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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오삼 커맨트로 번역 허락 받음.
- 의역 많음. 심각한 맞춤법이나 오역 지적 환영.
- 현대 AU.
- 타싸 올림.





fruit for the taking (농익은 열매)




AF.JPG


** 애플필터는 이렇게 생긴 디저트임. 보통은 안에 별다른 필링이 안 들어가고 신기하게도 이걸 도넛이라고 부르더라. 짤은 쿠클줍.





오비완은 아나킨의 말에 넘어간 걸 후회하고 있었다. 이건 능력 밖의 일이었고, 오비완은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물론 이 마을로 이사 온 뒤부터 조금 더 활동적으로 살아볼 생각이었지만 이건.....

지난 2주 동안 아나킨은 오비완을 밥 먹듯이 찾아왔었다. 피임약 사건이 있은 뒤부터 오비완을 더 보살펴주려고 노력하기 시작한 것처럼 보이는 아나킨은 학교가 끝나면 오비완의 집에 잠깐이라도 들러서 안부와 기분을 물었다. 이런 아나킨 때문에 생활 패턴에 변화가 생긴 오비완은 별로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찮게 함께 등산을 가자는 아나킨의 제안에 동의하고 말았다.

그날 아나킨은 오비완이 잘 있는지 확인하러 집에 찾아왔고, 오비완은 하루 종일 집안에서 컴퓨터 앞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더니 최근들어 몸이 한두 군데 아파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오비완만큼이나 오비완의 건강을 신경 쓰고 있었던 아나킨은 그 말을 듣자마자 해결방법을 안다고 외쳤다.

"그럼 이번 주말에 등산을 가야겠어요! 재미있을 거예요. 형도 틀림없이 좋아할걸요."

"등산이라고? 아나킨,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그냥 동네를 한 바퀴 돌고 끝내면 안 될까?"

"당연히 안돼요. 우리는 토요일에 등산을 갈 거고 더 이상 반박은 받지 않을 거예요."  아나킨은 논쟁거리를 남겨두지 않겠다는 듯이 완강하게 말했다.

아나킨은 오비완을 위한 거라면 자신의 생각이 가장 옳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오비완은 이런 아나킨이 자신의 삶에 영향을 끼치지 않기 때문에 아이가 마음대로 생각하도록 내버려 두었고 여기에 익숙해지기까지 했다. 아나킨의 숨이 넘어갈 때까지 오비완에게 알파와 아이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설파하더라도 그건 오비완의 생활에 조금의 변화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아나킨이 밖에 나가 오비완을 위한 알파를 찾아와서 아이를 가지라고 강요하지 않는 이상 저런 꼬맹이가 오비완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하지만 등산은 훨씬 더 현실적이었고 오비완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이었다. 오비완과 함께 등산을 간다는 계획은 아나킨이 얼마든지 이룰 수 있는 것이었고, 기회가 오자마자 아나킨은 곧바로 계획을 실행에 옮겨버렸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등산을 피할 수 없는 거 맞지?" 오비완이 지친 한숨을 내쉬면서 물었다.

"맞아요." 아나킨은 가지런한 이를 드러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토요일 4시에 여기서 만나요!"

그리고 문제의 토요일이 되자 등산에 적합한 옷이 정확하게 뭔지 모르는 오비완은 일을 끝낸 다음에 카키색 반바지와 편안한 티셔츠로 갈아입었다. 아나킨은 충동적으로 등산을 가겠다고 결정을 내렸을 뿐 무엇을 입어야한다거나 특별히 가져가야하는 물품을 알려주지 않았다. 하지만 오비완은 자신이 입은 옷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오비완에게는 길을 가는 동안 마실 물병 몇 개와 배가 고플 때를 대비한 그레놀라 바를 챙길만한 선경지명도 있었다.

자신의 자동차 앞에서 아나킨을 기다리던 오비완은 마지못해 오늘 날씨가 좋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단순히 그냥 좋은 게 아니라 오비완이 가장 좋아하는 바람이 약간 불지만 하늘은 맑은 날이었다. 오비완은 적어도 등산을 하는 도중에 덥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아나킨을 기다렸다.

약속시간보다 15분 늦게 나타난 아나킨은 청바지와 체크무늬 재킷 아래에 검은색 셔츠를 입고 검은색 야구모자를 쓴 차림으로 나타났다. 오비완은 꼭 등산을 가기 보다는 친구와 놀러나가는 것처럼 입고 온 아나킨을 보면서 혹시 자신을 만나기 전에 정말로 친구와 놀다가 옷을 갈아입을 시간이 없어서 그냥 나온 게 아닌가 의심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와줘서 고맙구나." 오비완은 날카롭게 말했지만 진심을 담지는 않았다. 그러자 아나킨이 예의를 차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미안해요. 준비할게 있어서 늦어버렸어요. 갈 준비는 다 끝났나요?" 아나킨이 차키를 달라는 무언의 부탁으로 손을 내밀면서 말하자 오비완은 아무 거리낌 없이 키를 건네주었다. 어쨌거나 오비완은 차를 모느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을 더 선호할 정도로 운전을 좋아한 적이 없어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럼에도 자동차를 팔지 않았던 이유는 안타깝게도 지금 사는 마을이 도시에 비해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아 직업상 가끔 운전을 해야 해서 어쩔 수 없었을 뿐이었다.

오비완이 조수석에 앉자 아나킨이 메고 있던 배낭을 건네며 운전하는 도중에 흔들리지 않도록 들어달라고 부탁했다. 아나킨의 배낭을 받아드는 순간 오비완은 가방에서 올라오는 달달한 향을 어렴풋이 맡았지만 향이 그렇게 강하지 않아 그게 무엇인지 알아낼 수 없었다. 향수 냄새일까? 설마 오메가가 쓰는? 방금 전까지 아나킨은 오메가와 함께 있었던 걸까? 그래서 등산 약속에 늦은 거고?

이상하게도 오비완은 그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짜증이 났다. 왜냐하면...... 이번 등산 약속을 먼저 꺼낸 게 아나킨이었기 때문이었다. 그거 말고 다른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솔직히 누구와 함께 있었든 적어도 약속 시간에 맞춰 제시간에 와야 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오늘 하루 동안 자신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에 짓눌려 있었던 오비완은 아나킨이 운전솜씨에 긴장이 풀렸는지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등산을 가는 건 두렵기는 했지만 갓 직장에 들어온 직원들을 통솔하는 대신 오랜만에 다른 누군가가 내려준 결정에 따라보는 것은 나쁘지 않은 변화였다. 오비완은 여기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기는커녕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데서 오는 기쁨에 빠져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등산로 입구에 도착하자 아나킨이 짧은 낮잠에 빠져있던 오비완을 깨웠다. 아나킨은 자신이 들고 온 배낭을 등에 메더니 오비완의 손가방도 함께 어께에 걸쳤다. 그리고 오비완이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가방 두개를 들고 앞장서서 걸어갔다. 그렇게 그들은 천천히 산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등산객들이 자주 다니는 코스인지 길은 잘 다져져 있었지만 그들 말고 다른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어렸을 적에 여기를 자주 왔었는데, 그때 언제 사람이 많고 적은지를 알아냈어요." 아나킨이 말했다. "조용한 평화를 깨는 사람이 없을 때 오는 걸 좋아했거든요."

오비완은 항상 목소리가 크고 떠들썩한 아나킨이 침묵이 가져다주는 평화를 좋아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아나킨이 강력한 알파의 정체성에 스스로를 가두지 않고 자신의 연약한 점을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오비완의 마음이 따스해졌다.

감사하게도 등산로는 초급자를 위한 것이었고 길 찾기도 쉬웠지만 등산 경험이 없는 오비완을 위해서 몇 번 휴식을 취해야 했었다. 한동안 바깥활동을 하지 않았던 오비완은 오랜만에 이런 식으로 몸을 움직이게 되어 걸음이 느렸지만 아나킨은 조금도 불평하지 않았다. 아나킨은 오비완이 숨을 돌리는 동안 인내심 있게 기다려줬고 심지어는 오비완이 너무 지쳐버려서 물병 뚜껑을 딸 힘조차 없다고 생각했는지 물병을 열어 건네주기도 했다.

"아나킨, 배려해줘서 고맙지만 그냥 숨이 약간 찼을 뿐이야. 물병을 열 정도의 힘은 남아있으니까 걱정 안 해줘도 괜찮아." 오비완이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하지만 알파 우월주의자답게 아나킨은 오비완의 말을 무시하고 뚜껑이 열린 물병을 내민 채 기대감 섞인 반짝이는 눈으로 오비완을 바라보기만 하고 있었다. 오비완은 아무 이상 없는 완벽한 물을 낭비할 생각이 없어서 물병을 받아들었다. 아나킨이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지만 오비완은 물병을 돌려줄 때 냉정하게 그 미소를 보지 못한 척 했다.

몇 번 휴식을 취하고 난 뒤, 그들은 태양이 지평선 너머로 지면서 사방을 붉은색으로 물들이기 시작했을 때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에는 넓은 공터와 공터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커다란 호수가 있었다. 수십 마리의 오리 떼가 수면에 내려앉은 석양을 가르며 헤엄쳤고 귀여운 새끼 오리 몇 마리가 충실하게 어미 오리 뒤를 쫓아가면서 자생 식물로 둘러싸인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수면에 반사된 노을은 호수를 분홍색과 파랑색과 오렌지색 빛깔로 색칠하며 눈으로 전부 담아낼 수 없는 장관을 자아냈다.

평생 동안 도시에 살아오면서 이런 풍경을 찾아다니는 모험을 해본 적이 없었던 오비완은 노을이 지는 호수를 경이롭게 바라봤다. 그동안 오비완은 사진만 들여다봐도 볼 수 있는 풍경을 감상하기 위해서 황무지를 돌아다니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많다고 생각해왔었다. 하지만 지금 발아래에 펼쳐진 장관을 바라보면서 자신이 완전히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음을 깨달았다. 사진은 직접 보는 것과 비교가 되지 않았고, 자연이 선사하는 모든 것을 만끽할 수 있는 경험은 실제로 그곳에 가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것이었다. 

"형도 좋아할 거라고 말했죠?" 뒤쪽에서 비꼬거나 놀리려는 억양이 조금도 담겨있지 않은 아나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비완이 그토록 가기 싫다고 반발했던 일을 떠올려보면 아나킨은 우쭐해질 만도 했고, 오비완도 당연히 아나킨의 콧대가 한층 더 높아져 있을 거라고 예상했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오비완이 이 풍경을 정말로 좋아하는지를 확신할 수 없다는 듯 머뭇거리다가 겨우 입을 연 아나킨의 입에서는 다정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네 말이 맞았다는 게 결국 증명되었네." 오비완의 대답은 의심이 녹아 없어지도록 만들기에 충분했는지 아나킨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돌아왔다.

아나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오비완의 가방을 땅에 내려놓더니 자신의 배낭을 열어 얇은 돗자리를 꺼냈다. 그리고 능숙하게 돗자리를 땅에 깔고는 아래에 마구잡이로 자란 풀이 납작해져서 앉기 편해질 때까지 돗자리 위를 두드렸다.

그리고 돗자리의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더니 오비완보고 앉으라는 듯 반대쪽 자리를 토닥였다. 돗자리는 남자 두 명이 겨우 앉을 수 있는 크기였다. 특히나 아나킨의 커다란 덩치가 자리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오비완은 상관하지 않았다. 오비완의 사적인 공간을 계속해서 침범하는 것을 보면 아나킨도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아름다운 풍경에 정신이 완전히 팔려있던 오비완은 아나킨이 배낭에서 보온 도시락통을 꺼내는 것을 겨우 알아차렸다. 차에서 맡았던 달달한 향이 통에서부터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나킨이 뚜껑을 열자 도시락통의 보온 기능 덕분에 여전히 따뜻한 애플필터가 나타났다.

패스트리의 향기는 모든 것이 단순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게 해주었다. 몇 달 전에 오비완은 지나가는 말로 지난 몇 년 동안 애플필터를 먹지 못했고 마을 빵집에서도 만들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했던 적이 있었다. 쿠키를 태우는 게 취미였기에 직접 만들어먹지도 못했다. 그런데 지금 추억속의 달달한 향을 풍기고 있는 애플필터가 눈앞에 나타났다는 사실을 오비완은 믿을 수가 없었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디저트를 사기 위해 다른 마을에 다녀올 정도로 착한 소년이 맞은편에 앉아있다는 행운이 어떻게 오비완에게 왔을까.

"아나킨, 어디서 사온 거....?" 오비완은 아나킨이 다급하게 손을 휘젓자 말을 멈췄다.

"제가 직접 만들었어요." 아나킨은 약간의 부끄러움도 없이 오비완의 눈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사실은..... 엄마가 아주 약간 도와주시긴 했지만 대부분은 제가 만든 거예요."

"이 덩치만 큰 꼬맹아. 아무리 쿨하게 보이려고 행동해도 네가 진정 어떤 아이인지 나는 알고 있었어." 오비완이 장난스럽게 밀쳤지만 아나킨은 오비완의 시도에 조금도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듯이 꿈쩍도 하지 않았다.

"뭐 어때요." 아나킨은 콧소리를 내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오비완의 눈에 겨우 보일정도로 작은 홍조가 뺨에 나타나 얼굴에 내려앉은 노을빛과 섞여 매력적인 색을 만들어 내는 건 막을 수가 없었다. "형은 언제나 잘해주니까 한번쯤은 뭔가를 해주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오비완은 아나킨을 향해 진심이 담긴 환한 미소를 지어주고는 보온통에서 애플 필터를 집어 베어 물었다. 사과와 시나몬 맛이 입안에서 터지며 혀를 자극하자 오비완은 행복에 겨운 한숨을 내쉬었다. 옛 기억 속에 남아있는 애플필터와 똑같지는 않았지만 아주 맛있었다. 솔직히 오비완은 베이킹을 해본 경험이 거의 없을 것만 같은 아나킨이 이렇게 맛있는 애플필터를 만들었다는 사실에 감동받았다.

"마음에 들어요?" 아나킨의 목소리는 어딘가 불안하게 떨리고 있었다.

오비완이 대답을 하려고 입을 연 순간 세찬 바람이 불어 닥쳤다. 두 사람을 비추던 햇빛은 어느 샌가 지평선 아래로 사라졌고 등산을 하는 동안 났던 땀이 증발하면서 몸을 차게 식히고 있었다. 그제야 주위가 얼마나 추워졌는지를 눈치 챈 오비완의 몸이 떨렸다. 소매가 짧은 셔츠와 카키색 반바지는 서늘한 봄날의 저녁 공기를 막기에 역부족이었다. 한심하게도 그저 온화했던 오후의 날씨에 맞춰 옷을 입었던 오비완은 이런 날씨에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추워요?" 아나킨은 말을 하자마자 망설임 없이 입고 있던 체크무늬 재킷을 벗어서 오비완의 어깨에 걸쳐 따스하게 감싸주었다. 

"너도 추워질 거야. 준비를 제대로 못한 사람은 나니까 괜찮아." 오비완은 어깨의 재킷을 돌려주려고 몸을 돌렸지만 재빨리 선수를 친 아나킨에게 막혔다.

"신경 쓰지 마요. 저는 괜찮아요. 알파는 오메가보다 몸 온도가 더 높으니까 저보다는 형한테 더 필요할 거예요."

갑자기 오비완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아나킨의 향으로 완전히 뒤덮여있는 재킷은 오비완의 몸을 자극적인 삼나무 향으로 감쌌다. 다시 몸이 부르르 떨리자 오비완은 차가운 공기 때문에 그런 거라고 변명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선물로 준비한 애플필터와 추위를 막아주는 옷..... 만약에 아나킨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더라면 오비완은 지금 아나킨이 자신에게 구애를 한다고 오해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비완은 아나킨이 어떤 아이인지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오메가의 마음을 사려는 방식은 오비완이 20대가 되었을 때부터 인기가 떨어지기 시작했었고 SNS와 기술이 발전한 현재에는 사용하는 알파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만약에 아나킨이 구식 교육을 받은 오메가에게 음식을 만들어주거나 옷을 건네준다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엉뚱한 신호를 보내게 될 가능성이 있었다.

"아나킨, 정말 사랑스럽구나. 진심이야. 정말 고마워." 오비완은 최대한 다정하게 말하려고 노력하면서 말을 시작했다. "하지만 다음번에 오메가에게 음식이나 옷을 건네줄 때는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잘못하면 불필요한 오해를 살지도 몰라. 너는 오메가에게 관심이 없더라도 상대 오메가는 네가 자신을 원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거든."

아나킨은 그 나이대의 알파답지 않게 높은 비명 같은 소리를 내더니 놀란 표정으로 오비완을 바라봤다. 그리고 이를 악물고 인상을 쓰면서 고개를 돌려버렸다. 당황해하는 행동을 보아하니 아나킨은 그게 이런 의미로 해석될 줄 몰랐던 것 같았고 당연히 전혀 그런 뜻으로 한 게 아닌 것 같았다.

"아나킨, 이건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야. 모를 수도 있지." 오비완은 긴장을 풀기 위해 아나킨을 위로해주었다. "당연히 네가 그런 의미로 그랬던 게 아닌걸 알고 있어.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을 내가 할리가 없잖아." 오비완은 자연스러운 웃음으로 아나킨을 안심시키려고 했지만 자신의 귀에도 그 웃음소리가 어색하게 들렸다. 오비완은 혼자만의 생각에 빠진 아나킨이 너무 깊이 생각하느라 자신의 어색한 웃음소리를 눈치 채지 못했길 바랐다.

오비완은 아나킨이 감정을 추스를 수 있도록 혼자만의 시간을 갖도록 내버려두고 돗자리에 누워 하늘을 감상하기 시작했다. 하늘에는 어느새 여러 개의 별자리가 한데 어울려 밤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도시에서 살 당시에는 엄청난 빛 공해 때문에 이렇게 많은 별자리를 본 적이 없었다. 보온통에서 애플필터를 하나 더 꺼내 먹으면서 하늘을 감상하고 있던 오비완은 아나킨이 조용히 옆에 눕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아직 뭔가를 말할 준비는 되어있지 않은 것 같았다.

오비완은 아나킨의 상태를 슬쩍 보려고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러자 이미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아나킨과 눈이 마주쳤다. 오비완을 바라보는데 너무 익숙해져있는 아나킨은 오비완의 눈길을 피하지 않았다. 오비완의 시선이 아나킨의 분홍색 입술로 내려갔다가 다시 짙푸른 눈동자로 올라왔다. 아나킨은 오비완의 눈빛을 눈치 챘는지 입술을 핥았는데 마치 무의식적인 반사작용처럼 보였다. 순간 오비완은 몸을 앞으로 기울여야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나킨의 강렬한 눈빛은 당장 오비완에게 무언가를 하라고 명령하고 있었다. 아나킨은 무언의 명령이 담긴 눈으로 오비완의 눈동자를 조용히 응시했다.

시끄러운 벨소리에 두 사람은 정신을 차렸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오비완은 거리를 두면서 뒤로 물러났다. 심장이 가슴 밖으로 튀어나올 것처럼 미친듯이 뛰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던 거야? 오비완은 하마터면 아나킨과의 우정을 망칠 수도 있는 무책임한 행동을 하도록 만든 호숫가의 밤 분위기를 탓했다. 다행이도 결국 몸을 기울이지는 않았지만 휴대폰이 조금만 더 늦게 울렸더라면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오비완은 떨리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제발 눈이 마주쳤던 그 순간에 아나킨이 아무것도 알아차리지 못했기를 바랐다.

"하, 엄마에요." 아나킨은 한숨을 내쉬더니 전화를 받았다.

그러자마자 성난 슈미 씨의 목소리가 휴대폰 너머로 튀어나왔다. 아나킨이 허겁지겁 통화 음량을 낮추면서 몸을 돌렸지만 오비완은 엉망이 된 부억에 대한 잔소리와 '나는 네 하녀가 아니야!'라고 외치는 슈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아나킨이 변명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소리치는 슈미 씨의 목소리를 들으며 오비완은 튀어나오려는 웃음을 억지로 참았다. 아나킨의 어머니는 평소에 차분하고 합리적인 분이었고 그 누구보다 아나킨을 가장 사랑했지만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엄마...." 엄마의 목소리를 오비완이 들을 수 있다는 사실에 당황해버린 아나킨은 부끄러운 목소리로 우는소리를 냈다. "갔다 와서 치우겠다고 말했잖아요. 아까 말하고....."

"헛소리 하지 말고 돌아와! 지금 당장!" 오비완은 슈미 씨의 목소리를 아주 선명하게 들었다. 아나킨이 뭐라고 반항을 해보기도 전에 전화가 끊겼는지 아나킨은 돗자리 위로 쓰러지듯이 누워서 짜증 섞인 신음소리를 냈다. 오비완은 아나킨의 완강한 성격이 어디서 왔는지를 알게 되었다.

"최대한 빨리 집에 돌아가려면 지금 일어나는 게 좋겠어." 오비완은 아나킨의 부끄러움을 알아차리지 못한 척을 하면서 조심스럽게 평상시의 목소리로 말했다. 오비완에게 이 상황은 재미있게 느껴졌고 사랑스럽기까지 했지만 아나킨은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어서 아이의 기분을 나쁘게 만들고 싶지 않다면 조심해야했다. 

그들은 침묵 속에서 보온통을 챙기고 돗자리를 접기 시작했다. 아나킨은 생각에 잠긴 듯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짐을 정리했다. 내리막길 덕분에 속도가 붙어서 올라올 때보다 빨리 하산할 수 있었다. 차에 도착했을 때 오비완은 아나킨의 화가 그 사이에 다 풀렸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긴 하루 때문에 피곤하기는 했지만 만족스러운 날을 보낸 그들은 조용히 차에 올랐다. 오비완의 집에 도착하자 아나킨은 차에서 내려 오비완과 함께 현관문 쪽으로 걸어갔다.

"아나킨, 당장 집에 가야 하는 거 아니었어?" 오비완이 말했다. "어머니께서 상당히 화가 많이 나신 거 같던데. 더 큰 문제가 생기기 전에 가보는 게 좋을 거야." 하지만 그들은 벌써 현관문 앞에 도착해있었다.

"괜찮아요. 형이 무사히 집에 도착했다는 걸 알아야 오늘 밤에 편히 잘 수 있을 거 같아서요."

오비완은 아나킨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고맙구나, 아나킨. 정말 즐거운 밤이었어." 오비완은 애플 필터가 남아있는 보온통을 아나킨에게 건넸다. "나머지는 가져가. 이걸 만드느라고 고생 많이 했을 텐데 너는 하나도 못 먹었잖아."

아나킨은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보온통을 도로 오비완 쪽으로 밀었다. "형만을 위해서 만든 거예요. 그러니까 전부 형이 가져가요. 어쨌든 저는 애플 필터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으니까 괜찮아요." 아나킨은 뭔가 할 말이 더 있어보였지만 말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는지 입을 닫고 뒤로 돌았다. 그리고 어머니의 분노를 더 사기 전에 집으로 돌아갔다.

오비완은 집 안으로 들어오고 나서야 아나킨에게 재킷을 돌려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지금 아나킨의 집으로 달려가서 옷을 돌려줄까 잠시 고민했지만 그냥 다음에 아이를 보게 되면 돌려주겠다고 결정했다. 아나킨도 집으로 가기 전에 돌려달라고 말하지 않았으니까 며칠 동안 이 재킷을 못 입더라도 그리움에 슬퍼할 거 같지 않았다. 그러니까...... 혹시나 오늘 밤에 오비완이 아나킨의 재킷을 입고 자더라도 그건 오비완만의 비밀로 남아있을 수 있을 것이었다.




 




오비완 유죄 맞음. 애니는..... 힘내라.

아나오비 헤이든유안
 
2024.01.12 20:04
ㅇㅇ
모바일
얘네 뭐니 왜케 달달해 ㅠㅠㅠㅠㅠㅠㅠㅠ 흐어 넘 재밌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사겨 얼른ㅠㅠㅠㅠㅠㅠㅠ
[Code: ea77]
2024.01.12 20:27
ㅇㅇ
모바일
아나킨 완전 애같고 커엽자나 ㅠㅠㅠㅠㅠㅠㅠ 오비완이 먼저 꼬신거나 다름없다 ㅠㅠㅠㅠ
[Code: 88a9]
2024.01.12 23:26
ㅇㅇ
모바일
존좋ㅠㅠㅠㅠ오비완 애니 재킷 갖고 뭐할지 기대됨ㅋㅋㅋ번역붕은 사랑이다!
[Code: ca55]
2024.01.12 23:5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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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필터 뭐냐 개맛있어 보인다 ㄷㅋ도넛의 후리터같은 느낌일까???? 저걸 애니가 오비완을 위해 손수 만들어주다니 ㅜㅜㅜㅜㅜㅜㅜ 쟤들 사실상 떡만 안쳤지 사귀는거 아니냐 ㅜ 넘 말랑말랑하고 풋풋해
[Code: 7788]
2024.01.13 00:36
ㅇㅇ
모바일
애플필터처럼 달달하구나
[Code: 2557]
2024.01.13 01:16
ㅇㅇ
모바일
미치겠다 둘이 풋풋하게 연애하는데.... 둘이 풋풋하게 연애하는데 오메가 오씨 오비완의 철벽으로 지금ㅠ 아나킨이 고생이구나 어떡해 센세 너무 좋다... 다음 번역도 기다릴게 빨리 둘이 사귀란말이야 하...
[Code: 277a]
2024.01.13 16:48
ㅇㅇ
하아아아 이번편도 너무 재밌다ㅠㅠㅠㅠㅠㅠㅠ 오비완 등산시키는 아나킨 왤케 웃기고 귀엽짘ㅋㅋㅋㅋㅋ 오비완을 위한 거라면 내 생각이 가장 옳다니.. 근데 또 은근 꼴리곸ㅋㅋㅋㅋㅋㅋ 알파와 아이가 필요한 이유를 설파하는 아나킨ㅋㅋㅋㅋㅋㅋㅋㅋ 오비완이 스스로 인정은 못 해도 은근 질투하는 것도 넘 귀여웤ㅋㅋㅋㅋㅋㅋ 물병 열어서 줄 때 나도 모르게 개저웃음 지음 ㅅㅂㅋㅋㅋㅋㅋㅋㅋ 단순 알파우월주의자라서가 아니잖아 풍경이 맘에 드는지 긴장하는 것도 오비완 너를 좋아해서 그런 거잖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e983]
2024.01.13 16:48
ㅇㅇ
아나킨 직접 애플필터 만들어온 거 넘 귀엽고 설레는데 오비완 정말 ㅅㅂ 유죄ㅋㅋㅋㅋㅋㅋㅋ 구애한다고 착각할 수 있으니 주의하렴<-환장하겠는데 너무 좋아 연상은 이맛이지ㅠㅠㅠㅠㅋㅋㅋㅋㅋㅋ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라고 달래주는 것까지 기절할 것 같음ㅋㅋㅋㅋ 그러면서 자기는 아나킨 옷 입고 잠들 생각이면서!! 넘 귀엽고 꼴리고 다 좋아.. 오비완 아나킨에게 끌리는 스스로를 인정 못하면서 자꾸 연상 유죄짓하는거 너무 좋고 아나킨은 귀엽고 서투른 연하 같으면서도 은근히 구시대적ㅋㅋㅋ 알파스럽게 굴려는거 너무 좋음ㅋㅋㅋ 하 고마워 번역붕ㅠㅠㅠㅠㅠ
[Code: e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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