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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7 23:51
캐붕주의 

하코넨과 황제가 결탁하여 아트레이데스를 치기로 결정된 날, 블라디미르 하코넨은 친애하는 그의 조카, 페이드 로타를 호출했다. 하얀 피부와 대조되는 검은 천을 두른 젊은 후계자는 흉흉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숙부의 호출에 응답했다. 문이 열리자 모래벌레에 버금가는 흉측한 지방덩어리가 검은 욕조에서 고개를 들어냈다. 숙부는 끔찍한 외형에 버금가는 미소를 지었다.
"내 조카, 조금 이르지만 생일 선물을 주겠다. 페이드 로타 하코넨 이제부터 아라키스의 총사령관이다."
"아라키스는 아트레이데스.. 황제의 속셈인가요?"

페이드 로타는 멍청한 그의 형과 달리 상황의 흐름을 집어냈다. 그런 조카를 보며 블라디미르가 자상하게 웃었다.
"황제가 하코넨의 손을 더럽히는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 사다우카 3개 대대를 약속했다. 무슨 의미인지는 잘 알거다."

"아트레이데스를 멸문시키길 원하는 군요."

블라디미르의 미소가 역겨울 정도로 짙었다. 마치 늪지대 괴물 같은 숙부는 검은 욕조에서 아트레이데스를 향한 욕망을 드리웠다. 아들 없는 숙부가 아트레이데스 공작을 향한 질척한 감정은 단순히 가문 간의 증오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블라디미르 하코넨은 탐욕스러운 인간이었다.
"아트레이데스에게서 스파이스를 되찾아라."


-
'퀴사츠 헤더락. 너는 볼 것이다.'
사막의 노을과 푸른 눈을 가진 사람들. 조각처럼 나타난 사진들이 눈 앞을 어지러이 흐트러뜨렸다. 
헉. 폴은 식은땀을 흘리며 잠에서 깨어났다. 베네 게세리트의 대모와 만난 이후 꿈은 더욱 자주, 정교하게 나타났다. 무언가를 보여주는 것 같은데 지금의 폴로써는 꿈이 무엇을 전달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가 알 수 있는 건 오직 불길한 예감 뿐이었다.

똑똑-.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닥터 유에였다. 그는 물 한 잔과 작은 알약을 내려놓았다.
"안녕히 주무십시오. 폴 도련님."

"잘 자요."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가는 닥터 유에는 평소와 같았지만 아주 미묘하게 다른 느낌이 들었다. 기묘한 꿈 때문이었을까. 폴은 하얀 알약을 주머니에 숨겼다.
-
깊은 밤, 성 안의 병사 들이 하나 둘씩 쓰러지고 대공 방어가 무력화되었다. 넓은 사막 위 우뚝 서 있는 아라키스의 성 위로 수 십개의 비행선이 들이웠다. 하코넨의 검은 군대를 이끄는 것은 아주 젊은 총사령관, 페이드 로타 하코넨이다. 위잉-. 홀츠만 방어막을 생성시킨 수 백의 군대가 어둠에 숨어들어 성 안으로 잠입했다. 칼을 뺴든 이들이 주인의 신호를 잠자코 주인의 신호를 기다리니, 페이드 로타가 나직히 명령했다.
"발사."
그 뒤 세상이 폭발했다.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폭격에 사다우카의 전사들이 지면에 다달아 성을 공격했다. 폭격소리에 깬 던컨과 거니가 재빨리 지시를 하였으나,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성 안 곳곳에 침입한 이들은 아직 무장도 하지 않은 아트레이데스의 병사를 하나 둘 베어나갔다. 아트레이데스의 군대는 우주에서도 최고수준이었지만, 한밤중의 급습은 모든 걸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전투의 최전선에 나선 페이드 로타의 칼에는 진득한 피가 묻었다.

터벅 터벅. 
병사들의 시체만이 놓인 복도를 걸어갔다.  '레이디 제시카와 그 도련님을 죽여서는 안된다.' 베네 게세리트, 그 마녀집단이 신신당부한 말이었다. 제게 명령하는 마녀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앞으로의 일을 생각한다면 순종하는 척 비춰지는 편이 편했다.
'어차피 죽일 마음도 없었으니까. '
죽으면 고통을 느끼지 못하잖아.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페이드 로타가 도착한 곳은 아트레이데스 도련님의 방이었다. 방문을 슬며시 열자,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흐트러진 침대에는 아직 온기가 남아있었다. 조금 전까진 분명 이곳에 있었을 텐데.. 눈을 돌리자 침대 아래 슬쩍 삐져나온 신발이 보였다.
"숨으려면 꼬리를 제대로 감춰야지!"
쾅-! 검날이 서로 부딪혔다. 신발을 줍는 척 뒤를 방어한 로타의 예상대로 도련님은 뒤에서 급습했다. 검날이 서로 부딪히며 긁히더니 자세를 바꾼 폴이 로타의 배를 걷어찼다. 그러나 빠른 공격은 홀츠만 방어막에 막혀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고, 자세가 무너진 틈을 타 로타가 폴의 다리를 넘어뜨렸다. 그래도 바닥에 주저 앉은 폴은 이어질 공격에 맞서 다시 자세를 잡았다. 단검을 역수로 쥔 폴이 아래에서 위로 로타를 향해 찍어 올리자, 로타는 왼쪽 정강이로 공격을 방어했다. 이번에도 홀츠만 쉴드에 의해 빠른 단검은 막혔지만, 폴은 남아 있는 오른다리를 노려 넘어뜨렸다. 중심을 잃고 바닥으로 넘어진 로타의 위로 폴이 올라탔다. 놓친 단검을 다시 쥐어 천천히 로타의 목으로 밀어넣었다.
홀츠만 쉴드의 반발로 붉게 변했지만, 단검은 천천히 살에 닿았다. 차가운 검날이 살결을 짓누르고 기어이 피를 보자, 로타는 흥분된다는 듯이 웃었다. 폴은 제 아래에서 저를 올려다보는 로타의 눈빛에 흠칫했다. 그 광기로 번들거리는 놈은 미친놈이다.
"너는.."

해골처럼 하얀 피부. 늪지대 괴물같은 형과 달리 아주 먼 고대 로마의 검투사처럼 생긴 남자는 하코넨의 후계자, 페이드 로타 하코넨이다.
"하코넨이 아라키스에 무슨 일이지?"

"글쎄." 대답을 듣기 위해 폴이 손을 멈춘 순간, 로타는 순식간에 자세를 뒤엎었다. 폴을 바닥에 깔아 뭉게고, 그의 손가락을 하나 둘 펴쳐 단검을 빼앗은 로타가 혀를 길게 내었다. 당황한 폴의 뺨을 그가 핥아 올리자, 폴의 눈이 더욱 크게 뜨였다.
"위에서 내려다보니까, 너 되게 무앗딥 닮았다."
폴의 표정이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듯 일그러지자, 로타는 친절하게 설명했다.
"아라키스에 와서 아직 못 봤나? 작은 캥거루쥐 있잖아. 프레멘들 말로 무앗딥이라고 해."
폴 무앗딥. 귓가에 속삭이는 목소리는 짐승의 것처럼 낮았다. 위협을 느낀 폴이 놓친 단검을 쥐려 했지만, 체급과 장비에서 마져 밀려버린 폴이 로타를 이기기란 쉽지 않았다. 폴은 자신을 깔아뭉갠 로타를 노려보았다.
"..."
"뭐라고?"

"비켜."
기묘한 어조의 명령에 로타의 행동이 강제되었다. 그가 제정신을 차렸을 때, 폴은 그를 밀치고 자리에서 물러난 뒤였다. 타인에 의해 조종당한다는 감각은 새로운 자극이었다. 남들보다 강한 전사로 태어나 타인 위에 군림하던 것이 일상인 로타에게 '조종' 당하게 만든 장본인은 더욱 호기심을 이끌었다.
"마녀의 자식이라 그런가? 재밌는 재주가 있네."

팟. 폴의 오른쪽 귀 바로 옆에 단검이 박혔다. 잘려나간 머리카락이 사락하고 떨어졌다. 아까 떨어뜨린 단검이었다. 단단히 박힌 단검을 뽑아낸 폴이 다시 자세를 잡았다. 복도의 끝쪽이 환하게 밝아왔다. 아군일까? 적군일까? 다음의 선택을 위해 폴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는 사이, 그걸 참지 못한 로타가 빠르게 접근했다. 서늘한 칼날이 이번엔 폴의 목에 닿았다. 
"어디에 한 눈을 파는 거야. 작은 생쥐야"

저게 널 도와줄 것 같아? 짐승처럼 낮은 목소리가 귓가를 긁었다. "방금 그 '목소리'나 다시 써봐. 아니면 여기서 죽던가."
칼라단의 푸른 호수를 담은 녹색 눈과 기라디 프라임의 검은 눈이 마주했다. 잇새로 신음소리가 흘렀다.
"흐윽.. "

허벅지에 깊게 찔러넣은 단검을 뽑았다. 피를 흘리면서도 잡은 어깨를 놓지 않았다. 맞닿은 아래가 점점 부풀어오르는 하코넨 후계자는 미친놈이었다. 역겨움을 참아낸 폴이 그의 옆구리에 주먹을 꽂아넣어서야 로타를 떨어뜨렸다. 페이드 로타가 잠시 쓰러진 사이, 폴이 복도 끝으로 도망쳤다.

탕-! 복도에 총소리가 울려퍼졌다. 예상치 못한 총격에 폴이 뒤를 돌아보았다. 홀츠만 쉴드의 보급이후, 구식 총기는 찾아보기 드물었다. 특히, 이런 전쟁이라면 더욱이. 그러나, 잠옷차림인 폴에게 총은 꽤나 큰 타격이었다. 총구는 폴의 발목을 노리고 있었다. 방금 날아간 탄환이 비슷한 높이에 스친 걸 봐서, 그 다음 탄환은 정확히 목표를 꿰뚫을지도 몰랐다. 폴은 목소리에 집중했다.
"총을 버려."
순간적으로 정신이 나간 것 같은 로타는 총을 버렸다. 던져진 총을 주워 로타의 발목을 향해 발포했다. 홀츠만 슈트 때문에 완전히 꿰뚫지는 못했지만, 어느정도 깊게 박혔다. 그가 정신을 다시 차린다 하더라도 바로 폴을 쫓아오기는 무리가 있었다. 점점 많은 이들의 발걸음이 가까워졌다. 도망칠 시간이다.
 
페이드 로타 하코넨은 어둠 속으로 멀어져 가는 폴 아트레이데스를 바라보았다. 무리한다면 충분히 붙잡을 수 있는 거리였지만, 그는 이번엔 폴을 놓아주기로 했다.
"멀리 멀리 도망쳐, 작은 쥐야. 내가 다시 잡으러 갈 테니."
새로운 장난감을 발견한 고양이처럼 그는 아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오늘 밤이 지나고 아라키스의 총 사령관이 되었을 때, 페이드 로타는 사막을 무대로 그의 작은 쥐와 숨바꼭질을 할 생각으로 부풀었다. 

듄 로타폴
2024.03.08 00:24
ㅇㅇ
모바일
미친ㄷㄷㄷㄷㄷㄷㄷ 폴 얼굴 핥는거 미쳤다ㄷㄷ 도망가고 붙잡는 것까지 어나더 센세!!
[Code: 611e]
2024.03.08 01:11
ㅇㅇ
모바일
센세 미쳤다 대작의 시작을 봤다...
[Code: 5883]
2024.03.09 19:10
ㅇㅇ
모바일
미치겠다 너무너무 재밌어 센세
[Code: 370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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