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할 손가락이 잘못 업로드를...


*캐해 다를수 있음 주의
*컾링 애매한데 일단 저렇게 적음









「 친애하는 라이오슬리 씨에게.


안녕하십니까, 라이오슬리 씨.

오랜만에 편지로 인사드립니다.

이렇게 라이오슬리 씨에게 개인적으로 편지를 쓴 지가 얼마만인지요.
아무쪼록 잘 지내고 계시는지 궁금해서 안부를 묻고 싶은 마음에 글자를 적어 내리고 있습니다.


지금 폰타인에서는,
아니...
물 위에서는 예사롭지 않은 비가 계속해서 궂은 날씨를 만들고 있습니다.


'음... 그건 폰타인의 평범한 '일반적인' 날씨이지 않나?'


아마 라이오슬리 씨라면,
이렇게 말하셨을 것 같군요.


예, 공교롭게도 그렇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기억하십니까?

그때도 지금처럼 비가 많이 내리는 날이었죠.
오페라 하우스에서 재판을 끝내고 난 뒤 사무실로 돌아온 제게, 불쑥 라이오슬리 씨가 찾아온 그날─── 」






-






시계추의 절그럭 거리는 소리가 요란스럽게 들릴 정도로 사무실 안은 조용했다.
느비예트가 글자를 써 내려가며 종이를 넘길 때마다 펄럭이는 소리가 아니었다면 아마 그 자리에는 시계 하나만 덩그러니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그런 적막한 사무실과는 반대로 밖은 아주 시끄러웠다.
간간히 우르릉거리며 천둥을 내리는 구름사이로 빗물이 사람들을 내리밟듯 무자비하게 쏟아져 내리고 있는 탓이었다.

심판이 끝나고 난 뒤에 비가 내리는 일은 으레 있는 일이지만, 그날따라 한층 더 강하게 내리는 비에 사람들은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상인들은 가판대를 치우며 널어놓은 물건들을 안으로 들여놓기 바빴고, 상인들의 가게 옆에서 모여 놀던 아이들은 빗속을 뛰어다니며

'물의 용아, 물의 용아, 울지 마—'

라고 외치며 슬퍼하는 물의 용을 위로하려 애쓰고 다녔다.


정작 위로받고 있는 당사자는 앞서 진행한 심판을 되짚다 혼자 정의에 상처받고 공정과 공평에 아파하면서도 다시 다음날에 진행될 재판을 준비하느라 집중하고 있었다.


느지막한 시간, 세차게 쏟아지는 비.

일반적으로는 이런 상황에는 약속하지 않은 누군가가 사무실로 찾아오지 않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문밖을 서성이는 어떤 인기척이 느껴지자, 느비예트는 서류를 보다 말고 몸을 일으켜 문을 향해 걸어갔다.

문을 열자 느비예트의 눈앞에는 물에 젖은 생쥐 꼴을 한 라이오슬리가 있었고—



"라이오슬리 씨...?"

"......!"



갑자기 열린 문과 최고 심판관의 등장에 화들짝 놀란 라이오슬리의 당황한 표정을 보게 되었다.


느비예트는 그가 서있는 밑바닥을 바라보았다.
문 앞에 고여있는 물의 양은 꽤나 오랜 시간 동안 모였는지 웅덩이를 이루고 있었다.



"... 놀라게 해서 미안해, 느비예트 씨.
방금 막 노크하려고 했었는데 말이야..."


"우선 닦을 것을 좀 가져오겠습니다. 안으로 들어오시죠."



용의 대권을 사용해서 라이오슬리의 몸에 붙은 물 원소를 모아 날려버리는 것쯤은 아주 간단한 일이었지만, 느비예트는 그러지 않았다.

아니, 그럴 수 없었다.

라이오슬리가 자신이 인간이 아니라 추측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자신 스스로 확정 지어버리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으므로—


느비예트는 라이오슬리의 젖은 옷가지와 머리카락을 바라보며 수건을 건넸다.
수건을 건네받고 가볍게 물기를 털어낸 라이오슬리는 아직 축축한 외투를 벗어 소파에 걸쳐놓고 느비예트의 앞에 다가와 섰다.



"불청객에게 이런 친절을.
고마워, 느비예트 씨."


"별말씀을요.
그래서, 제게 무슨 볼일이시죠?"



확실히 평소와는 다른 행동을 하고 있는 라이오슬리의 얼굴은 어쩐지 조금 상기된 붉은빛이었다.


아마 빗속을 급하게 달려온 탓이겠거니.

적어도 그때의 느비예트는, 그렇게 생각했다.


라이오슬리는 느비예트의 물음에 잠시 시선을 피하더니 어리둥절해하는 느비예트가 몇 번 눈을 깜빡이자, 눈을 뜨고 시선을 맞춰오며 대답했다.



"갑자기 찾아와서 정말 미안해.
음... 그게...

느비예트 씨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업무 보던 중이었어?"


"예, 내일 열릴 재판의 관련 서류를 작성하고 있었습니다.
죄송하지만... 오늘 중으로 끝내야 하는 일이니 잠시 기다려주시겠습니까."


"... 알겠어. 기다릴게."


"그럼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앉아계세요. 차를 좀 내오겠습니다."


"음, 아니야.
약속도 없이 갑자기 왔는데...
차 대접까지 받기엔 너무 염치없잖아. 괜찮아."



대화 속에서 라이오슬리의 목소리가 아주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느비예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라이오슬리'는 야심한 시각에 약속 없이 불쑥 찾아오는 결례를 범할 사람이 아니며, 다 젖은 모습이 되어 축축해진 상태로 사무실을 더럽히는 사람도 아니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권한 차와 호의를 거절하며 거리를 둘 사람이 아니었다.

라이오슬리의 이런 이상행동에 느비예트는 위화감을 느끼면서도 최대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려 했다.

그가 평소답지 않게 구는 만큼 중요한 볼일이겠지만,
우선 그것에 대해 깊게 생각하기 위해서는 업무를 먼저 끝내야만 했기 때문이다.



시계추의 절그럭거림과 종이의 팔락임.
그런 적막을 깨려는 창밖의 빗소리.

사무실 안에서 다시금 그들이 맞부딪히며 싸움을 시작했다.


이번엔 거기에 더불어,
검고 커다랗고, 축축한 모습의,
내쉬는 숨소리가 귓가에 들릴 정도의 존재감을 내뿜는 남성까지.

라이오슬리는 소파에 앉아서 그저 사무실 바닥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지만 그가 풍기고 있는 초조함 덕에 자꾸만 그에게 시선이 갈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그는 평소답지 않았다.



느비예트는 서류를 작성하는 중에 몇 번 고개를 들어 라이오슬리를 바라보았지만 그런 시선을 느끼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일부러 피하는 것인지,
라이오슬리는 느비예트를 쳐다보지 않았다.



-



시간이 다소 흐르자, 창밖의 빗소리는 자취를 감추었다.
사라진 빗소리에 승리를 만끽하며 더욱 큰 소리를 내던 시계추는 라이오슬리가 움직이자 잠시 소리를 낮췄다.



"느비예트 씨... 얼마나 남았어?"


"음, 이제 거의 끝나갑니다."



그 말을 들은 라이오슬리가 소파에서 일어나 느비예트의 책상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와 우뚝 섰다.
느비예트는 라이오슬리가 다가오자 종이를 넘기다 내려놓고 그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죄송합니다. 기다리기 지루하시죠."


"... 느비예트 씨..."



앉은 느비예트를 위에서 바라보던 라이오슬리는 별안간 책상에 올려진 느비예트의 왼쪽 손을 붙잡아왔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란 느비예트는 붙잡힌 손을 쳐다보다 라이오슬리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이런.

라이오슬리 씨가...



아까보다 더 붉은빛의,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십 대 소년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니.




"미안해, 느비예트 씨...
업무를 방해하고 싶은 건 아닌데, 더는 기다리가 힘들어서..."



느비예트는 자신의 손등 위에 포개듯 손을 올린 라이오슬리의 손 끝에서 모세혈관을 통해 맥박이 느껴지는 듯했다.
펄떡이는 라이오슬리의 심장고동이 손끝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멍해진 머리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오로지, 자신을 휘감듯 바라보는 눈앞의 인간을 제외하고.


한번 젖었기에 분명하게 차가웠어야 할 피부 너머에서는 오묘한 열기가 피어나는 것 같았고,
자신의 손 위에서 라이오슬리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릴 때마다 열기가 그 떨림을 타고 넘어오려 하는 것 같았다.


천천히 몸을 숙이고 눈을 맞춘 채 말을 이어가려는 라이오슬리의 눈동자는 루키나 분수가 모든 물을 모아두듯 느비예트를 단단히 붙들고 놔주지 않았다.
감정이 여기저기 흘러넘쳐 감당이 안 되는 듯한 그의 눈빛에 느비예트는 그저 타는 목으로 침을 삼키며 뒷말을 이어가 주길 바랄 수밖에 없었다.



"......"


"느비예트 씨, 나 말이지...
당신을......

...... 사실은 나, 느비예트 씨가..."




-




「 아—

그때 라이오슬리 씨의 그 뜨거운 눈빛을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까요.
푸른 눈빛의 이면에서 넘실대던 붉은빛의 열망이 마치 파도를 타고 밀려오는 듯했습니다.

저를 덮친 그 파도는...
귓가에 오로지 심장고동만이 들리도록 저를 깊이 잠기게 만들었죠.


시간이 멈춘 듯한 그 순간을 떠올리면 아직도 살짝 멍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땐... 단순하게도,
평범하지 않은 그 상황에 놀라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고 말았죠.


저는 원래 많이 무던하고, 느리지 않습니까.
부디 라이오슬리 씨가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 상황에...
편지를 쓰고 있는 지금처럼 갑자기 세드나가 나타났는데,
놀란 라이오슬리 씨가 풀 슬라임처럼 튀어 오르던 그 모습은... 정말 귀여운 장면 중 하나였습니다.
(귀엽다는 표현이 주관적으로도, 객관적으로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니 부디 화내지 말아 주십시오.) 」



-




"느비예트 님!!! 죄송해요!
그게, 제가 깜빡하고 전달하지 못한 게 있어서...!

... 어라?"


"...!!"



갑자기 세드나가 사무실 문을 벌컥 열고 느비예트에게 달려오자 라이오슬리는 황급히 잡았던 손을 떼고 뒤로 몸을 빼며 느비예트로부터 멀어졌다.



"안녕하세요? 이 시간에 공작님도 계실 줄이야!
노크를 못해서 죄송합니다.

숙소로 돌아갔더니 글쎄, 가방에 느비예트 님께 드려야 했던 서류가 그대로 있지 뭐예요! 너무 놀라서 그만...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버렸네요."


"음... 어... 괜찮아.
안녕, 세드나 씨."



세드나는 어색하게 혼자 진땀을 흘리고 있는 라이오슬리를 의아하게 바라보다 느비예트에게 다가가 손을 뻗어 서류 몇 장을 전달했다.



"헤헤... 여기요!
죄송합니다. 느비예트 님."


"아니야, 고마워 세드나."


"그런데 두 분... 오늘 만나기로 약속이 잡혀있었던가요? 느비예트 님 스케줄 상에는 없었던 거로 기억하는데... 혹시 제가 이것까지 놓친 건 아니겠죠?!"


"이건, 음... 라이오슬리 씨가 잠시 볼일이 있다고 해서..."



느비예트는 몸을 틀어 시선을 피하고 있는 라이오슬리를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
세드나는 둘을 번갈아 보다 방긋 웃으며 납득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하~ 공작님이 젖어있으신걸 보니...
갑자기 비가 많이 와서 비를 피할 겸, 느비예트 님과 업무 이야기 중이셨군요? 이제 비는 그쳤으니 다행이네요!"



밝게 웃는 세드나에게 라이오슬리는 멋쩍게 헛기침을 몇 번 한 뒤 부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소파에 걸어가 던져놓은 외투를 주워 들었다.



"하하— 맞아.
어... 그러게, 비가 그쳤네? 이제 돌아갈 수 있겠어.
그럼 가볼게, 느비예트 씨."


"... 예, 안녕히 가십시오..."



서둘러 몸을 돌려서 사무실을 떠나는 라이오슬리의 등 뒤에 대고 느비예트는 짤막한 인사를 건넸다.

제대로 된 배웅도 못하고 보내서 그런 것인지.
라이오슬리가 떠나 사라지자 왠지 허전한 느낌에 말없이 문을 바라보았다.



"시간이 많이 늦었는데 공작님이 무사히 돌아가셨으면 좋겠네요.
얼굴이 많이 붉으시던데, 비를 너무 맞아서 감기라도 걸리신 건 아니겠죠?"


"......"




-




「 세드나의 물음에 저는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라이오슬리 씨가 뒤이어하려던 말이 무엇이었을지를 생각하고 있기에 바빴기 때문이었죠.


그날 이후, 정기 보고와 몇 번의 개인적인 만남이 있었지만
당신은... 그날에 대한 어떤 말도 다시 꺼내지 않았습니다.

라이오슬리 씨가 그와 관련해서 말을 꺼내고 싶지 않은 거라면 저도 굳이 캐묻고 싶지 않았기에, 그때의 일을 들춰보지 않았고요.

그것이 좋을 거라 생각해서 내린 결정이었지만...


후회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그때, 라이오슬리 씨가 하려던 말이 무엇이었을지 어렴풋이 알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그때의 세드나에게 답을 해줄 수 있겠죠.」




"그런데, 느비예트 님. 아까부터 뭔가를 계속 쓰고 계시던데... 업무는 아까 다 끝내시지 않았나요?"


"응. 개인적으로... 편지를 쓰고 있었어."


"느비예트 님에게 개인적인 편지를 받는 분이 계시다고요?!
헤헤... 실례가 안 된다면 누구에게 쓰고 계시는 건지 여쭤봐도 될까요?"


"그래... 이건, 라이오슬리 씨에게 쓰는 편지란다."


"라이오슬리... 씨요?
익숙한 이름인데...

앗, 생각났어요!"



세드나는 퀴즈를 맞히는 인간 아이처럼 양손을 내밀며 주먹을 쥐어 보였다.
활짝 웃는 세드나에게 옅은 미소를 띠며 그녀를 바라보던 느비예트는—

아주 희미하게 표정이 어두워졌다.



"약 300년 전에 메로피드 요새를 관리했던...
'공작'의 작위를 받은 분이었죠!
독특하셨지만 워낙 훌륭한 분이었던 분이라 금방 기억나네요.

근데... 그분에게 쓰는 편지라고요...?"


"... 그래."



세드나는 느비예트를 슬쩍 올려다보았다.
느비예트는 어둡고 깜깜한 밤하늘에서 별 하나 없이 혼자 울고 있는 달빛 같은 색을 띠고 있었다.

내려앉은 분위기에 세드나가 느비예트의 앞에서 안절부절못해 하자 느비예트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안심시켰다.



그때, 멜모니아 궁의 행정직원 한 명이 세드나를 찾아와 느비예트의 사무실 문을 두드렸고 세드나는 느비예트를 돌아보며 바라보다 머뭇거리는 발걸음으로 사무실을 나갔다.

그 후, 혼자 남은 느비예트는 창문 앞으로 걸어가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 길고 긴 빗줄기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 당신이 제게 전달하려고 했던 마음과
힘을 내어 다가온 용기가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너무 늦게 깨달아 버린 저를... 용서해주셨으면 합니다.

라이오슬리 씨에게 직접 듣고 싶은 그 말을 이제는 더 이상 들을 수 없게 되었지만,
그래서 이렇게 편지에라도 생각을 담아 애타는 마음을 억누르는 것이지만,
어쩔 수 없이 당신이 그리워지는 날에는 비를 내리게 되는군요.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라이오슬리 씨는 비가 오는 날이 싫었습니까?
아무래도 축축하고 어두운 날씨를 좋아하는 인간은 없죠.

제가 그때, 당신을 적신 물기를 모두 모아 버려 내었다면 어땠을까요?
그럼, 조금은 비 오는 날이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있었을까요?

아니면 제가 이 비를 내리게 만들고 있다 말하면 어땠을까요.
그럼 저와... 이 비까지 모두 안아주었을까요?


그날, 어떤 심정으로 저를 찾아와 붙잡아 떨며 말을 건넸을까요.
그리고 또, 어떤 심정으로 마음을 묻어두고 아무렇지 않은 척...

인간에게 있어서는 길었을 그 시간을 견뎠을까요.




이런 부질없는 물음과 돌고 도는 마음이 계속 부딪히며 저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라이오슬리 씨.
편지를 다 쓰고 나면 빗물에 이 편지를 놓아주고 당신에게 흘러가게 놔두려 합니다.

물은 결국 하나로 모이며 순환하죠.
비에, 구름에, 강과 바다와 호수에...

어디엔가 라이오슬리 씨가 존재하고 단 한 방울이라도 이 마음이 당신에게 닿을 수 있다면, 전할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그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한참을 창가 앞에 서있던 느비예트는 책상으로 돌아와 앉아 깃펜을 들고 아직 마무리 짓지 못한 편지를 마저 써 내려갔다.




「 당신을 놓고 싶지 않기에...
루키나 분수에 사람이 적어지면 옛 추억을 바라보고자 물보라를 일으켜 훑어봅니다.

그때마다 라이오슬리 씨는 항상 아름답죠.
애틋하고, 아름답고, 눈부시고...


...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부담스러운 표현을 하고 있을까요?

어쩌면 손사래를 치며 그런 낯부끄러운 소리는 다시는 꺼내지 말라고 하실 수 도 있겠습니다.



라이오슬리 씨,
저희는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 겁니다.

그 과정은 늪지대가 맑은 호수가 되는 것 보다도 더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요.
하지만 긴 세월이 스쳐 절 깎아내어도 참고 기다리려 합니다.

저에게 주어진 시간은 아주 많고,
기다림은 제가 잘하는 것 중 하나이니까요.



그 과정 속에서 당신과의 소중한 기억과 추억을 잊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꽤나 괴로운 시간이 되겠지만...
라이오슬리 씨는 이미 그 고통을 감내했을 테죠.



...
편지가 너무 길어지는군요.

이래서는 계속 끝맺지 못할 것 같습니다.
여기서 이만 글 줄이고 다음번에 다른 내용으로 다시 편지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부디,

좋은 여행을 하고 계시길 바라겠습니다.





*p.s

그때 배웅해드리지 못한 게 못내 아쉽더군요.
당신을 거부하려 그런 것이 아니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합니다만...

이건, 제가 드린 약속대로 저희가 다시 만난다면 직접 사과드리는 편이 좋겠군요. 」




느비예트는 깃펜을 내려놓고 긴 한숨을 쉬었다.



흩어진 편지를 모아 정리하고 봉투에 넣으려던 느비예트는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편지 맨 앞장을 든 채로 멈춰버렸다.
그러다 이내, 수정할 부분에 가차 없이 선을 그어버렸다.

남은 밑 공간에 자신이 다시 생각한 글자를 적어 넣고 그 글자를 하염없이 바라보던 느비예트는 흩어진 편지를 끌어모아 안아 든 채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자신의 품 안에서 구겨진 편지지.
첫 장의 비죽 고쳐진 수정된 맨 윗 줄.

뒤늦은 후회를 전부 바친 이 문장.



애끓는 이 마음이 언젠가 닿을 수 있기를...















친애하는 라이오슬리 씨에게.
사랑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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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13 22:38
ㅇㅇ
모바일
ㄱㅅㅊ 잘 보고 간다...
[Code: 1b18]
2024.01.14 02:05
ㅇㅇ
모바일
아니ㅠㅠㅠㅠㅠㅠ 공작 빨리 다시 환생해라 빨리 용왕님이랑 만나라ㅠㅠㅠㅠ그리고 다신 헤어지지말라고ㅠㅠㅠㅠㅠ
[Code: 68b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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