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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 http://gall.dcinside.com/etc_entertainment1/110947


재미종범ㅈㅇ, ㄱㅈㅅㅈㅇ 




윌은 그의 앞을 막아서는 간수들을 제치고 그의 감옥 창살 앞에 섰어. 한니발은 그런 윌을 지친 눈으로 올려다보다가 목을 가눌 힘도 없는지 이내 고개를 다시 떨구어버렸지. 


' 이 사람과 대화를 하고싶습니다.'


' 사형수와 말을 섞었다는걸 영주님께서 아신다면 큰일나실겁니다요.'


' 상관없어요. 문을 열어주세요.'


간수들이 걱정하는 얼굴로 서로를 쳐다보다가 이내 열쇠로 감옥의 문을 열었어. 끼릭 철문이 열렸고 윌은 안으로 들어서 한니발의 앞에까지 조심스럽게 다가갔어. 가까이에서 본 한니발의 몸은 더 만신창이였지. 잘 먹지 못해 비쩍 말라버린 몸에는 채찍으로 후려갈겨진 온몸의 상처들에서 피가 배어나오고있었고 사슬에 매달린 그의 양 손은 너무 꽉 조이는지 피가 통하지않아 보랏빛을 띌 정도로 흉측하게 부어올라있었어. 더 오래 저렇게 매달려있다면 손이 썩어들어가 잘라내야할 듯 싶었지. 윌의 기다란 손가락이 그의 턱을 조심스럽게 잡고 들어올렸어. 손가락이 닿자마자 한니발은 윌의 고운 손길이 고문관의 거친 손인마냥 움찔거렸지. 들어올려진 한니발의 기진맥진한 눈이 윌의 눈과 마주쳐졌어. 한니발은 윌이 누구인지 알아보지못하는 듯 했어. 십년 전 사과나무에서 떨어졌던 그 작은 꼬마가 훌쩍 자라 거의 그 만큼이나 키가 큰 청년이 되었으니 알아보기가 쉽진않았지. 


' 무슨 일로 이곳에 들어온건가요?'


- ......


묵묵부답인 한니발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않았는지 옆에 있던 간수가 한니발의 뺨을 후려갈겼어. 


'도련님께서 질문을 하시면 답을 해야지! '


윌이 다시 한니발을 내리치려는 간수의 손목을 붙잡고 그를 노려보았음. 한니발의 뺨은 벌겋게 손자국이 남아 떨리고 있었지. 그의 벌어진 메마른 입술에서 흘러나온 말은 오직 한마디였어.


- 죽여줘요...


그 말을 끝으로 그는 입을 굳게 다물어버렸음. 윌은 그 말이 마치 칼날처럼 자신의 가슴을 후벼파는 것 같았어. 윌은 간수에게 그를 십자가에서만이라도 끌어내리라고 명령했어. 간수는 투덜거렸지만 시키는대로 십자가에서 그를 내렸지. 털썩- 한니발의 몸이 땅으로 떨어지고 그는 바로 일어설 힘도 없는 듯 바닥에 한참 동안 널브러져있다가 겨우 몸을 휘청이며 일으나 벽에 기대어앉았어. 







그 날 밤, 


어두운 감옥의 한쪽 벽이 끼긱 열렸어. 성의 오래된 비밀 통로들은 곳곳으로 이어졌고 이 통로는 성안의 복도에서부터 감옥의 가장 안쪽 통로로 이어진 길이었지. 성안의 나이든 시종이 그가 어렸을 때 성안에서 숨바꼭질을 하더라도 위험한 곳이니 들어가지 말라며 경고했던 통로였어. 두꺼운 망토로 자신의 몸을 감싼 윌의 고개가 열려진 벽 틈으로 빼꼼히 나왔어. 이틀에 한번씩 새벽 감시를 맡는 간수는 나이가 가장 많은 간수로, 툭하면 졸고있기 일쑤였지. 가는귀도 먹어 왠만한 소리는 그의 잠을 깨우지못했어. 윌은 의자에 앉아 잠이 든 간수를 흘끗 바라보며 한니발의 창살안을 바라보았어. 한니발은 벽에 기대어 몸을 웅크리고 앉은채로 움직이지않았지. 달빛에 비친 그의 양 손의 붓기는 조금 가라앉았지만 여전히 흉측한 보랏빛이었어. 윌은 간수가 깰까봐 조마조마하며 창살을 손가락으로 조심스레 톡톡 두드렸음. 한니발이 소리를 들었는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음. 그는 기다랗게 자란 머리카락이 눈을 가리는지 옆으로 쓸어넘기더니 곧 눈 앞에 서있는 청년을 발견했음. 


' 먹을 걸 좀 가져왔어요.'


윌이 바구니를 열어 그에게 보여주며 속삭였어. 바구니 안에는 부드러운 빵과 치즈, 물, 그리고 잘 익은 사과 하나가 있었지. 윌이 주방에서 몰래 가지고 나온 음식들이었어. 하지만 한니발은 여전히 고개를 젓기만했어. 애가 타서 잠시 입술을 깨물고 고민하던 윌은 바구니 안의 발간 사과를 들어올려 그에게 내밀었어. 


- 10년전에 사과나무에서 떨어졌던 꼬마를 기억하시나요? 그 때의 보답이에요.


한니발의 몸이 순간 움찔거렸어. 그는 천천히 창살 가까이로 몸을 질질 끌며 움직였지. 그제서야 윌의 얼굴을 자세히 본 그가 흐릿한 기억이 돌아왔는지 윌이 기억하던 그 미소를 지어보였어. 그런 그의 얼굴이 너무 힘들어보여 윌은 눈물이 나올것만 같았어.


- .... 그 여자분께서 꽃다발을 마음에 들어하시던가요. 


' 네.. 덕분에요..'


윌이 내민 사과를 한니발이 손을 내밀어 받아들었어. 손이 하도 부어 제대로 손가락을 움직일수없는 지 그는 손바닥에 놓인 사과를 한참 살펴보다가 한입 깨물었어. 와삭- 소리와 함께 과즙이 땅에 뚝뚝 떨어질정도로 잘 익은 사과였지. 하지만 한니발은 오래간만에 먹는 음식이 잘 받지않는지 애써 삼킨 사과조각을 뱉어내버렸어. 윌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과즙만이라도 마시라고 하자 한니발이 이를 사과에 박고 겨우 과즙을 빨아삼켰어. 



- 이젠 잘 익은 사과를 구별할 수 있나봐요.


' 저도 이젠 더이상 꼬마가 아니니까요. 



둘은 한참동안 말이 없었어. 정적을 깨트린건 윌이 조심스럽게 묻는 말이었지.


' 어쩌다가 감옥에 들어오신건가요? 다른 사람들처럼 누명이라도 쓰셨나요?'




한니발의 움직임이 멈추었어. 그의 갈라진 입술엔 자조적인 미소가 걸렸지.


- 저는 아마 이 감옥에서 유일한 죄인일겁니다.




그가 물을 한모금 들이키고 메마른 기침을 해가며 들려준 사연은 이러했어.

몰락한 귀족집안의 후손이었던 그는 그의 여동생과 함께 유일하게 남아있는 작은 과수원에서 함께 과실을 가꾸며 조용히 살고있었지. 어느 날 그의 여동생이 사라지기 전까지 말이야. 집에서 과수원으로 점심을 들고오던 길에서 납치를 당했는지 길목엔 바구니가 떨어져있었고 내용물이 어지럽게 흩어져있었음. 한니발은 그날부터 미친 사람처럼 여동생을 찾아 온 마을을 헤매며 여동생의 행방을 찾아다녔음. 어느 아이가  영주에게 납치당하는 그의 여동생을 보았다고하자 한니발은 영주의 성으로 달려갔음. 칼을 찬 병사들이 그의 출입을 막았지만 이성을 잃은 한니발은 그들을 때려눕힌뒤 칼을 빼앗아 성 안을 헤메고 다녔음. 도망다니던 시종중 한명을 잡아 여인들의 행방을 묻자 그는 영주님께서 며칠전 금갈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처녀를 끌고 오셨다며 실토했음. 한니발은 그를 끌고 처녀가 갇혀있다는 방의 문을 부수고 들어갔고 그의 여동생에게 발1정난 개처럼 올라타있던 영주는 그를 보고 소리를 질러댔어. 분노한 한니발의 칼이 채 영주에게 닿기도 전에 경비병들이 달려와 그를 끌어냈고, 여동생은 그가 보는 눈 앞에서 자결해버렸지. 그는 대역죄인으로 지하감옥에 갇혀 사형날짜만을 기다리는 사형수가 되었고, 고문관으로부터 영주님을 시해하려는 음모를 함께 꾸민 동료들의 이름을 대라며 매일 고문을 받게되었어.


한니발은 이야기를 마치고 목이 타는지 다시 한번 물을 들이켰어. 윌의 입은 벌어져 다물어지지를 못했지. 윌은 최근 성을 자주 비웠었기 때문에 그 사이에 벌어진 이 일에 대해 전혀 들은 바가 없었어. 윌의 눈에서 눈물이 고여 뚝뚝 흐르기시작했지. 한니발은 마치 다른 사람의 일처럼 덤덤하게 이야기했지만 윌은 한니발이 가엾어서 견딜수가 없었어. 그에게 아무런 힘이 되어주지 못하는 자신이 한심했지. 눈물이 메말라 나오지않은지 한참이 지난 한니발은 자신을 대신해 울고있는 어린 도련님을 표정없는 얼굴로 지켜볼 뿐이었어. 어짜피 날이 새면 이 청년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야할 것이고 자신은 끌려가 또 다시 고문을 당할 것이었음. 둘은 너무나 다른 사람들이었고 그런 그가 왜 자신을 위해 울어주는지 한니발은 이해하지 못했어. 하지만 점차 그의 떨리는 손이 천천히 들려져 올라가 윌의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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