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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27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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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다시 이런 짓은 하지 마.

토니가 방을 나서기 전, 배너가 한 말이다.
스팁은 결국 기절했다. 토니의 부탁으로 흰 새벽에 찾아온 배너는 밖에서부터도 진동하는 냄새에 숨이 막혔다. 잔뜩 어지럽혀진 거실부터 온갖 ㅊㅇ으로 더럽혀진 방까지 어느것 하나 온전한 게 없을 정도였다. 거기다 뭘 한 건지 상상 이상의 냄새는 독함에 기침마저 나왔다. 이미 자비스가 환기 시스템을 돌린 지 삼십분이 넘었는데도 이정도였다. 스팁은 토니가 씻겨 옷을 입혀놓은 덕에 깨끗했지만 가장 냄새가 진했다. 마치 향수에 몸을 담갔다 뺀 듯한 기세에 배너는 스팁의 곁에 다가갈수록 힘들었다. 배너 그도 알파였기에 무의식중에 드는 반감은 어쩔 수 없었다. 이렇게 대놓고 페로몬을 뿌려대서야 알파들은 본능에 각인된 공격성이 들뜰 수밖에 없었다.
청바지만 걸친 토니가 거실 창가에서 담배를 피워댔다. 방문이 열리는 소리에 돌아보니 배너가 나왔다. 그는 복잡한 얼굴이었다.

본딩됐던데 강제로 한 거야?

알파오메가라면 제 상대가 아닐지라도 본딩됐는지 아닌지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 임자가 있느냐 없느냐를 구분하는 중요한 척도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강제냐 합의냐까지 알 수는 없다. 배너도 정황상 추측할 뿐이다. 토니는 미간을 구기며 고개를 돌렸다. 입에 문 담배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배너가 토니에게로 다가왔다.

우성은 여러모로 좋군. 이런 일을 벌이고도 멀쩡하다니.
웃기는 소리 그만해.

토니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지만 배너는 사실 무척 놀랐다. 이런 상황에도 어쩔 수 없는 학자 기질은 토니가 우성알파로써 상상도 못할 능력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잔향만으로도 폭발적이었을 페로몬을 추축할 수 있었다. 그정도의 힘을 써놓고도 멀쩡할 건 또 뭐라 설명할 것인가. 일반 알파라면 이런 건 할 수도 없겠지만 설령 한대도 살아남을 수나 있을까 싶었다. 배너는 새삼 우성알파가 희귀하다는 것에 감사했다. 뭐, 결국 그로인해 이런 사단이 벌어진 거니 뒤집어보면 마냥 좋다고도 볼 수 없지만 말이다.

토니, 아이는 위험하지만 살아있어.

배너가 뜸을 들인데는 이유가 있었다. 기적과도 같은 소리에 토니가 담배를 집어던지며 돌아섰다. 배너가 토니를 잡았다.

다시 같은 짓을 한다면 스팁이 위험해.
수술한다면...
벌써 유착이 시작됐어. 위기의식을 느낀 모양이야.

원래라면 완전체가 된 뒤에나 유착 단계가 진행됐다. 이때부터는 아이가 스스로 나오고자 하기 전에 억지로 떼어낼 수 없었다. 이 또한 알파의 특성 중 하나였으나 지금은 많이 퇴화된 성질이었다. 그런데 토니의 행동으로 퇴화된 본능이 발현된 거다. 유착된 아이를 억지로 분리하려 들면 모체의 내부는 엉망이 된다. 과거는 물론 현재도 이런식으로 죽는 오메가가 많았다. 때문에 현재는 법으로 엄격히 제지된 수술이다.

고작 세달이라고! 아직 지가 뭔지도 모르는 세포덩어리쯤 떼어내는 게.....
토니, 그만해. 이만하면 됐어. 자네도 할만큼 한 거야.
젠장!

토니가 유리벽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여명이 밝아왔다. 토니도 많이 지쳐 보였다. 배너는 토니의 어깨를 두들겨줬다.

스팁 없이 아이를 미워하지 않을 자신이 없어.

탄식처럼 내뱉는 소리에 배너는 침묵했다. 그의 성장과정을 배너도 어느정도는 알고 있었다. 사랑을 원했지만 외면했던 아버지. 토니는 자신도 그 전철을 똑같이 밟을까 두려워 떨었다.



과거의 일이다. 헤어지기 전, 토니와 함께 공원에 있던 적이 있다. 아이스크림을 든 아이가 뛰어오다 토니와 부딪쳤었다. 흰 셔츠가 초코 아이스크림으로 범벅이 됐다. 아이는 울었고 엄마가 오더니 놀라 사과했었다. 토니는 우는 아이 앞에 한쪽 무릎을 굽히고 앉더니 뚝 그치면 아이스크림을 다시 사주겠다 딜을 걸었다. 거짓말처럼 통곡하던 아이가 눈물을 그쳤다. 그리고 잠시 뒤, 아이는 우느라 빨개진 코를 하고 즐겁게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엄마와 멀어졌다. 그날 토니는 새로 산 셔츠를 처음 입은 거였다. 옷은 얼룩 빠지지 않아 결국 더 입을 수도 없게 됐지만 왜인지 옷은 꽤 오랜시간 옷장에 있었다. 그래서 스팁이 무심코 아이 가지고 싶지 않냐 물었을 때 토니는 단호히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때 토니는 무척 쓸쓸해 보였다.

일어났어?

토니의 목소리다. 스팁이 눈을 떴다. 본능적으로 배에 손을 대자 토니가 쓰게 웃었다. 스팁은 말하지 않아도 아는 모양이다. 아이가 살아있다는걸.
토니로 인해 무리하게 분비된 아드레날린으로 스팁은 쉽게 회복하지 못했다. 그사이 이틀이나 시간이 흘렀고 ceo의 무단 결근으로 페퍼는 탈모가 생길 지경이었다. 그러나 사정을 모르지 않는 터라 그녀는 묵묵히 참아줬다.

무사하구나.
날 닮아서 질긴 모양이야.
토니, 미안해. 내가 생각이 짧았네.

스팁이 몸을 일으키려 하자 토니가 부축했다. 침대헤드에 몸을 기댄 스팁은 확실히 몸이 전과 다름을 느꼈다. 완전히 이전으로 돌아간 건 아니지만 며칠새 살이 내려앉은 스팁이다. 머리도, 피부도 점점 윤기를 잃어갔다. 토니도 스팁에게 맞아 찢어진 입가에 딱지가 졌다. 스팁이 토니의 입술을 만졌다.

많이 아픈가?
당신만 하려고.
토니.
스팁, 좋은 생각만 하자. 아이는.... 이제 억지로 뗄 수도 없게 됐어. 그러니까 일단은 좋은 생각만 하도록 해.
우리 본딩된 건가?
어. 그러니까 정말 조심해야 할 거야.

스팁은 대답하지 않았다. 이와중에 기쁜 마음이 드는 것에 스스로 파렴치하다는 생각이 든다.
본딩은 연인 사이의 좀더 은밀한 결속력과도 같다. 태고적 본능이 거의 퇴화된 베타를 제외한 알파와 오메가만이 가능한 것으로 격렬한 감정을 공유하는 특성이 있다. 이는 배우자의 위험을 감지하는데 특히 유리하게 사용된다. 또 오메가는 다른 알파들과의 호르몬으로 인한 영향이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 다른 알파들에게 베타와도 비슷한 상대로 비춰지는 것이다. 다만 여기서 알파는 해당사항이 없으니 요즘은 본딩을 알파의 오메가 소유권을 주장하려는 행위로 보는 경우가 많았다. 거기다 본딩은 끊을 수 있지만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며 끊는 쪽이 아닌 당하는 쪽에 더 큰 데미지가 갔다. 그로인한 오메가의 피해가 압도적인 이유도 수치상 본딩을 먼저 끊는 쪽이 대개 알파이기 때문이다. 서로 약속한 것이 아님에도 이 압도적인 수치는 지금껏 한번도 변한 적이 없다.

본딩된 상태로 당신이 잘못되면 내가 어떨지 알지?
만일 그리 된다면 내쪽에서라도 끊을걸세.
그래도 소용없어, 스팁. 나 이미 각인됐거든.
하아, 토니.

스팁은 지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각인 자체가 미치는 해는 없지만 문제는 한번 새기면 죽어서도 지울 수 없다는 거다. 그것은 영혼에 상대방을 새기는 것과도 같다. 그리고 아직 태고적 본능이 살아있는 알파 오메가는 절대 각인된 상대는 건드리지 않는다. 이는 본능 속에서도 유일하게 지켜지는 배려와 존중이었다. 때문에 각인된 알파는 배우자가 죽으면 대개 뒤를 따르거나 아니면 평생을 홀로 외로이 보낸다. 각인 자체가 스스로 한 사람에게 묶이는 것과 같기에 오로지 그 존재 하나만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스팁은 그런 알파른 전쟁당시 무수히 보아왔다. 그들은 언제나 죽음을 곁에 둔 이들이었다.

자네는 말도 없이 그리 한심한 짓을 해서. 그래서야 어떻게 행복해진다고 그러나.
그러니 어떻게든 당신이 살아야겠지. 이 빌어먹을 녀석은 나오자마자 내가 두둘겨패줄 거야.

스팁은 토니가 안쓰러웠다. 누구보다 잘난 토니 스타크가 이렇게 작고 쓸쓸해보일 수도 없다. 그래서 스팁은 더 말하는 대신 토니의 어깨를 끌어당겼다. 순순히 스팁의 배에 얼굴을 묻은 토니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좋은 냄새. 배속에 있을 때 맡던 엄마 냄새 같아. 스팁, 나 이틀동안 한숨도 못 잤는데 눈 좀 붙여도 될까?
푹 자게.
나 잔다고 어디 가지 말고.
깰 때까지 있을 거야.

작게 중얼거리는 토니의 머리를 스팁이 어루만졌다. 토니는 스팁의 다리에 이마를 비비더니 바로 누워 눈을 감았다. 머리를 어루만지는 손길에 불면의 밤도 조금씩 사그라들고 있었다.



오랜만에 스팁을 본 콜슨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나타샤가 당혹스러워할 정도니 콜슨이 눈시울을 붉힌 것도 당연하다. 오히려 스팁이 멋쩍은 눈치다.

몰골이 엉망이지?
나쁘진 않아요. 예쁜 얼굴이나 가슴은 여전하네요.

냉정을 찾은 나타샤가 말했다. 콜슨이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인다. 스팁이 작게 웃었다. 나타샤는 평소에도 캡틴의 바스트에 신경전을 벌였었다. 언제부턴가 페퍼도 바스트에 눈을 주는지라 난처하던 스팁이다.

난 남잔데 어째서 포츠양도 너와 같은 반응인 거지?
그야 토니 스타크가 원인이겠죠.

그녀든뿐 아니다. 힐은 물론 주변 여자들은 토니로부터 캡틴과 바스트 비교를 당해야 했다. 저도 모르는 새 그런 일이 벌어졌단 걸 이제 안 스팁이 얼굴을 붉혔다. 하지만 나타샤는 절대 저 가슴은 이길 수 없을 거란 생각에 입만 썼다.

바스트 운동 따로 하는 거 있어요?
뭐? 딱히 없네만.
.....자랑하는 것도 아니고 그게 순수 자연산이라고요?

비꼬는 발언에 콜슨이 헛기침했다. 그제야 분위기가 환기됐다. 삼천포로 빠지던 얘기가 간신히 제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현재 둘은 캡틴에게 전술에 관해 자문을 구하러 온 거였다. 현재 캡틴은 현장에 나설 수 없었다. 그렇다고 일이 상황 맞춰 터지는 것도 아니고 요즘 쉴드는 민간인을 위협하는 게릴라군에 골머리를 앓았다. 이들은 게릴라군의 본거지를 치기 전에 캡틴의 의견을 들으러 온 거다.

이정도까지 방어가 치밀하다면 일단 누군가 안에 들어가서 교란시키는 게 필요한데.
캡틴 아메리카 같은 존재 말이죠. 아, 됐어요. 쉴드가 임산부를 쓸만큼 형편없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나타샤, 안에 인질이 있어 미사일을 쏠 수도 없다고 했잖나. 또 적진에 홀로 침입해야 한다면 역시 내가...
전술! 전술만 좀 뱉어봐요. 누가 몸으로 도와달래요?

나타샤는 거침없었다.콜슨은 꿔다놓은 보릿자루마냥 있었다. 나타샤가 다 하는지라 할 말도 없었다. 스팁은 눈살을 구기더니 요구대로 각개전투를 위한 유용한 전술들을 제안했다. 역시 전쟁용사는 달라도 달랐다. 나타샤는 마음에 드는 전술을 건졌고 동시에 테이블에 펼쳐둔 지형도를 치웠다. 필요한 건 다 얻었다는 소리다. 딱 부러지는 행동에 스팁은 쓰게 웃었다.

토니 스타크의 몰골이 노숙자 같을 때부터 예상은 했어요. 듣기로 혈청수치를 유지하는 데까지는 성공했다면서요?
그렇긴 하지.
그런데 몰골이 영 아니네요. 임산부를 굶길리도 없을 테고. 혹시 입덧해요?
하하. 아니, 너무 잘 먹어서 탈이야. 아, 콜슨. 저번에 보내준 마카롱 잘 먹었어. 이번에 보내준 에그타르트도 정말 맛있더라고. 매번 인사도 못하고 미안했어.

콜슨이 손사래치며 웃었다. 나타샤는 요즘 콜슨이 부쩍 출장이 잦았던 걸 떠올렸다. 겸사겸사겠지만 오늘 콜슨이 들고 온 마들렌도 외국에서 공수해온 거였다. 올 때마다 뭘 바리바리 싸들고 온다며 동료들이 수근대더니 죄 스팁의 입으로 들어간 모양이다. 그러나 공들인 보람도 없이 스팁은 눈에 띄게 말랐다. 이전으로 돌아간 건 아니지만 말라가는 몸에 비해 나온 티를 내는 배는 부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다. 거기다 토니와 배너가 몇날며칠을 매달려 만든 백신을 맞느라 스팁의 팔 군데군데는 멍이 들어 있기까지 하다. 하루에 세번을 꼬박 바늘로 찔러대는데 혈청수치가 반 이상 떨어진 지금은 더 나빠지지 않음에 감사할 지경이다.

집도 말리부로 옮긴다면서요? 언제 이사해요?
준비는 다 해뒀다더군. 곧 옮길 예정이야.
거기서 쉬다보면 더 좋아질 거예요. 이참에 휴가 받았다 생각하고 푹 쉬어요.

나타샤가 달래듯 말하며 일어섰다. 토니는 스팁을 위해 말리부에 따로 집을 구비했다. 깎아지른 절벽을 등지고 선 집은 앞으로는 초원과 길 사이의 키 큰 나무가 인상적인 곳이었다. 적어도 도시보다는 스팁이 쉬기 좋은 환경이다.
그녀는 일어나기 싫어하는 콜슨을 앞장세우며 이사하거든 초대하라는 말을 남겼다. 두 사람이 가고 남은 자리에 스팁은 긴 한숨을 쉬었다. 원래도 남성 오메가는 여성에 비해 작게 출산했다. 아이가 클 공간의 한계 때문이다. 덕분에 다섯달 반을 채운 지금도 스팁의 배는 그리 부르지 않았다. 문제는 하루가 다르게 힘들어지는 몸에 있었다. 어제는 백신을 맞고 처음으로 혈청수치가 떨어졌다. 아주 미세한 수치임에도 토니의 반응은 예민했다. 그는 어제부터 내내 연구실에 밖혀 나오지 않았다. 외부와의 모든 연락을 끊고 연구에만 틀어박힌 토니에 나타샤가 오기 전에는 페퍼가 스팁에게 하소연하기까지 했다.
홀로 남은 공간에 스팁의 한숨만이 길게 번졌다.



10



말리부에 올쯤에도 스팁은 그리 나쁜 상태가 아니었다. 비록 말라갔지만 움직임도 자유로웠다. 급속도로 나빠지기 시작한 건 일곱달에 들어서면서부터다. 혈청수치가 급감하며 쇼크상태에 빠지기만 벌써 세번째였다. 캡틴 아메리카의 모습이라고는 흔적만 남은 스팁이다. 토니와 배너는 간신히 세번째 쇼크를 안정시켰다. 다른 것도 아닌 혈청으로 벌어지는 사단이라 둘보다 적절한 사람도 없지만 별개로 토니가 느끼는 고통은 컸다.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이번에 새로 개발한 약이 효과가 있었잖아.
간신히 현상유지만 하는 거지. 이래가지고는...

하지 못한 말에 담긴 의미가 컸다. 우두커니 잠든 스팁을 내려다보는 토니의 눈이 흐렸다. 아이 때문에 이렇게 힘들거라 생각지 못했었다. 토니는 괜한 제 욕심이 스팁을 영영 잃어버리게 할 것 같아 두려웠다. 문가에 기대 서 있던 배너는 순간 조금씩 새어나오는 우성알파의 페로몬에 흠칫했다.

강할수록 페로몬에 거부반응을 일으킨댔지?
토니, 뭘하려고!

배너가 말리려 했지만 토니가 빨랐다. 그는 문을 닫았다. 잠긴 문 밖에서 배너가 소리치는 게 들렸다. 나오려 들지 않는다면 나오게 하면 된다. 기어코 제 어미를 갉아먹겠다면 토니도 더는 사정봐주고 싶지 않았다. 진즉에 염두해둔 방법임에도 기다렸던 건 혹시나 하는 희망 때문이다. 그사이 조용해진 문 밖은 배너가 흥분하는 자신을 조절하려 애썼다. 토니는 방금 백신을 주입한 주사기를 집어들었다. 소매를 걷은 토니가 팔뚝에 바늘을 꽂았다. 주사기는 금새 붉게 차올랐고 제법 많은 피가 나왔다. 토니는 지혈할 새도 없이 바늘을 양수 찬 복부에 꽂았다. 그순간 배가 꿈틀했다. 이어 알파의 혈액이 모두 주입됐고 토니가 바늘을 뺐다. 마른 몸 중 유일하게 부피를 키웠던 배가 두어번 꿈틀거리더니 잠잠했다. 토니가 주사기를 던졌다. 팔뚝에는 피가 흘렀고 그는 거침없이 페로몬을 개방했다. 그리고 스팁이 괴로운 신음과 함께 깨어났다.

으윽!
배너, 배너! 준비해!
하아, 악! 토니, 이게....!
쉬- 괜찮아. 아이가 나오려는 것뿐이야. 괜찮아, 스팁. 괜찮아.

 급히 문을 연 토니가 스팁을 안으며 연신 머리에 키스했다. 잠깐 사이 스팁은 온몸이 땀에 흥건했다. 자비스를 부르니 현재 스팁의 상태가 줄줄이 읊어진다. 곧 근처에 상주중이던 의료팀이 올 것이다. 배너는 스팁의 팔에 수액 바늘을 꽂으며 답지않게 간간이 욕을 내뱉었다. 토니는 배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스팁을 달래기 급급했다. 스팁은 견디기 힘든지 연이어 커지려는 소리를 간신히 삼켰다.

젠장, 토니!

침대 시트가 젖기 시작했다. 묽은 붉은색이 번진다. 양수와 함께 하혈하는 거다. 스팁은 정신을 잃고 깨기를 반복했다. 이어 의료진이 들이닥쳤다. 스팁은 신속하게 이동침대로 옮겨졌다. 배너가 의료팀에 합류해 방을 빠져나갔다. 썰물처럼 붉은 잔재만 남은 방안, 토니는 넋놓은 듯 움직이지 못했다.



-내 문제야. 캡하고는 상관없어.

과거의 일이다. 그땐 이 한마디면 충분했다. 스팁으로부터 불편한 관심을 받을 때면 토니는 습관처럼 말했다. 그러면 스팁은 어떤 상황에서도 입을 다물었다. 아무리 둔해도 이 한마디가 자신들 사이에 벽을 친다는 걸 그도 모르지 않았다. 지금은 생각하면 입이 쓴 추억이었다.

아직도 여기 있어?

상념을 깬 건 배너였다. 토니는 한번 돌아봤을 뿐이다. 배너가 다가왔다. 온통 흰색인 병원 침대에 스팁이 누워 있었다. 구식 카세트에서는 녹음된 40년대 야구중계가 흘러나왔다. 토니가 일부러 준비한 거였다. 경매로 나온 카세트를 보고 사왔을 때 무심결에 가격을 얘기했다 스팁에게 등짝을 얻어맞았었다. 그럼에도 스팁은 카세트를 매만지며 미소지었었다. 분명 그때는 지금처럼 누워있지 않았었다.

아이는 한번 보기라도 했어?
.....
토니.
됐어. 신경쓰고 싶지 않아.

스팁이 혼수상태에 빠진 지 일주일이다. 아비에게 외면당한 아이는 몸집이 작은 것을 빼면 매우 건강하게 나왔다. 이름조차 없는 아이는 일주일 사이에 무럭무럭 자랐다. 토니는 스팁이 아무리 말해도 고집스레 아이의 이름을 지어주지 않았다. 토니는 태어난 뒤에 지어줘도 늦지 않는다며 고집을 꺾지 않았었다.

얼굴도 궁금하지 않아? 머리색이나 누굴 닮았는지는?
배너, 언제까지 스팁이 이상태일 거 같아? 집으로 옮기는 게 나을까? 아니면 시설이 완벽한 스타크 타워로?

수술실에서 아이가 나왔을 때, 토니는 얼굴도 보지 않았다. 아이가 나온 순간 스팁에게 심정지가 한번 일어났었다. 토니는 도저히 아이를 원망하지 않을 자신이 없어서 볼 수 없었다. 그리고 아이는 누구도 찾아주지 않는 신생아실에서 무럭무럭 자랐다. 오늘 처음 배너가 아이를 한번 보고 왔다. 아이는 본능적으로 온기를 찾듯 처음 본 배너의 품에서도 얌전했다. 눈도, 머리색도 토니를 닮은 아이다. 얼굴도, 눈코입도 스팁보다는 토니를 떠올리게 하던, 날 때부터 외로워야 하는 아이가 배너의 머리속을 맴돌았다.

스팁을 매일 체크하려면 자비스가 필요한데.
토니, 스팁에게 아이라도 한번 보여주지그래?
쓸데없는 소리를. 그거 때문에 스팁이 이지경이 됐는데.

조용하지만 힘있는 목소리다. 그러나 강한 거부반응에도 배너는 물러서지 않았다. 다시 말을 반복하자 토니가 듣는 척도 안 했다. 배너가 토니를 돌려세우자 수염도 정리 못해 엉망인 모습이 보였다. 무엇보다 생기 잃은 눈이 할 말을 잃게 했다. 이건 절대 스팁이 바라는 모습이 아니다. 스팁을 아는 누구라도 쉽게 알 만한 사실을 토니만 모르는 듯하다.

스팁은 자신이 잘못되도 네가 아이를 잘 키울 거라 믿을 거야.
....이러려고 다시 붙잡은 게 아니야.
매정하게 들리겠지만 만약을 위해 본딩은 끊도록 해.
배너!
지금 네 상태로는 스팁이 잘못되면 몸이 견디지 못해. 그럼 아이는....
상관없어, 아이따위.

배너는 말문이 막혔다. 토니는 모든 걸 놓은 사람 같다. 속은 당장에라도 폭발할 듯 부글거리지만 배너는 참았다. 이런 일을 대비해 스팁이 미리 부탁한 덕이다. 그는 기회만 되면 배너에게 같은 부탁을 반복했다. 많이 힘들 토니를 위해 대신 어려운 결정을 내려달라고. 더불어 토니가 얼마나 사람 속을 뒤집어놓는 데 귀재인지도 구구절절 설명했다. 그럼에도 절대 포기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한 스팁이다. 얼마나 들었던지 배너는 이제 단어 하나하나를 외울 정도다. 그래서 배너는 포기하지 못했다.

따라와.
뭐하는 거야!

배너가 토니를 잡아끌었다. 며칠간 자지도 먹지도 못한 토니는 제대로 저항도 못했다. 배너의 손에 끌려가듯 향한 곳은 신생아실이다. 목적지를 알자 토니는 정색하며 거부했지만 그는 목덜미를 잡고 유리벽너머를 보게 했다. 마침 아이를 보러 온 부부덕에 커튼이 열려 있었다. 많은 아이들이 누워있지만 토니는 한눈에 제 아이를 알아봤다. 토니는 그 사실이 슬퍼 울었다. 배너의 손에서 힘이 빠지자 토니가 유리창에 머리를 대고 흐느꼈다. 옆의 부부가 토니를 이상하게 쳐다봤다. 모두가 행복한 사이로 울고 있는 건 토니뿐이었다.



처음 몇번은 원나잇 뒤에 냄새를 숨기는 노력도 한 토니다. 그러나 곧 그마저도 귀찮아졌고 스팁은 알면서도 모른척했다. 처음에는 캡시클도 트인 데가 있구나 싶어 좋았다. 마음 주는 것도 아닌 단순한 원나잇에 잔소리를 듣는 것도 마뜩찮던 토니다. 그런데 스팁이 분명 눈치챘음에도 모른척해주니 좋은데 싶었던 거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이었다. 토니는 아무 반응 없는 스팁이 짜증났고 나중에는 부러 더 정사의 흔적을 남겼었다. 그러면서도 스팁이 제 원나잇을 따지려 들면 너도 하란 식으로 상처줄 생각이었다. 지금 스스로 생각해도 어처구니없을만큼 어리고 못된 성격이었다.
그런 비틀린 성격이 잠잠해진 것도 스팁과 헤어진 뒤였다. 스캔들로 달궈진 일년은 하루가 멀다하고 상대를 바꿨지만 마음은 정직했다. 비틀린 심사에 상대를 상처주고 시험한 적은 없었다. 그저 어떻게도 채우지 못한 갈증에 허덕였을 뿐. 그리고 지금, 많이 반성한 아이는 떠나려는 이를 억지로 붙들고 있었다.

-당신도 떠날 거야?

스팁은 당황했다.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고 그는 동료들과 떠나야 했다. 캡틴 아메리카 수트를 입은 스팁은 멀리 버키와 친구들이 재촉하는 소리를 들었다. 동료들 소리에 돌아보니 아이가 눈물이 그렁해 손을 잡는다.

-스팁!

페기다. 젊고 아름다운 그녀가 엄한 상관의 모습으로 동료들과 함께 불렀다. 절로 움직여지는 걸음을 막은 건 역시 아이다.

-쓸쓸해. 당신도 날 두고 갈 거야?
-미안하지만 난 군인이고 할 일이 있어.
-싫어. 나랑 있어줘도 되잖아.
-음.... 저기....
-아빠도 날 버렸어. 나한테는 이제 아무도 없어. 당신마저 떠나면 죽어버릴 거야.

아이와 눈을 맞추려 무릎을 굽힌 스팁이 난처하게 얼굴을 긁적였다. 스팁을 잡은 손은 절박했다. 가지 마. 아이가 말했다. 아이는 말하고 다시 또 말했다. 뒤를 한번 돌아본 스팁은 결국 아이를 품에 안았다.

-알았어. 네가 외롭지 않게 될 때까지만이야.



스팁! 스팁! 오, 맙소사! 스팁!

아기울음소리. 스팁이 제일 먼저 의식한 소리다. 이어 목소리가 들린다. 스팁은 눈이 부셔 눈살을 찌푸렸다. 그사이 문이 열리고 부산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아이. 의식이 돌아오면서 스팁이 제일 먼저 떠올린 것이다.

응? 뭐라고?
아이.

입술을 달싹이자 토니가 귀를 바짝 댔다. 이어 스팁이 잘 볼 수 있게 아이 얼굴을 보여줬다. 아이는 목청 높여 울고 있었다. 그 모습이 토니와 똑 닮아 웃음이 났다.

안녕. 만나서 반가워.

스팁은 웃었다.



11



페퍼는 오늘 사표를 낼 생각이다. 더이상은 못해먹겠다고 느껴서다.

토니!
오, 마침 잘 왔어. 이거 어때? 마음에 들어? 갖고 싶어 하던 거잖아.
어, 음.... 예쁘네요.
자, 보너스야. 요즘 힘들었잖아. 근데 그건 뭐야?
아무것도 아녜요! 버리려던 걸 깜빡했어요!

페퍼가 얼른 사직서를 구겨 감췄다. 그녀의 눈앞에는 명품백이 있었다. 매일 유리너머 진열된 모습만 보던 거다. 명품을 밝히진 않지만 꼭 갖고 싶던 가방이었다. 그녀는 업무과다로 인한 스트레스가 한순간에 날아감을 느꼈다.

많이 비쌌을텐데.
페퍼가 나한테 해주는 일에 비하려고
토니....

페퍼는 감동했다. 스팁이 정신을 차리고 안정된 뒤에도 회사에 얼굴 한번 안 비친 토니다. 그동안 대리업무를 보던 페퍼는 5키로나 빠졌다. 더 서글픈 건 덕분에 없는 가슴이 더 없어졌다는 거다. 살은 다 얼굴과 가슴으로 빠진 건지 내려앉은 볼살은 그녀를 두 살은 더 많아보이게 했다. 어젯밤 선자리에서 맞선남에게 나이들어 보인다는 충격적인 소리를 들은 그녀는 출근하기 무섭게 사표를 들고 온 거였다.

휴-. 십년 감수했네. 자비스, 어때?
매우 좋아하고 계세요.
저거로 세달은 가야 하는데.

중얼거리던 토니가 일어서 도시를 내려다봤다. 그는 요며칠 까칠함이 극에 달한 페퍼를 보며 달래줄 때가 왔음을 직감했다. 더욱이 어제 선자리가 안 좋았다는 자비스의 보고에 토니는 그녀가 군침흘리던 백을 사들였다. 제법 많은 월급을 받는 그녀조차 엄두를 못 내는 가격은 차치하고 리미티드로 하나밖에 안 남은 걸 간신히 건진 토니다. 그러나 덕분에 핵폭탄을 피했으니 다행이지 않을 수 없다.

근데 자비스, 페퍼 가슴이 더 납작해진 거 같지 않아?
토니, 깜빡하고 말 안 한 게...
페퍼 양께서 들어오십니다, Sir.

토니가 조금 빨랐을 뿐, 셋은 거의 동시에 목소리를 냈다. 아직 가방으로 들떠 있던 페퍼가 성급하게 문을 연 건 실수였다. 아니, 정말 실수는 역시 재앙의 주둥아리에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일찍 온다며 나간 토니는 오랜만에 오후시간마저 채우고 왔다. 해질녁에 돌아온 토니는 볼에 손자국이 있었다. 스팁은 아이에게ㅈ을 물리던 중이다. 남성 오메가의 경우 모유수유가 힘든 게 사실이나 스팁은 남달랐던 발육 덕인지 여섯달이 넘어서도 거뜬했다.

피터는 오늘 잘 있었어?
잘 있었네. 그런데 토니, 얼굴이 그게 뭔가?

피터는 스팁이 깨어나기 전에 토니가 지어준 이름이다. 토니가 침대로 터덜터덜 걸어왔다. 그가 스팁의 다리를 베고 누웠다. 남다른 성장을 보이는 아이는 먹는 양도 보통 아이의 세배에 달했다. 덕분에 스팁은 슬슬 혼합수유를 생각중이었다. 아직 ㅈ 양이 충분했지만 지금도 잠깐 시도해본 바 피터는 인공젖꼭지를 물지 않으려 했다.

좋겠다, 자식.

애정이 듬뿍 담긴 눈으로 피터를 보던 토니가 불쑥 말했다. 이제 이런 거로는 굳이 반응도 않는 스팁이다. 아이가 열심히 먹고 있건만 토니는 슬그머니 스팁의 발목을 감쌌다. 다시 완전히 돌아온 혈청에 스팁은 회복된 지 오래다. 단단하지만 부드러운 발목이 좋아 토니가 코를 박았다. 냄새 페티시답게 토니는 기회만 되면 분비샘이 있는 위치에 코를 박았다. 스팁이 다리를 움직여보지만 토니가 놔주지 않았다. 아이 때문에 자유롭지 못한 스팁은 여지없이 발목의 얇은 뼈 위를 핥아올리는 토니에 움찔했다.

토니!

스팁이 작게 외친다. 발목은 스팁의 ㅅㄱㄷ다. 그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움직이는 사이 아이가 ㅈ을 놓쳤다. 얄짤없는 울음에 스팁이 다시 ㅈ을 물린다. 그사이 토니는 스팁의 다리를 잡아 벌렸다. 자연스레 침대 헤드에 기댄 스팁이 못마땅하게 쳐다봤다. ㅈ이 도는 동안 오메가는 히트싸이클이 일어나지 않는다. 이 시기의 오메가는 성적 호르몬이 자취를 감추고 모성애만 남는다. 덕분에 요즘 토니는 저를 등한시하는 스팁에 서운했다. 다리 사이에 자리한 토니가 스팁의 무릎을 짚었다. 코앞까지 다가온 입술이 웃었다.

키스도 안 해줘?
애가 보잖아.
뭐하는지도 모를텐데.

토니가 버드키스를 했다. 쪽쪽 소리와 함께 토니의 얼굴이 연신 각도를 바꿨다. 어느새 다물린 입매가 풀어지는 걸 느끼며 토니는 마지막으로 아랫입술을 날카롭게 물고 놔줬다. 스팁의 미간에 주름이 그어진 걸 보고 토니는 또 웃었다. 하지만 산통을 깨는 덴 역시 입만한 게 없다.

애는 그만 먹이고 나도 좀 주라.

진심이라 더 무서운 소리에 스팁의 얼굴이 굳었다. 곧 방에서는 딱 소리가 들렸다.



토니는 모유의 장점에 대해 많은 설며을 늘어놨다. 이 남자는 진심이다. ㅈ이 안 나왔을 때도 빨던 내거를 왜 지금은 손도 못 대게 하냐며 연방 말을 쏟아냈다. 들어봐야 휩쓸리기만 한다는 걸 아는 스팁은 무조건 안 된다고만 했다.

이유를 말하라고, 스팁. 왜 안 되는지 내가 납득하게 설명해줘.

스팁은 애초에 왜 자신이 그런 설명을 해야 하는지부터 이해할 수 없다. 아무리 세상이 눈 돌아가게 바뀌었다지만 스팁이 바보는 아니다. 덕분에 초반, 애들은 분유 먹고 크는 거라며 회유하려던 토니는 스팁에게 보기 좋게 무시당했었다. 처음에는 그러냐며 수긍하던 스팁이 그럼 모유는 어떻게 하는가 물었을 때 그건 남편들이 먹는다고 뻔뻔하게 대답했을 때부터다. 스팁은 토니가 정말 진심으로 모유를 탐낸다는 게 더 무서웠다.

우유를 먹게.
난 당신 건 어떤지 맛을 보고 싶은 거야.

방금 식사를 마친 아이에 앞섶을 여미던 스팁의 손마디에 힘이 들어갔다. 스팁은 수유를 하면서부터 전과 다름없이 단추가 있는 체크무늬 남방만 입었다. 토니는 피터가 트림하도록 방을 서성이며 등을 토닥여줬다. 임신 중 그렇게 미워할 때는 언제고 지금은 안 낳았으면 어쩔뻔했나 싶을만치 잘하는 토니다. 애를 돌보고 놀아주는데는 토니가 더 소질 있었다.

맛을 봐서 어쩌겠다는 건가. 그리고 난 사실 자네와 이런 얘기하는 게 무척 껄끄러워.
애아빠라면 누구나 다 궁금해하는 거라고. 의심가면 아무나 잡고 물어보던가.
이런 걸 대체 누구한테 물어보라고 그러나.

스팁은 한숨을 쉬었다. 때를 맞춰 아이도 트림을 했다. 트림과 함께 먹은 게 조금 올라왔는지 ㅈ비린내가 났다. 스팁이 일어나더니 손에 쥔 손수건으로 토니의 어깨를 닦았다. 고급수트가 엉망이 됐지만 토니는 개의치 않았다. 스팁에게서 새 수건을 받아든 토니는 아이의 입 주변을 닦아줬다. 그러고는 깨끗해진 피터를 아기침대에 눕혔다. 이곳은 원래 토니 방이던 침실 자체를 좀더 넓게 개조해 지금은 셋이 함께하는 공간이 됐다.

두번은 없을 일이니까 더 궁금한 거야. 당신은 내 맘을 그렇게도 몰라주나?

토니가 재킷을 벗으며 말했다. 서운함 가득한 음성에 스팁의 마음이 약해졌다. 토니는 논리적으로 안 되니 감성에 호소할 생각이었다.

스팁, 피터는 우리의 처음이자 마지막 아이야.
그런 건 천천히 정해도 되지 않나.
한번이면 충분해, 그런 일은.

마지막에 단호히 말한 토니가 재킷을 들고는 등으로 문을 밀어 거실로 나왔다. 열어놓은 문너머로 토니의 발소리가 멀어졌다. 다용도실에 재킷을 내놨다 돌아오는 사이 토니가 타이 매듭을 좌우로 당겨 벌렸다. 거실 소파에 앉은 스팁은 내려온 앞머리를 쓸어넘기며 짧게 숨을 내뱉었다.

맛만 보면 되는 거지?

복잡한 표정의 스팁이 토니를 올려다본다. 물론이지. 씩 웃으며 대답한 토니의 볼이 아이처럼 봉긋 솟았다. 그리고 약 이십분 뒤, 아이 때문에 최상층에서는 늘 뮤트 상태인 자비스로 인해 애꿎은 콜슨은 최대 피해자가 됐다.



토니, 이 파렴치한!
쉿, 콜슨. 목소리 좀 낮춰주게. 아이가 깨겠어.

콜슨은 생각할수록 화나는지 총손잡이를 쥔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스팁이 애써 달래보지만 옆의 토니가 문제다. 콜슨은 최상층 출입이 허가된 사람이라 들어보는데 문제가 없었다. 원래라면 콜슨의 출입을 알려줄 자비스도 뮤트 상태였고 덕분에 못 볼 꼴을 보고 말았었다. 집중한 나머지 문이 열리는 것도 모르던 둘은 지금 앉은 소파 위에 한몸처럼 포개져 있었다.

-아... 토니, 맛만 본다고 하지 않았나.
-그랬지. 근데 계속 흐르니 아깝잖아.
-그거야 자네가 계속 자극하니까, 아아! 이 세우지 말아.
-아파? 피터 녀석도 이렇게 우물거리던데. 아들 녀석이 해줄 땐 좋아하더니. 못된 엄마네. 혹시 피터가 밥 먹을 때 느낀 적도 있어?
-이게 대체 무슨 짓입니까?!

그리고 상황은 지금으로 올라온다. 콜슨은 분노하고 스팁은 진정시키고 토니는 없는 것만 못한 지금으로. 등받이에 팔을 건 채 일관되게 심드렁한 토니는 불청객을 내쫓으려는 생각뿐이다. 지금도 아머를 입을까 말하 머리속이 바쁘다. 토니가 이렇게 재고 있을 때도 빨개진 귓등이 여전한 스팁은 콜슨을 달래기 바빴다. 괜히 아랫배가 짜릿해진 토니가 입술을 축이며 입맛을 다셨다. 그 모습에 콜슨이 또 분개하며 얼굴색이 변했다.

토니! 당신은 부끄러움도 모릅니까?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캡틴을!
에이, 모르진 않지. 애까지 낳았는데. 펠리컨이 애를 물어다주기라도 했대?
자네는 입 다물게!
저봐요, 캡틴! 안 되겠어요. 캡틴, 아이와 함께 쉴드로 가요.
어딜! 콜슨, 경고하는데 내 허락 없이 캡에게 손대지 마.
절대 당신 허락 안 받고 손댈 겁니다! 자요! 댔습니다! 어쩔건데요?
하! 콜슨. 막나가겠다고?
수트라도 입게요? 네, 입으세요. 아이언맨이 민간인 공격했다고 신문에 대문짝하게 날 겁니다.
자네 정도는 수트 없이 충분해!
토니, 저도 쉴드 요원입니다. 만만하게 보시다..
이런, 만만하게 보이는 걸 어쩌나! 그리고 쉴드 요원씩이나 돼서 무식하게 주먹밖에 모르나? 거기는 요원 뽑는데 머리는 안 보나 보지? 콜슨, 유부녀 성추행이라고는 들어봤어?
유! 유, 유부녀 성추행이라고요?!

오기로 캡틴의 손을 끌어잡은 콜슨은 그와중에도 가슴이 두근두근거렸었다. 처음 손잡아보는 거였다. 팬심에 심장이 요동치는 건 당연헸다. 그러나 모범적인 사람은 생각지도 못한 단어에 이번에도 쓰러진 건 역시 콜슨이었다.




12


스팁에게 문제가 생겼다. 피터가 인공젖꼭지를 거부하는 것이다. 작정하고 거부하는 통에 혼합수유는 아직 엄두도 못 냈다. 의사는 벌써 시작하고도 남았어야 한다며 잔소리를 했다. 혈청 문제가 사라지고 피터 때문에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게 된 스팁이다. 맞춰야 할 예방접종만 수십가지에 그것도 다 때가 달라 챙기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혹시 애가 슈퍼솔저로 나오지는 않았을까 싶었으나 피터에게서 혈청은 찾을 수 없었다. 다만 어딜 보나 토니의 아들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정확한 건 좀더 커봐야 알겠지만 피터가 우성알파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아직 일년도 안 된 아이가 벌써 두살 아이들보다 컸다. 며칠전부터는 앞니가 빠끔히 올라오기 시작했다. 요즘은 그 이로 자꾸 무는 통에 스팁은 수유시 종종 피를 보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먹는 양을 감당하지 못해 벅찼다. 분유만 좀 먹어줘도 숨통이 트일텐데 고집도 제 아빠를 닮은 게 분명했다.

읏!
또 물었어? 좀 봐봐.
안 돼, 토니 으읍!

억지로 떼어내려 하자 아직 배고픈 아이가 스팁을 물고 늘어졌다. 괜히 피만 더 봤다. 그와중에도 입가에 우유거품까지 만들며 피터는 열심히 먹어댔다. 피비린맛이 나는지 색색거리는 숨 사이로 미간에 주름이 생긴다. 그러더니 저 때문인데도 밥맛이 이상하다 울어재끼기 시작했다. 스팁이 얼른 바꿔 물리자 눈물이 쏙 들어간다. 추스르지 못한 한쪽 가슴은 붉게 피가 맺혔다. 토니는 제가 아픈 것 같은 얼굴이다.

안 먹으면 그냥 두라니까. 저도 배고프면 먹겠지. 원래 알파 아이는 여성 오메가도 완모 못한다고. 남들은 반년도 못 버티고 분유로 갈아타는데 이녀석은 무슨 똥고집이야. 지 엄마 고생은 생각도 않고.

토니가 투덜거리며 능숙하게 연고를 발라줬다. 스팁은 아직도 이런 행동을 불편해 했지만 토니는 모른척했다. 치유 속도가 빨라도 아무는 데까지 시간이 필요한 건 스팁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피터가 상처를 내면서 토니는 ㅇㄷ에 연고를 발라주기 시작했다. 거절하는 것도 한두번이지 스팁은 고집에서 부자를 당할 재간이 없었다.

이녀석은 빌려 쓰는 주제에 왜 이렇게 막다루는 거야? 도무지 예의가 없어, 예의가.
토니, 거기는 아프지 않네만.

연고를 다 바른 뒤에도 토니의 손은 여직 가슴에 자리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요즘 스팁은 ㅈ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유선이 너무 도는 게 원인이다. 우성알파는 오메가의 호르몬을 조종할 수 있는데 덕분에 아이가 배불리 먹기 위해 스팁을 무리시키는 꼴이 됐다. 우성알파인 아이는 ㅈ을 무는 순간부터 모체에 영향을 준다. 때문에 모체는 체력 이상으로 유선이 돌고 무리가 오는 거다. 이런 이유도 포함돼 알파는 일찌감치 혼합수유를 시작하는 게 일상다반사다. 피터의 경우 배속에서의 일 때문인지 모체에 대한 의존도가 다소 높다는 게 의사의 소견이었다.
인공젖꼭지를 거부한다는 말에 전후사정을 알고 있던 담당의는 그리 말했었다. 그는 당시 스팁의 출산을 도왔던 의료팀 중 한사람이었다.

스팁, 가슴이 좀 딱딱해지지 않았어?
지금 가지 않으면 페퍼가 올라올 거야.
흐음... 이따 보자구. 일하고 올게, 허니.

점심시간을 이용해 올라왔던 토니가 피터와 스팁의 이마에 키스한 뒤 일어섰다. 아쉬운지 스팁의 가슴을 조물락거리던 손을 보더니 킁 냄새를 맡는다. 스팁은 순식간에 얼굴이 붉어졌다. 이젠 저런 짓 좀 안 했으면 싶지만 토니는 한번뿐인 기회라며 ㅈ냄새에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한번. 토니는 순간순간 그 말을 입에 담았다. 그것은 자신에게, 그리고 특히 스팁에게 주입시키는 주문과도 같았다.



어찌보면 당시의 참담함을 가장 뼈져리게 느낀 건 토니인지도 모른다. 스팁은 아파서 정신이 없었다지만 토니는 맨정신에 스팁이 수도없이 죽을 고비를 넘기는 걸 봐야 했다. 지금도 당시의 기억은 토니에게 생생한 고통이었다. 그나마 스팁은 제가 죽을 뻔한 것도 피터를 보며 잊은 모양이다. 피가 나도록 제 살을 깨무는 순간에도 스팁은 피터를 사랑스럽게 쳐다본다. 어릴적 토니는 부모에게 그런 시선이 받고 싶었다. 때문에 제 아이가 사랑받는 걸 보면 토니도 행복했다. 하지만 그래도 두번은 안 됐다. 지나가는 말로 스팁은 무조건 우성알파가 태어나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 했었다. 토니도 스팁이 자신을 위해 많은 가족을 이뤄주고자 함은 안다. 하지만 토니는 알고 있다. 환경만 조성된다면 두번째도 세번째도 태어나는 건 우성알파일 확률이 매우 높다. 우성오메가도 두세번씩 우성알파를 잉태하는 건 버거운 일이다. 하물며 스팁은 혈청으로 끌어올려진 거다. 피터 때만 해도 혈청이 감소하며 그 사단이 났지 않던가. 때문에 토니는 피터를 보며 자꾸 당시를 잊어버리려는 스팁에게 두번은 없다는 걸 상기시켰다.

아아...
응... 스팁?

끙끙대는 소리에 토니는 잠이 깼다. 시계를 보니 새벽 한시다. 모로 누운 스팁이 끙끙대던 걸 멈춘다. 상체를 일으킨 토니가 수면등을 켰다. 어깨를 잡아 돌리려 하니 스팁이 몸을 굳혔다.

내가 깨웠나?
왜그래, 또 가슴 뭉쳤어?

익숙한 일인듯 토니가 잡은 어깨에 힘을 줬다. 제대로 힘도 쓰지 못하고 스팁이 딸려왔다. 가만둬도 혈청 덕분에 몇시간 가지 않아 풀릴 테지만 이런 건 손으로 주무르는 게 빨랐다. 더욱이 스팁의 경우 유선이 무리해 돌면서 주변 근육이 경직되는지라 ㅈ몸살이라도 근육통에 가까웠다.
스팁의 위로 올라온 토니가 능숙하게 잠옷 단추를 풀렀다. 아직 그의 눈에는 잠이 가득하다. 스팁은 혼자 꽤나 끙끙댔는지 옷이 축축했다. 한결같은 미련스러움에 토니가 혀를 찼다.

아프면 말하라니까. 이번엔 만능 혈청도 내 손만 못하잖아.
으읏! 토니, 아파. 살살 좀....
쉿, 애 깨겠어. 그러니까 이렇게 되기 전에 깨우면 좀 좋아? 낮에 보니까 오늘쯤 뭉치겠다 싶더니. 능력있는 남편 뒀다 뭐하려고.

스팁이 ㅈ몸살을 호소하자 토니는 병원에서 열린 특강에 참여했었다. 산모를 위한 마사지 수업이었는데 기함하며 가지 않겠다 버티던 스팁을 기어코 끌고갔었다. 그리고 거기서 강사에게 연신 그레이트, 엑설런트 등등 찬사와 함께 수제자로 인정받았다. 토니도 제 손재주가 남다름은 알았지만 또 다른 재능에 눈뜬 시간이었다.

음! 으응, 응!
그렇게 아파?

토니는 손바닥을 딱딱하게 뭉친 가슴 근육을 풀었다. 웬만해선 아픈 티도 안 내는 스팁도 이때만큼은 늘 참기 힘들어했다. 이젠 얼추 숙력되기까지 한 토니는 스팁이 소리를 내지 않으려 입술을 물고 한쪽으로 고개를 돌린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익숙해졌다고 손이 능숙하게 돌아가는 와중에 신경이 다른 데 쏠렸다. 자고 있는 아이 때문에 끙끙거리는 소리에 토니는 회가 동했다. 풀어헤쳐진 상의, 살짝 주름 진 미간, 붉어진 얼굴과 목덜미. 얼마나 완벽한 조합이던가. 요즘 스팁에게서는 오메가향이 거의 죽고ㅈ냄새가 더 진했다. 그게 서운했건만 오늘은 이 아기냄새도 나쁘지가 않았다. 그리고 생각보다 빠른 손은 이미 마사지를 가장한 ㅇㅁ로 바뀌었다.

토니? 응!
미안, 아팠어? 안 아프게 해줄게.
무슨! 지금 뭐하는 건가?

스팁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엇다. 손에 쥐듯 ㄱㅅ을 움켜쥐더니 미안하다며 끝을 핥는다. 많이 물렁해진 ㄱㅅ 위, 튀어나온 돌기를 할짝이는 움직임은 조심스러웠다. 다른쪽에서는 ㄱㅅ을 주무르는 간간히 손끝으로 돌기를 희롱하기 바쁘다. 스팁은 아직도 굉장히 혼란스러워하며 토니의 동그란 머리를 보고 있었다. 설마 바로 옆에 피터가 있는데 토니가 진심으로 이러겠나 싶은 거다. 그런데 상체를 일으킨 토니가 스팁의 손을 잡아끌더니 제 주심부로 가져갔다. 뭐가 좋다고 때와 장소도 모르는 주니어를 자랑하는지 스팁은 기가 찰 노릇이었다.

토니.
응? 스팁, 우리 오랜만이지? 허니, 이게 그립지 않았어? 내 죽여주는 ㅁㄱㄴ이 갖고 싶다고 말해봐.

역시 문제는 입이다. 그밤, 토니는 피터가 태어나고 처음으로 각방을 써야만 했다.



지금 이순간 나타샤의 가장 큰 고민은 이걸 살려 말어다. 착하게 살기로 다짐했는데 민간인, 그것도 아이언맨을 죽이자니 결심이 무너지는 것 같고, 또 살리자니 제가 죽을 것 같다. 쉴드 임무에 관한 일로 찾아왔던 그녀는 초단위로 갈팡질팡했다.

이게 말이 돼? 피터 가졌을 때까지 계산해 벌써 일년 넘게 ㅅㅅ리스 상태라고! 캡시클은 고자가 틀림없어! 엄마가 되면서 ㅂㄱㅂㅈ이 된 거라고! 제길! 아직 창창한 난 어쩌고!

토니는 분노했다. 저게 진심이라는 게 나타샤는 더 짜증이 났다. 물론 토니가 이해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는 머리에 혹이 났다. 머리카락으로 가렸지만 나타샤의 눈썰미는 예사롭지 않다. 간밤 스팁에게 맞은 게 분명하다. 하지만 나타샤는 이해와 별개로 남의 일에 관심이 없다. 제 일도 아니지 않은가. 손을 가리고 하품했더니 토니가 눈을 흘긴다. 나타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 얘기 다 들었죠? 이번 임무에 아이언맨이 필요해요. 전방위 지원으로 당신만한 사람이 없잖아요?
그러는 냇은 내 얘기는 들었고?
나같아도 짜증나겠어요. 아마 나라면 그냥 해버릴테지만 상대는 캡틴이고 또 내 일이 아니니까 알아서 해요. 어차피 내 의견이 듣고 싶었던 것도 아니잖아요?
쳇!

정곡을 찔린 듯 토니는 그녀를 잡지 않았다. 하지만 사무실을 나왔을 때, 나타샤는 자비스를 통해 스팁의 곤란한 요청을 드게 된다.

저... 나타샤, 잠깐 얘기할 수 있나?

순간 똥 씹은 표정이 된 그녀는, 그러나 상대가 캡틴이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타샤의 눈에도 바튼의 캡틴을 향한 신뢰는 두터웠다. 호크아이는 캡틴을 존경한다. 함께 임무를 수행할 때면 바튼의 시선은 언제나 캡틴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나타샤는 그런 눈빛을 받는 캡틴이 부러웠다. 내색은 않지만 그녀는 바튼에게 관심이 쏠리는 중이다.

하아... 나만 그런 건가? 다른 사람들은....
확실한 건 토니 스타크가 별종이라는 거죠. 하지만 뭐, 저같아도.....
응?
아뇨, 아니에요.

만약 바튼이 임신한다면 저도 토니처럼 모유를 탐낼지도 모른다. 나타샤는 문득 토니의 편에 서버림에 고개를 저었다. 토니와 동급이라는 게 석연찮은 그녀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스팁과 제 가슴을 훔쳐보게 된다. 이 또한 모두 토니 탓이다.

제길!
나타샤?

수유하다보면 ㄱㅅ이 작아진다던데 스팁은 그렇지도 않았다. 그놈의 혈청이 ㄱㅅ으로 다 몰린 모양인지 순간 짜증이 났던 그녀가 머리를 흐트렸다. 토니에 대해 진지하게 상담중이던 스팁이 놀라 쳐다봤다. 그때 아이가 깼는지 우는 소리가 났고 스팁이 자리를 비웠다. 폰을 꺼내든 나타샤가 바튼에게 전화를 걸었다.

냇? 나 지금 임무중이야.
너도 내 ㄱㅅ이 작다고 생각해?
뭐? 나 지금 임무중....
캡틴이야, 나야?
무슨 소리야?
누구 ㄱㅅ이냐고.
냇, 저기, 그.....
멍청하기는! 끊어!

바튼만 괜한 화풀이를 다했다. 피터를 안고 나온 스팁이 무슨일이냐는 듯 쳐다본다. 고민이 있으면 말해보라는 눈치에 나타샤는 스팁의 ㄱㅅ만 쳐다봤다.

임신시키고 싶다.

불쑥 튀어나온 소리에 나타샤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스팁의 ㄱㅅ에 몰두한 시선이 문제다. 스팁도 눈에 띄게 표정이 굳는다. 차마 누구를이라고 묻기가 망설여지는 모양이다. 나타샤는 알파다. 임신하는 건 안 되도 시키는 건 가능하다. 혈청의 폐해는 여성성에만 돌아간 덕분이다. 그리고 스팁은 정말 고민이라면 함께 나눠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 저... 그러니까....
아, 아뇨. 캡틴을 임신시키겠다는 건 아니에요. 전 생각해둔 사람이.... 물론 그렇다고 해서 캡틴이 임신시키기 싫을만큼 매력적이지 않다는 건 아니에요! 아, 제길! 내 말 무슨 말인지 알죠?

그때 툭 소리가 들린다. 나타샤가 돌아보니 언제 왔는지 모를 토니가 재킷을 바닥에 던지고 소매를 걷는 중이다.

알파 대 알파로 싸우자, 냇.

나타샤는 정말 토니를 죽기 전까지 패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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