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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27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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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오, 다 주의




일년. 정확히 일년만이다. 토니를 만난 지.

헤이, 캡.

먼저 인사한 건 토니다.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스팁은 멈춰있었다. 순간 오늘자 신문에 대서특필된 토니의 스캔들 기사가 떠올랐다. 스팁은 웃을 수 없었다.



다시 깨어난 스팁은 토니와 사귀었었다. 하지만 시작처럼 끝도 토니로부터였다. 그답지않게 진지했던 연애는 처음 찾아온 권태기에 막을 내렸다. 약 삼년간 이어진 연애는 토니의 바람으로 종지부를 찍었다. 그때도 대서특필된 스캔들에 토니는 변명 대신 헤어지자 말했다. 스팁은 이유도 묻지 않았다. 헤어짐의 순간은 그게 다였다. 그리고 아직 준비도 못했는데 토니가 눈앞에 있었다. 회의실에 앉아 닉이 하는 말을 들으면서도 스팁은 멍했다. 토니는 귀찮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닉은 둘이 함께해줄 일이 있다며 부른 거다. 얼마전 쉴드를 공습한 빌런무리가 기밀자료를 빼돌렸다는 것. 그리고 거기에는 아이언맨이나 스타크타워에 대한 해킹 자료도 포함됐다는 것이다. 여기서 토니는 노발대발했지만 닉은 쌤쌤이라며 일축했다. 닉은 둘이 녀석들 소굴을 소탕하고 자료를 돌려받기를 원했다. 이외 참고로 삼으라며 둘에게 각각 파일을 내밀었다. 그러고는 나머지는 둘이 상의하라며 나갔다. 회의실이 싸늘해졌다.

잘 지냈어?

토니가 먼저 물었다. 스팁은 토니쪽은 보지도 않은 채다. 둘 사이에는 적당한 간격이 있다.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딱 지금 둘의 관계같은. 그리고 스팁이 정신차린 건 토니의 헛기침 덕분이었다.

어? 뭐라고 했나?
좀 마른 거 같다고. 계속 무리했다면서. 아니야?
무리한 건 아니네.

토니는 평상시와 같다. 적어도 스팁의 눈에는 그랬다. 그래서 스팁은 조금 서운했다. 그는 아직 토니에게 미련이 있었다. 그래서 일년간 일에 몰두한 것도 있다. 그 생각에 스팁은 입이 썼다.

나는 기계쪽은 모르니 토니 자네가 알아서 하게. 그러면 당장 정할 건 없겠지?

스팁이 피하듯 일어섰고 토니는 물끄러미 쳐다봤다. 여유롭기까지 한 시선에 스팁이 급히 파일을 들고 돌아서자 토니가 말했다.

보고 싶었어.

속내 모를 소리에 멈칫한 스팁은 그대로 나갔다. 차마 돌아볼 용기가 없었다.



스팁은 오메가다. 70년 전만 해도 알파와 오메가 사이의 간극은 존재했다. 그러나 다시 깨어난 세상은 모두가 평등했다. 물론 다른 이유로의 차별은 존재했지만 오메가라는 이유로 음지에서 살던 시대는 끝났다. 덕분에 스팁은 자신의 형질을 숨기지 않아도 됐다. 거기에 요즘 시대는 약으로 힛싸가 거의 완벽하게 제어되니 오메가의 사회진출은 더 쉬워졌다. 스팁도 쉴드에서 개발한 억제제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었다. 이 신약 개발에 토니가 꽤 많은 공을 들였었다는 추억이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거 먹으려고?

목소리에 스팁이 정신을 차렸다. 억제제 하나에 생각이 많아졌다. 이곳이 스타크타워여서일 테다. 토니가 돌아오기 전에 먹으려던 계획이 틀어졌다. 당황한 스팁이 어영부영하는 사이 다가온 토니가 약을 뺏었다. 이곳은 스타크타워 내 토니의 사무실이었다.

그러고보니 주기가 이맘때였나? 아직 먹지 않아도 될 거 같은데 좀더 참아보지?
약이나 주게.
먹으려고?

뻗은 손이 무안하게 토니가 다시 묻는다. 스팁은 손을 거뒀다. 토니가 테이블을 돌아 맞은편에 앉았다. 그가 약을 테이블 위에 놓은 뒤 몸을 소파에 묻었다. 스팁은 자리가 불편했다.

슈퍼솔저한테 듣게 만들었으니 엄청 독한 약이라고. 처음 줄 때부터 말했을텐데?
알고 있네.
그러니 좀 기다..... 오, 이런.

느긋하던 토니는 갑자기 곤란한 얼굴로 약을 내민다. 테이블에는 이미 스팁 앞에 물잔이 있었다. 스팁이 의아하게 쳐다보며 약을 받았다. 토니가 곤란한 얼굴로 말했다.

참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내가 안 될 것 같아.
무슨.....
여전하네, 스팁.

토니가 코를 가리켰다. 사귀던 때도 스팁의 향에 유독 집착하던 토니다. 발정기 때는 그만큼 폭발하는 체향에 토니는 독성을 제치더라도 약을 못 먹게 했다. 말그대로 토니는 스팁의 발정기를 즐겼으며 보다 더 온방에 진동하는 스팁의 오메가향에 취했다. 평소에도 스팁의 향에 보이는 집착에 토니는 냄새페티쉬가 있다는 오해를 받을 정도였다.

이 향이 그리웠어.

보란듯 숨을 크게 들이쉬는 토니다. 스팁은 얼굴이 달아올랐다. 급히 약을 물고 삼키자 역시 토니가 못마땅한 얼굴이다. 토니는 스팁을 위해 신약을 개발했지만 좋아하진 않았다. 약의 독성 때문이다. 스팁 역시 약을 먹은 직후는 나른하고 손발에 힘이 없다. 증상은 컨디션에 따라 짧게는 수십분, 길게는 만하루가 갈 때도 있다. 일반인은 잘못 먹으면 골로 갈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계획을 정리하고 싶다고?
....조금 쉬지 그래?
아니, 괜찮아.
스티브.

토니는 진지했고 스팁은 혼란스럽다. 종잡을 수 없는 표정은 스팁을 더 곤란하게 했다. 거기에 몸 또한 좋지 못했다. 장기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지 고작 삼일째다. 거기다 토니 생각에 삼일도 곤두서있었다. 수퍼솔저도 사람이지 않은가. 약기운이 작용하는지 발정기를 준비하며 폴폴 나던 향기가 죽었다. 동시에 배가 싸하다. 이 또한 약의 부작용 중 하나다. 그래도 이렇게까지 심하지는 않았다 생각하며 스티브는 식은땀을 흘렸다.

자네 말이 맞아. 조금 쉬어도 될까?
얼마든지.

눈을 감고 소파에 기댄 스팁에게 토니의 말이 들렸다. 기분이 이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온몸에 들러붙는 토니의 시선이 불편했다. 스팁은 토니의 입안에 있는 기분이었다.



토니는 바람둥이에 직설적이지만 무자비하지는 않았다. 누구보다 스팁을 잘 안다 싶었고 스스로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다 여겼다. 그래서 스팁과의 이별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토니 스타크는 원래 금방 싫증내고 새것을 좋아하지 않던가. 그게 자신이었기에 스팁과의 연애가 길어지며 불안했던 것도 사실이다. 무엇이 이리 자신을 초조하게 하는지 토니도 몰랐다. 그것이 오메가에 대한 알파 특유의 소유욕 때문이라는 걸 토니는 권태기로 오해했다. 실로 그쯤 토니는 스팁이 누구랑 눈만 마주쳐도 짜증이 날 정도였다. 그는 몸이 본능적으로 본딩하고자 들끓는 걸 답지않은 오랜 연애가 주는 스트레스라 여겼다. 그리고 멍청하게도 진실은 스팁과 헤어지자 벗겨졌다. 이후 증상이 더 심해졌기 때문이다. 스팁은 바로 장기임무를 받고 해외로 갔는데 토니는 거리가 멀어지며 더 불안과 짜증을 호소했다. 스팁과의 결별 후 전보다 더 요란해진 스캔들이 그걸 증명한다. 그럼에도 끝내 채워지지 않던 공허함은 스팁의 냄새가 가득 채웠다. 어느새 잠든 스팁을 토니는 미동도 않고 쳐다봤다. 지난 일년간 토니는 스팁의 스토커나 다름없었다. cctv를 해킹하고 도청하며 스팁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때문에 스팁이 어떤 알파나 베타와도 관계하지 않음을 안다. 그럼에도 가슴속이 불을 들이부은 듯 뜨겁게 휘몰아쳤다. 스팁이 가까이 있으니 더하다. 지금껏 평정을 가장한 건 그답지 않은 인내심이었다.

스티브.

토니가 다시 깊게 호흡했다. 옅어진 향이라도 스팁의 것이라면 얼마든지 알아볼 수 있다. 토니는 일년 사이 스팁에 대한 집착이 병적으로 높아졌다. 눈앞의 무방비한 먹잇감에 토니는 온몸의 혈관이 아우성치는 걸 느꼈다. 내것이다. 내 오메가다. 지금도 토니의 본능은 끊임없이 소유권을 주장했다.



스팁은 삼십분쯤 잤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일어났을 때 주변은 붉었다. 해가 지는 중이다.

이런..... 깨우지 그랬나.
달게 자길래.

스팁이 허둥거렸다. 수퍼솔저라도 오메가다. 발정기쯤으로 신체기능이 떨어진다. 잠이 많아지고 무기력해지는 것도 증상이다. 토니는 책상에 앉아 싸인 중이던 서류를 덮었다. 첨단을 달리는 스타크타워도 아날로그 방식을 유지하는 것 또한 있었다.
스팁이 미안해하며 기댄 등을 뗐다. 토니는 바로 저 소파에서 스팁과 나눴던 밀회가 떠올랐다. 좋았던 기억 중 하나다. 중간에 회사 간부들이 들이닥쳐 곤란했던 것만 빼면. 그때는 자비스 덕분에 위기를 모면했었다.

약은 장기간 복용 중인가?

토니가 물었다. 스팁은 침묵했다. 토니가 다시 말했다.

장기 복용은 좋지 않다고 했는데.... 쉴드에서는 관심도 없었겠지.

자조적인 말 끝에는 분노도 있다. 처방이야 쉴드에서 해줄테니 안 봐도 뻔하다. 스팁이야 자기 몸 신경 쓰지 않는 가학적인 성격이니 말 다했다. 하지만 일년 동안 스팁이 약을 먹는 순간마다 안심한 건 토니다. 아니었다면 그도 스스로 무슨 미친짓을 했을지 모른다.
이미 버린 것에의 기이한 집착, 거기에 그토록 피하던 정착까지 생각해버린 토니는 이번을 계기로 고민을 접기로 했다. 하나를 위해 열을 포기하는 건 토니 스타크가 아니다. 하지만 이번 한번은 예외가 되기로 했다. 안 그러면 자신이 미칠 듯했으니.

흠흠, 그럼 마저 얘기할까?

스팁이 헛기침으로 분위기를 전환했다. 지금은 일 얘기가 편했다. 토니는 또다시 불편하도록 스팁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불안하게 요동치던 스팁의 가슴이 조금 진정됐다.



아이언맨과의 합동 작전은 성공이었다. 그러나 와중에 스팁이 다쳤다. 특수한 약품처리된 칼은 상처를 냄과 동시에 살을 태웠다. 처음부터 캡틴을 노리고 만든 무기였다. 덕분에 쉴드에 돌아와서도 상처회복에 애먹은 스팁이다. 그는 최근에서야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사이 후처리는 토니 몫이었다. 그는 자처해 쉴드 내 해킹방어벽을 새로 구축해준다며 나섰다. 덕분에 토니는 심심찮게 쉴드를 드나들었다.
현재 스팁은 쉴드에 기거했다. 이전 아파트는 토니와 동거하며 정리했었다. 이 또한 토니의 바람이 컸다. 헤어지고도 주로 장기임무를 맡아 해외로 돌았으니 스팁도 지금에 불만은 없었다. 다만 토니 스타크가 문제였다.

할 얘기가 있어, 캡.

또다. 불쑥 나타난 토니는 스팁과 남자의 대화를 끊었다. 이미 수차례 반복된 일이다. 스팁은 찌푸려진 미간을 감추지 못했다. 전술에 대해 자문을 구하던 쉴드 직원이 주춤하더니 급히 자리를 떴다. 토니가 주변 신경 쓰지 않고 알파향을 개방해서다. 현대에 이런 행동은 굉장한 실례다. 특히 토니같이 몇 안 되는 우성알파는 영향력이 센만큼 알아서들 더 조심했다. 이들은 호르몬에서 자유로운 베타마저도 주춤거리게 할 정도다. 스팁은 이렇게 바람피우는 마누라 잡듯 하는 토니가 이제 버거웠다.

벌써 이렇게 돌아다녀도 돼?
상처는 다 나았네. 그래서 할 얘기란 게 뭔가?
흠....

토니가 거리를 좁히더니 얼굴을 들이댔다. 스팁의 어깨쯤 닿은 코가 깊게 숨을 마신다. 스팁이 움찔했지만 토니는 모른척했다. 스팁은 더 참을 수 없어졌다.

토니, 얘기나 하게.

스팁이 물러섰고 토니가 팔을 잡는다. 힘으로라면 아머 없는 토니는 스팁의 상대가 아니다. 그럼에도 스팁은 꼼짝하지 못했다. 그의 도덕심이 민간인을 상대로 스스로를 더 나약하게 만드는 것이다. 더불어 토니의 페로몬은 스팁의 오메가성을 굴복시키기 충분했다. 이런 강력한 존재는 몇 없는 게 정말 다행이다. 토니의 페로몬은 오메가로 하여금 강제적 발정기를 일으키도록 유도할 수도 있었다. 지금은 그정도는 아니나 스팁은 충분히 거슬렸다.

그만해. 뭐하는 짓인가?
내가 뭘?
자네 정말 몰라서 묻나?
내 얘기 생각해봤어?
난 이미 거절했네.

스팁은 눈을 피했다. 몸에 미열이 돈다. 스팁에게 토니는 아직 가장 익숙한 알파다. 그것도 보통알파가 아니니 아무리 스팁이 수퍼솔저에 우성 오메가라도 완전히 제어하지는 못했다. 토니는 더욱 위험하게 향을 개방했다. 공격성을 띈 그것은 토니의 감정도 표출했다. 토니가 으르렁거리듯 속삭였다.

방금 그자식은 뭐야? 이제 시답잖은 녀석한테도 눈이 돌아가는 거야? 응? 캡, 대답해.
토니, 대체 무슨 말이야!
녀석이 아예 대놓고 페로몬을 흘리던데 설마 몰랐다고?
난 정말 모르는 일이네. 이것부터 놓고 얘기해.
.....정말인가?

터질듯하던 긴장감은 토니가 페로몬을 거두며 끝났다. 그제야 숨을 몰아쉰 스팁이 벽에 기댔다. 긴 통로에는 아까부터 사람 하나 없었다. 본능적으로 피한 걸 테다. 육체적으로나 두뇌적으로나 베타보다 알파오메가가 뛰어난 건 사실이다. 그중 지배계층은 당연히 알파다. 덕분에 쉴드는 대부분이 알파 오메가이므로 토니의 영향을 안 받을 수 없다.

둔한 것도 정도가 있지.

토니가 김빠지게 말했다. 누가봐도 꼬시는 게 분명한 장면에서 당사자가 전혀 몰랐다니. 눈치라고는 약에 쓰려도 없는 캡이라 납득할 일이다.

하아, 토니. 이제 그만하게.

스팁이 말했다. 그는 정말 지쳤다. 육체는 완전히 회복했다. 문제는 멘탈이다. 쉴드를 드나들면서 토니는 불쑥 스팁에게 합치자고 제의했다. 밑도 끝도 없는 말에 스팁은 거절했다. 속절없는 두근거림은 무시한 스팁이다. 이 제멋대로인 종자는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스팁은 아직도 힘들어하지 않던가. 그래서 집요하게 묻고 또 묻는 토니에 계속 거절만 되돌렸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정신적으로 굉장히 지쳤다. 토니는 원하는 건 꼭 가져야 하는 남자다. 알파적 성향이 그렇지만 토니는 그중에도 유별나다. 천재성까지 가미해 원하는 게 세상에 없으면 만드는 인간이다. 스팁이 아는 한 토니는 가진 뒤 버릴지언정 중도포기는 없었다. 다만 그 병적인 집착이 사람에게 보이는 건 처음이라는 걸 스팁은 몰랐다.

난 자네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잠시 별거했던 거라 생각해. 좀 유별난 권태기라 해도 좋고. 내가 별종인 건 우리 다 아는 사실이잖아.

좀 봐달라며 한 약한 소리에도 토니는 스팁을 몰아세웠다. 토니가 스팁 앞에 섰다. 고개 숙인 스팁에게로 토니가 다가왔다. 코앞에서 토니가 속삭였다.

그러니까 캡, 다시 얌전히 내것이 돼.





2




캡틴은 동성에게 인기가 많다. 성비 대비 아이언맨이 압도적인 여성팬을 갖고 있다면 캡틴의 성비는 좀 의아스러울 만하다. 아마 스팁은 절대 모를 것이다. 그들의 음험한 팬심을. 그러나 토니는 알고 있다. 캡틴의 금욕적인 분위기가 가학성을 자극한다는걸. 더욱이 캡틴이 오메가라는 점을 들어 저들끼리 질척한 음담패설이나 주고받는 것도 안다. 역시 스팁은 전혀 모르는 얘기다. 때문에 아이언맨과 캡틴의 재결합은 세상을 뜨겁게 달궜다. 특히 토니 스타크를 향한 일부 알파들의 소심한 sns 테러가 기승을 부렸다. 연방 찍어대는 기사에 스팁은 닉, 콜슨, 바튼, 나타샤 등등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개중 콜슨은 굉장히 낮고 어두운 목소리로 스팁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다행히 스팁의 만류로 콜슨의 빌런화는 막았으나 생각지도 못한 후폭풍에 스팁은 심신이 지쳤다. 스팁은 아직도 자신이 유명인사임을 자각치 못한다. 때문에 이 모든 사단이 토니 스타크 때문이라 여겼다. 그의 유명세는 의심할 여지가 없지않은가. 캡틴 성애자들의 sns를 통한 아이언맨 테러를 스팁은 전혀 몰랐다.



이번일의 발단 역시 토니였다. 스팁은 자신들의 재결합을 비밀에 부치길 원했다. 아마 언제든 달아날 수 있게 출구를 열어두길 원한 걸테다. 토니는 못마땅했지만 스팁은 완강했다. 해서 토니가 한발 물러나는 줄 알고 안도했다. 갑작스런 저녁 제의에 도착한 레스토랑에 진을 친 기자들을 보기 전까지는.
토니의 차를 타고 온 스팁은 내리기 무섭게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토니는 어느새 스팁의 허리를 안았다. 언제나의 바지와 체크셔츠의 스팁에 비해 토니는 턱시도 차림이었다. 여유 있게 손까지 흔들어보인 토니는 질문의 홍수 속에 필요한 말은 다 했다.

당연히 재결합이죠. 우린 서로를 정말 간절히 원하고 있더군요.
이젠 아이언맨도 정착해야죠. 방황하기보다 가정을 꾸릴 나이니까.
거취요? 음... 글쎄요. 신혼집을 살까 생각 중이긴 한데....

그 말을 끝으로 토니는 스팁을 데리고 레스토랑으로 쏙 들어갔다. 다음날 언론은 당연히 얘기를 부풀렸다. 레스토랑으로 걸어 들어가는 짧은 거리 동안 토니가 스팁의 허리를 부축하듯 안은 걸 보고 속도위반설까지 나왔다. 이목이 부담스러워 칩거중인 스팁을 두고 임신설에 무게가 더해졌다. 무엇보다 토니가 임신설에 침묵하는 게 가장 큰 힘을 실었다. 역시 이런 얘기도 스팁은 아직 모른다. 그저 제가 신문과 티비에 자꾸 언급된다는 게 부담스러울 뿐이다. 처음 둘이 사귈 때만 해도 이정도까지 난리는 아니었다. 그때의 포커스는 철저히 억만장자 바람둥이 토니 스타크였다. 그런데 지금은 그 억만장자 바람둥이 난봉꾼 토니 스타크를 사로잡은 캡틴이 주인공이다. 요 일년 사이 특히 더 요란했던 토니의 스캔들도 스팁과 헤어졌던 시기와 맞물려 시너지는 엄청났다. 한쪽에서는 아예 아이언맨을 사로잡은 캡틴 아메리카의 매력 분석도까지 나올 정도다. 고지식한 스팁은 이 모든 게 그저 창피했다.

정말 안 나올거야? 저녁 같이 먹자니까.
난 괜찮으니 먹고 오게.
그럼 데이트가 아니지!

영상통화 속 토니가 열을 냈다. 원래도 사귈 때는 다정한 토니다. 그는 사업차 삼일간 외국에 있었다. 귀국해 돌아오는 차안에서 스팁에게 데이트를 신청한 거다. 스팁은 그날 이후 스타크 타워 내 은둔생활 중이다.

콜슨이 협박 메일 보냈어. 당신이 간절히 부탁해 날 살려준다더군. 캡틴 아메리카의 눈물을 볼 수 없다나 뭐라나.

토니가 말하며 불편함을 드러낸다. 재결합 이후 토니의 스팁을 향한 집착은 더 심해졌다. 궁극적으로 스팁이 토니와의 본딩을 거절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토니가 아무리 희귀한 우성알파라도 스팁 또한 우성오메가에 수퍼솔저다. 한쪽이 약체면 강제 본딩도 가능하나 스팁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 또 본딩은 정신적 육체적 ㅅㅅ가 함께 이뤄져야 하건만 스팁은 성직자처럼 방어가 견고했다. 토니는 스팁이 정말 고자가 된 게 아닌가 의심할 정도다. 이건 금욕적이어도 너무하지 않은가. 욕망 그 자체인 토니로서는 이해 못할 노릇이다. 때문에 요즘 토니는 말그대로 안달이 났다. 스팁을 향한 집착이 날로 거세지는 것도 이때문이다. 아닌 줄 알면서도 스팁이 거부하는 이유가 다른 놈 때문인가 고개를 든다. 그럴 때면 토니는 알면서도 자신을 제어하기 힘들었다. 곁에 있는 페퍼가 놀라 움찔할 정도였다.

콜슨은 그저 날 걱정한 것뿐이야.
그래그래. 캡틴 성애자니 얼마나 걱정이 넘쳐나겠어.
토니.

스팁이 나무랐다. 영상 속 토니가 콧방귀를 꼈다.

콜슨이 보낸 협박 메일 보여줄까? 나는 새 발의 피라고. 자비스.
Yes, sir.

동시에 스팁 앞으로 영상이 뜬다. 콜슨이 보낸 메일 전문이다. 거기에는 정말 콜슨인지 의심되는 무시무시한 말들이 써있었다. 스팁은 당황했다. 토니는 알만하다며 혀를 찼다.

이건....
콜슨이 맞아. 아이피 추적까지 다 했다고. 쉴드 내에서 보낸 거야.
.....그래도 난 콜슨을 믿네.

스팁은 흔들림을 다잡았다. 토니가 못마땅하게 혀를 차더니 저녁은 테이크아웃 해가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스팁은 소파에 쓰러지듯 누웠다. 정말 심신이 지쳤다.



어디야?
토니?

스팁은 놀랐다. 휴대폰너머 토니는 조급해보였다. 아직 아이언맨과 캡틴의 스캔들이 식지 않은 시기였다. 원래라면 스팁은 여전히 스타크타워에 은신중이어야 했다. 토니는 여전히 자비스를 통해 스팁의 일거수일투족을 스토킹 중이었다. 토니는 현재 스팁의 위치를 알고 있다.

스팁, 어디냐고 물었잖아.
아.... 좀 살 게 있어서 나온김에 버키나 볼까 하고 가는 중이네.

전화해 대뜸 다그치는 토니에도 스팁은 이상하게 생각지 않았다. 사실대로 말하는 스팁에 토니는 치솟던 감정이 가라앉았다. 윈터솔저이던 버키는 현재 비밀리에 쉴드 소속이 됐다. 기어코 캡틴이 버키를 구한 것이다. 때문에 토니는 둘의 관계가 깨끗하다는 걸 알면서도 버키가 불편했다. 때문에 버키에게 향하는 스팁을 알고는 참을 수가 없었다. 스팁은 방금 막 버키와 통화했고 토니는 이미 그의 폰을 도청했다.

토니, 왜 그러나?
말이라도 하고 가지 그랬어. 당신 보러 올라왔다가 없어서 놀랐다고.

눈하나 깜짝 않고 내뱉는 거짓말에 폰너머가 조용하다. 스팁은 조금 당황한 듯 어, 저기 같은 소리만 했다. 고지식한 노친네는 순진하기까지 했다. 뿐이랴 캡틴 아메리카는 박애주의자의 상징이다. 토니에게 그런 캡틴을 구워삶는 건 식은 죽 먹기다.

일찍 들어갈 생각이었네. 그래서 생각지 못했어. 다음부터는 말하고 다닐게.
제발 그렇게 해줘.

토니가 앓는 소리를 냈다. 스팁은 정말 미안해했다. 그렇게 당하고도 여전했다. 스팁은 약한 것에 약했다. 토니가 조금만 약하게 굴면 스팁은 어쩔 줄을 몰라했었다. 말도 안 되는 것마저도 못내 들어줬었다. 스스로에 한해 둔한 스팁으로 인해 그런식의 불손한 접근만 토니가 쳐낸 것도 무수했다. 스팁을 조금만 안다면 그가 제일 마지막에 두는 것이 그 자신임을 눈치챌 수 있다. 이것은 스팁의 자존감이 바닥이라기보다는 박애주의의 제일 낭패스러운 산물이었다. 때문에 토니는 여전한 스팁이 반가우면서도 짜증이 잃었다. 재결합 이후, 확실히 토니는 전과 달랐다. 후회는 한번이면 족했다. 스팁은 이미 토니 안에 각인된 상태다. 기질이 호전적이고 욕심이 많은 알파가 먼저 오메가를 각인하는 건 아주 특별했는데 그것은 본딩과는 또 달랐다. 본딩이 알파가 오메가를 독점하고 소유하려는 성질의 것이라면 각인은 알파 스스로 오메가에게 귀속되는 것이다. 이는 순전히 알파의 의지로만 가능한 본인에게 행해지는 구속이다. 또한 본딩이 깨질 수 있는 것이라면 각인은 죽을 때까지 구속력을 지녔다. 그럼에도 토니는 어느샌가 스팁을 각인했고 그건 생각보다 놀랍지 않았다. 그보다는 스팁의 계속되는 본딩 거절에 요즘 그는 인내심이 다달았다.

언제 올 거야? 태우러 갈게.
그럴 필요는....
스팁.

토니에게서는 강제성이 느껴졌다. 스팁은 결국 한 시간 뒤에 보자는 말을 해야 했다. 마침 들어오던 페퍼는 놀고먹는 것으로 모자라 근무시간에 이탈하려는 토니에 눈살을 구겼다. 그러나 토니는 전화가 끊기자 어째서 한 시간씩이나 있어야 하냐고 궁싯거리기 바빴다. 동시에 그의 천재적인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언론은 이번 토니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고 느꼈다. 원래가 예측 불가능한 인간이지만 언론은 점점 긴장이 고조됐다. 사고와 스캔들을 몰고다니는 토니는 여전히 핫가이였고 여성들의 워너비였다. 억만장자에 아이언맨이기까지도 한 나쁜남자는 부모에 대한 아픈 과거도 겸비했다. 거기다 화려한 언변은 어떻랴. 그와 만난 여성들은 대부분 안아주고 싶은 남자라고 말했다. 그런 토니 스타크가 현재 뉴욕의 한 거리에 등장했다.

토니, 자네.....
이거 참, 저치들은 도무지 떨어지지가 않는다니까.

화려한 스포츠카에서 내리는 토니 스타크가 선글라스를 벗었다. 스팁은 당황해 굳었다. 그는 버키와 헤어지고 토니를 기다리던 중이다. 일단의 카메라 무리가 마주선 두 히어로를 둘러싸고 셔터를 눌러댔다. 토니가 피리 부는 사나이면 이들은 쥐떼가 틀림없다. 스팁은 제 얼굴이 팔릴대로 팔린 뒤에야 정신 차렸다.

어서 가지.
스팁, 혹시 화난 거야?

토니가 스팁에게서 그림도구따위가 든 얄팍한 봉투를 가져가며 물었다. 그순간 셔터 소리도 배로 증가했다. 스팁은 머리가 아픈 듯한 착각이 들었다.
스팁이 둔해도 바보는 아니다. 때문에 토니가 일부러 기자들을 달고 왔다는 걸 안다. 하지만 어째서란 의문이 일었다. 주목받기를 좋아하는 토니지만 이번은 그답지 않았다. 스팁이 말없이 바라보자 토니가 어깨를 감싸안는다. 누가 봐도 제 오메가를 애지중지하는 팔불출이다. 스팁은 미간을 구기며 쳐다봤다. 스팁이 아는 토니늘 원래 연애 스타일이 다정한 편이나 오메가라도 남자에게 이렇게까지는 굴지 않았었다. 스팁도 이런식의 에스코트는 원하지 않는다.

토니.
쉿, 스팁. 지금 우릴 찍고 있잖아? 설마 날 창피 줄 셈이야?

토니가 속삭였다. 둘은 포토 존에 선 셀럽처럼 카메라를 향해 나란히 서있다. 주변은 통행이 불편할 지경이다. 잠깐사이 소문을 들은 시민들도 옹기종기 모였다. 스팁은 이제 얼굴이 달아올랐다.

대체 왜 그러는 건가? 난 자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어.
말했잖아. 다시 내것이 되라고.
그래서 다시 만나지 않았나?
한 발만 담그고 언제든 달아날 준비를 하면서 말이지.

토니가 카메라를 향해 웃으며 읊조렸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도배한 토니는 품격이 넘쳤다. 그에 비해 스팁은 흔하디흔한 바지에 체크셔츠 차림이다. 캡모자까지 쓴 수수한 모양새는 토니가 나타나기 전까지 아무도 스팁을 못 알아보게 했었다. 그러니까 스팁은 그런 성격이란 거다.

토니, 난....
정식으로 청하지. 나와 결혼해줘, 캡틴 아메리카.

토니가 길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고 주머니에서 꺼낸 상자를 열었다. 고급스런 벨벳 상자 속에는 다이아가 박힌 백금링이 있었다. 주변에서 오오 소리가 물결쳤다. 스팁은 머리가 핑 도는 기분이었다. 일부러 강조한 캡틴 아메리카에 그저 이 소란이 궁금해 모인 이들도 스팁의 존재를 알게 했다. 이곳의 모든 눈은 21세기판 왕자님을 사로잡은 슬리핑 뷰티에게 쏠렸다. 그리고 스팁은 조금 전 자신을 창피 줄 거냐던 토니의 말이 떠올랐다.
여기서 그가 뭘 더 할 수 있겠는가. 스팁은 공개적으로 망신을 줄만큼 모질지 못하다. 비록 그 상대가 언제 또 변덕으로 저를 헌신짝처럼 버릴 지 모르는 토니 스타크일지라도.
짧은 한숨과 함께 스팁이 반지를 받는 순간 주변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셔터 소리는 이제 고막을 찢을 듯 울렸다. 토니가 씩 웃으며 일어난 그때 스팁은 수퍼솔저가 된 후 처음으로 정말 두통을 느꼈다.




3



이제 사적으로 일하지는 않지만 구미가 당기는 의뢰가 들어왔어. 아이언맨을 없애달래.

버키는 그렇게 말했다. 버키 또한 현대문물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먼저 걸려온 전화에 인사도 하기 전, 버키는 그리 말했다. 스팁의 두통이 더해지던 순간이다.



솔직히 말해줘요. 혹시 협박 당했나요?
아니.
그러면 약점이라도?
아니네.
그러면....

콜슨의 말이 길어졌다. 이곳은 호텔 스카이라운지에 자리한 카페다. 일부러 여길 선택한 건 기자들이 함부로 들어올 수 없기 때문이다. 또 고층이라 다른 건물에서의 촬영도 힘들다. 덕분에 빛 좋은 창가에 자리한 둘은 그러나 유쾌하진 못했다. 특히 콜슨은 굉장히 어둡고 음울했으며 또 화나보이기도 했다. 맞은편의 스팁은 난처한 웃음을 지었다. 콜슨의 얼굴에 아픔이 지나간다.

자네가 날 부모처럼 걱정하는 건 알지만 토니가 그정도는 아니야.
당신은 아직도 한참 무르군요.

콜슨은 스팁이 이별 후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고 있다. 일년 동안 무리하게 밖으로 돌며 스스로를 혹사시켰던 건 스팁다운 이별대처법이었다. 내보이기보다 안으로 삭히며 자학하는 것은 스팁의 좋지 못한 습관이다. 캡틴도 보호받거나 위로받을 때는 있어야 했다. 때문에 콜슨은 애초에 토니와 스팁의 연애를 못마땅해했다.

버키는 자네와 말해보라더군. 철회는 의뢰인 몫이라던데.

스팁이 조심스레 말했다. 결국 이 만남의 목적은 이거였다. 약 두시간 전 버키로부터의 전화는 스팁에게 두통을 유발했다. 정말 할 생각이냐며 떠보니 버키는 의뢰니까로 일축했다. 그러고는 콜슨과 말해보라며 약 반나절의 유예를 뒀다. 아이언맨이 쉬운 상대는 아니나 윈터솔저도 우습게 볼 수는 없다. 설마 하면서도 폰너머 기계적으로 들리던 버키의 목소리는 스팁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그래서 콜슨과 면담을 요청한 거다. 그도 쉴드의 주요인사로 현재 간신히 시간을 만든 거다. 콜슨은 어쩔 수 없게도 캡틴에게 약했다.

콜슨?
싫다고 한다면 실망할 건가요?
그렇진 않지만 버키가 나선다면 내가 막아야겠지.
그런!

콜슨은 정말 놀랐다. 입도 안 댄 커피는 이미 싸늘했다. 목이 타는지 콜슨이 커피를 들이마셨다. 잔을 내렿놓는 손길에 달그락 소리가 울렸다. 콜슨은 있는 대로 얼굴을 구겼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요. 그렇잖아요? 스타크는....
난 자네와 토니 사이가 돈독하다고 생각했는데.

콜슨이 침묵했다. 스팁에게서 그나마 있던 웃음이 거둬졌다.

나 때문인가?

나직한 소리에 콜슨은 더 거절할 수 없었다. 언제나 그랬듯 콜슨은 스팁에게 약했다.



콜슨이 그 난리를 친 이유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요즘 뉴욕은 토니 스타크의 청혼 얘기로 떠들썩했다. 언론 플레이의 교본과도 같은 토니라서 안그래도 추측이 난무하는 뒷얘기가 부풀어지는 건 삽시간이었다. 다시금 초반 떠오르다 시들해진 캡틴 임신설이 급부상했다. 콜슨은 티비를 통해 토니가 청혼하던 모습과 또 이어 그를 쫓아가며 하는 인터뷰를 보고 일을 벌인 거다. 한마디로 그는 진정 빡친 거다. 그는 딸을 보쌈당해 분노한 장인어른 같은 모습이었다. 호텔 카페에서 스팁에게 설득당해 시무룩한 콜슨을 cctv로 지켜보던 토니는 그리 생각했다.

자비스, 내가 그렇게 불한당 같아?
세상에 토니, 지금 뭐하는 거예요?
아, 페퍼!

자비스가 말하기 전, 페퍼가 끼어들었다. 종이뭉치를 들고 들어온 페퍼는 턱을 괴고 영상을 보던 토니를 발견했다. 그녀는 한눈에 토니가 범법을 저질렀음을 알았다. 토니가 급히 자세를 바꾸며 영상을 치웠다. 그녀는 던지듯 종이를 놓으며 황당하단 얼굴을 했다.

토니, 혹시 캡틴 아메리카를 스토킹하는 거예요? 이거 그도 알아요?
아니, 좀... 목숨의 위협을 받아서 그랬달까?
당신 행동을 생각하면 이상할 것도 없죠.
너무하네.
그래서 그도 당신이 스토킹하는 걸 아냐고요.

말을 돌리려던 의도는 페퍼에게 통하지 않았다. 확인하는 묻는 말에 토니는 그대로 씩 웃었다. 그 모습은 이제 중년이라야 할 나이임에도 개구진 십대 같았다.

그러면 스토킹이 아니지.

뻔하게도 토니는 즐거워 보였다.



이게 다 뭔가?
우리 결혼 보도자료. 당신도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스팁은 왠지 흠칫했다. 스타크 타워의 최상층을 같이 쓰는 현재, 스팁은 막 샤워를 마치고 거실로 나왔다. 거실에 자리한 소파에는 토니가 낮에 페퍼가 가져다준 종이뭉치를 보고 있었다. 스팁이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며 다가왔다. 조금 길어버린 머리에서 물이 떨어졌다. 타이밍 맞게 토니가 한쪽으로 비켜 앉는다. 다른 의자에 앉으려던 스팁이 마지못해 옆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둘 사이에는 거리가 있었다.

우리 기사니까 당신도 보는 게 좋겠지?
저기, 토니. 그 결혼 말인데 좀더 생각해보고....
한번 보도록 해. 걸리는 게 있으면 빠도록 할게.

토니는 말을 못 들은 척 종이를 내밀었다. 기세에 밀려 스팁이 종이를 받았다. 스팁은 확실히 남들만큼 스스로에게 신경써주지 않았다. 그리고 토니는 그런 스팁을 이용했다. 물기가 남아 더 진해진 향이 코를 찌른다. 종이에 눈을 둔 스팁을 토니가 쳐다봤다. 폐부 가득 들어찬 스팁의 향에 충족감이 느껴지고 토니는 지금 이 순간을 위해 더한 일도 할 수 있었다. 토니는 그 누구도, 심지어 어떤 오메가도 이토록 자신을 완벽하게 만들어주는 향은 없다는 걸 안다. 헤어진 일년간 토니가 느낀 건 공허함이었고 그마저도 스팁과 재회하고서야 깨달았었다. 토니는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 없었다.

토니, 좀 자제하게.

저도 모르게 흥분하고 있던 모양이다. 반쯤 일어선 물건에 짙어진 페로몬이 공격적이었다. 오메가인 스팁은 그게 꽤 불편했다. 혈청 덕에 오메가성이 더 견고해지며 스팁은 페로몬에 쉽게 무너지지 않게 됐다. 그럼에도 토니는 언제나 버거웠다. 그가 여성들, 오메가들의 워너비인 이유 중 하나도 우성알파란 것에 있었다. 희귀한, 꼭대기에 있는 가장 우월한 종족. 토니는 알파중에서도 몇 안 되는 그들 중 하나였다. 막말로 그 씨를 받으려 혈안된 인간들도 수없이 많았다. 아무리 첨단을 달려도 더 강한 후대를 남기고자 함은 근본적 본성이었다.

당신이 유혹하는 건 아니고?
토니!
잠깐만 맡게 해줘. 그냥 목덜미잖아.

어느새 스팁의 젖은 목덜미에 코를 박은 토니다. 당황해 벗어나려던 스팁이 멈칫했다. 고의인지 아닌지 모를 페로몬이 더 짙어졌다. 이정도 오메가향에 무너질 토니가 아니다. 안다. 다 알지만 스팁은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았다. 여기서 조금만 더 하면 강제 발정기가 유도될지도 모른다. 위험하다 생각하지만 어느새 빙글 돈 시야에 천장이 보였다. 토니는 집요하게 스팁의 목덜미를 빨고 핥으며 냄새를 들이켰다. 그럴수록 스팁이 손에 쥔 종이만 구겨졌다.

이제 그만....
쉬-, 아직 멀었다고.
하지만!
끝까지 하지 않을게, 스팁. 멈추라면 멈출게. 그러니까 스팁, 조금만 맛보게 해줘.

토니는 옷사이 드러난 어깨를 깨물며 애원했다. 아래서 바지락거리는 움직임에 절로 허리가 움찔했다. 빌어먹게 박고 싶었다. 거칠고 폭력적인 생각이 머리를 붉게 태웠다. 토니는 욕이 나오려는 걸 참으며 스팁을 졸랐다. 역시 금욕기가 너무 길었다.

스팁, 제발.

다시 부탁하는 소리에 곤란해하던 스팁이 몸에서 힘을 뺐다. 미약한 허락에 토니는 망설임없이 체향 가득한 스팁의 살을 입에 물었다. 이대로 씹어먹어버리고 싶지만 그러지 않기 위해 토니는 참았다. 빌어먹게도 정말은 그러고 싶을 정도로 스팁의 피부는 달콤했다. 그 달콤함에 토니는 벌써 ㅅㅈ할 듯 몸을 떨었다.



천장이 흔들렸다. 먹먹한 느낌에 스팁이 잠시 멍했다. 잠이 들었었나 싶다가도 지금이 몇시고 여기가 어딘지 헷갈렸다. 그러다 정신이 든 건 아래에서 강하게 치고 드는 압력 때문이다.

무슨, 아! 대체, 앗! 아아!
제길, 스팁. 스티브. 빌어먹을!

짐승처럼 으르렁대는 소리에 스팁은 토니를 눈치챘다. 그제야 스팁은 모두 생각났다.
아무리 우월해도 알파오메가는 본능에 더 근접해있다. 다만 앞에 우성이 붙으면 그 본능을 컨트롤하기 더 유리하다. 아무리 좋은 차도 내가 조종할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인가. 우성알파는 슈퍼카에 핸들까지 쥐고 있어서 더 인정받는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혹 이들이 통제권을 잃는 순간이 있었는데 그런 때는 더 위험할 수밖에 없다.

토니, 윽! 사, 살살, 아파! 아아!

스팁이 다시 뒤흔들렸다. 수퍼솔저임에도 짐승같은 정사에 잠시 정신을 잃었었다. 반쯤 노팅된 알파의 그것은 흉기나 다름없다. 그것은 오메가로 하여금 과도한 ㅇㅇ과 감각을 불러일으켰다. 초반에는 스팁도 몇번이고 절정에 올랐다. 그러나 아무리 수퍼솔저라도 까마득한 세월에 걸쳐 번식에 특화된 알파의 그것을 이기기란 무리다. 때문에 스팁의 몸은 진즉에 나가떨어졌다. 그자리를 혈청이 메꿔주는 것도 한계다. 그럼에도 토니는 전혀 지치지 않은 듯했다. 그사이 스팁은 또다시 세상이 어두워졌다.




4


알파오메가향이라는 건 페로몬과 같다. 즉, 호르몬에도 영향을 주는데 좋은 알파, 오메가란 그만큼 영향력도 크다. 고로 요즘 토니는 탱글탱글한 얼굴을 자랑했다. 특히 하룻밤새 회춘이라도 한듯한 모습에는 세간이 술렁였다. 원래도 이슈메이커였건만 요즘 토니 스타크의 인기는 덩달아 스타크사의 주가도 상승시켰다. 어째선지 억만장자 플레이보이는 최근 억만장자 로맨티스트로, 일년간의 난봉꾼 짓도 헤어진 연인을 잊지 못해 방황한 순정남으로 포장되어졌다. sns에서는 아이언맨을 잘못 건드렸다가는 그녀들에 의해 테러당할 정도로 품절남을 선언한 이제와 토니를 향한 외사랑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그리고 여기 진실을 아는 이들 중 하나인 페퍼가 있다. 그녀는 최근 날아들기 시작하는 선물꾸러미를 한가득 들고 왔다. 토니는 이제 그녀 앞에서는 스팁의 영상도 끄지 않는다. 사무실 책상 한쪽에 띄워진 영상에는 스팁이 트레이닝실에서 운동중이었다.

여자들이란.

그녀가 불쾌함을 담아 꾸러미를 내려놨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대강 훑어보던 토니는 아예 팔로 머리를 받치며 샌드백을 치는 스팁의 뒤태를 감상했다. 쇠고랑이라도 차야 정신을 차리지 생각한 페퍼가 한숨 쉬었다. 말린다고 들을 토니가 아니다.

일어났네요?
수퍼솔저잖아.
그래서 다행이죠.

페퍼가 심기 불편하게 말했다. 그녀는 베타다. 하지만 오랫동안 토니의 비서로 일해오며 알파오메가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휩쓸리듯 정사를 치룬 다음날, 스팁은 수퍼솔저임에도 꼬박 하루를 앓았다. 노팅돼 성난 알파의 그것은 다시 말하지만 흉기와도 같다. 그 흉기가 여린 내부를, 그것도 제어도 잃고 출입했으니 복상사를 안 당한 게 다행이다.
현대에 와서 알파오메가도 순수성을 잃었다. 때문에 우성알파와 오메가의 수가 현저히 줄었다. 그중 특히 우성알파의 수는 손으로 꼽을만큼 희귀해졌다. 아이러니하게도 진화는 강자를 우선순위에 두지 않는다. 때문에 토니를 감당하거나 만족시킬 상대를 찾기 힘들었다. 그가 바람둥이가 된 데에는 이런 이유도 없다고 볼 수 없다. 치우친 페로몬의 영향에 결국 상대만 좋은 ㅅㅅ가 되는 것이다. 간혹 맞는 상대가 나타나도 나중에는 체력이 문제가 됐다. 우성알파의 노티은 슈퍼카에 부스터를 붙인 꼴이다. 스팁이 하루만에 일어난 것도 모두 혈청 덕인데 그 혈청이란 놈이 어찌나 완벽한지 토니에게는 이보다 더한 속궁합이 없었다.

지난밤의 캡틴은 요부가 따로없었지.
토니, 제발!

입맛을 다시는 모양새에 페퍼가 기겁하며 외쳤다. 성희롱과도 같은 발언은 그녀를 질겁하게 했다. 영상 속 스팁은 트레이닝 바지에 타이트한 흰티를 입고 두 개째의 샌드백을 치는 중이다. 잘록한 허리와 봉긋하니 솟아오른 엉덩이는 꿀이 흐를 듯했다. 토니의 눈에 비친 스팁이 그랬다. 그밤의 정사 이후 토니는 배부른 사자처럼 여유로웠다.



정사의 밤으로부터 이틀이 흐른 뒤지만 스팁이 완전히 회복된 건 아니다. ㅅㅅ는 동이 터서야 끝났고 그 시간동안 스팁은 강제적으로 형질이 개방돼야 했다. 노팅은 끝나기 전까지 유사 발정기를 유도해 ㅇㅇ의 분비를 촉진시키는데 그래야 서로 다치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근 일년만의 결합이라 토니의 알파성이 날뛰었던지라 페로몬도 조절이 안 됐다. 스팁의 경우 혈청으로 인해 오메가에서 우성으로 끌어올려진 거라 형질발현에 있어 토니보다 불리한 게 사실이다. 강한 게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라고 때문에 토니는 ㅅㅅ시 굉장히 많은 배려를 했었다.
잠시 멈춘 스팁이 얼굴에 흐르는 땀을 훔쳤다. 푸석하게 일어난 피부가 소금기에 따끔했다. 아직도 몸에서는 토니의 알파향이 진동을 했다. 그밤 그렇게 난리를 쳤으니 당연한 일이다. 스팁은 이제 토니가 문어발식 연애를 했던 게 조금 이해가 갔다. 그도 자신이니까 버텼다는 걸 수긍했다.

-스팁, 조금만. 조금만 더 개방해봐. 당신 냄새가 좋아서 그래.

잠깐 휴식에 파르란 새벽 사이 토니가 달래던 목소리가 머리를 부유했다. 스팁이 도리질하자 땀이 튀었다.

-안 돼, 더는 안 돼.
-할 수 있어, 허니. 착하지? 날 위해 해줘.

마지막에 스팁은 애원하고 흐느꼈었다. 식지 않은 그것은 여전히 스팁의 몸안에서 꿈틀대며 움직였다. 그것은 내벽을 살살 긁으며 스팁에게 한계 이상을 요구했다. 형질발현이란 대표적으로 향에 있으며 그것은 호르몬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기도 한다. 그러니까 토니의 알파성이 점점 옅어지는 스팁의 오메가향을 마지막 한방울까지 쥐어짠 것이다. 격한 정사 이후 토니가 오히려 쌩쌩한 이유도 다 여기에 있었다. 그에 반해 처음에야 토니의 알파성에 같이 좋았던 스팁은 결국 한계 이상의 ㅅㅅ로 하루를 앓아누웠다. 스팁은 수퍼솔저가 된 후 이런식으로 피로를 느낄 줄은 몰랐다. 헤어지기 전에는 간간이 원나잇을 하거나 바람도 피우던 토니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토록 집착하지도 않았기에 스팁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생각할수록 부끄럽고 당황스러워 샌드백을 치던 스팁의 얼굴이 빨개졌다. 그는 생각을 치우려 크게 펀치를 날렸다. 팡 소리와 함께 샌드백이 터지며 날아갔다. 거칠에 숨을 몰아쉬는 스팁의 가슴이 크게 들썩였다.



캡틴 말이야, 글래머지 않아?
....어딜 보는 거예요?

펀치를 날리던 영상 속 스팁이 갑자기 풀스윙으로 두개째의 샌드백을 날렸다. 옆이 터져 구석에 쳐박힌 샌드백 뒤로 들썩이는 가슴이 보였다. 토니가 마누라 자랑하듯 말하자 어느새 함께 영상을 보던 페퍼가 가슴을 가렸다. 왠지 모르게 진 듯한 느낌에 그녀의 얼굴이 붉어졌다. 토니는 실실거리며 영상으로 눈을 돌렸다. 스팁은 수건을 목에 걸치며 트레이닝실을 나섰다.

Sir. 스티브 로저스씨께서 이곳으로 오고 계십니다.

자비스의 음성이 들렸다. 화면을 엘리베이터로 전환됐다. 느긋하던 토니가 의자 등받이에서 상체를 일으켰다. 그는 영상을 치운 뒤 풀지도 않은 선물꾸러미를 페퍼쪽으로 밀었다.

이거 알아서 처리해줘.
뜯어보지도 않고요?
내가 왜 페퍼같은 유능한 비서를 뒀겠어?

토니가 눈을 찡긋했다. 풀어보지는 않지만 풀어본 것 같은 느낌이 필요하다는 거다. 그는 하루가 멀다하고 하는 인터뷰에서 팬들의 선물을 감사히 받았다는 느낌적인 느낌을 원했다. 페퍼는 다시 꾸러미를 쓸어담으며 한숨쉬었다. 그렇게 페퍼가 돌아서던 차, 문이 열리고 스팁이 들어섰다. 페퍼가 먼저 인사를 건네며 스팁을 지나쳤다. 그녀가 안은 꾸러미를 발견한 스팁이 토니를 봤다.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내 팬들이 보냈다더군.
그런데 왜 그냥 보내는가? 보낸 사람이 서운할텐데.
......
토니?

순진한 물음에 토니는 질투해주길 바란 게 욕심이지 싶었다. 아니면 위기의식이라도 느끼던가 바랐지만 스팁은 아직 열이 가시지 않아 붉은 얼굴로 눈만 껌벅였다. 토니는 한숨과 함께 주제를 돌렸다.

스팁, 결혼식 대비해 몸매관리 들어간 거야? 괜찮다면 당신 드레스는 캡틴 아메리카 수트를 모티브로 삼고 싶은데.
그게 무슨 소린가?
글래머니까 가슴이 강조된 게 좋겠지? 흠... 하지만 당신 가슴은 나만 봤으면 싶은데.
토니!

조금의 심술을 담아 주절거리는 토니에 스팁은 한심하단 얼굴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데스크에서 돌아나온 토니가 명패 앞에 기대 서며 예술품을 관망하듯 스팁을 봤다. 한손을 입가에 대고 부러 심각한 표정을 짓자 스팁이 주춤한다.

토니, 미안한데 난 웨딩마치가 달갑지 않네. 그냥 타워에 지인들만 불러 반지를 교환하는 정도로 안 되겠나?
왜 안 되겠어. 캡틴이 원한다는데. 자비스, 들었겠지?
Yes, sir.
그럼 그렇게 준비토록 해.
지인들은 어느 기준으로 할까요?
어벤저스 멤버랑 닉, 콜슨, 힐 정도면 되겠지?

토니가 동의를 구하듯 스팁을 봤다. 그때까지도 충격에 굳어 있던 스팁은 침묵했다. 토니라면 결혼식을 방송에 생중계로 때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때문에 스팁은 간절함을 담아 소박한 결혼식을 말한 거다. 토니의 기세를 말리려는 생각 하나로 안 하겠다는 말은 하지도 못했다. 그제야 당했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토니는 이미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데스크로 돌아갔다. 그는 경쾌하게 서류를 넘기는 중간중간 자비스에게 청첩장과 예복 등등에 관해 말하면서도 스팁에게 점심은 함께하자며 능수능란한 멀티플레이를 선보였다. 스팁은 점점 토니 스타크를 이길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날 스팁이 미처 다 보지 못한 보도자료는 총 3차로 나뉘어 배포됐다. 때문에 스팁이 읽지 못한 뒷장들에 대한 후폭풍도 늦게 올 수밖에 없었다.
정말이에요?
나타샤로부터 온 문자다. 스팁이 의아해하기도 전에 연달아 문자가 도착했다. 바튼, 배너, 그리고 닉 퓨리 국장 순으로 몸은 괜찮냐, 무리하지 마라, 좀 이르지 않냐는 글이 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콜슨은 제법 많은 점만 찍어 보냈다. 의아했던 스팁은 제일 먼저 연락한 나타샤에게 연락했다. 몇번 울리지 않은 전화 뒤로 헬로 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이어 거친 숨소리, 격투 소리, 신음 등등이 들렸다.

로마노프, 전화 받기 곤란한가?
아니요. 말해요, 스팁.
문자를 보냈길래 무슨 소린가 해서.
아, 그거요? 나도 방금 여기 녀석들한테 들었다고요!

말과 동시에 콰직 소리가 들렸다. 듣기도 끔찍한 남자의 비명이 전화를 타고 넘어왔다. 그로부터 잠시동안 폰너머는 와장창, 우직 소리 등등이 들렸다. 잠시 지루한 시간 뒤, 나타샤가 다시 말했다.

끝났으니 말해요.
일하는 중이었나?
내가 늘 그렇죠. 볼모로 잡혀서 정보를 캐내려던 찬데 녀석들이 시시덕거리며 캡틴 얘기를 하더라고요. 덕분에 정보도 못 얻고 녀석들만 뒤졌다고요.
....그런가? 미안하게 됐군.

별로 스팁이 미안할 일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알면 됐다는 반응이다. 이어 그녀는 정말 궁금하단 듯 말했다.

스팁, 이거 정말이에요?
뭐가 말인가?
정말 토니 스타크와 결혼해요?
뭐... 그렇게 됐네.
그럼 기사가 사실이라고요?

나타샤는 싸움 도중 찢어진 신문을 보고 있었다. 3차로 배포된 보도자료에는 스팁의 임신설에 대한 해명도 포함됐다. 간단명료하게 쓰인 다른 대답에 비해 이부분에서는 이세야말로 더없이 좋은 결혼선물이지 않느냔 애매모호한 답이 적혔다. 하지만 기자가 덧붙인 사족에는 이말인즉 스팁의 임신이 확실하다는 글이 적혀있다. 때문에 3차 배포의 헤드라인에는 축 임신, 히어로라는 문구가 자리했다. 그러니 나타샤의 물음에는 임신도 포함이었다. 다만 스팁이 모른다는 걸 그녀도 모를 뿐.

어떻게 하다 보니....
캡틴이 좋다면 나도 할 말은 없지만 토니 때문에 충분히 힘들어했잖아요.

그녀도 스팁은 고충을 알고 있었다. 스팁은 쓰게 웃었다. 잠시 침묵 뒤 나타샤가 한숨 쉬며 말했다.

캡틴 당신 혼자여도 (아이에게) 충분히 잘할 거라 믿어요.

여기서 그녀는 아이에게란 명사를 뺐다. 스팁의 성격상 애가 생겨 할 수 없이 결혼하는 걸지도 모른다 여긴 그녀다. 토니도 바람둥이기는 하지만 천성이 모질지 못하니 동의한 걸 테고. 그러나 이런 결혼에 결말은 뻔했다. 때문에 나타샤는 스팁을 상처주지 않는 선에서 신중하게 말하고자 했다. 스팁은 그녀의 얘기를 경청했다.

당신은 충분히 강인하고 따뜻한 사람이에요. 혼자여도 (아이에게) 절대 부족하지 않을 거라고요.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네. 새겨듣도록 할게.

답지않게 열성적인 언변에 스팁은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뭐라 더 말하려던 그녀는 이내 일을 마무리한다며 끊었다. 그사이에도 다른 이들로부터 몇 개의 문자가 와있었다. 스팁은 저를 걱정하는 문자들에서 애정을 느꼈다. 갑자기 뚝 떨어진 세계에 어느덧 이리 가족이 늘었나 싶어 가슴이 따뜻해졌던 것이다. 그렇게 흐뭇한 얼굴로 문자를 보던 스팁이 사실을 알게 된 건 얼마 지나지 않아서다.
캡틴만 괜찮다면 아이 대부는 제가 해도 될까요?
아이의 첫 옷도 제가 선물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아, 태어날 아이 이름은 생각해둔 게 있습니까? 제가 리스트를 작성할까요?
이것은 오랜 고심 끝에 캡틴을 위한 결정이라며 콜슨이 연달아 보낸 문자다. 덕분에 스팁이 사색이 돼 토니를 찾는 사이, 콜슨은 캡틴 아메리카를 닮은 아이를 상상하며 벅찬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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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28 (15:33:27) 신고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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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26 (07:47:01) 신고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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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정주행이요 ㅠㅠㅠㅠㅠ콜슨 씹귀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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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06 (15:22:56) 신고
ㅇㅇ
시바.....왜 이걸 이제 봤을까ㅠㅠㅠㅠ존잼 센세 존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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