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 https://archiveofou★rown.org/works/50675476/chapters/12★8013412



- 아오삼 커맨트로 번역 허락 받음.
- 의역 많음. 심각한 맞춤법이나 오역 지적 환영.
- 현대 AU.
- 타싸 올림.





fruit for the taking (농익은 열매)






요란하게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스프레드시트와 재무 보고서가 여기저기 떠있는 컴퓨터 화면에 정신이 팔려있던 오비완을 현실로 돌아오게 만들었다. 만약에 다른 사람이 끈질기고 자신감으로 가득 찬 노크소리가 점점 커지는 것을 들었더라면 밖에 뭔가 급한 일이 생긴 거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비완은 그 노크소리의 주인을 잘 알고 있었다. 이 동네에 이사 온 지 일 년하고 반이 조금 지났지만 아무도 오비완을 찾아온 적이 없었다. 단 한명의 알파를 제외하면. 그 알파는 오비완의 도움이 필요할 때면 언제나 현관문을 부수고야 말겠다는 듯이 문을 두드렸다.

이 이야기의 시작은 오비완이 모든 에너지와 시간을 바쳤던 회사가 몇 달에 한 번이나 두 번 대면 회의에 참여한다면 모든 일을 집에서 해도 된다는 허락을 내려줬을 때 시작되었다. 사무실이 위치한 부산하고 인간미 없는 도시에서 벗어나게 되었다는 생각에 오비완은 열광했다. 오비완은 매일 아침 통근 시간에 마주칠 때마다 미소를 짓고 손을 흔들어도 못 본척하거나 알아차리지 못한 척 지나가는 직장 동료들에게 진저리가 나있었다.

오비완은 성공을 위한 사다리를 오르기 위해 모든 것을 뒤로 물려둘 정도로 자신의 일을 사랑했지만 오비완의 영혼은 기계처럼 돌아가는 도시의 무게에 짓눌리며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한때 오비완은 도시생활이 선사하는 개별주의를 좋아했다. 이곳에서는 아무도 짝을 찾고 아이를 가지는 대신에 자신만의 커리어를 발전시켜나가는 오메가를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오비완은 거대한 기계의 나사 하나에 불과했고 사람들은 오메가가 출근길을 짜증나게 만들지만 않는다면 오비완이 아이를 낳았는지 안 낳았는지에 관해서는 상관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오비완의 마음속에서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사회나 언론은 오메가가 가정을 이루거나 아이를 낳는 대신 싱글로 남아 있기 때문에 그런 공허함을 느낀다고 떠들어 대었지만 오비완은 원인이 다른 곳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오비완은 진짜 공동체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일에 관해서 약간 까다롭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차가운 비즈니스 세계에서 성공하려면 단호하고 확고하게 행동해야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오비완은 그 성격을 그대로 밀고 나갔다. 그래서인지 직장 부하직원들은 오비완을 존중하기는 했지만 서류 정리를 제대로 못했거나 낮은 업무 효율성 때문에 그의 분노를 살까봐 두려워 항상 거리를 두었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은 비록 대놓고 말하지는 않더라도 오비완처럼 억센 오메가를 좋아하지 않았다.

조부모님께서 도시 생활과는 아주 많이 다른 고향 마을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 때면 오비완은 즐겁게 그 이야기를 들었었고 어른이 된 지금도 그 이야기에 관한 기억을 막연하게 가지고 있었다. 이야기 속 마을 사람들은 이웃의 이름을 전부 다 알고, 거리를 걸어 다니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항상 미소가 가득하며, 마을 주민들끼리 자주 모여 시간을 보내고, 어린 시절의 오비완이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많은 다양한 일들을 함께 했다. 그래서 어린 시절에 조부모님에게서 들은 공동체와 비슷한 것을 갈망하던 오비완은 도시 근교에 있는 작은 마을에 아담한 이층집을 구입해버렸다. 꼭 참가해야하는 회의가 열리는 사무실에 차를 몰고 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깝지만 도시의 꺼지지 않는 불빛과 소음이 보이고 들리지 않을 정도로 멀리 떨어져 전원생활을 즐길 수 있는 완벽한 마을이었다.

하지만 겨울이 시작되기 전에 성공적으로 이사를 마치자마자 어쩌면 마을이 할머니 할아버지가 살았을 때와 같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빠르게 오비완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집들이 선물을 들고 새 이웃을 환영하러 집에 찾아오기는커녕 옆집 사람도 자기소개를 하러 나타나지 않았다. 그나마 이웃과 가장 많이 마주쳤을 때는 이사를 하는 날이었는데, 이웃은 그들이 몰래 지켜보는 것을 오비완이 눈치 챌 수 없다고 믿는 듯이 블라인드 너머로 짐을 옮기는 오메가를 엿보았다.

마을로 이사 온 지 몇 주가 지나고 엄청난 양의 눈이 쏟아지기 시작하자 오비완은 이곳으로 온 게 실수였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마을로 통하는 도로뿐만이 아니라 오비완의 집 앞 차도까지도 눈으로 꽉 막힐 정도의 폭설이었다. 도시에서는 폭설 주의보가 내리면 항상 사람을 대기시켜두었기 때문에 도로는 빠르게 정리되었다. 도시 사람들의 성질머리를 잘 알고 있는 시청은 사람을 고용해 날이 밝기도 전에 모든 눈을 치워버렸다. 하지만 작은 마을은 도시처럼 돌아가지 않았다.

첫눈이 내리고 꼬박 하루가 지나자 대로는 차가 겨우 다닐 수 있을 만큼 뚫렸지만 오비완의 차고 앞과 진입로는 여전히 눈으로 막혀있었다. 직접 눈을 치워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던 오비완은 제설 작업을 위한 도구를 하나도 준비해두지 않아서 차를 타고 나가 도구를 사와야 했지만 그 도구가 없는 탓에 차고 앞에 쌓인 눈을 치울 수 없어 진퇴양난에 빠져 있었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던 오비완의 귓가에 조심스럽고 부드럽게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사 오고 나서 처음으로 누군가가 오비완을 찾아온 것이었다.

방범렌즈를 들여다보지도 않고 문을 연 오비완은 현관에 서있는 십대 알파와 마주쳤다. 두꺼운 겨울옷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를 꽁꽁 싸맨 소년은 겨우 14살 정도 되어보였는데 키는 거의 오비완 만큼 크고 뺨과 코는 차가운 겨울바람을 정통으로 맞은 것처럼 밝은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스스로를 소개하는 동안 소년의 푸른 눈동자는 땅에서 떨어지지 않았고 입에서는 얼어붙은 흰 입김이 나왔다.

"아....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아나킨입니다. 바로 옆집에 살아요." 소년이 이를 딱딱 부딪치면서 말했다.

"안녕, 아나킨. 나는 오비완이라고 한단다. 만나서 반갑구나. 어떤 일로 여기까지 온 거니?" 오비완은 이런 날씨에 왜 아이가 눈을 두드렸는지 궁금해 하며 대답했다.

아나킨은 한숨을 한번 내쉬더니 답했다. "혹시 차고 앞과 진입로에 쌓인 눈을 치우는데 도움이 필요할까 해서요. 돈이 약간 필요한데 엄마가 이웃 분들에게 도움이 필요한지 물어보라고 하셨어요."

오비완은 자신에게 찾아온 행운을 믿을 수가 없었다. 너무 절박해진 나머지 도움이 필요한 완벽한 시간에 천사가 찾아온 환각을 보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할 정도였다. 붉은 장밋빛 뺨과, 큰 푸른 눈과, 니트 모자 아래로 살짝 보이는 부드러운 곱슬머리를 가진 아나킨은 정말로 천사처럼 보였다.

"네 도움을 받아준 사람이 있었니?"

"아니요. 아무도 없었어요. 대부분은 문을 두드려도 나와 보지도 않았고, 그나마 문을 열어준 사람은 거절했어요. 하긴, 직접 하면 공짜일 텐데 저한테 돈을 주면서까지 치울 필요는 없겠죠." 아나킨은 오비완 역시 다른 이웃과 같을 거라고 완전히 확신하듯이 힘 빠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오비완은 약간의 돈을 벌기 위해서 이런 험악한 날씨에 마을을 돌아다니는 소년이 안쓰러웠다. 비록 오비완은 아나킨의 손이 절박하게 필요한 상태였지만 만약에 지금 같은 상황이 아니었더라도 아나킨의 노력을 봐서 도움을 부탁했을 것이었다.

"그렇다면 아나킨, 나에게 너의 첫 번째 손님이 되는 영광을 주지 않을래?"

작게 헉 소리를 내면서 바닥을 향하고 있던 고개를 들어 오비완을 바라보는 아나킨의 얼굴에는 방금 들은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오비완이 한 말을 이해하려는 듯이 잠시 생각에 빠져있던 아나킨은 신이 난 듯이 현관 밖으로 깡총 뛰어갔다. 그곳에는 아나킨이 마을을 돌아다니는 동안 들고 다녔던 제설 도구가 놓여 있었다. 어린 알파가 낑낑거리며 제 키만한 도구를 준비하고 작업을 시작하는 모습을 보자 오비완의 마음이 뭉클해졌다.

차고와 진입로에 쌓인 눈을 깨끗하게 치우는데는 거의 두 시간이 걸렸다. 도중에 오비완은 아나킨에게 차가운 겨울바람을 피해 안으로 들어서와 따뜻한 코코아를 마시고 잠시 쉬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집안에서 쉬는 동안 오비완은 아나킨이 곧 15살이 된다는 사실과 어머니께서 아들에게 돈의 가치를 가르쳐 주기 위해 용돈을 깎는 바람에 잡일로 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야기에 따르면 아나킨은 인터넷 소액 결제를 야금야금 해왔고, 우체통에 쌓여있는 몇 백 달러에 달하는 신용카드 청구서를 본 아나킨의 어머니 슈미는 격노했다. 아나킨이 엄마의 결정이 억울하다고 입을 비죽거리자 오비완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작업을 다 끝낸 아나킨이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자 오비완은 소년이 처음 제시했던 금액보다 더 넉넉한 돈을 쥐어주었다. 아나킨은 또다시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 혹시 오비완이 돈을 잘못 세었거나 자신의 말을 잘못 알아들은 게 아닌지 확인했다. 오비완은 오후 내내 열심히 일을 해준 아나킨에게 아주 감사하다며 돈을 넣어두라고 말했다. 사실대로 말하면 오비완이 준 돈은 좀 많았지만 그건 눈을 치워준 대가이기 보다는 오랫동안 사람과의 교류가 없었던 오비완에게 대화의 즐거움을 일깨워준 감사의 표시에 더 가까웠다. 오비완의 삶에서 가장 흥미로운 우정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오비완은 문을 열어주러 현관문을 향해 걸어가면서 고개를 숙여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을 살펴봤다. 지금 오비완은 온라인 화상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깔끔한 버튼다운 셔츠를 입고 있었지만 그 아래에는 편한 박서만 입고 있었다. 화면상으로는 허리 아래에 무엇을 입고 있는지 아무도 볼 수 없으니 오비완은 바지를 포기하고 편안함을 선택했다. 문고리에 손을 얹었을 때 오비완의 머릿속에서 뭐라도 박서 위에 걸쳐야 하느냐 마느냐로 토론이 열렸지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점점 커져가고 있어서 아나킨이 현관문을 정말로 부숴버릴까 두려워진 오비완은 그대로 문을 열어줬다.

원래 오비완은 문을 살짝 열어주고 잠깐만 기다려 달라고 말할 생각이었지만 뭔가를 말하기도 전에 아나킨은 약간 열린 문틈 사이에 몸을 밀어 넣더니 마치 초대를 받았다는 듯이 벌써 오비완의 집 안에 들어와 있었다. 본딩 알파가 없는 오메가가 외간 알파를 집에 들이는 건 위험한 일이었지만, 오히려 오비완은 짝이 없기 때문에 아나킨이 집안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할 수 있었다.

지금의 아나킨에게서는 일 년 반 전에 보았던 수줍은 소년에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오비완이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밴드 로고가 박힌 티셔츠와 올이 다 드러난 회색 운동바지를 입은 아나킨은 예전처럼 짧은 황금색 곱슬머리가 아니라 갈색 대걸레에 웨이브를 넣은 듯한 머리를 하고 있었다. 어느 날, 머리를 기르겠다고 선언한 뒤부터 어린 알파는 머리를 자르지 않기 시작했다. 하지만 특별히 스타일링을 하거나 관리를 하는 대신 그저 마구잡이로 자라도록 내버려두는 것 같았다. 발현한 뒤부터 쑥쑥 자란 아나킨은 이제 오비완보다 머리 하나만큼 더 커져있고 어느 순간부터 오비완을 형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게다가 규칙적으로 헬스장에 다니기 시작하고 나서는 넘치는 알파 호르몬을 주체하지 못해 여기저기 흘리고 다녔다. 조그마했던 아나킨을 떠올리며 추억에 잠겨있던 오비완은 자신의 완전히 드러난 허벅지에 닿아있는 아나킨의 시선을 알아차렸다. 갑자기 자신의 거실이 불편하게 느껴진 오비완은 자리를 옮겼지만 허벅지에 달라붙은 아나킨의 시선은 끈질기게 따라왔다.

"제가 뭔가 방해했나요?" 아나킨은 반쯤 헐벗은 오비완을 바라보면서 씨익 웃었다.

"보다시피 옷을 갈아입으려고 했는데 어느 누구가 기다리라는 말을 듣는데 시간 낭비를 하는 대신 밀고 들어와 버렸어."

서로에 대해 알게 된 뒤부터 오비완은 아나킨 스카이워커에 대해 몇 가지 배운 게 있었다. 아나킨은 언제나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짓고, 나이에 비하면 놀라울 정도로 시대 역행적인 오메가에 대한 견해를 가지고 있었으며, 오비완의 사적인 경계를 거의 신경 쓰지 않았다. 아나킨은 오비완이 싫어하는 알파의 전형적인 특징을 전부 지니고 있었지만 이유는 몰라도 오비완은 여전히 아나킨이 이상할 정도로 사랑스럽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아나킨에게 좋은 영향을 끼쳐서 아직 어린 알파의 생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일까. 오비완은 오메가가 그저 아이를 낳고 집안일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그 이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아나킨은 태연하게 양 손을 들고 어깨를 으쓱했다. "뭐, 여기는 형의 집이니까 여기서 뭘 하든 그건 형의 자유...... 잠깐만요. 지금 박서를 입고 있어요?" 아나킨의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커지자 오비완은 그런 아나킨의 과장된 반응에 한숨을 내쉬었다.

"이게 문제라도 되니?"

"아니....... 그.... 팬티 같은 걸 입어야 하지 않나요?" 아나킨은 세상에 이처럼 당연한 일은 없다는 듯이 말했다.

"오메가를 위해 만들었다는 속옷과 다르게 박서가 편하더라고."

"하지만 오메가를 위해 만들어진 거면 충분히 편할 거 같은데요?" 오비완은 어린 알파의 순진한 질문에 미소를 지었다. 꽉 막힌 알파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아나킨이 좋은 의도로 질문을 던졌다는 건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대부분은 그렇지 않아. 오메가를 위한 옷은 그걸 입는 오메가의 편안함 보다는 알파의 즐거움을 위해 만들어진 거니까." 오비완이 설명했다.

오메가용 옷이 대부분의 오메가와 크게 다른 몸매를 가진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의류 회사가 모델로 내세우는 나긋나긋하고 호리호리한 오메가와는 다르게 오비완은 건장했고 온몸에 난 털을 제모하지도 않았다. 특히나 오비완의 얼굴과 가슴과 다리에는 많은 털이 나있었다.

해가 지날수록 오비완의 몸은 자연스럽게 보드라워졌지만 이 마을로 이사 온 뒤부터 매일 해오던 출퇴근 운동을 그만두자 눈에 보일 정도로 둥글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오비완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자신이 전성기를 지났다는 사실과 자신에게 대부분의 알파가 오메가 짝에게 원하는 복종적인 성향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처음부터 알파의 반려로서 인생을 마감할 생각이 없었던 오메가에게 그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비완이 말을 할수록 더 깊은 혼란에 빠진 아나킨이 눈썹을 올리며 인상을 썼다. 그 모습을 본 오비완은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아나킨, 뭔가 할 말이 있어서 온 거니 아니면 그냥 내 패션 취향에 대한 비평을 늘어놓으려고 잠시 찾아온 거야?"

아나킨은 회의에 빠진 표정을 잠시 짓고 있다가 생각을 떨쳐내려는 듯이 고개를 내저었다. 마구잡이로 자란 머리카락이 아나킨의 얼굴을 가리자 갑자기 오비완은 다정하게 그 머리를 옆으로 넘겨줘서 천사 같은 푸른 눈동자를 다시 제대로 보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혔다. 만약에 아나킨이 적당한 시간을 들여 머리를 빗고 스타일을 다듬는다면 지금처럼 몇 살은 더 나이 들어 보이지 않고 그 나이대로 보일 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리 순수한 의도로 머리를 만져주더라도 그건 선을 넘는 행위임을 알고 있는 오비완은 충동을 눌렀다. 오비완은 자신이 어렸을 적에 몸을 단정하게 다듬는 법을 알려주는 나이든 사람들이 얼마나 짜증났는지를 기억했고 젊은 아이들 사이에서 저런 헝클어진 머리가 유행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혹시 남는 믹서기가 있으면 빌려오라고 엄마가 보냈어요. 디저트를 만들려고 했는데 저희 것이 갑자기 작동을 안해서요."

다행스럽게도 오비완은 처음 이사 왔을 때부터 믹서기를 가지고 있었다. 사실 오비완은 이웃들에게 자기소개를 할 때 직접 구운 쿠키를 나눠주겠다는 부끄러운 계획을 세웠었지만 베이킹을 할 때마다 전부 다 태워먹는 바람에 계획을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돌이켜보면 덕분에 냉담한 이웃들을 상대하는 당황스러운 경험을 피하게 되었으니 쿠키를 만드는데 실패한 것은 뜻밖의 행운이었다. 

다시 한 번 머릿속에서 바지를 입는 여부에 관한 토론이 열렸지만 오비완은 그러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믹서기를 찾는 일은 몇 분 걸리지 않을 거고 아나킨이 떠나자마자 바지를 벗어버릴 테니 굳이 시간낭비를 할 필요는 없어보였다. 부엌으로 걸어가는 동안 오비완은 매일 쓰는 물건들 주위에서 거치적거리지 않도록 믹서기를 높은 선반 위에 올려두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선반을 연 오비완은 믹서기를 향해 발끝을 세우고 손을 뻗었지만 상자 바닥만 손 끝에 닿을 뿐 헛손질만 계속 했다. 

패배를 인정하고 믹서기를 꺼내기 위해 한단짜리 스툴을 가져와야겠다고 생각한 순간 등을 누르는 튼튼한 몸이 느껴졌다. 보드라운 엉덩이를 움켜쥐는 단단한 손과, 얇은 박서 너머로 뒤쪽을 뚜렷하게 누르는 불룩한 무언가가 느껴지고 있었다. 사적인 공간을 완전히 무시하는 행동과 감각을 침범해오는 묵직한 삼나무 향은 뒤쪽의 사람이 아나킨이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아나킨 말고 다른 사람에게서는 이런 향이 날 수 없었다.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로 오비완은 뒤쪽에서 뻗어 나온 아나킨의 탄탄한 오른팔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오비완의 머리 위를 지나친 알파의 손은 오비완이 힘겹게 꺼내려고 했던 믹서기 상자를 손쉽게 붙잡았다. 아나킨의 손이 귓가를 스치는 게 느껴지는 순간 오비완의 무릎이 살짝 흔들렸다. 오비완은 주인의 의지를 배신하고 그런 식으로 반응하는 오메가의 몸을 저주했다. 오비완의 정신은 이런 젖비린내 나는 알파에게 끌릴 리가 없었지만 육체는 뇌가 전하는 신호를 받지 못한 것 같았다. 아나킨은 선반에서 내린 믹서기 상자를 오비완 앞 카운터에 내려놓았다. 하지만 그대로 서있을 뿐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반대쪽 팔도 카운터 위에 올려서 간단하게 오비완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품안에 가뒀다.

"형의 집에 알파가 있었다면 이건 문제가 되지 않았을 거예요." 귓가를 간지럽히는 아나킨의 속삭임에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전율을 퍼트리는 그 느낌 때문에 오비완은 떨리는 몸을 억누르기 위해서 온힘을 다해야 했다.

마음을 다잡은 오비완이 아나킨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아나킨은 오비완이 몸을 돌릴 수 있을 정도만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카운터 위에 올라가있는 한쪽 손과 어느새 오비완의 엉덩이 위에 놓인 반대쪽 손은 움직이지 않았다. 자신의 실수를 너무 늦게 알아차린 오비완은 목을 길게 뻗어 건방진 미소를 짓고 있는 아나킨의 얼굴과 즐거움이 일렁거리고 있는 눈동자를 올려다봤다. 이 자세로는 더 이상 아나킨의 불룩한 부위를 등으로 막을 수 없었다. 이제 불룩 튀어나온 아나킨의 그 부분과 오비완의 욱신거리는 보지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건 박서의 얇은 천과 운동바지뿐이었다.

아랫배에서부터 차오르기 시작한 흥분이 희미하게 느껴지자 오비완은 당장 뭔가를 하지 않으면 아나킨의 운동바지 앞에 민망한 젖은 자국을 남기게 될 것임을 깨달았다. 절대로 그렇게 둘 수 없었기에 오비완은 알파의 단단한 가슴을 희미한 기억으로 남기며 부드럽게 아나킨을 밀어냈다. 

갈비뼈 밖으로 심장이 튀어나올 듯이 두근거리고 있었지만 오비완은 차분한척을 하려고 노력했다. 아나킨은 오비완을 돕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에 나섰지만 그저 요령이 없었을 뿐, 절대로 이상한 의도를 가진 게 아니었을 것이다. 오비완의 육체가 아무 의도가 없는 순진한 손길에 그런 식으로 부적절하게 반응한건 아나킨의 잘못이 아니었다. 물론 믹서기를 꺼내게 오비완보고 비켜달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아나킨은 아직 어렸다. 젊은 피는 때때로 행동을 하기 전에 생각을 하는 과정을 뛰어넘곤 했다. 다 자라지도 않은 알파에게 오비완과 같은 어른스러운 행동을 기대하는 건 공평하지 않았다.

"아나킨, 네 말이 맞아. 앞으로 스툴을 사용할 일이 없도록 지금 당장 알파를 잡아와야겠어." 아나킨의 눈을 살짝 피하며 오비완이 말했다.

오비완이 비꼬고 있다는 것을 조금도 눈치 채지 못한 것처럼 아나킨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진지해 보이는 표정으로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오비완은 작게 지어지는 미소를 참지 못했다. 큰 푸른 눈과 동그란 뺨을 볼 때면 오비완은 항상 그 추운 겨울날 문을 두드렸던 순수한 소년을 떠올렸다. 그 눈과 뺨은 아나킨이 한 행동이나 말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 알파가 얼마나 어린지를 오비완에게 일깨워줬다.

"내 옆에 알파가 없다는 걸 걱정해주는 대신에 너를 위한 오메가를 찾는데 집중하는 게 어떨까?"

진지하지만 만족한 표정을 짓고 있던 아나킨의 얼굴이 순식간에 배신당했다는 표정으로 변했다. 미소를 짓고 있던 입꼬리가 아래로 내려가면서 입술이 벌어졌고 뺨은 불타오르듯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아, 형! 그런 말은 왜 해요!" 아나킨은 자신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말을 했는지를 알아차리지 못한 것처럼 칭얼거렸다. 아나킨은 자신에게는 얼마든지 오비완에게 파트너가 없다는 사실을 지적할 권리가 있지만 오비완은 같은 말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만약에 아나킨처럼 너무 강렬하고 변덕스러운 감정을 가진 알파가 옆에 있었다면 오비완은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아나킨의 영혼이 진실로 온화하고 다정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오비완은 아나킨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할 때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나름 작업 중이라고요." 바닥을 향해 고개를 숙인 아나킨은 초조하게 발을 꼼지락거리며 중얼거렸다. 오비완은 거만하고 자신감 넘치는 평소의 아나킨는 반대로 흔치 않게 수줍은 듯이 바닥만 쳐다보고 있는 어린 알파를 미소를 지으며 바라봤다. 그저 순수한 우정으로 이어진 오메가와 시간을 보내는 것은 아나킨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았다. 이 우정을 이어간다면 오메가가 그저 아기를 배는 인큐베이터나 트로피 와이프가 아닌 하나의 인격체라는 사실을 가르쳐 줄 수 있을지도 몰랐다.

"너와 사귀게 된다면 누구나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걸." 오비완은 아나킨의 용기를 북돋아줬다. 그러자 꼼지락거리던 아나킨이 얼어붙더니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오비완을 바라봤다. 아나킨의 눈동자는 커져있었고 얼굴에는 환한 희망이 빛났다. 뺨을 붉게 물들였던 홍조는 약간 가라앉았지만 여전히 남아있었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세요?"

"당연하지. 너는 착한 아이야. 최고의 남자친구가 될 수 있을 거란다. 그러니까 학교의 예쁜 오메가에게 용기를 내서 다가가 봐." 오비완은 아무 생각 없이 몸을 기울여 아나킨의 머리카락을 헝클어 주었다. 아나킨은 이런 애정 표현을 받기에는 자신이 다 컸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오비완에게 아나킨은 언제나 옆집에 사는 착하고 작은 알파처럼 느껴졌다. 비록 오비완의 몸이 아나킨에게 반응하며 반란을 일으킬 지라도 아나킨을 바라보는 오비완의 따스한 시선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었다.

머리에 손길이 닿자 아나킨이 무릎을 살짝 굽히더니 오비완의 손바닥에 머리를 비비면서 무의식적으로 알파의 향을 잔뜩 묻혔다. 마치 더 쓰다듬어달라고 낑낑거리는 강아지처럼 보였다. 손을 떼려고 하자 아나킨의 손이 순식간에 나타나더니 오비완의 손목을 붙잡고 멈춰 세웠다. 그리고 커다란 반대쪽 손을 오비완의 손바닥에 대더니 그대로 깍지를 꼈다. 자신의 손에 비해 아나킨의 손이 얼마나 큰지 인식하는 순간 오비완의 목구멍에 숨이 막혔다. 아나킨이 언제 이렇게 커졌지?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나랑 키가 같았는데? 하지만 어느새 오비완보다 몇 센티미터 더 커진 아나킨은 아직 자라는 중이었다. 오비완은 흥분한 것처럼 욱신거리는 다리 사이를 냉정하게 무시했다.

"고마워요. 믹서기와 나를 믿어주는 말 전부 다요. 정말 내게는 의미가 커요." 무슨 일이든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아나킨의 버릇이 다시 튀어나왔지만 오비완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아나킨의 강렬한 눈빛이 자신을 꿰뚫어보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어.... 그래. 다른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찾아오렴." 오비완은 깍지를 끼고 있는 아나킨의 손을 비틀어 떼어냈다. 그리고 아직 아나킨의 온기가 남아있는 손을 자신의 가슴 앞에 대고 반대쪽 손으로 꼭 쥐었다. 아나킨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한 손에 믹서기를 든 채로 집으로 돌아갔다. 남은 하루 동안 오비완은 꼼꼼하게 스프레드시트를 고치며 밤을 보냈다. 다리 사이의 주름에 맺힌 미끈거리는 액을 무시하고 손안에 남아있는 삼나무 향이 아무렇지도 않은 척 그저 화면만 바라봤다.






오비완 유죄.

아나오비 헤이든유안
2024.01.06 17:5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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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아ㅠㅠㅠㅠㅠ 넘 풋풋하다ㅠㅠㅠㅠㅠㅠㅠㅠ 아나킨을 꼬마로만 보던 오비완이 어느새 훌쩍 커버린 아나킨을 은밀히 알파로 인지하는거 왜케 설레지 ㅠㅠㅠㅠㅠㅠ 아나킨도 오비완을 자기 오메가로 보기 시작한거 같고 ㅠㅠㅠㅠㅠㅠ 넘 귀엽고 설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존잼
[Code: d093]
2024.01.06 19:1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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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좋다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
[Code: 47fe]
2024.01.06 19:1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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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붕 고마워!!
[Code: 47fe]
2024.01.06 19:4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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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근데 아니오비로 오타 난 것 같아 서치가 안돼서ㅠㅠㅠㅠㅠ 지금에야 알았조ㅜㅜㅜㅜㅜ 아나오비로 수정해 줄 수 있을까 제발?!!? 너무 고맙게 잘 읽을게 선설리ㅠㅠㅠㅠ 번역붕 정말 고맙코맙ㅠㅠㅠㅠㅠ
[Code: 2b99]
2024.01.07 00:0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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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ㅆ)헐 나도 몰랐다 ㅠㅠ 알려줘서 진짜 고마워 바로 고쳤음
[Code: 3479]
2024.01.07 14:30
ㅇㅇ
나야말로 코맙ㅠㅠㅠㅠㅠㅠ 너무 재밌다 진짜!!!!!! 아나킨은 훌쩍 커버렸는데 키만 크고 아직 앳된 꼬맹이이던 시절을 기억하는 오비완이 아나킨을 여전히 애로 보는게 너무 좋다... 헉헉 이미 다 큰 알파라고요..!! 사실 아나킨 질문이나 행동 모르는 사이에선 되게 무례하게 여겨질 수 있는데 어릴 때부터 봐온 오비완이 아직 애니까..ㅎ 하면서 받아들이는게 존꼴... 오메가용 속옷을 입어야 하는 거 아니냐니.. 오비완이 오메가용 속옷을 입은 걸 보고 싶다고 들리는건 내 착각일까...? 아나킨이 구시대적인 알파/오메가 관념을 가졌다는게 너무 꼴리는데 오비완이 어린 알파가 잘 크면서 오메가가 그 이상의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걸 가르쳐주고 싶다는 것도 존나 꼴려ㅌㅌㅌ 자꾸 오비완에게 알파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거 바로 나(=알파)가 필요하다는 거잖아!!! 담편이 너무 기대돼ㅠㅠㅠㅠㅠ
[Code: 8186]
2024.01.06 19:5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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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중인 오메가가 오비완인 거 같은데 아무리 봐도ㅌㅌㅌㅌㅌㅌㅌㅌ아 어린 알파 아나킨 진짜 커여운데 조만간 오비완 잡아먹을 거 같다ㅌㅌㅌㅌㅌㅌ번역붕은 사랑이야!!!!!
[Code: 8a13]
2024.01.07 09:5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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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다...번역붕 최고최고..... 다음편이 너무 기다려진다 알파아나킨이 오메가 오비완을 어떻게 요리할지 궁금해...
[Code: 9786]
2024.01.07 23:3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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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완 유죄네 ㅠㅠㅠㅠㅠ 오비완 글케 잘해주면서 딴사람만나라니 ㅋㅋㅋㅋㅋㅋ 하 아나오비 커엽다 ㅠㅠㅠ
[Code: 395c]
2024.01.08 23:4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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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오비의 첫만남
내가 다 아나킨을 소중히 여기게 되는 장면이다ㅜ
[Code: e2b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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