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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30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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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ㅈㅈㅇ ㅇㅌㅈㅇ







어떻게 이럴 수 있지. 크리스는 제가 잠이 든 줄도 모르고 눈을 떴다가, 눈 앞의 광경에 다시 셔터를 내리듯 감았다. 이럴수가 있냔 말이야. 크리스는 잘 잤다. 그것도 아주 끝내주는 숙면을 해버렸다. 지난 며칠 계속 수면부족이었다 쳐도 어떻게 브래들리와 한 침대에서 자면서, 한 번도 깨지 않고 아침까지 푸욱 늘어지게 잠을 자냐고. 브래들리는 크리스와 마주 보는 방향으로 잠들어 있었다. 그는 어젯밤까지만 해도 분명 티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지금은 벗은 상체에 시트가 반쯤 감겨 있다. 그 대단한 시각적 자극에 크리스는 다시 눈을 뜨기가 망설여졌다. 출근 해야 되는데 어쩌지, 슬쩍 실눈을 떠본다. 헉, 언제부터 떠 있었는지 모를 푸른 눈과 바로 마주쳤다.

"잘 잤어?"

크리스는 대답보다 몸이 먼저 움직였다. 몸을 반대로 굴리느라 치워내지 못한 시트가 둘둘 말린 채 상체를 세웠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모기만한 소리로 웅얼대면서 시트 속에서 벗어나려 뚝딱대는 걸, 자다 일어난 사람 같지 않게 유연한 동작으로 일어난 브래들리가 손수 걷어내줬다. "안녕히 이런 거 안 하면 안될까." "...네?" "잘 잤어요? 라고 물을 수 있잖아." 눌린 머리칼을 쓸어넘기는 손에 크리스는 퉁퉁 부어있을게 뻔한 얼굴이 급작스레 신경쓰여 얼굴을 가리면서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와중에 그의 벗은 몸을 보지 않으려 눈을 돌리다 보라색으로 변해가는 시퍼런 팔 때문에 또 놀란다.

"브래들리.. 팔이요,"
"보기에만 그렇지 안 아파."

징그럽긴 하다며 티셔츠를 집어든 브래들리가 빨리 움직여야 겠다고 시계를 가리킨다. 심지어 늦잠까지 자다니. 크리스는 조금 자괴감을 느끼며 제 이불을 뭉쳐 들었다. 욕실로 향하던 브래들리가 웃으면서 말한다. "어차피 다시 가져올건데 그냥 둬." 크리스는 베개까지 싹 안아들고 방 밖으로 뛰쳐 나갔다.

저녁을 굶다시피 한 두 사람이라 달걀을 두 배로 풀고 토스트도 더 구웠다. 아침이지만 어제 그 엔칠라다도 데워 올려 한 상이다. 후다닥 움직인 덕에 식사 할 시간은 충분했지만 크리스는 괜히 더 부지런히 포크를 놀렸다. 애써 모른 척 하고 있긴 하지만, 눈을 들어 올릴 때마다 브래들리가 어김없이 저를 보고 있어서 부산하게 움직이지 않을수가 없다. 적응될 때도 됐는데 여전히 그는 시선 만으로 제 심박수를 오르내리게 한다. 크리스는 참지 못하고 하실 말씀 있느냐 물었다.

"결혼식 진짜 안 할거야?"

씹고 있던 빵조각을 마침 삼켜서 다행이었다. 고개를 끄덕이고 물을 마시는 크리스를 보던 브래들리가 커피잔을 내려 놓는다. "그럼 빨리 혼인 신고 하자." "그거, 세레모니랑 다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던데요..." "사무실에서 하잔 말이야?"

왜 안 돼? 하는 표정의 크리스라 되려 브래들리가 민망하고 삐죽해졌다. 저도 유난 떠는 건 별로지만, 그래도 서약하는 자린데. "그건 내가 고민해볼게. 증인도 내가 구해?" 지난번엔 증인이 마땅찮다고 우물거려서 기다렸는데, 감감 무소식이라. 포크 끝을 물고 고민하나 싶더니 음..부탁드려요, 하고 다시 먹던 접시에 집중한다. 브래들리는 그 복슬한 머리꼭지를 잠깐 구경하다가 기왕 구색 없이 할 거 당장 다음 주 출국 전에 해버릴 요량으로 계획을 짰다.




브래들리의 등장에 팀원들이 야유를 퍼부으려다 말고 동시에 놀란 소리를 냈다. "팀장님, 뭐 오지로 외근 갔다 왔어요?" "베어 그릴스랑 캠핑이라도 하신 거?" "얼굴이 그냥 없어지셨네." "날 그렇게 들볶았으니 어디 얼마나 잘 해놨나 보자고." 브래들리는 정오가 가까워질 때 까지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일을 처리해 나갔다. 허니가 팀장실을 흘끔거리며 혀를 찼다. "가끔 보면 안 됐어. 저것도 병이라니까 진짜."

모든 직원이 팀장실을 들렀다 나오고, 제 차례만 남았을 때 크리스는 탕비실에서 에너지바와 초콜릿 따위를 챙겼다. 팀장실 블라인드가 다 내려지더니 내선으로 호출이 들어왔다. 크리스가 직접 컨펌 받을 일은 없었지만 보고서 몇 개를 챙겨들고 팀장실 문을 노크한다. 혼날 일도 없는데 왜 이 문 앞에만 서면 떨리는지 모르겠다 생각하며.

문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책상이 아닌 소파에 앉아 있는 브래들리는 목을 기대 젖히고 눈을 감고 있었다. 크리스가 다가가자 그는 양 팔을 벌렸다. 무얼 뜻하는지 알았지만 크리스는 서류철을 들고 머뭇댔다. 한 쪽 눈만 살짝 뜬 브래들리가 벌린 손을 까닥이며 말한다.

"호르몬 안정 타임."
"여기서요?"
"약속했잖아."

말인 즉슨, 어젯밤 침대에 나란히 누워 두 사람은 적잖은 이야기를 나눴다. 브래들리는 서로의 호르몬 안정을 위해 적당히, 그러나 주기적으로 스킨십을 해야한다 주장했다. 크리스가 괜히 제 호르몬 얘길 떠들었구나 생각 했을즘엔 이미 때늦은 후회였다. 그의 침대는 꽤나 넓어서 보통 덩치가 아닌 두 사람이 나란히 누워도, 손을 뻗지 않는 이상 몸이 스칠 일은 없었다. 약속대로 브래들리는 정말 손 한번 뻗지 않았고. 그럼에도 크리스는 이불을 꼭 덮어쥐고 천장을 응시하며 뻣뻣하게 누워 있었다. 애석하게도 어떻게 잠들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그 약속 또한 기억이 안 난다 발뺌하고 싶었는데 브래들리는 한참 별 것도 아닐 포옹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으, 그는 저도 모르게 소리를 낼 만큼 꾹 끌어 안아왔다. 크리스의 갈 길 잃은 손이 그의 등을 어색하게 토닥이기 시작했다. 푸스스 새는 웃음에 피곤이 느껴졌다. 브래들리는 잠을 잘 못 잤나보다. 어제부터 기본적으로 계속 안색이 좋지 않은 탓에 몰랐다. 페로몬은 좀 그렇고, 성의 있게 마주 안아야겠다 생각한 크리스가 굳히고 있던 몸에 힘을 풀고 자세를 더 편하게 바로 잡았다. "착하네." 이상하게 간지러워지는 말은 못 들은 척 한다.

한동안 그러고 있으려니 쌓이는 민망함과 뻐근해지는 몸에 크리스가 물었다. "저, 효과가..있어요?" "응, 넌 안 그래?" "모르겠어요.. 힘들구." "그럼 효과 빠른걸로 하고 끝낼까." 크리스가 들어는 보겠다는 듯 그의 팔에서 빠져 나왔다. "점막 접촉이라던지."

무슨, 뭐를 접촉? "그..건 좀 아닌 것 같네요..." 슬금 물러나는데 손이 잡혔다. 크리스는 다른 손으로 주머니를 뒤져 초콜릿을 꺼내 그의 손에 쥐여줬다.

"우리 약속하기를 건전하고 주기적으로, 였잖아요."
"뽀뽀가 뭐 얼마나 불건전 하다고."
"불건전해질 여지가..있어요."

뽀뽀.. 듣기엔 깜찍한 그 단어는 말한 사람이 브래들리기 때문에 결코 건전할 수가 없었다. 적어도 크리스에게는. 그와 하는 입맞춤이 얼마나.. 어떤지, 이제는 알아서.

브래들리가 손 위의 올려진 스위츠를 들여다 보다가 포장을 벗겨내며 말했다. "너 가끔 보면 냉정하단 말이야." 냉정한 게 아니라 생존 본능에 가까운 거라 해야 맞을거다. 그 장단 다 맞추다간 심장이 남아나질 않을거야. 포장이 벗겨진 작은 초콜릿은 크리스 입술에 와 닿는다. 입은 꼭 다물고 뜨거워지는 귓바퀴를 원망하며 생각한다. 저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세상 사람 다 꼬여 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크리스도 질 수 없다는 생각으로 초콜릿을 집어 들어 가져다 대니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웃으며 입술을 벌렸다. 질 수 없긴, 애초에 승부 자체가 성립이 안 돼. 초콜릿의 단 맛이 별로인지 살짝 찌푸린 인상이 너무 섹시해서 크리스는 황급히 시선을 바닥으로 내던졌다. "아." 먹어야 이 일방적으로 위험한 안정 타임이 끝날 것 같다. 얼굴에 내려 앉는 눈빛을 못 견뎌 눈을 감고 입술을 조금 열었다. 바로 집어 넣어질 거라 생각한 초콜릿은 입술 위에 잠깐 멈춰 있다가, 반 쯤 들어오나 싶다가 다시 떨어져 나갔다. 브래들리의 입 속으로 사라지는 걸 차라리 못 봤으면 좋았을텐데. 크리스는 또 얼어버렸다.


- 몸은 좀 어때.
"나아졌어. 열도 안 나고."
- 오메가 테라피는 잘 하고 있어?
"하는 중이니까 그 얘기하려면 끊어."
- 아니, 너 정밀검사 결과 나왔는데,
"잠깐만."

얼음이 된 크리스 앞에서 태연하게 울리는 전화를 받은 브래들리는 얼핏 통화 내용이 다 들릴만큼 지척에서 대화하다 갑자기 일어났다. 데스크 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뺨과 귓가를 쓸고 간 손 때문에 크리스는 그의 뒷모습에다 대고 아주 마음껏 얼굴을 붉혔다. 갑자기 해동된 머리가 녹은 치즈라도 된 것 마냥 흐물거렸다. 자신이 너무 손해 아닌가 생각한다. 안정은 커녕 페로몬 없이도 어딘지 알고 싶지 않은 곳이 당기며 불편해지니까.




퇴근 후 계획을 잔뜩 세워놓은 브래들리를 따라 다니느라 크리스는 진이 빠졌다. 혼인신고를 위한 라이센스를 신청하는 것까진 괜찮았으나, 상점 몇 군데를 들려 크리스로선 알 수 없는 무언가를 제작하기 위한 계약을 여러 개 했다. 마지막으로 테일러 샵에 들러 치수를 재고, 눈 앞에 죽 펼쳐지는 수 개의 디테일 따위를 뭐가 뭔지도 모르고 골랐다. "설명을 들어도 모르겠어요.." 푹신한 소파 끝에 편치 않게 앉은 크리스가 기운 빠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 곁에 서서 책자를 보던 브래들리는 크리스 이마에 흐트러진 앞머리를 쓸어주며 이제 다 끝나가니까 저녁 뭐 먹을지 생각해보라 이른다. 망설이다 브래들리를 슬쩍 올려다 본 크리스는 마주친 눈에 몰래 가슴께를 꾹 눌렀다. 저만치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던 수염이 멋진 할아버지가 브래들리를 불렀다. 그 뒷모습을 보면서 한숨을 삼켰다.

브래들리가 달라졌다. 러트 이후를 기점으로, 그러니까 어제부터 오늘 하루 뿐이긴 하지만. 아무리 제 착각이겠거니 생각해보려 해도 그 푸른 눈의 밀도를 모를 수가 없었다. 그는 원래 다정했지만 지금까지는 호의로 포장할 수 있었다. 계약 결혼한 상대를 향한, 동료애에 가까울 것이라 생각하고 딱 그만큼으로만 받아들이기 위해 크리스는 매번 노력했다. 그런데 며칠 만에 그는 사랑하는 짝을 보는 알파처럼 크리스를 보고 있다. 너무 투명하게 내보이는 감정에 순식간에 궁지로 몰리는 기분이었다. 오래 건너 뛴 러트를 같이 보낸 오메가에게 든 일시적인 정이겠거니 치부하려 했으나, 퇴근 길 둘만 탄 승강기 안에서 그 숨막혔던 마주침은 그리 가벼이 여길 수 없게 진중하고 애틋하기까지 했다. 심지어 크리스는 그의 손을 먼저 잡아 진공 안에서 벗어났다. 본능이 그리 시켰다. 그 시선을 더 받아냈다가는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의 감정에 어떤 변화가 있었다 하더라도 크리스는 제 입장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거라 생각한다. 문제는, 역시 이런 것들이었다. 크리스를 만지는 손, 호르몬 안정을 위함이라는 스킨십. 제게 닿는 시선의 온도가 달라지니 배로 버거워졌다. 일일이 견딜 생각에 까마득 했다. 지금도 그는 직원과 대화를 나누며 크리스 쪽을 보고 있다. 더는 착각이 아닌 애정이 서려 있는 표정. 사랑 받고 싶다, 생각했던 때도 있었다. 그가 베푸는 친절의 기반이 사랑이었으면 하는 욕심도 부렸었다. 막상 바랐던 것 이상의 표현이 제게로 향하자 솔직한 속내로는, 변덕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대처 해야한다는 생각이 앞선다. 브래들리처럼 당당하게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내보이기엔 자신은 겁쟁이라서. 크리스는 마주 웃어보이기 힘들어 고개를 숙이고 그의 시선 밖으로 달아났다.





"꽃도 모자라 화분이냐."

웬일로 직접 문을 열어주러 나온 에드워드가 브래들리의 손에 들린 식물을 보고 볼멘 소리를 했다. "저것도 시들지 말라고 물에다 무슨 배합을 하고 난리였어." "그러게 평소에 좀 안겨주고 했어야지." "내가 주는 거랑은 다르대잖아." 은근 짜증이 비친 얼굴이라 브래들리는 웃음이 샜다. 브래들리가 말했던 예의 그 자리에서, 꽃은 과연 시들지 않고 생생해 보였다.

"너 얼굴이 왜 그래?"
"내 얼굴이 어떻다고 보는 사람마다 그러네."

그나마도 크리스가 야단법석이라 끼니 따질 것 없이 열심히 먹어대서 얼마 회복은 됐다. 주머니에 먹을 걸 잔뜩 들고 다니면서 내버리지도 못하게 포장을 벗겨 들이밀지를 않나, 식사 시간엔 앞에 앉아 브래들리 드세요 드셔야 돼요 접시 밀어주기 바쁘고. 후식이라고 달아빠진 쉐이크를 쥐여 주길래 몇 모금 넘기다가 못 먹겠어. 내 배 좀 봐, 하고 부른 배 보여주니 물끄럼 자기 배 내려다 보면서 눈썹 좁히고 입술 뾰족 내미는 게 그렇게 귀여워서, 꾸역꾸역 한 컵 다 비운 게 오늘 점심이었다. 정말로 시간만 지나면 돌아올 체중인데 크리스가 그리 구는 게 귀엽고 기꺼워서 못 이기는 척 즐기며 받아주는 중이다.


"어디 가셨어?"
"일 하고 있어. 회의 중."

안 쪽 문을 가리킨 에드워드가 티 트레이를 들고 서재로 발을 옮긴다. 출국 전 마지막으로 하는 점검 차원의 미팅이었다. 사실 진짜 용건은 따로 있었던 브래들리가 패드 따위를 정리하며 말했다. "형, 크리스 증인 좀 해줘." "뭐하러?" "결혼식 안 할거라서." 자신과 아주 닮은 남자가 설명을 요구하는 듯 눈썹을 들어올린다. 나도 저렇게 재수 없어 보이려나. 브래들리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크리스가 안 한대."
"뭐, 그 자리에서 서약하고 신고 한다는 거야?"
"그러면 좋겠다는데."
"괜찮은 거 맞아?"

손에 들고 있던 것도 내려놓고 짐짓 심각해지는 형을 보고 브래들리도 동요를 했다. "좀 이상하지?" "일반적이지는, 아니, 너네 계약 자체가 이미 일반에서 벗어났어." 짚어주지 않아도 될 문제를 굳이 꼬집은 에드워드가 손을 휘휘 저었다.

"내 증인은 형이 형수님한테 얘기 좀 해주라."
"멜? 멜은 갑자기 왜."
"전 형수님 말고."

이번엔 브래들리가 인상을 좁히며 엄지로 어깨 너머를 찔렀다. 찰나 였지만 에드워드의 표정이 멍해졌다가 돌아온다. 실룩이려는 뺨을 슬쩍 내리 누르는 손에 브래들리는 한 소릴 하려다 말았다. 뭐야, 소름돋게. 내가 다 간지럽네.

"직접 부탁해봐."

"형수님이라 꼭 말하고." 에드워드는 이제 올라간 입꼬리를 감추지 않았다. 낯이 뜻 모를 기대로 빛난다. 그들 사연이야 알아보려면 알 수도 있겠지만 브래들리는 형이 직접 말해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여겼다. 꽁꽁 감춰두고만 있던 그를 소개한 것이 겨우 재작년이다.

"형은 왜 안하는데."
"매년 새해 카운트다운 하면서 청혼하는데 거절 당해."

브래들리가 대놓고 혀를 찼다. 자긴 나보다 더 하면서 잔소리는. 저녁 먹고 갈거냐는 물음에 고개를 저으며 트레이를 집어 들었다. 응접실에는 일을 끝낸 남자가 화분에 감겨 있던 리본을 꼭꼭 접으면서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화분 둘 자리를 찾는 모양이었다. 브래들리는 트레이를 에드워드에게 넘기며 그를 불렀다.

"형수님."
"어.. 음, 네?"
"부탁 드릴 게 있는데."
"네.. 네. 말씀하세요."

그의 수런거리는 시선에 괜히 헛기침이 나왔다. 제 어깨 너머, 에드워드에게 갔던 눈을 결국 손에 쥐고 있던 리본으로 떨구고 기다린다. 언뜻 보이는 뺨이 그새 붉어져 있어서, 이쪽도 여간 부끄럼쟁이가 아니구나 생각하며 걸핏하면 빨개지는 크리스를 떠올렸다.

"제 결혼 증인 형수님이 해주실 수 있나 해서요."
"제가? 저, 음.. 저로도 괜..찮으실까요."
"형은 크리스 해주기로 했어요."

반짝이는 눈은 다시 어깨 너머에 머물렀다 돌아온다. "그럼요.. 당연히, 해드릴게요." 어째 입꼬리가 삐걱이는 듯 보이긴 했지만, 온 얼굴에 화색과 기쁨이 번져 있어서 브래들리도 가벼운 마음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슬슬 돌아가야겠다 싶어 화장실로 향하려는데 브래들리가 자리를 뜨기도 전에 에드워드는 그 잠깐을 못 참고 남자의 뺨을 만지작대며 말했다. "얼굴은 왜 붉혀?" "...기뻐서요."

진작 그렇게 불러 줄 걸 그랬나. 사실 그간 만난 적이 몇 번 없어 딱히 부를 일이 없긴 했다. 현관으로 향하는 저를 마중 나오는 두 사람의 편안한 분위기가 내심 부러웠다. "화분은 볕 잘 쪼여주고 물도 잘 줘야 안 죽는대요." "네.. 고마워요." "손 많이 가는 걸 뭐하러 가져오냐고." "이 집엔 녹색이 부족해." "우리 자기 눈동자면 충분한데." 우웩. 브래들리가 아이처럼 싫은티를 내자 형수는 하하, 작지만 청량한 웃음을 터뜨렸다. 늘 가만하고 조용하던 사람이 소리내 웃는 것에 브래들리도 기분이 좋아진다. 좀 느끼하긴 해도 형의 저런 편안한 모습은 본 적 없었으니까 이 좋은 영향은, 저 사람으로부터 받은 것이다. 고마울 따름이다.


증인 포섭도 끝났고 Dune의 에이전시 인수 건만 마무리 하면 되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핸들을 톡톡 두들기는 손가락과 심각한 미간은 짐짓 대단한 작전이라도 짜는 듯 보일테지만 브래들리의 골몰은 오늘 밤 크리스를 어떻게 구슬려야 같이 잘 수 있을까, 뿐이다. 지난 밤에는 기어코 제 방으로 도망가는 걸 잡지 못했다. 잠을 못 자겠다고 비굴한 연기라도 해야 할 판이다. 크리스와 한 침대에 자는 것이 오히려 브래들리의 불면을 부르긴 하지만 잠을 덜 자더라도 그렇게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곤란해 하는 걸 놀릴 속셈도 음험한 욕구도 아니다. 스스로도 이해가 안 되지만, 그래야 할 것 같았다.






"그냥 안고 자고 싶어서."

궁리 끝에, 정공법 밖에 답이 없었다. 저녁을 먹고 각자 씻고 나와 적당히 때려 부수는 액션 영화를 재생시켰다. 제게 손을 내준 채 화면에 집중한 얼굴을 영화보다 더 많이 봤다. 크리스의 아이 같은 인상은 저 동그란 이마가 한 몫 하는 것 같다. 저 날렵한 코는 잘생긴 인상에 예쁨을 더한다. 좀처럼 통통해지지 않는 뺨이 아쉽다 생각하며 총성으로 시끄러운 영화를 흘긋 거리다, 아예 크리스 쪽으로 몸을 틀었다. 언젠가 그를 볼품 없다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그러면서도 자신은 크리스를 택했다. 내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당신을 사랑하면서부터 보지 못했던 것을 봐요. 이제는 빛나는 그를 누군가 알아 볼까 날을 세워야 할 지경이다. 브래들리는 조급해지려는 성질을 다잡는다. 무심결에 힘을 준 손 때문인지 고개는 정면에 고정한 채로 거의 끝나가요.. 하는 말에 브래들리는 그러거나 말거나 잡은 손을 당겨 들여다 봤다. 통통하고 큰 손을 이리저리 뒤집어 구경하고 주물럭거리자 성가셨는지 크리스가 힘을 줘 빼냈다. 크레딧이 올라가는 걸 종료시키고서 묻는다. "재미 없었어요?" "눈 아파서." 반만 진실인 말을 하며 티비를 끄고 일어났다. 얼추 누워도 될 시간이라 크리스 방 쪽으로 향하는 브래들리를 크리스가 따라왔다. "오늘은 같이 자야 돼." 아주 문 앞에서 기다릴 기세로 말하니 왜냐고 묻는다. 진짜 궁금해서 묻는 게 아니란 걸 안다. 오늘은 손 안 댈 생각 없으니까 얄팍한 거짓말은 치우고 솔직하게 말해줬다. 헛숨을 삼키는 크리스의 반응에도 태연을 가장하고 덧붙인다. "안고만 잘거야."
















이걸 못 끝내고 결국 해를 넘기는군
읽어줘서 항상 고맙다 뿌랫들 새해 복 많이 받고 내년에도 어디 가지 말고 건강하게 꾸프 파기로 약속해 💙💚
뿌꾸프랫
2023.12.30 22:0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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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ㅠㅠㅠㅠㅠㅠ 새해선물... .... 새해선물인가ㅠㅠㅠㅠㅠㅠㅠㅠ 너무 좋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크리스 결혼식 해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늦더라도 둘이 꼭 결혼식하면 좋겠다ㅠㅠㅠㅠㅠㅠㅠ 뿌팀장 크리스 불안함 얼른 해감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be1d]
2023.12.30 22:0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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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사랑하고.. 센세도 새해 복 많이 받고 연재해줘서 고맙고 ㅠㅠㅠㅠ크아아아 사랑해 내센세 신년에도... 평생영원히 함께해ㅠㅠㅠㅠㅠㅠㅠ
[Code: be1d]
2023.12.30 22:2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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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막 접촉이라던지."
무슨, 뭐를 접촉?
"그..건 좀 아닌 것 같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씨 크리스 너무 귀여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브래들리가 그동안 맨날 짖궃게 놀려먹은 이유가 있다 이미 볼 거 다 본 사이에 부끄러워하기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놓고 아직도 짝사랑이라고 착각하는 저 눈새를 어쩌면 좋아...ㅅㅂ크리스야 정신차려 브래들리가 병신이야? 안 사랑하는데 다정하게??????
[Code: ff81]
2023.12.30 22:2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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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중에 결혼도 안 했는데 형수인 <그 분>에게 매년 새해 카운트다운 하면서 청혼하는데 까이는 에디놈...우리 자기 눈동자면 충분한데 ㅇㅈㄹ
[Code: ff81]
2023.12.30 22:2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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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도 남은 2023년 잘 보내고 새해복 많이 받아!! 같이 꾸프 파줘서 고마워ㅠㅠㅠㅠ
[Code: ff81]
2023.12.30 22:2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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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알러뷰
[Code: 4542]
2023.12.30 22:4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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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도 함께 하자!! 꾸프 뉴 이어♡
[Code: 93be]
2023.12.30 22:5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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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맨날 센세만 기다려 내년에도 함께하자
[Code: 1e7e]
2023.12.30 23:0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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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순읽기전에 자세 고쳐잡고 정자세로 읽는다는거 과장인줄알았는데 내가 그러고있어 센세...선댓후감상 휴 경건한 마음으로 읽고올게 센세.
[Code: d5ab]
2023.12.30 23:1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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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들리 직진에 크리스 정신못차리는거 왜이렇게 커엽냐ㅜㅠㅠㅠㅠㅠㅠㅠ그와중에 매해 카운트다운에 청혼하지만 거절당하는 에디ㅋㅋㅋㅋㅋㅋㅋ 하 너무 간질간질하고..좋다..
[Code: d5ab]
2023.12.30 23:0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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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사랑해
[Code: 514c]
2023.12.31 01:3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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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ㅠㅠ 올 한해 센세 덕에 즐거웠어 ㅠㅠ 내년에도 꾸프하자!!!
[Code: 3177]
2023.12.31 01:5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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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틴 너무 달달해 ㅠㅠㅠㅠㅠㅠ 고마워 센세 새해 복 많이 받고!!!!
[Code: 251a]
2023.12.31 10:1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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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고자고싶어서 ㅠㅠㅠㅠㅠ
그래 브래들리 정공법이 답이다 ㅜㅠ 너네 너무 돌아갔어 어태껏 ㅜㅜㅠㅠㅠ 이젠 정공법으로 직진하자 ㅠㅠㅠㅠ
근데 출장 꼭 가야돼????? ㅠㅠㅠㅠㅠ 파리 가지마 ㅠㅠㅠ 그러가 너 크리스 놓친다 ㅠㅠㅠㅠㅠ
[Code: cdd1]
2023.12.31 10:2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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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브래들리 짜란다짜란다 이젠 정공법밖에 없다!!!!!! 그간 서로 엇갈리고 오해하느라 돌아간만큼 이제는 직진이야!!!!!!! 마 브래들리 형 보고 배워라!!!!!! 에디짐이 이렇게 행복하게 살고있잖아?!?! 보고 배우라고옥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aefc]
2023.12.31 10:2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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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진심 너무 재밌어서 올해 센세와 함께 꾸프할수있어서 행복했어!!!!! 24년에도 뿌랫들과 함께 꾸프하쟈💙💚
[Code: aefc]
2024.01.02 11:0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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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얼른 돌아와줘!!! 새해 복많이받고 💙💙💙 올해도 뿌꾸영사해💚💚💚
[Code: 0bce]
2024.01.07 09:5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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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너무 행복하다 센세의 존재가 감사해
[Code: 6330]
2024.01.10 00:3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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셈세 아직 기다리는 중!! 💙 건강 챙겨! 💙💚
[Code: 7952]
2024.01.15 14:5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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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춥다! 따뜻하게 지내 센세!
[Code: dd09]
2024.01.16 00:5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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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언제와 ㅠㅠㅠㅠㅠㅠㅠ
[Code: bd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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