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준호 문학이나 한문 잘어울리지 않냐 고전시가 기깔나게 읽어줄듯

요사이 안부를 묻노니 어떻게 지내시나요
달이 드리운 창문에 이내 몸 한이 가득합니다

만일 꿈속의 넋이 자취를 남긴다면
문 앞의 돌길이 반쯤은 모래가 되었을걸

그반 담임 이명헌 복도 지나가다가 홀린듯 가만히 서서 반쯤 열린 창문으로 지켜봄. 멍하니 사근사근한 목소리에 빠져 있다가 낭송 끝나면 잠에서 깬 것처럼 정신 들어서 창문 드르륵 열고 호통침

- 뿅!! 조는 놈들 안 일어나?
- 명헌쌤 안녕하세요^^ 그래도 이 반이 수업태도 제일 좋아요ㅎㅎ그치 우리 뿅뿅이들?

이명헌네 반 애들 아무도 뿅뿅이란 말 안 씀. 뿅뿅이라는 말 듣고 깔깔 웃으면서 화기애애한거 보고 이명헌 절레절레함. 누가 담임인지ㅉㅉ




이명헌은 물리 잘어울림. 물리 교육도 잘하고 물리적 교육도 잘한다는 루머 돌음...별명은 당연히 뿅이고ㅋㅋ
준호쌤은 상냥해서 인기가 많다면 뿅은 애들 조련 존나 잘할듯ㅋㅋㅋ학기초에는 애들이 딱뚝콱 외모에 쫄아붙는데 갈수록 독특한 유머에 중독되겠지. 은근 현실적으로 상담 잘해줘서 뿅한테 고민 상담하는 반 애들 많을각임 신뢰의 뿅
그리고 왠지 어느 학년을 맡아도 뿅담임네 반은 무조건 체육대회 1등이라는 전설의 기록이 있을거 같다. 다른 반 쌤들이 비결좀 알려달라고 하는데 절대 안 알려줌.


뿅이랑 이티(이상한 티셔츠)랑 옆반이라 교무실에서도 옆자리임
주말에 이티 선본다는 소문 듣고 왠지 심란해진 뿅...그런 얘기 못 들었는데? 그날 공식 판서하다가 손 안에서 분필 10개 넘게 부러트릴듯

학교 끝나고 준호쌤한테 술 마시러 가자고 하겠지. 둘다 술 쎈 편인데 분위기에 빨리 취해서 대화 헛돌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명헌 마음에도 없는 말 할듯ㅋㅋㅋ

- 먼저 솔로 탈출하면 반칙이예용.
- 명헌쌤...죄송합니다.
- 됐고뿅. 그냥 빨리 좋은 여자분 만나서 결혼해버려용. 결혼이 곧 행복뿅.
- 그건 전...근데, 저긴 생각이네요
- 뭐..뿅?
- 그건 전근대적인 생각이라고요.
- 예?


딱뚝콱 이명헌 개뚝딱거릴 때쯤에 알콜에 시뻘개진 얼굴로 이명헌 쳐다보던 권준호가 이만 일어나죠, 하고 겉옷 챙겨서 일어났으면 좋겠다
그리고 월요일 아침에 뿅이 이상한 티셔츠 입고 오는거 봤다고 소문나면서 본격적으로 뭔가 시작됐으면 좋겠다



시 제목은 mong혼
준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