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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27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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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토니가 잘나도 맨몸으로 나타샤를 이기기는 힘들다. 빡친 블위는 더 승산이 없다.

아! 아야.
가만있게.

스팁이 화난 음성으로 대꾸했다. 여기저기 안 맞은 데가 없는 토니다. 다행인 건 모두 타박상이라는 거다. 나타샤가 기술적으로 때린 덕이다. 다만 눈에 든 멍은 어떻게도 할 수가 없었다. 붓기를 빼려 얼음주머니를 대자 스팁의 허벅지를 베고 누운 토니가 앓는 소리를 냈다. 말은 차도 손은 부드러운 스팁이 작게 한숨 쉬었다.

덤빌 사람한테 덤벼야지. 나타샤는 봐주는 게 없네. 자네도 모르지 않으면서.
제길, 당신이 말리지 않았으면 이겼어. 여자라 봐준 거야.
나타샤가 그냥 여잔가?

스팁이 얼음주머니를부드럽게 둥글리며 말했다. 그래도 토니라고 이꼴을 보니 가슴이 아프다. 덩달아 어젯밤 이 거실 소파에서 잔 토니에게 미안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들어줄걸 싶던 스팁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스팁이 정신을 가다듬으려 도리질했다. 아래 누워있던 토니가 한쪽눈으로 스팁을 보고 있었다.

아이는 크려면 한참 멀었어. 설마 쟤 장가갈 때까지 기다리라는 건 아니지?
그건 아니네.
저기 스팁. 오해하지 말고 들어봐. 정말 그... ㅂㄱ부전인 건.... 간혹 출산 뒤 ㅅ욕이 줄어드는 사람도 있다고는 하지만 우리 아직 신혼이라고.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한참 고민하다 뱉은 소리에 의문이 가득했다. 그래서 토니는 정말 화가 났다. 부부생활에 ㅅㅅ가 전부는 아니지만 매우 중요한 건 사실이다. 그걸 몰라주는 스팁에 토니는 혼자만 ㅂ정난 짐승이 된 기분이다. 욕망에 충실한 토니는 그런 자신을 흉보는 것에 개의치 않지만 이번에는 상처받았다.

그만 가볼게.
아직 붓기가 남았네.
그건 걱정되나?

상체를 일으킨 토니가 차게 물었다. 스팁은 그가 왜 화났는지 모른다. 토니는 한숨쉬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쉴드에서 내 도움이 필요하대. 내일 합류할 거야. 이삼일 정도 걸리니까 알고 있으라고. 그리고 오늘은 난 따로 잘게. 또 어제처럼 나 혼자 짐승되는 건 사양이야.

스팁이 불러보지만 토니는 못 들은 척 나갔다. 혼자 남은 거실에서 스팁은 이제 정말 상담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쉴드 내 휴게실에서 콜슨은 스팁과 마주했다. 아이를 앞에 안은 스팁을 오가는 요원들이 쳐다봤다. 콜슨이 봐도 청글인 스팁이 이목을 끄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주변 시선이 달갑다는 건 아니다.

전화했으면 제가 갔을 텐데요.
바쁜 사람을 오라가라 할 수는 없지. 갑자기 찾아와 미안하네. 그래도 얘기할 사람이 자네밖에 없어서.

스팁의 어깨가 축 쳐졌다. 우울한 표정도 청글이라 애엄마가 분명한데도 주변이 들썩인다. 쉴드에는 캡틴 연모해온 사람이 많다. 토니와 결혼해 애까지 낳은 뒤 한풀 꺾였던 연심은, 그러나 애엄마가 돼서도 여전한 외모에 다시 술렁이게 마련이다. 더욱이 임신당시 고비를 넘기며 전에 없던 처연함이 생겨 청순한 외모가 더 빛을 발한다. 콜슨은 무심코 지켜주고 싶다 생각한 자신을 속으로 타박했다.

나타샤 요원이 아까 화나서 돌아오던데 혹시 토니 일인가요?
아... 무관하지는 않아.

쌕쌕거리며 잠든 피터의 머리를 매만지며 스팁은 난처하게 웃었다. 콜슨이 방문했을 때 벌어진 사단에 말도 못 붙인 용무를 오늘 나타샤가 대신 보러 갔었다. 그리고 콜슨은 나타샤에게 무슨 일이 있냐며 바튼이 전화했을 때 씩씩거리며 들어온 나타샤를 봤다. 콜슨과 눈이 마주친 그녀는 이번 임무에서 아이언맨을 죽여버릴 거라며 이를 갈았다. 그래서 콜슨은 바튼을 호출했다.

-저 지금 임무 중...
-더 중요한 일입니다. 당장 다른 요원을 보낼 테니 중지하고 나타샤와 합류하세요. 그리고 절대 블랙위도우와 아이언맨 둘만 남겨두지 마세요.

당황한 바튼에게 제대로 설명도 못하고 전화를 끊은 게 약 세 시간 전이다. 현재 콜슨은 시집 간 딸이 행복하지 못한 모습을 본 것 같은 얼굴이었다.

전 준비됐어요. 무슨 얘기든 해보세요, 캡틴.

그는 인자한 미소를 담아 상체를 테이블 쪽으로 기댔다. 스팁이 안심하도록 나름대로 배려하는 거다. 덕분에 스팁은 간신히 말문을 열었다.

아... 그렇군요. 그래서 토니가 화가....
내가 옛날 사람이라 그런가?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어.

대강의 설명 뒤, 스팁은 토로하듯 말했다. 이제 좀 외모를 따라가는 표정이 나온다. 실제 나이는 많지만 인생 대부분을 얼어있던 사람이다. 겪은바가 없으니 나이만 먹었지 모르는 게 많은 건 당연하다. 전에도, 그리고 현재도 캡틴은 나라와 사람을 지키는 것밖에 모르던 이다. 그런 이가 처음으로 자신에게 관심을 가진다. 물론 주제가 주제라 아직 총각인 콜슨도 쑥쓰럽지만 달리 보면 좋은 기회였다. 하필 처음부터 토니를 만나 ABC는 커녕 DEF부터 배운 스팁이다. 옛날사람에 고지식한 스팁에게는 컬쳐쇼크가 따로없다. 덕분에 그쪽으로 더 방어적이 된 건지도. 콜슨은 순서가 좀 바뀌었지만 ㅅ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잠시 심호흡을 한 콜슨이 말했다.

캡틴, 조용한 곳에서 얘기할 수 있을까요?



콜슨을 통해 많은 정보를 수집한 스팁은 타워에 돌아온 뒤 생각이 많았다. 대체로 토니가 요즘은 다 그렇게 한다면 주입한 ㅅ지식은 거짓말이었다. 야외 플레이가 일반적이라거나, ㅅㅅ중에 사진, 동영상 촬영 등을 해 앨범으로 남긴다거나 하는 등의 얘기 말이다. 스팁은 요즘 사람이라면 다 하는 일이라 생각하며 ㅅㅅ 중 토니가 들이대는 카메라도 부끄러움을 무릅쓰며 참았었다. 이렇듯 경험에 빗대어 조심히 물어보는 스팁에 콜슨이 뒷목을 잡은 건 당연하다. 그럼에도 싸움의 주 원인에 대해서는 확실히 스팁의 잘못을 지적해줬다. 스팁은 오랫동안 본인의 욕구를 무시해온 사람이다. 사소한 것 하나도 나라와 국민을 위해 포기하는 이다. 나라를 위해 얼음바닥에 처박힌 사람이란 이토록 자신을 내버리는 존재다. 그래서 콜슨은 스팁이 좀더 자신을 돌아봤으면 했고 그러자면 기본적인 욕구부터 깨달아야 한다.

-그.. 한번이라도 캡틴이 원해서 한 적은 있나요?

콜슨이 난처해하면서도 진지하게 물었었다. 스팁은 고개를 저었다. 시작은 매번 토니가 원해서였다. 스팁은 마지못해 끌려가는 역이었다. 콜슨은 이부분에서 토니에게 연민을 느낀다. 한쪽만 원하는 관계는 언제나 서글프다.

-그렇다고 내가 토니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네.
-때론 표현해야 해요. 마음만으로는 부족할 때가 있잖아요. 당신이 사랑해주는 걸 알지만 피터도 표현을 요구하잖아요. 그때 스팁은 외면하나요?
-그건... 피터는 아이지 않나. 아이는 내가 아니면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토니는...
-당신이 요구해준다면 토니는 분명 기뻐할 겁니다. 그리고 좋은 부부관계는 아이에게도 분명 좋은 영향을 미칠 겁니다. 꼭 해가 되는 것만도 아니에요.
-그럴까?
-그럼요. 당신과 토니가 싸우면 피터가 불안해하지 않겠어요? 아이는 아빠도 필요해요. 관계 후에 힘들어서 아이 보는 게 힘들면 토니에게 미뤄도 돼요.
-하지만 그는 바쁜 사람이야. 혼자 어떻게 그 많은 일을 하는지 놀라울 정도라고. 그에게 나까지 부담이 될 수는 없어.
-부담이 아니에요. 다시 말하지만 토니는 분명 기뻐할 거예요.

멍하니 거실 소파에 앉아 있던 스팁이 정신을 차렸다. 피터는 스팁의 ㅈ을 문 채로 잠들었다. 스팁이 조심히 피터를 고쳐 않았다. 아이를 침대에 눕힌 스팁이 거실로 나왔다.

자비스, 토니는 어디 있나?
작업실에 계십니다.
그... 내가 내려간다고 말 좀 전해주겠어? 아, 그리고 피터르니 부탁하네. 깰 것 같으면 얘기 좀 해주게.
예, 스티브님.

자비스는 뮤트 상태여도 질문에는 대답하게끔 설정돼 있다. 스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토니의 작업실로 향하는 동안에도 갈등했다. 하지만 어느새 작업실 앞이었고 말하기도 전에 자비스가 문을 열었다. 들었음이 분명할텐데 토니는 작업대에서 돌아보지도 않았다. 큰 홀처럼 된 작업실 한쪽은 여러 타입의 아이언맨 수트가 진열돼 있다. 새 타입의 수트를 만드는지 작업대에는 조각으로 나뉜 고철들이 보였다.

토니, 얘기 좀 하고 싶은데.
내일 임무도 있고 슈트를 업그레이드 하려면 앞으로 여섯 시간은 이러고 있어야 돼. 즉, 바쁘단 소리야.
토니.
스팁, 미안한데 정말 나 바빠.

스팁의 걸음이 멈췄다. 제 마음 편하자고 바쁜사람한테 눈치 없이 찾아왔구나 싶어서다. 결국 스팁은 돌아섰다.

거짓말이야. 나 지금 뻘짓하는 거 안 보여? 이거 전원도 안 들어와 있다고.

반쯤 돌아선 스팁을 향해 빙글 의자를 돌린 토니가 뽑힌 코드를 보여준다. 괜한 심술에 마음만 철렁한 스팁이다. 토니는 공구를 작업대에 올려두고 스팁에게 다가왔다. 청바지에 셔츠차림인 토니는 오랜만이다. 작업실이니 편한 차림을 한 거겠지만 스팁은 괜히 가슴이 두근거렸다.

무슨 얘기가 하고 싶은데?

토니가 뒷주머니에 손을 꽂으며 멈춰섰다. 적당히 먼 거리에서 마주보게 된 둘이다. 늘 먼저 다가오던 토니여서 이런 일은 오랜만이다. 거리만큼 낯선 느낌에 스팁은 헛기침을 했다. 작업대 위에 스탠드가 있을 뿐, 전체적으로 조명을 어둡게 한 덕에 토니의 얼굴로 짙은 음영이 졌다. 스팁은 다른 남자와 있는 기분이 들었고 제가 한 생각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 미안하네. 내가 눈치도 없고 둔하잖나. 그래서 자네를 힘들게 했어.
.....알았어, 스팁. 화풀게. 이제 됐지?

토니가 돌아섰다. 스팁은 이게 아닌데 싶었다. 마음따라 움직인 다리에 토니가 손에 닿았다. 팔을 잡으니 토니가 등을 보인 채 멈춘다. 그게 못내 아쉬워 스팁은 토니의 어깨에 이마를 비볐다.

-우선은 화부터 풀어야 하니 토니가 좋아할만한 걸 먼저 말해보세요.
-작업실에서 해보고 싶어. 내가 연구할 때마다 당신이 떠오르겠지?

스팁의 머리속에 낮에 콜슨이 한 조언과 예전 토니가 했던 말이 교차했다. 스팁에게는 어림도 없는 소리란 걸 알아서 희망사항으로 말만 꺼냈던 토니다. 그래서 스팁은 오는 동안 연습한 말을 꺼내기노 했다.

저... 토니, 내가 지금 저 작업대 위에서 자네와 하고 싶대도 거절할 건가?

꿈은 이루어진다.



14


와르르 물건이 쏟아졌다. 작업대가 덜컹이며 흔들린다. 그 위에 앉은 스팁은 이미 바지가 벗겨진 상태다. 벌어진 다리 사이에 자리한 토니가 스팁의 어깨와 목덜미에 코를 박았다. 한손의 허리에, 한손은 엉덩이를 주물러댔다. 단추만 몇 개 풀린 남방이 스팁의 어깨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었다. 엉덩이를 만지던 손이 상의 속으로 들어가 ㄱㅅ을 세게 움켜쥔다. 절로 나오는 신음에 스팁의 몸이 굳었다.

하아, 제길. 혹시 ㅋㄷ 가지고 왔어?
아....
뭐야, 잡아먹어달라고 오면서 그것도 없이 왔어? 응큼하긴.
그런 게 아니, 아! 너무 깊....!

예고없이 아래를 찔러 들어오는 손가락에 스팁이 등을 둥글게 말았다. 스팁의 허리를 받친 손 앞에는 유려하게 움직이는 다른 손이 있다. 토니는 드러난 어깨에 잇자국을 내며 젖기 시작한 곳을 휘저었다. 움찔한 스팁에 위태롭게 있던 물건이 또 떨어진다. 털썩 소리에 스팁이 고개를 슬쩍 돌리자 아이언맨의 손이 보인다. 좀전 토니가 업그레이드한마며 만지던 것 중 하나다. 토니는 다른 데 팔 정신이 있냐며 거칠게 손가락을 뺐다. 그러더니 제것을 쾅 박아넣었다. 노팅되지 않았어도 제대로 준비도 없이 받아들이기는 버거웠다. 스팁이 괴로운 듯 신음했고 토니는 조이는 압박감을 즐겼다. 평생 있으래도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단순한 ㅅㅅ가 주는 즐거움 이상의 것이 토니를 채웠다. 그가 만족스런 신음을 흘리자 작업대를 꽉 쥐고 있던 스팁의 손에도 조금 여유가 생겼다.

...안 움직이나?
조금 이따가. 지금도 기분 좋아.

호흡을 따라 조이는 근육이 느껴졌다. 토니는 스팁의 어깨에 이마를 기대며 한 팔을 무릎 뒤에 넣었다. 한쪽 다리가 접혀올리며 스팁이 끙 앓는 소리를 냈다. 미묘하게 달라진 각도에 ㅅㅇ이 더 깊어졌다. 그것은 스팁을 기쁘면서도 조금 괴롭게 했다.

그냥 움직이게.
천천히, 즐겨야지.

토니가 거칠어지는 숨을 조절하며 답한다. 스팁은 갑자기 엄청 부끄러워졌다. 절로 숙여지는 고개 사이, 목덜미가 새빨갛다. 이제와 제가 무슨 말을 했나 싶은 거다. 톤다운된 방이라도 조명이 다 켜진 작업실은 뻥 뚫린 공간이다. 덕분에 말소리가 울리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런 공간에서 뭘 하는지 떠올리니 스팁은 제가 퇴폐스러워진 기분이다. 결국 더 참지 못한 스팁이 보채듯 조이자 토니가 어깨를 문지르며 달랜다. 동시에 왈칵 터진 ㅇㅇ이 작업대를 타고 뚝뚝 떨어졌다. 스팁은 미칠 것 같았다.

토니, 토니 제발 움직여주게!
워워, 스팁? 허니, 진정해. 창피할 거 하나 없다고.
그냥 움직여, 읏!
알았어. 알았으니까, 보채지, 말라고, 흣! 스위티!

토니가 조금씩 허리를 움직이며 스팁을 달랬다. 괴로워하는 정신에 비해 몸은 단순했다. 윤리의식으로 똘똘 뭉친 캡틴도 육신은 다를 게 없었다. 오히려 그간 눌러온 여파로 더 달아오르는지도 모른다. 오랜만이라는 걸 감안해도 평소보다 예민한 감도에 어느새 토니까지 흥분하고 말았다. 그는 느긋하게 하려던 생각은 어디가고 어느새 작업대가 쿵쿵 벽과 부딪치도록 박아대고 있었다. 그밤, 토니는 기어코 스팁을 울렸다.



토니는 하루종일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지난 밤의 스팁을 생각하니 콜슨이 고마울 지경이다. 전보다는 덜하나 스팁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는 건 토니의 취미다. 덕분에 그는 콜슨의 공로를 기억한다.
토니는 작업실 소파에서 불편하게 잠든 스팁을 떠올렸다. 토니가 연구에 몰두하다 쪽잠을 자던 소파에 담요를 덮고 자던 스팁은 간간히 끙끙거렸다. 울어 부은 눈가가 사랑스러웠었다.

간밤의 캡틴은 정말 먹음직스러웠지.

저도 모르게 흥얼거리며 한 혼잣말에 페퍼가 지친놈 보듯 했다. 머쓱해진 토니가 의자에서 일어섰다.

피터가 잘 있나?

그는 피터를 들먹이며 황급히 자리를 떴다. 오늘부터 임무 때문에 스팁과 떨어져야 한다는 게 토니는 억울했다. 지원을 부탁했으니 적당히 하고 빠져야지 생각한 토니가 자비스어게 스팁이 어디 있는지 물었다. 알맞게도 트레이닝실에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옷은 뭘 입고 있어?
흰 티셔츠에 곤색 트레이닝 바지입니다.
영상 띄워봐.

전용 엘리베이터 내에 영상이 떴다. 그는 런닝머신에서 뛰고 있었다. 전에는 새벽마다 조깅을 나갔는데 피터 때문에 지금은 쉽지가 않다. 저러다가도 피터가 울면 바로 뛰어가야 한다. 토니는 사람을 붙여줄까 했지만 스팁이 거절했다. 그는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주는 의미가 크다고 했다. 더불어 일 때문에 바쁜 토니에게 미안해하기도 했다. 덕분에 그때 토니는 제가 왜 일하는지를 느끼며 뿌듯해했었다.

피터는 뭐하고 있지?
트레이닝실에서 주무시고 계십니다.

그 말을 끝으로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토니는 트레이닝실로 거침없이 걸어갔다. 문이 열리기 무섭게 런닝머신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격렬했던 지난밤도 스팁이 몸은 벌써 지운 모양이다. 회복이 빠른 건 좋지만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한 게 토니는 지난밤이 꿈은 아니었을까 의심이 들었다. 빠른 회복력 덕에 스팁의 몸은 키스마크도 빨리 사라졌다. 간밤 그렇게 잘근잘근 씹어댔던 목 뒤가 깨끗한 걸 보는 토니의 얼굴이 복잡하다.

스팁.
아, 왔나?
가기 전에 얼굴 좀 보려고.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어?
빌어먹을 쉴드 놈들이라니까. 남의 신혼을 무시해도 유분수지.

어제 따로 자겠다 말하던 이는 오늘 쉴드를 욕하고 있다. 런닝머신에서 내려온 스팁이 땀방울 흐르는 얼굴로 웃었다. 콜슨은 조언 덕인지 토니는 예전으로 돌아와 있었다. 스팁이 목에 두른 수건으로 얼굴을 닦았다. 스팁 개인 공간치고 넓은 이곳은 한쪽에 쉴 수 있는 휴게공간과 스낵바도 있다. 스낵바라 해도 대개가 프로틴바나 이온음료 등이었지만.

애는 이렇게 데려온 거야?

토니가 유모차 앞에서 물었다. 피터는 그 안에서 자고 있다. 애들은 하루가 다르게 자란다지만 피터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새삼 많이 안아보지도 못했구나 싶은 토니가 아이를 조심스레 안았다. 묵직한 무게가 뿌듯했다.

나도 빠르기는 했는데 이녀석은 더 빨리 크는 거 같아. 왜이리 무거워?
그래서 서운한가?
흠... 아니라고는 할 수 없지만 뭐, 애들은 원래 빨리 자라니까.

토니가 피터의 등을 토닥였다. 아이는 쌔근거리며 잘도 잤다. 곁에 다가온 스팁이 흐뭇하게 둘을 봤다. 그러다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저... 어제 말이네. 왜 안에다 하지 않았나?
응?
그... 어제 작업실에서... 그러니까 왜....

무슨 말인가 싶더니 왜 안에다 ㅅㅈ하지 않았냐는 소리다. 토니는 마지막에 꼭 스팁에게서 빠져나와 밖에다 처리했었다. 아쉽지만 ㅋㄷ이 없으니 할 수 없었다. 스팁은 하루종일 그 일로 고민한 듯싶다. 그런 스팁에 토니는 이 아줌마 안되겠네라고 생각했다.

임신하면 안 되니까.
무조건 되는 것도 아니잖나.
그런 거로 도박하기 싫어.
.....
무서운 아줌마네, 캡시클. 어제 그 생각까지 하고 있던 거야? 벌써 아이가 가지고 싶을 리는 없을테고.

토니는 여전히 피터를 안은 채다. 스팁을 빤히 쳐다보던 그가 피식 웃었다.

나 전혀 부족하지 않아. 다시 말하지만 스팁, 애초에 난 당신만으로도 충분했다고.
하지만.....
이 얘기는 여기서 끝내자. 스팁, 난 당신 없인 아무것도 필요없어.

죄책감도 있었다. 보통의 오메가만 만나도 원하는만큼 아이를 가질 토니다. 그런데 자신 때문에 물거품이 된 것 같다. 그래서 무의식중에 임신을 노렸는지도 모른다. 모든 걸 알아챈 토니는 그저 웃었다. 솔직히 서운하기는 하지만 내뱉은 말이 더 진심이다. 토니는 스팁 없이는 아무것도 필요없었다.

피터를 정말 잘 키우면 되지. 사랑을 쏟아붓는 거야. 그김에 돈도 쏟아붓고. 돈맛을 안 녀석이 나중에 스타크사를 더 크게 키우겠지. 그때쯤에는 나랑 세계일주나 하자고.
정말 그것으로도 족한가?
아아, 물론. 대신 나 두고 어디 가지 마. 그거면 돼.

달콤한 속삭임에 스팁이 웃었다. 토니도 따라 웃으며 스팁의 볼에 키스했다. 다녀올게. 멀어지기 전, 토니가 귓가에 말했다. 피터를 다시 유모차에 눕힌 토니가 일어서자 스팁이 짧게 입술을 부딪쳤다.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테니 몸조심하게.

듣고 싶었던 바로 그 말에 토니가 웃었다.



출산과 함께 캡틴이 잠시 활동을 중단한 건 암묵적으로 다들 아는 사실이다. 아이언맨과 캡틴의 아이니 언론에서도 앵글에 담으려고 혈안이지만 나쁜 의미로도 피터는 주목받았다. 때문에 캡틴은 피터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육아에 매진했다. 캡틴 아메리카가 있는데 누구라도 쉽게 피터를 해코지할 마음을 먹기는 힘들다. 그리고 여기, 모든 걸 다 알고 이해하지만 언짢은 남자가 하나 있었다.

우리 다 죽고 올 생각이었습니까?
안 죽었으면 됐잖아.
예예, 우리 팀이 워낙에 잘난 덕분이죠.

럼로우는 방금 죽을뻔한 걸 살려준 은인에게 빈정댔다. 아이언맨은 럼로우를 노린 빔을 무력화시키며 갑판에 안착했다. 이곳은 싸움이 한창이었다. 인질의 안전을 확보한 뒤 본격적으로 해적들을 잡기 위한 교전 중이다. 치열한 공방전 속에서도 럼로우와 아이언맨의 입쓰름은 계속됐다. 그러면서도 신기한 건 서로의 후방지원에 한치 오차도 없다는 거다.

늦을 거면 다음부턴 아예 오지 마십쇼!
겨우 오분인데 나 없이 그렇게 힘들었나?
흥! 없는 줄도 몰랐습니다.

뛰고 구르면서도 럼로우는 정확히 타겟을 조준했다. 한발 한발이 치명상이었다. 토니는 갑판의 상황이 얼추 정리되자 럼로우 앞에 내려왔다. 갑판은 새발의 피인듯 안에서의 교전이 더 요란했다. 배는 상당히 컸고 안에서는 뻥뻥 화력이 터지는 중이다. 중간중간 배가 심하게 진동하자 마스크를 연 토니가 얼굴을 구겼다. 화장으로 가린다고 했는데도 토니의 한쪽 눈에 잡힌 멍을 럼로우가 발견했다.

배 가라앉힐 일 있나 누가 무식하게 쏴대는 거야?
우리팀은 아닙니다. 그런데 눈....
나타샤는?
배 중앙부로 내려갔죠. 망루에는 이미 호크아이가 올라가 있습니다. 저, 눈이....
인질은 구했고?
지원팀이 퇴로를 확보 중입니다. 눈이 왜...
그럼 내가 뭘 해주면 되지?

토니는 연신 말을 자르며 물었다. 럼로우도 조금 짜증난 듯했다. 토니는 그를 무시하며 마스크를 닫았다. 그때 사방에서 조명이 비춰진다. 현재 배를 중심으로 비슷한 크기의 배가 네다섯척은 됐다. 아무리 이곳이 태평양 한가운데라지만 대놓고 움직이는 모양새에 토니도 기가 질린다. 통째로 배를 가라앉히려는 심사인지 만만찮은 화력의 무기들이 집중됐다. 쉴드에서도 혀를 내두를 규모의 해적이라더니 말이 과장은 아닌 모양이다.
전방위 지원. 나타샤가 한 말이 떠오른다. 덧붙여 날아다니면서 빔이나 좀 쏴달라고도 했다. 덕분에 느긋하게 온 토니는 나타샤의 비열한 얼굴이 떠올랐다. 물론 그녀가 정말 그런 표정을 지었다는 건 아니다.

나보고 저걸 다 맡이라고?
그래서 호크아이가 망루에 대기 중이지 않습니까.
퍽이나 든든하구만!
통신 주파수나 맞추싶쇼. 나중에 도와달라고 하지나 말고.
그런데 넌 왜이렇게 비뚤어졌어?
저 원래 비뚤었습니다. 그럼!

갑판으로 포탄이 떨어졌다. 럼로우가 몸을 굴렸다. 상공으로 날아오른 토니는 럼로우가 무사한가 확인했다. 가뿐하게 일어난 그가 여보란 듯 아이언맨은 향해 씩 웃으며 손인사를 했다.

블위한테 맞았다면서요? 안그래도 언젠가 한번 맞겠다 싶었습니다.
!!!!!

이어마이크를 통해 할 말만 하고 배 안으로 들어가는 럼로우다. 주파수를 잡기 무섭게 들려온 소리였다. 그러나 아이언맨은 눈앞으로 날아온 포탄에 집중해야 했다.



15



캡틴이 자기 일에 둔해빠진 사람이란 거 토니에게는 매우 다행한 일이다. 그도 그럴 게 럼로우만 해도 몇년을 같이 일해놓고 스팁은 전혀 몰랐다. 토니만 해도 한눈에 알아본 걸 말이다. 그러니까 토니와 스팁이 처음 사귀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그거 진짜 가슴입니까?

당시 더 FM이던 스팁은 밀가루 같은 얼굴이 순식간에 빨개졌다. 럼로우는 재밌다며 킬킬대고 웃었다. 그는 캡틴이 해동되고 난 뒤 토니다음으로 봉착한 난관이었다. 처음 사사건건 부딪치던 토니와는 마음을 알게 되면서 문제도 사라졌다. 그런데 이번에 새로 일하게 된 스트라이크팀의 리더가 복병일 줄이야. 캡틴을 백업하는만큼 팀원들도 모두 수준급 실력자다. 그런 날고 기는 놈들의 리더니 얼마나 잔뼈가 굵었겠냐 싶지만 작전 때도 그랬고 꼭 스팁에게 성적 농담을 하는 거다. 가슴 드립만도 벌써 열번이 넘어가건만 스팁은 한결같은 반응이다.

-한번 만져보게 해주십쇼.
-그, 그만하게!
-장난입니다, 장난. 순진하시긴.

큰소리로 웃은 럼로우가 장난스레 검지와 중지를 이마에 갖다대며 손인사했다. 쉴드 내 복도에서 마주쳤던 터라 그의 옆에는 스트라이크팀원도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스팁 빼고 다들 즐거웠다. 특히 유쾌해보이는 럼로우는 좀 짓궂은 남자아이 같았다. 그래서 스팁은 그의 장난에 악의가 없음을 안다. 그러나 좋았던 분위기는 여기까지였다.

-맞아, 내가 며칠전에 창녀촌에서 잔 여자보다 캡틴 가슴이 더 글래머라니까. 거기다 오메가니까 아래도 죽여주겠지?

저희들끼리 킬킬거리는 분위기에 휩쓸려 팀원 하나가 입을 연다. 이들은 럼로우가 손인사를 한 뒤 스팁을 등진 상태다. 그러나 거리는 가까웠고 스팁은 성적 뉘앙스가 짙은 남자의 비아냥을 들었다. 이번에는 상처받지 않을 수가 없다. 거친 녀석들 사이에 스팁은 때로 곱상한 얼굴과 오메가라는 이유로 이런식의 희롱을 당했다. 이번에도 그때처럼 참고 넘어가자 생각한 스팁은 못 들은척 모퉁이를 돌았다. 그리고 여기서부터는 토니가 본 장면이었다.
스팁을 찾아 쉴드를 돌던 토니는 럼로우가 한손으로 190은 족히 넘는 남자의 멱살을 잡아 벽에 밀치는 걸 봤다. 그는 괴로운지 컥컥거리며 숨넘어가는 소리를 냈다.

-캡틴이 니 친구냐?
-컥, 난 장난친.... 헉!
-그는 너같은 게 함부로 주둥이를 놀려도 되는 사람이 아니야. 그딴식으로 할 거면 당장 짐싸들고 꺼져! 엉덩이에 총알 박히기 전에!

럼로우는 진심이었다. 토니는 저자가 얼마나 잘못을 했나는 관심없었다. 문제는 귀에 박힌 캡틴이다. 뒤늦게 토니를 눈치챈 럼로우가 거칠게 놓자 남자가 벽에 미끄러진다. 화나면 개같은 리더의 성격을 아는지 동료들이 남자를 부축해 먼저 움직였다.

-리더가 캡틴 얘기에 민감한 거 알면서 그랬냐? 하여간 입이 방정이라니까.
-나도 모르게 나온 거라고!

토니의 곁을 지나던 중 나온 동료의 핀잔에 목을 만지던 남자가 불평했다. 토니는 저를 보는 럼로우의 시선을 받아쳤다. 쉴드를 오가며 스친사이인 둘이 이렇게 마주하는 건 처음이다.

-스팁이 이쪽으로 갔나?
-모퉁이를 도는 것까지 봤습니다. 캡틴을 찾나요?

고개를 끄덕인 토니가 발을 옮겼다. 옆을 지나던 순간 토니는 팔을 잡혔다. 럼로우도 우성까진 아니지만 그에 근접할만큼 뛰어난 알파다. 그러니 스트라이크의 덩치들을 애들 다루듯 하는 거다.

-둘이 사귑니까?
-소식 한번 빠르네. 스팁이 말해주든?
-눈치로 깠습니다. 스팁은 한마디도 안 하던데요? 아마 비밀로 하고 싶은가 보죠.

비꼬는 게 분명한 음성에 토니가 픽 비웃었다. 럼로우가 인상 쓰며 쳐다봤다.

-캡틴한테 아무것도 아닌 너한테까지 말할 이유가 없는 거지. 안 그래? 아, 이번에 캡틴 백업한 놈이지 너? 스팁이 일 잘한다고 칭찬하더라. 그러니까 백업이나 잘해, 멍청아.

여유만만한 작태가 럼로우의 속을 더 뒤집었다. 그도 입꼬리를 비틀어 웃어주니 토니가 잡힌 팔을 빼며 어깨를 툭툭 쳐준다. 웃는 얼굴로 공기가 서늘할만큼 신경전이 이어지던 차, 볼일이 끝난 스팁이 다시 모퉁이를 돌아 나타났다.

-토니?
-아, 스팁. 임무 끝내고 복귀했다기에 보러 왔어.
-일부러 오지 않아도 되는데.

두 알파간에 승패를 정해준 것도 스팁은 몰랐다. 토니를 보자 화장이라도 한 듯 유난히 붉은 입술로 미소를 감추지 못하는 스팁이다. 그는 토니밖에 보이지 않는 듯하다. 기세등등하던 럼로우가 조용히 멀어지던 것도 스팁은 절대 모를 터였다. 오직 토니만이 알고 승자의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펑펑 터지는 소리에 럼로우는 귀를 막아야 했다. 배로 향하는 무차별 폭격에 한쪽에서는 불길이 치솟았다. 인질들은 안전거리까지 와 있다는 백업팀의 무전이 들렸다. 이어 나타샤의 임무 완료 통신이 들어오고 럼로우는 팀원들에게 철수를 알렸다. 그래도 아이언맨이 밖에서 열심히 타겟이 되주는 덕에 시간을 벌였다. 럼로우는 마지막 팀원까지 확인받은 뒤에야 제 살길을 찾았다. 중간중간 살아있는 해적들이 튀어나오는 걸 뚫고 갑판으로 나오니 불바다다. 럼로우는 시꺼먼 바다를 보며 높이를 가늠했다. 배 뒤쪽으로 모터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팀원들이 빠져나가는 모양이다. 원래도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퇴로는 알아서 확보다. 망루를 보니 호크아이도 없다. 이 거리에서도 다른 선박의 조타수를 맞추며 제대로 교란을 일으키던 그가 없으니 조준폭격이 더 줄을 이룬다. 더는 망설일 시간이 없음을 직감한 럼로우가 바다에 뛰어내리려던 때였다. 갑자기 몸을 낚아채 날아오르는 단단함에 그는 아이언맨임을 알았다.

여유 많은 가 봐요? 나까지 살려주고.
시끄러 멍청아!

토니가 일갈했다. 럼로우의 말마따나 아이언맨은 아직 선박들의 레이더망을 벗어나지 몸했다. 탈출하는 다른 동료들에게로 눈이 돌아가는 걸 막기 위해 그는 일부러 적들의 표적을 자처했다.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간 포탄에 아이언맨이 흔들렸다. 그순간엔 럼로우도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자비스로부터 여러 경고음이 들렸지만 토니는 애써 무시했다. 그는 와중에도 럼로우를 어디에 떨궈야 안전할지를 파악했다. 그때 아이언맨을 조준하던 해적 하나가 화살에 쓰러졌다. 이어 뒤쪽 배가 갑판에서부터 폭파했다.

토니, 괜찮아요?

나타샤였다. 조용하다 했더니 언제 다른 배에서 작업한 모양이다. 이어 바튼에게서도 교신이 들려왔다. 엄호할 테니 피신하라고 한다. 덕분에 안전거리까지 도달한 토니가 스트라이크팀원들이 있는 소형보트에 럼로우를 떨어뜨렸다. 럼로우의 비명을 뒤로하고 토니는 왔던 길을 돌아갔다. 지체없이 날아가는 토니에 자비스가 다시 경고음을 쏟아냈다.

나타샤, 바튼, 어디 있어?
난 빠져나왔는데 바튼이 아까부터 답이 없어요.
살아 있어요, 음... 빠져나가는 게 좀 힘들겠지만.

토니의 물음에 나타샤와 바튼이 답했다. 나타샤가 폭탄을 투척한 배는 불을 끄느라 정신없었다. 다른 배들은 철수하려는지 회항 중이었다. 그렇다면 아직 제자리인 한 척이 남는다. 토니는 지체없이 그리로 날아갔다. 아니나다를까, 바튼이 적진 한가운데 포위돼있다. 토니는 갑판을 향해 있는데로 화력을 쏟아냈다. 순간 무력해진 틈을 타 바튼을 낚아채는데는 성공했지만 빔에 맞았다. 날카롭게 쏘아들어온 그것은 아이언맨 수트에 적중했고 토니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간신히 날아올랐지만 자비스로부터 수트 일부가 파손됐다는 경고가 돌아온다. 이때다 싶었는지 일제히 퍼부어지는 공격에 토니는 기어코 피를 봤다. 억눌린 신음에 바튼이 토니를 부르지만 정작 당사자는 뜬구름 잡는 소리나 했다.

바튼, 수영할 줄 알아?
네? 으악!

바튼이 제대로 답하기도 전에 아이언맨이 추락했다. 새까만 바다 한가운데로 떨어지며 닿는 물이 무섭도록 시리고 아팠다. 그 생각을 마지막으로 토니는 의식을 잃었다.



계속 수색하고 있지만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럼로우의 음성은 무거웠다. 예상하고 있던 말이나 충격은 똑같았다. 스팁은 버티고 서있는 게 전부다. 자비스도 위성을 동원해 수색중이나 태평양 한가운데다. 쉽게 찾을 수 있는 장소도 아니다. 바튼도 아직 행방불명이다. 듣기로 둘이 떨어진 자리에 선박에서 한차례 포탄을 쏟아부었다고 했다. 이틀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 소식이 없다는 건 어쩌면 최악을 염두에 둬야 하는지도 모른다. 스팁은 발밑이 푹 꺼지는 기분에 정신이 아찔해졌다.

....틴, 캡틴!
어? 그래. 말해보게.
....어쩌면 둘이 해적들에게 잡혔을지도 모릅니다. 그밤에 우리는 바로 수색하지 못했고 녀석들의 배가 한 척 끝까지 남아있었으니까요.

현재 이곳은 쉴드 안, 회의실이었다. 닉 퓨리와 콜슨, 나타샤와 럼로우, 그리고 스팁이 자리한 회의실은 갑갑한 공기가 맴돈다. 사건을 브리핑하던 럼로우가 예상안을 내자 모두 수긍하는 눈치다. 가장 최악의 상황보다는 차라리 인질이 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문제는 쉴드도 혀를 내두를 정도의 해적군단에 있다. 본거지는 안다. 태평양을 가로질러 가다보면 육지와 근접한 섬이 있었다. 겉보기엔 무인도지만 속을 까보면 해적 소굴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규모가 워낙 거대하다보니 함부로 건드릴 수도 없었다. 또 이들을 근본적으로 소탕하는 건 각 나라들도 원하지 않았다. 이들이 골칫거리기는 하나 돈세탁을 위해 거친 나라들이 적지 않았다. 한마디로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몇몇 사건사고들은 눈감아주는 식이다.

섬의 지형은 파악 가능하고?
그게... 거기서 어떤 방해 전파를 발생시키는지 위성에도 제대로 잡히지 않습니다.
그럼 무턱대고 들어갈 수도 없지 않나?

대화를 이어가던 퓨리가 딱 잘라 말했다. 럼로우는 난처한 얼굴이다. 그 잠깐의 침묵을 깨고 스팁이 말했다.

제가 가보겠습니다. 제일 적임자도 저 같으니.
캡틴!

콜슨이 만류하려 불렀다. 스팁은 손을 들어 소란을 막았다. 스팁의 눈은 확고함을 담고 있다.

몰래 적진해 침투해 정보를 얻고 동태를 파악하는데는 저나 나타샤가 적임자죠. 하지만 용병술은 제가 더 뛰어납니다. 만일 고립된 섬에서 적에게 들킨다면 제가 더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요.

스팁은 정확히 퓨리를 보고 있었다. 어쨌든 이곳의 총책임자인만큼 이번 일의 권한도 그에게 있다. 물론 허락 없이도 이미 가기로 마음 굳혔지만 뼈속까지 군인인 스팁은 명령을 어기지 않아도 된다면 그러고 싶었다. 나타샤와 콜슨, 럼로우도 불안하게 퓨리를 봤다. 이들은 스팁을 보내는데 반대했다.

좋아. 허락하겠어. 하지만 혼자는 안 돼. 나타샤와 럼로우를...
나타샤면 충분합니다.

퓨리의 말을 자르고 스팁이 답했다. 그는 분명 평소와 달랐다. 와중에도 럼로우는 거절당한 사실에 입이 썼다. 캡틴은 냉정한 평가를 내린 거다. 그도 실력은 출중하나 스파이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용병 기질이 다분한 그는 요란하고 큰 전투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대놓고 교전을 치룬다면 기세에 눌려 적이 주춤할 정도니 좋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래서 럼로우는 더 입이 썼다. 제가 캡틴에게 품은 몹쓸 감정 때문이 아니라 타당한 이유로 거절당해 불만도 들 수 없기 때문이었다.



16



원래 임무라는 게 하나라도 목숨 안 걸고 하는 게 없지만 그럼에도 싫을 때가 있는 법이다. 럼로우는 첫임무 때 죽였던 적의 얼굴을 지금도 기억한다. 당시의 충격은 살아온 시간을 통틀어 가장 강렬하며 불쾌했다.

-죽여버릴 거야!

여자가 칼을 들고 소리쳤다. 쉴드 건물 코앞에서 웃기지도 않는 참극이 벌어졌다. 럼로우에게 간단히 제압당한 그녀는 반쯤 약에 취해 있었다. 바닥으로 떨어진 커터칼에 비웃음마저 난다. 그는 연애에서 절대 좋은 남자가 아니다. 때문에 이별도 쉬었고 여자는 가장 최근에 헤어진 상대였다.

-진짜 죽고 싶어?
-왜 내 전화 안 받아? 내가 이렇게 사정하는데! 마음에 안 들면 다 고친다잖아!

그에게 이곳은 엄연히 직장 앞이다. 현장직이 아닌 사무직은 출퇴근 시간이 있고 지금은 빌어먹을 퇴근시간이다. 덕분에 제대로 쪽팔린 그가 사정 봐주지 않고 꺾은 팔을 던지듯 풀었다. 동시에 떨어진 칼은 발로 찼다. 비틀거리며 풀려난 그녀는 미인이었다. 비록 지금은 좀 흉했지만 럼로우는 연애에 있어 외모를 상당히 밝히면서도 한결같았다. 지인들로부터 어지간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금발에 청순한 외모, 거기에 글래머면 더 좋다는 옵션이 붙는다. 여자도 등까지 내려오는 블론디에 하얀 피부와 붉은 입술이 예쁘기 그지없다. 물론 지금은 좀 흉하지만. 아무리 예뻐도 행동이 저러면 외모가 죽는다.

-헤어지자고 말하면 다야? 왜 내가 말할 기회도 안 주고!
-너 귀찮다고. 그리고 질렸어. 얼굴 빼곤 봐줄 게 없었는데 세 달이면 오래갔지 안 그래?
-나쁜 놈!

분에 겨운 여자가 힐을 벗어 던졌다. 새빨간 스틸레토 힐이 럼로우를 한참 빗겨 날아갔다. 그러나 하필이면 제일 보이기 싫은 사람에게로 가버렸다.

-여성에게 말이 좀 심하지 않나.

뒤에서 가라앉은 음성이 들린다.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 사이로 스팁만이 유독 선명하게 보였다. 답지않게 당황한 럼로우를 보며 스팁이 힐을 들고 다가온다. 그는 럼로우를 지나쳐 여자에게 정중히 힐을 건넸다. 될대로 되라 식이었던 그녀도 얼떨떨한지 얌전히 힐을 받아들었다. 실연의 아픔에 술과 약에 쩔었던 뇌가 깨어난 모양이다. 산발한 머리, 울어 번진 화장 꼴의 여자가 스팁에게 황급히 사과하더니 후다닥 자리를 피했다. 덕분에 이젠 황당한 럼로우다.

-주제넘지만 말은 좀 가려서 하게. 여성한테 너무 함부로 굴더군.
-주제넘네요, 캡틴.

의도하고 나간 말이 아니다. 아차 싶었지만 스팁은 등을 보인 그대로였다. 그는 럼로우에게 변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으려는 듯했다. 럼로우가 답지않게 허둥대며 설명하려던 때였다.

-그래서 나도 질려버린 걸까?

자조하듯 내뱉은 말은 허공에 흩어졌다. 당시 스팁은 토니와의 관계가 파국을 치닫던 때다. 속으로 곪아가던 터라 둘의 사이를 아무도 몰랐었다. 물론 럼로우도 그랬다. 알았다면 실수도 하지 않았거니와 당시 스팁을 그냥 보내지도 않았을 거다. 뒤늦게야 둘이 헤어진 걸 알았지만 스팁은 일을 핑계로 멀리 있었다. 그리고 돌아왔을 때는 다시 또 토니의 사람이 됐다. 애초에 그에게는 기회조차 없던 사람이다.
지금도 럼로우의 애인은 한결 같다. 금발에 청순한 외모, 글래머면 더 좋단다. 하지만 여전히 몇달 가지 못하는 짧은 연애가 고작이다. 이제 그는 여자들에게 함부로 굴지도 않았다. 무뚝뚝하기는 했지만 말도 행동도 신사였다. 그럼에도 그녀들은 떠나가며 한결같이 물었다. 날 통해서 대체 누굴 찾고 있냐고.



이건 말도 안 됩니다! 아이언맨이 행방불명인데 캡틴까지 위험해지면 피터는 어떡하라고요!
자네가 있지 않나.
캡틴!

콜슨이 스팁을 불렀다. 목에 핏대 세워가며 분노하는 모습에 럼로우는 그가 부러웠다. 순수한 걱정만 담았다면 자신도 저리 화낼 수 있었을 텐데. 그 아쉬움이 목에 걸렸다.
회의가 끝나고 준비하겠다며 나타샤가 나갔다. 이어 퓨리도 자리를 비운 공간에서 바쁜 인사가 스케줄도 무시하고 스팁을 닥달했다. 스팁은 한결같이 콜슨을 향한 믿음으로 답했다. 즉, 최악에 최악이더라도 콜슨이 있어 안심이라는 거다. 그 절대적 신뢰에 콜슨은 더 핏대를 세웠다.

그렇다면 그냥 제가 가겠습니다!
아... 하지만....
왜요? 절 믿는다면서요!
당신은 캡딘보다 약하잖습니까.

마음 약한 스팁을 대신해 럼로우가 대화의 종지부를 찍었다. 급소를 맞은 듯 콜슨은 아무 말도 못했다. 남에게 상처주는 소리를 잘도 해대는 럼러우에 스팁이 난처한 얼굴이다. 그러나 그는 콜슨을 위해 거짓말까지할 주변머리가 없었다. 결국 콜슨의 고개가 푹 꺾였다.

토니 회사는 페퍼가 있으니 걱정 말게. 그... 예전에 우리가 작성해둔 서류가 있는데 만일 우리 둘이 잘몸되면 피터의 법적 후견인으로 자네를 세웠네만. 토니가 자네를 적극 권유하더군. 말도 없이 미안하네.
토니가요?
아, 물론 나도 찬성이야. 콜슨 자네만큼 올바른 사람도 흔치 않잖아?

콜슨은 이제 울 것 같았다. 만감이 교차하는 듯 풀이 죽은 그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콜슨은 피터 걱정은 할 거 없다며 스팁을 안심시켰다. 결혼도 안 한 총각이지만 럼로우마저 콜슨의 말에 안심하는 눈치다. 토니가 사람 보는 눈이 있다는 건 그도 인정하는 바였다.

캡틴, 스트라이크팀이 백업을 맡겠습니다. 에스코트부터 후방지원까지 근처에서 대기할 겁니다.

럼로우가 스팁에게 다가서며 말했다. 그를 돌아보는 스팁의 얼굴에 고마움이 서린다. 럼로우는 스팁을 끌어안고 싶은 충동을 참기 위해 주먹을 세게 쥐어야 했다. 여기서 그의 부자연스러움을 눈치챈 건 콜슨이었다.



왜인지 모르지만 콜슨은 언제부턴가 쉴드 내에서 상담역이 되버렸다. 물론 본인도 자각한 건 아니다. 그저 힘든 사람들이 많구나 생각하는 정도다. 덕분에 본능적으로 문제를 캐치해낸 콜슨이 회의실을 나서는 럼로우를 불렀다. 돌아서는 얼굴에 귀찮음이 역력했다.

안 바쁩니까?
바쁘지. 하원의원과의 미팅 약속인데 이미 지각이라고.
그래서 아예 안 가겠다고요? 없던 사춘기라도 생겼습니까?

럼로우가 농담 반, 진담 반 소리를 했다. 그럼에도 상대방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는 건 천성이 건방진 그의 강력한 무기다. 손목시계를 본 콜슨이 멋쩍게 웃었다. 학창시절에도 흔한 지각 한번 안 했던 게 떠올라서다. 하지만 럼로우가 걸려 그냥 갈 수도 없겠는 거다.

혹시 무슨 문제 있나?
뭐요?
아니, 아까 캡틴 앞에서 좀 이상해보이더군.

럼로우는 이제 콜슨을 미친놈 보듯했다.

그래서 지금 카운셀링이라도 하자고요? 하원의원을 기다리게 하면서까지요?
아니, 난 자네가....
아니면 나랑 손잡고 쎄쎄쎄라도 하겠다는 겁니까? 생각만해도 징그럽네요. 시간 있으면 호르몬 검사나 받아보십쇼. 과도한 스트레스가 남성호르몬을 죽여놨을지 누가 압니까? 정 안 되면 테스토스테론 주사라도 맞던가요.
난 그런 게...!
예예, 다들 내 거시기는 문제없다고들 하죠. 전 가보겠습니다. 수고하십쇼!

콜슨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던 럼로우가 멀어졌다. 이곳은 사람이 오가는 복도다. 덕분에 많은 이들이 대화를 들었고 반나절이 채 지나지 않아 쉴드 내에는 콜슨이 ㅂㄱ부전이라는 소문이 퍼졌다.



스팁은 출발 전에 많은 양의 ㅈ을 짜뒀다. 냉동고에 빼곡히 채워놨지만 피터의 양을 생각하면 며칠이나 버틸지 걱정이다. 안그래도 이상함을 눈치챘는지 토니가 떠난 밤부터 유난히 칭얼거리던 아이는 스팁이 나가려 하자 빽빽 울어댔다. 콜슨이 시간 끌어봐야 좋을 거 없다고 밀어내지만 않았어도 발이 묶일 뻔했다. 아무리 수퍼솔저라도 몇날며칠 곤두선 신경은 감당하기 버겁다. 섬 근처로 오는 내내 나타샤가 잔소리를 할 만큼 스팁은 상태가 나빴다. 그나마 작전 중에는 흠이 없는 게 다행이다. 아니었으면 나타샤가 스팁을 빼버렸을 거다.

신호가 잡혀요! 저기 있는 게 분명해요!

그녀의 음성에 기쁜 기색이 묻어났다. 임무 전, 바튼의 화살통에 GPS를 장착한 그녀다.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 둘은 함께 임무할 때면 서로를 추적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원거리도 가능한 장치들은 섬세하고 발견되기 쉬워 구식 기계를 썼고 덕분에 이제야 신호가 잡힌 것이다. 그녀의 말에 배 안의 모두가 안심했다. 둘은 섬에 잡혀 있는 게 맞다. 아니면 최악일 수도 있으나 여기서 두번째를 생각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 배로는 여기까지가 한계예요. 더 가면 걸립니다. 남은 거리는 저 고무보트를 타고 가세요. 당연하지만 모터 없는 건 알죠? 현장 오랜만이라고 당황하면 안 됩니다, 캡틴.
알았네.

럼로우의 긴장을 풀어주는 말에 그가 웃었다. 그와 나타샤는 이미 산소통까지 챙겼다. 보트로도 남은 거리의 반절밖에 못 간다. 나머지는 잠수로 침입해야 했다. 마지막으로 럼로우가 스팁에게 지도를 건넸다. 밤을 새며 온갖 자료를 끌어모아 만든 섬의 지형도다. 또 수중에서 적진으로 들어가는 길이 표시돼 있다. 스팁이 놀라 쳐다보자 그는 평소의 장난기는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녀석들이 소형 잠수함도 가지고 있다는 걸 생각해봤죠. 이쪽 방면 전문가한테 도움도 받았습니다. 잠수함이 나가고 들어가는 문이라면 섬의 지형상 이쯤이겠더군요. 또 바다의 움직임에 맞춰 해수로가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물론 저보다는 전문가의 도움이 컸습니다.
고맙네.
몸조심하십쇼, 캡틴.

나타샤는 먼저 보트에 뛰어내린 상태다. 스팁이 뛰어내리기 전, 럼로우가 경례를 붙였다. 스팁도 돌아서 정식으로 경례를 붙였다. 그런 뒤 미련없이 사라짐에 럼로우는 그가 있던 자리를 오랫동안 바라봤다. 뜨겁고 습한 바닷바람에 자꾸 미련이 붙들렸다.
2015.06.07 (11:11:46) 신고
ㅇㅇ
러ㅁ로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ㅠㅠㅠㅜㅠㅜㅠ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ㅠㅠㅠㅜㅠㅜㅠ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찌찌ㅠㅠㅠㅠ 토니바라기인 스팁도 좋은데 럼로우 개짠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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