 하지만 그의 가슴에는 아직도 그날의 충격과 저 때문이라는 죄책감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엄마! 엄마!

이른 아침부터 피터의 목소리가 온 집을 울린다. 침실을 벌컥 열기까지 한 피터는 불안한 얼굴이다. 정사의 흔적이 가득한 방안에 토니가 오만상을 쓰며 일어났다. 그러나 옆자리가 비었다.

엄마는?
운동 갔지 자식아. 시계 봐라.

오전 6시 반. 스팁이 아침 운동으로 공원을 뛰고 있을 시간이다. 그제야 피터가 문지방에 기대 주룩 미끄러진다. 토니가 머리를 쓸어넘기더니 대자로 누웠다. 시야에 익숙한 천장이 보였다.

또 사고나던 날 꿈꿨냐? 옷 꼴하고는.
엄마 폰은 왜 꺼져 있어? 놀랐잖아.
니가 방해할까 봐 내가 껐다.
아, 진짜! 나 호텔에서 여기까지 완전 날아왔다고!

간밤 진탕 놀아재꼈는지 몰골이 노숙자 같은 피터다. 고개만 들어 흘끔 본 토니가 다시 머리를 털썩 누였다.

어제 그 차 타고 왔냐? 어때?
좋았어. 핸들링, 승차감, 기어 변속 다 마음에 들더라. 아, 특히 엑셀 밟을 때 말이지....

스팁이 안전하다는 걸 안 뒤인지 말문이 트이자 피터는 끝이 없었다. 토니가 옆자리를 팡팡 치니 피터가 냉큼 가 앉으며 생일선물이 얼마나 마음에 드는지를 열변했다. 직설적이고 솔직한 건 부자가 판박이라 피터는 토니가 선물한 차에 대해 떠드느라 정신없었다. 스팁이 운동하고 돌아왔을 때, 어느새 부자는 한 침대에서 자고 있었다. 스팁은 그 장면을 뇌리에 박아넣듯 한참동안 바라봤다.



하룻밤 사이 늙은 건 콜슨도 마찬가지다. 간밤 토니에게 농락당했다는 울분은 다음날에도 남아 있었다. 쉴드에 온 토니가 그 모습에 움찔했을 정도다.

와... 콜슨, 솔로면서 자기관리 너무 안 하는 거 아냐? 다크서클 좀 봐.
정말이네. 아저씨, 내가 마사지샵 소개시켜줄까요? 잘하는데 내가 알아요.

스타크 부자가 쌍으로 콜슨을 난도질했다. 그럼에도 콜슨의 화는 파파 스타크에게로만 향했다. 콜슨도 피터 바보기 때문이다. 나름 키운 정에 길러진 정이라고 콜슨과 피터 사이도 제법 애틋했다.

토니, 제가 연락한 거 못 봤어요?
그랬어? 애엄마랑 뜨거운 밤을 보내느라 신경 쓸 새가 있었어야지. 스팁이 체력이 좀 좋아? 아마 나 좋으라고 운동하나봐. 그치?
제발, 제 앞에서 그런 얘기는.....

음담패설, 그것도 자식 앞에서의 행동에 콜슨은 아찔할 지경이다. 손으로 이마를 덮은 그는 벽에 팔을 뻗어 기대며 휘청이는 저를 다독였다. 죽어도 토니에게는 이길 수 없을 거란 예감이 들어서다. 토니는 전혀 부끄러움이라고는 모르는 얼굴이다.

우리 부부 얘기가 그렇게 듣기 싫어? 하지만 콜슨은 캡틴성애자잖아? 그러니까,
국장님이 기다리세요! 제발 얼른 가세요!

결국 콜슨은 간밤 잠도 설치며 받았던 열을 스스로 식혔다. 콜슨의 뒤로 보이는 백기에 토니가 유유히 국장실로 들어갔다. 콜슨은 토니의 음담패설에도 낮빛 하나 안 변하는 피터를 대견해하며 함께 움직였다. 피터는 거의 매일 고강도 훈련을 하러 쉴드에 왔다. 전에는 힘들다며 요리조리 빼더니 스팁이 사고를 당한 이후에는 저가 더 열심이다. 스팁이 사고당한 직후에는 괴로움을 잊으려 저를 혹사시킨 거였다. 그리고 다음에는 스팁을 지키려는 의지로 변했다.

-엄마를 지켜주고 싶어요. 다시는 내가 쓸모없다고 느끼기 싫어요.

언젠가 피터가 콜슨에게 보인 진심이다. 당시 콜슨은 필요 이상으로 저를 혹사시키는 피터가 걱정됐다. 그러나 진심을 듣고도 말릴 수 없었다. 스팁이 사고났을 당시, 토니 다음으로 도착한 게 콜슨이다. 그는 스팁의 사고보다 피터의 반응에 더 충격 받았었다. 서로밖에 없는 가족이라 유달리 돈독하다고는 느꼈지만 어린 피터의 반응이 이정도일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아마 토니가 그랬어도 피터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네 훈련 교관이 나타샤던가?
고문관은요. 기술 교관은 바튼이에요.
그럼 오늘은....
고문관이에요.

말 속에 한숨이 섞인다. 잠입기술 및 격투술을 가르치는 경우 훈련 강도가 특히 더해 훈련생들 사이에서는 고문관이라 불렸다. 아무리 이력이 난 피터라도 한숨이 나오는데는 나타샤가 고문관들 중에서도 으뜸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만큼 피터가 뛰어나다는 거지만 벌써부터 온몸이 욱신거리는 느낌에 훈련장으로 들어가는 피터의 어깨가 무겁다. 그너머 콜슨은 차마 보낼 수밖에 없는 부모의 심정으로 피터를 바라봤다.



아야! 아파.

만지는 곳마다 아프다며 엄살이다. 알면서도 스팁은 모른 척 피터의 등을 주물러줬다. 나타샤가 어찌나 열심히 굴렸는지 오자마자 한숨 자더니 다저녁에 근육통을 호소하며 주물러달란다. 등을 보이며 거실 소파에 엎드리는 통에 스팁이 허리에 올라타 앉았다. 소파를 피터가 다 차지한지라 자리가 없어서였다.

아! 아야!
많이 아파?
그 선생님 완전 메두사야. 임무 나간 동안 다른 사람이 해줘서 편했는데.
그럼 바꿔달라고 말해줄까?

피터는 침묵했다. 스팁도 알고서 꺼내본 말이다. 은근히 강단진 녀석은 어지간해서는 제 선택을 바꾸지 않는다. 말은 이렇게 해도 피터는 나타샤를 인정했고 그래서 그녀에게 배우고 싶었다. 물론 결과는 호되지만.
팔에 얼굴을 묻고 엎드려 있던 피터가 고개를 돌려 말했다.

선생님이 그러는데 엄마가 선생님보다 세다며? 자기도 못 이기면서 어떻게 엄마를 이길 수 있겠냐고 하던걸? 약올라 죽겠어.
나 이겨서 뭐하려고?
뭐 꼭 이기려는 건 아니고....

피터가 말을 우물거린다. 지켜주려는 거란 말은 나오지 않았다. 등을 주무르던 스팁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때 토니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토니와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토니는 충격 받은 눈이었다.

뭐야, 스팁. 나도 마사지해줘!

어린애처럼 소리친 토니가 달려들었다. 갑자기 엉킨 세 남자에 소파가 불쌍해지던 순간이다.



정말 이럴 건가?
....
토니.

스팁이 한숨 쉬었다. 침대에 등을 내놓고 엎드린 토니는 묵묵부답이다. 결국 스팁이 토니 옆에 앉았다. 별거로 다 질투하는 모양새에 할 말이 없을 정도다.

몸 위에 앉으라고. 그래서 제대로 할 수나 있겠어?
토니.
밖에서 열심히 일하고 온 가장이 얼마나 피곤한지 알아? 나도 위로 받고 싶다고.

얄미운 소리를 해대는 통에 스팁은 손에 힘이 들어가다 풀었다. 토니가 부탁을 들어주기 전에는 물러나지 않을 기세여서다. 그가 제대로 자리를 잡으려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토니를 세운 무릎 사이에 두었을 때다. 갑자기 몸을 돌린 토니에 휘청한 스팁이 손을 짚었다. 토니의 가슴이었다. 그가 씩 웃었고 스팁은 당황했다.

생각해보니 가슴이 아픈 것 같아. 지금 당신이 짚은 자리가 딱이네.
자네 정말....!

스팁의 양손목을 잡은 채 토니가 아래에서 허리를 움직였다. 옷 위로도 느껴지는 농밀한 감각에 스팁의 손끝이 떨렸다. 뭉근하게 움직이는 허리는 급하거나 격정적이지 않은 대신 노련함을 갖고 있다. 밤일로는 시작부터 남다른 토니를 스팁은 도저히 이길 수가 없었다. 또 정말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아니고서야 스팁이 진심으로 거부한 적도 없지 않은가. 때문에 토니는 엄지와 검지를 딱 부딪치며 조명을 껐고 무드 있는 음악을 플레이시켰다. 스팁은 수면등 하나만 켜진 방에 안심이 되는지 몸에 힘이 조금 빠졌다.

이제 할 마음이 들었어?
자네는 정말....
정말 뭐?

토니가 개구지게 눈을 치뜬다. 나이를 망각한 표정에 스팁이 내려다보며 웃었다. 웃음에 홀린 듯 토니가 멍해진 순간 스팁이 상체를 숙이며 그의 머리를 한팔로 감싸안았다. 토니의 귓가에 스팁이 속삭였다. 끝으로 더운 숨결을 한번 불어주자 방안에 알파의 페로몬이 짙어졌다. 반사적으로 스팁도 아래가 젖기 시작했다. 채우지 못한 허전함에 아래에서부터 찌릿한 감각이 올라왔다. 스팁이 몸을 반쯤 일으켰을 때 토니가 팔을 잡아당기며 빙글 몸을 돌렸다. 한팔로는 스팁의 어깨를 끌어안은 상태다. 근거리에서 둘의 호흡이 섞였다.

아줌마, 오늘 잠은 다 잔 줄 알아.

스팁이 입술을 미끄러트리며 웃었다. 유난히 색이 짙은 붉은 입술은 순진한 그 미소를 요부의 것으로 탈바꿈했다.



때로는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것도 괜찮다. 한팔은 머리에, 한팔은 스팁의 허리에 둔 토니는 그리 생각했다. 탄탄한 라인을 뽐내며 스팁이 움직였다. 살 섞고 지낸 게 몇해인데도 스팁은 아직 부끄러운 모양이다. 애꿎은 입술을 깨무는 걸 보자니 토니는 몸이 더 달아올랐다. 머리밑에서 손을 뺀 토니가 스팁의 가슴을 쥐었다. 스팁이 움직임을 멈춘다. 토니가 결합된 채로 상체를 일으켰다.

움직여야지. 나 한번도 사정하지 않았어. 대체 누구 좋으라고 하는 ㅅㅅ인 거야?

말 속에 웃음기를 감추지 않으며 토니가 보란 듯 제 몸에 뿌려진 ㅅㅈㅇ은 손가락으로 문지른다. 토니가 한번도 ㅅㅈ하지 않은 동한 스팁은 세번이나 ㅍㅈ했다. 얼굴이 붉어진 스팁이 고개 숙이자 토니가 입술을 찾아 물었다. 한번, 두번, 세번 짧게 이어지는 키스에 스팁이 눈을 감았고 토니는 양손으로 그의 허리와 등을 감쌌다.

해달라는 거야? 응? 스팁, 내가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어? 말만해. 뭐든지 다 들어준게.
뭐든지?
응, 그래. 이런 엉덩이를 가졌는데 뭔들 못해주겠어?

토니가 한손에 엉덩이를 세게 움켜쥐었다. 스팁이 낮게 신음했다. 벌써 몇번이나 해댄 덕에 스팁의 엉덩이가 맞은 듯 달아올라 있었다. 토니는 스팁을 눕히더니 일부러 몸을 거칠게 빼냈다. 스팁이 신음했고 아래는 울컥 액이 흘러나왔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던 토니가 말했다.

엎드려.

스팁은 예민해진 감각에 몸을 잘게 떨었다. 허리 아래는 제대로 힘도 들어가지 않았다. 그러나 일부러 알파로써 페로몬을 강하게 풍기며 한 명령에 스팁은 억지로 몸을 돌렸다. 푹 젖은 시트가 늪처럼 스팁을 휘어감았다. 정면으로 보이는 뒷모습에 토니의 눈이 음험하게 반짝였다. 토니는 곧 스팁의 허리를 휘어감으며 저를 한번에 밀어넣었다. 사정 없는 강한 삽입에 스팁이 흡 숨을 삼켰다. 토니는 일부러 끝까지 뺀 뒤 다시 깊이 삽입했다. 몸이 흔들리며 스팁의 팔꿈치가 꺾였다. 스팁은 피나도록 아랫입술을 물어대며 신음을 삼켰다. ㅎㅂ위는 스팁이 좋아하지 않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잘 느끼는 체위기도 했다. 때문에 이 자세에서 스팁은 쉽게 이성을 잃었다. 토니는 스팁을 달구려 일부러 깊은 삽입을 반복했다. 팔 안에 머리를 가둔 스팁은 상체가 거의 무너진 상태다. 깊이 찔러올 때마다 머리를 저으며 몸서리치던 그는 결국 몆번째의 ㅊㅅㅈ에 몸을 떨며 ㅍㅈ했다. 그럼에도 토니는 여운에 떨림이 가시지 않은 스팁을 무시하고 본격적으로 움직임을 시작했다. 완전히 무너진 스팁의 무릎을 세우게 하고 가슴을 등에 묻어 체중을 싫더니 목덜미를 이로 지분거리며 깊고도 빠른 움직임이 계속됐다. 스팁은 절정에서 연달아 터지는 감각에 생리적인 눈물이 흘렀다. 제대로 소리조차 나오지 못한 절정의 연속은 결국 스팁을 애원하게 만들었다.

토니, 토니, 제발. 흡! 토니.
하아, 스팁. 스티브, 허니. 자기 정말 최고야. 알아? 자기 정말.... 으읏!

토니도 흥분하기는 마찬가지다. 자꾸만 노팅돼 일어서려는 본능을 억누르기에도 급급했다. 그의 것이 슬그머니 촉을 세울 때마다 스팁은 순식간에 온몸이 풀렸다. 그럴 때면 토니는 허리를 안은 팔에 힘을 줘 스팁의 하체를 일으켰다. 스팁은 도저히 버티기 힘든 감각에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토니, 제발 빨리 좀, 흐윽! 제발, 윽! 토니! 토니 그만, 죽을 것.....!
엄마! 괜찮아?!

천상에서 나락으로 떨어지는 게 이런 기분일까. 벌컥 열린 문에 마침 끝에 다달았던 토니가 통제력을 일었다. 그토록 존재감을 과시하고 싶어하던 본능이 ㅍㅈ의 순간 토니가 당황한 틈을 타 잔뜩 일어섰다. 짧지 않은 ㅅㅈ의 순간 동안이지만 토니는 제것이 노팅됐었음을 직감했다. 스팁은 침대에 박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토니만이 아무렇지 않게 스팁에게서 조심스레 저를 빼내며 몸을 일으켰다. 빠져나가면서 자극당한 내벽에 스팁이 이미 너덜거리는 입술을 힘껏 물며 신음을 삼켰다. 나체의 토니가 축축한 이불로 스팁의 몸을 가린 뒤 침대 옆에 섰다. 악몽에 언제나처럼 스팁을 확인하러 왔던 피터는 코앞에서 당한 테러에 넋이 반쯤 나간 상태다.

피터, 니 동생 생길 것 같다.
축하드립니다. Sir.

침묵의 방 안에서 토니가 심각하게 내뱉는 말을 들어주는 이는 자비스밖에 없었다.
[Code: 50c1]
2015.03.31 (15:33:44) 신고
ㅇㅇ
ㅠㅠㅠㅠㄹㅇ 닳도록 복습한무순이다 ㅠㅠ 외전도 너무 좋아ㅠㅠㅠㅠㅠ 최고
[Code: 7091]
2015.04.25 (00:42:22) 신고
ㅇㅇ
모바일
봐도봐도 존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298a]
2015.05.26 (08:47:44) 신고
ㅇㅇ
모바일
선생님 2부 가시죠ㅠㅠㅠㅠㅠㅠㅠ
[Code: 313e]
2015.12.05 (20:26:56) 신고
ㅇㅇ
모바일
아 진짜 존잼꿀잼ㅠㅠㅠㅠㅠ실시간으로 봤을때도 정말 좋았는데 다시 보니까 더 좋다ㅠㅠㅠ센세 사랑해ㅠㅠㅠㅠ
[Code: 342e]
2016.08.04 (19:43:54) 신고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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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는 천재만재 내꺼야
[Code: cfdf]
2016.08.11 (22:27:03) 신고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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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좋다 천번만번 읽어야지!!!!
[Code: 5c8c]
2016.08.29 (03:02:03) 신고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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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진짜 고맙고요... 고맙습니다...
[Code: b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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