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49482733
view 2643
2023.06.21 23:19
전: https://hygall.com/549167201





유리문에 붙은 종이 울렸으나 바에서 턱을 괴고 있는 남자는 눈을 뜰 생각을 하지 않았다. 소년은 천천히 카페 안을 가로질러 카운터로 다가갔다. 솜씨가 좋다고는 말할 수 없는 디저트들이 쇼케이스 안에 듬성듬성 놓여 있었다. 테이블에 앉아 있던 노인이 방금 들어온 소년과 남자를 번갈아 쳐다보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남자의 얼굴 앞에서 손뼉을 마주치며 그에게 뭐라고 말을 걸었다. 아마도 손님이 왔으니 일어나라는 말인 듯했다. 소년은 독일어를 몰랐지만, 노인이 그를 부르는 호칭만을 알아들었다. 후카츠. 소년은 지구 반 바퀴를 돌아 도착한 나라에서 자신과 성이 같은 사람을 만날 확률에 대해 생각했다. 남자는 어느새 일어나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후카츠?”

“…아?”



생각을 읽는 사람인가. 소년의 입에서 멍청한 의문사가 튀어나왔다. 여기 앉아. 남자가 안쪽에서 나와 직접 자리를 안내했다. 그리고 메뉴판을 내밀었다. 그가 사용하는 언어는 독일어도, 자신의 모국어도 아니었다. 그러나 어딘가 익숙한, 들어본 적이 있는 언어였다. 소년이 기억을 되새기려고 노력하는 사이, 쇼케이스에 있는 모든 디저트가 하나씩 올려진 커다란 플레이트가 그의 앞에 놓였다.



“대만이는 조금만 기다리면 올 거야.”



드디어 소년의 머리 위에 느낌표가 떴다. 남자는 타인의 생각을 읽는 사람이 아니라 소년의 친구 정대만을 아는 사람이었다. 정대만의 이름을 듣고 겨우 남자의 정체를 눈치챈 소년은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남자가 그런 소년을 보고 피식 웃었다. 그리고 마시는 건 뭘로 할 거냐고, 잔을 들어 입으로 가져가는 시늉을 하며 물었다. 소년이 약간 당황한 얼굴로 메뉴를 읽었다. 그리고 맨 아래에 있는 딸기주스를 가리켰다.



“후카츠!”



소년은 오늘 이 카페에서만 자신의 성을 세 번 들었다. 그것도 모두 다른 사람에게서. 블렌더가 맹렬하게 냉동 딸기를 가는 동안, 정대만이 카페 문을 열며 소년을 불렀다. 소년이 얼른 일어나 그를 반겼다. 오랜만이라며 소년을 끌어안은 정대만의 몸이 이내 뒤로 당겨졌다. 블렌더를 멈춘 남자가 불만스러운 얼굴로 그를 떼어냈기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이 있는 곳에서 폐를 끼쳤다는 생각에 후카츠가 순간 얼굴을 붉히며 뒷걸음질을 쳤다.



“왜 그래!”

“둘이 붙어 있지 마.”

“친구라니까!”

“어쨌든 안 돼.”



이명헌은 단호하게 말하며 정대만의 이마를 검지 끝으로 툭 밀었다. 아악! 소리를 지른 정대만이 후카츠의 앞자리에 주저앉았다. 두 사람이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잘 모르는 후카츠는 생글생글 웃으며 그를 바라봤다. 곧 딸기주스 한 잔을 가져온 이명헌이 테이블에 잔을 내려놓았다. 그러나 화풀이라도 하듯 너무 세게 놓는 바람에 주스 몇 방울이 어지럽게 튀었다. 정대만은 제 옆에 계속 서 있는 이명헌을 살짝 노려보며 입모양으로 말했다. 내 친구 괴롭히지 마. 이명헌이 코웃음을 치고는 다시 바 안쪽으로 들어갔다.

후카츠는 학교의 주최로 유로 바스켓을 단체관람하러 독일에 왔다. 그 소식을 들은 정대만이 자기는 작년에 독일로 이주했다고, 마침 잘됐다며 시간이 되면 꼭 만나자고 했다. 이주 시기는 아마 키가 더 자라지 않아 농구는 그만둘 거라고 얘기할 때쯤인 것 같았다. 후카츠는 못내 그의 실력이 아까웠다. 언젠가는 코트에서 꼭 다시 만나게 될 거라고 생각한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룰렛을 돌린 결과로 여기서 살게 됐다고 말하는 정대만의 얼굴은 하나도 슬퍼 보이지 않아서, 그는 안타까움을 접기로 했다.



‘저 사람의 이름도 후카츠입니까?’



후카츠는 아까부터 궁금했던 문장을 핸드폰으로 번역해 정대만에게 보여주었다. 눈으로 문장을 읽은 정대만은 큰 소리로 웃었다. 하지만 분명히 어떤 할아버지가 그를 후카츠라고 부르는 것을 들었어요. 그가 자신의 말을 농담처럼 듣고 있다고 생각한 후카츠가 재빨리 새로운 문장을 번역해 내밀었다. 정대만이 이명헌의 눈치를 힐끗 살피고는, 후카츠가 했던 것처럼 문장을 번역했다. 후카츠는 가짜 이름입니다. 화들짝 놀라 몸을 뒤로 물린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명헌과 정대만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저 사람은 범죄자라서 항상 도망을 다녀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이름을 하나 지었다. 너무나 거짓말 같은 설명이었지만, 후카츠는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왜 하필 후카츠라는 이름을 붙였는지 물었다. 그러자 정대만이 이젠 아예 엎드려 있는 이명헌을 불러냈다.



“가짜 후카츠, 잠깐만 나와 봐.”

“이게 어디서 어른을 오라 가라야.”



기지개를 켜며 일어난 이명헌이 터벅터벅 걸어와 정대만이 앉은 의자 팔걸이에 앉았다. 정대만은 약간 짜증스러운 손길로 그를 밀어냈다. 결국 그는 옆에 있던 소파로 자리를 옮겼다. 곧 정대만이 이명헌의 앞머리를 냅다 뒤로 넘겼다. 그리고 후카츠가 잘 볼 수 있게 얼굴 각도를 조정했다. You see? 이명헌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볼을 부풀렸다. 배움이 짧아도 방금 정대만의 문장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만은 잘 알아서.



‘너랑 똑같이 생겼지? 나이가 좀 들었지만.’



이마가 드러난 남자의 얼굴은 마치 거울을 보는 듯 자신과 비슷했다. 내가 어른이 되면 저런 모습이 될 수도 있겠구나. 후카츠는 생각했다. 깨달음을 얻은 듯한 그의 표정에 정대만이 손을 저어 이명헌을 다시 안으로 보냈다. 이명헌은 자기가 당한 만큼 정대만의 머리카락을 마구 흩뜨리고서 도망치듯 자리를 떠났다.

‘가짜 후카츠’는 정대만의 아버지라고 하기에는 나이가 어려 보였다. 서로 다른 생김새의 얼굴이 형제 같지도 않았고. 가족이 아니면서 저렇게 가까운 관계는 뭐가 있지. 후카츠의 머리에 자꾸 나쁜 단어가 떠올랐다. 나이 많은 사람과 미성년자가 금전을 매개로 성을 사고파는 일을 의미하는. 게다가 저 남자는 범죄자라고 했다. 그런 사람과 외국에서 사는 건 너무 위험한 일 아닐까? 그러나 정대만은 그의 부정적인 생각을 순식간에 허물어뜨리는 문장을 내밀었다. 나랑 결혼할 사람이야. 진짜? 후카츠는 팔걸이를 잡고 엉덩이를 반쯤 띄운 채로 물었다. 정대만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딸기주스를 입으로 가져갔다. 후카츠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고등학생이잖아? 정대만이 손가락 두 개를 펴 보였다.



‘스무 살이 되면 할 거야.’



그가 번역한 문장을 읽던 후카츠가 실수로 스피커 버튼을 눌렀다. 갑자기 들리는 기계적인 여자 목소리에 이명헌이 두 사람을 쳐다봤다. 애한테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라. 목소리가 읊은 문장의 의미를 알지도 못하면서, 이명헌은 무심히 정대만에게 말했다. 정대만이 혼자 팔걸이를 두드리며 킥킥댔다. 순식간에 너무 많은 정보를 알게 된 후카츠는 멍하니 웃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후카츠의 걱정과는 달리 정대만은 잘 웃었다. 움직일 때마다 드러나는 옷 아래 맨몸에 이상한 흔적이 있는 것 같지도 않고. 그는 정대만의 말이 어쩌면 낯선 곳에서 만난 외국인 친구를 놀리려는 농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좀 편했다. 다만 한 가지 자꾸 기분이 이상했던 건, 가짜 후카츠와 제가 너무 닮았다는 사실이었다.

후카츠는 정대만에게 자신의 경기 관람 일정을 알려주었다. 혹시 현장에서 티켓을 구입할 수 있다면 같이 경기를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였다. 그러나 정대만은 이제 농구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요즘은 언어를 배우느라 바쁘고, 카페 일도 도와야 해서 시간을 내기 어려울 것 같다는 변명 같은 거절에, 후카츠도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산더미 같은 디저트를 꾸역꾸역 먹으며 그의 공부 노트 따위를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정대만이 먼저 자기가 호텔까지 가는 길을 안내하겠다며 나섰다. 후카츠가 혼자서 돌아가도 괜찮다고 했지만, 그는 손님을 이렇게 돌려보낼 수는 없다고 다정하게 말했다. 그리고 후카츠의 귀국일에 공항으로 배웅을 나가겠다고도 했다. 정은 나 같은 얼굴에 약하구나. 후카츠의 말에 정대만이 고개를 갸웃하다 씩 웃었다. 아무래도 알아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친구 호텔까지 데려다주고 올게.”

“나도 같이 가.”

“영업 안 해? 돈 안 벌 거야?”

“방에 올라가기만 해.”

“그런 짓 안 하거든.”



이명헌은 아까 후카츠에게 내 준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의 디저트를 포장해 후카츠의 손에 들려 주었다. 그의 친구들 몫이었다. 후카츠가 계산을 하겠다고 손을 떨며 얇은 지갑을 꺼냈지만, 말리는 손 두 쌍을 이길 수는 없었다. 어차피 쇼케이스를 비우려는 이명헌의 수작이기도 했고. 후카츠에게 잘 가라며 손을 흔든 그가 함께 카페를 나서는 정대만의 어깨를 툭 건드렸다. 그리고 그를 돌아보는 얼굴을 붙잡아 입을 맞췄다. 갑자기 펼쳐진 애정행각에 후카츠는 서둘러 자기 눈을 가렸다.










‘…다 그만하자고.’



도망치는 것도, 숨는 것도. 더워서 그런가. 신현철의 말을 단번에 이해할 수 없어서, 이명헌은 답지 않게 손을 떨었다. 손에 든 담배가 볼품없이 흔들리는 모습이 우스웠다. 결국 그는 반도 태우지 않은 담배를 떨어뜨렸다. 그리고 땀에 전 앞머리를 뒤로 전부 넘기고 신현철을 똑바로 쳐다봤다. 신현철이 그가 버린 담배를 구둣발로 비벼 껐다.



“시체는 내가 구할게.”

“…….”

“좀 귀찮긴 한데, 비주얼 없으면 분명히 뒷말 나와.”

“…….”

“넌 피나 뽑아놓고 가.”



산왕에 발을 들인 이후 절반은 이명헌에게 빚진 인생이었다. 신현철만이 아니라 모두가 그랬다. 그러니 이제는 빚을 갚을 차례였다. 고작 길에서 주운 정키 새끼 시체를 불태워 죽음을 꾸며 주는 것으로 그 빚을 다 갚았다 칠 수 있다면, 남아도 한참 남는 장사였다. 형들 앞에서는 이명헌을 보내주라고 해 놓고, 공항에서는 이명헌을 꼭 데려오라며 신현철을 붙들고 질질 울던 정우성에게는 좀 미안한 일이긴 했지만.

굵은 바늘이 혈관을 뚫었다. 금방 파우치 한가득 피가 찼다. 곧 머리가 빙빙 돌면서 눈앞이 반짝거렸다. 너무 빨리 피를 뽑아낸 탓이었다. 이명헌은 아이스팩을 이마와 목 뒤에 대고 누웠다. 신현철이 어디서 콜라를 가져와서는 그에게 건넸다. 현기증에 미간을 잔뜩 구긴 이명헌이 손을 내저었다. 맹꽁이처럼 생겨서는 성깔이 더러워 금방 뒈져버릴 줄 알았는데, 서른이 넘어서까지 잘도 명줄을 붙잡고 살았다. 끝까지 지독한 새끼. 이 얼굴을 보는 것도 끝이라고 생각하니 없던 정이 생겼다. 산왕 이명헌이 고등학생 남자애에 눈이 돌아 도망쳤다고 하면 누가 믿을까. 헛웃음이 섞인 신현철의 말에 눈가에 팔을 얹은 이명헌이 한숨을 쉬었다. 아무리 대단한 사건이라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한도 끝도 없이 시시해진다. 이명헌의 사랑도 그러하다. 다만 대단치 않은 일을 그리하여 시시해졌다는 핑계로 감출 뿐이다.

온통 땀으로 끈적해진 몸이 더위 때문인지, 나쁜 컨디션 때문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진료실 침대 위 이명헌이 일어난 자리가 짙게 물들어 있었다. 신현철이 그의 재킷을 챙기고, 일단 배부터 채우자며 근처 식당으로 그를 안내했다. 뽑아낸 만큼 집어넣는다는 듯, 이명헌은 퍽퍽한 돼지고기를 끊임없이 입으로 가져갔다.



“야, 난 더운 나라에선 못 살겠다.”

“그런 새끼가 나는 맨날 여기다 처박아 놓고.”

“그래도 많이 챙겼잖아.”



이명헌이 혀를 차 경박한 소리를 내며 엄지와 검지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보였다. 이 새끼 다 알면서. 신현철이 그가 아직도 목덜미에 대고 있는 아이스팩을 빼앗았다. 이명헌은 신현철이 공장에 오고 갈 때마다 약을 빼돌려 독자적인 루트로 팔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눈을 감아줬다. 그 정도 용돈벌이는 조직에 큰 해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였다. 그는 문득 미처 처분하지 못한 금고의 약이 떠올라 신현철에게 마지막 용돈벌이를 시키기로 했다.

이명헌의 사망은 일주일 후 알려질 예정이었다. 신현철은 직접 운전해 이명헌을 호텔로 모셨다. 이명헌은 호텔과 조금 떨어진 곳에 차를 세워달라고 부탁했다. 신현철이 차에서 내리는 그를 황급히 따라 내렸다. 모두를 대신해서 끝인사를 해야만 했다.



“그동안 고마웠다. 잘 살아라.”

“…너도.”

“…….”

“애들한테도 안부 전해주고.”

“명헌아.”

“…….”

“나중에… 너 좀 마음 편해지고 자리도 잡히면….”



그땐 우리한테 연락해 줄래? 이명헌은 처음 만났던 날처럼 큰 눈을 느리게 깜빡였다. 신현철은 그의 대답을 듣지 않고 차에 올라탔다. 응, 그럴게. 도시의 소음에 창밖에 있는 사람의 목소리가 들릴 리 없었으나, 이명헌이 꼭 그렇게 답한 것도 같았다.

이명헌은 수도에서 차로 네 시간이나 달려야 도착하는 한적한 시골 동네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시신이 온전한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사인은 불명이었다. 이명헌이 출국한 시기와 출입국 기록이 겹치는 신현철이 유력 용의자라는 소문이 조직 내에 돌았다. 경찰 조사 역시 있었으나 혐의점을 찾지 못해 그는 금방 풀려났다. 말을 얹기 좋아하는 영감들이 떠보듯 신현철에게 짓궂은 농 같은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그러나 신현철은 웃기만 할 뿐 가타부타 대답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이명헌의 죽음을 두고 말했다. 키워준 은혜를 잊은 배신자 새끼에게 딱 어울리는 결말이라고.










“나야, 아까 걔야?”

“그딴 질문이 어딨어.”

“빨리 대답해.”

“너요. 저는 나이 많은 사람이 취향이라서요.”



이명헌은 오븐 장갑을 벗어 던지고 정대만을 껴안았다. 그리고 방금 쿠키를 먹어 볼록 튀어나온 뺨에다 입술을 붙였다. 정대만은 익숙한 듯 이명헌을 매달고서, 우유를 찾아 냉장고를 열었다. 딱 한 잔이 남은 우유를 전부 따라낸 그가 내일은 마트에 가야겠다고 말했다. 이명헌이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며 허리에 있던 손을 슬그머니 스웨터 안으로 집어넣었다. 집에 가자. 이거 다 가지고 가서 먹어. 정대만은 아직 식지 않은 쿠키를 하나 더 입에 넣고서, 그의 달콤한 말을 거절했다.

일 다 때려치우고 커피나 팔자던 신현철의 말이 생각나 두 달 전 급하게 인수한 카페였다. 원래도 손님이 적었던 카페는 말도 짧고, 쿠키도 제대로 구울 줄 모르는 이명헌이 사장으로 들어앉은 후 더 망해가고 있었다. 그래도 정대만은 앞치마를 두르고 사람들을 맞는 그를 좋아했다. 이명헌이 정말로 평범한 사람이 된 것 같아서. 평일 아침마다 이명헌의 손을 잡고 어학원까지 걸어갔다가 오후에 카페로 돌아오면, 여지없이 탄 빵 냄새가 났다. 예전엔 쿠키 열 판을 구워 열 판을 모두 태웠다면, 이제는 두 판만을 태울 정도로 실력이 조금 늘었다. 전 카페 주인 할머니의 특훈 덕분이었다. 정대만이 구석 자리에서 영업시간이 끝날 때까지 과제를 하는 동안, 이명헌은 거친 손으로 커피를 내려 석 잔쯤 팔았다.



“애기야, 오늘도 숙제 많아?”

“응. 내일 일기 내는 날인데 하나도 안 썼어.”

“너 하는 거 맨날 똑같잖아. 월화수목금 다 똑같이 써.”

“아저씨가 맨날 바쁘니까 똑같지!”



정대만이 우유 잔을 내려놓고 돌아서서, 이명헌의 볼을 잡아당기며 소리쳤다. 이명헌은 아픈 척을 하며 그의 허리를 감싸 안고 목덜미에 얼굴을 숨겼다. 그리고 이번 주말에는 근교의 식물원이라도 같이 가자고 그를 달랬다. 하지만 정대만은 풀이 싫어서 샐러드도 안 먹는 사람이 무슨 식물원이냐며 징징대기 시작했다. 카페를 닫고 놀자고 하면 돈은 안 버냐고 하고, 정작 자기가 심심할 때는 왜 카페에만 매달려 있냐고 하고. 일상을 단조롭게 만든 건 정대만 본인이면서, 화살은 결국 이명헌에게 향했다. 그러나 업보를 더 많이 쌓은 사람이 지는 게 당연한 그림이라, 이명헌은 얼른 손을 모아 비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알겠어. 내가 다 잘못했어. 그러니까 식물원 가자. 응?”

“샐러드도 먹어.”

“오늘 저녁부터 먹을게. 됐지?”

“내가 만들 거야.”

“생양파 넣을 거야?”



이명헌의 질문에 정대만이 고개를 저었다. 고마워. 이명헌이 새 쿠키를 들어 정대만의 입으로 가져갔다. 방금까지 삐죽거리던 입술이 벌어지며 쿠키를 물었다. 그는 스웨터에 떨어지는 부스러기를 털어내면서 열심히 정대만의 얼굴을 바라봤다. 문득 투정을 부린 게 살짝 민망해진 정대만이 눈을 내리깔고 허벅지에 둔 손을 괜히 꾹 쥐었다. 이명헌이 미소를 지으며 그의 손을 겹쳐 잡았다.



“나이 많은 아저씨랑 살아줘서 고마워.”

“…….”

“샐러드에 양파도 빼 줘서 고맙고.”

“…….”

“아침저녁마다 사랑한다고 말해 주는 것도 고맙고.”

“갑자기 그런 말은 왜 해….”

“그냥. 지금 말하고 싶어서.”



곧 이명헌의 입술이 제자리를 찾아들었다. 길을 잃었던 손은 그의 목덜미를 감쌌다. 뺨을 물들인 창피가 애정을 담은 열기로 변화하는 데에는 채 일 분도 걸리지 않았다. 정대만은 이제 자신의 향수가 모두 이명헌에게로 향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안고 있어도 그립고, 닿아 있어도 애틋한. 이명헌이 그런 그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등을 느리게 토닥였다. 허공을 유영하던 두 쌍의 발이 견고하게 대지에 발을 딛고 있었다.








슬램덩크 명헌대만
2023.06.21 23:27
ㅇㅇ
모바일
하ㅠㅠㅠㅠㅠㅠㅠ둘이 잘 도망쳤구나ㅠㅠㅠㅠㅠ햔철이 시바 듬직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애들이 보내준거도 눈물나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자리잡으면 연락해덜라는게 존나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430c]
2023.06.21 23:30
ㅇㅇ
모바일
아 진심 글 읽고 이렇게 가슴 미어지는거 존나 처음이에요 센세
[Code: 124a]
2023.06.21 23:39
ㅇㅇ
모바일
센세ㅜㅜㅠㅠㅠ너무 좋았어ㅠㅠㅠㅠ완결까지 볼 수 있어 행복했다ㅠㅠㅠㅠㅠ
[Code: eb5c]
2023.06.21 23:41
ㅇㅇ
모바일
현철아 너 한번 진짜 제대로 결혼 갈기고 싶게 하는..... 그나저나 끝이라니 완이라니 너무 완벽해서 더 이상 센세에게 뭔가를 요구 할 수 없지만 킹치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뿅댐이들 영원히 행복하길 ㅠㅠㅠㅠ
[Code: 718b]
2023.06.21 23:46
ㅇㅇ
모바일
나는… 나는 정말 조마조마하면서 읽었는데ㅜㅜㅜ 이 작고 단단한 행복이 두 사람에게 영원할거라는 확신이 보여서 넘 조타ㅜㅜㅠㅠㅠㅜㅜㅠ난 알아 센세가 마음만먹으면 진짜 개끔찍최악절망엔딩을 낼 수도 있다는거… 근데 찌찌 부여잡고 보니까 못생긴 디저트처럼 달달한 두사람이 있네ㅜㅜㅜㅡㅜㅜㅜㅜㅜㅜㅜㅜㅜ 그 산왕의 이명헌이 다 내던지고 어린애에 미쳐서(ㅋㅋㅋ) 선택한 낙원은 그 자체로도 넘 평온하다…. 대만이도 행복해보여서 다행이야 ㅜㅜ센세는 천재다..!!
[Code: 5929]
2023.06.21 23:52
ㅇㅇ
모바일
센세,,,양지로가,,,아니 가지마,,,,아니 양지로 가,,,,아니 가지마,,,,아니 양지로 가,,,아니 가지마,,,,아니 양지로 가,,,,아니,,,
[Code: 1cb5]
2023.06.21 23:59
ㅇㅇ
모바일
아 다행이다 아무도 안 죽고 둘이 해피엔딩으로 끝나서 진짜 다행이야 ㅜㅜㅜㅜㅜㅜㅜㅜㅠㅠ 전편에서 나 진짴ㅋㅋㅋㅋ 명헌이 죽으면 어카지 걱정 존트 했는데 너무너무 다행야 현철이 의심해서 미안해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 하 둘이 아주... 보란듯이 깨 볶고 사는거 진짜 미치게 좋다 너무 행뵥해 난 복받았어 ㅠㅠㅜㅜㅜㅜㅜㅜㅜ 완이라니 아쉽다ㅜㅜㅜㅡㅜㅜ하 나 이거 읽는 동안 너무 조았다 매일매일 센세만 기다렸다 (진짜) 하시펄 다시 정주행 간다 진짜 딱대ㅐㅐㅐㅐㅐㅐㅐㅐ
성실하게 연재해줘서 진짜 고맙고 사랑하고...일평생 적게 일하고 많이 벌어 센세.......<3
[Code: 9fb2]
2023.06.22 00:11
ㅇㅇ
모바일
센세 나 눈물 뚝뚝 흘리고있다...
[Code: a0b8]
2023.06.22 00:21
ㅇㅇ
모바일
센세 나 정말 이 순간에 읽고있다는게 넘 감격이다... 그리구 외전 나더가 있을거라고 슬그머니 생각해본다 ㅎㅎㅎㅎㅎㅎㅎ 달달한거루다가 아웅
[Code: 73af]
2023.06.22 00:36
ㅇㅇ
모바일
새드엔딩일까봐 조마조마하면서 봤는데.. 너무 좋아서 눈물 날려한다 센세..
[Code: 40be]
2023.06.22 00:58
ㅇㅇ
모바일
센세랑 나랑 결혼한다
[Code: 73bc]
2023.06.22 01:05
ㅇㅇ
모바일
센세 외전....외전으로 억나더까지 연재해줘....
[Code: d14f]
2023.06.22 01:33
ㅇㅇ
모바일
센세 끝까지 함께해줘서 고마워ㅠㅠㅠㅠ
[Code: 04a0]
2023.06.22 01:35
ㅇㅇ
모바일
하 미친 ㅠㅠㅠㅜㅠㅜㅠㅠㅜㅜㅜㅜㅜㅠㅠㅠ다행이다 애들 행복하게 살고 있구나 ㅜㅜㅜㅜㅠㅠㅠㅠㅠ현철이 있는 방향으로 절해야겠다...그동안 진짜 너무 좋았다 센세ㅠㅠㅠㅠㅠㅠ외전으로 또 와줄거지?????
[Code: 99af]
2023.06.22 01:38
ㅇㅇ
모바일
와... 너무너무 행복한 결말인데.. 나 왜 눈물이 나.. 센세 외전으로 다시 올거죠..? 제발...
[Code: 3a9b]
2023.06.22 01:43
ㅇㅇ
모바일
하 전편 마지막 보고 심장이 덜컹했는데 ㅜ 역시 산왕이지 ㅜ 역시 신현철이지 ㅜ 명헌이랑 대만이 정말 행복하게 사는 것 같아서 보기 너무 좋다 ㅜ
[Code: 91b0]
2023.06.22 07:00
ㅇㅇ
모바일
행복해라 얘들아ㅠㅠㅠ
[Code: d6cf]
2023.06.22 07:51
ㅇㅇ
모바일
외전 가자 센세 2부 가자 센세 외전 가자 센세 2부 가자 센세 외전 가자 센세 2부 가자 센세 외전 가자 센세 2부 가자 센세 외전 가자 센세 2부 가자 센세 외전 가자 센세 2부 가자 센세 외전 가자 센세 2부 가자 센세 외전 가자 센세 2부 가자 센세 외전 가자 센세 2부 가자 센세 외전 가자 센세 2부 가자 센세
[Code: fbf6]
2023.06.22 20:35
ㅇㅇ
모바일
센세 진짜 올려주는동안 넘 기대하구읽음서행복하고막그랫다ㅜㅜㅜ심금을 울리는 결말까지 너무고맙ㅜㅜㅜㅜㅜㅜ
[Code: adad]
2023.06.23 01:10
ㅇㅇ
모바일
대만이가 명헌이한테 이제 반말하네..! 둘 사이가 마지막 문단처럼 단단해진 거 같아서 흐뭇하고 행복해 보여서 좋다ㅠㅠㅠㅠ 가좍같던 산왕 애들이 눈에 밟히긴 하지만.. 설득하겠다고 했으면서 일절 말 안 꺼내고 흔쾌히 도와주는 현철이나 화냈던 동오...특히 우성이 울었다니까 더 맴이 쓰여ㅠㅠㅠㅠ 그래도 명헌이도 대만이도 다른 것들 다 포기할 정도로 서로한테 온리원인 게 보여서 내 마음도 벅차오른다ㅠㅠㅠㅠ 센세 그동안 성실하게 연재해 줘서 너무 고맙고 고생했어 진짜 나도 항상 설레면서 즐겁게 기다렸어ㅠㅠㅠㅠㅠㅠ 욕심이 있다면 외전도 보고싶다ㅠㅠㅠ 흑흑 떠나보내기 너무 아쉬워서 행복한데 눈물이나네ㅠㅠㅠㅠㅠㅠㅠ
[Code: cd3a]
2023.06.23 01:43
ㅇㅇ
모바일
ㅈㄴ 여운이 가시질 않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ㅜㅠㅠㅜㅠㅠㅠ 올해는 이것만 빨아 먹고 살아도 배부를거 같다 진짜 무슨일이야 어떻게 이런 뿅댐문학이 ㅠㅠㅠㅠㅠㅠㅠ
[Code: cb8f]
2023.12.18 19:59
ㅇㅇ
모바일
최고다..:
[Code: 9616]
댓글 작성 권한이 없음
성인글은 제외된 검색 결과입니다.
글쓰기 설정