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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7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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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잊지 못할 순간은 느닷없이 찾아온다. 프레디는 십여 년 전의 그때를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유난히 긴 겨울이 지나고 봄이 다가오는 때였다. 남자 아이는 긴 머리를 늘어트리고 여성용 드레스를 입은 자신이 맘에 들지 않았다. 약한 몸때문에 요양 차 북부 영지로 향한 길이었으나 한 영매의 말때문에 당분간 여자아이처럼 지내야 한다는 것이 퍽 귀찮고 짜증이 났던 것이다. 마차 밖에는 밀밭 풍경이 끝나지 않고 이어졌다. 그것 또한 그를 지겹게 만들었다.




느닷없이 마차의 문이 벌컥 열렸다. 도련님은 너무나 놀라 아무소리도 낼 수 없었다. 침입자가 태연히 옆에 앉을때까지 눈을 깜박이는 것빼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와, 너 너무 예쁘다!"


순수한 감탄이 섞인 말과 함께 그의 얼굴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려는듯 프레디에게 몸을 기울였다. 그는 침입자를 피해 뒤로 몸을 물렸다. 이상한 침입자였다. 조그마한 게 모르는 사람의 마차에 뛰어들어선 대뜸 아름답다며 말을 한다.






"난 예쁘지 않아."



순수한 감탄이 어우러 나온 말이 제법 기분 좋을 법도 했을테지만 그 남자아이한테는 그렇지 못했다. 남자인데 여자 옷을 입고 여자애처럼 지내야 해서 더욱 그랬다. 예쁘다는 말은 그가 숯하게 들어왔던 말이었다. 난 예쁘지 않아. 남자애는 또박또박 큰소리로 한번 더 그 침입자에게 말했다.




"아냐. 넌 내가 봤던 여자들 중에 제일 아름다워. 진심으로."
"난 여자가 아니야."



그 말을 하고선 프레디는 아차싶었다. 이런 드레스를 입고 긴 머리를 하고선 누구도 자신의 말을 믿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거기다가 어머니가 여인처럼 행동하고 말해야 한다고 몇번이고 일렀지 않은가. 금기를 깼다.






"그렇구나. 하긴 나도 남자가 되고 싶다고 줄곧 생각해왔어."


긴장이 탁 풀렸다. 지금껏 걱정했던게 아무것도 아니것도 아니게 되었다. 그 여자애는 그 말을 하곤 그를 향해 웃었다. 마침 그 애가 웃을때 마차의 작은 창 사이로 햇빛이 들어왔다. 눈이 부셨다. 그애의 생기가 가득 찬 밝은 웃음을 마주하고 있으면 반짝이는 생명력이 흘러 들어올것 같았다.




웃던 애가 갑자기 프레디의 치마폭에 코를 박고 엎드렸다. 마차 차장 너머로 여인이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며 분주하게 뛰어다녔다. 허니, 프레디는 속으로 그 여자애의 이름을 되새겼다.




나는 지금 도망가는 중이야.
누구에게서?
자유를 위해서.
자유?
응. 난 자유를 찾아 떠나기로 마음을 먹었거든. 여기는 너무 답답하고 재미 없어. 나 좀 도와줄래? 그냥 네가 가는곳까지 나를 태워다 주면 돼.





도와 달라며 간절한 눈으로 제 대답을 기다리는 여자애에게 프레디는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은 다 해주고 싶어졌다. 방금 처음 본 애한테 어떻게 그런 마음이 드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랬다. 그냥 그렇게 해주고 싶었다. 그 애가 원한다면 지금 입고 있는 값비싼 드레스까지 벗어 줄 수 있을것 같았다.




그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그 애를 찾는 여자가 나타났다. 허니! 이게 무슨 무례니? 어서 나오지 못해! 거의 동시에 그 여인이 바닥에 엎드려 숨어있던 허니를 끌어당겼다.그 애는 버둥대며 속수무책으로 마차밖으로 끌려나갔다. 그렇게 인사도 못해보고 그 아이와 그렇게 헤어져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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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을 내다보며 프레디는 그 애를 떠올렸다. 짧고 강렬한 만남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그 애는 그간 만나왔던 사람들과 달랐다. 그 아이와 했던 짧은 대화들은 이미 몇번이고 곱씹었다. 허니는 이름인걸까 애칭인걸까. 또 그 애를 만날 수 있을까. 높은 창을 내려다보는 프레디의 눈 앞이 흐려졌다. 걔를 다시 한번 만나보고 싶어. 다시 볼 수 있게 된다면 놓치지 않을 거야.






'....!'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는건 환청이 아니였다. 그 여자애였다. 그 애가 창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이 상황이 너무 거짓말 같아서 프레디는 잠시 망설였다. 그러는 동안 그녀가 열린 창문 사이를 낑낑대며 비집고 들어왔다. 허락도 없이 마차에 들어온 그때처럼. 그게 싫지 않았다. 그는 몇번이고 그 여자애가 들어오도록 두었다. 그 애가 자신이 쳐 놓은 빗장을 열어젓히고 슬금슬금 마음을 차지하도록 내버려두었다.




또래 친구를 찾아낸 여자아이는 한껏 기쁨에 고양되어 있었다. 그래서 창턱이 높다는걸 모르고 그대로 창틀에서 뛰어내렸다. 다행히도 여자아이는 프레디 위로 떨어진 덕분에 다치지 않았다. 다시 만나게 되어서 기뻤다. 그는 자신의 품안에 안긴 허니를 세게 그러안았다. 저번처럼 그 애를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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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집이 가까운 덕분에 둘은 매일 시간을 함께 보냈다. 지루할 것이라 생각했던 시골에서의 생활이 누구 덕분에 즐거울 수도 있었다. 둘은 호숫가를 따라 걷기도 했고 넓은 정원의 잔디에 앉아 따뜻한 햇살을 쬐기도 했다. 그 여자아이는 자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 어머니의 병 때문에 이모의 댁에 맡겨진 지 벌써 3년이 넘어가고 있고 지루한 이 곳을 벗어나기 위해 많은 노력들을 했지만 번번히 이모에게 걸려서 실패했다고. 들으면 들을 수록 프레디와는 다른 애였다. 그래서 더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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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와 함께하는 것은 모두 즐거웠지만 그중 가장 프레디가 좋아하는 것은 바람이 부는 밀밭에 누워 있는 것이었다. 높은 밀밭 사이로 부는 바람이 그들의 팔다리를 간지럽혔다. 그러면 꼭 이 세상에 저와 허니만이 오롯이 남겨진 것만 같았다. 그게 좋았다.




맑고 푸른 하늘에 하얀 구름이 프레디의 얼굴을 지나갔다. 나중에 이 순간이 그리워지면 어쩌지. 너무나 행복함과 동시에 슬퍼져서 숨이 막혔다. 그는 허니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허니는 팔을 뻗어 바람을 손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도 그녀를 따라 팔을 뻗었다. 작은 손 사이로 바람이 스쳐 지나갔다.







"난 바람이 될거야."
"바람?"
"이 바람들처럼 어딘가에 머무르지 않고 세상을 흘러다닐거야. 내가 원하는 곳 어디든."




꿈꾸는 듯한 목소리로 저의 꿈을 고백하는 목소리에는 숨길 수 없는 희망이 담겨져있었다. 그런 허니에게 그는 거르지 못한 진심이 불쑥 튀어나갔다. 그럼 나는?



질문에 당황해하는 것을 보니, 자신이 그 꿈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은 어린 그도 알 수 있었다. 그 애가 꿈꾸는 미래에 그가 없다. 허니한테 그는 중요한 존재가 아니라는 거였다. 손 틈 사이로 빠져나가는 바람이 꼭 허니같았다. 손으로 움켜쥐어도 어느새 빠져 나가는게 그 애 같았다. 허무해졌다.





도련님은 자존심이 상했다. 그리고 서운해졌다. 허니에게 자신은 별로 중요한 사람이 아니여서 심술이 났다.





"여인이라면 남편의 곁에서 가정을 지켜야 해. 넌 여인이니까 그렇게 될 수 없어."
"내 예법 선생님도 그렇게 말했는데. 그리고 너도 여자애면서 그렇게 말해야겠어?"
"그게 진실이니까"
"혹시 삐졌어? 도대체 왜?"





프레디는 밀밭에서 일어서서 그대로 허니를 두고 집으로 갔다. 다음날이 되었음에도 그가 허니를 만나러 가지 않자 허니가 찾아왔다. 허니가 노크하는 소리를 듣고 프레디는 재빨리 누워 눈을 감았다.






"어제부터 아팠던 거야? 말을 하지. 호수가에서 한참을 기다려도 안 와서 걱정 많이 했어."



돌아 누운 프레디의 뺨에 가볍게 허니의 입술이 붙었다 떨어졌다.




"몸이 좋아지면 우리 이모집으로 와줘. 언제든 기다리고 있을게."



이미 허니가 방에 들어선 순간 마음이 풀렸지만 얄량한 자존심에 프레디는 눈을 감고 있었다. 그게 허니와의 마지막이라는걸 알았다면 그 애를 그렇게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그때 허니를 잡았다면 그렇게 오랫동안 그리워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가지 말라고 할걸. 내 곁에 있어달라고 할 미래에 나도 끼어달라 할 것을. 내가 너를 중요하게 생각하는것처럼 나를 중히 여겨달라 말할것 그랬다.








다음날 프레디는 허니를 하루내내 기다렸다. 그날따라 비가 내리고 추은 날이었지만 끝내 허니는 나타나지 않았다. 긴 시간동안 빗속에서 프레디의 옷이 흠뻑 젖어들어갔다. 한기때문에 몸이 오들오들 떨렸다. 안 그래도 약한 몸이 추위를 견디기에는 만무했다. 허니가 기다리겠다고 했는데. 돌로 된 담벽에 머리를 기댔다. 차가운 한기가 머리에 스며들었다. 그의 머리는 이미 멍했다.





비를 맞아가며 허니를 기다렸지만 끝내 허니는 오지 않았다. 프레디는 지독한 감기에 걸려 사경을 헤매야했다. 고열로 의식이 없는 상태로 이주일을 넘었다. 막둥이 막내 도련님이 정말 어떻게 되나 싶어서 남부 시골까지 어머니와 아버지가 한걸음에 마차를 타고 달려왔더랬다.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잠깐 정신을 찾은 프레디가 물은건 허니의 행방이었다.





그 여자애가 본가로 영영 돌아가버렸다는 말을 듣고 프레디는 다시 의식을 잃었다. 그렇게 그 애는 떠났다. 아무 말도 없이.





호되게 감기를 앓은 그 이후부터 프레디는 조금씩 건강을 되찾아갔다. 그녀가 떠나고 그는 이전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말수가 적어지고 창문을 내다보는 일이 늘었을 뿐이다.




그의 사용인들은 몰랐지만 프레디는 종종 컴컴한 마차 안에 앉아있곤 했다. 창문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을 받으며 눈을 감고 그 애가 뛰어 들어온 그때를 떠올렸다. 그때처럼 그 애가 문을 박차고 들어와주길 바라면서. 하루에도 몇시간씩 빈 마차에 앉아서 바라고 또 바랐다. 하지만 마차 문이 열리는 일은 없었다. 쾨쾨한 먼지 내음만이 가득한 어두운 마차에서 그는 그 애를 기다렸다.







프레디여우너붕붕 프레디폭스너붕붕


너무 어렸을때 처음 만나서 사랑이라는 감정도 모르는 풋풋한거 좋아... 근데 프레디 여장하고 있어서 허니는 이성으로 생각도 못했던거면 더 좋음 ㅎㅎ

자유를 갈망하는 허니와 그런 허니를 자기 옆에 앉히고 싶어하는 프레디

둘이 가장 서로 많은 대화를 나눈게 어렸을때라는게 아이러니


읽어주는 여우비들 아직 있나...? 노잼이라 미안
2024.03.18 23:0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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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ㅠㅠㅠㅠㅠㅠ 나 진짜 돌아방스
[Code: 0fdb]
2024.03.18 23:2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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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분위기 취저..
[Code: 3121]
2024.03.22 11:5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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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ㅊ겠네… 귀여웠구만 둘에
[Code: 8ccd]
2024.03.26 00:5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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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난 늘 기다리고 있다고!
[Code: ed57]
2024.03.30 02:3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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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가지 말라고 할 걸 센세의 미래에 나도 끼어달라 할 것을 그랬다
[Code: 8e23]
2024.04.02 03:2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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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디야 허니한테 어릴적 얘기를해봐
[Code: 8a5c]
2024.04.06 15:3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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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다음편 줄때까지 기다릴거야...ㅠ ㅠ
[Code: 6b54]
2024.04.13 00:3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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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도라와....
[Code: 0ba1]
2024.04.14 17:0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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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물 책임져 센세..
[Code: 04a3]
2024.04.16 02:4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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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고 있어 센세... 계속..
[Code: 7800]
2024.04.17 00:1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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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돌아와...
[Code: f45f]
2024.04.17 09:5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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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잘 지내? 난 잘 못지내...여기서 하염없이 센세를....
[Code: fd42]
2024.04.19 00:0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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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날이따뜻해... 돌아와줘
[Code: 19ce]
2024.04.21 02:1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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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2ec6]
2024.04.23 02:5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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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돌아오고 있는거지..? 그렇지..??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8d85]
2024.04.23 03:2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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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기다린다ㅜ
[Code: ada4]
2024.05.04 21:5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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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쌀국가지마...돌아와줘....
[Code: 9590]
2024.05.05 01:0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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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프레디는 허니가 또 떠날까봐 감금까지 생각하는거구나..
[Code: 76e9]
2024.05.18 00:4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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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잘 지내지?? 언젠가는 돌아와줘.........
[Code: 7a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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