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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24 23:58
“당장 나와 카스티엘! 내 말 다 듣고 있는 거 아니까 좋은 말로 할 때 나오라고!”

딘은 샘이 자리를 비운 벽지가 누런 모텔 방 안에서 목덜미가 붉어질 만큼 큰 소리를 질렀다. 몇 번 제 자리에서 돈 딘은 뒤를 돌았을 때 어느 때처럼 베이지색 롱코트를 입고 있는 카스티엘을 볼 수 있었는데 그의 인간 몸뚱이는 가만히 있어도 약간 우울한 인상이었고 딘과 마주한 눈동자는 무척 고요했다. 딘은 필사의 인내로 그의 멱살을 잡지 않고 말을 이었다.

 “말 해, 내 몸에 무슨 개 같은 짓거리를 한 거야.”
 “딘. 너를 살리기 위함이라고 말 한 적이 있었다.”
 “나를 살려? 제길, 이거 보여? 그래, 눈깔이 있음 보이겠지.”

치부를 드러내는 것 같았지만 딘은 입고 있는 투박한 색의 겉옷을 들춰내 카스티엘에게 자신의 배를 보여주었다. 카스티엘의 시선은 딘의 배로 향했고 그가 보여준 것은 약간 비이상적이었다. 딘의 몸은 쓸모없는 군살이 있는 몸이 아니었는데 유일하게 배만 봉긋 솟아오른 것이다. 아직 큰 티는 나지 않았지만 딘은 자신의 배가 기이하게 부풀고 있다는 것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널 만난 이후로 내 배가 이렇잖아!”

그로 인한 상호작용인지는 몰라도 며칠 전부터 딘은 갑작스레 평생을 좋아하던 치즈 베이컨 햄버거를 먹긴 개뿔, 머릿속에서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토기가 치밀었으며 물보다 더 자주 마시는 술은 끔찍한 맛이 나는 쓴 물로 변해서 마실 수조차 없었다. 한 마디로 그가 평생을 먹어오던 싸구려들은 입에도 대지 못 하게 변했고 오히려 딘보다 음식을 덜 먹는 샘조차도 제 형의 건강을 걱정 할 지경이었다. 지금 다이어트 해? 아니면 건강식이라도 시작하려는 거야? 형답지 않게 왜 이래? 샘의 진심 반 놀림 반 물음에 딘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때 딘의 머릿속에서는 싱싱하고 달콤한 과즙이 흘러넘치는 토마토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딘은 갑자기 토마토가 미친 듯 먹고 싶어졌다. 토마토 샐러드, 토마토 주스, 토마토 스파게티…. 평생 없던 일이었다.

 “요즘 내 몸에 나타난 증상들에게서 내가 뭘 느끼고 있는 줄이나 알아?”

카스티엘은 그저 특유의 살짝 찌푸린 얼굴로 딘을 응시 할 뿐이었다. 딘은 자신이 생각해도 기가 차고 어이가 없는지 쌀쌀맞게 몇 번 웃다가 허탈하게 말했다.

 “이건 마치…그러니까 이건 꼭….”
 “…….”
 “후우…내가…내, 내가….”
 “…….”
 “임, 임, …애 가진 여자가 된 것 같다고!”

딘은 갑자기 소름이 끼치는 듯 망할! 이라며 고함을 지르곤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어디 한 번 대답을 해 보라는 듯 카스티엘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곧 천사의 입에서 나온 말은 딘이 바라던 악령에 빙의 되었다 던지, 환영이니 깨면 된다는 둥의 말이 아니었다. 아니면 자기 몰래 마법이라도 걸어놨는데 그게 부작용을 일으켜서 그런 거라는 말도 아니었다.

 “그건 너를 살리고 있는 생명이다, 딘.”
 “뭐?”

카스티엘은 딘에게 한 걸음 다가섰다. 그는 딘의 배를 바라보았다.

 “네가 생각하는 잉태가 그런 종류의 것이라면, 그 의미가 맞다고 볼 수 있다.”
 “…좀 쉽게 설명을 해 줬으면 싶거든?”
 “네 뱃속에 아이가 자라고 있다.”

딘은 악마가 숙주에게서 빠져나가는 것처럼 입을 쩍 벌렸다. 샘이 봤다면 딘의 턱관절을 걱정해 유심히 지켜 볼 정도로 말이다.

 “그 아이는 내 일부분이다.”
 “악몽의 일부분이 아니라?”
 “지옥에서 너를 살려냈을 때, 네 몸은 말 그대로 더 이상 살아갈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형체 없는 힘을 네 몸 속에 퍼트리는 것 보단 생명력을 지닌 내 일부분을 네 몸 속에서 키우게 하는 것이 훨씬 더 강력한 힘을 줄 수 있었고 그래서 나는 그렇게 했다.”
 “그래서 지금 날 살리자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역겨운 짓을….”
 “옛날 한 여인도 그렇게 아이를 낳았다.”
 “왜 이래, 난 성모 마리아가 아니야!”

정말로 상상도 하지 못 했던 상황에 현기증이 일어났는지 딘은 침대에 털썩 주저앉아 지끈거리는 머리를 양 손으로 감싸고 마른세수를 했다. 카스티엘은 좀 더 딘에게 다가왔다.

 “그 아이가 너를 지키고 있다.”
 “내가 죽으면 이…애도 죽어?”
 “천사의 아이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모체를 우선시한다. 그 동안 수많은 위협들 속에서 네가 다쳤음에도 멀쩡히 살 수 있었던 건 모두 그 뱃속의 생명 때문이다.”
 “미치겠군.”
 “받아들여야 해. 너를 살리려면 이 방법밖에는 없었으니.”
 “애초에 이건 상식을 뛰어넘는 일이잖아. 너희 천사들은 남성의 임신, 뭐 그런 건 상관없는 사항이야? 너흰 그래? 내가 뭔가 중요한 일을 해야 하니까 어떻게든 살려 놓기만 하면 된다 이거야?”
 “모든 것은 신께서 명령하신 일이다. 딘, 받아들여야 해.”
 “꺼져.”

딘은 조용히 말했고 그 속엔 분노가 담겨있었다. 그러나 천사는 한 걸음 더 다가섰고 평소에는 붙잡고 싶어도 붙잡을 새도 없이 사라지더니 이게 무슨 사람 놀리는 짓인가 싶은 딘이 마치 지옥의 개처럼 목소리를 으르렁거리며 카스티엘을 향해 마지막으로 경고했다.

 “당장 꺼지라고 했어.”
 “두려워 할 이유는 없다. 믿음을 가진다면…모든 것은 평화로워질 것이니.”
 “내가 왜 잘난 너희 천사 나부랭이들도 싫어하는 줄 알아?”

캐스는 딘이 자신을 바라보는 표정에서 여러 가지를 보았지만 느낄 수 없었다. 정의내릴 수 없었기에 가만히 서 있었고 딘은 진심을 담아 말했다.

 “너흰 생각이라는 게 없어. 니네 망할 아버지의 명령이라면 무조건 복종이지. 훈련 잘 된 똥개새끼처럼. 오, 적어도 그런 면에서는 악마가 더 진보적이고 독립적이네!”
 “신을 모독하는 짓은 하지 않는 것이 좋아.”
 “아, 그래? Fucking holy God!” 
 “…….”
 “꺼져. 내가 위대하신 천사님의 애를 가진 몸이라 지금 무척 예민하거든.”

자조적으로 비꼰 딘이 화를 참는 얼굴로 잠시 벽지를 바라보다 다시 앞을 보았을 때 그 자리에는 원래 아무 것도 없던 것처럼 텅 비어있었다. 딘은 앓는 소리조차 내지 못 한 채 괴로워했다.



 “어…지금…내가 뭔가에 홀렸어?”
 “아니.”
 “그럼…트릭스터야?”
 “아니.”
 “…음……우리 형 맞아?”
 “새미. 이건 꿈도 아니고 어떤 영혼의 장난이나 악마의 덫도 아니야. 현실이라고. 그리고 나 지금 엄청나게 진지해.”

샘은 무척이나 당황하고 하다 못 해 딘 대신에 기절이라도 하고 싶을 만큼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버린 상태였다. 근래 그의 형이 이상하게 인스턴트 앞에서 식욕이 뚝 떨어진 모습을 보일 땐 딘이 웃기게도 신선한 식료품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인가 고민했고, 기이함이 느껴 질 정도로 배가 묘하게 둥글둥글 해 진 것 같은 것을 보았으나 순전히 제 눈의 착각이려니 했다. 아니면 술을 너무 많이 먹어 술배가 나온 것이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방금 전 그의 입에서 나온 소리는 지금껏 배워온 샘의 모든 가치관을 파괴시키는 것이었다.

 “…임신이라고?”
 “…그래.”

샘은 웃긴 표정을 짓다가 갑작스럽게 헛기침을 했다.

 “형, 난, 나는 그냥…믿을 수가 없어.”
 “나도 못 믿어.”
 “어떻게 남자가?”
 “그 새끼랑 뒹군 적은 없지만 그렇다네.”
 “성령 같은 건가?”
 “성령이 뭔데?”
 “성경에 나오는 건데….”
 “그딴 판타지 소설은 너나 읽어.”
 “형, 형의 배…배에 있는 게 정말 카스티엘의 아이라면….”
 “…….”
 “…몸조심을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뭐라고?”

딘은 얼굴을 찌푸렸다.

 “카스티엘은 이 아이가 형을 보호하고 있는 거라고 말 했다며. 그러면 좀 더 조심해야 하는 거 아니냔 말이야. 만약 아이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형까지 무사 할 거라는 보장도 없는 거고…다른 천사라면 몰라도 카스티엘이 거짓말을 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아.”
 “그래서 더 돌아버리겠다는 거야. 거짓말일 리가 없으니까!”

딘은 성질을 부렸고 샘은 아마 이 세상에서 가장 당황스러워 하고 있을 딘에게 더 이상 무슨 말로 위로를 해야 할지 몰랐다. 이미 자연을 거스르는 일을 몇 번이나 한 그들이었지만 이건 정말이지 생각해 본 적도 없던 일이었다. 임신이라니? 천사의 아이라니? 자신이 남성판 성모 마리아라도 된다는 것인가? 아니면 이 아이가 현대판 예수라도 될 운명인가? 그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자라고 있는 아이라면 차라리 없는 쪽이 딘에게는 더 편했다. 점점 더 무거워져 가는 배를 가지고 사냥꾼 일을 할 수는 없었으며 생각하기도 싫지만 만약 아이를 낳아야 할 때가 온다면 어떻게 해야 할 지도 감이 잡히지 않았다. 당연히 낳아 키울 자신도 없었고 하여튼 여러모로 이건 정말 끔찍했다. 카스티엘은 악마보다 더 딘을 화나게 했다.

샘은 이를 부득 가는 딘의 눈치를 보며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눈을 몇 번 굴렸다.

 “…나 지금 편의점이라도 갈 생각인데…먹고 싶은 거 없어?”
“제길, 내가 임신했어?!”

딘이 버럭 소리를 질렀고 샘은 한참 만에 답했다.

 “…했잖아."

썰렁한 기운이 두 형제를 감싸고돌았다. 샘은 지갑과 휴대폰을 챙기며 다시 한 번 딘에게 차분하게 물었다. 그냥…먹고 싶은 것 정도는 말해도 돼. 이건 굳이 임……몸의 이상이 아니더라도 평소에 할 수 있는 말이잖아. 샘이 제 풀에 지쳐 등을 보이고 누운 딘의 대답을 인내심 좋게 기다렸고 딘은 곧 작게 중얼거렸다.

 “블루베리 파이.”

샘은 그저 알겠다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



2
소파에 앉아있던 샘은 아까부터 노이로제에 걸리게 만들 것 같은 소리에 한숨을 쉬며 읽고 있던 책을 탁 덮은 뒤 활짝 열려 있는 욕실 문을 향해 외쳤다.

 “등 두드려줘?!”
 “아니!”

안쪽에서 딘이 곧바로 우웩 거리며 앓기 시작했다. 샘은 열어놓았던 창문을 더 활짝 열었다.

 “난 지금 형이 토하는 소리 때문에 속이 울렁거려!”
 “누군 토하고 싶어서 하냐!”
 “형, 진짜…진짜 웃긴다고!”

그러게 누가 말도 안 되는 오기로 음식 꾸역꾸역 다 먹으래? 샘은 평소 무식한 것도 아니면서 이상한 곳에 열을 올리는 제 형 때문에 심장이 하루에도 몇 번이고 철렁였다. 지금도 어쩌면 비슷한 상황일지도 몰랐다. 어쨌거나, 기절까지는 하지 않았지만 딘의 뱃속에 카스티엘의 아이가 있다는 것을 부득이하게 인정한 상태에서 샘은 그가 좀 더 조심성 있어지길 기도했지만 그건 전혀 쓸모없는 짓이었다. 

못 먹겠으면 안 먹으면 될 것을 자신이 무슨 임산부도 아니고 음식 가릴 이유는 없다며 승자 없는 고집을 부리던 딘은 냄새부터 속이 느끼한 핫도그를 베어 물었다. 먹으면 먹을수록 욱욱거리며 얼굴이 창백해지는 것에 샘은 몇 번이고 천천히 되물었다. 형, 괜찮아? 정말로? 괜찮은 거야? 제발 못 먹겠으면 얌전히 휴지에 뱉어줄래? 아무도 형이 입덧하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을 거야. 샘은 딘의 입 안에 있는 음식물이 자신의 얼굴로 쏟아질까 두려워 언제라도 도망 갈 수 있게 엉덩이를 움찔거렸다.

어찌어찌 먹고 일어나나 싶었더니 모텔로 돌아오자마자 딘은 당장 변기를 붙잡고 아직까지 이 짓을 반복하고 있었다. 약이라도 사 와야 하는가 싶던 샘은 멍청한 얼굴로 고민했다. 함부로 약을 먹어도 되는 건가? 아니, 천사의 아이니 약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샘은 몇 번 마른 입술을 핥다가 생수와 약을 사 오겠다며 모텔을 나섰고 재빨리 뛰기 시작했다.

샘이 사라진 뒤 딘은 힘든 숨을 내쉬며 변기물을 내리고 세면대에서 입 안을 오골오골 헹궈 뱉어낸 뒤에 몇 년이나 굶은 괴물처럼 눈 밑이 퀭하게 변한 자신의 얼굴을 거울로 구경했다. 오, 딘 윈체스터. 꼴 좀 보라지. 여자들이 다 도망갈 몰골이군. 덧붙여 보기 좋던 몸매에 매달린 올챙이마냥 부푼 배라니! 

딘은 지친 얼굴로 한숨을 쉰 채 어기적어기적 기어 나오며 배 밑에 손을 받쳤다. 배가 점점 커질수록 허리에 무리가 갔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편하기 위해서 자연스럽게 방법을 하나 둘 파악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침대에 누웠다. 엎어질 수 없었던 것은 당연히 배 때문이었다. 눈을 감고 억지로 잠에 빠지려고 할 때 쯤 곁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 딘.”

딘은 흠칫 놀라며 눈을 뜬 채 인상을 썼다.

 “안녕 못 하거든.”
 “당장은 힘들어도 그 아이는 너를 살리고 있다.”
 “그래, 덕분에 잘 알고 있지.”

침대에서 상체를 일으킨 딘은 그래서, 뭐야? 하며 갑작스레 나타난 카스티엘의 용건을 물었다.

 “니 아이가 얼마나 자랐는지 보고 싶어서 찾아왔어?”

그 말에 카스티엘은 입을 다물었고 딘은 됐다는 얼굴이었다. 그는 자신의 둥근 배를 내려다보며 피곤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정말 피곤했다. 카스티엘이 나타나지만 않았다면 벌써 꿈에서 뛰어놀고 있을 정도로 말이다. 지금 당장 딘이 원하는 것은 깊고 편하게 잠드는 것이었다.

 “그럴 리가 없다는 것 정돈 알고 있어.”
 “그 아이가 나를 불렀다.”
 “뭐?”
 “내가 너와 함께 이 공간 안에 있길 원하고 있었고 나는 그에 따라야만 했다.”
 “왜?”
 “아이가 평온해야 너도 평온해질 테니.”
 “…이젠 텔레파시도 해?”
 “내 일부분이었으니 어디에 있던, 누구에게 있던 모든 것을 느낄 수 있다.”
 “오, 그거 좋네. 그럼 하나만 묻자.”
 “…….”
 “얜 나랑 있는 게 좋대?”

배를 가리킨 딘은 여전히 납득 할 수 없었다. 당연했다. 그는 남성으로 태어나 남성으로 자랐고 모두가 당연하게 배운 바론 남성은 전혀 임신 가까이에 갈 수 없는 생물학적 존재였다. 아무리 카스티엘의, 더 나아가 신의 뜻이라곤 해도 딘은 입덧이라고 부를 수 있는 헛구역질을 할 때면 스스로가 괴물같이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자신이 사냥꾼이라 이런 저런 초자연적인 존재들에 관하여 잘 알고 있다는 것에 다행이라 생각하면서도 아무 것도 모르는 일반 남성이었으면 이런 일도 겪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뒤따라와 짧은 긍정적 생각도 별 소용없게 만들었다.

카스티엘은 그 전보다 많이 부푼 배를 묘하게 응시했다.

 “난 싫거든.”
 “고집을 피워선 안 돼. 이미 아이는 자라고 있다.”
 “빌어먹을, 도대체 뭐가 문제야?! 난 이제 체력도 회복했고 다 좋아졌다고. 이것만 아니었다면 벌써 악마를 여럿은 더 잡았을 수도 있었어! 배가 커질수록 아무 것도 못 하게 될 거야!”
 “그 아인 내가 너를 지옥에서 꺼내온 그 날부터 널 위한 것이었다.” 
 “망할, 도저히 말이 안 통하는군….”

잠시 뒤 딘은 다시 속이 울렁거리며 거북스러워지는 것을 느꼈고 카스티엘의 앞에서 아까 덜 토해낸 것들을 보여줄 순 없었기에 다시 욕실로 향하려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카스티엘은 손을 뻗었다. 평소처럼 허공에 손을 뻗어 천사의 힘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딘의 배 위에 그 따뜻한 사람의 온기가 닿은 것이다. 딘은 놀라 눈을 크게 떴고 반면에 카스티엘은 눈을 감았다. 따지고 보면 제 하나뿐인 아이와 소통하는 것같이 보이는 기묘한 풍경이었다. 딘은 약간 민망해짐을 느껴 큼큼거리며 헛기침을 했고 카스티엘은 곧 눈을 뜨며 손을 떼어냈다.

딘은 오리무중의 표정을 지었다. 더 이상 몸이 아프지 않기 때문이었다. 사냥을 끝마친 것처럼 속이 잠잠해졌고 누적되어 왔던 피로 또한 사라졌다. 딘은 카스티엘을 보며 네가 한 짓이냐 물었고 카스티엘은 아니라고 답했다.

 “난 그저 온기를 나누어 줬을 뿐이다. 모든 것은 아이가 했지.”
 “내가 머리가 나쁜 편은 아니지만 네 말은 정말 해석하기 어렵다.”
 “네 부모님이 너를 안아 주실 때의 느낌을 기억하나, 딘?”

딘은 샘이 태어나기 전인 아주 어릴 적 한 쪽에 각각의 부모님을 소파에 앉혀두고 가운데에 앉아 온갖 애교와 사랑스러움이 넘치는 웃음소릴 내던 기억을 떠올렸다.

 “이 아이는 신께서 인간들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너를 바라보고 있다.”
 “…….”
 “그 어떠한 것보다 너를 우선시하지.”
 “…….”
 “나 또한 네가 평화를 얻었으면 싶다.”
 “…그러니까…한 마디로 이 애가 나를 많이 좋아한다는 거야?”

카스티엘은 딘의 시선과 마주했다.

 “처음부터 널 위한 아이였다.”

그리고 딘이 아주 짧게 눈을 깜박이는 사이 카스티엘은 사라졌다. 당황한 딘이 환영을 본 사람처럼 몇 번 고개를 움직여가며 카스티엘의 흔적을 찾고 있다가 정말이지 어려운 그의 말들을 곰곰이 생각하는 사이 샘이 모텔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샘은 멀뚱히 서 있는 딘을 보며 속이 안 좋을 때 먹는 약을 사 왔다며 그것을 건네주었고 딘은 별 말 없이 약상자를 받아들며 짐짓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아이를 가졌을 때 약을 먹으면 안 된다고 알고는 있지만 천사의 아이니까 괜찮지 않을까 싶은데….”
 “약 안 먹어도 돼.”
 “좀 괜찮아진 거야?”
 “그래.”
 “다행이다. 더 심각해지면 카스티엘한테 와 달라고 기도라도 할 생각이었거든. 자기가 벌인 일이니 어떻게든 해 주지 않을까 싶어서.”

샘은 생수를 딘에게 건네주며 조심스레 말했고 딘은 자신의 침대에 다시 걸터앉으며 굳은 얼굴로 샘을 향해 걱정말라는 듯 짧게 웃었다.


3
 “망할 년, 내 몸에 손대면 가만두지 않겠어.”

딘은 냄새가 나는 침대에 묶인 채 사납게 말했다. 그런 딘의 앞에 서 있는 금발 여성은 깔깔대며 웃더니 곧 허리를 숙여 딘의 뺨을 간지럽게 쓰다듬었다. 딘은 불쾌한 듯 냄새가 나니 꺼지라며 얼굴을 돌렸고 그녀는 개의치 않고 이죽거렸다. 입만 살긴. 그녀는 살풋 웃으며 뒤를 돌아 낡고 곰팡이가 새겨진 나무 책상 위에 주르륵 놓여있는 매서운 도구들을 손으로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수술용 매스도 있었고 우악스런 도끼도 있었다. 그녀는 그 중 꽤 크기가 커다란 단도를 집어 들더니 지껄였다.

 “걱정 마, 네 아기는 내가 아주 정성스럽게 요리 해서 먹어줄게. 싱싱한 채소도 곁들여서.”

다가오는 시퍼런 칼날을 보며 딘은 제길이라는 짧은 단어도 내뱉을 수 없을 정도로 심장이 뛰어댔다.




불과 두 시간 전, 딘과 샘은 미국 어느 주의 어느 소도시의 어느 모텔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야기라고 해 봤자 사냥감에 관한 자료들에 대한 것이었지만 형제는 썩 살가웠다. 

우선 3년 전부터 지금까지 이 마을에서 총 열 명의 산모들이 시체로 발견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달에는 피해자가 벌써 셋, 아니 죽은 태아까지 합해 여섯 명이다. 발견 된 시체의 자궁에서 아기들은 모두 없어진 상태였고 강제로 배를 갈라 아기를 꺼낸 흔적이 있었다. 그리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피해자들 중 한 명인 수잔에게 질문했을 때 그녀는 울면서 그 괴물이 자신의 아이를 생으로 씹어 먹었다고 했다. 자신의 눈앞에서. 아직도 그 날의 악몽에 시달리는 그녀를 달래느라 샘은 딘의 표정을 확인하지 못했지만 딘은 정말로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는 잠시 압박붕대로 둘둘 감은 자신의 배를 내려다보았다. 

 “산모들의 시체가 발견 된 폐하수구 근처에 오래 된 폐가가 있어. 들리는 소문으로는 귀신이 나타난다 하더라고.”
 “뻔하지, 거기가 바로 괴물의 본거지야.”

샘은 호르몬 탓인지 뭔 탓인지 기분이 하루에도 수 백 번은 왔다 갔다 하는 제 형의 눈치를 보았다.

 “형.”
 “왜?”
 “왜 하필이면 이 사건이야?”
 “무슨 소리야?”

딘은 잘 모르겠다는 듯 TV를 켜더니 곧 유치한 콩트 프로그램을 찾아냈다. 샘은 TV에서 시끄럽게 웃는 소리가 거슬렸지만 꺾이지 않고 딘을 캐물었다. 사실 길고 긴 고속도로를 달리며 수  많은 사건들 중 이것을 선택한 것은 딘이었다. 또한 그는 평소보다 더 열정적이었다.

 “그냥 그런 느낌이 들어. 마치 형이….”
 “내가 뭘?”
 “옆 집 꼬마애가 학교 측의 실수로 크게 다치고 왔는데 동갑의 아들을 둔 엄마가 자기 아들도 다칠까봐 학교에 탄원서를 넣기 위한 서명을 받을 때 적극 동참하는….”
 “오, 새미, 정말 창의적인 비유다. 하다못해 나도 거시기 달린 남잔데 아빠라고 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
 “내 생각엔 형이 그 애를 이제 자기 자식으로 의식하는 것 같아. 그것 때문에 아이를 가진 산모들에게 공감 하는 거고.”
 “너 지금 정말 바보 같거든, 샘? 쓸데없는 추측은 집어 치워. 난 살기 위해 이러고 있는 것뿐이야.”

그렇지만 샘은 여전히 내가 틀렸어? 라는 듯한 얼굴로 딘에게 말없이 물었고 딘은 됐다는 듯 빵빵한 과자 한 봉지를 뜯었다.

 “불편해서라도 의식 할 수밖에 없거든.”

아무렴 내 몸 속에 있는 건데 무시 할 게 못되지. 딘은 자연스럽게 부푼 배 위를 손으로 슥슥 몇 번 문질렀다. 

 “물론….”

딘은 무언가를 말 하려다가 곧 입을 다물곤 샘을 바라보았다.

 “어쨌거나 우린 평소처럼 못된 괴물을 잡고 사람들을 도와주면 되는 거야.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이 마을을 뜨면 완벽하지.”
 “…….”
 “뭐 더 할 말이라도? 없으면 우리 그냥 그 거지같은 식성을 가진 괴물을 잡으러 갈까?” 
 “괜찮겠어?”

왜 이래, 싱겁게 웃은 딘은 자리에서 일어나 외투를 껴입었다. 샘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힘들지 않겠냐고.” 
 “미안하지만 난 일주일 전에도 별 무리 없이 총을 사용했고 10시간동안 운전도 했어.”
 “형이 걱정돼.”
 “난 네 어린 여동생이 아니다.”

장난스럽게 말한 딘은 샘에게 윙크를 했으나 샘은 딘이 직접적인 사냥에 나가는 것이 영 못마땅한 것 같았다. 순수하게 말해서 샘은 딘의 배를 보면 그가 물 한 잔을 마시는 것조차 조심스럽게 느껴졌다. 그러나 더 이상 엄청나게 남성스러운 제 형의 자존심에 상처를 줄 순 없었기에 뭔가 몸의 이상이 있으면 숨기지 말고 곧바로 자신에게 말 하거나 카스티엘을 불러야 한다며 몇 번이고 부탁을 하는 것으로 상황을 끝마쳤다. 딘은 설렁설렁 답하며 사랑스러운 임팔라에게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폐가에 도착해서 조용히 그 안을 살피며 발걸음을 디뎠을 때 딘의 바로 뒤에 있던 샘이 흡 하는 소리와 함께 무너졌다. 딘은 놀라서 뒤를 돌았고 그곳엔 매캐한 먼지들과 말 그대로 추락한 샘이 있었다. 낡은 나무 바닥이 딘은 어찌어찌 견뎌도 그보다 덩치도 훨씬 큰 샘은 견디지 못 한 것이었다. 새미! 괜찮아?! 딘은 손전등을 와자작 아작이 난 구멍 안으로 넣으며 지하 바닥에 콜록거리며 주저앉은 꾀쬐쬐한 몰골의 샘을 걱정했다.

 “난 괜찮아!”
 “기다려 봐, 사다리 같은 게 있나 찾아볼게.”
 “차라리 밖으로 나가서 다시 들어오는 게 빠를 것 같아.”

딘은 혹여 자신도 샘과 같은 꼴이 날까봐 조심스럽게 걸으며 샘을 이 위로 다시 이끌어줄만한 도구들을 찾았으나 역시나 폐가답게 곰팡이와 먼지가 슬고 지독한 냄새가 나는 찢겨지고 망가진 몇 개의 가구들만이 전부였다. 딘은 한숨을 쉬며 샘에게 네 말대로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답하려다가 어느새 나타나 시꺼먼 아가리를 찢으며 자신을 덮치는 괴물에게 찍 소리도 하지 못하고 머리를 얻어맞은 뒤 바닥으로 나뒹굴어 기절했다. 손전등이 딘의 손에서 떨어져 데구르르 구르는 소리와 괴물의 캬아악 하는 역겨운 소리에 샘이 형? 형?! 하면서 그를 애타게 부르며 총구를 뻥 뚫린 구멍 사이로 조준했으나 더 이상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샘은 심각한 표정으로 재빨리 이곳을 벗어나야함을 느꼈다.

그리고 기절했던 딘이 머리를 몇 번 움직이다 천천히 눈을 떴을 때는 시야가 토할 것 같이 어지러웠다. 욱욱 올라오는 것 같은 속을 가까스로 내리 누르는 것보다 더 심각한 것은 괴물에게 붙잡혀 있다는 이 상황이었다. 딘은 눈앞에서 뒷모습을 보이고 있는 여자를 눈을 찌푸리며 관찰했다. 아마 사람으로 둔갑 한 것이겠지. 그리고 따가운 침을 삼키며 딘은 슬쩍 눈을 내려 배를 확인했다. 압박붕대를 감아 입고 있는 옷 위로 볼썽사나운 배가 드러나진 않았지만 언제 들킬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래도 아직까진 멀쩡하군. 만약 괴물이 내가 아이를 가졌고 이게 천사의 아이라는 걸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절대로 궁금하지 않아. 그렇게 기절해선 안 되는 거였다고 딘이 자책하는 사이 그녀는 뒤를 돌았다. 그리고 드디어 눈을 뜬 딘을 환영한다는 듯 두 팔을 벌리더니 딘에게 가까이 걸어와 침대에 걸터앉았다.

 “너에게서 맛있는 냄새가 나!”
 “그래? 딸기향 바디워시였거든. 싸구려 모텔이라.”
 “포장지를 풀면 더 맛있는 냄새가 날거야.”

그녀는 딘의 티셔츠를 걷어 올렸다. 딘은 긴장이 가득 느껴지는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았고 그녀는 딘을 향해 유혹적으로 웃어보였다. 차갑고 소름끼치는 손이 배를 압박하고 있던 붕대를 가볍게 찢어내자 그녀는 드러나는 배를 보며 그 어떤 때보다 더 황홀해했다.

 “설마 했어, 넌 남자니까, 임신 같은 걸 할 리가 없잖아?”
 “맞아, 이건 그냥 종양이야. 아니면 내가 변비가 있다 던지.”
 “…….”
 “진심이야.”
 “거짓말은 그만두는 게 좋아.”

그녀는 딘의 배 위를 뱀처럼 쓰다듬었다. 딘은 정말 짜증이 났고 소름이 끼쳤고 당장이라도 이 예쁜 거죽을 하고 있는 괴물의 머리를 총으로 날려버리고 기름을 부어 활활 태워버리고 싶어 손이 근질거려왔다. 

 “난 느낄 수 있어…이 배에서부터 퍼지는…순수하고, 강렬한 힘! 이건 절대 평범한 인간의 아이가 아니야. 그렇지?”

카스티엘의 인간 모습이 떠오른 딘은 속으로 그를 불렀다. 망할 자식아, 날 살리려고 애까지 들어서게 했으면 이 상황에 당장 튀어나와야 하는 거 아니냐! 그러나 여전히 견딜 수 있을 만큼의 고통을 선사하는 천사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럼 샘이라도! 샘! 샘! 형 살려라! 딘의 눈동자가 데구르르 굴렀다.

 “그게 뭐가 중요하지?”
 “먹을 거니까. 식재료는 귀할수록 몸에 좋은 거라 먹을 수 있을 때 먹어둬야 해. 안 그래도 요즘 갑자기 배가 너무 고파서 사냥을 자주 하느라 피곤했거든.”
 “차라리 뒷마당에 텃밭을 가꾸는 건 어때?”
 “미안, 취미 없어.”
 “다시 한 번 생각해 봐.”
 “이 애가 정말 어떤 힘을 뿜고 있는지 몰라서 그래? 나조차도 느낄 수 있는 힘이야…이걸 먹으면 난 더 이상 굶주리지 않겠지. 그리고 강해질 거야! 더 이상 이런 곳에서 숨어 살지 않아도 돼.”
 “망할 년, 내 몸에 손대면 가만두지 않겠어.”
 “걱정 마, 네 아기는 내가 아주 정성스럽게 요리 해서 먹어줄게. 싱싱한 채소도 곁들여서.”

딘은 묶여있는 손발에 힘을 주었으나 소용이 없었다. 뭘로 네 배를 가를까? 응? 임신한 남자의 배를 가르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 엄청 떨린단 말이야. 예쁘게 가르고 싶어.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다가오는 그녀를 향해 딘은 짐짓 진지하게 말했다.

 “이제 와서 미안하지만 내 배 안에 아이 같은 건 없어.”

허공에서 시퍼런 쇠가 덜그럭거리던 소리가 멈췄고 그녀는 인상을 썼다.

 “뭐?”
 “이건 그냥 힘 주머니 같은 거야. 처음부터 아이 따윈 없었어.”
 “내 앞에서 거짓말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그녀는 목소리를 굵직하게 내며 단숨에 딘의 코앞에 단도를 들이밀었고 딘은 짧게 놀란 뒤 침착하게 말했다.

 “이건 살아있는 게 아니야, 좀 아는 친구가…날 살리기 위해 힘을 압축해서 준거지.”
 “그럼 예쁘게 솟은 네 배는 뭔데?”
 “부작용이야. 인간의 몸으론 그 힘을 다 받아들이기가 힘들어서 튀어 나와.”

딘은 이 거짓말이 통하길 필사적으로 원했다. 절대로 안 된다고 생각했다. 절대로, 그 누가 되었던 카스티엘의 말대로 자라고 있는 아이를 건드릴 순 없었다. 그건 부성이나 모성일수도 있었고 인간의 기본적 보호본능에 관한 것일 수도 있었다.

 “안 믿어, 난 분명히 아이의 냄새를 맡았어! 지금도 이 냄새를 맡고 있단 말이야! 이건 엄청나, 정말…정말 맛있어 보여! 그래! 특히 5개월 된 아이가 제일 부드럽고 맛있지!”

딘은 결국 그동안 아무에게도 말 하지 않았던 비밀을 털어놓았다.

 “그래? 그럼 왜 내가 그동안 단 한 번도 태동하는 걸 느껴 본 적이 없을까?”

그녀는 다시 딘을 노려보았다.

 “왜? 응? 이게 살아있는 아이가 아니라서?!”
 “그건 분명 내 먹이야!”
 “그럼 하루 종일 배에 손을 올려봐, 이 더러운 괴물아.”
 “원한다면!”

그녀는 손에 쥐고 있는 단도를 하늘 높이 쳐들었고 딘을 향해 내리 꽂으려 했다. 딘은 마지막으로 딱 다섯 가지를 떠올렸다. 부모님, 샘, 바비, 카스티엘. 그리고 한 가지를 느꼈다. 뱃 속에서 누가 불평 불만을 하는 것 처럼. 드디어 아이가 처음으로 움직인 것이다. 사람들은 그것을 태동이라 불렀다.



4
눈을 질끈 감은 딘은 몸이 찢어지는 고통을 기다렸으나 그는 자신의 몸에서 솟구치는 피를 경험 할 수 없었다. 한참이나 기다려도 고통이 느껴지지 않아 슬쩍 눈을 뜨고 앞을 바라보자니 느껴지는 것은 아주 밝은 시야였다. 딘은 시린 눈을 찌푸렸다. 그 빛은 마치 사람들이 말하길, 오, 신께서 강림하셨어요! 라고 말 할 수 있을 정도의 밝음이었다. 또한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완벽한 진공 상태였다. 도대체 이게 무슨? 딘은 의아해하며 입을 살짝 벌리고 있다가 자신의 앞을 보호하고 있는 어떠한 존재가 있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괴물은 타오르는 눈알을 부여잡으며 비명을 질러댔다. 기괴한 괴음은 더 이상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물론, 애초부터 사람이 아니었지만.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끈적하고 끔찍한 냄새의 시커먼 핏물에 겁먹지 않은 작고, 밝은 형체는 괴물을 향해 손을 뻗었다. 정확히 시야로 본 것은 아니지만 그런 행동을 취했다고 딘은 느낄 수 있었다. 이건 놀라웠다. 아주 강력한 힘이 자신을 보호하고 있었다! 안도감이 들기 시작하면서 옴짝달싹도 할 수 없던 딘은 그제야 몸의 긴장을 풀며 아무 말도 하지 못 한 채 그것이 하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것은 딱히 아무 것도 하지 않았지만 괴물은 두 무릎을 꿇고 처절한 비명을 질러대며 괴로워했다. 딘은 귀가 아팠다. 지독하군. 그렇게 느끼는 사이 괴물은 피거품을 내더니 고꾸라져 쓰려졌고 아마 죽은 것으로 보였다. 너무나 쉽게 죽어버려서 그만 딘은 할 말을 잃었다. 그저 그는 이게 무슨? 뭐지? 라는 둥의 의아함만 표출 할 수 있었다. 그것은 뒤를 돌아 딘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사뿐사뿐 걷는 걸음이 어딘가 낯설지만은 않았고 딘은 두렵지 않았지만 입 안이 말랐다.

그것은 한참이나 딘의 얼굴을 보는 것 같았고 웃기게도 이번에는 딘에게 손을 뻗었다. 당연하게도 딘은 몸을 움찔거렸는데 어느새 자신의 몸을 속박하고 있던 감금 장치가 풀려있었다. 딘은 재빨리 침대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뒤로 뺐다. 인상을 쓰고 있는데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키득거리며 웃는 소리가 났다. 유쾌하면서 사랑스러웠고 그런 감정에 거리가 먼 딘은 퍽 당황 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더더욱 딘에게 다가왔고 한 순간 딘이 눈을 깜박이는 사이 사라졌다. 갑자기 뱃속이 뜨거워지는 감각에 어깨를 크게 움찔하며 일어난 딘은 멍하니 서서 빛은 사라지고 시커먼 어둠만이 남은 방 안을 정신없이 둘러보았고 때마침 샘이 총을 들고 가쁜 숨을 내쉬며 들이닥쳤다.

 “괜찮아?!”

샘은 고꾸라져 죽은 괴물을 쳐다보다가 딘에게 물었고 딘은 뭔가 깨달은 표정으로 샘을 쳐다 볼 뿐이었다.





괴물의 시체를 태우고 모텔로 돌아 온 샘과 딘은 방금 전 되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누었던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러니까 태동을 느꼈다고?”
 “그래.”
 “그리고 그 후에 그 애가 갑자기 빛으로 나타나선 괴물을 죽이고 형을 보호했고?”
 “내가 봤어. 형체는 없었지만 분명해. 난 알 수 있어, 새미.”
 “역시 카스티엘이 거짓말을 한 게 아니었어.”

그건 정말로 형을 보호하고 있던 거야. 샘이 놀라운 듯 중얼거리자 딘은 의아해했다.

 “근데 왜 지금이지?”
 “그거야 형이 죽을뻔 했으니까!”
 “지금껏 잠잠한 정도가 아니라 정말 하나도 안 움직였었다고.”
 “그 동안 입덧을 하던 게 아이가 살아있었다는 증거잖아!”
 “아이는 이제 너와도 이어진 거다, 딘.”

형제는 갑작스럽게 뒤에 나타난 카스티엘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했다. 카스티엘은 바로 딘의 뒤에 바짝 붙어있었고 딘은 짜증스럽게 말했다.

 “제기랄, 그렇게 붙어있지 말아줄래? 놀랐거든!”
 “…미안.”

카스티엘은 뒤로 몇 발자국 물러났다.

 “무슨 소리야? 형과 이어졌다니?”

샘이 대신 묻자 카스티엘은 답했다.

 “무의식중에 너는 계속 아이를 밀어내고 있었고 아이는 그걸 전부 다 알고 있었다.”

오…그래, 그렇군. 딘은 약간 미안해졌다.

 “게다가 몸도 혹사했지.”
 “하지만 난 언제나 이랬어.”
 “따지자면 임신 중 과로라는 거야.”

샘이 팔짱을 끼고 말하자 카스티엘과 딘이 동시에 그를 바라보았다. 사실 비슷하게 맞는 말이었다.

 “지금껏 너를 지탱하고 있는 건 이 아이의 힘이지 진짜 네 힘은 아니다, 딘. 지금 아이는 너를 보호하고 자라나는 것, 두 가지에 집중해야 하는데 네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가만히 있지 않으니 움직일 수 없던 것이었어.”
 “내가 여기저기 쑤시고 다녔으니 내 잘못이란 소리야?”
 “아주 약간.”
 “웃기는군. 날 살리기 위해 이 애를 뱃속에 내 허락도 없이 집어넣었으면서 이젠 내가 진짜 임산부처럼 고상하게 몸조심이라도 하길 바라는 거야? 어?”
 “너는 살아야 해.”
 “집어치워, 개자식아.”
 “이제 그 아이는 진정한 사람의 모습을 갖추었다.”
 “도대체 아까부터 무슨 소릴 하고 싶은 거야?”

딘은 피곤했고 카스티엘은 우뚝 선 커다랗고 거슬리는 말뚝같이 보였다. 샘은 끼어들지 못해 얌전히 입을 다물고 둘의 언쟁을 관람했다. 괜히 끼어들었다가 딘의 주먹에 얻어맞거나 카스티엘의 힘에 의해 벽에 쳐 박힐 것 같기 때문이다.

 “그 아이가 단순히 내 일부분이라는 개념은 지났어. 네 안에서 자라나는 그 생명은 널 의지한다.”
 “…….”
 “떠올려봐라, 딘. 괴물에게서 위협을 당할 때 뭘 느낄 수 있었지? 배를 찢으려는 단도를 바라보며 뭘 원했지?”
 “…젠장, 캐스.”
 “넌 아이를 살리고 싶어했다.”

그는 카스티엘을 심각하게 쳐다보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좋아, 그래. 사실대로 말하자면…걱정했어.”
 “…….”
 “하지만 다들 그러잖아. 죄 없는 사람이 다치는 걸 원치 않고….”
 “넌 너보다 아이가 무사하길 원했어. 아이가 그것을 느꼈고, 나도 느꼈지. 그 아이의 자라나는 몸이 신이 내리신 빛이 아닌 태어나서 땅을 밟을 인간의 육체를 허락한거다. 그리고 그건 네가 허락했지.”
 “…….”
 “이어진다는 것은 그런 의미이다, 딘.”
 “…나쁜 징조야.”
 “누구에게도 나쁘지 않다.”
 “…….”
 “생명은 아버지께서 내리신 축복이다.”
 “…….”
 “특히 너에겐 구원과도 같은 것이지.”

그리고 카스티엘은 사라졌다. 빈 공간을 두리번거리던 딘은 두 번째로 배를 차는 발길질에 헉 하면서 배를 감싼 채 허리를 숙였고 샘은 허겁지겁 다가와 딘을 부축했다. 오, 이런…. 움직였어, 새미. 움직였다고. 딘이 정말 살아있는 생명의 기운에 놀라며 중얼거렸다. 작은 심장이 쿵쾅쿵쾅 뛰어대는 것이 느껴지는 고요한 저녁이었다. 





이게 뭔 소리냐면 괴물한테 죽기 직전에 딘이 아이를 걱정하고 보호하고 싶어함. 이게 형체 없이 빛으로만 자라고 있던 아이를 인정하고 자신의 피와 살을 내어준다는 의미임. 아이가 진짜 인간의 모습으로 자라나고 태어날 수 있게 몸을 가지게 되었고 그 때문에 태동도 시작되었단 소린데 결국은 내가 병신이라 이것밖에 못씀. 입덧은 멀쩡한 남자의 배 안에 아이가 있으니 몸이 이상을 느껴서 그런 걸로...설정구멍 많아도 그러려니....


5
 “강에서 발견 된 시체들 때문에 FBI에서 나왔습니다. 저는 존이고 이쪽은.”
 “폴입니다.”

딘과 샘은 가짜 FBI 뱃지를 마을 보안관에게 보여주었고 서류를 읽어 내려가며 자리에 앉아있던 나이가 지긋하고 뚱뚱한 보안관은 잠시 의심 가는 얼굴 표정을 했다.

 “지금…둘이 비틀즈란 겁니까?”
 “부모님 때부터 엄청난 팬이거든요.”
 “싸인도 있어요, 액자에 걸려서 거실에 걸어놨다니까요!”
 “같이 일하는 친구 중엔 해리슨과 링고도 있는데 그것보단 낫죠.”
 “…뭐, 그럽시다.”

딘은 샘에게 눈을 찡긋거렸고 샘은 못 말린다는 듯 보안관 몰래 질린 표정을 지었다. 둘은 평소처럼 괴물들을 사냥했다.

아이의 태동을 느낀 그 날로부터 벌써 이 주가 지났다. 딘은 시도 때도 없이 배를 차는 감각에 TV를 보다가도 억 소리와 함께 움찔거렸고, 밥을 먹다가도 욱 소리와 함께 움찔거렸고, 자려고 누웠다가도 악 소리와 함께 움찔거렸다. 덩달아 같이 놀라는 샘은 보너스였다. 샘은 산부인과라도 가 봐야 하는 게 아니냐고 물었다가 딘이 묘한 표정을 바라보며 그래, 세상엔 뱀파이어도 있고 좀비도 있으니 남자가 임신한 경우도 있겠지? 하며 비꼬는 바람에 쩝 소릴 내며 커다란 덩치를 움츠렸다. 몇 달을 배가 부른 상태로 있는 걸 보니 샘도 나름 자연스럽게 제 ‘형’이 임신을 했다는 사실에 익숙해지고 말았다. 

병원은 못 간다고 쳐도 태교나 육아 같은 건 알아봐야 하는 게 좋을 거야. 샘은 경고했고 딘은 콧방귀를 끼며 천사의 아인데 그게 무슨 쓸모없는 걱정이냐 설렁설렁 대답했다. 그러나 그는 나중에 침대에 누워서 잘 생각은 하지 않고 샘의 말을 곰곰이 떠올려보았다. 모차르트? 생상스? 고양이와 토끼가 뛰어다니는 아름다운 동화? 정말 끔찍하군. 계집애 같은 놈, 도대체 그런 걸 왜 하라는 거야? 딘은 얌전하게 잠든 샘을 욕했지만 어쨌거나 딘의 무신경하던 머리를 굴리게 하는 것에는 꽤 커다란 도움이 되었다. 샘이 없을 때 모텔의 TV 채널은 육아 강의 프로그램에서 멈추게 된 것이다.

보안관에게서 마을에 일어난 이상한 살인 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나온 딘과 샘은 찢어져서 조사를 더 해보기로 했다. 샘은 피해자의 집을 찾아가기로 했고 딘은 피해자가 일했던 마을 사무소로 이동했다. 샘을 먼저 내려주고 운전을 하던 딘은 압박붕대로 어느 정도 납작해진 배를 슬슬 쓰다듬으며 밖에서는 불편해도 어쩔 수 없다며 혼자 중얼거렸다. 그는 주차를 하고 사무소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커다란 알림판에 꽂힌 여러 가지 종이들을 먼저 확인했는데 그중 한 종이에 시선을 집중했다. 딘은 그 종이를 꼼꼼히 읽어 내려다가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했고 곧 주변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종이를 빼어 대충 접은 뒤 자신의 안주머니에 넣고 사무소 안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태동이 시작 되서 형한테 좋은 게 딱 하나 있다면 입덧이 사라졌다는 거야.”

샘은 카페에서 사 온 샌드위치를 딘의 앞에 내밀었지만 딘은 잠시 나가 볼 곳이 있다며 그것을 거절했다. 어딜 가는데? 샘의 질문에 딘은 대충 피해자의 친구와 만나기로 했다고 답했다. 정말이야? 왠지 의심을 지울 수 없는 샘이 눈을 옅게 뜨자 딘은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웃었지만 속은 이미 뜨끔 하고 찔린지 오래였다. 

 “내가 악마랑 선이라도 보러 가는 것 같아?”
 “조심해.”
 “그러죠, 엄마.”
 “…아니야, 그냥 나도 같이 가는 게 좋겠어.”
 “왜 이래, 새미?”

딘의 표정에 샘은 아주 잘 알고 있는 아이의 존재의 중요성에 관하여 이야기를 하려다가 어느새 딘의 뒤에 나타난 카스티엘을 보곤 그쪽을 향해 시선을 돌리며 입을 다물었다. 딘 역시 샘의 시선을 따라 뒤를 돌았다.

 “내가 가는 게 싫다면 카스티엘과 함께 가.”
 “뭐?”

자신은 모르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형제의 투닥거림을 보며 카스티엘은 얌전히 눈을 딘에게 줬다 샘에게 줬다 하며 기다렸다. 딘은 샘의 고집을 이길 수 없었던 것인지 카스티엘을 몇 초간 뚫어져라 응시하다가 한숨을 쉬고 백기를 들었다. 그만해, 새미보이. 캐스와 함께 가면 되는 거지? 그게 네 조건이라면, 좋아. 알았다고. 딘은 웃는 낯이었지만 조금 짜증이 났고 샘은 알고 있었지만 굴하지 않고 카스티엘에게 말했다.

 “부탁인데 형의 뒤에 바싹 붙어서 쫓아가 줘.”
 “어려울 건 없다.”
 “내 엉덩이에 무슨 짓을 하게 하려고?”
 “난 너의 엉덩이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딘.”
 “당연히 있으면 안 되지!”
 “…그렇군.”

샘은 아이의 부모…따지고 보자면 그런 호칭인 둘이 썩 잘 어울리는 콩트 파트너라고 생각되었다.

 “캐스, 난 괜찮으니까 이제 네 볼 일 보러 가.”

그리고 모텔을 빠져나와 임팔라를 타고 마을로 나온 딘은 샘의 말 그대로 뒤에 졸졸 붙어 따라오는 카스티엘을 단박에 막아 세우며 말했고 카스티엘은 딘이 들어가려고 하던 마을 사무소의 건물을 한 번 올려다보더니 별 감흥 없이 묵직하게 대답했다.

 “난 너를 봐야 한다.”

그러자 바로 딘은 카스티엘의 얼굴 가까이 자신의 얼굴을 쓱 들이밀었다. 카스티엘은 약하게 눈썹 사이를 찌푸렸고 딘은 펍에서 여자들을 꼬시듯 부드럽게 웃었다.

 “실컷 봤지?”
 “…….”
 “그럼 난 먼저 간다. 다음에 보자고.”

딘은 건물 안으로 몇 걸음 돌아서다 대뜸 뒤를 돌아보았다. 사라질 것이라 생각했던 카스티엘은 그 자리에 굳어서 딘을 바라보고 있었다. 웃긴 표정이군. 그렇게 떠올리며 딘은 주변 사람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손가락으로 배를 짧게 가리켰다.

 “그리고 이건 썩 잘 자라는 것 같아.”

어깨를 으쓱한 딘은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갔고 카스티엘은 여전히 특유의 뚱한 표정으로 서 있었을 뿐이었다.




 “저희 사무소에서 무료 교육 차원으로 강의하고 있는 기초 태교와 육아 강의 교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짝짝짝! 박수소리가 짧게 끝나고 줄줄이 소세지처럼 놓여있는 의자의 맨 끝에 슬그머니 앉은 딘은 강의를 하기 위해 일어서있는 여성과 눈이 제대로 마주쳤다. 이크. 싶은 사이 여성은 강의실 안에 자리 잡은 유일한 남성인 딘을 보고 무척이나 즐겁고 놀라워하며 그를 추켜세웠다. 거기 계신 분은 어떤 이유 때문에 오신 거죠? 이제 곧 산모가 되거나 이미 산모가 된 여성들이 힐끔 고개를 뒤로 하며 멋쩍어하는 딘을 흥미롭게 구경했다.

 “제 부인이 이번에 첫 아이를 임신해서요. 저도 뭔가 알고 있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왔습니다.”

딘은 싱긋 웃었지만 등 뒤에 식은땀이 나는 것 같았다. 아니다, 정말로 나고 있었다. 망할, 제발 신경 좀 꺼 줘. 괜히 왔다 후회하는 딘을 두고 여성은 감동받은 듯 박수를 쳤다. 딘을 바라보는 다른 산모들의 눈빛이 엄청나게 부드러워졌다. 훌륭한 남편상이니 뭐니 하는 말에 그냥 웃고만 있는 사이 딘은 자신의 곁에 어느새 카스티엘이 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카스티엘은 난감해하는 딘의 옆모습을 보고 앉아 있는 산모들을 보고 커다랗게 현수막으로 벽에 걸려있는 <기초 태교와 육아 강의> 부제 ~우리의 아이를 뱃속에서부터 올바르게 키우는 법~ 이라는 글자를 읽었다. 딘은 창피해서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그는 몇 년 만에 울고 싶어졌다. 피해가 되지 않는다면 당장 자살이라도 할 마음이 있었다.

 “캐스 제발 꺼져 줘….”
 “생각보단 얌전하군.”
 “제길.”
 “솔직히 나는 놀랐다, 딘.”

어머! 들어오시는 걸 못 봤는데! 옆에 앉아 계신 트랜치코트를 입은 남성분은 어떻게 오셨죠? 여성의 말에 대신 대답을 한 것은 딘이었다. 제 친구에요! 이 친구는 이제 아이를 가질 예정이거든요! 그 말에 여성은 카타르시즘이라도 느끼는 것인지 어깨를 파르르 떨며 오늘은 세상에 다정한 남자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날인 것 같다며 어쩌고저쩌고 신이 나서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네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않았다.”
 “그럼 어쩌라고? 나도 뭔가 알고 있어야 할 거 아니야?! 천사는 어떤지 몰라도 사람은 아이를 낳고나면 다 끝나는 게 아니야! 그 이후가 진짜 지옥이라고! 네 덕분에 난 이제 잠도 더 못 잘 거고 스트레스도 엄청나게 쌓여서 샘을 때릴 수도 있을 거야. 또 괴물이나 악마를 제때 잡지도 못 할거고. 왜? 그야 시간 맞춰서 애한테 분유 먹여주고 트림 할 수 있게 등도 두드려 줘야하고 똥 기저귀도 갈아줘야겠지! 빌어먹을! 내가 이딴 걸 왜 알고 있는 거야?!”

딘이 카스티엘의 가까이에 작게 소곤거리며 승질을 냈다.

 “망할 자식.”
 “…….”
 “난 메모 할 거 안 가져왔으니까 니가 단어 하나 틀린 거 없이 전부 다 기억해 놔.”
 “…알았다.”

딘은 열이 올라 잔뜩 빨개진 목덜미를 쓰다듬었다. 그는 힐끗 눈을 돌려 카스티엘의 존재를 다시 확인했고 도대체 이 새끼는 왜 여기에 졸졸 쫓아온 것이며 나중에 혹시라도 샘에게 자신이 이딴 강의를 들으러 왔다는 것을 들키지 않게 입막음을 단단히 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카스티엘은 아무 말 없이 이제 강의를 시작하는 여성을 집중하며 바라보았다.


6
정신을 차렸을 때, 샘은 넓은 꽃밭에 멍하니 서 있었다. 빳빳하게 자란 잔디는 쨍한 녹색이었고 하늘은 눈이 시릴 정도로 맑은 파란색이었다. 구름은 솜사탕 같았고 어딘가 코를 자극하는 달달한 사탕 냄새가 나는 것도 같았다. 이상하다 느끼면 느꼈지 여러모로 좋아하는 광경은 아니었다. 꼭 트릭스터의 장난에 말려든 것처럼 말이다. 어쨌거나 그는 자신이라면 절대 눈길조차 주지 않을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한 손에는 피크닉 가방을 들고 있었다. 튀어나온 바게트 빵과 그 안에 들어있는 우유나 과일 따위를 보면서 형이 좋아하는 베이컨 치즈 햄버거는 없네라고 생각하고 있자니 갑자기 누군가 자신의 다리에 찰싹 달라붙는 느낌을 받았다. 놀란 샘이 밑을 바라보자 그 곳에는 예쁜 리본 핀을 꽂은 갈색 머리의 눈이 반짝반짝한 분홍색 원피스의 여자 아이가 있었다. 샘은 말했다. 꼬마야, 넌 누구니? 그의 물음에 여자 아이는 몇 배나 커다란 남자가 무섭지도 않은지 샘의 손을 잡고 어딘가로 향했다. 샘은 어어 하면서도 얌전히 다시 물었다. 어딜 가는 거야? 그러자 여자 아이는 살풋 웃더니 커다란 샘을 다시 꼭 끌어안고 말했다.

 -샘.
 -뭐?
 -샘.
 -지금 내 이름을 부른 거야?
 -새미.
 -…?
 -샘.


 “샘!”

샘은 숨을 들이쉬며 눈을 번쩍 떴다. 눈앞은 컴컴한 천장으로 가득했다. 샘은 얼떨떨한 얼굴로 손으로 눈을 비볐고 시간을 확인했다. 새벽 세 시 이십분이었다. 방금 자기가 무슨 꿈을 꾼 것인가 되돌려보는 사이 샘은 제 옆 침대에 누운 딘의 끄응하는 앓는 소리를 들었다. 그는 벌떡 일어서서 불을 켰다. 무슨 일이야?! 그는 곧장 딘을 향해 걸어갔다가 굳은 얼굴로 오, 하면서 놀라고 말았다. 딘은 너무 괴로워하고 아파하고 있었다. 그는 거의 헛구역질을 할 듯 침대 등받이에 기대서 식은땀을 흘려댔다. 얼굴과 입술이 창백하게 질렸다. 이불 안의 배에 손을 올려놓은 딘은 산모로 따지자면 만삭이었다. 그 뜻은 곧 아이가 태어날 것이란 것이었다. 예외란 없었다. 스탠포드를 다녔던 다재다능한 샘은 그가 못해도 일주일 안에는 아이를 낳을 것이라고 계산했기 때문이다. 물론 남자인 딘이 어떻게 아이를 낳을 것인가에 대한 옳은 방법은 모르지만, 캐스가 도와주지 않겠나 싶은 막연함이 있었다. 다만, 근래 카스티엘에게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복병이 그들을 즐겁게 해 주었지만.

 “형, 괜찮아?!”
 “망할! 차라리 지옥이 낫겠어! 최소한 그 새끼들은 고통이 가실 시간은 줬다고!”
 “언제부터 이런 거야?”
 “한 세 시간 전 쯤…참아보려 했는데….”
 “맙소사! 기, 기다려 봐.”

딘은 이불을 주먹이 하얗게 질릴 때까지 꽉 쥐었다. 샘은 걱정스러웠고 자신이 먼저 무얼 해야 하나 복잡하게 생각했다.

 “병원에 가자.”
 “퍽도 입원시켜 주겠다!”
 “그럼 캐스는? 캐스에게 연락은 해 봤어?”
 “그 자식이 내 눈 앞에 나타나지?”

딘의 눈빛은 정말로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 마치 CCTV에 비친 괴물의 눈처럼 말이다. 

 “당장 죽여 버리겠어.”

진심이 섞인 말에 샘은 무슨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우선 일어서서 뜨거운 물을 끓이기로 했다. 그리고 수건을 준비했고 또, 또…. 제길. 샘은 중얼거렸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병원에도 갈 수 없었고, 딘이 어디로 아이를 낳을 지도 몰랐다. 그러니까 완전하게 암울한 상황인 것이다. 맨 몸으로 악마 소굴에 들어가도 이보다는 혜안이 떠오를 것 같았다. 뭘 어떻게 해야 하지? 그는 양 손으로 이마를 짚으면서 후아후아, 와, 이거 진짜 말도 안 된다, 망할, 망할…하면서 정신없이 중얼거리는 딘을 보자니 당장이라도 울고 싶어졌다. 저절로 신이 찾아졌고 부모님이 찾아졌다. 살면서 이렇게 멍청한 존재가 될 줄은 몰랐는데…. 딘이 거의 몸을 베베 꼬며 고통스러워하자 마음이 약하고 다혈질인 샘은 새벽인 것도 개의치 않고 욱해서 크게 소리를 질렀다. 카스티엘! 니가 벌인 일은 니가 끝을 맺어야 할 거 아니야! 그리고 번쩍 하고 샘이 켜 놓은 전등이 파작 하고 깨져버렸다. 샘은 놀라서 그쪽을 바라보았다.  

콰르릉하고 천둥번개가 갑작스럽게 내리쳤다. 반쯤 걷어놓은 커튼 너머의 땅에는 빗줄기가 타다닥 내리 닿고 있었다. 어둠 속에는 카스티엘이 서 있었다. 그는 고요한 얼굴로 샘을 바라보았고 곧 자신이 온 것도 모른 채 이불 속에 파묻혀 울며 앓는 소리를 내는 딘을 바라보았다. 샘은 씩씩거리며 천사의 멱살을 잡아채고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번쩍 하고 창 밖에서 번개가 아우성을 쳐댔다.

 “왜 지금까지 우리말을 무시한거야! 얼마나 널 불렀는데!”
 “미안하다, 샘, 딘. 내가 이곳에 온다면 너희들까지 위험해질 상황이 있었다.”
 “좋아, 그럼 그렇다 치고, 이제 형을 어떻게 할 거야?!”

샘의 말에 카스티엘은 딘을 바라보았다. 샘은 멱살을 잡은 손을 떨궈냈고 카스티엘은 샘에게 다시 한 번 미안하다고 말 한 뒤 딘의 침대로 다가섰다. 딘은 땀에 젖어 흐리멍텅한 시야에서 카스티엘의 웃긴 코트를 바라보았다. 그는 이를 갈았다.

 “캐스, 너…!”
 “미안하다, 딘. 하지만 이제 곧 고통이 사라지게 해주겠다.”
 “악마보다 더한 새끼….”

딘의 목소리가 떨리자 카스티엘은 움찔거렸다. 그는 그러거나 말거나 배가 찢어질 것 같은 고통에 눈물이 찔끔 났지만 꾹 참아내야만 했다. 절대로 다 큰 동생 앞에서 울고 싶은 모습을 보일 수 없는 형의 마지막 자존심에 샘은 저절로 안쓰러움에 인상이 쓰였다. 그리고 혼란스럽기도 했다. 정말로, 정말로, 몇 번을 진지하게 생각을 해 봐도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은 것이다. 말이 되질 않았다! 현대판 남자 마리아가 자신의 형이라고? 어릴 적부터 여자들을 수도 없이 울리고 다니던 그 딘 윈체스터가? 아무리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지만….

카스티엘은 딘이 덮고 있던 구겨진 이불을 걷어내고 그의 동그랗게 부푼 배 위에 손을 올렸다. 너무 커져서 딘이 걷는 것조차 힘들어하고 사냥꾼 일도 당연히 참여 할 수 없게 만들던 이유. 천사의 힘이 없는 상황에서도 딘은 배에 닿은 손이 어딘가 안정을 주고 있다고 알 수 있었다. 카스티엘은 힘을 불어넣었고 싸구려 모텔의 방 안에는 아주, 아주 하얀 빛이 가득 들어찼다. 만약 이 곳이 차가운 시멘트가 아닌 탁 트인 넓은 공간이었다면 그 빛은 천국에서도 볼 수 있을 만큼 밝았으리라. 샘은 눈을 질끈 감고 손등으로 시야를 가렸다. 몇 초의 시간이 흐르자 빛은 서서히 가라앉았고 타닥타닥 시원한 빗소리를 들으며 샘은 슬쩍 눈을 한 쪽씩 떼어냈다. 방 안은 다시 어두워졌다. 그러나 달라진 것이 있다면 단 하나, 새로운 생명의 존재였다. 샘은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입을 싹 다물었다. 아기가 태어났다. 너무 고요하고 평온하게. 말 그대로 아기는 시작부터 기적이었다.

 “그 동안 잘 버텼다, 딘.”

천사의 목소리는 약간 대견함을 내포했다. 아끼고 사랑하는 자신의 인간이 믿음의 기둥에 한 발 가까이 다가간 기분이라고 설명을 해야 할까. 

 “…이게….”

딘은 카스티엘이 품에 안고 있는 아기를 보았다. 어두웠지만 아기의 코끝은 둥글었고 감긴 두 눈은 얌전했으며 색색 잠든 입은 올망졸망했다. 누군가를 닮은 것은 아직 제대로 느낄 수 없었다. 머리털이 별로 없는 아기는 울지 않아서 딘은 괜찮은 것이냐 물었고 카스티엘은 괜찮다고 알려주었다. 그리고 그는 몇 십 초 전에는 터질 것 같이 부풀었던 배가 얌전하게 가라앉은 것을 보며 놀라서 숨을 흡 들이켰다. 

 “이 아이는 남은 천사로써의 생명력을 모두 네게 주고 태어났다.”

카스티엘은 아기를 안아보라는 듯 딘에게 넘겨주었고 이런 것엔 도통 경험이 없는 딘은 정말로 어색하고 두려운 듯 카스티엘을 원망스럽게 쳐다보다가 아기를 안아들었다. 샘은 멍하니 그 광경을 지켜보다가 아차 싶었는지 아기를 씻길 미지근한 물과 수건을 준비하기 위해 등을 돌렸다. 보통의 아기들처럼 끈끈한 핏덩이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씻겨야 했다. 샘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무슨 소리야?”
 “그 아이는 평범한 인간의 아이다.”
 “…….”
 “더 이상 널 지킬 힘도, 스스로를 지킬 힘도 없지.”
 “받은게 있으니 이젠 내가 지켜줘야 한다는 소리야?”
 “아이는 널 사랑하고 있고 나 또한 네가 그러길 바란다. 넌 좋은 부모가 될 거다, 딘.”
 “이봐, 캐스, 엄연히 따지자면 너도 이 아이의 부…부…뭐시기 거든.”

딘은 도저히 말이 나오지 않는지 떨떠름한 얼굴로 아기를 좀 더 수월하게 품에 안아들었다. 그러나 카스티엘은 아기를 바라보며 따지자면 그렇군, 이라는 싱거운 대답만 내놓았다. 짧은 대화가 끝나고 지칠 대로 지쳤으나 카스티엘이 건네 준 얼마간의 힘으로 버티던 딘은 너무나 얌전해서 무섭기까지 한 아기를 빤히 내려다보며 복잡한 심경으로 구경하다 한참 만에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카스티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제기랄, 여자애잖아….”

내가 여자애를 키운다고? 분홍색 원피스와 땡땡이 리본과 유니콘과 바비 인형?

그는 두려움을 느꼈다. 그리고 샘이 미지근한 물에 적신 수건을 들고 오며 조심스럽게 침대에 엉덩이를 걸터앉아 딘의 아기를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이건 샘에게도 첫 경험이었다.

 “안녕, 아가야. 어쨌거나 내가 니 삼촌이다. 반가워.”

인사를 한 뒤 샘은 조심스럽게 아이의 몸을 살살 닦아 내렸다. 딘은 덩치만 크지 하는 짓은 영락없는 멍청이인 샘을 보며 피식 웃었다.

 “너 얼간이같다.”
 “이젠 좀 괜찮은가봐?”
 “그래. 그나저나 캐스, 너 산부인과 하나 개업하는 게 어때? 천사의 힘으로 아주 쉽게 아이를 낳게 도와드립니다. 그냥 누워만 있으세요! 뭐 이런 거.”
  “…괜찮은가보네.”

샘은 아이를 연약한 유리알을 만지는 것처럼 딘에게서 넘겨받아 비어있는 자신의 침대에 미리 깔아둔 수건 위에 올린 뒤에 마저 몸을 닦았고 그건 경건해보이기까지 한 모습이었다. 커다란 삼촌은 갓 태어난 조카를 벌써부터 애지중지 아꼈다. 카스티엘은 그것을 오묘한 얼굴로 바라보는 딘의 피곤한 눈을 알아채서 나지막이 말했다. 이제 넌 그만 쉬는 게 좋을 것 같다. 딘은 동의했다. 천사는 두 손가락을 딘의 이마에 닿게 하며 인간의 표현으로 약간의 다정함을 포함한 눈짓으로 딘과 마주했다.

 “좋은 꿈을 꾸길 바란다.”

그리고 딘은 까무룩 눈을 감았다.
2015.03.25 (21:03:42) 신고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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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발 좋은데요 금손님
[Code: 690c]
2015.04.29 (00:45:58) 신고
ㅇㅇ
와...무슨 슈내한편 본것같아.......
[Code: 5cf8]
2015.08.04 (22:13:01) 신고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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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선생님 제가 이걸 이제 봤다고 하는데요....뒷얘기가 보고 싶어서 미칠 것 같아요....어나더 제발 선생님....ㅜㅜ
[Code: 55e3]
2015.08.05 (03:26:56) 신고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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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선생님.. 육아까지 보여주셔야죠 이대로 가시면ㅇ안되요 선출산후잦잦루트 아닌가요 캐닦개되는거도 보여주세요 어디가세요 어디가세요 센세..!!!!
[Code: 88cb]
2015.11.11 (17:39:19) 신고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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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진짜 센세 육아까지 가야한다ㅠㅠㅠㅠ
[Code: 0ff5]
2017.01.08 (18:25:14) 신고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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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사랑해
[Code: b16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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