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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9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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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조주의








“스타크씨! 아, 배너 박사님!!”




숨막히는 정적 속에서 직원이 의사 가운을 휘날리며 뛰어왔다.



”왜 다들 연락이 안 돼요! 반즈 씨, 돌아왔다고요!“









자다가 돌아온건지, 버키는 곤히 잠들어있었다. 어느새 어른용 환자복으로 갈아입어진 그에게서 어릴 때 모습이 겹쳐 보였다.



충격적인 영상에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 멤버들은, 버키가 조용히 눈을 뜨는 순간까지 다 지켜보았다. 어느새 따스한 뉴욕의 햇살이 방안 구석구석을 채웠다. 살짝 열어 둔 창문에, 이른 아침의 조용한 공기가 산들거렸다.



”…”



자기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멤버들에 비몽사몽한 버키가 슬쩍 몸을 일으켰다. 어린 자신이 뭣도 모르고 떠들어댄 말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버키가 깨자 스티브가 말없이 간호사를 호출했다. 너무나도 기구한 삶에 아무도 말을 얹을 수가 없었다. 사실 토니는 버키가 자신의 부모님을 죽인 게, 버키를 탓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막을 수 없던 일이라는 것도 물론 알았다. 다만 토니가 분노했던 이유는, 친구이던 스티브가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며 자신을 농락했기 때문이었다. 또 어린시절의 결핍과 불안증세가 도져서 원망할 대상을 찾고 싶어서였다. 어린애처럼 남 탓을 하는 자신이 부끄러우면서도, 막을 수가 없었다.



이상하고 허접한 무기였다. 버키는 그 짧은 시간동안 어려졌었고, 다시 돌아왔다. 심지어 건강에는 아무 이상도 없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버키를 바꿔치기해놓은 것만 같았다. 무기에 어떤 결함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오작동을 한 게 틀림없었다. 몇 시간의 검사가 끝난 후, 버키는 정상 생활의 궤도에 들어갔다.



다만, 버키가 간과하는 게 있었다. 이들이 자신의 영상을 보았으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어린 하워드와 자신, 그리고 토니까지 얽힌 관계 중 자신이 내뱉은 아주 일부만 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임무에 나가고, 회의를 할 수록 뭔가 이상했다. 묘하게 자신을 챙겨주고 말을 붙였다. 스티브는 전보다 더 뚝딱댔다. 원래부터 조금 행동이 어색했긴 했지만, 이 정도로 허둥지둥댄 적은 없었는데.



“…왜 이래. 나 괜찮거든.”



조금 다친 것 갖고 스티브가 나서서 치료를 해주고 있었다. 캡틴이 무릎 꿇고 앉아 정성스레 치료하는 모습은 참 이질적이었다.



“치료는 제때 해야지 버키.”



“이 정도는 며칠 있으면 그냥 나아..”



버키는 호들갑을 떠는 스티브가 유난스럽다고 생각했다. 이런 광경을 보는 주위 사람들의 시선도 불편했다. 다른 이들이 다치면 이 정도로 해주지 않으면서 자기만 받는다는 게 미안했다.



버키는 밤에 잘 잠들지 못했다. 자꾸만 꿈을 꿨다. 본 적이 있는 얼굴들이 계속 꿈에 나왔다.



겁에 질린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던 그 얼굴들이. 자신이 죽인 그 사람들은 제게 미친듯이 달려들었다. 바닥에 피를 줄줄 흘리며, 총에 맞은 흔적과 쇠 팔에 맞아 뭉개진 몸을 그대로 달고는 헉헉거리면서 뛰어왔다. 너무 무서워서 본능적으로 도망가다가, 항상 넘어지고 말았다. 바닥에 있던 죽은 사람의 손에 걸려서. 그러면 달려오던 이들이 자신의 얼굴 가죽을 마구잡이로 잡아뜯는다. 꿈인데도 소름돋고 아프다. 하지만 절대 중간에 깰 수가 없다. 아무리 많이 꿨어도 이 상황이 꿈인 것을 인지조차 하지 못한다.



그렇게 깨면 새벽 4시. 아직 어둑어둑한 시간이었다. 자꾸만 하이드라에 갇혀있던 시절이 떠오른다. 어쩌면 이 순간마저도 냉동된 채로 꾸는 꿈이 아닐까? 무서워진 버키는 눈을 뜰 용기조차 없었다.



만약 이게 꿈이라면, 나를 얼른 잠에서 깨워줬으면. 꿈속만큼 감당하기 힘든 현실에 버키는 지쳐있었다.



“하워드, 이 개자식. 그렇게 죽고 못 살 것처럼 굴더니.”



버키는 손에 얼굴을 묻고 한숨을 쉬듯 하워드를 불렀다. 이런 걸 보고 매몰비용의 오류라고 하는건지. 버키는 조금만 더 있으면 오지 않을까 하는 어린 마음에, 제 손으로 죽여버린 하워드를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있었다.



그 때, 갑자기 불이 켜졌다. 스텐드, 텔레비전까지 온갖 것들이 다 켜졌다. 놀라서 방 문을 열고 나오자, 거실의 불도 다 켜져있는 것이 보였다.



“뭐야..?”



띵!

우당탕탕. 잠이 덜 깬 듯한 스티브가 엘리베이터에서 허겁지겁 내렸다.



“버키!!!!!!!!”



“으악!”



스티브가 버키를 꽉 끌어안았다. 무슨 일이 생긴 줄 알았던 모양이다.



“하… 다행이다. 갑자기 불이 다 켜져서, 걱정돼서 왔어.”



“아, 진짜 왜 이러는거야.”



온 세상 호들갑은 다 떠는 스티브를 부드럽게 밀쳐 낸 버키가 땀에 젖은 옷을 벗어던졌다. 헐렁한 검은색 후드티를 걸친 그는 스티브에게 내려가보자고 했다. 무슨 일인지는 알아야 할 것 아니냐고 하면서.



“알았어. 같이 가.“



엘리베이터로 가는 길을 걷는데 불이 다 켜진 1층이 내려다보였다. 유리로 만들어졌고 가운데가 뚫려있는, 아래가 보이는 구조였다.



“뭐야?”



“빨리 가자!”



1층 조명이 미친듯이 깜빡이고 있었다. 벽면에 설치된 푸른 인공 파도 스크린이 스톱모션처럼 살짝 끊기며 번쩍였고, 데스크의 은은한 조명도 계속 반짝거렸다. 은근히 예쁜 모습의 혼돈이었다. 타워 내 숙소에서 머무르던 사람들도 모두 내려가는 중인지 엘리베이터가 붐볐다. 토니는 이미 내려와 이 사태를 살펴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스티브가 토니에게 물었다. 하지만 토니도 영문을 몰랐다. 전기 등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이상이 없는 장치를 고칠 수는 없는 법이었다.



지지직…. 지지지직….



스타크 타워 내부에 설치된 스피커가 뭔가를 방송하려는 듯 잡음을 내뱉었다.



“Shit, 내 타워에 이게 무슨 일이람.”



원인모를 말썽에 자존심이 상한 토니가 얼굴을 찌푸렸다.



“망할 프라이데이도 맛이 갔어. 이거 진짜 황당하네.”



“아니, 토니! 그러면 위험한 거 아닌가? 폭발하면 어쩌려고!“



스티브가 토니에게 고개를 팩 돌리며 말했다.



“참 나… 우린 체계가 달라서 과열같은 건 안 일어나. 역시 캡시클. 쓸데없이 호들갑은.”



눈이 아플 만큼 번쩍이던 빛이 깜빡임을 멈췄다. 특수 전지로 작동하는 하얀 등만이 남아, 무드등을 킨 아이의 방 같은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팟!



1층 천장 쪽에서 한 줄기 빛이 새어나왔다. 다들 잔상이 남은 눈을 껌뻑이며 대체 무슨 일인가 살피고 있을 때, 조그만 픽셀이 눈에 보일 정도로 나쁜 화질의 하워드가 공중에 비춰졌다. 젊은 시절의 당당한 모습 그대로였다.



“Shit!!”



“하워드 스타크?!”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지직. 지금은, 2016, 년. 앤서니 에드워드 스타크는 이 자리에, 있군.”




재생 시점에 맞게 말을 하도록 설정되었는지, ‘2016’과 ‘있군’이라는 부분을 중간에 삽입하듯 말하는 하워드였다. 구식 홀로그램은 한정된 움직임만을 하며 말을 이어갔다. 버키는 너무 황당해 아무 말도 하지 못 하고 그리워하던 얼굴만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이것은 내가 토니 스타크와 관련된 모든 시스템에 위장시켜 심어두었다. 제임스 뷰캐넌 반즈만 실행 가능하지.”



“이게 시작됐다는 것은, 반즈 병장이 돌아왔다는 것.”



매끄럽게 말하는 그는 정말 희한했다. 그 옛날 이런 걸 만들어두고 떠난 하워드는 역시 천재가 아닐 수가 없었다. 토니는 넘을 수 없는 아버지의 벽을 보고는 경이로움을 느꼈다.



“아버지는 도대체…”



“하워드!”



버키가 웃고 있었다. 그간 단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던 미소였다. 박물관에서나 보던 그 웃음을 보이며, 버키가 하워드의 홀로그램에 가까이 다가갔다.



“제임스 뷰캐넌 반즈의 음성, 인식 중.”



“…인식 완료.”



“버키!”



비록 프로그램인 티가 나긴 했지만, 버키는 온 몸의 긴장이 풀리는 것만 같았다. 홀로그램 따위에도 그는 안심했다. 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리던 하워드가 제 눈 앞에서 자신을 불러주고 있었다.



“미친새끼. 카메라 한 번을 안 열어보냐…”



버키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울고 있었다. 그 말뜻을 아는 멤버들은 버키를 아무 말 없이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비어 있는 대답입니다.”



주저앉아 하워드를 올려다보며 우는 버키에게 스티브가 다가갔다. 버키의 등을 도닥이자 눈물을 손으로 훔치며 스티브를 바라보았다.



“스티브, 진짜 이게 뭐야..”



“지직…버키, 이건 혹시나 네가 돌아올까 해서 만들었어. 네가 언제 오든 반갑게 맞아주는 사람이 있음을 알려주고 싶어서.”



따뜻하고 정중하게 말하는 그에 토니는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버키에게 하워드는 저런 친구였구나.



“이건, 지금의 내가 버키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이야. 스티브 로저스는 내가 꼭 찾아낼테니, 훗날 어떤 모습으로든 돌아오길 바라. 그 때까지 이 프로그램은 기생충처럼 이곳저곳 숨어 연명할거니까. 기다릴게.”



“…우리 귀여운 아들이 발견하기 전까진 말이야.”



“버키, 돌아온 것을 축하해.”



“하워드….”



버키가 홀로그램을 손으로 더듬었다.



“파일 없음”



녹음본이 다 떨어진건지, 홀로그램에 붉은 글자가 떴다.



툭.



몇 초간 허공만 응시하던 홀로그램이 종료되었다. 이와 동시에 천장에서도 피시식 하며 시스템이 종료되는 소리가 났다. 정말 버키가 돌아오는 그 순간만을 기다리는 심정에서 만든 듯했다. 그 오래 전 프로그램이 아직까지 남아 작동한다는 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타워 곳곳에 남은 하워드의 흔적들은 마치 수호천사처럼 스타크 타워를 지키고 있었다.



이 순간은 직원들의 휴대폰 속에 영상으로 남았다. 아마 곧 외부에 유출되어 오늘 밤에 관한 기사가 뜰 것이었다. 토니는 이번 일을 계기로 모든 터무니없는 소문들이 사라지기를 바랐다.



옛날에 반즈 병장이 하워드 스타크를 엄청나게 괴롭혔다느니, 마리아 스타크가 사실은 반즈 병장의 애인이었다느니 하는 소문들 말이다. 애틋하게 엇갈린 그들의 순수한 관계를 더럽히는 그런 말들. 토니는 그저 두 사람이 서로를 온전히 추억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랄 뿐이었다. 몰래몰래 숨기고 모른척해야 하는 게 아니라.












하워드버키 버키토니버키 약스팁버키
2024.03.19 01:2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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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ㅊ센세 오셨다!!!!!!!! 선댓후감상
[Code: e4a1]
2024.03.19 01:3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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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ㅠㅠㅠㅠㅠㅠㅠㅠ 센세 이새벽에 나 울고 있어(;´༎ຶД༎ຶ`)(;´༎ຶД༎ຶ`)(;´༎ຶД༎ຶ`)
[Code: e4a1]
2024.03.19 01:3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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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키 여전히 하이드라에 갇혀 있을 때가 떠올라서 겁먹은 거 안쓰럽고 그때마다 하워드 찾는 것도 하워드 기다리는 것도 너무 속상한데 꼴린다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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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9 01:3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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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직…버키, 이건 혹시나 네가 돌아올까 해서 만들었어. 네가 언제 오든 반갑게 맞아주는 사람이 있음을 알려주고 싶어서.” <<<진짜 하워드 이 미친듯이 쏘스윗한 유죄인간 뭐야?? 하 진짜 버키 한테 너무 다정한 거 아니냐고ㅠㅠ
[Code: e4a1]
2024.03.19 01:3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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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버키말대로 카메라를 한 번도 안 열어본 건 뭔데ㅠㅠㅠㅠ 근데 하워드는 안 열어본게 아니라 못 열어봤을 것 같다ㅠㅠㅠ 그걸 어떻게 열어봐(;´༎ຶД༎ຶ`)(;´༎ຶД༎ຶ`)
[Code: e4a1]
2024.03.19 01:3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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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뚝딱대는 스티브 존나 웃기네ㅋㅋㅋㅋㅋ 원래 행동이 어색했단 것도 개웃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e4a1]
2024.03.19 01:4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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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존나 재밌어 진짜ㅠㅠㅠ 너무 아름다운 이야기야ㅠㅠㅠ
[Code: e4a1]
2024.04.03 01:1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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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보고 싶어
[Code: 96f4]
2024.04.03 01:2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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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봐도 아름다운 이야기야...
[Code: 96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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