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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4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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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파괴 ㅈ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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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무슨 생각을 했더라. 토니 스타크를 처음 제집으로 들이던 날. 한 치 앞도 모르는 주제에, 같잖은 죄책감에 억지로 스티브의 제안을 받아들였던 것 같았다. 제 마음 편해지자고 그랬다. 어차피 오래 버텨봤자 일주일 정도라고 생각했다. 회의실에서 보았던 토니의 표정을 떠올리면, 사실 일주일도 길었다.

그때는 그랬다. 어리석게도. 버키는 창문을 열고 테이트의 차에 올라타는 토니의 뒤통수를 바라보았다. 테이트가 차창을 내렸다. 동그란 뒤통수가 뒤를 힐끔 돌아보더니 빠르게 차에 올라탔다.

“좀 떨어져 나가라 이 거머리 새끼야...”

창틀을 붙잡은 채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저렇게 행동하는 테이트를 이해했다. 제가 테이트였어도 저렇게 추잡스럽게 굴 것 같았다. 아니, 더하면 더 했지 덜하진 않았을 거다. 아마 토니를 한번 붙잡아 보겠다고 별의별 개짓거리를 다 했겠지. 진작에 무릎 꿇고 싹싹 빌었다. 빌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다면. 그를 이해는 했다. 그래도 그가 싫었다. 토니가 와인 창고에 갇힌 적이 있다고 털어놓은 그날부터 그를 증오하게 되었다.

‘당신이 올 때까지 굶고 있어야겠다.’

제가 생각해도 유치하기 짝이 없는 협박이었다. 그렇게 협박한 주제에 비싼 밥 사주면 먹고 오라고 너그러운 척 떠들어댄 이유는, 테이트가 부모 죽인 놈과 부리또나 먹는 것보다 토니에게 훨씬 나은 선택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토니는 부리또를 먹겠다고 했다. 부리또가 먹고 싶다고 했다. 그의 한마디에 하루에도 몇 번씩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차창 넘어 모자 아래로 드러난 매끈한 코가 보였다. 뭐라고 종알거리는 입술도. 혈청을 넣고 좋아진 것 중에 유일하게 만족스러운 건 이거 하나였다. 멀리서도 그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는 것. 시동이 걸리고 토니를 태운 마세라티가 골목을 빠져나갔다. 버키는 비척이며 방 안으로 들어가 매트리스 위로 풀썩 쓰러졌다.

“하...”

팔을 이마에 얹고 천장만 하염없이 올려다보았다. 그렇게 오래 혼자 지냈는데도 혼자 있는 게 어색하게 느껴졌다. 금방이라도 토니가 방안으로 뛰어 들어와, 매트리스 위에 엎어진 채로 알지도 못하는 용어가 써진 과학 서적을 읽을 것만 같았다. 마치 과학책에 빨려 들어갈 듯한 표정을 짓고선. 그 집중하는 얼굴이 좋았다. 집중하면 잔뜩 힘이 들어간 채 구부러지는 발가락도.

감상에 빠져 있을 때 핸드폰이 울렸다. 예. 건성으로 전화를 받다가 몸을 벌떡 일으켰다. 경찰이었다. 토니를 치려고 한 폭스바겐의 주인을 찾았다고 했다.








도난 차량. 결국 차의 주인도 무고한 피해자일 뿐이었다. 차 주인집에 달린 cctv라도 확인 해보겠냐는 형식적인 물음에 버키는 당장에 알겠다고 답했다. 토니가 어떤 지독한 새끼에게 잘못 걸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닛 위에 걸터 앉아 방금 산 담배를 꺼내 들었다. 다시는 안 피울 줄 알았었다. 정말 그러려고 했었고. 조악한 플라스틱 라이터로 불을 붙이려는데, 아는 얼굴이 차창을 내리며 인사를 건넸다. 토니가 테이트라고 친근하게 부르는 남자. 한 시간 전쯤에 뚱한 얼굴로 만나러 갔던 그 남자. 그는 매번 기가 막힌 타이밍에 나타났다. 담배도 피워요? 근데 왜 안 피는 척을 했을까? 테이트가 말을 붙여 왔다. 완벽한 시비조였다. 버키는 좁혀져 있는 미간을 더욱더 좁히며 필터 안의 캡슐을 깨물었다. 필터를 통해 멘솔 향이 입안으로 들어왔다. 세상 많이 좋아졌네 시발. 그는 테이트에게 대답도 않고 연기를 뿜어냈다. 토니 스타크를 빼면 세상 모든 게 다 지긋지긋했다. 그냥 다 꼴도 보기 싫었다.

“오늘 처음 피워요.”

말 섞기 싫다는 뜻이었는데, 테이트가 차에서 내렸다. 테이트가 안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냈다. 불 좀 빌려줘요. 라이터가 다 돼서. 그는 빙글빙글 웃는 낯으로 사람 신경을 득득 긁어 놓았다.

“토니랑 같이 있을 때랑은 달라 보이네요.”

너도 개새끼잖아.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담뱃재를 털어냈다. 바람에 재가 나부끼며 날아갔다.

“방금 토니를 만나고 오는 길이에요.”

“네.”

알고 있었기에 감흥 없는 얼굴로 대답했다. 테이트가 여기 있다면, 토니는 브리또를 싸 들고 집에 돌아왔다는 얘기였다. 절로 얼굴이 구겨졌다. 저 빌어먹을 놈이랑 밥 먹으라니까. 어쩔 수 없이 거짓말로 문자를 보냈다. 삐친 얼굴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아닌 척하려고 노력하는 모습도.

“왜... 저는 늘 잘못된 선택지만 고를까요.”

테이트가 상념에 빠진 얼굴로 중얼거렸다. 누구에게 향하는 말인지 알 수 없었다. 저 자신인지, 옆에 있는 버키인지.

“처음이 꼬여서 다 꼬인거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보니까.... 제대로 용기를 낸 적이 한 번도 없더라고요. 늘 비겁하게 굴었어요. 사랑 앞에서 조차도요.”

버키는 타들어 가는 담배 끝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테이트가 방금 한 말이 그가 토니와 절대 잘될 수 없는 이유였다. 토니는 실수를 인정하고, 그 실수로 인해 제게 오는 화살을 정면으로 받아냈다. 온몸이 쪼개질 때까지. 그러고도 등에 제 실수를 짊어진 채 살아갔다. 좀 더 나은 인간이 되고자 쉴 새 없이 노력하면서. 아마 테이트가 처음부터 토니에게 사과하고 제대로 된 자기반성의 시간을 가졌다면, 토니의 마음이 조금은 더 열렸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테이트를 완전히 밀어내지 못하는 사람이니까. 어물쩍 넘어가려니까 이렇게 되어버린 거다. 그깟 하찮은 자존심 하나를 못 버려서.

"그래도 끝까지 포기 안할거예요.”

“... 그러세요.”

영광이네. 라이벌로 여겨줘서. 나는 당신한테 적수도 안 되는데. 웃기지도 않는 테이트의 결의를 들으며 버키는 조소 했다. 아마 제가 토니에게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그가 안다면 당장에 줄행랑을 칠지도 몰랐다. 토니에게 어떻게 그런 인간과 함께 지낼 수 있냐며 그를 닦달하겠지. 그럼, 그때 당신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차를 몰았다. 해가 떨어진 도로에는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다. 차 주인을 만나 얘기도 나눴지만, 소득은 없었다. 그는 제 차를 훔친 도둑놈이 사람을 치려고 했다는 사실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 같았다. 버키도 두려웠다. 언제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 알 수 없는 존재가 토니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사실이 그에게는 공포 그자체였다. 버키도 제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처음 누군가가 그를 노리고 있다고 느꼈을 때, 그를 돕겠다고 생각한 건 순전히 호의 정도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버키에게 토니는, 제 과거를 매 순간 잊지 못하게 만드는 죄책감의 촉매제였을 뿐이니까.

처음에는 토니를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가 하는 행동, 말, 말투, 웃음 전부 다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버키가 그렇게 생각할수록 그는 점점 더 알 수 없는 행동만 했다. 상담을 나가라고 협박하지를 않나, 여자친구를 만들어 주려고 하지를 않나. 그 큰 눈을 부릅뜨고 상담하러 나가라고 협박하는 게 우습기도 우스웠는데, 그것보다는 궁금했다. 내게 왜 이러는지. 대체 왜 자꾸 사람을 들쑤시는지. 귀찮고, 피곤한데 어쩌지도 못했다. 토니가 진짜 스티브에게 헛소리라도 할까 봐서. 때가 되면 그가 알아서 떨어져 나갈 거라고 생각했다.

‘악몽을 꿨어. 그래서 잠이 안 와.’

토니가 지치기만을 기다렸는데, 그가 제 손을 잡아왔다. 버키가 지독한 악몽에 시달리던 밤이었다. 당황스럽고 두려웠다. 제가 악몽을 꾼 직후여서 더더욱. 밀어내지도 못했다. 다시 잠드는게 두려웠기에. 비겁하게 저보더 약한 토니의 손에 의지해 눈을 감았다.

토니는 그날 이후로도 종종 악몽을 꿨다며 버키에게로 왔다. 바닥에서 재우는 것도 한두 번이지 토니를 계속 딱딱한 바닥에서 자게 할 수 없어 제가 매트리스로 올라갔다. 그러자 그가 제게 왜 계속 찾아왔는지 알 수 있었다. 토니는 늘 버키가 깊은 악몽을 헤매는 날에만 찾아왔다. 버키가 잠들지 못하는 날에만 그의 손을 붙잡고 잠을 잘 수 없다며 거짓말을 했다. 그러면서 매번 좋았던 날을 떠올려 보라고 했다. 이제는 좋았던 날조차 모두 흐릿해져 버렸는데도...






문을 열자 제일 먼저 보이는 건 식탁 위에 엎어져 있는 토니였다. 거짓으로 문자를 보냈을 때부터 예상한 그림이었지만, 꽐라가 되어 있는 모습을 보자 울컥하고 짜증이 치밀었다. 리처드가 제 눈치를 보며 그가 잠들었다고 얘기했다.

“미치겠네, 얼마나 먹인 겁니까.”

“왜 나한테 그래요. 술 퍼마신 사람은 따로 있는데.”

화가 나서 저보다도 한참은 어려 보이는 리처드를 탓했더니, 그는 화를 내며 논리적인 답변으로 응수했다. 리처드가 입가를 씰룩였다.

“나를 왜 그렇게 경계해요?”

“뭐가요.”

“토니는 나랑 앉아서 하루 종일 당신 얘기만 한다고요.”

그가 무언갈 알고 있는 눈치로 그렇게 말했다. 마음을 들킨 기분이 들었다.

“그런거......”

“아니라고요? 정말요?”

“왜 이래요.”

“안타까워서 그래요. 제가 오지랖이 좀 넓거든요.”

“가요. 이제 그만.”

머리가 지끈거렸다. 다 안다는 듯 떠들어대는 리처드의 등을 떠밀어 내보냈다.

리처드를 보내고 잠들어 있는 토니에게로 갔다. 그의 주변에서 강한 알콜향이 느껴졌다. 그를 들어올리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자, 그가 손을 뻗었다. 열이 오른 손가락이 버키의 손가락 사이로 힘없이 감겨들었다.

“...잠이 안 와?”

버키는 토니가 제 손을 잡아 오는 날이면 눈을 감고 잠든 척을 했다. 토니가 잠들면 그제야 다시 눈을 떠 잠든 그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제 감정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어리숙하게 굴던 어린 시절은 예전에 지나갔다. 20대 청년이었다면, 끊임없이 제 감정을 부정했을지도 모른다. 사는 게 버겁고, 세상이 제게 너무 가혹하다는 이유로. 이제는 쉽게 인정하고 쉽게 체념했다. 그렇게 버키는 토니가 자신을 찾아오는 밤마다 잠든 그의 손을 붙잡고 그에게 빌었다. 멈춰 달라고. 당신을 향해 달려가는 이 마음을 좀 멈춰 달라고.

욕심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의 손을 움켜쥐었다.


“그래... 잠이 안 와.”

나는 대체 어디까지 추락할 생각인 걸까. 토니의 손이 생명줄이라도 되는 듯 가만히 움켜쥐고 있자, 토니가 다른 쪽 손을 뻗었다. 뭘 하려나 했는데, 제 왼손을 붙잡았다. 왼손으로 누군가의 손을 붙잡은 기억이 이제는 없었다. 그저 감추고 싶은 치부. 세상과 나를 갈라놓는 경계선. 지울 수 없는 과거의 흔적. 그뿐이었는데. 손에 힘을 준 토니가 입을 벙긋거렸다.

“괜찮아... 아무 일도 없을거야...“

“.....”

“아무 일도....”

버키는 가만히 선 채 잠든 토니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어떻게... , 어떻게 해야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떻게 이런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다음날 눈을 뜬 토니는 말짱해진 얼굴로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제 마음은 그렇게 들쑤셔 놓고, 저만 모조리 잊어버렸다. 얄미워서 하루 종일 놀려대자 잘 참는가 싶더니 결국 발끈하며 그만 좀 하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게 귀여웠다. 그게 못 견디게 사랑스러웠다.

“내일은 당신이 그렇게 환장하는 축구, 계속 보게 해줄게.”

별거 아닌 약속. 축구야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이었지만, 그 말을 진지하게 내뱉는 토니의 결연한 눈이 귀여워 웃음이 나왔다. 창밖을 훑으며 그에게 확답을 받아냈다. 진입로 옆으로 기울어진 느티나무가 보였다. 새벽에 비가 왔는지 잎사귀마다 이슬이 맺혀 있었다. 저기에 저런 나무가 있었던가. 혼자 왔을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익숙한 복도. 반짝이는 타일. 흰색 페인트가 발린 벽. 바닥을 얼마나 열심히 문질러 닦았는지 벽과 바닥이 분간이 안 될 정도였다. 담당의가 앉아있을 상담실의 문을 열었다. 언제나처럼 그녀는 다정하지도, 그렇다고 차갑지도 않은 애매한 미소를 띤 채 버키를 맞이했다.

“오랜만이네요. 영영 못 보는 줄 알았어요.”

“그러게요.”

짧게 대꾸하며 소파에 앉자, 담당의가 그를 유심히 살폈다.

“좋아 보여요.”

버키가 헛웃음을 쳤다. 토니의 존재를 담당의에게 숨기려 했다. 그런데 그녀는 귀신같이 그의 존재를 알아챈 것 같았다. 그녀가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누구를 만나냐고 물었다. 버키는 망설였다. 숨기고 싶었는데, 막상 그녀가 알아채니 털어놓고 싶었다. 버키는 토니에 대해 압축해서 설명했다. 그냥 동료일 뿐이고, 지금은 잠깐 제집에서 생활하고 있고, 여기에 오라고 그렇게 잔소리를 한 사람도 그라고 말했다. 담당의가 눈을 빛냈다. 그녀는 손에 쥐고 있던 노트를 제 몸 가까이 당기더니 무언가를 써 내려갔다.

“반즈씨도 그렇게 생각하세요? 그저 동료라고..?”

“아뇨.”

솔직한 대답이 튀어나왔다. 그럴 리가. 그 사람이 나에게 그저 동료일 리가. 버키가 피로한 낯으로 손을 들어 머리 위로 원을 그렸다.

“... 그사람이 계속 제 머릿속을 뛰어다녀요. 쉴 새 없이.”

지금도 그랬다. 굳이 떠올리려 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그의 얼굴이 떠올랐다.

“전 이미 지쳤는데도... 그사람과 있으면 과거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느껴요. 제가 그냥 제임스 뷰캐넌 반즈였을 때요.”

토니는 이미 다 놓아버린 그를 다시 겁먹게 했다. 두렵게 만들고, 불안하게 하고, 다시금 제대로 살고 싶게 만들었다.

“그 마음을 표현해 본 적이 있나요?”

“아뇨. 표현할 수 없어요.”

“왜죠?”

“..... 제가 그 사람 부모님을 죽였어요. 그리고....... 그 사람도 그걸 알아요.”







상담실을 나오자, 발이 묵직하게 가라앉는 기분이 들었다. 버키는 잠시 가만히 선 채 허공을 응시했다. 상담의가 그에게 물었다. 그 사람에게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느냐고. 뻔히 알면서도 그녀는 그가 대답할 때까지 참을성 있게 그를 기다렸다.

‘... 사랑이요.’

부정할 이유가 없었다. 언제까지고 혼자서 간직하면 됐기에. 그럼에도 물 밀듯 밀려드는 고통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버키는 찰나의 순간 상담의의 얼굴에 떠오른 안타까운 표정을 보았다. 안되는 거겠지. 알고 있었음에도 그녀의 표정으로 다시 한번 확인받은 기분이 들었다. 버키는 제게 일어난 일들이 늪지대 같다고 생각했다. 벗어나 보려고 아무리 발악해도, 한발짝만 옮기면 또 다른 늪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억지로 걸음을 옮겼다. 몸이 점점 가라앉는 것 같다고 느낄 때, 누군가 버키의 소매를 붙들었다.

“나 여기 있어.”

토니가 심각한 얼굴로 버키를 보았다. 토니의 커다란 눈을 마주하자 조금 전의 생각들이 무색하게 웃음이 지어졌다. 그는 번번이 늪을 헤치고 들어와, 너무 손쉽게 버키를 현실로 끄집어냈다. 토니에게 농담을 건넸다. 그의 얼굴은 여전히 심각했다. 마치 제 속을 투시하고 있는 것처럼. 그가 웃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를 웃게 만드는 사람이 저가 되고 싶다는 지나친 욕심이 솟아올랐다.





버키는 저가 운전하겠다는 토니를 억지로 조수석에 태운 뒤에 차를 몰았다. 진입로를 빠져나갈 때쯤, 콘솔 박스 위에 올려둔 토니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끝까지 포기 안 하겠다는 테이트의 말은 진짜였는지, 토니의 핸드폰 화면에 테이트의 이름이 떠올랐다. 화면을 한번 쳐다본 토니가 난감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뒤집었다. 토니가 자신과 있으면 테이트의 연락을 은근히 피한다는 사실을 버키도 알고 있었다. 버키는 신호가 빨간 불에서 초록 불로 바뀔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다 입을 열었다.

“안 받아?”

“나중에 다시 걸면 돼.“

토니가 미세하게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토니의 표정만으로 테이트가 토니에게 직접적으로 마음을 표현했음을 알 수 있었다. 버키는 말을 골랐다. 최대한 제 마음을 억누르면서도 토니에게 해가 되지 않을 만한 얘기를 해야 했다.

“용서하기로 한 거야?”

토니가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그는 버키가 차선을 두 번이나 변경하는 동안에도 창밖에 시선을 고정한 채 말이 없었다.

“나는........ 테이트한테 아무 감정도 없어. 아니다, 난 그냥.... 걔가 좀 안쓰러운 것 같아.”

토니가 한참 만에 대답했다. 버키는 한숨이 튀어나올 뻔한 것을 가까스로 삼켜냈다. 착잡한 기분이 들었다. 개나 소나 다 안쓰럽나. 토니에게 내게 왜 이러냐고 더 이상 묻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였다. 그가 자신을 안쓰럽게 여긴다는 사실을 알게 될까 봐. 버키가 창틀에 팔을 걸친 채 엄지로 눈썹뼈를 문질렀다.

“대체 그 사람의 어느 부분을 안쓰럽게 생각해야 하는 거야?”

냉랭한 음성이 튀어나왔다. 토니가 버키를 힐끗 쳐다보았다. 버키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부아가 치밀었다. 그렇게 가시를 세운 고슴도치처럼 굴더니, 포장지를 벗겨낸 속내는 무르다 못해 흐물거렸다.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

“그럼?”

토니는 또다시 말을 잃었다.

“그럼, 뭔데.”

버키의 재촉에 토니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토니가 제 검지 손가락 두번째 마디를 매만졌다.

“.... 나 같아서 그래. 나랑 겹쳐 보여서.”

이해할 수 없는 대답이었다. 그러니까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라고. 토니가 웅얼거렸다. 속이 바짝 타들어 갔다. 버키가 말이 없자, 토니는 계속해서 버키를 힐끔댔다.

“그런 사람 말고도 좋은 사람 많잖아.”

꼴같잖은 자신이나 테이트가 아니어도 토니에게는 선택지가 많았다. 토니에게 조금의 아픔도 주지 않을 사람들이 많은데도, 그는 꾸역꾸역 가시밭길을 걸었다.

“당신은 좋은 사람이잖아.”

헛웃음이 나왔다. 제정신이냐고 묻고 싶었다. 순간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 미디에서는 시종일관 사랑이 대단한 것처럼 떠들어 대는데, 제 사랑은 아무런 힘도 없었다. 토니에게 무엇 하나 제대로 줄 수 있는 게 없었다.

“당신한테는 아무나 다 좋은 사람이야?”

토니가 계속 제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목소리에 감정이 섞여 들고 말았다.

“왜 그렇게 화를 내...?”

토니가 주눅 든 목소리로 물었다. 자괴감이 밀려들었다.

“당신한테 뭐라 한 거 아니야. 그냥....”

못난 내가 싫어서 그래. 감당도 못 할 과거나 끌어안고 살면서, 그 과거에 매여서 어쩌지도 못하면서 당신한테 기대어 버티는 내가 싫어서 그래. 하지 못할 말들이 버키의 입 안을 맴돌았다.


























토니를 회의실에 보낸 뒤, 버키는 구석진 휴게실을 찾았다. 스티브와 토니가 함께 있을 때만이 그가 온전히 안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버키는 이제 저 자신조차 믿지 못했다.

‘토니가... 너를 불편해할 거야.’

‘괜찮아. 부모가 죽었어... 이성적일 수 있겠어?’

합동 작전이 있을 때마다 스티브는 버키를 걱정 했다. 토니가 너를 아직 받아들이기 힘들 거라고. 토니에게 시간이 더 필요할 거라고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스티브에게 아무렇지 않은 척 대인배마냥 떠들어 놓고는 고작 이 꼴이었다. 보지 않고 살면 그도 괜찮을거라고 생각했다. 최선을 다해 피했고, 어쩔 수 없이 부딪힐 때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굴었다. 그렇게 도망만 다닌 주제에 이제와서 토니의 이해를 바랐다. 업보인가. 피로가 몰려왔다. 버키는 소파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창밖으로 들려오는 소음이 귓가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토니가 제집으로 오기 전 버키는 언제나 이런 감각들에 휩싸여 살았다. 늪지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모든 신경이 차단 된 곳. 살을 파고드는 고통조차 무뎌져 갈 때쯤, 토니가 그의 인생으로 뛰어들어 그의 모든 신경을 일깨웠다. 이제 버키는 모든 감각을 아프도록 느꼈다.







잠깐 눈을 감은 사이에 꿈을 꿨다. 나카지마 씨가 나오는 꿈이었다. 언제나 반복되는 악몽들. 힘겹게 눈을 뜨자, 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토니의 머리칼이 보였다. 버키는 제 곁에 앉아있는 토니를 꿈의 연장선이라 여기다 걱정이 담긴 토니의 눈동자를 보고는 이곳이 현실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 꿈을 꿨는데.”

토니의 등 뒤로 노을이 지고 있었다. 토니는 그 반짝이는 빛들 속에서도 가장 반짝였다.

“나카지마 씨가 나왔어.”

“... 그게 누군데?”

“내가 죽인 남자의 아버지.”

언제나 같은 악몽임에도, 오늘은 죽을 만큼 괴롭지 않았다. 두려웠다. 평생을 끌어안고 살아가야 할 고통이라고 생각했었다. 괴롭지 않다는 사실에 죄책감이 들었다.

“종종 꾸는 꿈인데 이상하게 오늘은 전에만큼 괴롭지 않았어. 근데 그게... 괴롭지 않다는 게.......”

“당신이 왜 괴로워야 하는데?”

버키가 몸을 일으켰다. 벼락이라도 맞은 기분이었다.

“내가 당신 탓을 하는 데도 왜 가만히 있었어?”

“그만해. 이제 집에 가자.”

“그런다고 내 잘못이 없어져?”

“스타크.”

듣고 싶지 않았다. 토니가 자신을 이해해 주길 바랐지만, 스스로를 탓하길 바란 건 아니었다. 토니가 원한다면, 그까짓 원망 따위 백번이고 천번이고 들어줄 수 있었다. 그가 괴로워하는 것을 볼 바에야 그게 나았다.

“죄 없는 사람... 죄인 만들었으면 잘못한 거잖아.”

물기 어린 토니의 눈이 빛을 받아 반짝였다. 지금까지 토니의 행동을 그저 연민으로 뭉뚱그려 왔던 버키의 믿음은 한 번에 무너지고 말았다. 토니의 한마디로 늪지대는 사라졌다. 죄 없는 사람. 그 한마디로 토니는 버키의 늪을 제가 가져가 버렸다.

당신은 나를 얼마나 더 바보로 만들어야 만족할까. 그가 나를 옭아맸다. 내가 도망칠 수도 없도록. 나는 이미 당신의 것인데도. 이보다 더 그를 사랑할 수는 없을거라고 생각했다. 버키는 토니에게서 돌아선 채 자신의 얄팍한 믿음을 자조했다.

“당신을 탓하면 안 되는 거였어.”

당장에 토니를 끌어안고 싶었다. 움츠러든 그를 끌어안고 당신은 나를 아프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사랑한다고, 널 너무 사랑해서 네가 아프면 나는 죽을 것만 같다고 고백하고 싶었다.

“집에 가자.”

그럼에도 제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이게 전부였다.

“안 갈 거야?”

그러니까 토니, 내 상처까지는 가져가려 하지 말아. 나는 당신이 아플 때조차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사람이잖아.






















도난 차량이 개울에 처박힌 채 발견됐다는 전화에 또다시 앨리스를 팔아먹은 죄일지도 몰랐다. 버키가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알자, 며칠 내내 화를 내던 토니는 페퍼의 전화 한 통에 언제 그랬냐는 듯 수그러들었다. 토니는 제가 가면 매트리스는 혼자 다 쓰겠다며 웃었다. 그제야 벌을 받는 기분이 들었다.

버키는 아침 일찍 토니를 데려다준 뒤, 차를 타고 목적지도 없이 한참을 달렸다. 도시의 전경이 조금씩 멀어질 때쯤 버키가 차를 세웠다. 그는 무의미한 경관을 눈으로 훑으며 콘솔박스를 열어 담배를 꺼냈다. 옆자리에 던져둔 생수는 이미 미지근해져 있었다. 버키는 차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아 담배를 물었다. 도시의 소음 따위 없는 조용한 곳이었다. 그는 불을 붙인 뒤 눈을 감았다. 이대로 집에 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한 개비를 다 태운 뒤 두 번째 담배를 꺼내 드는 순간 버키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는 바로 받지 않고 잠시 눈을 감은 채 가만히 있었다. 토니가 제게 전화 걸 일 따위 없으니, 누군들 상관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한참을 버텼는데도 전화는 끊기지 않았다. 버키가 얼굴을 구기며 통화 버튼을 눌렀다.

“어.”

- 내일 훈련 네가 지도해야 하는 거 알지?

“아니, 지금 알았는데.”

피곤에 찌든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핸드폰 너머로 샘이 정신 차리고 살라며 타박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버키는 핸드폰을 뺨과 어깨 사이에 끼운 뒤, 두 번째 담배에 불을 붙였다.

- 목소리가 왜 그래?

“뭐가.”

- 어디 아파?

“아냐. 괜찮아.”

- 진짜 괜찮은 거지?

“응. 그냥 좀 피곤해.”

전화를 끊은 뒤, 버키는 담배 한 대를 피우고 미지근한 생수를 들이켜기를 반복했다. 생수가 바닥을 보이자, 담배도 반갑으로 줄어있었다. 토니가 떠난 지 몇 시간이나 되었다고 반병신이 된 것 같은 제 꼴이 우스웠다. 제대로 살고자 했던 마음은 토니가 사라지자 바로 들키지만 말자는 것으로 바뀌었다. 안일한 생각을 하며 시트를 뒤로 젖히려는데, 뒷좌석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모자가 눈에 들어왔다. 버키는 잠시 모자를 응시했다. 모자가 꼭 저를 감시하고는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버키가 한숨과 함께 손을 뻗어 차 문을 닫았다. 시동을 걸고, 엑셀을 밟았다. 어쩌면 내일 토니랑 마주칠 수도 있잖아. 보기만 하면 되잖아. 억지로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몸이 움직이긴 했다. 다시 왔던 길을 달렸다. 음울한 기운을 품은 회색 구름 한 무더기가 지나가는가 싶더니 곧 굵은 빗방울이 차창 위로 떨어졌다. 그 사이로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빌딩 숲을 바라보며, 버키는 그 속에 있을 토니를 떠올렸다. 그러자 조금은 숨통이 트였다.




















토니 없이도 시간은 잘만 흘러갔다. 말 그대로 시간만 흘렀다. 버키는 사흘 내내 한숨도 자지 못한 채로 식탁에 앉아 담배만 태웠다. 별안간 초인종이 울렸다. 어제부터 옆집에서 벽을 발로 차는 소리가 들렸으니, 누군지는 굳이 문을 열지 않아도 뻔했다. 버키는 고민 했다. 이대로 무시할까 싶었지만, 리처드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현관으로 가자, 신발장 위에 붙은 거울에 눈이 시뻘건 괴인이 비쳤다. 눈을 벅벅 문지르며 문을 열자, 버키의 몰골을 확인한 리처드가 한걸음 물러섰다.

“와.... 이게 무슨.”

“미안해요. 담배 작작 필 테니까. 가봐요.”

문을 닫으려는데 리처드가 재빨리 문틈으로 팔을 집어넣었다.

“팔 잘려도 상관없어요?”

버키의 무심한 물음에 리처드가 입을 벌렸다. 리처드는 막무가내로 집 안으로 들어오더니 꽉 닫혀있는 창문을 모조리 열어 젖혔다. 버키는 그냥 소파에 앉아 그 꼴을 구경했다. 리처드가 쿵쿵거리며 소파에 늘어져 있는 버키 앞으로 걸어왔다.

“당신이 이 모양인 거 토니는 알아요?”

“몰라야죠.”

“내가 토니한테 얘기하면요?”

“다신 여기 올 일 없어요.”

그래서도 안 되고. 버키가 이마를 문질렀다. 이런 실랑이가 그저 피곤하게만 느껴졌다.

“저 토니 번호 있어요.”

기가 차서 웃음이 나왔다. 누구랑 똑같네. 그렇게 말하자 리처드가 버키의 팔을 잡아당겼다.

“나가요. 이러고 있지 말고.”

토니가 가고 나자, 또 다른 협박이 시작됐다. 리처드가 토니와 자신은 이미 막역한 사이가 되었다며, 토니에게 전화하는 건 일도 아니라고 했다.

“좋겠네.”

순수한 진심이었다. 리처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리처드가 이사를 잘못 왔다며 푸념을 늘어놓았다. 틀린 말은 아니라 반박할 수도 없었다. 버키는 리처드의 협박에 못 이겨 몸을 일으켰다. 화장실로 들어오자, tv소리가 바뀌었다. 아나운서가 정갈한 목소리로 토니의 이름을 언급했다. 버키는 당장에 뛰쳐나가 화면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른 채 얼굴 위로 찬물을 끼얹었다. 영상을 유포한 범인을 잡았다는 소식은 들었다. 결국 토니가 선처를 택했다는 것도 스티브를 통해 알 수 있었다. 멍한 정신이 조금은 깨어났다. 물기를 닦으며 화장실 밖으로 나가자 리처드가 재빨리 tv를 꺼버렸다. 버키가 리처드의 손에 들린 리모컨을 빼앗아 다시 tv를 틀었다. 화면은 온통 토니로 가득했다. 버키가 머리를 털며 리처드의 옆에 주저앉았다.

“예쁘네.”

리처드가 경악에 물든 얼굴로 버키를 보더니 온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실물이 낫다. 안 그래요?”

“이러면서... 뭘 그렇게 아니라고.”

“어차피 다 들켰잖아요.”

버키가 어깨를 들썩이자, 리처드가 고개를 저었다.







“술 엄청 잘마시네.”

리처드가 반쯤 꼬인 혀로 말했다. 버키는 감흥 없는 얼굴로 맥주를 들이켰다. 시끌벅적한 펍 안에서 사람들은 잘도 떠들어대는 것 같았다. 리처드가 궁금하지도 않은 첫사랑 얘기를 시작했다. 버키는 듣는 척만 하며 토니를 생각했다. 건너편 테이블에 앉은 남자의 머리카락이 토니와 조금은 비슷한 것도 같았다. 너무 빤히 쳐다본 것인지,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버키에게로 다가왔다. 리처드가 당황한 얼굴로 남자를 쳐다보았으나, 남자는 태연한 얼굴로 버키에게 말을 붙였다.

“저기, 애인 있으세요?”

“와.”

리처드가 다소 무례하게 탄성을 내뱉었다. 나름대로 이유는 있었다. 오늘만 해도 버키에게 다가온 사람만 벌써 세 명째였다.

“이봐요. 이 사람은 재벌 남자친구가 있는 사람이에요. 그것도 어마어마한 부자. 세계 최고 부자! 토...!”

버키가 리처드의 입을 틀어막았다. 애인 있어요. 죄송합니다. 정중하게 거절하자 남자는 못내 아쉬운 듯 자리로 돌아가는 내내 버키를 돌아보았다. 버키는 그 시선을 철저히 외면했다. 리처드가 답답하다는 얼굴로 테이블을 두드렸다.

“솔직히 오늘 말 건 사람들 중에 한명도 빠짐없이 다 미인이던데. 왜 꼭 토니여야 돼요? 돈이 그렇게 중요해요?”

“돈?”

“솔직하게 말해봐요. 토니가 거지여도 좋아했을 거예요?”

리처드의 질문에 버키는 실소 했다. 차라리 그런 거라면 얼마나 좋을까. 돈이나 원하는 거였다면, 얼마나 편했을까. 버키가 의자에 등을 기댔다. 천장에 달린 원색의 조명이 빙글빙글 돌며 사람들의 머리 위로 빛을 흩뿌렸다.

“차라리 거지였으면 좋겠다. 그냥 내가 데리고 살게.”

“... 그 정도로 좋아요?”

버키는 대답 없이 술을 마셨다. 가게 문이 열리고 이미 조금은 취한 것처럼 보이는 여자들이 쏟아지듯 들어왔다. 가게로 들어온 여자들이 버키에게 눈길을 던졌다. 그중 한 명과 눈이 마주쳤다. 버키는 짧게 미소 짓고는 고개를 돌렸다. 남자 한 무리가 휘청거리며 수선스럽게 다트를 던지는 게 보였다. 그들은 깔깔 웃더니 금방 얼굴을 구기며 상대에게 지폐를 던졌다. 넓게 트인 펍 안의 사람들은 모두 근심 따위 없어 보였다. 그들에게는 사랑도 쉬울 것 같았다. 만취한 리처드의 머리가 테이블 위로 떨어졌다. 버키가 리처드의 어깨를 흔들자, 리처드는 버키의 손길을 따라 맥 없이 흔들렸다. 펍 안을 울려대는 시끄러운 이디엠 음악을 들으며, 버키는 리처드를 일으켜 세웠다. 이런 소란 속에서도 버키에게는 모든 것이 그저 멀게만 느껴졌다. 제가 속할 수 없는 세상. 그뿐이었다.






“제대로 붙잡던가... 네 발로 걸어가던가 둘 중에 하나는 해라.”

리처드는 버키에게 업힌 채 계속해서 양팔을 들어 올렸다. 리처드가 몸을 버둥대며 소리를 질렀다. 버키는 그를 바닥에 떨어트리고 싶은 마음을 견뎌내며 열쇠를 꺼냈다.

소파에 던지듯 리처드를 내려놓자, 리처드가 아프다며 궁시렁댔다. 그는 벌떡 일어나더니 거실을 가로지르며 춤을 추듯 팔다리를 흔들었다. 리처드의 발에 맞은 tv가 tv장 옆쪽으로 추락했다. 버키가 이마를 짚었다. 한숨조차 나오지 않았다. 실컷 난동을 부리던 리처드가 지친 기색으로 거실 바닥에 벌렁 드러눕더니 숨을 몰아쉬었다.

“내가 널 죽이면, 토니가 슬퍼하겠지?”

리처드가 웃음을 터트렸다. 또 토니 얘기예요? 그는 그렇게 말하며 계속해서 실없이 웃었다.

“왜 좋아한다고 말 안 해요?”

답을 줄 수 없는 질문이었다. 버키가 고개를 들었다. 창밖으로 도심의 불빛들이 점이 된 채 늘어서 있었다. 밤이 되면 토니는 가끔 창가에 서서 말없이 골목을 내려다보고는 했다. 그는 볼 것도 없는 낡은 동네의 풍경을 관망하다, 담벼락 위를 걸어가는 고양이라도 발견하면 저것 보라며 버키를 제 곁으로 불러들였다. 1940년대의 향수보다 더 지독한 그리움이 몰려들었다.

“아이언맨이랑... 윈터 솔져라서 안되는 거예요?”

리처드가 웃음을 멈췄다. 쓰러져 있는 리처드의 곁을 지나치며 버키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는 창가에 선 채 연기를 내뿜었다. 코끝으로 새벽의 공기가 느껴졌다.

“알고 있었네.”

“숨기려고 하지도 않았잖아요.”

숨길 이유도 없었다. 박물관만 가도 제 얼굴이 떡하니 붙어있으니까. 단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까지 정체를 드러낼 이유가 없을 뿐이었다.

“언제 알았어?”

“얼마 안 됐어요...”

리처드의 목소리가 슬프게 들렸다.





















“너 요즘 또 왜 그래?”

“뭐가.”

버키는 엘리베이터 벽에 머리를 기댄 채 귀찮다는 듯 대꾸했다. 샘이 신경질적으로 닫힘 버튼을 연타했다.

“한동안 날아다니더니 왜 또 산 송장처럼 구는데.”

토니가 제집에 있는 동안 버키는 작전을 빨리 끝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각성한 사람처럼 모든 일을 순식간에 처리하는 그를 보며 모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집에 갈 수만 있다면. 작전 내내 버키는 그 생각뿐이었다.

토니가 떠나자 버키는 배터리가 다 된 로봇처럼 힘을 잃었다. 집에 가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제가 가고 싶은 곳은 집이 아니라 토니 스타크가 저를 기다리고 있는 집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샘이 몰아치듯 잔소리를 퍼붓는데도 버키는 무력하게 가만히 있었다. 대꾸할 기력조차 없었다.

통유리로 만들어진 엘리베이터 아래로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버키가 몸을 바로 세웠다. 유리 너머로 옆이 뚫린 복도를 지나는 토니가 보였다. 위에서 바라보는 토니는 조그만 미니어처 인형처럼 보였다. 버키가 바닥을 뚫어버릴 기세로 한곳을 응시하자, 샘이 버키가 시선을 빼앗긴 곳으로 눈을 굴렸다. 샘의 얼굴이 굳어졌다.

“너 스타크 좋아하지?”

“뭐?”

갑작스러운 샘의 물음에 버키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당황한 표정을 감출 경황도 없었다. 리처드에게 제 마음을 들켰을 때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었다. 혼란으로 가득 찬 버키의 얼굴을 보며 샘이 한숨을 뱉어냈다 .

“난 너 침 흘리는 줄 알았어. 스타크 얼굴 구멍 났겠다.”

버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너 어떻게...?”

“저번에 스타크 봤을 때도 아는 척도 못 하면서 죽어라 거기만 보고 있더라. 감출 생각은 있냐?”

샘의 입가에 장난스러운 미소가 걸렸다. 버키는 그렇게 쳐다봐도 아무도 모를 거라고 생각했던 자신의 우매함을 탓했다.

“토니 앞에선 입도 벙긋하지 마.”

“얼씨구, 스타크가 없을 때는 토니라고 부르네.”

“하.....”

“마침 잘됐네. 스타크한테 가서 얼굴 구멍 나기 전에 조심하라고 말해줘야겠다.”

버키가 실실거리는 거리는 샘의 목을 팔로 감싸 안았다. 버키가 팔에 힘을 주자 샘이 살려달라며 버키의 팔을 주먹으로 두들겼다. 그러는 와중에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토니가 눈을 둥그렇게 뜨며 두 사람을 보았다. 예상치 못한 만남이었다.

“잘 지냈어?”

샘을 놓아주며 아무렇지 않은 척 물었다. 샘은 눈치를 보더니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토니가 한발 늦게 잘 지냈다고 대답하며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좁은 공간에 둘만 남겨지자, 초조한 기분이 들었다.

“당신은 잘 지내?”

“나야... 늘 똑같지.”

불안한 마음을 숨긴 채 대답했다. 토니가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

“리처드가 당신 찾더라.”

“친해졌어?”

“... 조금?”

비겁하게 리처드를 팔았다. 토니가 희미하게 웃었다. 힘 빠진 미소였다.

“그래서 말인데. 리처드가 자꾸 무슨 소스를 찾는데. 난 그게 뭔지를 모르겠어서...”

가까이서 그를 보니 욕심이 일었다. 딱 하루만이라도 같이 있고 싶었다. 일부러 토니의 연민을 자극할 만한 말들을 내뱉었다. 토니는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미간을 좁힌 채 소스의 위치를 고민했다. 뭔지도 모르면서 심각한 표정으로. 그 얼굴을 구경하다 결국 와서 찾아달라는 염치 없는 말을 꺼냈다. 토니의 얼굴에 난처한 표정이 스쳤다가 금세 사라졌다. 그래. 그가 짧게 대답했다. 그말에 안심이 되었다. 오늘만 욕심낼게. 다시는, 다시는 이런 짓 안 할게. 스스로와 부질 없는 약속을 했다.





















말도 없이 다가오는 불행에 익숙해져 있다고 생각했다. 불시에 찾아오는 불행 따위 이제는 별것도 아니라고 여기며 살았다. 착각이었던 모양이다. 토니의 손은 침대 밖으로 떨어져 있었다. 간호사가 수술실을 향해 침대를 밀었다. 복도 바닥을 구르는 바퀴 소리가 버키의 가슴을 할퀴며 지나갔다. 온몸이 덜덜 떨렸다. 토니는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수술실로 끌려 들어갔다. 서서히 수술실의 문이 닫혔다. 버키는 그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았다. 그는 한참을 정신나간 사람처럼 복도 한가운데 서 있었다.

“버키.......”

버키의 연락을 받고 달려온 스티브가 놀란 눈으로 버키의 행색을 살폈다. 버키가 잔뜩 충혈된 눈으로 스티브를 보았다. 그의 뺨부터 손가락 사이까지 피가 검게 말라붙어 있었다. 스티브가 제가 걸치고 있던 셔츠를 벗어 버키에게 건넸다.

“일단 피부터 닦아.”

스티브가 버키를 화장실로 밀어 넣었다. 세면대의 물을 틀었다. 피가 묻어 있는 목덜미를 닦아냈다. 핏물 섞인 물방울이 버키의 목울대를 타고 흘러내렸다. 고개를 들자, 거울 속에 잔뜩 겁에 질려 있는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몸이 균형을 잃고 휘청였다. 세면대를 부여잡은 채 입을 틀어막았다. 과욕을 부린 벌인가. 가질 수 없는 것을 탐낸 죄인가. 견딜 수 없는 분노와 자책이 그를 덮쳤다.

화장실에서 나오자 초조한 얼굴로 복도를 오가던 스티브가 버키를 발견 하고는 그에게로 다가왔다. 스티브가 버키의 어깨를 붙잡았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질책을 당하는 것 같았다. 버키가 스티브의 손을 떼어냈다.

“수술 끝나면 연락 좀 줘.”

“어디 가려고.”

“범인 잡았데. 가봐야지.”

“버키... 괜찮은거야?”

“.... 괜찮아.”

스티브의 걱정어린 시선을 무시하며 버키는 도망치듯 자리를 벗어났다. 그는 복도를 빠져나와 로비로 향했다. 그새 소식을 들은 것인지 병원 앞은 카메라를 든 기자들로 번잡했다. 윈터 솔져가 아니냐는 수군거림이 버키의 귓전을 스쳤다. 플래시를 터트리는 기자들 틈을 헤치고 나와 방금 손님을 병원 앞에 내려준 택시에 허락 없이 올라탔다. 기사는 놀란 기색도 없이 버키가 목적지를 얘기하자, 그대로 출발했다. 시트에 머리를 기댄 채 하릴 없이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았다. 손 아래로 제 손을 잡아 오던 감각이 되살아났다. 괜찮다고, 아무렇지도 않다고 속삭이던 목소리가 환청처럼 버키의 주변을 끊임없이 맴돌았다.







경찰서로 들어서자, 엉망이 된 꼴로 앉아있는 테이트가 보였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테이트가 공포와 혼란이 뒤엉킨 표정으로 버키를 올려다보았다. 그의 얼굴 위로 눈물자국이 굳어있었다. 버키와 테이트는 잠시간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기만 했다. 테이트가 시선을 떨어트렸다.

“시발.... 형.”

테이트가 욕설을 중얼거리며 머리를 움켜쥐었다. 가면이 걷어진 얼굴에 연약한 자아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나도 어떻게 된 건지 모른다고요. 대체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테이트가 변명하듯 주절거렸다.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없었다. 버키는 절망에 빠진 테이트를 지나쳐 형사에게로 갔다. 버키를 알아본 형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형사는 취조실로 그를 안내했다. 버키의 심장이 불안하게 뛰기 시작했다.







“오랜만이네.”

수갑에 결박당한 채 등을 구부리고 앉아있던 남자가 버키를 보자 허리를 세우며 미소 지었다. 그는 반가운 사람이라도 만난 것처럼 버키에게 인사를 건넸다.

남자는 버키의 상상과는 다르게 지독히도 평범한 모습이었다. 그의 얼굴은 테이트와 다른 듯 닮아있었다.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얼굴. 수갑 아래로 자해의 흔적이 가득한 손목이 보였다.

“내 얼굴은 몰라도 제인 클라크는 알지?”

버키가 몸을 굳혔다. 제인 클라크. 남자의 말대로 아는 이름이었다. 콜로라도주에 있던 생명공학연구원의 연구소장. 제 타깃이었던 여자.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이름. 눈앞이 아득해졌다. 공포심이 전신을 훑으며 지나갔다. 세 번의 총성과 함께 복부를 움켜쥐며 쓰러지던 여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날 연구원 세 명이 그곳에서 총에 맞아 사망했다. 의도된 살인이었으나, 언론에는 기사 한 줄 나가지 않았다. 사고사. 그렇게 묻힌 일이었다. 부정하고 싶었으나, 핏발 선 남자의 눈이 진실을 얘기하고 있었다.

“기억났나 보네.”

남자의 표정이 묻고 있었다. 기분이 어떠냐고. 그는 버키를 보며 모든 목적을 달성한 사람처럼 나른하게 웃었다. 후회 따위 없어 보이는 얼굴이었다.

“나도 그날 거기 있었어. 내 아내가 네가 쏜 총에 맞아 죽어가던 날 나도 그 자리에 있었다고. 내 아내는 분명히 네가 쏜 총에 맞아 죽었는데... 내가 두 눈으로 똑똑히 봤는데. 너는 결국 사면 됐더라.”

남자의 얼굴이 삽시간에 일그러졌다. 웃음기가 사라진 얼굴에 지울 수 없는 고통의 흔적이 서서히 번져갔다. 남자의 말이 유리 파편처럼 날카롭게 버키에게 박혀 들었다.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근원적인 의문이 버키의 안을 떠돌았다.

“근데 왜 내가 아니라 토니야.”

“아내가 죽어가는데도 겁쟁이처럼 숨어서 살 궁리만 하던 쓰레기 같은 남편이지만, 이제라도 속죄하려고. 그래서 그랬어.”

“왜 토니냐고 물었잖아.”

누군가 제 목을 조르고 있는 기분이었다. 숨통이 조여왔다. 형용할 수 없는 두려움이 혈관을 타고 올라와 심장을 짓눌렀다. 형사가 혼란이 차오른 얼굴로 버키와 남자를 번갈아 보았다. 남자의 손을 결박하고 있는 수갑이 절그럭거렸다. 형사가 남자의 몸을 붙잡았다.

“나는 네가 사랑에 빠지기만을 기다렸어...... 아주 오랫동안.”

힘이 탁 풀렸다. 다 나 때문에. 또 나 때문에 당신이.

“토니 스타크라니. 설마 싶었는데 네가 불길 속으로 망설이지도 않고 뛰어드는 거야. 그걸 보니까 확신이 들더라. 목숨을 걸어도 좋을 만큼 사랑하는구나. 얼마나 기쁘던지. 그날의 감정은 말로 다 표현 못 해.”

벼랑 끝에 선 기분이 들었다. 제 사랑이 무기가 되어 토니를 공격했다. 토니를 죽이려고 했다. 죄 없는 사람. 그렇게 말하던 토니는 칼에 찔려 피를 흘렸다.

“걔가 뭘 잘못했어... 걔가 뭔 죄냐고. 나를.... 차라리 나를 찔렀어야지......... 그게 맞는 거잖아. 토니는 이일이랑 아무 상관도 없잖아!”

버키가 소리치자, 형사가 버키의 앞을 막아섰다.

“내 아내도 잘못이 없었어.”

남자가 표정이 사라진 얼굴로 버키를 보았다.

“그래서... 토니는 죽었어?”





















버키는 멀거니 앉아 병원 앞 인공 호수를 바라보았다. 호수 앞 간이 공원은 한적했다. 물결을 따라 가로등 빛이 흔들거렸다. 환자복을 입은 사람들이 버석거리는 나뭇잎을 밟으며 가족들의 손을 붙잡고 산책로를 걸었다. 수술 잘 끝났데. 아직 의식이 돌아오지는 않았어. 스티브의 연락을 받고도 버키는 병실로 올라갈 수 없었다.

“어떻게 해야하지... 어떻게...”

나사빠진 인간처럼 계속 그 말만 허공에 되뇌었다. 토니에게 이 사실을 말할 수도, 그렇다고 말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어차피 알게 될 테지만, 차마 제 입으로 말할 엄두가 나질 않았다. 호수 위로 어스름이 내렸다. 어둠을 따라 사람들도 하나둘씩 사라져갔다. 버키에게는 돌아갈 곳이 없었다. 가고 싶은 곳은 하나뿐인데 갈 수가 없었다.

결국 어둠이 깔린 공원에는 아무도 남지 않았다. 버키만이 이곳에 있었다. 멀리서 풀벌레 우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 왔다. 토니.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흐릿한 가로등 불을 바라보며, 당사자 앞에선 뱉지도 못하는 이름을 중얼거렸다. 그의 이름을 부르고 나자, 감당 못 할 아픔이 속수무책으로 밀려 들었다. 토니, 내가 어떻게 해야 해. 의식도 없는 토니의 이름을 속으로 수천번 부르짖었다. 그의 속과는 다르게 공원은 무서울 정도로 고요했다. 버키의 눈에 체념이 서렸다. 그는 어둠을 삼킨 검은 호수를 바라보며 믿지도 않는 신을 향해 기도했다. 그저 토니가 무사히 깨어나게만 해달라고. 다시는 주제넘는 욕심따위 부리지 않을 테니, 그에게 어떤 상처도 주지 말아 달라고. 그렇게 빌었다.

달이 지고, 동이 텄다. 호수의 표면이 빛을 받아 반짝였다. 버키는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그는 기어이 다시 떠오른 해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토니만을 생각했다.











늦어서 미안 항상 고마워
2023.05.26 15:28
ㅇㅇ
센세사랑해
[Code: 5d45]
2023.05.27 01:59
ㅇㅇ
모바일
센세 언제오시든 오시기만 하세요.. 저 여기서 기다리다가 죽어버릴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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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8 06:09
ㅇㅇ
모바일
센세... 오고있는거 맞지...? 요즘 센세생각만 난다..
[Code: bb7c]
2023.06.03 01:54
ㅇㅇ
모바일
센세.. 제발 돌아와.. 나 망부석이야 지금
[Code: 5874]
2023.06.04 01:51
ㅇㅇ
모바일
센새…?
[Code: 8318]
2023.06.05 01:1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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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주말 잘 보냈어? 주말 내내 센세 생각만 했어 난.. 돌아와줄거지..?
[Code: ec02]
2023.06.05 10:2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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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기다리는거 잘해 돌아와주기만 하면 돼 센세
[Code: c766]
2023.06.11 04:0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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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센세만을 기다리면서 살아...........
[Code: a118]
2023.06.15 23:2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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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제발 돌아와줘..ㅠㅠ
[Code: 5488]
2023.06.16 01:4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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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잘 지내시죠...? 매일 들어와서 확인하는데.. 센세가 살아만 계시면 언젠간 뒷부분이 오겠죠...?
[Code: d091]
2023.12.25 15:4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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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분위기 미쳤다ㅠㅠㅠ
드디어 버키 시점 나왔다!!!!!! 세상에 버키 마음 생긴지 오래됐구나ㅠㅠ 아 버키 시점으로 보니까 더 버석한 분위기 도는데 미쳤다 진짜ㅠㅠㅠ 버키의 버석하고 마른 마음에 축축 처지는 기분이랑 끊임앖이 추락하는 것 같은 분위기가 미쳤다는 말 밖에 안나와요 센세ㅠㅠ
[Code: 9610]
2023.12.25 15:4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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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가 토니에게 맞지 않다는걸 너무나도 잘 알아서 빠르게 체념해버린 마음인데 그럼에도 계속 달려나가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는 마음이라니.. 토니와 버키를 옆에서 본 모두가 그 마음을 알고 심지어 모든 전후 사정을 다 알고있는 샘마저 대놓고 토니 좋아하냐는 말 할만큼 넘쳐 흐르는 마음인데 어떻게 막을수가 있겠어 ㅠㅠㅠㅠ
[Code: 9610]
2023.12.25 15:4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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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실에서 토니의 고백은 버키한테 그런 의미였구나.. 토니의 후회가 버키에게 구원이 되었기를 바랐었는데 버키는 토니를 사랑함과 동시에 아무것도 해주지 못해서 어쩌면 또다른 지옥이었을 수도 있겠다. 자기 과거가 너무 원망스러워서...
토니한테 마음 가는데 자꾸만 토니가 테이트나 자기 이해해주고 좋게 봐주니까 틱틱대는거 마음 안들키려고 애쓰는 사람 같아ㅠ 이런 나를 어떻게 좋게 볼 수 있어? 하는 마음은 버키의 가장 깊숙한 진심이겠지. 그리고 그 마음에 자꾸 기대고 싶어지는 본인 마음 아니까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거고ㅠㅠ 자기는 그러면 안되니까༼;´༎ຶ ۝ ༎ຶ༽
[Code: 9610]
2023.12.25 15:5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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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근데 버키 진짜 그런 일만 안 당했어도 이렇게 어른스럽고 멋진데 이 하이드라 나쁜놈들아ㅠㅠㅠ
자기 마음 충분히 부정할 만한 상황에서도 그냥 빨리 인정하고 체념해버리는거 너무 슬프다ㅠㅠ 상담사랑 이야기 하면서도 자기 마음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고 그걸 말할 수 없다는 것도 그냥 너무 잘 알고... 테이트가 자기를 연적으로 봐준다는거에 진심으로 영광으로 생각하는거나 리처드가 버키 마음 알고 또 말 못하는 이유 알고 할 때도 그냥 다 인정하고 숨기려고 하지 않는것도 어떻게 보면 참 어른스러운 것 같음.
[Code: 9610]
2023.12.25 15:5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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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가 사고 당한게 버키 때문이라니..... 아니 버키좀 내버려 둬라 좀 ㅠㅠㅠㅠ 안그래도 지옥에서 사는 사람인데 얼마나 더 무너뜨려야 만족하냐고ㅠㅠ
근데 테이트 형의 마음도 이해가 가서 할말이 없어ㅠ 버키가 아무리 세뇌 당해서 했던 일이라고는 하지만 과거에 했던 일이 사라지는건 아니고, 내가 만일 피해자 가족이라면 정말 죽일놈인데 사면받고 행복 찾아서 누구랑 사랑한다는 소리 들으면 눈 뒤집힐 것 같기는 해서 이해는 가지만.... 버키도 피해잔데...ㅠㅠㅠㅠ 세상이 버키한테 너무 잔인하다... 그걸 또 토니한테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버키 입장도 너무 이해간다.... 널 찌른 이유가 내가 널 사랑해서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고통받기를 원해서 너를 죽이려고 한거래. 이 말을 어떻게 해??ㅠㅠㅠㅠㅠㅠ 안그래도 토니는 버키 때문에 가족을 잃었는데 또 버키 때문에 위험에 처했다는걸 어떻게 말해요ㅠㅠㅠㅠ
[Code: 9610]
2023.12.25 16:0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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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버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자기 마음도 절대 고백할 생각조차 없었던 사람인데 그걸 어떻게 설명하지? 하 센세 센세 무순은 미쳤어요 사랑해 센세
[Code: 9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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