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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뭐든 처음 한 번이 어렵지 그 다음부터는 쉬운 법이라는 말이 있잖음. 해리 형한테 딱 맞는 말이었음. 얼마 전만 해도 에드워드 재우다 자기도 깜빡 잠들고 나면 그 다음 날 엄마 눈치만 보면서 되게 안절부절못했는데, 이제는 자기 집마냥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녔음. 지금도 밥 만들어주겠다고 주방을 돌아다니는 해리 형의 모습이 낯설지가 않았음. 힘도 얼마나 좋은 건지 한 팔엔 에드 안고 남은 손으로 팬을 돌리는데 존나 반할 뻔. 느지막한 주말 오전, 머리엔 까치집을 지은 마르셀이 식탁에 앉아 다정한 부자의 뒷모습을 바라보았음.





셀로 형아. 쪼끔만 기다려. 에드가 맘마해줄게.

응. 그래.

아, 형아! 마음을 담아서 말해조야지.

우와아, 에드워그가 맘마해주는 거 너어무 기대된다. 눈물까지 날 정도야. 여기 보여?





마르셀이 눈물을 닦으려는 듯 눈가를 콕콕 훔쳤음. 그 장난스런 손짓에 에드워드가 꺄르르 하고 웃었음. 에드는 해바라기가 그려진 앞치마를 메고 손에는 야무지게 비닐장갑까지 끼고 있었음. 요리는 해리 형이 다 하고 있는데 만반의 장비를 갖춘 에드워드였음. 저 앞치마도 형이 사온 거겠지. 요새 들어 해리 형은 에드가 입으면 예쁠 것 같다고 이것저것 사왔음. 얼핏 보기에도 비싼 옷들이라서 루이가 부담스럽다고 도로 가져가라해도 은근 고집을 부려서 기어코 에드에게 입히곤 했음. 에드랑 똑같이 생긴 얼굴로 눈꼬리를 추욱 늘어뜨리는데 루이가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지. 나나 알렉스도 덕분에 옷 몇 개 받아입을 수 있어서 땡 잡은 거지 뭐. 지금 입고 있는 파자마도 해리 형이 사준 거였음.





다 됐다! 형아 얼른 먹어 봐! 에드가 새우도 넣고 베이컨도 넣었어.

응. 맛있겠다. 잘 먹을게. 형, 잘 먹을게요.

더 있으니까 많이 먹어. 에드도 이제 밥 먹자.

네에.





에드워드는 자연스럽게 해리 형의 옆에 앉았음. 루이가 없으면 항상 내 옆에 앉았었는데... 아빠가 있다고 형아는 뒷전이 됐나 봄 흑흑. 괜히 유치하게 서운한 마음이 들어 혼자 입술을 쫑긋거린 마르셀이 파스타를 입에 넣었음. 와 미친 존나 맛있어. 아무도 없었다면 깨방정 떨면서 먹었을 정도의 맛이었음. 에드도 입에 맞았는지 와구와구 먹고 있었음. 근데 포크질을 하는 게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면이 자꾸 주르륵 흘러내리자 심통이 난 에드워드의 눈썹이 삐죽 솟았음. 그러자 해리 형이 작게 웃으며 면을 포크로 말아 직접 먹여주었음. 오물오물 먹는 모습이 진짜 아기새같아 보였음. 얌전히 받아먹다가도 야채를 입에 들이미니 단박에 도리도리 고개를 젓는 에드워드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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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잉 브로꼬리 아니야.

브로콜리 아니야? 근데 브로콜리는 에드가 먹어줬으면 좋겠다는데?

... 그러면 에드가 한 번 먹어볼게.





에드워드가 눈 꼭 감고 입을 와앙 벌리고는 브로콜리를 먹었음. 옆에서 형이 우리 에드 잘했다, 너무 예쁘다, 아주 용감하다 등등 온갖 말로 에드를 추켜세웠음. 그럴 만도 하지. 그렇게 싫어하는 브로콜리를 먹었는데. 루이를 닮아 은근 편식이 심한 에드워드였음. 근데 해리 형은 그걸 살살 달래더니 어떻게든 먹게 하는 게 꽤나 익숙해보였음.





형은 에드 정말 잘 달래네요. 저도 야채 먹이려고 하는데 투정 심한 날에는 그냥 져주거든요.

에드 하는 게 루이랑 똑같거든. 그래서 그런가봐.

에드랑 마미랑 똑같아! 히히.

너 편식 심하다고 말하는 거야.

아니야! 편식 아니야!





마르셀은 작게 킥킥 웃고는 파스타를 또 한 입 먹었음. 해리 형은 잠시 뭔가를 떠올리는지 시선을 내리깔고 있었음. 미소가 번지던 형의 얼굴에 씁쓸함이 맴돌았음. 예전에 엄마랑 있었던 일들을 추억하는 걸까? 그때 에드워드가 식탁에 내려앉은 침묵을 깨트렸음.





해리, 에드 새우 줘. 새우 먹을래.

그래. 우리 에드가 좋아하는 새우 먹자.

이거 마미도 좋아해. 형아, 그치? 마미도 새우 파스타 좋아하잖아.

에드워드 다 기억하고 있었네? 나중에 엄마한테도 해주자.

내가 만들어줄래! 에드가 해리한테 배웠어.





에드워드가 제 나름 파스타 레시피를 조잘거렸음. 마르셀은 끄덕끄덕 하며 이야기를 들어주다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틀었음. 해리 형이 의아하단 얼굴로 저를 바라보고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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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루이가 엄마야?

맞아! 마미는 셀로 형아랑 렉스 형아랑 에드 마미야! 그치이?

루이가 저랑 알렉스 입양했어요. 우리 고아거든요. 자기랑 비슷한 처지여서 눈에 밟혔나봐요.





마르셀이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뱉었음. 한때 고아라는 말이, 세상을 부모로 알고 살라는 사람들의 말이 미치도록 싫었던 적이 있었음. 남들한테 다 있는 부모가 왜 우리한테만 없나 싶어서 세상 모든 게 원망스럽기까지 했음. 근데 그것도 다 옛일이 되어버렸음. 뒤늦게나마 만난 엄마가, 또 다른 동생이 있었으니까. 루이랑 에드만 있으면 아빠는 굳이 없어도 된다 생각했었는데, 하나 둘 갖다보니까 은근 그것도 욕심이 나지 뭐임? 다정하고 요리도 잘 하고 심지어 돈도 많아. 무엇보다 루이를 사랑하는 해리라면 루이가 사랑하는, 생판 남인 우리들도 품어내지 않을까 싶었음. 그리고 그 예상은 어느 정도 맞는 것 같음. 해리 형은 은근 얼굴에 다 드러나는 타입이거든. 내로라하는 기업 임원이 이렇게 쉽게 파악되도 되는 건가 싶어서 작게 키들거린 마르셀이 장난스레 한 마디 덧붙였음.





형, 우리한테도 잘 보여야 할걸요?

바라는 거 있으면 말만 해. 알지? 나 해리 스타일스야.





해리의 능글맞은 대답에 마르셀이 또 키들키들 웃었음. 얌전히 앉아 해리 형이 골라준 새우를 콕콕 찍어먹던 에드워드가 손을 번쩍 들더니 뭐라 조잘거렸음.





에드도, 에드도 해조!

응. 우리 아기 뭐 해줄까?

허어 근데 너무 많은데 어떡하지?

에드가 바라는 거 아저씨가 다 해줄테니까, 걱정 말고 지금 당장 해줬으면 하는 거 말해 봐.

그러면 있지이. 해리가 에드 꼬옥 안아줬음 좋겠어.

오, 에드워드...





해리 형은 감격에 겨운 목소리로 울먹이더니 에드워드를 꼬옥 끌어안았음. 에드워드도 히히 웃으며 형의 뺨에 제 볼을 부비부비했음. 마르셀은 밥 먹다 말고 뭐하는 건가 싶었지만 퍽 보기 좋은 모습이라 그냥 웃고 말았음. 심지어 형은 텐션이 업된 건지 나까지 끌어안으려길래 사양하느라 진땀빼기도 했음. 한참을 안겨 있던 에드가 제 자리를 두고 해리 형의 무릎 위에 엉덩이를 붙였음. 형은 불편하지도 않은지 간간이 에드한테 밥을 먹이며 자기도 먹었음.

그때 식탁 위의 핸드폰 하나가 웅웅거렸음. 제 것인 줄 알고 손을 뻗던 마르셀이 이내 거두었음. 해리 형의 것이었음. 형은 화면을 슬쩍 보더니 거절을 누르고는 다시 에드에게 집중했음. 그러자마자 다시 핸드폰이 웅웅거리기 시작했음. 이번에도 아무렇지 않게 거절을 누르고는 아예 무음으로 바꿔놓았음. 근데 별 소용은 없었음. 소리는 안 나지만 화면이 계속 번쩍였거든. 보다못한 마르셀이 조심스레 말을 건넸음.





형. 전화 오는데요.

안 받아도 돼. 모르는 번호야.





마르셀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였음. 어느새 식사를 마친 형은 에드의 정수리에 짧게 입을 맞추고는 빙긋 웃어보였음. 그리고는 과일을 가져오겠다며 에드를 대롱대롱 매달고 자리에서 일어났음. 사과가 먹고 싶다며 천진난만하게 말하는 에드워드의 목소리를 귀에 담던 마르셀이 힐끔 또 핸드폰에 시선을 두었음. 형의 핸드폰 화면은 끈질기게 번쩍이고 있었음. '아버지'라는 글자가 둥둥 떠다니는 화면을 보며 마르셀은 눈썹뼈만 긁적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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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일찍 마친다고 마친 건데 집에 오니 또 10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음. 루이는 현관에 놓인, 이젠 퍽 익숙한 신발을 내려다보다 아무 말도 않고 그냥 집으로 들어섰음. 먼저 마르셀 방으로 들어가려다가 방향을 틀어 에드 방으로 직행하던 것도 멈추고 그냥 샤워실로 들어가버린 루이였음. 오늘 마르셀이 학교 시험 끝나서 친구 집에서 놀다가 알렉스랑 같이 하룻밤 자고 오겠다 그랬거든. 그리고 에드도 해리랑 얌전히 자고 있을 거라 생각했기에 샤워를 택했음.

재빠르게 씻고 나와서 에드워드 방으로 갔는데 아무도 없었음. 순간 불안한 마음이 들어서 루이가 다급하게 마르셀 방으로 향했는데도 에드와 해리는 보이지 않았음. 루이는 아까보다 더 조급한 손길로 제 방문을 덜컥 열었음. 쿵쾅거리던 심박이 이내 안정을 찾았음. 은은한 스탠드 불빛이 에드워드와 해리의 얼굴을 엷게 감쌌음. 멋대로 제 침대에서 자고 있는 해리에게 화낼 힘도 없었음. 그렇지 않아도 오랜만에 알렉스 없이 혼자 일하느라 기력이 쏙 빠진 루이였음. 어쩌면 화내고 싶지 않은 걸 수도 있었지만 그런 마음쯤은 뒤로 밀어두었음. 그래서 에드 이마에 뽀뽀하고는 오른편에 비워진 자리에 몸을 누였음.

오늘도 똑같은 자세로 자고 있는 해리와 에드워드를 바라보다 작게 웃었음. 뭔가 배치가 이상했음. 원래라면 애기가 중간에 있어야하는 거 아냐? 왜 다 큰 어른이 중간에서 자고 있냐. 별 게 다 웃겨서 혼자 키들거리던 루이가 이내 등을 돌렸음. 그때 잠결에 움직인 건지 제 허리께에 팔을 두른 해리였음. 루이는 점점 힘이 실리는 손길을 느끼며 작게 중얼거렸음.





안 자는 거 다 안다.

아닌데. 해쟈 자고 있는데.





그 예전 해리와 자주 치던 말장난에 순간 목이 매어 속입술만 꾹 깨물었음. 별 다른 말을 않으니 용기를 얻은 건지 점점 더 엉겨붙어왔음. 루이는 저를 안아오는 손을 겹쳐잡지도 못하고 혼자 주먹만 꽉 쥐고 있었음.





깼으면 가라.

싫어. 안 가. 어두워서 무서워.

해리. ... 이제 네 집 가.





루이가 작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음. 해리는 제 말이 들리지 않는다는 듯이 더욱 더 힘을 주어 나를 끌어안았음. 그리고는 목덜미에 입술을 묻으며 뭐라 웅얼거렸음.





여기가, 루이 네가 있는 곳이 내 집이야.





느릿하면서도 낮은 목소리가, 다정한 말이, 따스한 품이 변한 게 하나 없어서 결국 눈물이 터져나왔음. 애기가 깰까봐 소리를 죽인 채 눈물만 주르륵 떨어트렸음. 등 뒤에서 뻗어나온 손이 조심스레 눈물을 훔쳐줬지만 별 소용은 없었음. 지금까지 고여있었어서 그런가 닦아도 닦아도 자꾸만 흘러나왔음. 루이는 그 손을 잡아주지도 않으면서, 그렇다고 밀어내지도 못하고 훌쩍이고만 있었음.

해리를 다시 만난 후론 항상 그랬음. 냉랭하게 대하다가도 나도 모르는 사이에 풀어지고. 대놓고 미워하고 못되게 굴 거라 다짐했는데 그러지도 못하고.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마음이 불쑥불쑥 튀어나와서 다 막아버렸거든. 돌이켜보면 그럴 수밖에 없었음. 살면서 가장 사랑한 사람이었음. 다시는 이런 마음을 가지지 못할 정도로 말임. 그런 꼴을 당하고도 제대로 미워하지도 못하는 제 자신이 서글퍼서, 도리어 원망스런 마음이 불쑥 들었음.





왜 왔어.





난 네가 없는 동안에도 잘 살았는데, 그렇게 잘 살 수 있었는데. 왜 또 다시 나타나서 나를 들쑤셔. 차마 내뱉지 못한 말들도, 해리를 떠올리며 울던 밤들도 모두 모른 척한 루이였음.





루이가 보고 싶어서, 너 없이 살다간 내가 미쳐버릴 것 같아서...

...

내가 너무 늦었어. 미안해. 울지마...





그러면 그때 날 왜 떠났어, 왜 이제서야 날 찾아왔어. 라는 말들도 억지로 삼켜내었음. 이제와서 그런 말 해봤자 뭐하겠어. 서러운 마음에 작게 흐느끼던 루이에게로 또 다시 해리의 손이 뻗어져왔음. 루이가 그 손길을 피하며 해리를 밀어내었음. 마음을 다잡았음. 더 흔들려선 안 된다고 생각했음.

뭐든지 처음 한 번이 어렵지 그 다음부터는 쉽다잖아. 이번엔 나만 버려지는 게 아니잖아. 나도, 우리 애들도 다 같이 버려지는 거잖아. 눈을 꾹 감고 있던 루이가 느릿하게 눈꺼풀을 들어올리고는 몸을 돌렸음. 물빛이 스민 초록색 눈동자를 마주한 순간 루이는 후회했음.





많은 거 안 바랄게. 다시 사랑해달라고도 안 할게. 그냥 옆에 있게만 해 줘... 제발.





눈물로 흠뻑 젖은 얼굴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나 아린데. 보기만 해도 사랑하는 마음이 이는데 얘가 아파하는 걸 보고만 있을 리가 없잖음. 그리고 루이도 알고 있었음.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 해도, 설사 수백 번 수천 번을 버려진다 해도 해리를 사랑할 거라는 걸. 결국 마주하게 된 속내에 루이가 무너지듯 해리에게 안겼음. 멍하니 굳어있던 해리도 나를 꽉 끌어안았음.

어느샌가 어깨 한쪽이 축축하게 젖었음. 해리는 아이가 깰까봐 소리도 못 내고 울었음. 어찌나 서럽게 우는지 숨까지 헐떡이는 게 안쓰러워서 조심스레 등을 토닥이니 더 펑펑 우는 해리였음. 한참동안 눈물을 쏟아내던 해리도 진정이 됐는지 나를 안고 꿈질거렸음. 그러더니 우물쭈물 뭐라 또 웅얼거렸음.





루우 키스해도 돼?

이 멍청아.

나 또 멍청이야...? 왜...?

그런 걸 물어보면 어떡해, 무드없게.





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말을 하고 똑같은 표정을 짓는 해리를 끌어당겼음. 놀라서 눈만 꿈뻑꿈뻑 뜨다가도 쭈욱 내미는 입술마저 그때랑 똑같았음. 아 눈이 퉁퉁 부은 건 또 다르네. 작게 키들거린 루이가 해리의 입술에 몇 번이고 입을 맞췄음. 그러다 벌린 틈새로 밀고 들어오는 혀를 감아올리며 눈을 감았음. 지금 이 순간만큼은 혀끝에 닿아오는 달큰한 숨결에만 집중하는 루이였음.








ㅅㅈㅈㅇ
대디찾기 놀이하다가 찐으로 대디를 찾아버린 에드워드 7

해숙루이 래리
2024.02.12 23:18
ㅇㅇ
모바일
루이네 가좍들 행복했으면 좋겠는데 아버지 전화가 너무 걸린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20dd]
2024.02.13 03:44
ㅇㅇ
모바일
센 센세는
세 천재다...ㅜㅜ
[Code: 196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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