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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7 00:27
불도 붙이지 않은 담배를 물고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래, 담배를 보면 니가 생각이 나고 그 때 생각이 나.
이젠 늘 괜찮지만, 정말 아주 가끔 니가 그리울 때가 있어.

불을 붙여 연기를 보게 된다면 결국 울어버릴 것도 같았기에 그는 그저 망설이고 있는지도 몰랐다. 한 끗만 넘으면 물밀 듯 쏟아들어올 감정이 벌써부터 감당하기 버거웠다.

사실은 잘 모르겠어.
내가 뭘 그리고 있는 건지.
너인 것 같기도 하고, 어렸던 나인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그 때 그 곳의 우리가 그리울 수도 있겠지.

이제는 무슨 짓을 해도 되돌아 갈 수 없음을 그는 알았다.
무슨 짓을 해도 이제는 돌아갈 수는 없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그의 슬픔은 그토록 지지부진한 것이었다.

나는 날 잘 알지.
아마 다시 돌아갔어도 똑같은 선택을 했을거야.
그렇지만,
...너는 지금과 다른 선택을 하게 될까?

그는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이미 지나간 것이었다. 모든 게 전부 과거에 있었다.
이제는 그의 손을 떠나버린 것들이었다.
더 이상은 그와 아무 상관이 없는 것들이었다.

후회는 없어.

위로하는 듯 말하는 목소리가 담담하려 애썼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달래며 그는 일종의 패배감에 젖어야 했다.

그래, 후회는 없어.

그는 끝내 힘빠진 소리를 내며 웃었다. 눈동자는 여전히 둘만의 세상을 다 가졌던 그 시절을 더듬는 듯 했다.

후회는 없어, 널 많이 좋아했어.

남자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밤비가 내리는 봄의 공기는 차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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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내리면 니가 생각나고, 술만 마시면 니가 보고싶네.

이미 소주병의 반은 비워진 채였다.
그녀는 달아오른 얼굴로 애써 잊고 지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때...
난 너랑 둘이서 모든 걸 다 하고 싶었어.
험난한 세상살이에 서로의 힘이 되어 주고 싶었지.

그녀의 눈이 느리게 깜빡였다.

...그 얼굴은 결국 못 보게 되겠구나.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그녀는 그를 생각했다.

왜 그랬을까.
넌 대체 무슨 생각이었을까.

하지만 지나간 일이었다.
그녀는 날카로운 마지막 대신 따뜻했던 순간의 눈빛을 기억하려 애썼다.

널 많이 좋아했어. 정말이야. 진심으로 많이 좋아했어.

그렇지만 모든 게 부질없는 일이었다.
결국 그녀를 울게 만드는 건 한때의 따뜻함이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술을 먹으면 실수를 하는 건가.

문득 아직 지우지 못한 그의 연락처가 떠올랐다.
그녀는 손 안의 부피감을 의식적으로 무시했다.
술기운이 올라오는 듯 했다.

글쎄.
이제는 잘 모르겠어.
넌 나를,
나는 무엇이었을까.

그녀는 함께했던 시절의 그를 생각했다.

날... 좋아했겠지?

열어놓은 창문 사이로 봄이 흘러들어왔다.
그녀는 옷을 한 겹 더 껴입었다.
차가운 밤이 어쩐지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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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 밤에 취해 끄적여봐ㅛㅆ다!ㅋㅋㅋ
투ㅈ은 아니지만 문제는 없겠지... (소심)
상황은 붕붕이들 각자 해석하면 된다~ 정해진건 없음
문제시 광광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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